워홀이야기] 예비 워홀러들에게 고(告)하다.

- 호주, 워홀이야기- · 2011. 12. 10.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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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rd edit(2nd edit 10.12.08)


1.호주 워킹홀리데이를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고하다.

  내가, 호주에 머물면서 틈틈이 포스팅을 하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많은 예비 워홀러들이 나에게 무언가를 물었고, 나 또한 호주에 입국하기 전 여행을 하면서 워킹홀리데이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호주에서의 성공을 꿈꾸었다.

  한 때, 나에게 조언을 구하던 여러 사람들 중에는 이미 호주에 도착해서 열심히 무언가를 하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아직 '호주'라는 광활한 땅에 가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리고, 이미 호주에 도착했지만 일이 생각만큼 잘 풀리지 않아, 나에게 조언을 구하는 사람도 있다.
  나에게 많은 질문을 했던 사람들, 그리고 나의 글을 보면서 호주에서의 희망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딱 한가지다.

"열정을 가지고 가라. 그리고 자신의 목표를 확실하게 정하라"는 말.

  한번은 파랑새의 꿈 대구지부에 들른적이 있다.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떠나기 전, 사전 교육 일정이 있다고 했다. 그 때 호주 워킹홀리데이에 대해서 이야기 해 주던 분이 해 준 말이 생각난다.  "자신의 목표를 확실하게 해야한다."

돈이면 돈, 영어면 영어. 하나라도 건져야 한다. 일단 한가지에 목표를 두고 열심히 하라는 뜻이다.


  나의 목적은 돈이었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여행 경비.
호주와 남미, 중미, 미국 여행을 위한 여행 경비가 필요 했다.
그리고, [나의 호주이야기를 보면 알겠지만] 결과는 성공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최근에 내가 호주에 있을 때, 친하게 지냈던 사람들과 연락을 한 적 있는데, 호주에서 일자리를 구하는 일은 여전히 힘들다고 한다. 하지만, 자신이 노력한다면 얼마든지 길은 있다고 생각한다.[나와 연락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정말 노력을 많이 하는 사람들이다. 그러기에 운도 따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2. 나의 이야기.

  처음, 호주 퍼스(Perth)에 갔을 때, 나는 정말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호주에 도착해서 무작정, 일을 구하러 다녔다. 처음 백팩에서 만난 아일랜드 가이 '말리키', 그리고 백팩에서 일하고 있는 한국인 스탭에게 들은 정보, 처음 간 교회에서 들은 정보 등 그들에게서 정보를 얻고, 계획을 짜고, 그리고 몸을 움직였다. 부지런히 다녔고, 필사적이었다.[여기서 멈추면 내 여행도 끝이라는 생각에]

  매일 아침,
  퍼스 시티(Perth city)의 에이전시가 문을 열기전부터 기다리다가, 문을 열자 마자 안으로 달려 들어가 직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항상 그들이 나에게 해 준말은, 일이 없으니 다음에 연락을 주겠다.였다. 나는 그런 말을 들을 때 마다 웃으면서 나왔다[마음은 좋지 않았지만]. 일자리를 얻기 위해 한국에서의 아르바이트 경험은 물론, 군대에서 했던 일도 거창하게 이력서에 써 넣었다. 물론, 하지 않은 일도 해 봤다고 적었다. 할 줄 모르는 것도 일단 할 수 있다고 우기면서, 대단한 능력자인 것처럼 행동했다.

  한번은,  the job shop 이라는 에이전시에서, 나에게 일자리를 주기로 했다. 그날 밤, 나는 기쁜 마음으로 모든 짐을 다 싸놨지만, 마지막에 그 일자리가 나와 같은 에이전시에서 일을 구하던 프랑스애들에게 넘어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나는 끓어 오르는 분노를 억지로 꾹 눌러서 참았다. 아니 분노를 누를 수 밖에 없었다. 그 프랑스 애들은 트랙터 자격증이 있었고, 나보다 영어를 잘 했기에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여기서 내가 화를 내면, 혹시라도 나에게 돌아올 지 모르는 다른 일자리 마저 없어질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런 일을 겪으면서도, 매일 에이전시에 드나들었다. 나는 내가 성실하다는 것을 보여 줘야 했고, 부지런 하다는 것을 보여줘야 했고, 나는 결국 일자리를 얻을 수 있었다.[나를 믿게 만드는 방법은 부지런함을 직접 보여주는 것 뿐이었다]

  두 번째 일을 구할 때는 더 힘들었다. 나에게 남은 시간은 얼마 없었다. 거기다가 여행을 위한 자금은 충분하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비행기 푯값은 치솟고 있었다.

  매일 아침, 모두가 잠들어 있는 시간 일어나서 씻고, 백팩에서 제공해주는 아침을 먹고, 백팩에서 제공해주는 빵과 잼으로 도시락을 쌌다. 그리고 공장 지대를 돌아다니면서 어플리케이션을 썼다. 공장 지대의 길 모퉁이에 앉아, 심란하고 우울한 마음으로 맛없고, 건조한 빵을 질겅질겅 씹던 기억이 있다.
  
  때로는 무턱대고 공장 오피스를 찾아다녔다.,그리고는 직원에게 인터뷰 하러 오라는 전화를 받았다며, 인사 담당자를 만나게 해 달라고 떼를 쓰기도 했다. 그럴 때면, 문전 박대를 당하기도 하고, 인사 담당관을 만났지만 거절 당하기도 했고, 미친놈 취급을 당하면서 쫓겨 나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절박한 심정이었기에, 무엇이든 하려고 달려든 것이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말이다.

  한때는, 공사장에서 노가다라도 할 요량으로, 블루 카드(Blue card : 공사장같은 곳에서 일하려면 필요한 카드)를 만들기 위해, 신문 광고를 뒤져 가장 싼 가격으로 블루 카드를 발급해 주는 직업 훈련소에 가서 교육을 받고, 시험을 보고, 블루 카드를  발급 받았다. 블루 카드 발급을 위해 교육을 받는 내내, 혹시나 교육을 받고 나서 시험에 불합격 하여 블루 카드를 받지 못할 까봐, 필사적으로 문제를 풀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중고차 매장들을 돌아다니며, 세차라도 할 수 있게 일자리를 달라고 해 봤고, 이삿짐 센터에도 찾아가서 물건을 잘 나른다고 일을 시켜 달라고도 해 봤다.
  매일, 혹시 오늘은 내가 어플리케이션을 쓴 공장에서 전화가 오지 않을 까.라는 생각에 항상 전화기를 붙잡고 전화벨이 울릴 때 마다 가슴을 조리던 적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노력한 만큼 운이 따랐고 좋은 일자리를 구할 수 있었다" 


  처음, 농장에서 일을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내가 이력서를 넣었던 에이전시에서 연락이 온 적이 있다. 일자리가 생겼다고 연락이 온 것이었다. 그것도 내가 열심히 눈도장 찍은 결과가 아닌가 싶다.
  어플리케이션 쓰러 갈 때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었고, 에이전시에서도 직원 앞에서는 항상 웃는 얼굴르 그들을 바라봤기 때문이 아닐까.



3.

  "사람을 잘 만나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한국 사람이라는 걸 이용해서 한국 사람이 한국사람을 상대로 등쳐먹는 사람이 많다고들 하는데, 그런건 정말 자기가 잘 판단해서 피해야 한다. 누구도 그 상황에 도움을 줄 수 없다.

  개인적으로 생각할 때는, 만나는 사람들 대부분은 착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일부는 정말 쓰레기같은 친해지기 싫은 사람이 몇 몇 있다는 것이 문제다] - 나는 모든 사람이 나보다는 착하다는 생각을 하며 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처음 호주에 갔을 때 만났던 유동환 형님.정말 고마웠다.[그땐 차마 말을 못했고, 마지막에 인사도 못하고 떠나서 죄송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퍼스, 라이프라인(Life line)장로 교회 사람들 그리고 지금은 영주권 준비하고 있을 형진이형, 영희누나 등 나에게  많은 도움을 준 사람들 모두에게 고맙게 생각한다.
   호주에 갔을 때, 처음 나의 룸메이트가 되었던 아이리시 가이(Irish guy) 말리키.[밤마다 함께 악기를 연주하며 즐거운 생활이 될 수 있게 해 준 친구다], 처음 농장 일을 할 때, 같은 팀에서 일하게 된 너무 착해서 탈이었던 스티브 형님, 지금은 한국으로 돌아온 희훈이형 그리고 아직 호주에 있는 창욱이, 지훈이형 등. 특히 농장에서 같이 일했던 사람들은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내가 너무 열심히 일해서, 형들이 나에게 구박을 많이 했지만, 모두들 함께 해 주었기에 고마웠다.]
 
 나와 함께 있던 모든 사람들이 나의 목적을 알고 있었기에, 나의 마음을 잘 이해해 주었다. 단기간에 최대한 돈을 많이 벌고 싶어하는 나를 다 이해해 주었다. 맨날 나에게 쫌생이라고 놀리면서도 나를 많이 도와 주었던 사람들. 카날본에서의 사건과 퍼스에서의 재회. 나에게 친절하게 대해주고 많은 걸 베풀고 알려주었던 외국인들. 많은 사람들에게 감사한다.


난 사람을 만나는 것에 있어서, 운이 좋았다. 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호주로 가는 모든 한국인들,
꿈과 열정을 가지고 떠나는 한국의 젊은이들.
모두 "성공[성공이라는 말을 하는 것 자체가 좀 웃기지만]"하길 바란다.


- Winthrop, 프리맨틀 공장 다닐 때 살던 곳.


- 퍼스 시티,



- 시티의 입구

 


- 론돈아이? 런던아이 모조품 ㅋ



- 교회 사람들과 처음이자 마지막 나들이



- 불크릭 스테이션.



- 퍼스 시티 맥도날드



- 팸버튼 포도밭



- 불스브룩(Bulls brook) 판자촌



- 휴게소



- On the Road



- 스카이다이빙




- Mr, 드루먼(Drument). 처음 널 만났을 때 정말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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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시리아, 하마(Hama) - 만난다는 것은 헤어짐과 동의어 (Syria, Hama)

- 길을 걷다, 세계여행/여행, 그리고 에피소드 · 2011. 12. 10.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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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만남. 만나다.

  만나다.【…을누군가 가거나 와서 둘이 서로 마주 보다. 혹은, 인연으로 어떤 관계를 맺다.는 의미로 많이 쓰이는 말이다. 만난다는 것. 그것은 약간의 설렘을 수반한다.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약속된 시간에, 약속된 장소에서 누군가를 기다릴 때, 그 기다림 속에는 설렘이 깃들어 있다.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이 좋은 이유는, 만나는 행위가 이루어 지기 전 어떤 일련의 과정이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만나기 전, 당신의 마음 속에는 만날 대상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담겨있을 것이고, 그[또는 그녀]를 만나기 위해 그 사람을 기다리는 행위 속에는 기대감[상대방이 언제, 어떤 모습을 하고 나타날까.같은 부류의 기대감]과 설렘이 있기 때문이다.

  황지우 시인시(詩) 중에는 '너를 기다리는 동안'이라는 시가 있다.
   네가 오기로 한 그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 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다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에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후략….


  우리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불과 15년 전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다양한 경로를 통해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약 15년전 유행하던 PC통신 천리안, 나우누리 등에서 서비스하던 채팅을 비롯해서, 인터넷을 이용하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채팅 서비스를 통해 대화를 나누고, 동호회에 가입을 하고 모임을 갖기도 한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대화상대를 찾아 대화를 하고 만남을 가지기도 한다]. 다양한 경로를 통해서 사람을 만나더라도, 그 곳에 항상 존재하고 있는 것은 바로 설렘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설렘이 있던 자리를 이별[헤어짐]이라는 녀석이 채우게 된다. 요즘 처럼, 사람을 쉽게 만나는 시대에는 헤어짐도 더 빨리, 쉽게 찾아오기 마련이다.

  여행.을 하다보면,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그 중에서도, 여행을 하고 있는 다른 여행자들을 만날 수 있다. 여행을 하면서 만나는 여행자들에게는 서로에게 끌릴 수 밖에 없는 요소가 있다. 그들은 서로가 같은 처지에 놓여 있다는 사실. 이런 이유로, 여행자들은 서로에게 많은 경계를 하지 않으며, 좀 더 포용적인 마음을 가질 수 있다 . 하지만 알고 있다. 누가 말하지 않더라도, 알고 있는 한가지 사실.

  우리들은 언젠가는 헤어져야 한다.사실.

 
2. 어떤 경우-

  [지금은 상상 할 수 없을지도 모를 사람이 많이 있겠지만] 휴대폰을 가진 사람을 주변에서 찾아보기 힘들던 시절이 있었다[그 시절은 '삐삐'와 '공중전화'그리고 '집 전화'가 긴요한 통신 수단이었다]. 그 시절, 인터넷이라는 것이 서서히 보급되던 시절이었다. 모뎀이 "삐이이-지지직'대는 소리를 내며, 집 전화를 불통상태로 만들면, 온라인 세상이 열렸다. 그 시절, 나는 매일 밤 [PC통신]천리안에서 나와 다른 곳에 사는 누군가와 대화를 하기 위해 채팅방을 찾았고, 다른 사람들이 올린 자료를 보기 위해 자료실을 뒤적거렸으며, 동호회라는 곳에 가입을 해서 여러가지 글과 정보를 공유했다. 
  몇 년 후, 하나포스, 메가패스 등의 초고속 인터넷들이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하나, 둘씩 천리안을 떠났다[가입해지 했다]. 그러는 과정에서 나와 돈독한 관계를 맺었던 사람들은 하나, 둘씩 기억 저편으로 사라져 갔다. 그 때, 미처 나의 연락처를 알려 주기 전에 갑작스럽게 해지가 된 경우도 있었고, [멋있는 척 하며]통신[그 때는 '온라인'을 지칭하던 말]에서 만난 관계는 통신에서 끝내자.라는 말을 하며 관계를 정리하기도 했다.

  천리안, 나우누리 등 PC통신 시대를 지나, 랜선(LAN), 무선인터넷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많은 온라인 커뮤니티들이 활성화 되었다[프리챌, 다모임, 세이클럽...다음 카페, 네이버 카페 등].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끼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교류를 하면서 친분을 쌓기도 하고, 정모를 통해 친목을 다지기도 했다. 그렇게 새로운 만남은 계속되었다.
  하지만, 그런 만남 속에서도 헤어짐은 늘 존재했다. 갑작스럽게, 친하게 지내던 누군가가, 돌연 - 클럽을 탈퇴해 버리고. 휴대폰번호 마저 바뀌어 버리는 일들이 종종 있었다. 그럴 때면, 이렇게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이제, 그 사람과도 끝났구나.  

  온라인, 통신 매체를 통해서 만난 사람과의 관계는 통신 기기, 통신 매체의 단절이 발생하면- 그 사람과의 관계도 단절이 된다. 어떻게 본다면, 참으로 맺고, 끊기 쉬운 인간관계다.



3.  하마(Hama, 시리아 중부의 도시. 수차(水車)가 유명하다)

  라타키아(Latakia)를 떠난 버스가 하마 버스터미널로 들어오고 있다. 하늘은 파란 바다에 흰 물감을 풀어 놓은 듯 하다. 한 낮의 버스 정류장은 뜨겁다. 태양 나를 비추고 있다. 나는 어디로 가야하지?

  일단, 하마로 돌아왔다. 아니, 돌아왔다고 하기보다는 하마에 도착했다고 하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알레포(Aleppo)에서 다마스커스(Damascus)로 향하는 버스에서 몸을 실었을 때, 중간 기착지가 하마였다. 그 때, 나는 하마의 버스터미널에서 차를 마셨다. 옆 자리에 앉았던 한 남자가 버스 티켓에 붙어 있는 쿠폰으로 차를 마실 수 있는 곳을 안내해 줬었다. 하마로 이렇게 일찍 돌아올 줄 몰랐다. 나는 막막했고, 피곤했다. 어제는 라타키아 버스터미널의 벤치에서 노숙을 했다.

  지도 한 장 없다. 어디로 가야 할 지도 모른다. 지금 내가 바로보고 있는 방향도 모른다. 아는 사람도 없다. 아랍어도 할 줄 모른다. 도대체, 지금의 나는 할 줄 아는게 없다. 나는, 버스터미널 주변에서 사람들에게 말했다. 시계탑이 어디에 있는 줄 아냐고.

  터키 아다나에 있을 때 인터넷으로 검색을 했다. 하마. 하마에 가면 리아드 호텔(Riad hotel)이 있다. 그 곳은 한국 사람들과 일본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그럼, 그 곳으로 가면 뭔가 정보를 얻을 수 있겠지.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래, 하마에 가면 리아드 호텔로 가면 되겠구나. 라고 생각했다.

  지금, 리아드 호텔에 가고 싶지만, 갈 수가 없다. 어디로 가야하지? 몰랐다. 딱, 한가지만 빼고.
호텔 근처에, 시계탑이 있다는 정보. 시계탑으로 가면 뭐라도 해결 되겠지.라는 생각에 사람들에게 말했다. 클락타워. 클락타워. 사람들은 알아 듣지 못했다. 내 손목의 시계를 가리키며, 타워, 타워를 외쳤다. 나에게 시간을 가르쳐 준다. 시간은 나도 알고 있다고!



4. 시계탑.

  태양이 큰 배낭을 메고 있는 한 남자를 비추고 있다. 그는 지쳐 보인다. 사람들에게 뭔가 도움을 요청하는 듯 했지만, 만족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는 시계탑을 찾아가려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근처에 있는 리아드호텔을 찾아가려고 하는 것 같았다. 그는 생각 했다. 시계탑은 보통, 시내에 있다. 그럼 시내로 가자.라고. 그리고, 다시 말했다. 시티, 시티 센터. 그러자 한 남자가, 손짓을 한다.

  그는 그 곳으로 몸을 움직였다. 작은 미니버스를 타는 곳이다. 거기서 물었다. 클락 타워, 시티, 시티 센터. 작은 봉고가 그를 싣고 달리기 시작했다. 운전기사가 그에게 뭔가 말했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대답했다. 클락 타워, 리아드 호텔, 시티 센터. 그 때, 보조석에 앉았던 남자가 리아드 호텔! 이라는 말을 내뱉는다. 작은 봉고는 어디선가 멈췄고, 나에게 내리라고 한다. 그러더니, 보조석에 앉은 남자가 손짓했다. 리아드 호텔쪽을 가리켰지만, 그는 거기에 리아드 호텔이 있는 지 모른다. 그는 그 쪽으로 걸었다.

  거리의 사람에게 물었다. 리아드 호텔? 지나가던 사람이 손짓했다. 저- 쪽. 그는 손끝이 가리키고 있는 곳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 곳에 있었다. 리아드 호텔. 그는 구세주를 만난듯 마음이 놓였다. 뭔가- 대단한 것을 발견한 것 같이 기뻤다. 오! 리아드 호텔! 나의 구세주여. 라고 외치며 그 곳으로 달려갔다.

  그는, 프론트로 가서 체크인을 했다. 돈을 지불했다. 안내를 받았다. 4인 도미토리룸이다. 프론트에서는 너의 친구들을 만날 수 있을거야.라는 말을 남겼다. 내친구들? 이라고 그는 반문했다. 프론트에서는 대답없이 웃음을 지었다. 그가, 호텔 한쪽의 침대에 짐을 풀고, 샤워를 하고, 누워서 쉬고 있을 때 - 한 무리의 남자들이 들어왔다. 3명의 남자. 셋다 일본인이었다. 아, 내 친구들. 프론트의 남자는 그가 일본인 인줄 알았나보다.

  그는 키친을 어슬렁 거렸다. 저녁에 뭘 먹을까? 일본인 룸메가 추천해준 파르페 가게에 가서 사 먹을까? 아니면, 가방에 든 재료를 가지고 음식을 해 먹을까. 그러다가, 한 무리의 한국인들을 만났다. 안녕하세요?. 아, 안녕하세요?. 그는 정-말 오랜만에 만나는 한국 사람들이었다.



5. 밤거리.

  저녁, 윗층 주방 옆 식탁에 사람들이 모여 있다. 한국 사람 여럿이서 술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나는 혼자 였지만, 그들에게 인사를 하고 합석을 한다. 간단하게, 소개를 한 후- 염치 없이 음식들을 나눠 먹는다. 아, 내일은 뭐할지 모르겠어요. 아직 정해진 게 없어서. 내일은 그냥 하루 푹 쉬면서, 뭐 할지 좀 생각해 봐야 겠어요. 

  오랜만에 푹-잤다. 오랜만에 마음이 편하다. 걱정없이, 편-하게 하루를 보낼 수 있다. 시장을 둘러보고, 사진을 찍는다. 사람 사진, 풍경 사진. 거리를 걸으며, 거리를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보며 생각한다. 차도르를 걸친 여성들. 불편하지 않을까?

  숙소로 돌아 왔다. 어젯밤 보았던, [나보다 어려 보이는]여자애가 서 있다. 안녕하세요?. 아, 안녕하세요. 오늘 뭐했어요? 그냥, 길거리 돌아다녔어요. 오, 저도 그냥 돌아다니다가 들어왔는데, 어디 좋은데 발견했어요?. 아니요, 그냥 그랬어요.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역시, 나보다 어리다. 잠시-지만, 그 여자애가 부럽다고 생각해 본다. 그리고, 잠시- 대단하다고 생각해 본다.  

  나에게 말했다. 오빠, 그거 봤어요? 아까 돌아다니다 보니까, 길거리에 찐옥수수 팔던데. 찐옥수수? 먹어봤어? 나 완전 그런거 좋아하는데. 아, 진짜요? 나도 그런거 좋아하는데, 먹으러 갈래요?. 좋지- 진짜 오랜만이다, 그런거 먹는거. 우리는 거리에서 찐 옥수수를 사 들고, 길 옆에 앉아 목수수를 먹는다. 내가, 생각하던 한국의 맛은 아니지만 그래도 좋았다. 중동[모든 것이 이국적으로 느껴지는 곳]에서 한국에서만 맛 볼 수 있을 법한 그런, 한국적인 느낌이 나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그리고, 이런 곳에서 그런 음식을 먹으며, 대화를 나누며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사실이 좋았다.

  내일은 뭐해?. 내일, 전 크락데슈발리에 가보려고요. 크락데슈발리에? 들어 본 것 같은데,, 어제 같은방 일본애들이 갔다왔다던 곳인가?. 아마 그럴거에요, 여기서 꽤 유명한데. 아, 그래? 난 아는게 없어서. 일본 애니 '천공의 성 라퓨타' 모델이라던데, 이쁘다고 하더라고요. 아, 한 번 가봐야 겠네. 같이가요, 내일. 그러자. 거기, 가는 방법도 까다로워서 혼자 가려면 힘들다던데, 잘됐다.  

  우리는 거리를 걷는다. 어느 작은 갤러리에 들러, 그림을 구경한다. 시리아- 사회주의 국가, 독재 국가. 속에서 예술을 하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자유에 대한 갈망들이 작품속에 드러나 있음을 느꼈다. 갤러리를 관리하는 사람이 우리에게 차를 한 잔 주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한다. 여자애가 덧붙였다. 전, 중동와서 이렇게 차를 얻어 먹을 기회가 많네요. 훗- 웃음을 머금었다.

  어둠이 깔린 하마 거리에는 많은 사람들이 나와 있었다. 카페에서 차를 마시는 사람, 거리 곳곳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 거리는 여유로워 보였다. 무덥지 않은- 가끔은 건조함이 몸 속을 파고드는, 건조한 공기가 피부를 감싸고 있는 도시. 우리는 호텔로 발걸음을 옮겼다.



6. 크락데슈발리에.

  도시에 태양이 서서히 비치기 시작했을 때, 그들은 호텔을 나섰다. 아직은 도시가 달궈지기 전이다. 호텔 근처의 빵가게에서 빵을 샀다. 빵을 많이 사지는 않는다. 적당히. 둘 다, 아침을 가볍게 먹는다. 점심 식사도-간단히 적당량만. 배부르지 않게. 큰 버스를 타고, 작은 봉고차를 타고, 크락데 슈발리에로 간다. 그들은 한 번, 버스를 잘못타서 도시를 뱅뱅 돌았다. 이런- 뭔가 느낌이 이상하다 싶더니, 역시나 였다. 그들은 우여곡절 끝에 크락데 슈발리에에 도착했다.

  마을의 산등성이. 그 위에, 하얀- 성이 홀로 우뚝 서 있다. 십자군 성(城). 그 옛날 십자군 전쟁때 이곳에서 수 많은 사람들이 죽음을 맞이 했겠지.라고 그는 생각했다. 학생 할인으로 입장권을 끊고 안으로 들어갔다. 긴-통로. 성은 크다. 좀 이른 시간이라서 그런지 사람이 많지는 않다. 조용하다. 햇살이 성의 무너진 틈새와 작은 창을 통해 들어왔다. 통로의 어둠은 작은 구멍을 통해서 들어오는 빛에 의해 상처를 받기 싫은 듯, 주위로 물러나 있다. 그는 작은 창으로 바라보는 바깥세상은 아름답다.고 생각해 본다.

  그는, 작은 배낭 하나와 잠베를 들고 왔다. 바람이 성의 망루에 서 있는 그들의 피부를 스쳐 지나간다. 그녀가 말했다. 오빠, 잠베 연주좀 들려 주면 안돼?. 그는 조용한 곳에 앉아 잠베를 연주 해 볼 요량으로 잠베를 들고왔던 터라, 성의 망루에서 잠베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둔탁한 음이 무너진 성의 벽돌을 두드린다. 고요한 가운데 울려 퍼지는- 잠베의 둔탁함. 곁은 지나던 관광객들은 잠시 멈추어 그 모습을 지켜 보기도 한다.

  그들은 성의 이곳저곳을 헤집고 다녔다. 사진을 찍고, 올라가고, 내려가고. 바라보고. 어느덧 태양은 머리위를 지나 슬슬, 서쪽을 향해 가고 있다. 사진 찍어 줄까?. 그가 말했다. 그녀는 거절한다. 난, 내가 나오는 사진은 안찍어. 그의 카메라로, 한 컷 찍어주려 하자 그녀는 거절한다. 안찍어도 돼, 괜찮아. 
  그도, 그 자신이 나오는 사진을 잘 찍지 않지만, 그래도 가끔은 자신이 나온 사진을 찍고 싶을 때가 있긴 했다. 하지만, 절-대. 자신의 사진은 찍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특이하다고 생각했다.

  크락데슈발리에를 떠나는 차를 타기위해 그들은 성에서 내려왔지만, 그들을 싣고 그곳을 떠나 하마로 돌아가 줄 자동차는 없었다. 그들은 성 아래 마을을 향해 내려왔다. 그는 말했다. '히치'해서 갈까?



7. 다시, 하마.
 
  카페에서 맥주를 마신다. 하마, 왠지 편안한 느낌이 든다. 그녀는 하마를 떠나면, 이집트를 향해서 간다고 한다. 나는 반대 방향이다. 나는 이제부터 계속 북쪽으로 가야한다[물론 반드시 가야하는건 아니지만]. 서로의 가까운 미래에는 서로의 여행 계획이 있다. 그녀는 이집트로 간 다음, 그리스를 거쳐 이탈리아로 간다고 했다. 이탈리아에서 방학을 맞아 이탈리아 여행을 온다는 친구를 만나기 위해. 나는 터키를 지나, 그리스로 간다고 했다. 그럴리는 없겠지만, 우리가 그리스에서 우연히 만날 수도 있겠네.라고 말한다. 풋- 그럴리가.

  나는 그리스를 지나, 러시아 상트페트르부르크까지 북쪽으로 북쪽으로, 그리고는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야한다. 그래, 그게 내 계획이다. 여행의 수 많은 목표 중 하나다. 여행자에게는 자신의 여행 목적, 목표에 대한 집념이 있고, 그 집념을 깨기는 어렵지.라고 생각해 본다.

  아침, 하마에는 여전히 건조한 공기가 머무르고 있었고, 태양이 공기 사이로 파고 들었고, 빵집에서는 빵이 구워졌다. 나는 오늘 하마를 떠나 알레포로 간다. 
  큰 길가에서, 버스터미널로 가는 봉고차를 타기 위해 호텔 문을 나섰다. 몇 명의 여행자들이 배웅을 나온다. 오랜 시간 그들과 함께 한 것 같지만, 사실은 며칠 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아쉽다는 마음이 든다.

  호텔에서 봉고차를 타러 가는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생각이 든다. 그녀에게 이메일 주소나 페이스북 주소라도 알려줄까. 말까. 다른 사람들의 주소라도 물어볼까. 말까. 길가에서, 봉고를 기다리며 그녀의 얼굴을 쳐다본다. 오묘하다. 그녀도 아쉬워 할까? 
  여기 까지 걸어오는 길에, 결정을 내렸다. 우리가 인연이 된다면, 언젠가 또 다시 만날 기회가 있겠지.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입 밖으로 한 마디 말이 흘러나와 바닥에 떨어졌다. 여행 잘 해. 어색한 미소가 그 뒤를 따른다.

  만난다는 것은 헤어짐과 동의어. 여행은 수 많은 만남과 헤어짐이 반복되면서 완성되는 것이다. 라는 말을 만들어 봤다.






- 성 위에서,



- 성 벽의 통로.


- 햇살



- 그림자,


- 마을의 아이들. 거인과 난장이


- 우리를 큰 길까지 태워다 준, 배달부.


- 리아드 호텔



- 하마의 수차.


- 수차와 수로


- 하마의 시계탑

- 갤러리,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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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콜롬비아, 보고타 - 친절한 그녀. 소매치기일리가..(Colombia, Bogota)

- 길을 걷다, 세계여행/여행, 그리고 에피소드 · 2011. 11. 17.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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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호의[친절한 마음]

  길을 가고 있는 상황에서[혹은 어딘가 낯선 장소에 있을 때], 갑자기 누군가가 당신에게 호의를 베푸는 행동을 한다면 당신은 상대방에 대해서 어떤 생각이 드는가? 아마도, 당신은 '경계'하게 될 것이다. 상대방을[그 강도가 어느 정도냐에 따라서 그 기준이 애매할 수도 있지만]. 우리는 현대 사회를 살아가면서[더 정확히는 현대의 도시(都市)에 살아가면서] 다른 [낯선]사람들을 경계하게 된다. 처음 보는 사람이나, 평소에 얼굴만 조금 알던 사람[혹은 한 두번 밖에 못 본 사람]이 갑자기 친근한 태도를 보이거나 호의를 베푼다면 대부분은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저 사람이 왜이러지. 나한테 부탁할 것 있나. 무슨 의도야.

  우리는 안면이 있는 사람들[안면은 있지만 친근함의 정도가 0에 가까운 사람]에게서 받는 호의조차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처음 보는 사람이 당신에게 호의를 베풀기 위해 접근을 한다면 당신은 어떤 생각이 들까? 현재 당신이 위치한 곳이 낯선 장소라면 주변 사람들을 경계하는 것은 당연한 태도라고 할 수 있다. 

  요즘은 다른 사람[모르는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도움을 받는 것[좀 힘들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판단되는 선까지]을 꺼리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이는 스스로, 혼자만 잘 하고 잘 살면 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진 데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또, 이런 부류의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 있어서 인지도 모르겠다.

  저기요, 제가 관상을 좀 볼 줄아는데요. 도를 아십니까. 교회 다니시나요.를 부르짖고 다니는 여러 부류의 사람들.



2. 지하철을 반대 방향으로 타면 어쩌지?

  지하철 5호선.군자역[정확히 말하면 5.7호선 환승역이다]. 한 여자가 스크린도어 앞에서 서성이고 있다. 그 곳이 초행길인 것 처럼 보인다. 밤 늦은 시각. 열차운행은 서서히 뜸해지고 있었다.
  
  방화 방향 열차가[5호선은 방화 방향과 상일동, 마천 방향 두 코스로 나누어지고, 상일동, 마천 방향은 상일동행과 마천행으로 나뉜다]가 플랫폼으로 들어온다. 스크린도어가 열리고, 열차는 한 무리의 사람들을 토해낸다. 7호선 플랫폼으로 가려는 사람들은 발바닥을 땅에 바쁘게 부딪었다. 그 여자는, 스크린도어 앞에서 머뭇거리고 있다. 지금 막 도착한 열차에 올라야 할 지, 오르지 말아야 할 지 확신이 서지 않는 모양이다. 그녀는 사람들에게, 묻기 시작한다. 저기요, 이거 마천가는 건가요?

  나는, 피곤한 몸을 열차에 실었다. 올림픽공원을 지나는 주말의 열차는 사람으로 가득 차 있다. 올림픽공원에서부터 나를 따라온 피로가 함께 열차에 올랐다. 열차는 다양한 표정을 싣고 달린다. 강동, 천호역을 지나 군자역에 가까워 지고 있었다. 나는 7호선 군자에서부터는 앉아서 갈 수 있기를 바란다. 너무 많은 발걸음을 한 탓에, 오늘 하루 종일 너무 오래 서 있었던 탓에 앉아서 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나의 발바닥은 나에게 투덜대고 있다. 오늘은 할 만큼 했다고. 

  This station is Gunja. 기계의 울림이 열차 안에 울려 퍼진 후, 열차는 군자역에 멈춰선다. 열차의 출입문 앞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 들었다. 그들의 표정은 다양하다. 100m 출발선에서 출발 신호를 기다리는 듯. 문이 열리기를 기다린다. 문이 열리고, 한 무리의 사람들이 쏟아져 나갔고, 나도 그들과 함께 열차로 들어오려는 사람들의 시선을 스쳐 지나간다. 나의 시선은 재빠르게 무언가를 찾고 있다. ←7호선 갈아타는 방향.

  한 여자가 나에게 말을 건다. 저기요. 내 시선은 본능적으로 그 여자를 향한다. 그 여자는 말을 이었다. 마천 가려면 이쪽[내가 열차를 타고 온 쪽]에서 타면 되나요? 아, 아니요. 반대 쪽에서 타세요[바로 뒤쪽].라고 말하면서 뒤쪽을 가리켰다. 아 네, 고맙습니다.라고 조용히 덧붙였다. 아, 잠시만요. 네? [나는 상황 스크린을 확인 해 보고 말했다] 다음 열차 타면 되네요. 이쪽은 상일동행이랑 마천행이랑 열차가 다르거든요.라고 덧붙였다.

  나는 가볍게 목례를 하고, 7호선 플랫폼을 향해 발바닥을 부딪었다. 초행길, 친구집을 찾아가나? 왜 내 앞의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도움을 무시한 채 그냥 스쳐 지나갔을까?를 생각하며, 그녀의 시선에서 빠져나갔다.


3. Grasias?[스페인어, 감사합니다.]


  호주를 떠난 비행기는 L.A공항에 도착했다. 따뜻했던[더웠다고 하는 편이 맞다. 호주는 여름이었으니까] 공기는 불과 11시간만에 차가움으로 바뀌어 내 피부에 닿았다. 강철빛 하늘은 이 곳은 겨울.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역시 겨울은 저런 하늘이 어울려.라고 생각해봤다. L.A공항의 몽환적 분위기는 그 곳에 오래 머물고 싶지 않게 만들었다[나는 곧 다른 비행기를 타고 멕시코시티(Mexico City)로 향해야 했기에 오래 머물 수도 없었다]. 멕시코행 비행기가 보딩(Boarding)을 시작했다는 메시지가 전광판에 나타났다. 나는 기계적으로 내 몸을 움직였다[파블로프(Pavlov)의 실험에서 개가 종소리를 듣고 침을 흘리던 것 처럼] 비행기에 내 몸을 싣기위해 이동했다.

  피곤했다. 제대로 잠을 잘 수 없는 비행이었다[언젠가부터 비행기에서 잠을 잘 수 없었다]. 창 밖에는 바다와 구름이 펼쳐져 있었다. 언제 도착할까. 생각을 해 보았다. 기내 방송이 흘러 나왔다. 나는 뭔가 다르다는 것을 느꼇다. 뭐지?. 생각을 해 보았다. 기내 방송의 언어. 어느새 내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바뀌어있었다. 귀에 거슬렸다. 그래서 내 귀에 더 각인되었다. 마지막 한 마디밖에 듣지 못했다. Grasias(그라시아스).

  멕시코시티 공항에 도착했다. 혼란스러웠다. 내가 알던 표지판의 언어가 아니었다. 특이했다. 내 눈은 가장 먼저 낯섦을 인식했다. 내 몸도 이 곳이 낯선 곳이라는 것에 동의했다. 낯.설.다. 라는 것[어떻게 보면 이 낯섦이 여행에서 느끼는 묘미중 하나이다]

  영어가 없었다[전 세계의 어느 공항을 가도 볼 수 있었던 것이 영어였기에, 당황했다]. 오직, 스페인어였다[멕시코는 스페인어를 쓰는 국가였다]. 나는 어디로 가야하지? 그 낯섦은 나에게 말해주고 있었다. 여기 부터. 라틴 아메리카(Latin America). 스페인어를 공부해야 살아 남을 수 있음. 이라고.

  나의 유일한 생존 수단은, 비행기 티켓. 다른 건, 쓸모 없었다. 내가 가진 언어는 모조리 쓸모 없는 것이었다. 내가 가진 언어로 대화할 수 있는 대상은 없었다. 나는, 여권과 비행기 티켓을 손에 쥐고 물었다[물었다기 보다는 보여주었다], 사람들에게. 사람들은 손짓을 해 주었다. 손짓은 만국 공통 언어였다.


4. 버스에 올랐다.

  멕시코시티의 하늘로 치솟은 비행기는 콜롬비아의 수도 보고타로 떨어졌다. 하늘에서 본 카리브해는 아름다웠다. 그는 콜롬비아에 대해 생각했다.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세계 1위의 범죄율을 자랑하는 곳. 보고타.라는 것이었다. 그는 론니 플래닛 남아메리카(Lonely planet South America)의 콜롬비아 부분을 읽는다. 어떻게 숙소가 있는 지역까지 가야하지?를 생각하며.

  공항 앞에서 버스에 올라탔다. 소형 버스였다. 콜롬비아에서 가장 저렴한 교통 수단이었다[공항에서 시내까지 가는 가장 저렴한 교통 수단이기도 했다]. 그는 어떤 버스를 타야할 지 몰랐지만, 그냥 무턱대고 버스에 오른 것이다. Centro 라고 유리창 앞에 적힌 버스는 그를 싣고 달렸다. 그 버스를 타면, 시내로 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그는 버스에 올랐던 것이다.

  그가 가진 지도에는 그가 내려야 할 곳의 위치는 나와 있었지만, 버스의 노선도 따위는 나와있지 않았다. 그가 첫 발을 내딛은 공항의 위치도 표시되어 있지 않았다. 그는, 물을 사람이 없었다. 그의 말을 알아듣는 사람도 없었다. 그와 함께 하는 건 오직 '느낌'뿐이었다. 버스는 신나게 달렸다. 새로지은 빌딩들이 즐비한 곳을 지나쳤다. 그는 불안했다. 저 곳이 시내 중심가인가? [완전한 시내 중심가 처럼 보이지 않았기에]그는 긴가민가했다. 불안했다.

  저 멀리, 높은 빌딩들이 또 보였다. 깔끔한[새로 지은듯한] 느낌이 나는 빌딩들이 모여있던 지역은 서서히 버스의 매연 속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그는 점점 불안해졌다. 창 밖엔 낮은 집들만이 보였다. 시장과 상점들이 모여있는 곳을 지나고, 거리는 어지러웠다[공사를 하고 있었다]. 이제, 주변에 보이는 모든 건물들이 1층 또는 2층이었다. 불안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혹시, 내가 시내를 한참 지나친 것은 아닐까? 그는 생각했다. 그리고, 버스의 하차 벨을 누른 다음, 가방을 주섬주섬 챙겨서 버스에서 뛰어 내렸다.

  버스는 시커먼 매연을 내뿜으며, 저 멀리 사라졌다.


5. 목적지가 어디에요?

  나는 지도를 펼쳐 들었다[지도를 펼쳐 든다고 해서 별다른 좋은 수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물었다[묻는다기 보다는 외마디 절규였다]. 센트로, 센트로(Centro, Centro). 내가 가려고 한 숙소[나는 숙소를 미리 예약하고 여행을 다니지 않기 때문에]의 위치는 센트로에 가까운 것 같았기에, 일단 시내로 가야할 것 같았다. 사람들은 손으로 가리켰다. 버스가 사라져간 방향.

  나는 버스가 지나간 흔적을 따라 걸었다. 30kg에 가까운 배낭을 메고, 한 손에는 론니플래닛을 들고, 한쪽 어깨에는 잠베(djambe, 아프리카 악기)를 들고 걸었다. 너무 섣불리 버스에서 내린 것을 후회했다. 한참을 걸었다. 땀이 났다. 잿빛 하늘 사이로 햇살이 떨어지고 있었다. 남미의 12월이었지만 생각보다 무더운 날씨는 아니었다[해발고도 3000m에 가까웠기에].

  걷다보니, 높은 빌딩들이 눈 앞에 보였다. 큰 길이 보였다. 많은 차량들이 움직이는 모습이 저 멀리 보였다. 아, 저기가 센트로인가? 걸었다. 또 걷고 또 걸었다. 저 앞의 큰 길과 고가 도로를 향해서 걸었다. 저 곳에 가면 뭐라도 있겠지. 라고 생각하면서 걸었다. 눈 앞에, 큰 빌딩이 나타났고, 그 빌딩과 나는 큰 도로 하나만을 사이에 두고 있었다. 신호를 기다리며 책을 들여다 보고 있었다. 어디로 가야 할까?


6. 그녀는 그와 헤어졌다.

  한 여자가 그에게 다가왔다. 스페인어로 무언가를 말하면서. 웃음을 머금고, 그에게 바짝 다가왔다. 그는 그 순간 보고타(Bogota)에 소매치기가 많다는 생각이 먼저 떠올랐다. 하지만 그녀를 범죄자라고 보기에는 너무나도 예쁜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물론 이쁘다고 범죄자가 아니란 법은 없지만]. 그는 그녀가 뭐라고 하는지 몰랐지만, 본능적으로 그녀에게 지도를 보여주며 지도 위에 표시된 한 지점위로 손가락을 가져갔다. 그녀는 뭔가 말했지만, 그는 알아들을 수 없었다. 당황스러움이 그의 얼굴에 가득 담겼다. 그러자, 그녀는 그의 팔을 감쌌다. 그리고, 뭐라고 말하면서 길을 건너기 시작했다.

   그는 더욱 당황했다. 어, 왜 팔짱을 끼는거지? 그의 몸은 순간적으로 긴장했다. 온 몸의 신경이, 그녀가 팔짱을 낀 쪽으로 쏠렸다. 소매치기인가? 소매치기는 아니겠지. 아무리 여기가 범죄로 악명 높은 도시라고는 하지만.

  그녀는 지도를 보며, 그를 안내했다. 길을 몇 개 건너고,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큰 길가였다. 상당히 높은 빌딩이 눈앞에 위치하고 있었다. 어느 순간, 그녀는 멈춰섰고. 그녀는 그에게 뭐라고 말했다. 빌딩과 가로수로 가려져 있는 길 저편을 가리키면서.
  그녀는 웃었다. 그는 아직까지 상황판단이 덜 된 상태였다. 몇 초 뒤. 그는 그 상황이 완전히 이해가 되었다. 그녀는 미소를 띠며 그의 귓가에 가벼운 숨결을 머물게 했다. 그리고, 알지 못할 스페인어도 몇 마디 남겼다. 그런, 그녀의 흔적을 그곳에 남긴채 저 쪽으로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다.

  그는 생각했다. 왜 그랬을까? 나는 왜 좀 더 친절하게 해주지 못했을까?. 그녀가 소매치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왜 하게 되었을까?


7. 걸었다. 그녀가 가리킨 방향으로.

   나는 걸었다. 그녀가 가리킨 방향을 향해서. 그러자, 지도에 표시된 건물들이 내 눈앞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아!. 탄식이 저절로 새어나왔다. 잿빛 구름들 사이로 간간히 보이던 햇살은 어느 새 자취를 감추고, 스산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빗방울이 하나 둘 떨어지기 시작했다. 나는 큰 건물의 로비로 뛰어 들어갔다.

  많은 사람들이 로비로 몰렸다. 어떤 남자가 말을 걸어왔다. 영어로 말을 걸어왔다. 반가웠다. 영어로 몇 마디 대화를 했다. 소나기라고 생각 했지만, 생각보다 길어지고 있었다. 나와 영어로 대화를 주고 받던 사람과 그의 친구들이 내 주변에 서 있었다. 내 가방 뒤에서, 뭔가 움직이는 불길한 느낌이 들었지만- 설마. 라는 생각을 했다. 설마 내 뒤에는 지금, 나와 좀전에 이야기 하던 남자가 있을 텐데, 그의 여자친구와 함께 있을 텐데. 설마.

  비가 그친 뒤, 사람들이 사라졌다. 누군가가 나의 어깨를 쳤다. 그의 손은 나의 가방을 가리키고 있었다. 나는 가방을 어깨에서 내려 그가 가리킨 곳을 바라 보았다. 가방이 열려 있었다.



-LAX


 - MEXICANA air

- 보고타 공항


- 보고타 거리


- 저렴한 버스. 어디를 가든 가격 동일

- 센트로 거리

-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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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인도, 스리나가르 - 최고급 투어, 갔더니 유배(流配)?! <2> -일주일간의 유배- (India, Srinagar)

- 길을 걷다, 세계여행/여행, 그리고 에피소드 · 2011. 11. 14.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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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게 바로 Culture Shock! 최고급 투어. 갔더니 유배?! <1>. (http://dwis.tistory.com/593)에서 이어집니다.


1. 눈을 떴다.

  사람의 말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눈을 떴다.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와 커튼을 흔들고 있었다. 햇살의 끝자락이 방 안에 살짝 들어와 있었다. 아, 피곤하다. 라고 느꼈다. 그리고, 어제 보았던 화장실에서의 장면이 머릿속에 떠 올랐다. 주변을 둘러 보았다. 바퀴-들이 혹시나 아직도 내 주변을 점령하고 있지는 않을까 라는 생각에.

  내가 바라본 그 곳엔 작은 무언가가 움직이고 있었다. 작은 벌레들. 나는 일어나 앉아 침낭을 접고, 짐을 정리하였다. 그 때 집 주인이 나를 보더니 아침을 먹으러 오라고 했다. 오믈렛과 식빵과 우유가 준비되어 있었다. 식탁은 없었다. 주방[주방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좁은 그 곳]의 바닥에 접시가 놓여 있었다. 할머니[어젯밤 나를 데리고 온 남자의 어머니였을 것이다]가 나에게 앉으라고 손짓했다. 나는 그곳으로 다가가 앉았다. 포크와 나이프가 준비되어 있었고, 우유를 한모금 마셨다. 우유를 마시면서, 접시위에 놓인 오믈렛을 바라보았다. 오믈렛 위로 떨어지는 햇살들 사이로 약간의 김이 피어올랐다. 햇살을 한껏 받은 오믈렛은 그리 맛있어 보이지는 않았다. 오히려, 청결하지 못한 음식처럼 보였다. 나는 생각했다. 일단 먹자.

  컵을 내려놓고, 오믈렛 위로 나이프를 가져갔다. 동시에 그 옆에서 더듬이를 쳐들고 나를 바라보고 있는 무언가를 보았다.
설마.
  설마. 아니겠지. 시력이 나쁜 나는 눈을 찡그렸다[조금 더 자세히 보기 위해].

  그 곳엔, 나를 바라보는 녀석 몇몇이 있었다. 그리고 그 녀석의 주변으로 시선을 돌렸다. 누가 앉아서 뭘 먹고 있든 말든 아랑곳하지 않고, 햇살을 받으며 주변을 거니는 녀석들도 보였다. 나는, 할머니를 바라보았다. 웃으며 나에게 말했다. 많이 먹어. 필요한거 있으면 또 말하고. 

  물아일체(物我一體)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말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암, 여기는 인도니까. 그래도, 바퀴들이 오믈렛 위를 기어다니지는 않았으니까. 라고, 합리화 시키면서, 어젯밤에 바퀴들과 함께 잤으니까.라고 합리화 시키면서, 여기는 인도니까.라고, 합리화 시키면서. 식사를 끝냈다.

  빨리, 그 곳을 떠나서, 휴양지로 가고 싶었다. 좀 쉬고 싶었다.



2. 유배지로 이동.하다.

  그는 모든 것에 관대해져 있었다. 뉴델리 공항, 국내선 청사를 활주로를 달리던 비행기는 얼마 후, 스리나가르 공항에서 멈추었다. 그 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마중나와 있었다. 그는 그들 중 한 명과 간단하게 이야기를 나눈 후, 하우스보트(House boat)로 향했다.

  스리나가르의 하늘은 음산했다. 델리의 따뜻했던 바람과 달리, 약간은 쌀쌀한 바람이 불고 있었다. 히말라야 산자락에서 흘러나오는 차가운 기운이었다. 강철빛 하늘과 간혹 부는 바람은 도시의 적마감을 더했다. 그가 타고 있는 도요타 지프는 차가웠다. 그는 도요타 지프속에 웅크리고 있었다. 피로가 그를 감싸고 있었다. 운전을 하던 남자가 농담을 던지며 웃었지만 그는 웃지 않았다. 어디로 가는 걸까? 라는 생각만 가득했다. 휴양지라니까, 홈스테이보단 좋겠지.라고 중얼거렸다.

  지프는 강철빛 하늘 아래로, 스산한 바람속을 헤치고 나갔다. 암울한 분위기의 도시를 지나쳐갔다. 그리고 호숫가에 도착을 했다. 그 곳엔 작은 배들이 정박되어 있었다. 뱃사공들이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주변을 바라보았다. 여기인가? 남자가 말했다. 저기, 물 위에 떠 있는 집들이 니가 머물 곳이야.

  뱃사공 하나가 그의 가방을 들고 배에 실었다. 그도 곧 배에 실렸다. 그와 운전을 하던 남자와 뱃사공. 세 명은 고요한 호수의 표면을 진동시키며 앞으로 나아갔다. 호수 위에 떠 있는 집들을 향해서 나아갔다. 그 집들. [유럽 여행을 하면서 보았던] 네덜란드의 운하 위에 떠 있던 집들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생각했다. 내가 머물 곳이 저 곳 인가?

  수 많은, 하우스 보트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 중 한 곳으로 안내되었다. 그는 방을 안내 받았다. 바닥은 삐걱댔다. 시간을 거슬러 온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삐걱대는 바닥. 나무로 된 벽. 방 바닥에 깔려 있는 양탄자. 그리고 중간에 위치한 장작 난로. 실내는 음침했다. 약간 습한 것 같다고 느꼈다. 그는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켰다. 그는 말했다. 여기가 내가 일주일간 머물 방인가?. 아무도 들어주는 사람이 없었다. 대답해주는 사람도 없었다. 일주일 내내 여기서 머물거라는 것에 대해서는 그 자신도 확신이 없었다.


3. 잠을 잤다.

  달 호수(Dal lake)위에 수 백 척의 보트들이 떠 있었다. 그 보트들은 모두 연결이 되어 하나의 마을을 이루고 있었다. 보트의 안쪽으로 가 보니, 텃밭 같은 것도 있었고, 나무도 자라고 있었다. 내가 머무는 방에서 바라보이는 호수의 뒤편은 그냥 육지로 연결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을 먹고, 잠을 청했다. 히말라야 산자락의 밤은 쌀쌀했다. 델리의 밤이 그리웠다. 그리 덥지도 춥지도 않던 델리의 밤이었는데[비록 충격적이었지만] 스리나가르의 밤은  좀 춥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드티와 후드집업을 꺼내 입었다. 다음 날 그 하우스보트에서 일을 하는 아이가 올 때 까지 나는 잠을 잤다. 아침을 먹으러 오라는 말을 방 바닥에 흘리고 그 아이는 사라졌고, 나는 그 말들을 주워 담고, 주인집 거실로 향했다.

  전통 가정식이었다. 나쁘지 않았다. 나름대로 외국인의 취향에 맞추어서 나온 것 같았다. 히말라야 산자락에서 자라는 차(茶)도 마음껏 마실 수 있었다. 맛과 향이 좋았다.

  하늘도 맑았다. 햇살이 호수의 표면위로 떨어졌고, 호수는 빛이 났다. 호수의 앞에 낮은 히말라야의 산자락이 보였고, 저 멀리 만년설이 보였다. 오후의 햇살은 따뜻했고, 나의 기분을 좋게 해 주었다. 머리 위에는 매 한마리가 뱅뱅 돌고 있엇다. 숙소의 거실에는 여러 여행자들이 남기고 간 책들이 많이 있었다[주로 영어와 일본어로 된 책들]. 그 책들을 몇 권 집어 들었다. 내 가방에서도 책을 꺼냈다. 책을 들고, 깔개를 들고, 하우스보트의 양철 지붕위로 올라갔다. 양철 지붕은 떨어지는 햇살을 고스란히 받아서 뜨겁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 위에 깔개를 깔고, 두워서 책을 봤다. 저-기 건너편 하우스보트의 지붕에도 외국인 몇 명이 책을 보며 수다를 떨고 있었다. 나는 혼자였다. 음악을 들으며, 책을 보고, 글을 썼다. 
  여기는, 휴양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틀이 지나고, 삼일이 지났다. 주인집 남자의 행동이 조금 싸늘해졌다. 알바생과는 더 친해졌다[내 또래의 남자 아이였다. 하지만 영어를 할 줄 몰랐다]. 식사 메뉴가 처음과는 사뭇 달라지기 시작했다[조금씩 메뉴가 부실해졌다. 주는대로 받아먹는 타입이라 불평하지 않았지만 변화가 느껴졌다]. 밥을 먹고 난 뒤, 차(茶)를 더 달라고 하면, 표정이 좋지 않았다[더 주기는 했지만]. 나는 생각했다. 이건 분명히, 내가 다른 투어 프로그램에 참여할거라고 확답을 주지 않았기 때문일거야.


4. 호수를 떠나 마을을 돌아다녀 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여유로운 생활을 하고 지냈다. 밤에는- 주황빛을 발하는 약한 백열전구를 켜고, 또 양초를 켰다. 방 안의 난로에 장작을 넣고 불을 피우며, 책을 읽었다. 낮에는- 양철 지붕 위에서 떨어지는 햇살을 몸에 적시며, 시간을 보냈다. 저 멀리 히말라야 산자락을 바라보며, 책을 읽었다. 여행 일정도 생각해 보았다. 여행 루트도 생각해 보았고, 인도에 대해서 공부하기도 했다.

  그날도 한가롭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주인 남자가 그를 사무실[정확하게는 사무실처럼 꾸며 놓은 작은 방]로 불렀다. 그러면서 히말라야 트레킹사진들을 보여 주었다. 그는 흥미로워 하는 척 했다[사실 트레킹에 흥미는 없었다. 그리고 이미 그는 그 주인 남자의 의도를 파악하고 있었다]. 그리고 말했다. 기회가 된다면, 한 번 참여하고 싶어요. 하지만 지금은 너무 피곤해서 좀 더 여기서 쉬고 싶어요. 
  그는 생각했다. 만약 내가 저 트레킹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하면, 나한테 불이익이 있을 거야. 최대한 참여할 의사가 있다는 것을 어필해야지.
  그는 마을에 한 번 나가보고 싶었다. 그렇지만, 마을에 가기 위해서는 배를 타고 나가야 했다. 그는 배를 어떻게 타고 나가야하는지 몰랐다. 그래서, 주인 남자에게 물었다. 마을을 구경하고 싶어요. 남자는 말했다. 그곳은 위험해. 가지 않는 것이 좋을거야. 거기 가는 대신, 트레킹을 가보는건 어때? 가격이 얼마에요? 코스마다 가격이 좀 다르긴 한데 600달러 정도면 돼. 알았어요. 일단 나는 마을에 가 보고 싶어요. 마을로 보내주세요. 트레킹은 어쩌고? 생각해 볼게요. 가격이 생각보다 비싸긴 하네요. 잘 생각해봐. 마을은 위험하니,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고. 위험한건 상관없으니 일단 마을로 나갈 수 있게 해 주세요.[그 하우스보트의 주인가족은 이슬람교도였는데, 육지 사람들은 대부분 힌두신자였다. 그래서 남자는 마을 사람들을 나쁘다고 했고, 홀리 축제기간에도 위험한 놀이를 한다면서 나에게는 그냥 보트에만 있으면 된다는 말을 했다]

  그는, 단 하루. 반나절 동안 마을을 둘러 보았다. 그리고 다시 보트로 돌아왔다. 마을을 둘러 볼 때도, 주인 남자의 동생과 동행을 했다. 그의 표정에는 불만이 가득했다. 족쇄를 차고 있는 느낌이었다. 무엇보다도, 그 하우스보트에서는 마음대로 어디론가 돌아다닐 수 없는 것이 문제였다. 그리고, 주인 남자는 그가 투어에 참여할 마음이 없다는 것을 간파한 것 같았다.


5. 히말라야 트레킹에 가지 않을 거에요.

  주인 남자는 나를 또 사무실로 불렀다. 투어에 갈 생각이 있냐고 물었다. 앞으로 하우스보트에 머물 날이 3일 정도 남았는데, 2박 3일간 트레킹을 갔다와서 떠나면 된다는 것이었다. 나는 말했다. 아니 왜 2박3일을 하우스보트에 머무는 날에 포함을 시켜요? 그건 별게 아니에요? 나는 일주일치 숙식비를 이미 다 지불했다고요. 

  주인 남자는 화제를 돌렸다. 히말라야 트레킹 투어 말고도, 스리나가르 시티 투어(Srinagar city tour)가 있다면서 다른 상품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 투어에 흥미 있는 척 했다. 하지만, 그 남자는 더 이상 나의 이런 태도 때문에 손해를 보려 하지 않았다[물론 내가 직접적으로 의사를 표현하게 되면 내가 손해를 본 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그는 단도직입적으로 나에게 묻기 시작했다. 갈거야, 말거야? 난 안갈건데요? 난 그냥 쉬고 싶어요.

  식사는 눈에 띄게 부실해졌다[하지만 부실해진 식사를 가지고 불평을 할 순 없었다]. 식사후에 나오던 디저트[쿠키와 차]도 나오지 않았다. 쿠키가 나오지 않는 건 아무래도 괜찮았지만, 차마저 나오지 않는건 좀 섭섭했다. 그래서 나는 차를 달라고 말했지만, 주인 아줌마에게서 들을 수 있던 말은 차가 다 떨어졌다는 이야기 뿐이었다[그들은 식사 후 차를 마시고 있었지만 말이다]. 그런 걸 가지고 나는 치졸하게 굴고 싶지 않았다. 그들은 내가 히말라야 트레킹을 비롯한 [그들의 사무실에서 제공하는]각종 투어에 참여할 생각이 전혀 없다는 것을 알고 부터는 태도가 달라졌다. 모든 것은 내가 예상하던 대로였다.


6. 양철 지붕 위에서 시간을 보낼 수 밖에 없었다.

  협상은 결렬되었다. 하우스보트의 주인은 그가 트레킹을 할 마음도, 시티투어를 할 마음도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 말은 그 남자에게 있어서 그는 더이상 상품가치가 없다는 것[돈벌이 수단이 될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하우스보트의 주인은 그를 어떻게 해야 할 까 고민했다. 그는 앞으로 3일간 더 머물러야 했지만, 어떻게 해서든지 그를 보내고 다른 손님을 받고 싶었다[방이 두 개가 있었는데, 다른 방의 관광객은 이미 트레킹을 떠난 상태였다].  그래서 주인 남자는 그를 불러 말했다.

  이번 주말에 델리(Delhi)에서 아버지가 오시기로 했는데, 방이 모자라. 하루만 일찍 방을 비워줘야겠어. 내가 왜? 나는 이미 방값을 다 지불했는데, 그럴 이유가 없어[라고 말했지만 그도 슬슬 하우스보트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에 대해서 지루함을 느끼고 있었다] . 나는 토요일 오후에 떠날 거야[토요일이 예정된 마지막 날이었다]. 
  주인 남자는 잠시 후, 사무실을 떠난 그를 다시 불렀다. 니가 만약 하루 일찍 떠나게 된다면, 스리나가르에서 점무(Jummu)로 가는 차표로 끊어 주겠어. 그것도 지프 티켓으로 말이야[점무는 카시미르주의 주도이면서 그 곳에 가야 인도의 여러 지역으로 갈 수 있는 교통편을 이용 할 수 있었다. 점무로 가는 방법은 비행기를 이용하거나 자동차를 타고 가는 방법이 있는데, 버스(Local bus)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불편한 교통수단이기에 사람들은 좀 더 비싼 가격에 3~4명이 합승해서 지프차를 타고 Jummu로 가기도 했다].  

  주인 남자는 그를 하루라도 일찍 보내기위해 여러가지 좋은 말들을 써가며, 설득을 했다. 그는 일단 생각을 해 보겠다는 말을 남겨놓고 다시 양철지붕 위로 올라갔다. 햇살은 여전히 양철 지붕 위에서 빛나고 있었다. 그는, 하루 일찍. 떠나야겠다고 생각했다. 히말라야의 산자락을 바라보면서 양철지붕 위에서 보내는 여유가 조금 아쉽기는 했지만, 충분히 쉬었고, 인도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공부를 했기에, 그는 슬슬 떠날 때도 됐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는 주인 남자에게 말했다. 하루 일찍 떠날게요.

  그렇게, 스리나가르의 달 호수(Dal lake)위에서의 시간이 끝났다. 그 곳을 떠난다는 아쉬움 보다는, 이제 드디어 그 곳을 벗어나서 자유롭게 여행을 할 수 있다는 해방감이 그에게 먼저 찾아왔다. 양철지붕이 좋긴 했지만, 그 곳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 그에게는 고통아닌 고통이었다. 

  그는, 인도 여행에 대한 부푼 기대를 안고 점무(Jummu)로 향하는 지프에 몸을 실었다. 그리고, 약 8시간. 히말라야의 깎아 지르는 듯한 협곡을 지난다.


-숙소 방 안의 테이블

 

- 아침의 호수

- 하우스보트와 보트 사이

- 여유로운 비행

- 마을

- 양철지붕

- 일상(보트에 식료품을 싣고 팔러 다니는 사람들이 많다)

- 옆 보트

-

-

- 석양의 호수


- 저 멀리 히말라야 만년설

- 혼잡한 거리

- 혼잡한 거리

- 수상 택시 승강장

- 고요한 호수


- 점무(Jummu) 가는 길의 히말라야 산자락

- 절벽의 집들

- 갠지즈강의 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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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인도, 스리나가르 - 이런게 바로 Culture Shock! 최고급 투어. 갔더니 유배(流配)?! <1> (India, Srinagar)

- 길을 걷다, 세계여행/여행, 그리고 에피소드 · 2011. 11. 11.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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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모든 결정이 항상 최선의 선택은 아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선택을 하고 결정을 내린다[일반적으로 그 결정을 할 때는 최선의 결정을 하기 위해 여러가지를 고려하게 된다]. 우리는 어떤 결정을 내릴 때, 그 상황과 관계되는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된다[나 자신의 이익과 향후의 경과를 예상하면서]. 결정을 할 당시에 우리는 그 결정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그러한 결정이 항상 최선의 결과를 불러오지 않는다. 가끔씩 우리는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두 가지 선택권이 주어졌을 때 한 가지를 선택한 후, 과연 내가 이 결정을 내리지 않고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이럴 경우 선택하지 않은 다른 경우는 당신의 상상속에서 지금보다 내가 선택하고 나온 결과보다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 내고 있을 것이다]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과 관련되어서 많이 언급되는 용어가 하나 있다. "기회비용"[機會費用, 하나의 재화를 선택했을 때, 그로 인해 포기한 다른 재화의 가치]. 우리의 선택에는 항상 기회비용이 수반된다. 그리고 어떤 판단을 내릴 때 기회비용을 최소화 하기 위한 판단을 하게 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다. 하지만, 항상 그런 것만은 아니다.

  가령, 당신이 지금까지 해 온 판단, 선택의 결과물들을 쭉 돌이켜 본다면 항상 최선의 가치를 위한 선택을 해온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 우리는 어떤 판단을 할 때, 자신의 최선의 이익을 위해서 항상 이성적으로 판단하게 된다는 것이 아니다. 선택이라는 것은 그 순간의 결정이다. 따라서, 결정을 하는 그 순간의 컨디션,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서로간의 이해관계, 선택에 참여하는 개인과 결과적으로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주변 사람의 영향 등 다양한 요소가 개입된다. 그리고 그 결과는 항상 만족할 수도 없고, 만족하지 못한 선택을 했다는 깨달음을 나중에 알게 되거나, 결정을 한 직후에 '아차!'하는 깨달음으로 우리의 뒷통수를 때릴 때가 있다.[그리고 그 후회스러운 판단에 친한 친구의 영향이 개입되었다면 그 친구를 원망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처럼, 우리는 많은 선택을 하지만, 항상 그 선택의 결과가 만족스러울 수는 없다. 심지어, 내가 왜 그런 선택을 했지? 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자기 자신을 이해할 수 없는 경우도 만날 수 있다.


2. 신발을 샀다. 동해 바다에 놀러가지 않았다.

  친구와 함께 신발을 사기위해 돌아다닌 적이 있다[보통 옷이나 신발을 살 때 친구와 함께 가는 경우가 많다]. 수 많은 매장을 돌아다니면서[20군데 이상은 들어가 본 것 같다] 여러 신발을 눈여겨 보았다. 여러 매장을 돌아다니며 신발을 보면서도 마음에 드는 것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정리가 되었고, 그 손에 꼽히는 종류의 신발은 나의 친구가 봐도 꽤나 괜찮은 신발이라고 했다. 그리고 결국,  두 종류의 신발을 가지고 고민을 하게 되었다. 두 종류의 신발의 차이는 색상의 차이. 그리고 하나는 리미티드(Limited)제품이었다. 우연히 발견하게 들어간 로드샵. 그리고 그 곳의 진열대에 위치한 신발은 정말 마음에 드는 것이었다[그 매장은 리미티드 제품만 판매하고 있었다]. 신발 두 켤레를 살 수 없는 노릇이었다[비록 색상이 달랐지만, 가격이 만만찮았다]. 마지막엔 마지막으로 발견한 그 신발이 마음에 들긴 했지만, 친구의 권유[어쩌면 압박이었는지도 모른다. 이미 우리는 다른 매장에 있었고, 리미티드 제품을 사기 위해서는 다시 그 매장까지 되돌아가야 했기에]에 따라, 나는 고민하던 두 제품 중, 첫 번째로 마음에 들어하던 신발을 샀다. 물론 그 신발이 마음에 들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다만 아쉬울 뿐이었다. 나는 이것 저것 비교해 보았지만, 왠지 모를 아쉬움이 남았다[가격은 내가 산 것이 더 비쌌다]. 그 다음 날, 나는 그 신발을 사지 못한 것을 못내 아쉬워 했다. 지금도.

  어떤 여름.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아르바이트라고 해서, 절대 일을 빼먹으면 안되는 그런 일은 아니었다. [왠만하면 일을 하도록 권유 받았지만]내가 일을 하고 싶으면 하고, 하기 싫으면 안하는 그런 일이었다. 무더위가 한창 땅 위를 굴러더니던 그 여름. 어느 날 연락이 왔다. 8월 xx일에 동해 xx로 엠티 가는데 갈거지?. 나는 나중에 다시 연락을 주던가, 그 엠티 장소로 바로 가겠다는 말을 남겼다. 그리고, 그 날이 다가오고 있었다. 땅위에는 그 전보다 더 많은 더위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나는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핑계로[사실 그것은 핑계거리 조차 되지 않았다], 동해까지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는 핑계로[서울에 있는 친구들은 학교에서 제공하는 무료 셔틀버스를 타고 동해 xx해수욕장으로 갔지만, 나는 대구에서 혼자 가야 했다], 동해 바다에 가지 않고, 땅 위를 굴러다니는 더위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훗날, 이 때의 일을 생각하며. 많은 후회를 했다. 그 당시에는 그게 나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괜찮은 판단일 것이라고 스스로 자위했지만, 그 일은 내 평생의 손에 꼽히는 후회 중 하나가 되었다.



3. 잠이 필요했다.

  인도(India)에 도착하기 전, 이틀간 밤새도록 친구들과 술을 마시며 놀았다. 나는 인도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잠을 자면 된다는 생각에[약 8시간 동안의 비행이었기에] 잠 자는 시간을 아까워 하며, 그렇게 음주가무를 즐겼다. 비행기를 타는 날 아침, 강철빛 하늘은 시퍼렇게 나를 질리게 했다. 공항 내부의 안락한 분위기의 조명과 창 밖을 통해 내 눈으로 들어온 약간은 파랗게 변질된 강철빛 하늘은 어울리지 않는 풍경이었다. 그 곳에서 나는 정신을 잃어버린 채, 좀비처럼 걷고 있었다. 내 머릿속은 .잠을 자야 한다.라는 말로 가득 차 있었다.

  비행기가 뉴델리(New Delhi)로 가기 위해 땅위를 박차고 올랐을 때, 나는 이제 잠을 자야겠다고 마음 먹었지만, 비행기는 나에게 잠을 허락하지 않았다. 에어인디아(Air india)의 기내는 너무나도 좁았다[더 정확히 말하자만 이코노미 좌석과 좌석 사이의 간격]. 나는 다리를 오므렸지만, 나에게 느껴지는 불편함은 나에게 다가오던 잠을 가로막았다. 좌석 조차도 뒤로 눕혀지지 않았다. 나는 최악.그 이하를 생각할 수 없었다. 그렇게, 8시간을 잠이라는 녀석 대신, 불편함이라는 녀석과 함께 했다. 

  나는 극도로 예민해졌고, 만사가 귀찮았다. 나는 그저, '잠'만 잘 수 있다면, 뭐든지 하겠다고 생각했다.



4. 어둠은 그를 무기력 속으로 밀어 넣었다.

  입국 수속을 마치고, 택시를 타기 위해 택시 승강장으로 갔다. 그의 정신은 어디갔는지 그 때까지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정신을 찾느라고 두리번 거리고 있었다. 그 순간, 그의 DSLR카메라가 땅을 향해 돌진했다. 철퍽. 소리를 내며, 카메라는 자신의 주둥이를 뉴델리 공항 택시 승강장 바닥에 들이 밀었다.

  그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입국 수속을 마치고, 환전소에서 만나 동행하기로 한 일본인 히로키도 놀란 표정이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카메라를 들어, 렌즈 앞을 보았다. 앞의 유리가 세조각으로 갈라져있었다. 그는 혼란스러웠다. 이건 뭐지? 이게 바로 인도에서의 첫 출발인가?

  히로키는 인도에 대해서 꽤나 준비를 많이 해온 편이었다. 그는 히로키의 안내에 따라 프리패이드택시를 타고, 파하르간지(Paharganj)를 향해 갔다. 히로키는 호텔을 예약 해 두었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그와 동행하기로 한 것이다. 그들을 실은 택시는 밤의 델리를 신나게 달렸다. 거리는 어두웠다. 그는 인도의 공기를 폐 속으로 밀어 넣었다. 약간은 습한[한국의 날씨에 비유 하자면, 약간은 덥게 느껴지는 초여름 밤에 느낄 수 있는 느낌] 느낌이었다. 그렇게 즐거운 기분은 아니었지만, 나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는 곧 갈라진 카메라 렌즈의 앞 주둥이를 생각해냈다. 씁쓸함이 몰려왔다. 인도.라는 두 글자가 그의 입술 사이로 새어 나왔다.

  거리의 일부를 밝히고 있는 주황색 가로등은 너무 초라해 보였다. 어둠이 가로등을 감싸고 있었다. 가로등은 델리를 둘러싸고 있는 어둠에게 결코 이길 수 없는 것 처럼 보였다. 어둠은 너무나도 짙게 도시를 누르고 있었다. 택시 기사는 그들에게 내리라고 했다. 그 곳은 조그마한 여행사 앞이었다. 그는 왜 그가 거기에 내려야 하는지 몰랐다. 히로키도 몰랐다. 히로키는 호텔로 데려다 달라고 요구했지만, 택시기사는 지금 통행 금지 기간이라서 그 곳엔 갈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덧붙였다. 지금은 홀리(Holi) 축제기간이라서 그 곳에 들어갈 수 없어!

  그는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일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 그의 정신은 아직도 어딘가를 여행하고 있었다. 그는 그저, 어서 빨리 가서 잠을 자고 싶다.는 생각만을 했다. 뭐가 어찌 됐든, 그저 잠을 자고 싶었다.



5. 여행사로 들어갔다.

  나는 택시기사의 안내에 따라 히로키와 함께 여행사로 들어갔다. 그 곳에 말했다. 숙소를 구하고 있다고. 히로키가 예약한 숙소는 전화를 받지 않았고, 주소도 없었다. 우리는 일단 하룻밤을 어딘가에서 묵어야 했다. 나는 사실, 노숙도 괜찮다고 생각했지만[사실은 나중에 생각했을 때 그 때 노숙을 해도 괜찮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아직 인도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었기에, 한편으로는 두렵기도 했다.

  여행사의 직원은 지금은 홀리 축제기간이라서 델리 시내에 방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 그리고 그 곳의 전화를 이용해 인도 시내의 호텔에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하지만, 우리는 거의 모든 호텔의 리셉션에서, 노 룸(No room)이라는 말 밖에 들을 수 없었다. 정말인가? 정말 방이 없을 걸까? 하룻밤에 100달러 짜리 방도 찾을 수 없었다. 여행사의 직원이 말한 것이 현실이 되고 있는 순간이었다.

  어떻게 해야하지? 혼란스러웠다. 히로키는 오늘 밤만 지나고 자신이 예약한 호텔로 가면 되긴 했지만, 내가 문제였다. 오늘 밤 야간 열차를 타고 다른 도시로 떠나야겠다는 생각에, 열차와 버스편을 알아봤다. 모두 다 매진이었다. 뭐지? 도대체 인도라는 나라는. 뭘 어떻게 해야하는거야? 혼란스러웠다. 

 그 때, 여행사 직원이 말했다. 일주일 짜리 패키지 여행이 있는데, 일주일동안 숙식 제공도 받고, 경치 좋은데서 쉬다오는게 어때? 패키지여행? 나는 그 동안, 패키지 여행을 거의 가 본적이 없었기에, 의심부터 했다. 일단 이 녀석이 나한테 사기를 치려는 것은 아닐까?라는 의심부터 하며, 싫다고 했다. 그러자 그는, 그 동안 그 패키지 여행을 갔던 외국인 명단을 보여주었다. 나를 안심시키기 위한 수작이었다. 그 때 나는 이미, 제대로된 판단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수면 부족과 인도의 습한 날씨, 그리고 델리 시내에서는 방을 구할 수 없다는 상황 때문에 점점 더 패닉이 되어가고 있었다.



6. 이런게 바로 Culture Shock.

  그는 여행사 직원의 말에 혹-했다. 여행사 직원은 그에게 말했다. 만약 이 투어에 참여하게 된다면, 오늘 밤은 홈스테이를 하고 내일 오후에 스리나가르[Srinagar, 인도 북부 카시미르주 히말라야 산자락의 도시]로 가는 비행기를 타고 가서, 그 곳 하우스 보트(House boat)[스리나가르에는 Dal Lake(달 호수)가 있는데, 그 호수 위의 보트에 사람들이 살고 있다. 그 보트들을 가리켜 '하우스 보트'라고 한다]에서 일주일을 보내다가 오면 되는 거야!

  잠, 잠을 잘 수 있어? 일주일 동안 푹 쉴수 있고? 라고 반문하며, 그는 얼마냐고 물었다. 550달러.라는 직원의 대답. 너무 비싼거 아니야? 아니야, 일주일 동안 숙식 제공에 휴양지에서 쉬다오는 건데 이정돈 해야지! 그는 계산을 해 보았다. 환율 감안할 때 하루에 거의 10만원 돈이었다. 인도에서 이 정도면 초호화 여행인데? 라는 생각을 했지만, 옆에서 직원이 잠을 잘 수 있고, 푹 쉬다 올 수 있다는 말을 강조하자, 바로 오케이를 외쳤다. 그리고 곧, 신속하게 비행기 티켓예약이 들어갔고, 결제도 끝났다.

  결제가 이루어 지는 것을 보는 순간, 그는 아차! 싶었다. 이건 아니다. 내 인도 여행 두달 예산을 일주일짜리 투어에 퍼부을순 없어.라고 그는 생각을 하고, 캔슬을 하겠다고 했지만, 직원은 더 이상 그럴 수 없다며 엄포를 놓았다. 그 때부터 실랑이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그는 곧 지쳤다. 싸우는 것 조차도 할 힘이 남아있지 않았다. 그는, 결국 오케이, 아일고.(Ok, I'll go)라고 말하고, 빨리 홈스테이로 보내달라고 했다. 곧, 여행사 사무실 앞에 홈스테이로 가기 위한 승용차 한대가 왔고, 그는 그 차에 몸을 실었다. 히로키는, 호텔 싱글룸이 예약되어, 그 곳으로 가기로 했다. 그렇게 그 둘은 헤어졌고, 둘은 서로 다른 여행길에 올랐다.

  그가 몸을 실은 승용차는, 어둠속을 달렸다. 어둠이 그의 곁을 스치고 지나갔다. 인도의 묵직한 어둠과 피로감이 그를 짓눌렀다. 홈스테이의 집 주인인 것 같은 인도인이 담배를 권했지만, 그마저도 싫었다. 인도인은 무언가 즐거운 듯이 흥얼 거렸지만, 그는 모든 것이 짜증났다.

  자동차는 주택가로 접어 들었다. 고요했다. 어둠은 여전히 도시를 감싸고 있었다. 3층짜리 빌라 였다. 건물 외벽에 붙어있는 철로된 계단을 따라 올라갔다. 그 곳에는 몇 명이 잠들어 있었다. 이곳이 인도의 일반 가정집인가? 라고 그는 중얼거렸다. 남자가 방을 안내했다. 그 곳은 방이라기보다는 그냥 거실에 가까웠다. 출입구와 바로 연결된 방 한칸. 그 곳엔 TV가 놓여 있었다. 그리고 바로 커튼 같은 가리개를 열어 젖히고 들어간 두번 째 방[삼(三)자 구조의 주택 중간이었다]. 그 곳엔 장롱이 하나 있었고, 그 뒤는 주방과 화장실이 있었다. 코고는 소리가 온 건물을 떨림속으로 밀어넣는 듯 했다. 하지만 그런 것 쯤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일단, 가방을 내려놓고, 침낭을 길게 깔아 잠자리를 마련했다. 그의 몸은 땀에 절어 있었다. 그는 치약과 칫솔을 손에 들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화장실엔, 누군가가 있었다. 그는 스산함을 느꼈다. 뭐지 이 느낌은. 화장실 불을 켜기 위해 그는 벽을 더듬었다.[화장실 스위치가 안쪽에 있었다] 주변에 무언가가 움직이는 느낌이 들었다. 어두웠지만, 그는 느낄 수 있었다. 무언가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무언가들은 그를 쳐다보고 있다는 것도.

  불이 켜지는 순간. 그는, 소리는 지르지 않았다. 아무런 미동이 없었고, 단지, 바깥에서 간간히 들리는 개가 짖는  소리만이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 알려 주었다. 바퀴벌레 수-백 마리가. 벽에 붙어 있었다. 세면대와 세면대 거울을 제외한 모든 곳을 둘러싸고 있었다. 꼭, 검은 점박이 벽지를 붙여 놓은 것 같이.

  수-백 마리의 바퀴벌레들은 미동이 없었다. 그를 공격할 것 같지도 않았다. 그도 그 바퀴들을 공격할 마음이 없었다. 단지, 양치질을 하고 세수를 하고 잠을 자기를 원했다. 그렇게- 서로가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은 채, 조용히 일이 끝났다.
  그는 충격적인 화장실의 잔상을 뒤에 둔 채, 잠을 자기 위해 방으로 돌아왔다. 그, 화장실에서의 잔상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여기가 인도인가. 라고 그는 생각했다. 무언가가, 그의 팔을 더듬었다. 간지러웠다. 그는 뭐지, 벌레인가?라고 생각했지만 무시했다. 그렇지만, 그는, 그 무언가를 무시하기엔 뭔가 찝찝했다.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고, 가방에서 손전등을 찾았다.

  손전등으로 바닥을 비출까, 말까. 그는 잠시 고민했다. 그래도 찝찝함의 원인을 알아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손전등의 버튼을 두-번 눌렀다. 손전등의 주둥이에서 빛을 토해냈다. 바닥에는 바퀴벌레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오우-지쟈스. 그는 생각했다. 제발, 우리가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평화롭게 지낼 수 있도록 해 주세요. 나는 그저 잠이 자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는 잠이 들었다. 물론, 깊이 잠들 수 없었다. 그는 왠지 모를 불안감에 떨며, 피곤한 몸과 마음을 조금이나마 달래주고 있었다.



-하우스보트

- 하우스 보트의 아침


- 한적한 오후




- 해지는 호수

- 저 멀리 만년설


- 햇살이 스며드는 달(Dal) 호수의 고요한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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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그리스, 아테네 - 여행중에, 뭔가를 잃는 다는 것[혹은 도난]

- 길을 걷다, 세계여행/여행, 그리고 에피소드 · 2011. 11. 5.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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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잃는다, 상실한다"는 것은 큰 아픔을 수반한다.

  우리는 삶을 살아가면서 많은 것을 얻고, 또 많은 것을 잃어버린다[그것이 자의든 타의든 간에 잃는 것이 생긴다]. 혹자는 말했다. 얻는 다는 것은 다른 것을 잃음이라고. 또 혹자는 말했다. 특정한 사람들이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해, 다른 사람들을 착취하게 된다고. 그래서 특정한 사람보다 더 많은 수의 사람들이 고통받게 된다고. 이렇듯, 얻고 잃음은 한 사람 개인의 일이 아닌 여러 사람이 개입된 사회적인 행동의 결과물이다.
  얻는다는 것에 대한 현상을 부정적으로 바라본다는 것은 아니다. 얻는다는 행위는 상호작용의 결과물이라는 것이 중요하다. 자, 한 번 생각해 보자. 당신이 선물가게에서 어떤 물건을 고를 때, 무엇을 고려하는가?[선물이라는 특정한 상황이 제시되어서 다른 사람을 생각한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혹은, 당신이 책을 한 권 사더라도[당신의 지적 성장을 위해] 그 책과 관련되는 사람들에게는 미미하게나마 영향을 미치게 된다. 특히, 여행을 하기위해 얻게 되는 물건들, 혹은 여행중에 얻게 되는 물건들은 그 물건을 사용하는 주체가 당신이든 아니든간에 상호작용을 하게 된다.[배낭을 고를 때는 도둑맞지 않을 정도의 보안을 고려하게 된다. 도둑맞는 다는 것은 다른 사람을 한번 더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여행지에서 어떤 물건을 구경하거나 고르면서도 당신은 그 물건을 선물해줄 누군가를 한번 쯤 생각하게 된다.]

  그렇게, 당신이 무언가를 선택했을 때, 그 선택은 순전히 당신을 위한, 당신의 것만이 아닌, 다른 누군가를 위한[혹은 다른 누군가를 의식한] 배려가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그렇게 때문에, 당신이 선택한 무언가를 잃는다는 것은, 당신이 애당초에 생각했던 것 보다 더 큰 상실감을 가져오게 된다.



2. 버스에서 내린 후, 몇 시간이 지났다.

  버스 정류장에 가자마자 내가타야할 버스가 다가왔다. 나는. 럭키. 라고 외치며 버스에 올랐다. 버스는 신나게 달렸고 몇 분 후, 내가 내려야 할 정류장에 나를 남겨두고 떠났다. 왠지 모를 허전함이 내 손에 잡히기에 나는 그 허전함을 움켜쥐어 주머니에 쑤셔넣고 집을 향해 걸었다. 무언가 허전하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지만, 그 허전함이 무엇때문에 찾아온 것인지는 알지 못했다. 그저, 집에 일찍 올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는 생각이 앞섰기에 허전함은 그 뒤를 따라오는 그림자에 불과했다.

  주위를 둘러 보았다. 매일, 그 녀석이 있어야 할 곳에 아무것도 없었다. 그 곳에는 나를 따라오던 허전함이 자리하고 있었다. 뭐지? 이 허전함은?
  곰곰이 생각을 해 보았다. 뭘까. 저 녀석은. 그리고, 전화기를 찾아 보았다. 전화기는 없었다. 전화를 해 보았다. 평소엔 그렇게 듣기 싫던 기계의 울림이 집안 아무곳에서도 느껴지지 않았다. 한 번, 두 번, 세 번을 시도해보아도. 작은 기계의 울림은 아무곳에서도 느껴지지 않았다.
  생각을 해 보았다. 그래. 이 허전함. 휴대폰이 없어졌기 때문에 찾아온 녀석이었다. 어디서일까? 생각나는 건, 버스였다. 가방 속으로 지갑을 집어 넣을 때, 휴대폰은 집어 넣지 않았다. 내 손에는 엠피쓰리만이 들려 있었다. 휴대폰은, 버스를 타고 종점을 향해 달려갔던 것이다.

  상실감. 휴대폰. 그 기계를 잃어버렸다는 데서 찾아오는 상실감보다 더 큰 상실감이 있었다. 휴대폰 속에 담겨있는 수 많은 전화번호들[그것은 내 인생 10년간의 인맥이었다]. 그리고 사진들. 그리고 당장 내일 어딘가로 연락을 해야 했고, 어딘가에서 연락이 오기로 되어 있다는 생각들.
  단순히 기계를 하나 잃어버린 다면, 그 모든 것들은 생각하지 않아도 될 것들이었다. 기계는 그냥 돈을 지불하고 하나 더 마련하면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기계가 가지고 있는 기계 이외의 것들은, 또 다시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었다. 그 동안 내 삶의 흔적들이었다.

  그 기계와 함께 했던, 나의 시간들. 그리고 그 시간 속에서 나와 상호작용했던 모든 흔적들이 사라져 버린다고 생각하니, 그 충격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였다. 그것이 내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었고, 나를 더욱더 혼란스럽게 했다.



3, 기차역에서 눈을 떴다.
 
  오전 다섯시 아테네 중앙역. 나는 밀려오는 졸음을 막을 수 없었다. 
 
  주위가 어둠과 고요에 잠겨있는 깊은 밤. 그 속의 열차. 열차는 테살로니키[그리스의 북부 도시]에서 아테네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야간 열차에 몸을 실은 나와 같은 칸에 탑승하게 된 다섯 명의 남자들. 그리고 밤 새도록 무언가에 대해서 열변을 토하던 두 남자[느낌상 정치적인 이야기인 것 같았다]. 그리고 그 두 남자의 소음[그리스어로 말하고 있었기에 나에게는 소음이었다]으로 인해 나는 잠을 잘 수 없었다. 그렇게, 내 귓가를 울리던 소음은 기차가 아테네 역에 도착할 때 까지 멈추지 않았고, 아침 해가 떠오르는 아테네 역에서 그 남자들과 함께 사라졌다.

  태양이 아테네 시내를 비추기 시작할 무렵, 나는 생각했다. 여기서 조만만 졸다가, 산토리니로 가는 배를 타러 가야겠군.



4. 눈을 떳을 땐, 허전함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는 아테네역 안의 대합실에 자리를 잡았다. 이른 아침이었기에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시간은 오전 6시를 향해가고 있었다.  그는 큰 배낭은 벽 기둥에 세워 놓고, 작은 가방은 의자 밑에 놓아두고, 잠베(Djambe)를 품에 안아 베게 삼고, 잠을 청했다. 그는 밤 새 한숨도 못잤기에 바로 잠속으로 빠져들었다. 그리고 갑자기 이상한 느낌이 들어 눈을 떴다. 그는 왠지 모를 허전함을 느꼈지만, 너무 피곤했던 나머지 다시 눈을 감았다. 눈을 감으면서도 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뭐지. 이 허전함은. 뭔가 느낌이 이상해. 왜일까. 그는 다시 눈을 떴다. 피곤함이 눈커플을 지그시 눌렀지만 그는 정신을 가다듬지 않을 수 없었다. 어라?!

  그의 앞에 놓여있던 큰 배낭이 보이지 않았다. 왠지 모를 허전함. 그것은 60리터 짜리 배낭의 흔적이었다. 그리고 발 밑의 작은 가방을 확인해 보니, 작은 가방은 있었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함과 동시에 그 배낭이 어디로 갔지? 큰일났다. 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그는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8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 역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그렇지만, 한 동양인 여행자에게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없었다. 그는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가방의 흔적을 찾아보려 했지만, 찾을 수 없었다. 그는 절규했다. 

  배낭이 사라졌다는 것은 그 배낭에 들어있는 모든 물건들이 사라졌다는 것을 의미했다. 아직 여행 계획의 '반'이라는 지점에도 도달하지 못한 시점에서, 배낭이 사라졌다는 것은 큰 충격이 아닐 수 없었기 때문이다.



5. 아테네 거리를 헤메다.

  나는 역장실을 찾아가서 가방의 행방에 대해 물었지만, 대답은 알 수 없다. 였다. 주변의 모든 사람에게 가방의 행방을 물어보았지만 모르겠다는 대답만이 나에게 돌아왔을 뿐이었다.
  역 주변을 샅샅히 뒤졌지만 가방의 행방을 찾을 수 없었다. 거리로 나갔다. 역 주변의 주택가의 골목골목을. 그리고 쓰레기를 버리는 곳의 주변을 뒤져보았지만 가방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30kg에 가까운 배낭을 들고 그리 멀리 갔을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기에, 그 주변 지역을 뒤지면 찾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기에, 그 주변을 뒤졌지만 헛수고였다.

  시간은 흘러, 오후의 강렬한 태양이 아테네 거리에 떨어지고 있었다. 나는 지쳤다. 가방을 찾을 가능성은 제로라는 생각이 들었다. 경찰서로 발길을 돌렸고, 그 곳에서 분실물 접수를 했다. 경찰서에는 소매치기를 당했다는 외국인 관광객도 있었다.[그녀는 그날 오후 출국을 할 예정이었는데, 여권과 비행기표가 든 백을 소매치기 당했다고 했다] 순서를 기다려 도난 사항을 접수하고 경찰서를 떠났다. 암울한 하루가 이어지고 있었다.



6. 생각을 했다.

  여행을 계속 해야할까. 여기서 그만두고 한국으로 돌아가야 할까. 그는 생각을 했다. 다행스럽게도, 큰 가방에는 중요한 물건이 많이 들어있지 않았다. 도난당하지 않은 작은 가방에, 노트북과 카메라와 여권과 대부분의 여행경비가 들어있었다. 항상 큰 가방에 카메라를 넣고 다니던 그는, 다행히 그날은 작은 가방에 카메라를 넣어두고 있었기에 카메라를 잃어버리지 않았다.

  그는 생각을 했다. 큰 가방속에 들어있었기에, 잃어버릴 수밖에 없었던 물건들을.
여러 권의 책들이 들어있었다. 그가 여행을 하며 읽을 것들, 그가 항상 시간이 날 때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주던 책들. 그리고 그의 여행을 안내할 책들.
선물들을 생각을 했다. 그는 그리스까지 가기전에 들렀던 나라들에서 산 선물들을 생각했다. 그 선물 하나하나에 그는 그 선물을 줄 누군가를 생각하며, 선물을 골랐다. 그의 정성이 그 선물 속에는 담겨 있었지만, 아마도 그 가방을 가져간 사람에게는 그 선물들이 아무 의미가 없을 것이 분명했다.[인도 보드가야의 부처가 수양을 했다는 보리수나무의 잎을 주워서 책 속에다 꽂고 다녔었다. 그 나뭇잎 몇 장을 비구니인 그의 고모에게 줄 생각이었다]
또 다른 선물들을 생각했다. 여행을 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에게 그는 선물을 받았다. 그 선물들은 그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들이었다. 한편으로는 추억의 흔적들이라고 할 수 있을 터였다.
  그리고, 없어져버린 작은 노트 한 권을 생각했다. 그 노트에는 그의 삶의 흔적들이 기록되어 있었다. 여러가지 생각들. 그리고 그 끄적임. 여행지에 대한 감상을 비롯한 하루하루의 삶에 대한 이야기들. 그와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관한 이야기. 그것들은 모두 한글로 기록이 되어있는데, 그 도둑[그리스인임이 틀림없다고 본다]에게는 그냥 낙서가 되어있는 종이조각일 뿐이었다.

  그는, 쓰레기통을 뒤졌다. 혹시라도, 그가 가지고 다니던 물건들이 쓰레기통에라도 있지는 않을까하고 말이다. 돈은 필요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러가지 물건들은 절대로 잃고 싶지 않았다. 그것들은 돈으로 살 수 없는 무언가가 담겨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7. Just keep going.
 
  나는 전자상가에 가서, 카메라 충전기를 새로 샀다. XX전자 서비스센터에가서 노트북 어탭터를 새로 주문했다. 그리고, 산토리니에서 만난 한 외국인 여행자에게서 내가 앞으로 여행하게 될 곳에 관한 여행 가이드북의 일부를 얻었다. 그리고, 여러 사람들의 응원을 받았다. 그러고 나니, 아직 세상은 살만한 곳이라고 생각했다. 

  여행을 멋지게 마무리 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테네 시내


-아테네


- 아테네 시네, 거리의 악사


- 산토리니


- 산토리니


 - 밤의 산토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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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eling_) Travel, Just keep going

- 길을 걷다, 세계여행/Feel-ing, 세계일주-ing, · 2011. 8. 29.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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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st edit 090605, 2nd edit 1108029

 

- Travel, Just keep going


아무리 힘들고, 지쳐도
이 모든 순간을 벗어나 편히 쉴 수 있는 곳으로,
돌아가고 싶어도.

주위에 많은 이들이 나를 응원해주고, 지켜보고 있기에,
나는 나의 길을 계속 걸어갈 수 있다.

그들이 원래 알고 있던 사람이든,
새로운 만남을 통해 처음으로 만난 사람이든,
한국인이든, 외국인이든, 그런건 상관없다.

그들은 한마음으로 나를 응원해 주고 있다는 사실.
그 사실 하나만으로 충분하다.

Just keep going.


- Santorini, Gree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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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eling_) 배낭에는 마음의 무게가 더해진다.

- 길을 걷다, 세계여행/Feel-ing, 세계일주-ing, · 2011. 8. 29.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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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st edit 090605. 2nd edit 110829)


- 배낭에는 마음의 무게가 더해진다.


우리가 길을 갈 때,
아름다운 경치의 길을 지나가거나,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길이라면
그 거리가 짧게 느껴진다.

즐겁고 가벼운 마음일 때 배낭을 메고 여행을 하면,
배낭은 가볍게 느껴진다.
비록, 무게가 같은 배낭일지라도
마음에 따라 느껴지는 무게가 다르다.

나의 짐은 그 전의 1/4에 불과하지만,
느껴지는 무게는 오히려 2배.

사라진,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시간과 그 추억에 대한 기록들의 빈자리.
그 상실감이 채우고 있는 무게 때문인 것 같다.



- Athina, Gree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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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eling_) 배낭도난!

- 길을 걷다, 세계여행/Feel-ing, 세계일주-ing, · 2011. 8. 29.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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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st edit 090605. 2nd edit,110829)


- 배낭 도난!
 

이른 아침, 아테네 역.
배낭을 도난 당하다.
역 주변을 샅샅이 뒤졌지만, 배낭은 보이지 않았다.

다 괜찮다.
무거웠던 배낭. 짐이 없어져 가벼워진 몸.
오히려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잃어버린 물건들도, 다시 사면 되니까.

하지만,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돈이 있어도, 이제는 다시 살 수 없을 것 같은 것들.

누군가를 위해,
특정 장소에서 특별히 마련한 물건들.
나를 위해, 나의 여행을 위해 특별히 마련해준 선물들.

그 모든 것들은,
배낭을 훔쳐간 이에게는 아무 의미가 없다.
오직, 나에게.
그리고 내가 특별한 의미를 담아 전해주려던 이에게만 의미가 있는 것들.

이제는 사라져버린,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시간에 대한 기록들. 흔적들. 추억들.

그런 것들을 잃은 데 대한 상실감.


- Athina, Greece.








 

- 내가 가진건 이게 전부, 그리고 입고 있는 옷 한벌.


- 예전 인도에있을 때의 내 짐. 큰배낭과 작은배낭, 그리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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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eling_) 테살로니키 역(驛)

- 길을 걷다, 세계여행/Feel-ing, 세계일주-ing, · 2011. 8. 11.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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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nd edit.(1st 09.06.05)


- 테살로니키 역


4년 만에 다시 찾은 테살로니키 역.
많은 변화가 눈에 띈다.
그 변화된 모습 뒤로, 옛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역(驛)의 변화. 씁쓸함.
변화는 여행자들을 위한 변화가 아니었다.
자본가들을 위한 변화.

더 넓어진 내부 공간,
더 많아진 음식점과 카페테리아.

그러나,
여행자들이 함게 앉아 쉬던 벤치는 없어지고
4년 전, 여러명의 배낭여행자들이,
다음날 새벽 기차를 타기 위해 옹기종기 모여 잠들었던 장소는,
레스토랑이 되어 있었다..

변화, 그것은 좋지만,
그 내용과 의미가 누구에게 좋은 것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 Thessaloniki, Greece.



 



- 테살로니키 티켓오피스..세련되어졌다. 1번창구가 인터내셔날 티켓오피스


- 여행자들이 앉아서 쉬던 의자가 없어지고 새로생긴 음식점들...이름하여 트레인스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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