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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인도, 스리나가르 - 최고급 투어, 갔더니 유배(流配)?! <2> -일주일간의 유배- (India, Srinagar)- 길을 걷다, 세계여행/여행, 그리고 에피소드 2011. 11. 14. 17:11반응형
+ 이런게 바로 Culture Shock! 최고급 투어. 갔더니 유배?! <1>. (http://dwis.tistory.com/593)에서 이어집니다.
1. 눈을 떴다.
사람의 말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눈을 떴다.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와 커튼을 흔들고 있었다. 햇살의 끝자락이 방 안에 살짝 들어와 있었다. 아, 피곤하다. 라고 느꼈다. 그리고, 어제 보았던 화장실에서의 장면이 머릿속에 떠 올랐다. 주변을 둘러 보았다. 바퀴-들이 혹시나 아직도 내 주변을 점령하고 있지는 않을까 라는 생각에.
내가 바라본 그 곳엔 작은 무언가가 움직이고 있었다. 작은 벌레들. 나는 일어나 앉아 침낭을 접고, 짐을 정리하였다. 그 때 집 주인이 나를 보더니 아침을 먹으러 오라고 했다. 오믈렛과 식빵과 우유가 준비되어 있었다. 식탁은 없었다. 주방[주방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좁은 그 곳]의 바닥에 접시가 놓여 있었다. 할머니[어젯밤 나를 데리고 온 남자의 어머니였을 것이다]가 나에게 앉으라고 손짓했다. 나는 그곳으로 다가가 앉았다. 포크와 나이프가 준비되어 있었고, 우유를 한모금 마셨다. 우유를 마시면서, 접시위에 놓인 오믈렛을 바라보았다. 오믈렛 위로 떨어지는 햇살들 사이로 약간의 김이 피어올랐다. 햇살을 한껏 받은 오믈렛은 그리 맛있어 보이지는 않았다. 오히려, 청결하지 못한 음식처럼 보였다. 나는 생각했다. 일단 먹자.
컵을 내려놓고, 오믈렛 위로 나이프를 가져갔다. 동시에 그 옆에서 더듬이를 쳐들고 나를 바라보고 있는 무언가를 보았다.
설마.
설마. 아니겠지. 시력이 나쁜 나는 눈을 찡그렸다[조금 더 자세히 보기 위해].
그 곳엔, 나를 바라보는 녀석 몇몇이 있었다. 그리고 그 녀석의 주변으로 시선을 돌렸다. 누가 앉아서 뭘 먹고 있든 말든 아랑곳하지 않고, 햇살을 받으며 주변을 거니는 녀석들도 보였다. 나는, 할머니를 바라보았다. 웃으며 나에게 말했다. 많이 먹어. 필요한거 있으면 또 말하고.
물아일체(物我一體)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말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암, 여기는 인도니까. 그래도, 바퀴들이 오믈렛 위를 기어다니지는 않았으니까. 라고, 합리화 시키면서, 어젯밤에 바퀴들과 함께 잤으니까.라고 합리화 시키면서, 여기는 인도니까.라고, 합리화 시키면서. 식사를 끝냈다.
빨리, 그 곳을 떠나서, 휴양지로 가고 싶었다. 좀 쉬고 싶었다.
2. 유배지로 이동.하다.
그는 모든 것에 관대해져 있었다. 뉴델리 공항, 국내선 청사를 활주로를 달리던 비행기는 얼마 후, 스리나가르 공항에서 멈추었다. 그 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마중나와 있었다. 그는 그들 중 한 명과 간단하게 이야기를 나눈 후, 하우스보트(House boat)로 향했다.
스리나가르의 하늘은 음산했다. 델리의 따뜻했던 바람과 달리, 약간은 쌀쌀한 바람이 불고 있었다. 히말라야 산자락에서 흘러나오는 차가운 기운이었다. 강철빛 하늘과 간혹 부는 바람은 도시의 적마감을 더했다. 그가 타고 있는 도요타 지프는 차가웠다. 그는 도요타 지프속에 웅크리고 있었다. 피로가 그를 감싸고 있었다. 운전을 하던 남자가 농담을 던지며 웃었지만 그는 웃지 않았다. 어디로 가는 걸까? 라는 생각만 가득했다. 휴양지라니까, 홈스테이보단 좋겠지.라고 중얼거렸다.
지프는 강철빛 하늘 아래로, 스산한 바람속을 헤치고 나갔다. 암울한 분위기의 도시를 지나쳐갔다. 그리고 호숫가에 도착을 했다. 그 곳엔 작은 배들이 정박되어 있었다. 뱃사공들이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주변을 바라보았다. 여기인가? 남자가 말했다. 저기, 물 위에 떠 있는 집들이 니가 머물 곳이야.
뱃사공 하나가 그의 가방을 들고 배에 실었다. 그도 곧 배에 실렸다. 그와 운전을 하던 남자와 뱃사공. 세 명은 고요한 호수의 표면을 진동시키며 앞으로 나아갔다. 호수 위에 떠 있는 집들을 향해서 나아갔다. 그 집들. [유럽 여행을 하면서 보았던] 네덜란드의 운하 위에 떠 있던 집들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생각했다. 내가 머물 곳이 저 곳 인가?
수 많은, 하우스 보트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 중 한 곳으로 안내되었다. 그는 방을 안내 받았다. 바닥은 삐걱댔다. 시간을 거슬러 온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삐걱대는 바닥. 나무로 된 벽. 방 바닥에 깔려 있는 양탄자. 그리고 중간에 위치한 장작 난로. 실내는 음침했다. 약간 습한 것 같다고 느꼈다. 그는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켰다. 그는 말했다. 여기가 내가 일주일간 머물 방인가?. 아무도 들어주는 사람이 없었다. 대답해주는 사람도 없었다. 일주일 내내 여기서 머물거라는 것에 대해서는 그 자신도 확신이 없었다.
3. 잠을 잤다.
달 호수(Dal lake)위에 수 백 척의 보트들이 떠 있었다. 그 보트들은 모두 연결이 되어 하나의 마을을 이루고 있었다. 보트의 안쪽으로 가 보니, 텃밭 같은 것도 있었고, 나무도 자라고 있었다. 내가 머무는 방에서 바라보이는 호수의 뒤편은 그냥 육지로 연결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을 먹고, 잠을 청했다. 히말라야 산자락의 밤은 쌀쌀했다. 델리의 밤이 그리웠다. 그리 덥지도 춥지도 않던 델리의 밤이었는데[비록 충격적이었지만] 스리나가르의 밤은 좀 춥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드티와 후드집업을 꺼내 입었다. 다음 날 그 하우스보트에서 일을 하는 아이가 올 때 까지 나는 잠을 잤다. 아침을 먹으러 오라는 말을 방 바닥에 흘리고 그 아이는 사라졌고, 나는 그 말들을 주워 담고, 주인집 거실로 향했다.
전통 가정식이었다. 나쁘지 않았다. 나름대로 외국인의 취향에 맞추어서 나온 것 같았다. 히말라야 산자락에서 자라는 차(茶)도 마음껏 마실 수 있었다. 맛과 향이 좋았다.
하늘도 맑았다. 햇살이 호수의 표면위로 떨어졌고, 호수는 빛이 났다. 호수의 앞에 낮은 히말라야의 산자락이 보였고, 저 멀리 만년설이 보였다. 오후의 햇살은 따뜻했고, 나의 기분을 좋게 해 주었다. 머리 위에는 매 한마리가 뱅뱅 돌고 있엇다. 숙소의 거실에는 여러 여행자들이 남기고 간 책들이 많이 있었다[주로 영어와 일본어로 된 책들]. 그 책들을 몇 권 집어 들었다. 내 가방에서도 책을 꺼냈다. 책을 들고, 깔개를 들고, 하우스보트의 양철 지붕위로 올라갔다. 양철 지붕은 떨어지는 햇살을 고스란히 받아서 뜨겁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 위에 깔개를 깔고, 두워서 책을 봤다. 저-기 건너편 하우스보트의 지붕에도 외국인 몇 명이 책을 보며 수다를 떨고 있었다. 나는 혼자였다. 음악을 들으며, 책을 보고, 글을 썼다.
여기는, 휴양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틀이 지나고, 삼일이 지났다. 주인집 남자의 행동이 조금 싸늘해졌다. 알바생과는 더 친해졌다[내 또래의 남자 아이였다. 하지만 영어를 할 줄 몰랐다]. 식사 메뉴가 처음과는 사뭇 달라지기 시작했다[조금씩 메뉴가 부실해졌다. 주는대로 받아먹는 타입이라 불평하지 않았지만 변화가 느껴졌다]. 밥을 먹고 난 뒤, 차(茶)를 더 달라고 하면, 표정이 좋지 않았다[더 주기는 했지만]. 나는 생각했다. 이건 분명히, 내가 다른 투어 프로그램에 참여할거라고 확답을 주지 않았기 때문일거야.
4. 호수를 떠나 마을을 돌아다녀 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여유로운 생활을 하고 지냈다. 밤에는- 주황빛을 발하는 약한 백열전구를 켜고, 또 양초를 켰다. 방 안의 난로에 장작을 넣고 불을 피우며, 책을 읽었다. 낮에는- 양철 지붕 위에서 떨어지는 햇살을 몸에 적시며, 시간을 보냈다. 저 멀리 히말라야 산자락을 바라보며, 책을 읽었다. 여행 일정도 생각해 보았다. 여행 루트도 생각해 보았고, 인도에 대해서 공부하기도 했다.
그날도 한가롭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주인 남자가 그를 사무실[정확하게는 사무실처럼 꾸며 놓은 작은 방]로 불렀다. 그러면서 히말라야 트레킹사진들을 보여 주었다. 그는 흥미로워 하는 척 했다[사실 트레킹에 흥미는 없었다. 그리고 이미 그는 그 주인 남자의 의도를 파악하고 있었다]. 그리고 말했다. 기회가 된다면, 한 번 참여하고 싶어요. 하지만 지금은 너무 피곤해서 좀 더 여기서 쉬고 싶어요.
그는 생각했다. 만약 내가 저 트레킹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하면, 나한테 불이익이 있을 거야. 최대한 참여할 의사가 있다는 것을 어필해야지.
그는 마을에 한 번 나가보고 싶었다. 그렇지만, 마을에 가기 위해서는 배를 타고 나가야 했다. 그는 배를 어떻게 타고 나가야하는지 몰랐다. 그래서, 주인 남자에게 물었다. 마을을 구경하고 싶어요. 남자는 말했다. 그곳은 위험해. 가지 않는 것이 좋을거야. 거기 가는 대신, 트레킹을 가보는건 어때? 가격이 얼마에요? 코스마다 가격이 좀 다르긴 한데 600달러 정도면 돼. 알았어요. 일단 나는 마을에 가 보고 싶어요. 마을로 보내주세요. 트레킹은 어쩌고? 생각해 볼게요. 가격이 생각보다 비싸긴 하네요. 잘 생각해봐. 마을은 위험하니,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고. 위험한건 상관없으니 일단 마을로 나갈 수 있게 해 주세요.[그 하우스보트의 주인가족은 이슬람교도였는데, 육지 사람들은 대부분 힌두신자였다. 그래서 남자는 마을 사람들을 나쁘다고 했고, 홀리 축제기간에도 위험한 놀이를 한다면서 나에게는 그냥 보트에만 있으면 된다는 말을 했다]
그는, 단 하루. 반나절 동안 마을을 둘러 보았다. 그리고 다시 보트로 돌아왔다. 마을을 둘러 볼 때도, 주인 남자의 동생과 동행을 했다. 그의 표정에는 불만이 가득했다. 족쇄를 차고 있는 느낌이었다. 무엇보다도, 그 하우스보트에서는 마음대로 어디론가 돌아다닐 수 없는 것이 문제였다. 그리고, 주인 남자는 그가 투어에 참여할 마음이 없다는 것을 간파한 것 같았다.
5. 히말라야 트레킹에 가지 않을 거에요.
주인 남자는 나를 또 사무실로 불렀다. 투어에 갈 생각이 있냐고 물었다. 앞으로 하우스보트에 머물 날이 3일 정도 남았는데, 2박 3일간 트레킹을 갔다와서 떠나면 된다는 것이었다. 나는 말했다. 아니 왜 2박3일을 하우스보트에 머무는 날에 포함을 시켜요? 그건 별게 아니에요? 나는 일주일치 숙식비를 이미 다 지불했다고요.
주인 남자는 화제를 돌렸다. 히말라야 트레킹 투어 말고도, 스리나가르 시티 투어(Srinagar city tour)가 있다면서 다른 상품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 투어에 흥미 있는 척 했다. 하지만, 그 남자는 더 이상 나의 이런 태도 때문에 손해를 보려 하지 않았다[물론 내가 직접적으로 의사를 표현하게 되면 내가 손해를 본 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그는 단도직입적으로 나에게 묻기 시작했다. 갈거야, 말거야? 난 안갈건데요? 난 그냥 쉬고 싶어요.
식사는 눈에 띄게 부실해졌다[하지만 부실해진 식사를 가지고 불평을 할 순 없었다]. 식사후에 나오던 디저트[쿠키와 차]도 나오지 않았다. 쿠키가 나오지 않는 건 아무래도 괜찮았지만, 차마저 나오지 않는건 좀 섭섭했다. 그래서 나는 차를 달라고 말했지만, 주인 아줌마에게서 들을 수 있던 말은 차가 다 떨어졌다는 이야기 뿐이었다[그들은 식사 후 차를 마시고 있었지만 말이다]. 그런 걸 가지고 나는 치졸하게 굴고 싶지 않았다. 그들은 내가 히말라야 트레킹을 비롯한 [그들의 사무실에서 제공하는]각종 투어에 참여할 생각이 전혀 없다는 것을 알고 부터는 태도가 달라졌다. 모든 것은 내가 예상하던 대로였다.
6. 양철 지붕 위에서 시간을 보낼 수 밖에 없었다.
협상은 결렬되었다. 하우스보트의 주인은 그가 트레킹을 할 마음도, 시티투어를 할 마음도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 말은 그 남자에게 있어서 그는 더이상 상품가치가 없다는 것[돈벌이 수단이 될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하우스보트의 주인은 그를 어떻게 해야 할 까 고민했다. 그는 앞으로 3일간 더 머물러야 했지만, 어떻게 해서든지 그를 보내고 다른 손님을 받고 싶었다[방이 두 개가 있었는데, 다른 방의 관광객은 이미 트레킹을 떠난 상태였다]. 그래서 주인 남자는 그를 불러 말했다.
이번 주말에 델리(Delhi)에서 아버지가 오시기로 했는데, 방이 모자라. 하루만 일찍 방을 비워줘야겠어. 내가 왜? 나는 이미 방값을 다 지불했는데, 그럴 이유가 없어[라고 말했지만 그도 슬슬 하우스보트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에 대해서 지루함을 느끼고 있었다] . 나는 토요일 오후에 떠날 거야[토요일이 예정된 마지막 날이었다].
주인 남자는 잠시 후, 사무실을 떠난 그를 다시 불렀다. 니가 만약 하루 일찍 떠나게 된다면, 스리나가르에서 점무(Jummu)로 가는 차표로 끊어 주겠어. 그것도 지프 티켓으로 말이야[점무는 카시미르주의 주도이면서 그 곳에 가야 인도의 여러 지역으로 갈 수 있는 교통편을 이용 할 수 있었다. 점무로 가는 방법은 비행기를 이용하거나 자동차를 타고 가는 방법이 있는데, 버스(Local bus)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불편한 교통수단이기에 사람들은 좀 더 비싼 가격에 3~4명이 합승해서 지프차를 타고 Jummu로 가기도 했다].
주인 남자는 그를 하루라도 일찍 보내기위해 여러가지 좋은 말들을 써가며, 설득을 했다. 그는 일단 생각을 해 보겠다는 말을 남겨놓고 다시 양철지붕 위로 올라갔다. 햇살은 여전히 양철 지붕 위에서 빛나고 있었다. 그는, 하루 일찍. 떠나야겠다고 생각했다. 히말라야의 산자락을 바라보면서 양철지붕 위에서 보내는 여유가 조금 아쉽기는 했지만, 충분히 쉬었고, 인도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공부를 했기에, 그는 슬슬 떠날 때도 됐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는 주인 남자에게 말했다. 하루 일찍 떠날게요.
그렇게, 스리나가르의 달 호수(Dal lake)위에서의 시간이 끝났다. 그 곳을 떠난다는 아쉬움 보다는, 이제 드디어 그 곳을 벗어나서 자유롭게 여행을 할 수 있다는 해방감이 그에게 먼저 찾아왔다. 양철지붕이 좋긴 했지만, 그 곳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 그에게는 고통아닌 고통이었다.
그는, 인도 여행에 대한 부푼 기대를 안고 점무(Jummu)로 향하는 지프에 몸을 실었다. 그리고, 약 8시간. 히말라야의 깎아 지르는 듯한 협곡을 지난다.
-숙소 방 안의 테이블
- 아침의 호수
- 하우스보트와 보트 사이
- 여유로운 비행
- 마을
- 양철지붕
- 일상(보트에 식료품을 싣고 팔러 다니는 사람들이 많다)
- 옆 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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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양의 호수
- 저 멀리 히말라야 만년설
- 혼잡한 거리
- 혼잡한 거리
- 수상 택시 승강장
- 고요한 호수
- 점무(Jummu) 가는 길의 히말라야 산자락
- 절벽의 집들
- 갠지즈강의 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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