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이집트, 바하리야 - 인생의 가르침을 얻다. 사막에서 만난 사람.(Egypt, Bahariya)

- 길을 걷다, 세계여행/여행, 그리고 에피소드 · 2012. 1. 11.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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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강연(講演)
  우리는 주변에서 저명한 사람들이 초청되어 어떤 주제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강연회가 열리는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그리고 누구나 한 번쯤 강연회에 참석하여[강연을 하는 사람이 자신이 평소에 알던 사람일 경우, 강연회에 참석하여 강연을 듣는 경우가 많다] 강연을 듣기도 한다. 특히, 당신이 만약 지금 대학생이라면, 강연을 들을 수 있는 기회는 더 많다. 각 대학에서는 해외 유수 대학의 석학이나 사회 저명인사를 초청하여 강연을 하는 경우가 많고, 총학생회에서도 학생들의 삶의 질 향상과 교양을 위해서 사회 여러 분야의 사람들을 초청하여 강연을 하고, 학생들은 그 강연을 듣는다. 또한, 시간이 허락한다면 초청 연사와 질의 응답을 하는 시간을 가지고, 함께 대화를 하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우리는 사회 생활[학교 생활, 취미활동, 직장 생활 등의 모든 활동을 포괄하는 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눈다. 그러면서, 자신보다 좀 더 많은 경험을 한 사람[더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 자신 스스로가 판단 했을 때, 본받을 점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말과 행동을 통해 무언가를 배우게 된다[자신이 판단 했을 때 자신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서도 배울 것은 있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자]. 
  흔히, 이런 사람을 일컬어 롤 모델[Role model]이라고 한다.

  이처럼 우리는 삶을 살아가면서, 대화를 통해서, 혹은 그 어떤 사람의 행동, 행적을 보면서 자기 나름대로의 생각을 가지게 되고, 스스로를 변화시켜 나간다. 다시 말해, 우리 스스로 지금 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자신을 발전시켜 나간다고 할 수 있다.


2. 이집트에서 만난 사람.

  이집트 여행이 거의 막바지에 이르렀다. 나는 며칠 시간이 남았기에 이집트 바하리야 사막에 갔다 와야겠다고 생각했다.[카이로에서 바하리야로 가는 버스를 타고 그 곳에 도착하면, 그 곳에서 사막 투어를 주선하는 사람과 협상을 해서 1박 2일 짜리 사막투어를 갈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다음 날. 아침,
버스를 타고 바하리야로 떠난다. 이번 여정이 이집트에서의 마지막 여정이 될 것이다[이집트를 떠나는 비행기를 타기 전까지 4일이 남은 시점이었다]. 버스는 사막을 가로지르는 검은 실선 위를 달린다. 앞뒤좌우, 사방이 모두 모래 이다. 뿌연 먼지 위로 태양이 홀로 불타고 있다. 
  휴게소에 들러 허기를 채우고, 더위를 피하기 위해 주위를 어슬렁 거리며 방황하고 있었다. 저 쪽에 같은 버스에서 내린 일본인 여자 여행객 두 명이 보인다. 나는 그들에게 다가가 바하리야에 가서 사막 투어를 할 것이냐고 물었다. 그녀들은 그럴 것이라고 대답한다. 오늘은 도착하면 호텔에서 쉬고, 내일 투어에 참여할 예정이라고 덧붙인다. 그들은 이미 호텔을 정해놓은 상태다. 나는 생각해본다. 바하리야에 도착해서 협상에 실패한다면, 어쩔 수 없이 호텔에 묵고 다음날 투어를 떠나야 한다. 모든 것은 불확실하다.

  버스는 지평선 저 끝에 있을지도 모르는 낭떠러지를 향해 계속 달린다.


△ 흑사막으로 가는 길.

끝없이 이어져 있는 도로, 그 위에 아무도 없다.



3. 흑사막과 백사막(Black desert and white desert) - 바하리야
  버스는 바하리야 거리에 승객과 짐들을 토해 냈다버스 주변에는 지프 몇 대와 택시들이 서 있다. 누군가 그를 향해 외쳤다. 미스터 스즈키?. 아니라고 대답한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본다. 그에게 스즈키냐고 물었던 한 남자는 계속해서 스즈키를 찾고 있었다.
  그는 이대로 호텔을 잡고, 여행사에 가서 사막 투어 문의를 해야 하나.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어디로 가야 할까?. 그가 걸어야 할 방향을 정하고 막 발걸음을 떼려 할 때, 지프의 묵직한 경적이 그의 뒤통수를 때린다. 일 년 넘게 양치질 하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 드는 하얀색 도요타 지프 한 대가 그의 곁으로 다가와 섰다. 
  안에서 누군가 말을 걸었다. 
  사막 투어 갈꺼야? 갈꺼면 지금 같이 가자. 얼만데?. 150파운드. 음, 비싼데?. 그럼 140에 해줄게. 그래도 너무 비싸, 100파운드 해줘. 그건 안되고 그럼 120파운드 어때?. 그는 잠시 고민을 하더니, 오케이를 외쳤다. 보조석에 앉아 있던 한 일본인 남자가 같이 가자고 소리치며, 얼른 차에 오르라고 부추기고 있었다
.
그 남자가, 스즈키였다.

  그는 차에 오르며 생각 했다. 일단 지금 120에 합의를 봤지만, 나중에 더 깍아서 100까지 해야겠다. 그는 이미 시와 사막(Siwa desert)에서 1박 2일 사막 투어를 80파운드에 갔다 온 적이 있기 때문에 120파운드는 비싸다고 생각했다.

  지프는 사막으로 떠나기 전 미리 주문해 놓은 듯한 먹거리를 차에 실었고, 작은 상점에 들러 먹을 것을 추가로 좀 더 샀다. 그러고 나서 사막의 입구에 있는 찻집에서 차를 마시며 약간의 시간을 흘려 보냈다. 그런 뒤, 투어를 떠나는 두 남자[그와 스즈키]는  지프 뒤에 나란히 올랐고, 바퀴는 사막을 향해 굴렀다.


△ 검은 현무암으로 덮여 있는 흑사막(왼쪽)과 석회암이 있는 백사막(오른쪽)



4. 사막(desert) 속으로,
   나는 협상을 하면서 물었었다. 오프로드(Off road) 주행과 음식, 그 밖에 어떤 옵션이 포함되어 있냐고. [사실, 시와 사막(Siwa desert)에서의 투어가 나에게 있어 굉장히 만족스러웠던 상황이었기에 나는 바하리야 사막 투어에 더 많은 기대를 걸고 있었다. 가격도 더 비싼데 당연히 더 재미있겠지?라고 생각하며.]
  흑사막을 지나 백사막으로 가서, 그 곳[백사막]에서 캠핑을 하는 일정이다  
사막의 입구, 카페에서 마신 민트차의 여운을 뒤로 한 채, 우리들은 사막을 헤집고 다녔다. 지프는 사막을 신나게 달린다. 스즈키는 마냥 즐거운 표정으로 이것 저것을 구경하며, 사진을 마구 찍어대고 있다. 흑사막. 독특한 사막이다. 표면이 시커먼 돌들로 덮여 있다. 하지만, 시와 사막[모래 사막]의 강렬한 이미지가 뇌리에 새겨져 있던 나로서는 만족할 수 없다[사실 좀 실망스러웠다]. 즐거움이나 만족감을[혹은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 더구나, 이곳의 사막 투어가 시와 사막보다 더 비싼 금액이라는 것이 나의 기분을 더 나쁘게 할 뿐이다.

  검은색 화석으로 덮여 있는 흑사막. 그리고 하얀색 버섯 바위와 석회암으로 덮여 있는 백사막. 흔히 볼 수 없는 그런 사막이지만, 나의 마음은 즐겁지 않다. 마음 한켠엔 찝찝함이 남아 있다. 


△ 물을 마시러 온 '사막여우'.

우리가 캠핑하는 곳에서 귀를 쫑긋 세운 채 물을 마시고 있다.



5. 사막 속에서, 
  그들은 백사막 모래 위에 담요를 깔고, 지프를 바람막이 삼아 캠핑할 준비를 했다. 주변에는 하얀색 버섯 바위가 그들을 둘러 싸고 있다. 그와 스즈키는 여러 사진을 찍었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그는 스즈키가 사막 투어를 위해서 엄청난 준비를 해 왔다는 것에 감탄을 했다. 스즈키는 이 사막 투어를 위해, 자신이 일본에서 준비해 온 CD[사막에서 듣기 좋은 음악 셀렉션]를 보여주었다. 수 십장의 CD가 케이스 속에 담겨져 있었다. 그들은 저녁 식사가 준비 되는 동안 그 음악을 들으며, 사막의 건조하면서 감미로운 공기를 허파 속으로 들여 보냈다.

  저녁 식사 준비가 다 되었다.고 운전 기사가 말했다. 치킨 바베큐가 숯불 위에서 노릇노릇하게 익어가고 있었고, 사막의 베두인들이 먹는다는 전통 음식이 차려져 있었다. 전통 음식을 먹었다. 그러고 나서 황톳빛으로 변한 치킨 바베큐를 먹고, 맥주와 음료수를 마셨다. 운전 기사는 자신이 이집트의 한 고등학교 국사 교사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렇게 주말에는 사막 투어 가이드를 하고 있다면서, 여러가지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러면서 물 한 컵을 떠서 앞에 놓아 두었는데, 그렇게 하면 사막 여우가 찾아와 물을 마신다는 말을 덧붙였다.

  해가 사막 저편으로 모습을 감추었을 때, 그들을 비추는 건 모닥불에서 흘러나오는 붉고 건조한 빛이 전부였다. 그들은 모닥불을 앞에 두고, 시간을 보냈다. 허리가 안좋다는 알리[운전기사 겸 가이드]에게 침을 맞으면 허리가 한결 좋아진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기 위해 그는 사막의 모래 위에, 포만감이 지배하고 있는 배를 대고 엎드려 허리에 스즈키가 놓아주는 침을 맞기도 했다[스즈키는 일본에서 한의사였기에, 항상 가방에 침을 가지고 다녔다].
 
그렇게, 달 빛 없이 별 빛 만으로 가득하던 밤이 지나고, 사막에는 지평선 너머로 아침 태양이 스믈스믈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 아침햇살.

백사막에서 맞이한 아침.



6. 돌아오는 길.
  나는 생각한다. 시와 사막(Siwa Desert)과는 다른 매력이 있지만, 그래도 시와 사막 때 만큼 재미있었던 것 같지 않다. 아직 돈을 지불하지 않았으니, 이따가 돈을 줄 때 다시 한 번 더 협상을 해서 내가 원하는 금액인 100파운드만 줘야 겠어.

  어느덧, 지프는 바하리야 시내로 진입하고 있다. 알리는 한 시간쯤 뒤에 카이로로 가는 버스가 올 것이이니 저쪽 벤치에 앉아 기다리면 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나에게 투어 비용을 지불하라는 메시지가 담긴 눈빛을 보낸다. 나는 이제 말을 해야 할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저런 이야기로 말을 시작했다.
  나는 몇 마디를 덧붙여 나의 입장을 밝힌다. 하지만, 알리는 완고하다. 나도 더 이상 내 주장만을 말하면서 내 뜻을 고집할 순 없다. 120파운드를 알리에게 건네주고 지프에서 내린다.

  나와 스즈키는 지프에서 내려 간단하게 끼니를 때웠다.  버스 정류장 옆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서 버스를 기다린다. 메마른 태양이 흙먼가 피어오르는 거리를 광통하고 있다. 먼지들이 다시 그 태양빛을 관통한다. 나는 몽상에 잠겨 있다.
  그 몽상을 깨뜨리며, 스즈키가 나에게 말을 걸어 왔다.

  당신은 지금 막 다녀온 사막 투어가 마음에 들지 않았나요? 나는 그의 질문에 답한다. 며칠 전 시와에서 사막 투어에 다녀왔는데, 그곳은 이곳보다 가격도 저렴하고 더 재미있었어요. 그래서 사실, 나로서는 이번에 간 사막에 좀 실망했고, 재미도 별로 없었어요. 
  스즈키는 말한다.
 나는 이 투어를 가려고
카이로에서 예약하고 왔는데, 얼마를 냈는지 아세요? 나는 스즈키가 얼마를 냈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 없었다. 처음에 운전기사가 나에게 제시한 150파운드 정도 일거라고 생각을 하고, 150파운드 정도 아니냐고 말했다. 하지만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전 500파운드를 내고 왔어요. 카이로에서 말이죠.라고 스즈키가 말한다. 그리고 덧붙인다. 내가 돈을 낼 때 제시된 옵션에는 치킨 바베큐 한 마리, 맥주, 과일 등 다 포함된 것이었어요. 당신은 120파운드를 냈죠? 그리고 나와 똑같은 옵션을 제공받았어요. 사실, 그 옵션은 나를 위한 것이었는데, 당신이 참가했기 때문에  모든 것이 반으로 나뉜거죠. 그렇지만, 전 마음 상하거나, 기분나쁘지 않아요. 당신을 원망하지도 않고요. 왜냐하면 저는 이번 사막 투어에서 500파운드 이상의 즐거움을 찾았고, 그 이상으로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하거든요.

  나는 생각한다. 치킨, 맥주, 과일 등 모든 것이 스즈키의 몫이 었다. 중간에 내가 끼어들게 됨으로써 모든 것이 반으로 나뉘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나는 스즈키보다 380 파운드나 적은 돈을 지불했다. 모든 조건을 공유 하면서도. 
  그렇지만,  스즈키는 이번 사막 투어에 대해서 만족을 했고, 즐거웠고, 자신의 인생에서 다시 없을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 백사막의 풍경.



7. 머릿속을 맴도는 그 말. 

  버스가 흙먼지를 날리며 굴러와 그들 앞에 멈춰 섰다. 그들은 버스에 올랐다. 둘은 함께 좌석의 한쪽을 차지했지만, 시선은 서로 다른 곳을 향하고 있었다. 각자 사막 건너의 서로 다른 지평선 너머의 절벽을 바라보며, 다른 생각하고 있다. 그는 스스로가 부끄럽다고 느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스즈키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사실, 그는 바하리야 사막 투어를 하는 동안, 머릿속 한쪽에 생겨난 어떤 생각때문에 즐거움을 느끼지 못했다. 시와 사막 투어와 비교 때문에 제대로 된 즐거움을 찾지 못했던 것이다. 그의 마음 한편에 자리잡은 불만이 바하리야 사막 투어의 재미를 갉아 먹은 것이었다. 그 당시에는 알지 못했다. 시와 사막은 시와 사막 나름대로의 매력과 재미가 있는 것이고, 바하리야 사막은 바하리야 사막 나름대로의 재미가 있다는 것을. 그는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집트 여행의 마지막 여정. 바하리야 사막 투어의 끝자락. 그는 [인생의 대선배]스즈키에게서 [단순하지만 망각하기 쉬운]즐겁게, 행복하게 살아가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것이었다. 그는 지평선 너머로 사라지는 모래들을 바라보며, 계속 무언가를 되뇌이고 있었다.

  당신은 지금, 여기에서 최고의 만족, 최고의 즐거움, 최대한의 행복을 이끌어 내려고 하지 않았어요. 당신이 100파운드, 500파운드, 1000파운드, 얼마의 돈을 내던 그건 상관 없는 거라고 생각해요. 오직, 당신과 나에게 중요했던 건 이번 여행[바하리야 사막 투어]에서 최고의 만족, 최고의 즐거움, 최대한의 행복을 누리는 거였어요. 저는 제 목표를 이루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제가 얼마를 냈던, 당신이 얼마를 냈던, 제가 낸 돈이 아깝지 않아요. 돈을 얼마 내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상황에서 최대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행복을 찾고, 가치를 뽑아내면 되는 거잖아요. 지불한 돈 이상의 가치를 찾아서 즐기면 되는 거에요. 우리가 함께 보냈던 그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잖아요. 그러니, 우리는 최대한 행복하게, 즐겁게 즐기는 수 밖에 없죠. 

  그 순간에도, 버스는 지평선 너머를 바라보며 사막 위를 굴러가고 있었다.



2. 일기장(Diary)
  요즘은, '일기장(日記帳)'이라는 말을 쓰기보다는, '다이어리'라고 부르는게 더 친숙하게 느껴지는 그런 것들을 누구나 하나씩은 들고 다닌다. 흔히, "다이어리를 쓴다"고 말하고, 그때그때 떠오르는 것을 적거나, 어떤 날의 생각을 네모로 생긴 수첩에 적어 둔다. 이런 용도 말고도,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들은 여러가지 용도로 다이어리를 쓴다.

  집안의 짐을 정리 해야할 일이 생겼다. 나는 이사를 가야 했다. 
  
  이사를 가기위해 짐을 정리하는 행위에는 단순히 짐을 포장하는 행위 말고도 다른 행동들을 수반하게 된다. 그 동안 찾아볼 수 없었고, 이미 머릿속 기억에서 지워져 인지하지 못하고 있던 여러가지 물건들이 책상 서랍의 구석에서 나오기도 하고, 책더미 사이에서 추억의 편지나 엽서 같은 것이 흘러 나오기도 한다. 그렇게 오랫동안 잊고 지내던 어떤 사람의 흔적이 불쑥 나타나는가 하면, 오랫동안 머릿속에서 지워져 있던 순수하던, 풋풋했던 옛날의 기록들이 고개를 슬며시 내밀기도 한다['추억'과 함께 말이다].
    짐을 정리하면서 나오는 몇 권의 작은 노트[또는 수첩]. 머릿속 저편 망각의 그물 속에서 어떤 기억을 슬며시 꺼낸 뒤, 그 작은 노트를 조심스럽게 펼칠 때. 그럴때면 항상, 왠지 모를 가슴 벅찬 설렘이 몰려 온다. 어느새 손끝에는 옛날 나는 무슨 생각을 했었더라?.하는 호기심이 맺혀있다. 한 장. 한 장. 조심스럽게 과거의 시간을 넘겨 가며, 옛날 썼던 글들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순수하던, 힘들었던, 고민이 많았던, 그런 시절들이 페이지 저 너머에 펼쳐 져 있다.

  서랍의 한 귀퉁이의 어둠 속에서 잠을 자고 있던 일기장, 내 손끝에 닿았다. 일기장? 초록과 하얀색이 부드럽게 뒤섞여 파스텔톤으로 은은하게 빛나고 있는 딱딱한 표지. 길쭉한 모양의 노트였다. 고등학교 2학년때 부터 대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 어떤 일이 있을 때마다, 생각 날 때마다 간간히, 글자들을 묻어 놓았던 일기장이다. 무슨 내용이 들어있을까? 그 시절, 나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을까?.라는 호기심이 나를 둘러사고 있었다. 어느새 내 손은 일기장을 펼쳤고, 그 곳에는 지금의 내가 전혀 생각하지 못한 이야기와 생각들이 흐르고 있었다. 내가, 이.랬.었.구.나..

  나는 [적어도 일기장을 넘기던 그 순간까지]고등학교 시절 3년을 되돌아 봤을 때, 내 자신 스스로가 힘들거나 괴롭다고 느꼈던 적이 거의- 없었다고 믿고 있었다. 하지만, 일기장은 그제서야 나에게 말해주고 있었다[비록, 그 날이 심하게 괴로웠던 날이었을지도 모르지만]. 그 시절 나는 힘들어 하고 있었다. 힘들고 고독한 싸움을 계속 이어가고 있었다.고. 성적은 원하는 만큼 올라주지 않았고, 일기장 속에는 힘들어 하는 내가 있었다. 어느덧, 고3 후기. 나는, 그 시절을 나름대로 즐겼다고 믿고 있었지만, 그것은[그렇게 믿은 이유는] 단지 즐거웠던 기억의 파편만이 머릿속에 남아버린 탓이었다. 그 시절에 내가 끄적였던 일기장에는 그 당시의 [어쩌면 진실된]내가 남아 있었다. 그 시절을 즐기지 못하고 있던 내가.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말이 유행하던 시절, 나는 피할 수 없었지만, 즐기지도 못했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웅크리고 있던, 과거의 시간. 일기장이 너는 그랬어.라고 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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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몬테네그로, 부드바 - Save me! 당신은 내 생명의 은인(恩人) (Montenegro, Budva)

- 길을 걷다, 세계여행/여행, 그리고 에피소드 · 2011. 12. 15.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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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여름(夏, Summer)
  
  여름.이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생각이 가장 먼저 떠오를까. 찌는듯한 무더위, 이글거리는 태양과 아스팔트 위에서 춤추는 아지랑이, 불면증, 방학, 휴가, 시원하게 보이는 바다와 백사장이 있는 해수욕장? 

  '여름'이라는 말을 가지고 생각해 낼 수 있는 것은 많지만, 그 중에서도 여름을 가장 상징적으로 나타낼 수 있는 것은 파란 바다와 백사장이 어우러진 '해수욕장'과 '피서객'이다. 많은 사람들이, 휴가철 해수욕장을 찾는다[중고등학생, 대학생이라면 누구라도 친구들과 함께 해수욕장에 갈 계획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고, 직장인들도 여름 휴가에는 해수욕장에서 해수욕을 좀 즐기고 와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해수욕장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다양한 즐거움을 제공해 준다. 해수욕장은 자연이 우리에게 준 하나의 혜택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해수욕장은 해수욕'만' 하라고 있는게 아니기에, 사람들은 해수욕장을 많이 찾게 되고, 여름을 상징하는 중요한 하나의 장소가 된다.

  바다로 가는 기차 안은 즐겁다. 들뜬 마음으로 기차에 오른 사람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하다. 가벼운 옷차림을 하고, 작은 가방을 들고 바다로 간다. 해수욕장엔 수 많은 인파가 들이닥치지만, 그것 때문에 불쾌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화가나지도, 짜증나지도 않는다. 모두들 즐겁게 놀러 온 것이기 때문에 많은 인파들조차 반갑다. 하지만, 너무 들뜬 나머지 몇몇 사람들은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을 한가지 잊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해수욕장에는 지켜야할 규칙이 있고, 항상 '안전'을 위해서, '사고 예방'을 위해서 뒤에서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더 재미있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는 지켜야할 규칙이 있는 것이다.

  해수욕장에는 피서객, 동네 주민, 안전요원(Life guard), 경찰, 소방관, 상인 등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그런 사람들이 서로 상호작용을 하며 질서를 만들어 간다. 모두가 즐겁게 피서를 즐기기 위해서는 질서가 지켜져야 하고, 피서객들은 안전 수칙을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해수욕장에서 즐거운 기억을 가지고 일상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일부 사람들은 불쾌하거나, 안좋은 기억을 가지고 돌아가기도 한다. 


  당신이 언젠가, 여름에 관한 기억을 더듬을 때. 해수욕장에서의 어떤 일에 대한 기억은 당신에게 조금은 특별하면서, 강렬한 이미지로 다가올 수 있다.



2. 동해(東海). East sea[Sea of between Korea and japan. not sea of japan] 

  학창 시절, 매년 여름이면 바다로 향했다. 보충 수업이 시작되기 전, 친구들과 기차를 타고 바다로 갔다. 동해 바다, 남해 바다, 해수욕장에서 여름을 만끽하기 위해 떠났다. 
  
  그 해 여름. 어김없이 친구들과 함께 바다로 향했다. 고등학교 1학년. 7월 중순을 막 지난 정동진 바다는 아직, 한적했다. 태양이 백사장을 향해 떨어졌고,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거센 파도를 싣고 왔다. 어릴 때 부터, 바다에서 자주 놀았던 나는, 물개처럼 바다를 휘젖고 다녔다. 파도에 몸을 싣고, 파도를 타기도 했다.

  문득, 호기심이 생겼다. 친구들과 함께 내기를 했다. 저기, 저 뒤에 보이는 안전선까지 제일 늦게 갖다오는 사람이 통닭 쏘기. 친구들과 나는 미친듯이 팔과 다리를 바다 속에서 휘저었다. 파도가 내 면상에 부딪치며 깨졌지만, 나는 굴하지 않았다. 꼴찌만 안하면 되는거야. 무사히 안전선을 터치 햇고, 이제 다시 돌아가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나는 파도에 몸을 실었다. 파도가 햐얀 물거품으로 변해 모래 속으로 스며드는 곳까지만 가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안심했던 탓일까? 나는 지쳐있었고, 갑자기 몸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이쯤 왔으면 내 발이 바닥에 닿을 거야.라는 생각을 했고, 나는 수면 아래 보이지 않는 바닥을 짚기 위해 발 끝을 아래쪽으로 내려 꽂았다. 그 순간, 내 몸은 걷잡을 수 없이 바다 속으로 가라앉았다. 당황스러웠다.

  호흡 조절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바다 속으로 가라앉고 있는 내가 있었다. 눈앞이 캄캄했다. 파도는 거칠게 몰아치고 있었다. 당황한 내 몸은 순간적으로 허우적 댓다. 바닷물이 내 입과 코를 통해서 마구 쏟아져 들어왔다. 긴장을 해서인지 설상가상으로 다리가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통증이 찾아왔지만, 그 통증에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주변에 사람은 눈에 띄지 않았다. 나는 소리치려 했지만, 입을 벌리는 순간마다 바닷물이 내 입속으로 파고 들어, 내 목소리를 집어 삼켰다. 필사적으로 팔을 저었다. 다리는 움직이지 않았다. 아니, 움직일 수 없었다. 움직일 수 없는, 통증만이 느껴지는 다리가 내 몸뚱어리에 달려 있었고, 그 순간 나를 살릴 유일한 도구는 양쪽 팔밖에 없었다.

  그렇게 허우적대기를 몇 십 번. 어느새, 내 몸은 파도가 부서져 하얀 거품으로 변하는 지점에 도착해 있었다. 파도의 조각이 내 몸을 어루만졌다. 파란 배경에 노랗게 물들었던 조각 구름들이 서서히 하얗게 변하는 모습이 보였다. 어휴, 죽다 살아났네.
 
  그 사건이 있고 난 후, 발이 닿지 않는 곳, 바다가 두려워 졌다.
   


3. 바다로 가는 시기.

  태양(日)은 7월을 지나 8월의 문턱에 다다랐다. 더위는 절정으로 치솟고 있다. 나는 아드리안해[adrian sea, 이탈리아와 발칸반도 사이에 있는 바다]로 잠기는 태양을 뒤로 한 채, 사라예보[Sarajebo,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의 수도] 시외버스터미널에 있었다.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 오늘 밤, 보스니아와 세르비아의 국경 도시 바르디스테[Vardiste]로 향하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그 버스를 타고, 국경으로 간 다음, 기차를 타고 몬테네그로[Montenegro]의 해안 도시 바르[BAR]로 향할 예정이다.

  어둠이 깔리자, 버스는 출발한다. 어둠에 휩쌓인 사라예보에는 불빛들이 반짝인다. 아름다워 보인다. 나는,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를 '밤에 피는 국가'라고 생각한다. 밤에 피는 국가.

  모스타르[Mostar,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남부에 위치한 도시]의 거리에 내가 서 있었다. 거리에는 사람을 거의 볼 수 없었다. 오직 내가 만날 수 있었던 건, 내전(內戰)의 흔적들 뿐이었다. 텅빈, 건물들. 폐허가 된 건물들이 도시 곳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빈 건물들의 벽에는 총탄 자국이 선명했다. 건물의 2층에 위치한, 예전에는 창문이 달려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그 곳의 주위에는, 수 많은 총탄의 흔적이 있었다. 전봇대에도, 강위를 가로지르는 다리의 기둥에도. 온통 총탄의 흔적이었다. 관광객들이 찾아가는 상점가 주변을 제외하고는 사람들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이글거리는 태양이 모습을 감추고, 도시에 어둠이 깔리기 시작했다. 가로등에서는 희미한 빛이 새어 나와 힙겹게 거리를 비추고 있었다. 길가, 작은 공원에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고 있었다. 저녁이 되자, 사람들이 어딘가에서 모여 들었고 몇몇 무리의 사람들은 테이블에 앉아 음료를 마시기도 했다. 아이들은 공원 주위를 뛰어다녔다. 낮에는, 뜨거운 태양빛이 채우고 있던 자리에, 어둠이 미처 자리잡기 전에 사람들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밤에 피는 도시'

  차장이 나를 깨운다. 나에게 뭐라고 말을 하고 있다. 아마도, 내가 내려야 할 곳이라고 말하는 거겠지. 나는 내 짐들을 주섬주섬 챙겨들고 버스에서 내린다. 새벽이다. 피부에 닿는 공기는 약간 차갑다는 느낌이 들게 한다. 산-속 작은 도시의 밤 공기는 차다.

  낡고 허름한 기차역 안으로 들어간다. 매표소에 위에 불안하게 매달린 시간표를 확인하니, 내가 알던 그대로다. 조금 후면, 기차가 도착할 것이다. 나를 아드리안해의 휴양 도시로 실어다 줄 기차. 간혹, 열차들이 지나가는 소리가 들린다. 화물 열차들이다. 그 열차들을 몇 차례 보내고 난 뒤, 기차에 몸을 실을 수 있었다. 기차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4. BAR[바르]

  날이 밝았다. 기차는 종착역에 멈춰섰고, 많은 사람들이 기차에서 내렸다. 그도, 왁자지껄 떠들며 역사를 떠나는 무리에 휩쓸려 역사를 빠져나왔다. 간단하게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빵을 사 들고, 주변을 둘러 보았다. 그는 부드바[Budva]로 갈 생각이었다. 바르[BAR]에서, 부드바로 가는 미니버스(봉고차)가 역 앞에 서 있다. 그는 운전사에게 부드바로 가는 것이 확실하냐고 다시 한 번 물었다. 운전사는 간다면서 그의 가방을 차에 실었다. 뒷 좌석에 그의 가방을 싣고, 그 옆에 앉으라고 권했다. 몇 사람이 더 차에 올랐다. 자동차는 부드바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미니버스는 해안도로를 신나게 달렸다. 해안 절벽 아래에는 아름다운 섬들이 있었다. 와- 그는 속으로 감탄을 하며, 언젠가는 저런 곳에서 시간을 보내보고 싶다고 생각을 한다. 봉고차 바퀴 아래로 많은 해수욕장들이 지나가고, 아름다운 해안선이 지나간다. 그는 바깥 경치를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다. 그러는 사이, 자동차는 산을 한바퀴 돌아 목적지까지 도착했다. 부드바.

  그는 번화한 거리에 내동댕이 쳐졌다. 자동차와 사람들과 상인들이 뒤엉켜 있었다. 여기도 지금은 휴가철이라서 그럴거야.라는 생각을 해 본다. 리조트 건물 안에 보니, 물품 보관소가 있다. 그는 그 곳에 일단 큰 배낭을 맡겨 두기로 했다. 작은 크로스백 하나, 비치타올, MP3플레이어와 돈을 챙겨서 리조트 물품 보관소를 빠져나왔다. 오늘은 어디서 잠을 잘까.라고 그는 잠시 고민을 해 보지만, 마땅히 답은 나오지 않는다. 일단, 바다로 가서 놀아야 겠다는 생각이 먼저다.

  해변으로 가는 길, 많은 사람들이 있다. 많은 상점들이 있다. 노점상들도 많다. 여느-바다와 비슷한 풍경이다. 음악CD를 싸게 팔고 있는 노점상을 발견하고 음악을 들어보기도 한다. 길거리에서 파는, 구운 옥수수를 사먹기도 하고, 노점상에서 연인들이 하는 게임을 구경하기도 한다. 그는 책[론니플래닛]을 펼쳤다. 아, 이곳으로 가 봐야 겠군.



5. Old catsle, Mogren beach.

  아드리안해의 해안 도시들은 성(城)을 가지고 있다[성(城)을 가졌다고 하기 보다는, 오래된 성벽을 가지고 있고, 그 성벽 안쪽에 사람들이 살고 있다고 보는 편이 더 맞을지도 모른다]. 해안선을 따라서, 성벽이 세워져 있고, 그 안쪽으로 건물들이 들어서 있다. 고풍스러운 느낌이 든다. 옛날, 대항해시대의 흔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무역, 상업을 통해 부를 축적한 사람들이, 성을 짓고, 그 안쪽에 살면서 해적들에 대항하는 그런 것을 상상했다. 지금은, 이 성벽이 바다와 조화를 이루어 멋진 풍경을 이루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지금 이 성벽의 의미는, 바다와의 조화를 통한 아름다움이다.
 
  스플리트[Split, 크로아티아의 남부 해안도시. 미항(美港)이라고 불릴만큼 아름다운 곳이다]에서 그랬듯이, 나는 성안 이곳저곳을 누빈다. 골목과 골목을 휘젓고 다니면서 옛 정취를 느껴본다. 성벽 위를 걸으면서, 바다를 바라보기도 한다. 내가 하고 있는게, '성벽 걷기'일거야. 라고 생각한다. 성벽 안쪽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집들이 있고, 바깥쪽은 에메랄드빛 바다가 펼쳐져 있다. 바다가 태양빛을 반사시킨다. 눈이 부시다. 눈이 부시게 아름답다.라고 표현해도 될 것 같다.


  아침은 빵으로 간단하게 때웠다. 부드바에 도착해서, 너무 돌아다닌 탓인지 배가 고팠다. 성벽 안쪽에는 많은 식당들이 있었다. 관광지 느낌이 물씬-풍기는 그런 곳이기에 관광객들을 상대로하는 식당과 카페테리아가 많이 있었다. 이런곳에서 바가지 쓰기 쉽상인데.라는 생각이 들지만 나에게 선택의 여지는 없다. 나는, 몇 군데 식당을 돌아다니다가, 현지인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앉아 있는 식당으로 들어가, 간단하게 식사를 해결한다. 비싸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관광지 식당이라는 것을 고려 할 때]. 맛도 나쁘지 않았다. 

  이제 해변으로 가볼까. 모그렌비치[Mogren beach] 가 봐야 겠군. 책에 많은 해수욕장들이 소개되고 있었지만, 나는 모그렌비치로 가기로 했다. 모그렌비치를 설명하는 많은 문장들 중에, 나의 호기심과 기대감을 자극하면서 나를 그곳으로 향하게금 만든 문구가 있었다. 

  "부드바에 있는 해수욕장들 중에서 멋진 경치를 가진 곳 중 하나이다. 또한 이곳은 많은 글래머들이 찾는 곳이다."



6. 해수욕.

  그는 모그렌비치(Mogren beach)를 찾아갔다. 태양이 머리위를 지나간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해수욕을 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날이었다. 모그렌비치로 가는 입구는 절벽 아래의 작은 공간을 지나가야 했다. 그가 절벽의 모퉁이를 돌자, 해수욕장 입장료를 내는 곳이 나타났다. 모그렌비치는 입장료를 내야했다. 그는, 입장료 2Euro를 지불하고 해수욕장의 모래위에 발을 디뎠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 보았다. 설마 내가 낚인 건가. 라는 말을 입속에 머금었다.

  그는, 주위를 둘러 보면서 깨달았다. 아, 실수 했구나.라고 생각을 했다. 해수욕장엔, 얼핏보기에도 여자보다 남자가 더 많은 것 같았다. 모든, 남자들이 그의 생각과 비슷한 생각을 하고 해수욕장을 찾은게 틀림 없었다. 돈을 내고, 입장한 해수욕장이니 그는 해수욕이나 즐겨야 겠다고 생각하고, 절벽아래 그늘진 공간에 비치 타월을 깔고 누웠다. 물 위를 둥둥 떠다니는 사람들이 보였다. 신기했다. 어떻게 저렇게 자연스럽게 물 위에 사람들이 떠 다닐수가 있지?

  바다 위로 사람들이 떠다녔다. 그들은 움직이지 않고도, 유유히 흘러 다녔다. 그는 신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도 바다속에 들어가면 저렇게 뜰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는, 아직 바다에 대한 공포증을 떨쳐내지 못한 상태였다. 그는 물 속으로 들어갔다. 물은 너무나도 깨끗했다. 경치도 좋은 편이었다. 그는 가까운 곳에서 몸을 풀면서 헤엄을 치기 시작했다. 조금씩 조금씩, 발이 닿는 곳에서 헤엄을 치면서 자신감을 키워나갔다.

  안전선이  설치되어 있었지만, 안전선 바깥에도 사람들이 둥둥 떠다녔다. 저렇게 멀리까지 나가도 되는걸까.라는 의문을 가지기도 했지만, 그건 그와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여유롭게 물 위에 떠 있는 사람들을 보니 그도, 안전선까지라도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위험한 발상이었지만, 그는 어느정도 자신감을 얻은 상태였기에 충분히 저 멀리까지 헤엄쳐서 갔다올 수 있을 것 같았다. 갈까 말까, 고민을 했다. 비치 타월에 앉아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저- 사람들 처럼. 

  물 속으로 뛰어 들었다. 바다라고 하기엔 물이 너무 맑았다. 생각보다 깊기도 했다[너무 맑아서, 상대적으로 얕아 보였다]. 그는 헤엄을 쳐서 안전선까지 왔다. 꽤 먼거리를 헤엄쳐서 왔다. 뒤를 보니, 백사장까지 거리가 꽤 되어보였다. 그는, 막막했다. 일단 안전선까진 왔지만, 다시 돌아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태였다. 그는 그가 온 만큼 다시 되돌아 가야했다. 덜컥- 겁이 조금 나기도 했다.

  크게 숨을 몰아쉬고- 다시 헤엄을 쳤다. 어느 정도 왔을까, 정신없이 헤엄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는 너무나도 더디게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생각보다 더디게, 더디게 앞으로 나아갔다. 힘이 부쳐왔다. 하아, 하아, 하아, 하아, 헉,헉,헉,헉-  그 순간이었다. 그는 왼쪽 다리에 큰 통증을 느꼈다. 다리가 움직이지 않았다. 다리 근육에 문제가 생긴 것이었다. 그가 큰일 났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는 물 속으로 가라앉았다. 물을 먹었다. 필사적으로 물 위로 다시 솟아올라서 허우적 댔다. 소리쳐야 했다. Help me! help me! 라고 머릿속에서 소리치라고 명령어를 입력하고 있었지만, 입은 말을 듣지 않았다. help me 라는 말은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해변에 있던 사람 몇 명이 그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그가 왜 그렇게 허우적 대는지는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는 외치기 시작했다. '헬프미'가 아닌 '살려줘!'라는 소리가 그의 입 밖으로 새어나왔다.

  물을 몇 모금이나 마셨을까. 그가 '살려줘'라고 몇 번 외쳤을 때, 해변에 있던 누군가가 물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는 그의 목을 껴안고, 뒤로 헤엄을 치기 시작했다. 그는, 나무토막처럼 둥둥 떠 있었다. 최대한 몸에서 힘을 뺐다. 그들은 곧 해변으로 올라왔다. 왓해픈? 이라고 그를 구해준 남자가 물었다. 그는, 숨을 고르며 대답했다. 다리 근육이 마비가 됐어. 그러자, 그를 구해준 남자는 그의 다리를 부여잡고, 마사지를 해 주기 시작했다. 그의 입에서 작은 소리가 굴러 나왔다. 죽다 살아났네.


 
7. 라쇼[Raso]

  나를 구해준 그 남자의 이름은 '라쇼'라고 한다. 브라질 출신이인데, 일 때문에 몬테네그로에 머물고 있다고 했다. 나는 고맙다고 말한다. 리고 한국에서 온 여행객이라고 소개했다. 해수욕을 즐기러 왔다가 물에 빠진 것이라고 덧붙인다. 나는 가방을 뒤지기 시작한다. 그리고는 하회탈 열쇠고리를 꺼낸다. 그에게, 전해준다. Korean tradtional mask. it's for you. thank you.

  라쇼와 나는 이야기를 좀 나누다가, 헤어진다. 나는 비치타올을 접어 가방에 넣고, 모그렌비치를 떠난다. 힘든 하루다.





 

- 출항을 기다리는 배들, 스플리트 항구



- 모스타르, 풍경들.


- 모스타르


- 모스타르, 세계문화유산



- BAR 역



- 골목과 골목 사이


- 바다와 부드바 성



- 성벽과 바다



- 부드바


- 모그렌비치(Mogren beach)



- 부드바(Bud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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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시리아, 하마(Hama) - 만난다는 것은 헤어짐과 동의어 (Syria, Hama)

- 길을 걷다, 세계여행/여행, 그리고 에피소드 · 2011. 12. 10.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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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만남. 만나다.

  만나다.【…을누군가 가거나 와서 둘이 서로 마주 보다. 혹은, 인연으로 어떤 관계를 맺다.는 의미로 많이 쓰이는 말이다. 만난다는 것. 그것은 약간의 설렘을 수반한다.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약속된 시간에, 약속된 장소에서 누군가를 기다릴 때, 그 기다림 속에는 설렘이 깃들어 있다.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이 좋은 이유는, 만나는 행위가 이루어 지기 전 어떤 일련의 과정이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만나기 전, 당신의 마음 속에는 만날 대상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담겨있을 것이고, 그[또는 그녀]를 만나기 위해 그 사람을 기다리는 행위 속에는 기대감[상대방이 언제, 어떤 모습을 하고 나타날까.같은 부류의 기대감]과 설렘이 있기 때문이다.

  황지우 시인시(詩) 중에는 '너를 기다리는 동안'이라는 시가 있다.
   네가 오기로 한 그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 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다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에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후략….


  우리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불과 15년 전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다양한 경로를 통해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약 15년전 유행하던 PC통신 천리안, 나우누리 등에서 서비스하던 채팅을 비롯해서, 인터넷을 이용하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채팅 서비스를 통해 대화를 나누고, 동호회에 가입을 하고 모임을 갖기도 한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대화상대를 찾아 대화를 하고 만남을 가지기도 한다]. 다양한 경로를 통해서 사람을 만나더라도, 그 곳에 항상 존재하고 있는 것은 바로 설렘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설렘이 있던 자리를 이별[헤어짐]이라는 녀석이 채우게 된다. 요즘 처럼, 사람을 쉽게 만나는 시대에는 헤어짐도 더 빨리, 쉽게 찾아오기 마련이다.

  여행.을 하다보면,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그 중에서도, 여행을 하고 있는 다른 여행자들을 만날 수 있다. 여행을 하면서 만나는 여행자들에게는 서로에게 끌릴 수 밖에 없는 요소가 있다. 그들은 서로가 같은 처지에 놓여 있다는 사실. 이런 이유로, 여행자들은 서로에게 많은 경계를 하지 않으며, 좀 더 포용적인 마음을 가질 수 있다 . 하지만 알고 있다. 누가 말하지 않더라도, 알고 있는 한가지 사실.

  우리들은 언젠가는 헤어져야 한다.사실.

 
2. 어떤 경우-

  [지금은 상상 할 수 없을지도 모를 사람이 많이 있겠지만] 휴대폰을 가진 사람을 주변에서 찾아보기 힘들던 시절이 있었다[그 시절은 '삐삐'와 '공중전화'그리고 '집 전화'가 긴요한 통신 수단이었다]. 그 시절, 인터넷이라는 것이 서서히 보급되던 시절이었다. 모뎀이 "삐이이-지지직'대는 소리를 내며, 집 전화를 불통상태로 만들면, 온라인 세상이 열렸다. 그 시절, 나는 매일 밤 [PC통신]천리안에서 나와 다른 곳에 사는 누군가와 대화를 하기 위해 채팅방을 찾았고, 다른 사람들이 올린 자료를 보기 위해 자료실을 뒤적거렸으며, 동호회라는 곳에 가입을 해서 여러가지 글과 정보를 공유했다. 
  몇 년 후, 하나포스, 메가패스 등의 초고속 인터넷들이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하나, 둘씩 천리안을 떠났다[가입해지 했다]. 그러는 과정에서 나와 돈독한 관계를 맺었던 사람들은 하나, 둘씩 기억 저편으로 사라져 갔다. 그 때, 미처 나의 연락처를 알려 주기 전에 갑작스럽게 해지가 된 경우도 있었고, [멋있는 척 하며]통신[그 때는 '온라인'을 지칭하던 말]에서 만난 관계는 통신에서 끝내자.라는 말을 하며 관계를 정리하기도 했다.

  천리안, 나우누리 등 PC통신 시대를 지나, 랜선(LAN), 무선인터넷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많은 온라인 커뮤니티들이 활성화 되었다[프리챌, 다모임, 세이클럽...다음 카페, 네이버 카페 등].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끼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교류를 하면서 친분을 쌓기도 하고, 정모를 통해 친목을 다지기도 했다. 그렇게 새로운 만남은 계속되었다.
  하지만, 그런 만남 속에서도 헤어짐은 늘 존재했다. 갑작스럽게, 친하게 지내던 누군가가, 돌연 - 클럽을 탈퇴해 버리고. 휴대폰번호 마저 바뀌어 버리는 일들이 종종 있었다. 그럴 때면, 이렇게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이제, 그 사람과도 끝났구나.  

  온라인, 통신 매체를 통해서 만난 사람과의 관계는 통신 기기, 통신 매체의 단절이 발생하면- 그 사람과의 관계도 단절이 된다. 어떻게 본다면, 참으로 맺고, 끊기 쉬운 인간관계다.



3.  하마(Hama, 시리아 중부의 도시. 수차(水車)가 유명하다)

  라타키아(Latakia)를 떠난 버스가 하마 버스터미널로 들어오고 있다. 하늘은 파란 바다에 흰 물감을 풀어 놓은 듯 하다. 한 낮의 버스 정류장은 뜨겁다. 태양 나를 비추고 있다. 나는 어디로 가야하지?

  일단, 하마로 돌아왔다. 아니, 돌아왔다고 하기보다는 하마에 도착했다고 하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알레포(Aleppo)에서 다마스커스(Damascus)로 향하는 버스에서 몸을 실었을 때, 중간 기착지가 하마였다. 그 때, 나는 하마의 버스터미널에서 차를 마셨다. 옆 자리에 앉았던 한 남자가 버스 티켓에 붙어 있는 쿠폰으로 차를 마실 수 있는 곳을 안내해 줬었다. 하마로 이렇게 일찍 돌아올 줄 몰랐다. 나는 막막했고, 피곤했다. 어제는 라타키아 버스터미널의 벤치에서 노숙을 했다.

  지도 한 장 없다. 어디로 가야 할 지도 모른다. 지금 내가 바로보고 있는 방향도 모른다. 아는 사람도 없다. 아랍어도 할 줄 모른다. 도대체, 지금의 나는 할 줄 아는게 없다. 나는, 버스터미널 주변에서 사람들에게 말했다. 시계탑이 어디에 있는 줄 아냐고.

  터키 아다나에 있을 때 인터넷으로 검색을 했다. 하마. 하마에 가면 리아드 호텔(Riad hotel)이 있다. 그 곳은 한국 사람들과 일본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그럼, 그 곳으로 가면 뭔가 정보를 얻을 수 있겠지.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래, 하마에 가면 리아드 호텔로 가면 되겠구나. 라고 생각했다.

  지금, 리아드 호텔에 가고 싶지만, 갈 수가 없다. 어디로 가야하지? 몰랐다. 딱, 한가지만 빼고.
호텔 근처에, 시계탑이 있다는 정보. 시계탑으로 가면 뭐라도 해결 되겠지.라는 생각에 사람들에게 말했다. 클락타워. 클락타워. 사람들은 알아 듣지 못했다. 내 손목의 시계를 가리키며, 타워, 타워를 외쳤다. 나에게 시간을 가르쳐 준다. 시간은 나도 알고 있다고!



4. 시계탑.

  태양이 큰 배낭을 메고 있는 한 남자를 비추고 있다. 그는 지쳐 보인다. 사람들에게 뭔가 도움을 요청하는 듯 했지만, 만족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는 시계탑을 찾아가려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근처에 있는 리아드호텔을 찾아가려고 하는 것 같았다. 그는 생각 했다. 시계탑은 보통, 시내에 있다. 그럼 시내로 가자.라고. 그리고, 다시 말했다. 시티, 시티 센터. 그러자 한 남자가, 손짓을 한다.

  그는 그 곳으로 몸을 움직였다. 작은 미니버스를 타는 곳이다. 거기서 물었다. 클락 타워, 시티, 시티 센터. 작은 봉고가 그를 싣고 달리기 시작했다. 운전기사가 그에게 뭔가 말했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대답했다. 클락 타워, 리아드 호텔, 시티 센터. 그 때, 보조석에 앉았던 남자가 리아드 호텔! 이라는 말을 내뱉는다. 작은 봉고는 어디선가 멈췄고, 나에게 내리라고 한다. 그러더니, 보조석에 앉은 남자가 손짓했다. 리아드 호텔쪽을 가리켰지만, 그는 거기에 리아드 호텔이 있는 지 모른다. 그는 그 쪽으로 걸었다.

  거리의 사람에게 물었다. 리아드 호텔? 지나가던 사람이 손짓했다. 저- 쪽. 그는 손끝이 가리키고 있는 곳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 곳에 있었다. 리아드 호텔. 그는 구세주를 만난듯 마음이 놓였다. 뭔가- 대단한 것을 발견한 것 같이 기뻤다. 오! 리아드 호텔! 나의 구세주여. 라고 외치며 그 곳으로 달려갔다.

  그는, 프론트로 가서 체크인을 했다. 돈을 지불했다. 안내를 받았다. 4인 도미토리룸이다. 프론트에서는 너의 친구들을 만날 수 있을거야.라는 말을 남겼다. 내친구들? 이라고 그는 반문했다. 프론트에서는 대답없이 웃음을 지었다. 그가, 호텔 한쪽의 침대에 짐을 풀고, 샤워를 하고, 누워서 쉬고 있을 때 - 한 무리의 남자들이 들어왔다. 3명의 남자. 셋다 일본인이었다. 아, 내 친구들. 프론트의 남자는 그가 일본인 인줄 알았나보다.

  그는 키친을 어슬렁 거렸다. 저녁에 뭘 먹을까? 일본인 룸메가 추천해준 파르페 가게에 가서 사 먹을까? 아니면, 가방에 든 재료를 가지고 음식을 해 먹을까. 그러다가, 한 무리의 한국인들을 만났다. 안녕하세요?. 아, 안녕하세요?. 그는 정-말 오랜만에 만나는 한국 사람들이었다.



5. 밤거리.

  저녁, 윗층 주방 옆 식탁에 사람들이 모여 있다. 한국 사람 여럿이서 술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나는 혼자 였지만, 그들에게 인사를 하고 합석을 한다. 간단하게, 소개를 한 후- 염치 없이 음식들을 나눠 먹는다. 아, 내일은 뭐할지 모르겠어요. 아직 정해진 게 없어서. 내일은 그냥 하루 푹 쉬면서, 뭐 할지 좀 생각해 봐야 겠어요. 

  오랜만에 푹-잤다. 오랜만에 마음이 편하다. 걱정없이, 편-하게 하루를 보낼 수 있다. 시장을 둘러보고, 사진을 찍는다. 사람 사진, 풍경 사진. 거리를 걸으며, 거리를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보며 생각한다. 차도르를 걸친 여성들. 불편하지 않을까?

  숙소로 돌아 왔다. 어젯밤 보았던, [나보다 어려 보이는]여자애가 서 있다. 안녕하세요?. 아, 안녕하세요. 오늘 뭐했어요? 그냥, 길거리 돌아다녔어요. 오, 저도 그냥 돌아다니다가 들어왔는데, 어디 좋은데 발견했어요?. 아니요, 그냥 그랬어요.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역시, 나보다 어리다. 잠시-지만, 그 여자애가 부럽다고 생각해 본다. 그리고, 잠시- 대단하다고 생각해 본다.  

  나에게 말했다. 오빠, 그거 봤어요? 아까 돌아다니다 보니까, 길거리에 찐옥수수 팔던데. 찐옥수수? 먹어봤어? 나 완전 그런거 좋아하는데. 아, 진짜요? 나도 그런거 좋아하는데, 먹으러 갈래요?. 좋지- 진짜 오랜만이다, 그런거 먹는거. 우리는 거리에서 찐 옥수수를 사 들고, 길 옆에 앉아 목수수를 먹는다. 내가, 생각하던 한국의 맛은 아니지만 그래도 좋았다. 중동[모든 것이 이국적으로 느껴지는 곳]에서 한국에서만 맛 볼 수 있을 법한 그런, 한국적인 느낌이 나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그리고, 이런 곳에서 그런 음식을 먹으며, 대화를 나누며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사실이 좋았다.

  내일은 뭐해?. 내일, 전 크락데슈발리에 가보려고요. 크락데슈발리에? 들어 본 것 같은데,, 어제 같은방 일본애들이 갔다왔다던 곳인가?. 아마 그럴거에요, 여기서 꽤 유명한데. 아, 그래? 난 아는게 없어서. 일본 애니 '천공의 성 라퓨타' 모델이라던데, 이쁘다고 하더라고요. 아, 한 번 가봐야 겠네. 같이가요, 내일. 그러자. 거기, 가는 방법도 까다로워서 혼자 가려면 힘들다던데, 잘됐다.  

  우리는 거리를 걷는다. 어느 작은 갤러리에 들러, 그림을 구경한다. 시리아- 사회주의 국가, 독재 국가. 속에서 예술을 하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자유에 대한 갈망들이 작품속에 드러나 있음을 느꼈다. 갤러리를 관리하는 사람이 우리에게 차를 한 잔 주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한다. 여자애가 덧붙였다. 전, 중동와서 이렇게 차를 얻어 먹을 기회가 많네요. 훗- 웃음을 머금었다.

  어둠이 깔린 하마 거리에는 많은 사람들이 나와 있었다. 카페에서 차를 마시는 사람, 거리 곳곳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 거리는 여유로워 보였다. 무덥지 않은- 가끔은 건조함이 몸 속을 파고드는, 건조한 공기가 피부를 감싸고 있는 도시. 우리는 호텔로 발걸음을 옮겼다.



6. 크락데슈발리에.

  도시에 태양이 서서히 비치기 시작했을 때, 그들은 호텔을 나섰다. 아직은 도시가 달궈지기 전이다. 호텔 근처의 빵가게에서 빵을 샀다. 빵을 많이 사지는 않는다. 적당히. 둘 다, 아침을 가볍게 먹는다. 점심 식사도-간단히 적당량만. 배부르지 않게. 큰 버스를 타고, 작은 봉고차를 타고, 크락데 슈발리에로 간다. 그들은 한 번, 버스를 잘못타서 도시를 뱅뱅 돌았다. 이런- 뭔가 느낌이 이상하다 싶더니, 역시나 였다. 그들은 우여곡절 끝에 크락데 슈발리에에 도착했다.

  마을의 산등성이. 그 위에, 하얀- 성이 홀로 우뚝 서 있다. 십자군 성(城). 그 옛날 십자군 전쟁때 이곳에서 수 많은 사람들이 죽음을 맞이 했겠지.라고 그는 생각했다. 학생 할인으로 입장권을 끊고 안으로 들어갔다. 긴-통로. 성은 크다. 좀 이른 시간이라서 그런지 사람이 많지는 않다. 조용하다. 햇살이 성의 무너진 틈새와 작은 창을 통해 들어왔다. 통로의 어둠은 작은 구멍을 통해서 들어오는 빛에 의해 상처를 받기 싫은 듯, 주위로 물러나 있다. 그는 작은 창으로 바라보는 바깥세상은 아름답다.고 생각해 본다.

  그는, 작은 배낭 하나와 잠베를 들고 왔다. 바람이 성의 망루에 서 있는 그들의 피부를 스쳐 지나간다. 그녀가 말했다. 오빠, 잠베 연주좀 들려 주면 안돼?. 그는 조용한 곳에 앉아 잠베를 연주 해 볼 요량으로 잠베를 들고왔던 터라, 성의 망루에서 잠베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둔탁한 음이 무너진 성의 벽돌을 두드린다. 고요한 가운데 울려 퍼지는- 잠베의 둔탁함. 곁은 지나던 관광객들은 잠시 멈추어 그 모습을 지켜 보기도 한다.

  그들은 성의 이곳저곳을 헤집고 다녔다. 사진을 찍고, 올라가고, 내려가고. 바라보고. 어느덧 태양은 머리위를 지나 슬슬, 서쪽을 향해 가고 있다. 사진 찍어 줄까?. 그가 말했다. 그녀는 거절한다. 난, 내가 나오는 사진은 안찍어. 그의 카메라로, 한 컷 찍어주려 하자 그녀는 거절한다. 안찍어도 돼, 괜찮아. 
  그도, 그 자신이 나오는 사진을 잘 찍지 않지만, 그래도 가끔은 자신이 나온 사진을 찍고 싶을 때가 있긴 했다. 하지만, 절-대. 자신의 사진은 찍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특이하다고 생각했다.

  크락데슈발리에를 떠나는 차를 타기위해 그들은 성에서 내려왔지만, 그들을 싣고 그곳을 떠나 하마로 돌아가 줄 자동차는 없었다. 그들은 성 아래 마을을 향해 내려왔다. 그는 말했다. '히치'해서 갈까?



7. 다시, 하마.
 
  카페에서 맥주를 마신다. 하마, 왠지 편안한 느낌이 든다. 그녀는 하마를 떠나면, 이집트를 향해서 간다고 한다. 나는 반대 방향이다. 나는 이제부터 계속 북쪽으로 가야한다[물론 반드시 가야하는건 아니지만]. 서로의 가까운 미래에는 서로의 여행 계획이 있다. 그녀는 이집트로 간 다음, 그리스를 거쳐 이탈리아로 간다고 했다. 이탈리아에서 방학을 맞아 이탈리아 여행을 온다는 친구를 만나기 위해. 나는 터키를 지나, 그리스로 간다고 했다. 그럴리는 없겠지만, 우리가 그리스에서 우연히 만날 수도 있겠네.라고 말한다. 풋- 그럴리가.

  나는 그리스를 지나, 러시아 상트페트르부르크까지 북쪽으로 북쪽으로, 그리고는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야한다. 그래, 그게 내 계획이다. 여행의 수 많은 목표 중 하나다. 여행자에게는 자신의 여행 목적, 목표에 대한 집념이 있고, 그 집념을 깨기는 어렵지.라고 생각해 본다.

  아침, 하마에는 여전히 건조한 공기가 머무르고 있었고, 태양이 공기 사이로 파고 들었고, 빵집에서는 빵이 구워졌다. 나는 오늘 하마를 떠나 알레포로 간다. 
  큰 길가에서, 버스터미널로 가는 봉고차를 타기 위해 호텔 문을 나섰다. 몇 명의 여행자들이 배웅을 나온다. 오랜 시간 그들과 함께 한 것 같지만, 사실은 며칠 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아쉽다는 마음이 든다.

  호텔에서 봉고차를 타러 가는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생각이 든다. 그녀에게 이메일 주소나 페이스북 주소라도 알려줄까. 말까. 다른 사람들의 주소라도 물어볼까. 말까. 길가에서, 봉고를 기다리며 그녀의 얼굴을 쳐다본다. 오묘하다. 그녀도 아쉬워 할까? 
  여기 까지 걸어오는 길에, 결정을 내렸다. 우리가 인연이 된다면, 언젠가 또 다시 만날 기회가 있겠지.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입 밖으로 한 마디 말이 흘러나와 바닥에 떨어졌다. 여행 잘 해. 어색한 미소가 그 뒤를 따른다.

  만난다는 것은 헤어짐과 동의어. 여행은 수 많은 만남과 헤어짐이 반복되면서 완성되는 것이다. 라는 말을 만들어 봤다.






- 성 위에서,



- 성 벽의 통로.


- 햇살



- 그림자,


- 마을의 아이들. 거인과 난장이


- 우리를 큰 길까지 태워다 준, 배달부.


- 리아드 호텔



- 하마의 수차.


- 수차와 수로


- 하마의 시계탑

- 갤러리,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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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불가리아, 소피아 - 고개를 끄덕끄덕, '아니'라는 의미 였다고?! (Bulgaria, Sofia)

- 길을 걷다, 세계여행/여행, 그리고 에피소드 · 2011. 12. 3.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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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언어(言語, Language) - 몸짓 언어(Body language, 바디랭귀지)
 
   너, 나랑 말이 좀 통하는데. 통하는게 있네.라는 말을 할 때가 있다. 누군가와 대화를 하다보면, 느낄 때가 있다. 말[言]이 통한다는 것은, 너와 내가가[우리가] 친해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내포하고 있다. 
  '말'이 통할 수 있는 이유는 뭘까. 아마도, 말이 통할 수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같은 언어를 사용하기 때문일 것이다. 같은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은 언어와 관련된 다양한 문화를 공유할 수 있다는 것, 서로를 잘 이해할 수 있다는 것, 같은 관습 속에서 서로 친밀해 질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조건을 갖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같은 언어를 공유한다는 것은, 서로 원활한 의사소통(Comunifcation)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우리가 여행을 하면서, [가장]낯설다.이국적이다.라고 느낄 때가 언제일까. 생각 해 본다면,  
 비행기에서 내려, 게이트를 막 빠져나왔을 때, 당신이 가야 할 곳을 알려주는 안내 표지판을 봤을 때.일 것이다[혹은, 출입국 관리사무소에서의 팻말을 보았을 때. 육로로 국경을 지난다면]. 내가 쓰는 언어와 다른 언어를 쓰는 국가에 갔을 때, 나에게 다가오는 문자(文字)들. 그것의 진정한 의미가 설령 출구를 뜻하거나, 내국인, 외국인을 뜻하는 것일지라도 그 문자들은 또 다른 의미를 함의하고 있다. 그들은 당신에게, 여기는 다른 나라. 당신은 이방인. 당신은 우리와 구별된다.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세계지적재산기구(WIPO)에서는 국제 공개어 10개를 선정하고 있다[영어, 프랑스어, 러시아어, 스페인어, 중국어, 아랍어, 일본어, 독일어, 한국어, 포르투갈어 10가지]. 이들 언어는 국제 사회에 무언가를 알릴 때 사용하는 언어들이다[무언가를 알릴 때 이들 10가지 언어로 번역을 하여 알려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들 10가지 언어를 알고 있으면, 전 세계의 거의 모든 사람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 따라서, 10가지 언어를 모두 알면 가장 좋지만, 10가지 언어를 모두 습득하고 올바로 이해하는 것이 결코 쉬운일은 아니다. 따라서, 여행을 할 때 우리는 기본적인 의사소통에 관련된 언어를 몸에 익히고 떠나지만, 현실에 부닥치게 되면 또 다른 무언가가 필요하다. 바로 그 상황에 필요한 것, 필요한 언어가 바로, 몸짓 언어[Body language]다.

  몸짓 언어[바디랭귀지, Body language]는 의소사통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사람의 행동과 관련해서 심리학에서 아주 중요하게 다루어지는게 '몸짓 언어'이다. 본고에서는 무의식적인 몸짓 언어와 암묵적 의사 표현에 관련된 이야기 보다는 의식적, 의도적 몸짓 언어에 대해서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여행 중에 당신이 바디랭귀지를 필요로 하여 사용하게 되거나, 바디랭귀지의 의미를 파악해야 할 일이 생긴다면 그것은 단지 그 상황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일 것이다. 이 순간, 바디랭귀지를 이해하기 위해 먼저 알아 두어야 할 것은 그 나라의 문화와 관습이다. 특히, 바디랭귀지와 관련된 특이한 문화와 관습을 알아 두지 않으면 오해가 생기거나,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언어에 관해이야기 할 때 이런 말들을 많이 한다. 언어는 문화의 산물이다[혹은 불가분의 관계이다]. 일제 강점기 시절, 민족의 선각자들이 우리말과 글을 지키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한 이유도 언어에 우리 문화와 민족의 혼이 담겨있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언어와 문화.는 불가분의 관계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더하자면, 문화는 그 나라의 역사와 관련이 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언어, 그 중에서도 '몸짓 언어[바디랭귀지]'에 관해 이야기 할 때, 우리가 그 나라의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한 상황이라면 오해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 



2. 바디랭귀지는 많은 정보를 주지만, 오해도 준다.

  친구와 대화를 할 때, 가끔. 대화에 집중을 하지 못하고 다른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대화의 주제와는 관련성이 떨어지는]다른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게 된다. 왜 일까? 그런 생각이 대화 도중에 끼어 드는 이유가 뭘까.[이런 현상을 '잔류 사고 여유(leftover thinking space)'라고 한다. 이는 상대방의 말하는 속도 보다 빠르게 진행되는 자신(청자)의 사고 속도 때문에 중간에 다른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대화를 함에 있어서 집중력을 잃게 하고, 심지어 무의식적으로 다른 행동 하게 되기도 한다.] 
   문제는 이 순간 발생했다.

  친구와 대화. 둘이 함께 수행해야 할 과제에 관한 이야기 였다. 친구는 나에게 열심히 그 과제에 대해서 설명을 해 주고 있었다. 내가 어떤 일을 해야 할지. 그리고 친구는 자신은 어떤 일을 할 지 [아주 열심히]설명을 하고 있던 중이었다. 왜 일까? 불현듯, 그날 저녁에 약속되어 있던, 영화에 관한 일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게 몇 시 였더라. 7시 30분.이라는 시간이 머릿속에 떠오르고, 지금이 몇 시지.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감과 동시에 무의식적으로 왼쪽 손목으로 시선이 움직였다.
  친구는, 더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그 자리엔 오해가 머물러 있었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시계를 쳐다봤을 뿐인데. 친구는 나의 행동에서, 다른 메시지를 읽었다. 나는 전혀 의도하지 않았지만. 그가 기분나빠 할 그런 메시지를 읽었다. 그건 오해였다.

  어린 시절, 독고병[숨바꼭질과 유사한 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내던 때가 있었다[그 시절은 PC게임 보다는 놀이터에서 뛰어노는게 일상화 되어 있었기에 가능했다]. 나는 건물 뒤에서, 건너편 건물 뒤에서 나를 향해 손짓하는 친구를 보았다. 분명, 그는 나에게 오라는 손짓을 하고 있었다[내가 생각 했을 때]. 나는 그 친구를 향해 달렸다. 그러나 곧 발걸음을 멈추어야 했다. 술래에게 발각되어 내가 술래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손짓을 한 그 친구에게 말했다. 너때문에 죽었자나. 그는 말했다. 내가 언제 오라고 했어, 가라고 했지. 난 분명히 가라는 손짓을 했다고. 내가 볼 땐 오라는 손짓이었는데. 손바닥이 아래로 향하면서 손목을 까딱까딱. 오라는 거 아니었나..?



3. 기차는 해바라기 평원을 지나고,

  보스프러스해협을 바라보던 기차가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이스탄불의 밤. 거대한 모스크들을 뒤로 한 채, 기차는 발칸반도의 중앙으로 향한다. 내일 아침이면 불가리아에 도착하겠지.라고 생각한다. 이집트에서 비행기를 타고 지중해를 건넜다. 더 이상의 불안한 여행은 싫다. 이제-편히.

  태양의 열기가 무겁게 내려 않아있던, 7월 중순의 이집트 카이로. 사막이 시작되는 곳에 위치한 공항. 공항 주변의 모래는 서로 경쟁 하듯 열기를 내뿜고 있었다. 떨어지는 태양빛을 이겨보겠다는 듯이. 
  비행기 내부로 몸을 옮길 때, 느껴지던 더위. 더위는 곧 사라졌고 비행기는 활주로를 달리기 시작한다. 얼마나 달렸을까. 이제, 하늘을 향해 땅을 박차고 올라가겠지.라고 생각했을 때. 비행기는 더 이상 위로 오르지 않았다. 활주로 위에 그대로 멈춰썼다. 뭐지? 곧 아랍어로 된 기내 방송이 나온다. 나는 알아들을 수 없는 말- 이국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언어[아랍어]-. 이국적인 날씨. 그렇게 3시간을 활주로 위에서, 에어컨조차 나오지 않는 오븐 처럼 열기로 가득찬 비행기 몸뚱어리 안에서 보내야 했다. 창 밖에는, 엔지니어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엔진 고장.

  기차의.창 밖에는 옅은 안개가 끼어 있고, 그 사이로 햇살이 파고 든다. 상쾌한.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산 속의 아침이다. 기차는 멈추어 있다. 가끔, 새 소리가 안개사이를 가른다. 고요하다. 어디지? 불가리아 국경 사무소. 아-
  한참 후,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이 나를 찾아 왔고, 그 자리엔 입국 스탬프의 흔적이 남았다. 도장. 입국 허가를 받았다는 증거. 햇살이 스믈스믈 기어 들어 안개를 완전하게 밀어 냈을 때 쯤, 기차는 움직인다. 불가리아의 해바라기 평원을 지난다. 창 밖에는 해바라기, 해바라기들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노란-해바라기들.

  언제부턴가, 해바라기.라고 불리는 꽃을 좋아하고 있었다. 아마도, 이 때부터 였을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이런 말을 해 준 적 있다. 해바라기는, 보면 볼수록 점점 더 예뻐 보이는 꽃이야. 질리지 않아. 질리지 않는 다는 건, 좋아. 너도- 해바라기 같아.


  기차는 해바라기 사이를 달린다. 파-란하늘. 노-란 해바라기. 함형수 시인의 '해바라기의 비명(碑銘)'이 생각난다. 함형수 시인,도 알았을까? 끝없이 펼쳐진 해바라기들이, 지금. 여기에 존재하다는 것을.
  
  시계는 12시를 넘어 간다. 배가 고파온다. 열차 시간표의 도착 예정 시간은 오전 10시 였지만, 그 시간을 훌쩍 넘기고 있다. 뭐, 그렇다고 내가 걱정할 건 없다. 나는, 창문 밖으로 머리를 내밀고- 나를 스쳐지나가는 바람을 만끽한다. 그저- 좋다.는 말 밖에.




4. Sofia, 소피아[불가리아의 수도].

  이스탄불에서 어둠을 넘어온 열차는 소피아에 도착했다. 소피아 중앙역. 그는 낯선 글자들을 봤다. 키릴 문자[키릴 문자는 동유럽(러시아, 우크라이나, 벨라루스와 몰도바, 세르비아, 몬테네그로,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일부지역, 크로아티아 일부지역, 루미나이 일부지역, 불가리아, 마케도니아 공화국)과 중앙아시아, 북아시아와 아제르바이잔, 그루지야 일부지역, 몽골에서 쓰이는 문자이다]였다. 키릴- 영어는 없었다. 역의 대합실, 중앙에 거대한 무언가가 새겨져 있다. 이국적인 모습들. 키릴 문자와 거대한 상징물. 맑은 하늘, 처음 듣는 언어. 그가 알아 들을 수 없다는 것은, 이방인이라는 증거였다.

  기차는 곧, 세르비아의 수도 베오그라드로 떠날 것이었다. 그가 남긴, 차가운 흔적을 싣고. 그는 소피아에 남았다. 지도를 펼쳐 들고, 거리를 나섰다. 배낭을 메고, 거리를 걸었다. 거리는 여느- 유럽 도시와 비슷했다. 트램이 다니고 있었다. 그는 트램을 타는 대신 걸음을 택했다. 그는 걷는 것을 좋아했다. 숙소를 찾았고, 체크인을 했다. 샤워를 하고, 숙소 같은 방에 머물고 있던 독일인 형제에게 인사를 했다. 그들은 내일 소피아를 떠난다고 했다. 그 전에, 릴라 수도원[10세기에 세워진 수도원으로 불가리아의 가장 유명한 관광지 중 한 곳]에 들렀다가 마케도니아로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거리를 걷다가 지쳐 돌아왔다. 밤의 소피아, 오늘은 쉬고 싶다.고 생각을 했다. 

 그는 대사관에 가야 했다. 마케도니아 대사관에 들러야 했고, 주 불가리아 한국 대사관에 들러야 했다. 지도에, 대사관의 위치는 나오지 않았다. 그는 사람들에게 길을 물을 수 밖에 없었다.  Embassy라는 말을 사람들이 알아 들을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묻기 시작했다. where is embassy of Macedonia?. where can i find macedonia ebmassy? 사람들은 알아듣지도, 어떤 식으로도 대답을 할 줄 몰랐다. 아니, 아이돈노우.라는 말을 할 줄 아는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할 수 없었다. 마케도니아 대사관을 찾아가야 했고, 한국 대사관을 찾아가야 했다. 어쩌지?



5. 고개를 끄덕끄덕.

  7월 말, 소피아의 하늘에서 떨어지는 햇살은 뜨겁다[햇살은 뜨거웠지만 습도가 낮아 그리 덥다고 느끼진 않았다]. 나는 떨어지는 햇살을 피부에 흡수시키며 거리를 걷는다. 누구에게 물어야 할까? 길 모퉁이에 경찰들이 보인다. 그들에게 다가서서 말했다. Macedonia Embassy.라고. 몇 번을 반복해서 말한다.

  대답이 돌아온다. 아. 엠바씨. 경찰들은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한 후, 나에게 말을 해 준다. 나는 말을 못알아 들었기에, 손짓과 고갯짓 등 온갖 의사소통 수단을 동원해서 의사소통을 시도한다.

  아, 그러니까 저쪽으로 가라고? 한 경찰관이 고개를 끄덕인다. 알았어, 저쪽으로 가란 말이지.라고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손짓을 했다.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자 옆에 있던 경찰관이 내 손끝을 옆 골목 쪽으로 옮긴다. 저쪽 이라고?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어 댄다. 아니, 저쪽이 아니라면서 왜 저쪽을 가리켜? 그럼 아까 그 쪽? 이라고 하며, 다시 옆 골목을 가리키니까, 고개를 끄덕인다. 힘들다. 일단 가고 보자. 나는 그들이 고개를 끄덕인 쪽으로 향할 채비를 하고, 땡큐를 외친다. 그리고 그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순간, 그들이 나를 부른다.
  그리고, 뭐라고 말을 하면서 내가 가는 방향이 아닌 다른 쪽을 가리키는 것이 아닌가? 나는 반문하며, 저 쪽으로 가라고? 라고 말하며, 손짓을 한다. 그러자 그들은, 고개를 다시 도리도리 흔든다. 뭐 어쩌란 말이야? 나는 그들이 고개를 끄덕였던 쪽으로 간다.

  아무리 가도, 뭔가 나올 생각이 없는 듯 하다. 여긴 어디지? 나는 길가에서 체스를 하고 있던 사람들에게 묻는다.Macedonia embassy. 엠바씨? 엠바써더? 누군가 아는 척을 한다. 그리고는, 내가 가야할 뱡향을 손짓으로 알려 준다. 나는 인사를 하고 길을 떠난다. 하지만, 아무리 그 쪽으로 가도 대사관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또 다시 물었다. 엠바씨, 마케도니아 엠바씨. 나에게 알려준다. 아, 저쪽으로 가라고? 내가 지나온 곳이다. 다시 저쪽으로 가야한다고?라며 내가 반문 한다. 그는 고개를 도리도리 흔든다. 아니, 저 쪽으로 가라고 손짓을 해준 이유는 뭐야? 왜 고개를 도리도리 흔드는 거지?



6. 맞다면, 고개를 도리도리.

  그는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던 말던, 그런 것 따위는 무시하고 손짓을 해 준 방향으로 간다. 이미- 그가 지나온 곳이다. 왜, 이쪽을 가리켰을까? 그는 생각했다. 주변을 잘 살펴 보았다. 마케도니아의 국기는 보이지 않았다. 왜 이쪽으로 손짓을 했을까? 그는 주변을 유심히 살펴 보았다. 아차-!

  엠베서더 호텔이 있었다. 엠바씨. 엠베서더. 그럴 만 했다. 사람들은 나에게, 엠바씨가 아닌 호텔의 위치를 알려 주었다. 엠베서더 호텔. 훗-
  그는, 길을 잃은 상태였다. 힘들다. 돌아 가자. 그는 일단 소피아 중앙역을 찾아가서 그 곳 부터 천천히 거리를 걸을 생각을 한다. 걷다가, 길을 물었다. 역이 어디죠? 아리따운 여성이었다. 앞으로 쭉- 가면 된다면서 손짓을 했다. 저쪽으로 쭉? 그러면 나와? 라고 하면서 되물었다. 그러자, 고개를 도리도리 흔든다. 그는, 멈칫했다. 저쪽이라면서 또 왜?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지.라고 생각하며.

  숙소로 돌아왔다. 그는 책을 펼쳤다. 그가 어렵게 구해 온, 론니플래닛 동유럽[Lonely planet East Europe]. 불가리아를 색인에서 찾아서, 문화에 대해서 읽었다. Culture and history of Bugaria.
  그리고, 왜 사람들이 그에게, 고개를 끄덕였는지, 왜 고개를 도리도리 내저었는지 이해 할 수 있었다. 역사와 문화의 산물이었다. 발칸반도의 중앙에 위치하여 오랜 세월동안 외세의 침입을 받으며 살아온 민족이었다. 그들은 외세의 침입 속에서도, 독립을 원했다. 그 과정중에 생기게 된 하나의 약속. 고개를 끄덕이면 No. 고개를 도리도리 내저으면 Yes.를 뜻하게 되는 바디랭귀지. 그는 그것을 이제서야 할게 된 것이다. 아- 역시, 문화와 역사란, 이래서 알 필요가 있는 것이다. 라는 생각을 했다.

  그는, 발칸 반도의 여러 나라의 역사에 대해서 공부했지만, 그것은 19, 20세기 격변의 시기에 대한 것이었을 뿐이었다. 그렇게, 한 나라의 역사, 문화와 관련된 바디랭귀지의 변화까지는 알지 못했다. 그 덕에, 그는 실컷 고생을 했던 것이다.



- 이집트 카이로, 땅 위를 구르는 뜨거움 


- 시와 사막


- 이스탄불에서 베오그라드까지 가는 열차


- 해바라기


- 해바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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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라트비아, 리가 - 빵. 유럽에서 맛있는 빵을 먹는 즐거움(Latvia, Riga)

- 길을 걷다, 세계여행/여행, 그리고 에피소드 · 2011. 11. 21.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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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식탐(食貪)이라고 말하기 보다는, 미식(美食).

  '미식가(美食家)'라는 직업(職業)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들을 보면, 얼마나 좋은 직업을 가졌는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 사람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먹으면서, 세상에서 가장 맛있기를 바라는 요리들을 먹으면서, 평생을 살 수 있다[그렇게 하면서 많은 돈을 번다]. 얼마나 즐거운 삶인가.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 1806~1873. 영국의 철학자이자 정치경제학자]은 『자유론』에서 말했다. "배부른 돼지가 되기 보다는 배고픈 인간이 되는 것이 낫고, 만족스러운 바보가 되기 보다는 불만족스러운 소크라테스가 되는 것이 낫다[이를 줄여서, 배고픈 돼지가 되기보다는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되는 것이 낫다.라고 흔히 말한다]". 흔히, 이 말을 가지고 식탐이 많은 이들을 비꼬기도 한다[이 말의 본질은 먹는 것에 관해서 논하는 것이 아니지만 말이다]. 하지만, 먹는 것에 광(狂)적으로 집착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거의 모든 사람들이 맛있는 음식을 갈망(渴望)하기 마련이다. 매슬로우[A.H. Maslow, 1908∼1970, 미국 심리학자]는 인간의 욕구에 대해서 논하면서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는 '생리의 욕구[의, 식, 주에 대한 욕구가 포함된다]'라고 했다. 바로 이 생리의 욕구에 '먹는 것'이 포함된다는 것은, 인간은 단지 생존을 위해 취식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보다 더 차원 높은 무언가를 지향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인간이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어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여겨진다.

  아무 음식에나 광적으로 집착하는 경우를 식탐(食貪)이라고 말한다면,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일반적인 성향을 미식(美食)이라고 말해도 될 법하다. 사람은 누구나 맛있는 음식을 먹기를 원한다. 맛집을 찾아 다니면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평가를 내리는 '맛집 동호회'가 활동하고, 맛집 블로그들이 인기가 있다는 것만 봐도 '미식'은 삶에 있어서 중요한 한 부분이 될 수 있다.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에게서 일반적으로 발견되는 공통점이 한 가지 있다. 그것은, 그들은 '아무'음식이나 잘 먹는다는 것이다. 어느 나라를 가든, 그 나라 음식[현지 음식]을 잘 먹는다. 심지어는 가이드북에 소개된 유명한 음식점 보다는 시장(市場)의 길을 헤메다가 발견하게 되는, 현지인들만의 음식점[흔히 로컬식당(Local restaurant)이라고 말한다] 같은 곳에서 현지인들만 먹는 음식[그런 곳에서는 독특한 향신료를 쓰게 마련이다]을 즐기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것들이 '미식'이고 여행자들은 모두 '미식가(美食家)'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여행'은' 좋아하지만, 미식가가 될 수 없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미식가가 될 수 없는 그들 대부분은 여행, 특히 해외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음식을 가리는 경향이 너무 심해서, 우리나라[한국] 음식을 제외하고는 전혀 입을 댈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에게 있어서 다른 나라를 여행한다는 것은 엄청난 불행을 짊어지고 다니는 것이나 다름 없다.
  
  더 구체적으로, 불행한 부류의 여행자를 언급하자면, 유럽 여행을 하는데 빵을 못 먹거나 좋아하지 않는 부류다. 그들만큼 불행한 사람은 없다.


2. 빵순이와 빵돌이들을 위한.

  초등학교 시절 부터[더 정확히, IMF가 터지기 전] 나는 가끔, 아침마다 밥을 먹지 않겠다고 생떼를 쓰곤 했다. 그 대신, 빵과 우유를 먹고 가겠다고, 그것도 아니면 콘푸라이트를 먹고 가겠다고 떼를 썼다. 엄마는 그런 나의 똥고집에 차츰 익숙해져 갔고 일주일에 적어도 두 번 정도는 아침에 빵과 우유를 먹고 학교를 가게 되었다. 그러한 습관은 중.고등학교를 다닐 때도 변함이 없었다. 
  비단 아침 뿐만 아니라 나는 빵을 자주 먹었다. 그렇게 나의 학창시절은 빵과 함께 할 적이 많았다. 제과점이 많지 않던 시절이었지만, 나는 빵을 먹으면서 빵의 맛을 나름 음미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부터 절대로 먹지 않는 빵이 있었다. 슈크림빵. 슈크림빵은 먹지 않았다. 대학을 가고, 군대를 다녀와서도 먹지 않았다. 최소한 어느 시점까지는 슈크림빵은 내 인생 최악의 빵이었다.

  내가 사는 아파트의 바로 앞 상가에 편의점이 있었다. 그 편의점에서 가끔 물건을 사거나, 택배를 보내거나, 택배를 받기도 했다. 어느 날부터인가 익숙하던 그 길에 어색함이 느껴졌다. 무심코 지나쳤던 그 길가. 편의점이 불이 꺼져 있었다. 어, 왜 장사를 안하지? 라고 생각하며, 내부 공사를 하는 건가? 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얼마 후, 공사가 끝났다. 그 곳은 더 이상 편의점이 아닌, 빵집이 되어 있었다. 나는 길 건너에 있는 다른 편의점을 가야 했다.

  요즘, 빵순이 빵돌이들이 정말 많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집 주변에[내가 사는 집을 중심으로 반경 100m 이내] 빵집이 네군데나 있다. 새로생긴 빵 전문점 하나. 뚜OOO 하나. 파OOO트 둘.
  가끔, 이런 이야기가 들리기도 한다. OO에 무슨 빵이 맛있더라. 난 OO는 OO것만 먹어. 빵에 대한 이야기들. 격세지감을 느낀다. 내가 10대이던 시절, 빵을 좋아하는 사람은 주변에 나 말곤 없었는데. 그리고, 나에게도 한가지 변화가 생겼다. 예전에 '쓰레기빵'이라고 불렀던 '한국의' 슈크림빵을 돈 주고 사먹을 정도의 변화.

  어떤 아이가 나에게 말했다. 곧 밥먹으러 갈거지만 빵을 먹을 수 있어요. 밥 배, 빵 배 따로 있으니까요. 난 빵순이. 나는 빵돌인데. 너도 빵 엄청 좋아하나보다.


3.  유럽에서 빵을 먹는 이유.

  돈이 얼마 없어, 가난하게 유럽 여행을 하던 시절. 나는 말했다. 유럽은 빵의 본고장이니까 많은, 다양한 빵을 먹어 봐야지[정작 비싸고, 고급스러워 보이는 빵은 먹어보지 못했다] 나는 저렴하면서도 맛있어 보이는 빵들을 선택했다[소박한 스타일을 좋아하고, 변형되고 복잡한 것 보다는 오리지널을 추구하는 나의 취향과도 연관은 있는 듯 하다]. 빵의 본고장은 둘째 치고, 가난한 여행자 였기 때문에 식비를 그런 식으로 절약해야 했다. 그렇게 식비를 아껴서, 가끔- 어느 나라의 유명한 음식을 먹곤 했다.

  한국에서 많은 빵을 먹으면서 자랐다고 자부했지만, 45일 내내- 빵만 먹는건 힘든 일이었다. 맛있는 빵들도 많았지만, 입에 맛지 않는 빵들도 많았다[특히 올리브가 들어간 빵들. 나는 올리브를 정말 경멸한다]. 처음, 유럽 여행을 할 때 거의 매일 설사를 했다. 몸이 아프거나, 속이 좋지 않아서 설사를 한 것은 아니다. 분명 빵을 너무 많이 먹어서 나오는 것이라고 믿었다.

  또 다시, 유럽을 찾았을 때, 내 몸은 아무 말썽도 일으키지 않았다. 나는 빵의 맛을 즐기기 시작했다. 이 빵, 저 빵. 아침엔 이 빵 먹었으니, 점심엔 저 빵을 먹어야 겠다. 라고 생각하며 빵을 사 먹었다. 설사 따위는 내 몸에서 사라졌다.
  아침에 갖 구워져 나온 빵의 따끈따끈함이 좋았다. 빵에서 느껴지는 온기가 입 속에 퍼질 때 빵의 맛은 더 깊고 고소하게 내 입속을 감돌았다.

  요즘도, 가끔- 아침에 집을 나서면 따끈따끈한[오븐에서 갖 구워져 나온] 빵이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유럽에서 먹던 갖 구워져 나온 빵의 느낌이 아직도 내 입 속을 맴돈다. 빵의 온기와 촉촉함.




4. 생애 최고의 크로와상과 소라빵.

  그는 다시 알레포[Aleppo, 시리아 북부 알레포주의 주도. 터키로 넘어가는 버스가 출발 하는 곳]로 돌아왔다. 그는 시리아에서 생각지도 못한 즐거움을 발견한 뒤였다. 

  하마[Hama, 시리아 중부에 위치한 도시. 하마주의 주도. 수차(水車)로 유명하다]의 리아드호텔에서 한 블록 떨어져 있는 곳에 있던 빵집. 그리고 그곳의 크로와상. 그는 매일 아침을 그 가게의 빵과 함께 시작했다. 볼수록 푸짐한 거대한 크로와상 하나. 빵은 항상 온기를 머금고 있었다. 오븐은 한번에 수 십 개의 빵들을 토해냈지만, 그 빵들은 진열대에 내려지기 전에 모두 다 사라졌다.
  그는 하마를 떠나면서, 아쉬움을 남겨두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제 평생을 살면서 그 크로와상을 맛볼 수 없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는 그 크로와상을 맛 볼 수 없겠구나.라는 생각을 하니, 슬퍼졌다[그가 시리아를 다시 찾지 않는 이상 그 빵을 다시 먹을 순 없으니까].

  알레포는 큰 도시였다. 사람들도 많았고, 시장(市場)도 하마의 그것보다 컸다. 그는, 늘- 하던대로 걸었다. 걷다보면 시장도 나왔고, 광장도 나왔다. 그는 길의 한 모퉁이에서 빵들을 발견했다. 빵집이었다. 그 빵집의 앞 가판에는 크로와상과 소라빵[단지 두 종류만 쌓여 있었다]수 백개의 빵들이 쌓여있었다. 그는 물만난 고기 처럼 빛의 속도로 빵집으로 달려갔다. 빵들을 바라보았다. 보기만해도 입가에 빵의 감촉이 느껴졌다. 먹음직 스러웠다. 그 빵집에서는 다른 종류의 빵은 없었다. 두 종류의 빵만 계속해서 굽고 있었다. 그는 돈을 지불하고 즐거웠다. 빵을 먹어보고 싶었다. 시리아의 빵집은[비단 빵 뿐만 아니라 모든 먹거리]그에게 실망을 안겨준 적이 없었기에, 이미 흥분한 상태였다. 얼마나 맛있는 빵일까.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그곳은 유럽이 아니었다[물론, 유럽과 가까운 곳이긴 했다. 중세 시대부터 유럽과 많은 교류가 있었고, 하마(Hama)는 십자군 전쟁의 요충지였다]. 그곳은 엄연한 중동이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그는 유럽의 빵이 최고일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그저- 그 혼자 만의 생각. 이었다고 할 수 밖에 없었다. 적어도, 크로와상과 소라빵은 시리아가 최고였다.

  중동, 그에게 중동은 빵보다는 케밥(Kebab)이었다. 시리아의 야채 케밥, 양고기 케밥, 닭고기 케밥. 케밥도 일품이었지만, 빵은 최고 수준이었다. 그가 살면서 맛 본 그 어느 지방의 빵보다 맛있었다. 종류는 많지 않았지만, 맛은 최고였다. 차를 타고 도시를 벗어나면 모래 바람이 불고 사막이 펼쳐지는 곳. 성의 망루에 올라, 도시를 바라보면 하늘엔 항상 흙먼지가 끼어있고, 황토빛 풍경이 도시를 둘러싸고 있는. 그런 곳에서 만들어 지는 빵들이, 그를 감동시켰다. 그의 혀와 입술을, 미각을 감동시켰다. 이런게 바로 여행의 묘미 일까.

  시리아 음식들은[특히, 빵-크로와상과 소라빵-] 그를 감동 시켰다. 시리아에서 있었던 모든 고생들은 이미 기억 저 뒤편에 버려졌다.



5. 북쪽으로, 북쪽으로.

  아쉬운 마음에 나는 그 빵집으로 가서 빵을 몇 개 샀다. 어차피 시리아를 떠나면, 필요없을 돈이었다. 승합 버스는 알레포를 떠나 북쪽으로 향했다. 시리아 국경을 빠져나와 터키 국경을 지났다. 어느새 풍경은 많이 달라져 있었다. 불과 몇 시간 사이였지만 메마른 풍경이 어느덧 물기가 조금은 보이는 풍경으로 바뀌어 있었다.
  
  아다나[ADANA, 터키 남부의 도시]에 들러서, 터키 친구들에게 연락을 했다. 그들의 집에 하루 묵고, 오후에 카파도키아로 떠났다. 아다나 케밥[Adana kebab, 매콤한 맛이 강한 케밥이다]은 여전히 맛있었다. 카파도키아에서 며칠을 보낸 후, 이스탄불로 돌아왔다. 이스탄불에서 야간 열차를 타고 그리스로 떠났다. 그리스에서 마케도니아, 세르비아,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헝가리를 거쳐 폴란드로 갔다. 

폴란드에 머물면서, 맥주를 마셨다. 여행하면서 만난 폴란드 친구가 폴란드에 가면 꼭 마셔보라던 ZYWIEC(지비에츠, 지윅).  크라코프[Krakow, 폴란드 남부의 도시]를 떠나 바르샤바[Warszawa. 폴란드의 수도]로 향했다. 크라코프와는 사뭇 다른 바르샤바의 도시적 분위기를 제대로 느낄 새가 없었다. 바르샤바보다 발트3국[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세 나라를 일컬어 발트3국 이라고 부른다]이 더 끌렸다. 그리고 빨리 러시아로 들어가고 싶었다. 

  기차에 몸을 실었다. 열차는 조용했다. 바르샤바를 떠난 열차는 폴란드 국경을 향해 가고 있었다. 국경이 가까워질수록 기차에서 하나 둘 사람들이 사라져 갔다. 사람이 줄어드는 만큼 열차의 차량 갯수도 줄어갔다. 유럽의 북쪽은 봄이 오고 있었다. 인도에서는 두 달 전부터 폭염으로 사람이 죽어 나갔지만, 그 곳은 이제서야 민들레 풀씨가 하늘을 떠다녔다. 평화롭다. 따뜻하다.

  리투아니아 국경을 지나, 열차는 빌뉴스로 향했다. 빌뉴스[Vilnius. 리투아니아의 수도]에는 빗방울이 거리를 적시고 있었다. 폴란드로 가는 기차에서 누군가 말했었다. 지금 우기가 시작되고 있다.고. 비는 오늘 부터 내린다. 비가 빨리 그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비는- 우울하게 했다. 비가 내릴때, 생각한다. 코 끝을 스치는 흙내음이 좋지만, 여행에서 떨어지는 비를 바라보면 나는 우울하다. 여행은 항상 혼자라는걸 일깨워 주기 때문일까.

  비오는 발틱의 거리[빌뉴스의 거리]를 걷다가 지치면, 노천카페에 앉아서 커피를 마신다. 마트에 들러 빵과 과일을 사서 숙소로 돌아갔다. 내가 있는 호스텔은- 조용하다. 비오는 빌뉴스에서 다들 뭘 하는 걸까? 반지하에 마련된 주방과 거실은 잿빛 하늘에서 떨어지는 물방울과 함께 우울을 즐기기에 안성마춤이다. 그 곳은 비가 내리든, 안내리든 우울함이 항상 감싸고 있지만 말이다.

  비오는 빌뉴스를 떠난다. 라트비아의 리가[Riga, 라트비아의 수도]에는 비가 오지 않겠지.라는 생각을 해 본다.



6. 구름이 그를 따라 가지만, 그는 즐겁다.

  빗방울이 그의 정수리 위로 떨어진다. 가방을 살짝 적신다. 버스에 몸을 싣고 창밖을 바라본다. 어느새, 버스는 황량한 들판을 가로지르고 있다. 리투아니아의 국경을 알리는 표지판을 지난다. 국경 검문소. 그 곳은 지금 폐허가 되어 있었다[유럽연합 국가들은 국경에서 여권검사를 하지 않는다]. 예전엔, 사람들이 북적였겠지. 라고 그는 생각해 본다. 그의 옆을 지나가는 낡은 검문소, 그리고 리가(Riga)까지 몇 Km가 남았다는 표지. 비는 내리지 않는다.

  창 밖을 내다 본다. 비는 내리지 않지만, 하늘은 어둡다. 금방이라도 물방울을 떨어뜨릴 것 같은 느낌이다. 여기도 비가 내리려는 건가. 뭘 하지. 라고 그는 중얼거려본다.
  버스는, 리가 터미널에 도착했다. 비가 내릴 듯 말듯 하더니, 그가 터미널을 빠져나오는 순간 비가 내린다. 제길. 다행히, 그가 가려고 하던 숙소는 터미널에서 그리 멀지 않다. 리가.도시 자체가 그렇게 크지 않다. 전형적인 유럽의 도시같다. 벽돌로 된 길. 아담한 크기.

  숙소의 1층은 술집이었다. 2층.3층.4층은. 숙소로 쓰이고 있었다. 창 밖에 떨어지는 비를 바라보며 앉아 있었다. 오늘, 폴란드로 떠난다는 한 여행자가 그에게 에스토니아 지폐를 주었다. 그 여행자는 이제 리투아니아로 떠난다고 했다. 그가 다음으로 갈 곳이 에스토니아라는 걸 알고 그에게 남은 지폐를 주었다. 그는 그 여행자에게, 폴란드 지폐를 주었다. 리투아니아 다음으로 갈 곳이 폴란드라고 했기에. 여행은 소소한 곳에서, 의미를,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고. 그는 생각해 본다. 침대에 몸을 뉘였다. 유리창을 두드리는 빗소리는 여러가지 추억을 떠올리는데 더 없이 좋은 도구다.

  책을 펼쳐 들었다. 터미널의 바로 뒤 쪽에, 마켓(Market)이 있다고 적혀있다. 그는 마켓을 향해 몸을 움직였다. 빗방울은 오락가락 한다. 마켓은 큰 건물 몇 채와 주변의 야채, 과일 노점상을 비롯해서 다양한 가게들이 즐비해 있다. 건물 마다 판매되는 물건들이 달랐다. 빗방울이 오락가락 하는 날씨지만 사람들로 붐빈다. 

  건물 안. 그 곳은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진 것 같다. 다양한 소시지들과 육류들이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무게에 따라서 가격을 책정하는 시스템이다. 나는 맛있어 보이는 소시지를 몇 개 산다. 맥주도 산다. 이래 저래 돌아다니다 보니, 눈이 즐겁다. 다양한 먹거리들이 눈앞에 펼쳐지기도 하고, 여러가지 옷가지들도 판매를 한다. 이것저것 다 먹어보고 싶지만, 이미 너무 많이 산 것 같다. 괜찮다고 생각한다. 아직 앞으로 며칠 더 머무를 거니까.

  그는 발걸음을 다른 건물로 옮겼다. 묵직한 공기가 출입문 근처에서 그를 맞이한다. 무언가의 고소함이 그의 주위를 감싼다. 뭐지?. 눈 속으로 주변 풍겸을 담아 본다. 그 곳에는 빵들이 놓여 있었다. 오우, 골져스(gorgeous)라는 말이 밉가 주변에 맴돈다. 세상에 빵들이 이렇게 맛있어 보일 수가. 가격도 저렴하다.[한국돈으로 하나에 2-300원 부터 500원] 정말 맛있어 보이는 빵들이 그의 눈 앞에 펼쳐져 있다는 사실에 그는 행복했다. 그는 이곳이 바로 천국?. 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빵들을 구경하면서, 슈크림빵들을 유심히 보았다. 슈크림빵의 종류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았다. 그는 생각했다. 아니, 슈크림으로 어떻게 저렇게 다양한 빵을 만들 수가 있지? 한국에서 보던 그런 슈크림빵의 경지를 넘어선 것이었다. 그는 슈크림빵을 종류별로 골랐다. 행복한 표정으로.

  빵을 먹어 보았다. 아- 어쩜, 이럴 수가 있을까? 슈크림빵이 이렇게 맛있을 수 있다니. 밀과 슈크림과 버터.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슈크림. 슈크림빵의 재발견이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빵은 역시 유럽[크로와상과 소라빵을 제외하고].



- 빵, 빵, 빵.

- 빵, 빵, 빵. 시리아. 오른쪽엔 달콤한 파이.

- 왼쪽의 파이. 달달한게 맛있다.

- 알레포 야채 케밥. 독특한 곳이었다. 가격도 저렴.

- 알레포 케밥 맛집.


- 라트비아, 빵빵빵.

- 라트비아 빵빵빵.

- 라트비아, 빵빵빵.


- 라트비아 소시지.

- 빵빵빵.

- 빵빵빵.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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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쿠바, 하바나 - 쿠바의 밤거리를 무서워하지 마세요. - Cuba, La Habana

- 길을 걷다, 세계여행/여행, 그리고 에피소드 · 2011. 11. 20.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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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nd edit(1st.11.05.02)

1. 착각 또는 편견.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착각들을 하게 된다. 그러한 착각(혹은 편견)은 자신의 경험의 일부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고, 단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간접경험] 생겨난 것일 수 있다. 다시 말해, 그 사물[또는 사람], 현상을 직접 경험하기 전에 생겨난 것일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편견에 사로잡히기 쉽다[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특히, 사람에 대한 편견[또는 착각]은 주로 첫인상[주로 외모, 옷차림 등과 관련해서 발생되는 이미지]에서 비롯되는 편견일 때가 많다. 또한 우리는 어떤 장소에 직접 가 보지 않고, 그 장소에 대한 이야기 혹은 사진만을 통해서 그 장소에 대해 미리 판단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이런 경우 일반적으로 좋은 이야기만을 접하거나, 잘 찍힌 멋진 사진들을 보기 때문에 그 곳에 대한 좋은 이미지가 형성된다]. 또 경우에 따라서는 특정 음식을 직접 맛 보지 않고, 그 음식의 모양새나 음식의 향(香)을 가지고 그 음식의 맛이 어떨 것이라는 판단을 하게 된다. 이러한 것들은 모두 자신[또는 주변 사람들]의 경험의 결과에 빗대어 판단을 내리고, 그 결과에 따라 착각 또는 편견을 가지게 되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어떤 사람을 여러번 만나고, 그 사람에 대해서 점점 더 알아가면서 자신이 처음에 가졌던 편견 또는 착각이 진실과는 달랐다는 것을 깨달을 때가 많고, 어떤 특정한 장소에 대해서도 직접 경험해 보기 전에 생각하던 것과 실제로 경험을 하면서 느끼거나 생각하게 되는 것들이 많이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될 때가 많다. 음식의 경우에도 눈에 보이는 모습과는 다르게 맛이 날 때가 많다[맛있거나 혹은 맛없거나].

  특정한 시각에 의한 착각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과 사물, 음식 등에 대한 착각 말고, 거의 모든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착각하거나 편견을 가지는 것이 있다. 그 대상은 바로 '밤(Night, 夜)'에 관한 것이다. 특히, 여행자들 사이에서 치안이 그리 좋지 않다고 이야기 되는 라틴아메리카의 '밤'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그 곳에 대해서 당신은 어떤 생각을 하게 되는가?



2. 착각, 편견. 그리고 진실을 알아가는 과정.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여행 자금을 마련하는 것이다. 나는 여행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같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동료 혹은 손님(고객)들]. 처음 사람들을 만나면 첫인상으로 그 사람이 어떠할 것이라는 혼자만의 생각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일을 하면서, 어떤 사람은 처음에 봤던 이미지[주로 나쁜]와는 전혀 다른 인간적인 면모가 많은 사람임이 드러나게 되는 경우가 있고, 어떤 사람은 처음의 이미지와는 다르게 이기적이거나 인간적이기 못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점점 거리가 멀어지게 되는 경우가 있었다.

  처음 그 대상의 본질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자기만의 생각을 하며 착각속에 빠져 있을 때는 서로가 불행한 단계이다. 하지만, 그 대상의 본질에 다가가서 진실을 알게 될 때, 그 순간이 바로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서로가 행복해지는 단계가 될 수 있다.
  비단, 사람 사이의 관계 뿐만 아니라 특정 장소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강화도 마니산에 갔을 때, 나는 강화도에는 고인돌만 있는 줄 알았다. 강화도에 대한 나의 생각은 고인돌에만 집중되어 있어, 엄청난 크기의 고인돌의 장엄한 모습을 생각했으나, 고인돌은 나에게 큰 감동을 주지 못했다. 나의 환상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아쉬운 마음을 가슴 한켠에 남겨둔 채, 해질 녘, 마니산에 올랐다. 등산을 좋아하지 않지만, 서해로 지는 태양을 바라보기 위해서였다. 다른 곳에서 바라보는 석양과 별반 다를 것이 없겠지라는 생각으로 오른 산행이었지만, 그 곳에서 나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석양을 보았다.[지극히 내 개인적인 생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석양이었다]

  이렇듯, 우리는 살아가면서 자신의 착각 또는 편견이 실제로 맞닥뜨렸을 때와는 정말 달랐다는 것을 느낄 때가 많다.




3. '밤(夜)'이 무서운 이유?

  라틴아메리카, 더 엄밀히 말하면, 남아메리카는 치안이 안좋기로 소문이 자자하다. 내가 들고 다니는 가이드북의 하나인 '외로운 행성(Lonely Planet)'에도 '밤'에는 항상 조심해야한다고 언급하고 있었다. 세계적으로 범죄율이 높기로 유명한 콜로비아의 밤거리를 기욤[콜롬비아의 수도 보고타의 호스텔에서 만난 프랑스인 여행자]과 함께 걸어가면서, 누군가가 어디선가 갑자기 나타나 우리를 흉기로 위협하며 돈을 빼았아 가려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성대를 통해서 끊임없이 공기중으로 내뿜었다. 그 순간, 불확실성이라는 공포가 항상 우리 주위를 둘러싸고 있었기에, 우리는 겉으로는 태연한 척 하면서도, 사실 속으로는 누군가 위협하면 돈으 내던지고 달아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렇다. '밤'이 무섭게 느껴진 이유는, 불확실성 때문이었다. 어두워서 보이지 않는 골목 저편에서 누군가가 칼을 들고 튀어나오거나, 총부리를 겨눈다면 우리는 꼼짝없이 당하거나 오줌을 지릴게 분명했다.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호기심을 만들기 보다는 어둠 속에서 누군가가 튀어나와 우리를[상대방은 우리를 관광객이라고 보기 때문에 돈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다] 위협하는 누군가가 있을 가능성이 더 클지도 모른다는 불안을 만들어 냈다.


  쿠바의 밤거리도 그러했다[엄밀히 말하자면 하바나의 밤거리]. 

  나는 싸구려 까사에서 좀 쉬다가, 밤이 점점 다가와 어둠이 도시를 삼켰을 무렵 거리로 나섰다. 쿠바의 극장, 공연장, 재즈클럽, 댄스클럽 등은 밤이 깊어질 무렵 문을 열었기에, 나는 공연을 보러 가고 싶은 마음에 거리로 나섰다. 차들이 많이 다니는 시내 중심가[까삐똘리오 근처]를 지나 인적이 드문 골목으로 접어 들었다. 공연장으로 가기 위해서 지나야 하는 관문이었다. 낡은 건물들이 줄지어 서 있는 하바나의 골목을 고요가 감싸고 있었다. 정적이 감돌았다. 사람들이 사는 주택 지역. 거리엔 휴지 조각만이 돌아다닐 뿐, 사람은 다니지 않았다. 나를 반기는건, 지팡이 짚은 노인의 걸음 걸이 만큼 힘 없어 보이는 주황색 빛을 내뿜고 있는 가로등이었다. 그것마저도 드문드문 자리를 지키고 있어서, 거리는 온통 어둠에 휩쌓여 있는 듯 했다. 주황색 빛은 폭풍우 치는 망망대해(大海) 속에서 저 멀리 빛나고 있는 희미한 등대의 불빛처럼 보였다.[그만큼 나는 심리적으로 많이 위축되어 있는 상황이었다]



4. 싸구려 까사에 몸을 눕히고.

  어둠 저편에서 누군가 소리를 질렀다. 그는 그것이 분명 자기 자신을 향해 누군가가 소리치고 있는 것이라고 확신했다. 어둠에 깔린 거리, 저 멀리서 안간힘을 다해 거리를 비추고 있는 주황색의 가로등 그리고 그 빛에 의해 희미하게 드러나는 건물의 낡은 벽만이 그의 시선에 들어왔다. 건장한 남자의 목소리 였다.
   "치노, 치노![Chino, 스페인어로 중국인을 뜻한다]" 혹은 "하포네스, 하포네스![Japones, 스페인어로 일본인을 뜻한다]
  거리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그 목소리는 밤길을 걸어가는 그를 보고 소리치는 것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그는 주위에서 아무도 보지 못했다. 그는 생각했다. 그 목소리는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걸까, 순간 두려움이 그의 몸을 엄습해 왔다.

  그는 멈칫했다. 그리고 고민을 했다. 이 거리를 통과해서 극장까지 가야하나, 아니면 이곳에서 다시 발길을 돌려 숙소로 돌아가야 하나. 그렇다고 굳이 택시를 타고 극장까지 가고 싶지도 않았다. 이런 밤에 아무 택시나 잡아 탔다가는 납치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사이클 릭샤[인력거와 똑같은 구조로 되어 있지만, 사람대신 자전거가 끌고간다] 호객꾼이 큰 도로변 옆에 있었던 것을 보았던 그는 그것을 타고라도 공연장으로 가볼까, 하는 생각을 잠시 했지만, 어느새 그것을 타고 공연장으로 가야겠다는 마음조차 길바닥에 내팽개 쳐져 있었고, 이미 그의 발걸음은 싸구려 까사가 있는 큰 길가로 향하고 있었다.

  그가 싸구려 까사로 돌아 왔을 때, 집의 거실에서는 주인 아줌마가 음악 공연DVD를 보고 있었다. 쿠바의 음악이 온 거실을 울리고 있었다. 그녀와 그는 간단한 대화를 나누었다. 그는 좁은 계단을 지나 1.5층에 위치한 그의 침대에 몸을 뉘였다. 쿠바의 밤이 점점 깊어져 가는 가운데, 그는 뭔가 아쉬움을 느끼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는 피곤한 몸을 좀 쉬게 해 주는것도 나쁜건 아니라고 스스로 위안 하면서 눈을 감았다. 

 

5. 쿠바의 밤이 무서우세요?

  나는 쿠바의 신시가지를 걸었다. 큰 길을 따라 혁명 광장으로 가서 휘날리는 쿠바의 국기를 보고, 큰 건물의 한 쪽 벽면에 새겨져 있는 체게바라의 모습을 보았다. 길 건너편에서는 [어디 소속인지는 모를]야구 팀이 훈련을 하고 있었다. 드넓은 혁명 광장에서 시간을 오래 보낼 순 없었다. 태양이 내 머리 위를 향해 자리를 옮기고 있었다.  그 곳엔 떨어지는 태양을 막아줄 무언가가 없었다. 그랬기에, 나의 발걸음은 신시가 위에 있었던 것이다.

  쿠바의 신시가는 구시가와 많이 달랐다. 2층 집들이 나란히 줄지어 있었고, 집 앞에는 가로수들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구시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매연 뿜는 자동차와 쓰레기는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 수많은 클래식카와 버스들의 소음도 신시가에는 들리지 않았다.
  조용했다. 한눈에 봐도, '부자 동네'라는 느낌이 들었다.


  큰 길가로 들어서기 전, 사거리에서 교통사고를 목격했고, 조금 더 가서 길거리에서 음악CD를 파는 노점상에서 음악을 듣다가 CD를 몇 장 샀다.[1장에 1CUC도 하지 않는 불법 복제 CD였다] 다양한 쿠바 아티스트들의 음악을 추천 받아서 CD를 샀다. 조금 더 가다보니, 정품 음악 CD를 판매하는 샵이 있길래 그 곳에 들러 음악을 들으며 CD를 구경했다[주로 외국인이 많이 들르는 곳인 듯 했다. 가격은 길거리에서 파는 음악CD의 7~8배 정도로 싼것은 5CUC, 비싼것은 15CUC까지 다양했다].

  그 음반 가게를 빠져나오며, 신호등 앞에 서 있는 두 사람을 보았다. 딱, 봐도 한국인. 그 쪽으로 다가가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잠시 놀라는듯한 눈치였으나 서로 반갑게 인사 했다. 그렇게 어쩌다 보니 점심 식사를 함께 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물었다. 밤에는 뭘  하세요? 밤에 공연 같은거 보러 가고 싶은데, 무서워서 못나가고 있어요. 그러자 다른 사람이 대답했다. 밤이 무서워요? 왜요? 쿠바가 라틴에서 치안이 제일 좋은 나라에요. 아, 그제서야 알았다. 그리고, 굳이 설명을 듣지 않았지만 왜 가장 치안이 좋은지 이해가 되었다. 그리고, 내가 머무는 불법 까사의 아들이 나에게 했던 말이 다시금 나의 뇌리를 스치면서 이해가 되었다.



6. 쿠바의 밤은 즐거워.

  그들은 식사를 마쳤고, 잠시 이곳 저곳을 함께 둘러 보았다. 그리고, 저녁에 만나 음악 클럽에 가서 쇼도 구경하고, 재즈 카페에 가서 저녁을 먹으며 재즈 공연을 보기도 했다. 그는 그 이후, 쿠바의 밤이 너무나도 친근하게 다가왔다.

  그는 생각을 했다. 왜 쿠바의 치안이 가장 좋을까, 언젠가 싸구려 까사 주인 아줌마의 아들이 그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나와 길거리에서 만나서 이야기를 할 때는 나를 쳐다보지마. 그리고 우리는 1~2m정도 떨어져서 길을 걸어야해. 내가 너와 이야기 하는 걸 경찰이 보면 나는 감옥에 가. 그리고 손을 잡거나 함께 걸어가도 나는 경찰에 잡혀가.
  
  쿠바는 외화 수입의 상당량을 관광객에게 의존하고 있었기에, 관광객의 보호에 상당한 관심을 쏟고 있었다. 그리고 관광객들에게 상당한 편의를 제공하고자 하는 노력들이 보이기도 했다.[그에 대한 대가로 관광객에게 상당히 높은 외국인 가격(Foreign Price)을 요구했지만 말이다.] 그리고 또 한가지, 사회주의 국가는 국가가 많은 것을 강력히 통제하기 때문에, 국가의 외국인 보호 정책에 따른 국가의  통제가 강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 날 이후, 그는 쿠바의 밤에 대한 착각, 오해를 풀 수 있었고 쿠바의 밤은 그에게 새로운 의미로 다가왔다. 그리고 쿠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밤을 즐기듯, 그도 쿠바의 밤을 즐겼고, 새로운 모습의 쿠바를 볼 수 있게 되었다.
  
  낮의 쿠바와 밤의 쿠바. 그것은 서로 다른 두개의 사회가 존재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 밤이 찾아오는 하바나



- 어둠이 스미는 까삐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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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시가의 광장, 밤엔 노천 카페가 드러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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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걸어서, 혁명광장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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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혁명 광장



- 광장


- 광장



- 말 그대로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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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시가 집들, 교통사고



- 신시가 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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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파트 위에서 본 구시가









- 재즈카페









- 카사블랑카를 바라보며



- 밤의 구시가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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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콜롬비아, 보고타 - 친절한 그녀. 소매치기일리가..(Colombia, Bogota)

- 길을 걷다, 세계여행/여행, 그리고 에피소드 · 2011. 11. 17.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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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호의[친절한 마음]

  길을 가고 있는 상황에서[혹은 어딘가 낯선 장소에 있을 때], 갑자기 누군가가 당신에게 호의를 베푸는 행동을 한다면 당신은 상대방에 대해서 어떤 생각이 드는가? 아마도, 당신은 '경계'하게 될 것이다. 상대방을[그 강도가 어느 정도냐에 따라서 그 기준이 애매할 수도 있지만]. 우리는 현대 사회를 살아가면서[더 정확히는 현대의 도시(都市)에 살아가면서] 다른 [낯선]사람들을 경계하게 된다. 처음 보는 사람이나, 평소에 얼굴만 조금 알던 사람[혹은 한 두번 밖에 못 본 사람]이 갑자기 친근한 태도를 보이거나 호의를 베푼다면 대부분은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저 사람이 왜이러지. 나한테 부탁할 것 있나. 무슨 의도야.

  우리는 안면이 있는 사람들[안면은 있지만 친근함의 정도가 0에 가까운 사람]에게서 받는 호의조차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처음 보는 사람이 당신에게 호의를 베풀기 위해 접근을 한다면 당신은 어떤 생각이 들까? 현재 당신이 위치한 곳이 낯선 장소라면 주변 사람들을 경계하는 것은 당연한 태도라고 할 수 있다. 

  요즘은 다른 사람[모르는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도움을 받는 것[좀 힘들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판단되는 선까지]을 꺼리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이는 스스로, 혼자만 잘 하고 잘 살면 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진 데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또, 이런 부류의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 있어서 인지도 모르겠다.

  저기요, 제가 관상을 좀 볼 줄아는데요. 도를 아십니까. 교회 다니시나요.를 부르짖고 다니는 여러 부류의 사람들.



2. 지하철을 반대 방향으로 타면 어쩌지?

  지하철 5호선.군자역[정확히 말하면 5.7호선 환승역이다]. 한 여자가 스크린도어 앞에서 서성이고 있다. 그 곳이 초행길인 것 처럼 보인다. 밤 늦은 시각. 열차운행은 서서히 뜸해지고 있었다.
  
  방화 방향 열차가[5호선은 방화 방향과 상일동, 마천 방향 두 코스로 나누어지고, 상일동, 마천 방향은 상일동행과 마천행으로 나뉜다]가 플랫폼으로 들어온다. 스크린도어가 열리고, 열차는 한 무리의 사람들을 토해낸다. 7호선 플랫폼으로 가려는 사람들은 발바닥을 땅에 바쁘게 부딪었다. 그 여자는, 스크린도어 앞에서 머뭇거리고 있다. 지금 막 도착한 열차에 올라야 할 지, 오르지 말아야 할 지 확신이 서지 않는 모양이다. 그녀는 사람들에게, 묻기 시작한다. 저기요, 이거 마천가는 건가요?

  나는, 피곤한 몸을 열차에 실었다. 올림픽공원을 지나는 주말의 열차는 사람으로 가득 차 있다. 올림픽공원에서부터 나를 따라온 피로가 함께 열차에 올랐다. 열차는 다양한 표정을 싣고 달린다. 강동, 천호역을 지나 군자역에 가까워 지고 있었다. 나는 7호선 군자에서부터는 앉아서 갈 수 있기를 바란다. 너무 많은 발걸음을 한 탓에, 오늘 하루 종일 너무 오래 서 있었던 탓에 앉아서 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나의 발바닥은 나에게 투덜대고 있다. 오늘은 할 만큼 했다고. 

  This station is Gunja. 기계의 울림이 열차 안에 울려 퍼진 후, 열차는 군자역에 멈춰선다. 열차의 출입문 앞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 들었다. 그들의 표정은 다양하다. 100m 출발선에서 출발 신호를 기다리는 듯. 문이 열리기를 기다린다. 문이 열리고, 한 무리의 사람들이 쏟아져 나갔고, 나도 그들과 함께 열차로 들어오려는 사람들의 시선을 스쳐 지나간다. 나의 시선은 재빠르게 무언가를 찾고 있다. ←7호선 갈아타는 방향.

  한 여자가 나에게 말을 건다. 저기요. 내 시선은 본능적으로 그 여자를 향한다. 그 여자는 말을 이었다. 마천 가려면 이쪽[내가 열차를 타고 온 쪽]에서 타면 되나요? 아, 아니요. 반대 쪽에서 타세요[바로 뒤쪽].라고 말하면서 뒤쪽을 가리켰다. 아 네, 고맙습니다.라고 조용히 덧붙였다. 아, 잠시만요. 네? [나는 상황 스크린을 확인 해 보고 말했다] 다음 열차 타면 되네요. 이쪽은 상일동행이랑 마천행이랑 열차가 다르거든요.라고 덧붙였다.

  나는 가볍게 목례를 하고, 7호선 플랫폼을 향해 발바닥을 부딪었다. 초행길, 친구집을 찾아가나? 왜 내 앞의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도움을 무시한 채 그냥 스쳐 지나갔을까?를 생각하며, 그녀의 시선에서 빠져나갔다.


3. Grasias?[스페인어, 감사합니다.]


  호주를 떠난 비행기는 L.A공항에 도착했다. 따뜻했던[더웠다고 하는 편이 맞다. 호주는 여름이었으니까] 공기는 불과 11시간만에 차가움으로 바뀌어 내 피부에 닿았다. 강철빛 하늘은 이 곳은 겨울.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역시 겨울은 저런 하늘이 어울려.라고 생각해봤다. L.A공항의 몽환적 분위기는 그 곳에 오래 머물고 싶지 않게 만들었다[나는 곧 다른 비행기를 타고 멕시코시티(Mexico City)로 향해야 했기에 오래 머물 수도 없었다]. 멕시코행 비행기가 보딩(Boarding)을 시작했다는 메시지가 전광판에 나타났다. 나는 기계적으로 내 몸을 움직였다[파블로프(Pavlov)의 실험에서 개가 종소리를 듣고 침을 흘리던 것 처럼] 비행기에 내 몸을 싣기위해 이동했다.

  피곤했다. 제대로 잠을 잘 수 없는 비행이었다[언젠가부터 비행기에서 잠을 잘 수 없었다]. 창 밖에는 바다와 구름이 펼쳐져 있었다. 언제 도착할까. 생각을 해 보았다. 기내 방송이 흘러 나왔다. 나는 뭔가 다르다는 것을 느꼇다. 뭐지?. 생각을 해 보았다. 기내 방송의 언어. 어느새 내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바뀌어있었다. 귀에 거슬렸다. 그래서 내 귀에 더 각인되었다. 마지막 한 마디밖에 듣지 못했다. Grasias(그라시아스).

  멕시코시티 공항에 도착했다. 혼란스러웠다. 내가 알던 표지판의 언어가 아니었다. 특이했다. 내 눈은 가장 먼저 낯섦을 인식했다. 내 몸도 이 곳이 낯선 곳이라는 것에 동의했다. 낯.설.다. 라는 것[어떻게 보면 이 낯섦이 여행에서 느끼는 묘미중 하나이다]

  영어가 없었다[전 세계의 어느 공항을 가도 볼 수 있었던 것이 영어였기에, 당황했다]. 오직, 스페인어였다[멕시코는 스페인어를 쓰는 국가였다]. 나는 어디로 가야하지? 그 낯섦은 나에게 말해주고 있었다. 여기 부터. 라틴 아메리카(Latin America). 스페인어를 공부해야 살아 남을 수 있음. 이라고.

  나의 유일한 생존 수단은, 비행기 티켓. 다른 건, 쓸모 없었다. 내가 가진 언어는 모조리 쓸모 없는 것이었다. 내가 가진 언어로 대화할 수 있는 대상은 없었다. 나는, 여권과 비행기 티켓을 손에 쥐고 물었다[물었다기 보다는 보여주었다], 사람들에게. 사람들은 손짓을 해 주었다. 손짓은 만국 공통 언어였다.


4. 버스에 올랐다.

  멕시코시티의 하늘로 치솟은 비행기는 콜롬비아의 수도 보고타로 떨어졌다. 하늘에서 본 카리브해는 아름다웠다. 그는 콜롬비아에 대해 생각했다.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세계 1위의 범죄율을 자랑하는 곳. 보고타.라는 것이었다. 그는 론니 플래닛 남아메리카(Lonely planet South America)의 콜롬비아 부분을 읽는다. 어떻게 숙소가 있는 지역까지 가야하지?를 생각하며.

  공항 앞에서 버스에 올라탔다. 소형 버스였다. 콜롬비아에서 가장 저렴한 교통 수단이었다[공항에서 시내까지 가는 가장 저렴한 교통 수단이기도 했다]. 그는 어떤 버스를 타야할 지 몰랐지만, 그냥 무턱대고 버스에 오른 것이다. Centro 라고 유리창 앞에 적힌 버스는 그를 싣고 달렸다. 그 버스를 타면, 시내로 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그는 버스에 올랐던 것이다.

  그가 가진 지도에는 그가 내려야 할 곳의 위치는 나와 있었지만, 버스의 노선도 따위는 나와있지 않았다. 그가 첫 발을 내딛은 공항의 위치도 표시되어 있지 않았다. 그는, 물을 사람이 없었다. 그의 말을 알아듣는 사람도 없었다. 그와 함께 하는 건 오직 '느낌'뿐이었다. 버스는 신나게 달렸다. 새로지은 빌딩들이 즐비한 곳을 지나쳤다. 그는 불안했다. 저 곳이 시내 중심가인가? [완전한 시내 중심가 처럼 보이지 않았기에]그는 긴가민가했다. 불안했다.

  저 멀리, 높은 빌딩들이 또 보였다. 깔끔한[새로 지은듯한] 느낌이 나는 빌딩들이 모여있던 지역은 서서히 버스의 매연 속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그는 점점 불안해졌다. 창 밖엔 낮은 집들만이 보였다. 시장과 상점들이 모여있는 곳을 지나고, 거리는 어지러웠다[공사를 하고 있었다]. 이제, 주변에 보이는 모든 건물들이 1층 또는 2층이었다. 불안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혹시, 내가 시내를 한참 지나친 것은 아닐까? 그는 생각했다. 그리고, 버스의 하차 벨을 누른 다음, 가방을 주섬주섬 챙겨서 버스에서 뛰어 내렸다.

  버스는 시커먼 매연을 내뿜으며, 저 멀리 사라졌다.


5. 목적지가 어디에요?

  나는 지도를 펼쳐 들었다[지도를 펼쳐 든다고 해서 별다른 좋은 수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물었다[묻는다기 보다는 외마디 절규였다]. 센트로, 센트로(Centro, Centro). 내가 가려고 한 숙소[나는 숙소를 미리 예약하고 여행을 다니지 않기 때문에]의 위치는 센트로에 가까운 것 같았기에, 일단 시내로 가야할 것 같았다. 사람들은 손으로 가리켰다. 버스가 사라져간 방향.

  나는 버스가 지나간 흔적을 따라 걸었다. 30kg에 가까운 배낭을 메고, 한 손에는 론니플래닛을 들고, 한쪽 어깨에는 잠베(djambe, 아프리카 악기)를 들고 걸었다. 너무 섣불리 버스에서 내린 것을 후회했다. 한참을 걸었다. 땀이 났다. 잿빛 하늘 사이로 햇살이 떨어지고 있었다. 남미의 12월이었지만 생각보다 무더운 날씨는 아니었다[해발고도 3000m에 가까웠기에].

  걷다보니, 높은 빌딩들이 눈 앞에 보였다. 큰 길이 보였다. 많은 차량들이 움직이는 모습이 저 멀리 보였다. 아, 저기가 센트로인가? 걸었다. 또 걷고 또 걸었다. 저 앞의 큰 길과 고가 도로를 향해서 걸었다. 저 곳에 가면 뭐라도 있겠지. 라고 생각하면서 걸었다. 눈 앞에, 큰 빌딩이 나타났고, 그 빌딩과 나는 큰 도로 하나만을 사이에 두고 있었다. 신호를 기다리며 책을 들여다 보고 있었다. 어디로 가야 할까?


6. 그녀는 그와 헤어졌다.

  한 여자가 그에게 다가왔다. 스페인어로 무언가를 말하면서. 웃음을 머금고, 그에게 바짝 다가왔다. 그는 그 순간 보고타(Bogota)에 소매치기가 많다는 생각이 먼저 떠올랐다. 하지만 그녀를 범죄자라고 보기에는 너무나도 예쁜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물론 이쁘다고 범죄자가 아니란 법은 없지만]. 그는 그녀가 뭐라고 하는지 몰랐지만, 본능적으로 그녀에게 지도를 보여주며 지도 위에 표시된 한 지점위로 손가락을 가져갔다. 그녀는 뭔가 말했지만, 그는 알아들을 수 없었다. 당황스러움이 그의 얼굴에 가득 담겼다. 그러자, 그녀는 그의 팔을 감쌌다. 그리고, 뭐라고 말하면서 길을 건너기 시작했다.

   그는 더욱 당황했다. 어, 왜 팔짱을 끼는거지? 그의 몸은 순간적으로 긴장했다. 온 몸의 신경이, 그녀가 팔짱을 낀 쪽으로 쏠렸다. 소매치기인가? 소매치기는 아니겠지. 아무리 여기가 범죄로 악명 높은 도시라고는 하지만.

  그녀는 지도를 보며, 그를 안내했다. 길을 몇 개 건너고,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큰 길가였다. 상당히 높은 빌딩이 눈앞에 위치하고 있었다. 어느 순간, 그녀는 멈춰섰고. 그녀는 그에게 뭐라고 말했다. 빌딩과 가로수로 가려져 있는 길 저편을 가리키면서.
  그녀는 웃었다. 그는 아직까지 상황판단이 덜 된 상태였다. 몇 초 뒤. 그는 그 상황이 완전히 이해가 되었다. 그녀는 미소를 띠며 그의 귓가에 가벼운 숨결을 머물게 했다. 그리고, 알지 못할 스페인어도 몇 마디 남겼다. 그런, 그녀의 흔적을 그곳에 남긴채 저 쪽으로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다.

  그는 생각했다. 왜 그랬을까? 나는 왜 좀 더 친절하게 해주지 못했을까?. 그녀가 소매치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왜 하게 되었을까?


7. 걸었다. 그녀가 가리킨 방향으로.

   나는 걸었다. 그녀가 가리킨 방향을 향해서. 그러자, 지도에 표시된 건물들이 내 눈앞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아!. 탄식이 저절로 새어나왔다. 잿빛 구름들 사이로 간간히 보이던 햇살은 어느 새 자취를 감추고, 스산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빗방울이 하나 둘 떨어지기 시작했다. 나는 큰 건물의 로비로 뛰어 들어갔다.

  많은 사람들이 로비로 몰렸다. 어떤 남자가 말을 걸어왔다. 영어로 말을 걸어왔다. 반가웠다. 영어로 몇 마디 대화를 했다. 소나기라고 생각 했지만, 생각보다 길어지고 있었다. 나와 영어로 대화를 주고 받던 사람과 그의 친구들이 내 주변에 서 있었다. 내 가방 뒤에서, 뭔가 움직이는 불길한 느낌이 들었지만- 설마. 라는 생각을 했다. 설마 내 뒤에는 지금, 나와 좀전에 이야기 하던 남자가 있을 텐데, 그의 여자친구와 함께 있을 텐데. 설마.

  비가 그친 뒤, 사람들이 사라졌다. 누군가가 나의 어깨를 쳤다. 그의 손은 나의 가방을 가리키고 있었다. 나는 가방을 어깨에서 내려 그가 가리킨 곳을 바라 보았다. 가방이 열려 있었다.



-LAX


 - MEXICANA air

- 보고타 공항


- 보고타 거리


- 저렴한 버스. 어디를 가든 가격 동일

- 센트로 거리

-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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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인도, 스리나가르 - 최고급 투어, 갔더니 유배(流配)?! <2> -일주일간의 유배- (India, Srinagar)

- 길을 걷다, 세계여행/여행, 그리고 에피소드 · 2011. 11. 14.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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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게 바로 Culture Shock! 최고급 투어. 갔더니 유배?! <1>. (http://dwis.tistory.com/593)에서 이어집니다.


1. 눈을 떴다.

  사람의 말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눈을 떴다.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와 커튼을 흔들고 있었다. 햇살의 끝자락이 방 안에 살짝 들어와 있었다. 아, 피곤하다. 라고 느꼈다. 그리고, 어제 보았던 화장실에서의 장면이 머릿속에 떠 올랐다. 주변을 둘러 보았다. 바퀴-들이 혹시나 아직도 내 주변을 점령하고 있지는 않을까 라는 생각에.

  내가 바라본 그 곳엔 작은 무언가가 움직이고 있었다. 작은 벌레들. 나는 일어나 앉아 침낭을 접고, 짐을 정리하였다. 그 때 집 주인이 나를 보더니 아침을 먹으러 오라고 했다. 오믈렛과 식빵과 우유가 준비되어 있었다. 식탁은 없었다. 주방[주방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좁은 그 곳]의 바닥에 접시가 놓여 있었다. 할머니[어젯밤 나를 데리고 온 남자의 어머니였을 것이다]가 나에게 앉으라고 손짓했다. 나는 그곳으로 다가가 앉았다. 포크와 나이프가 준비되어 있었고, 우유를 한모금 마셨다. 우유를 마시면서, 접시위에 놓인 오믈렛을 바라보았다. 오믈렛 위로 떨어지는 햇살들 사이로 약간의 김이 피어올랐다. 햇살을 한껏 받은 오믈렛은 그리 맛있어 보이지는 않았다. 오히려, 청결하지 못한 음식처럼 보였다. 나는 생각했다. 일단 먹자.

  컵을 내려놓고, 오믈렛 위로 나이프를 가져갔다. 동시에 그 옆에서 더듬이를 쳐들고 나를 바라보고 있는 무언가를 보았다.
설마.
  설마. 아니겠지. 시력이 나쁜 나는 눈을 찡그렸다[조금 더 자세히 보기 위해].

  그 곳엔, 나를 바라보는 녀석 몇몇이 있었다. 그리고 그 녀석의 주변으로 시선을 돌렸다. 누가 앉아서 뭘 먹고 있든 말든 아랑곳하지 않고, 햇살을 받으며 주변을 거니는 녀석들도 보였다. 나는, 할머니를 바라보았다. 웃으며 나에게 말했다. 많이 먹어. 필요한거 있으면 또 말하고. 

  물아일체(物我一體)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말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암, 여기는 인도니까. 그래도, 바퀴들이 오믈렛 위를 기어다니지는 않았으니까. 라고, 합리화 시키면서, 어젯밤에 바퀴들과 함께 잤으니까.라고 합리화 시키면서, 여기는 인도니까.라고, 합리화 시키면서. 식사를 끝냈다.

  빨리, 그 곳을 떠나서, 휴양지로 가고 싶었다. 좀 쉬고 싶었다.



2. 유배지로 이동.하다.

  그는 모든 것에 관대해져 있었다. 뉴델리 공항, 국내선 청사를 활주로를 달리던 비행기는 얼마 후, 스리나가르 공항에서 멈추었다. 그 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마중나와 있었다. 그는 그들 중 한 명과 간단하게 이야기를 나눈 후, 하우스보트(House boat)로 향했다.

  스리나가르의 하늘은 음산했다. 델리의 따뜻했던 바람과 달리, 약간은 쌀쌀한 바람이 불고 있었다. 히말라야 산자락에서 흘러나오는 차가운 기운이었다. 강철빛 하늘과 간혹 부는 바람은 도시의 적마감을 더했다. 그가 타고 있는 도요타 지프는 차가웠다. 그는 도요타 지프속에 웅크리고 있었다. 피로가 그를 감싸고 있었다. 운전을 하던 남자가 농담을 던지며 웃었지만 그는 웃지 않았다. 어디로 가는 걸까? 라는 생각만 가득했다. 휴양지라니까, 홈스테이보단 좋겠지.라고 중얼거렸다.

  지프는 강철빛 하늘 아래로, 스산한 바람속을 헤치고 나갔다. 암울한 분위기의 도시를 지나쳐갔다. 그리고 호숫가에 도착을 했다. 그 곳엔 작은 배들이 정박되어 있었다. 뱃사공들이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주변을 바라보았다. 여기인가? 남자가 말했다. 저기, 물 위에 떠 있는 집들이 니가 머물 곳이야.

  뱃사공 하나가 그의 가방을 들고 배에 실었다. 그도 곧 배에 실렸다. 그와 운전을 하던 남자와 뱃사공. 세 명은 고요한 호수의 표면을 진동시키며 앞으로 나아갔다. 호수 위에 떠 있는 집들을 향해서 나아갔다. 그 집들. [유럽 여행을 하면서 보았던] 네덜란드의 운하 위에 떠 있던 집들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생각했다. 내가 머물 곳이 저 곳 인가?

  수 많은, 하우스 보트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 중 한 곳으로 안내되었다. 그는 방을 안내 받았다. 바닥은 삐걱댔다. 시간을 거슬러 온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삐걱대는 바닥. 나무로 된 벽. 방 바닥에 깔려 있는 양탄자. 그리고 중간에 위치한 장작 난로. 실내는 음침했다. 약간 습한 것 같다고 느꼈다. 그는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켰다. 그는 말했다. 여기가 내가 일주일간 머물 방인가?. 아무도 들어주는 사람이 없었다. 대답해주는 사람도 없었다. 일주일 내내 여기서 머물거라는 것에 대해서는 그 자신도 확신이 없었다.


3. 잠을 잤다.

  달 호수(Dal lake)위에 수 백 척의 보트들이 떠 있었다. 그 보트들은 모두 연결이 되어 하나의 마을을 이루고 있었다. 보트의 안쪽으로 가 보니, 텃밭 같은 것도 있었고, 나무도 자라고 있었다. 내가 머무는 방에서 바라보이는 호수의 뒤편은 그냥 육지로 연결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을 먹고, 잠을 청했다. 히말라야 산자락의 밤은 쌀쌀했다. 델리의 밤이 그리웠다. 그리 덥지도 춥지도 않던 델리의 밤이었는데[비록 충격적이었지만] 스리나가르의 밤은  좀 춥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드티와 후드집업을 꺼내 입었다. 다음 날 그 하우스보트에서 일을 하는 아이가 올 때 까지 나는 잠을 잤다. 아침을 먹으러 오라는 말을 방 바닥에 흘리고 그 아이는 사라졌고, 나는 그 말들을 주워 담고, 주인집 거실로 향했다.

  전통 가정식이었다. 나쁘지 않았다. 나름대로 외국인의 취향에 맞추어서 나온 것 같았다. 히말라야 산자락에서 자라는 차(茶)도 마음껏 마실 수 있었다. 맛과 향이 좋았다.

  하늘도 맑았다. 햇살이 호수의 표면위로 떨어졌고, 호수는 빛이 났다. 호수의 앞에 낮은 히말라야의 산자락이 보였고, 저 멀리 만년설이 보였다. 오후의 햇살은 따뜻했고, 나의 기분을 좋게 해 주었다. 머리 위에는 매 한마리가 뱅뱅 돌고 있엇다. 숙소의 거실에는 여러 여행자들이 남기고 간 책들이 많이 있었다[주로 영어와 일본어로 된 책들]. 그 책들을 몇 권 집어 들었다. 내 가방에서도 책을 꺼냈다. 책을 들고, 깔개를 들고, 하우스보트의 양철 지붕위로 올라갔다. 양철 지붕은 떨어지는 햇살을 고스란히 받아서 뜨겁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 위에 깔개를 깔고, 두워서 책을 봤다. 저-기 건너편 하우스보트의 지붕에도 외국인 몇 명이 책을 보며 수다를 떨고 있었다. 나는 혼자였다. 음악을 들으며, 책을 보고, 글을 썼다. 
  여기는, 휴양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틀이 지나고, 삼일이 지났다. 주인집 남자의 행동이 조금 싸늘해졌다. 알바생과는 더 친해졌다[내 또래의 남자 아이였다. 하지만 영어를 할 줄 몰랐다]. 식사 메뉴가 처음과는 사뭇 달라지기 시작했다[조금씩 메뉴가 부실해졌다. 주는대로 받아먹는 타입이라 불평하지 않았지만 변화가 느껴졌다]. 밥을 먹고 난 뒤, 차(茶)를 더 달라고 하면, 표정이 좋지 않았다[더 주기는 했지만]. 나는 생각했다. 이건 분명히, 내가 다른 투어 프로그램에 참여할거라고 확답을 주지 않았기 때문일거야.


4. 호수를 떠나 마을을 돌아다녀 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여유로운 생활을 하고 지냈다. 밤에는- 주황빛을 발하는 약한 백열전구를 켜고, 또 양초를 켰다. 방 안의 난로에 장작을 넣고 불을 피우며, 책을 읽었다. 낮에는- 양철 지붕 위에서 떨어지는 햇살을 몸에 적시며, 시간을 보냈다. 저 멀리 히말라야 산자락을 바라보며, 책을 읽었다. 여행 일정도 생각해 보았다. 여행 루트도 생각해 보았고, 인도에 대해서 공부하기도 했다.

  그날도 한가롭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주인 남자가 그를 사무실[정확하게는 사무실처럼 꾸며 놓은 작은 방]로 불렀다. 그러면서 히말라야 트레킹사진들을 보여 주었다. 그는 흥미로워 하는 척 했다[사실 트레킹에 흥미는 없었다. 그리고 이미 그는 그 주인 남자의 의도를 파악하고 있었다]. 그리고 말했다. 기회가 된다면, 한 번 참여하고 싶어요. 하지만 지금은 너무 피곤해서 좀 더 여기서 쉬고 싶어요. 
  그는 생각했다. 만약 내가 저 트레킹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하면, 나한테 불이익이 있을 거야. 최대한 참여할 의사가 있다는 것을 어필해야지.
  그는 마을에 한 번 나가보고 싶었다. 그렇지만, 마을에 가기 위해서는 배를 타고 나가야 했다. 그는 배를 어떻게 타고 나가야하는지 몰랐다. 그래서, 주인 남자에게 물었다. 마을을 구경하고 싶어요. 남자는 말했다. 그곳은 위험해. 가지 않는 것이 좋을거야. 거기 가는 대신, 트레킹을 가보는건 어때? 가격이 얼마에요? 코스마다 가격이 좀 다르긴 한데 600달러 정도면 돼. 알았어요. 일단 나는 마을에 가 보고 싶어요. 마을로 보내주세요. 트레킹은 어쩌고? 생각해 볼게요. 가격이 생각보다 비싸긴 하네요. 잘 생각해봐. 마을은 위험하니,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고. 위험한건 상관없으니 일단 마을로 나갈 수 있게 해 주세요.[그 하우스보트의 주인가족은 이슬람교도였는데, 육지 사람들은 대부분 힌두신자였다. 그래서 남자는 마을 사람들을 나쁘다고 했고, 홀리 축제기간에도 위험한 놀이를 한다면서 나에게는 그냥 보트에만 있으면 된다는 말을 했다]

  그는, 단 하루. 반나절 동안 마을을 둘러 보았다. 그리고 다시 보트로 돌아왔다. 마을을 둘러 볼 때도, 주인 남자의 동생과 동행을 했다. 그의 표정에는 불만이 가득했다. 족쇄를 차고 있는 느낌이었다. 무엇보다도, 그 하우스보트에서는 마음대로 어디론가 돌아다닐 수 없는 것이 문제였다. 그리고, 주인 남자는 그가 투어에 참여할 마음이 없다는 것을 간파한 것 같았다.


5. 히말라야 트레킹에 가지 않을 거에요.

  주인 남자는 나를 또 사무실로 불렀다. 투어에 갈 생각이 있냐고 물었다. 앞으로 하우스보트에 머물 날이 3일 정도 남았는데, 2박 3일간 트레킹을 갔다와서 떠나면 된다는 것이었다. 나는 말했다. 아니 왜 2박3일을 하우스보트에 머무는 날에 포함을 시켜요? 그건 별게 아니에요? 나는 일주일치 숙식비를 이미 다 지불했다고요. 

  주인 남자는 화제를 돌렸다. 히말라야 트레킹 투어 말고도, 스리나가르 시티 투어(Srinagar city tour)가 있다면서 다른 상품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 투어에 흥미 있는 척 했다. 하지만, 그 남자는 더 이상 나의 이런 태도 때문에 손해를 보려 하지 않았다[물론 내가 직접적으로 의사를 표현하게 되면 내가 손해를 본 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그는 단도직입적으로 나에게 묻기 시작했다. 갈거야, 말거야? 난 안갈건데요? 난 그냥 쉬고 싶어요.

  식사는 눈에 띄게 부실해졌다[하지만 부실해진 식사를 가지고 불평을 할 순 없었다]. 식사후에 나오던 디저트[쿠키와 차]도 나오지 않았다. 쿠키가 나오지 않는 건 아무래도 괜찮았지만, 차마저 나오지 않는건 좀 섭섭했다. 그래서 나는 차를 달라고 말했지만, 주인 아줌마에게서 들을 수 있던 말은 차가 다 떨어졌다는 이야기 뿐이었다[그들은 식사 후 차를 마시고 있었지만 말이다]. 그런 걸 가지고 나는 치졸하게 굴고 싶지 않았다. 그들은 내가 히말라야 트레킹을 비롯한 [그들의 사무실에서 제공하는]각종 투어에 참여할 생각이 전혀 없다는 것을 알고 부터는 태도가 달라졌다. 모든 것은 내가 예상하던 대로였다.


6. 양철 지붕 위에서 시간을 보낼 수 밖에 없었다.

  협상은 결렬되었다. 하우스보트의 주인은 그가 트레킹을 할 마음도, 시티투어를 할 마음도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 말은 그 남자에게 있어서 그는 더이상 상품가치가 없다는 것[돈벌이 수단이 될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하우스보트의 주인은 그를 어떻게 해야 할 까 고민했다. 그는 앞으로 3일간 더 머물러야 했지만, 어떻게 해서든지 그를 보내고 다른 손님을 받고 싶었다[방이 두 개가 있었는데, 다른 방의 관광객은 이미 트레킹을 떠난 상태였다].  그래서 주인 남자는 그를 불러 말했다.

  이번 주말에 델리(Delhi)에서 아버지가 오시기로 했는데, 방이 모자라. 하루만 일찍 방을 비워줘야겠어. 내가 왜? 나는 이미 방값을 다 지불했는데, 그럴 이유가 없어[라고 말했지만 그도 슬슬 하우스보트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에 대해서 지루함을 느끼고 있었다] . 나는 토요일 오후에 떠날 거야[토요일이 예정된 마지막 날이었다]. 
  주인 남자는 잠시 후, 사무실을 떠난 그를 다시 불렀다. 니가 만약 하루 일찍 떠나게 된다면, 스리나가르에서 점무(Jummu)로 가는 차표로 끊어 주겠어. 그것도 지프 티켓으로 말이야[점무는 카시미르주의 주도이면서 그 곳에 가야 인도의 여러 지역으로 갈 수 있는 교통편을 이용 할 수 있었다. 점무로 가는 방법은 비행기를 이용하거나 자동차를 타고 가는 방법이 있는데, 버스(Local bus)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불편한 교통수단이기에 사람들은 좀 더 비싼 가격에 3~4명이 합승해서 지프차를 타고 Jummu로 가기도 했다].  

  주인 남자는 그를 하루라도 일찍 보내기위해 여러가지 좋은 말들을 써가며, 설득을 했다. 그는 일단 생각을 해 보겠다는 말을 남겨놓고 다시 양철지붕 위로 올라갔다. 햇살은 여전히 양철 지붕 위에서 빛나고 있었다. 그는, 하루 일찍. 떠나야겠다고 생각했다. 히말라야의 산자락을 바라보면서 양철지붕 위에서 보내는 여유가 조금 아쉽기는 했지만, 충분히 쉬었고, 인도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공부를 했기에, 그는 슬슬 떠날 때도 됐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는 주인 남자에게 말했다. 하루 일찍 떠날게요.

  그렇게, 스리나가르의 달 호수(Dal lake)위에서의 시간이 끝났다. 그 곳을 떠난다는 아쉬움 보다는, 이제 드디어 그 곳을 벗어나서 자유롭게 여행을 할 수 있다는 해방감이 그에게 먼저 찾아왔다. 양철지붕이 좋긴 했지만, 그 곳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 그에게는 고통아닌 고통이었다. 

  그는, 인도 여행에 대한 부푼 기대를 안고 점무(Jummu)로 향하는 지프에 몸을 실었다. 그리고, 약 8시간. 히말라야의 깎아 지르는 듯한 협곡을 지난다.


-숙소 방 안의 테이블

 

- 아침의 호수

- 하우스보트와 보트 사이

- 여유로운 비행

- 마을

- 양철지붕

- 일상(보트에 식료품을 싣고 팔러 다니는 사람들이 많다)

- 옆 보트

-

-

- 석양의 호수


- 저 멀리 히말라야 만년설

- 혼잡한 거리

- 혼잡한 거리

- 수상 택시 승강장

- 고요한 호수


- 점무(Jummu) 가는 길의 히말라야 산자락

- 절벽의 집들

- 갠지즈강의 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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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인도, 스리나가르 - 이런게 바로 Culture Shock! 최고급 투어. 갔더니 유배(流配)?! <1> (India, Srinagar)

- 길을 걷다, 세계여행/여행, 그리고 에피소드 · 2011. 11. 11.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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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모든 결정이 항상 최선의 선택은 아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선택을 하고 결정을 내린다[일반적으로 그 결정을 할 때는 최선의 결정을 하기 위해 여러가지를 고려하게 된다]. 우리는 어떤 결정을 내릴 때, 그 상황과 관계되는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된다[나 자신의 이익과 향후의 경과를 예상하면서]. 결정을 할 당시에 우리는 그 결정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그러한 결정이 항상 최선의 결과를 불러오지 않는다. 가끔씩 우리는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두 가지 선택권이 주어졌을 때 한 가지를 선택한 후, 과연 내가 이 결정을 내리지 않고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이럴 경우 선택하지 않은 다른 경우는 당신의 상상속에서 지금보다 내가 선택하고 나온 결과보다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 내고 있을 것이다]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과 관련되어서 많이 언급되는 용어가 하나 있다. "기회비용"[機會費用, 하나의 재화를 선택했을 때, 그로 인해 포기한 다른 재화의 가치]. 우리의 선택에는 항상 기회비용이 수반된다. 그리고 어떤 판단을 내릴 때 기회비용을 최소화 하기 위한 판단을 하게 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다. 하지만, 항상 그런 것만은 아니다.

  가령, 당신이 지금까지 해 온 판단, 선택의 결과물들을 쭉 돌이켜 본다면 항상 최선의 가치를 위한 선택을 해온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 우리는 어떤 판단을 할 때, 자신의 최선의 이익을 위해서 항상 이성적으로 판단하게 된다는 것이 아니다. 선택이라는 것은 그 순간의 결정이다. 따라서, 결정을 하는 그 순간의 컨디션,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서로간의 이해관계, 선택에 참여하는 개인과 결과적으로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주변 사람의 영향 등 다양한 요소가 개입된다. 그리고 그 결과는 항상 만족할 수도 없고, 만족하지 못한 선택을 했다는 깨달음을 나중에 알게 되거나, 결정을 한 직후에 '아차!'하는 깨달음으로 우리의 뒷통수를 때릴 때가 있다.[그리고 그 후회스러운 판단에 친한 친구의 영향이 개입되었다면 그 친구를 원망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처럼, 우리는 많은 선택을 하지만, 항상 그 선택의 결과가 만족스러울 수는 없다. 심지어, 내가 왜 그런 선택을 했지? 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자기 자신을 이해할 수 없는 경우도 만날 수 있다.


2. 신발을 샀다. 동해 바다에 놀러가지 않았다.

  친구와 함께 신발을 사기위해 돌아다닌 적이 있다[보통 옷이나 신발을 살 때 친구와 함께 가는 경우가 많다]. 수 많은 매장을 돌아다니면서[20군데 이상은 들어가 본 것 같다] 여러 신발을 눈여겨 보았다. 여러 매장을 돌아다니며 신발을 보면서도 마음에 드는 것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정리가 되었고, 그 손에 꼽히는 종류의 신발은 나의 친구가 봐도 꽤나 괜찮은 신발이라고 했다. 그리고 결국,  두 종류의 신발을 가지고 고민을 하게 되었다. 두 종류의 신발의 차이는 색상의 차이. 그리고 하나는 리미티드(Limited)제품이었다. 우연히 발견하게 들어간 로드샵. 그리고 그 곳의 진열대에 위치한 신발은 정말 마음에 드는 것이었다[그 매장은 리미티드 제품만 판매하고 있었다]. 신발 두 켤레를 살 수 없는 노릇이었다[비록 색상이 달랐지만, 가격이 만만찮았다]. 마지막엔 마지막으로 발견한 그 신발이 마음에 들긴 했지만, 친구의 권유[어쩌면 압박이었는지도 모른다. 이미 우리는 다른 매장에 있었고, 리미티드 제품을 사기 위해서는 다시 그 매장까지 되돌아가야 했기에]에 따라, 나는 고민하던 두 제품 중, 첫 번째로 마음에 들어하던 신발을 샀다. 물론 그 신발이 마음에 들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다만 아쉬울 뿐이었다. 나는 이것 저것 비교해 보았지만, 왠지 모를 아쉬움이 남았다[가격은 내가 산 것이 더 비쌌다]. 그 다음 날, 나는 그 신발을 사지 못한 것을 못내 아쉬워 했다. 지금도.

  어떤 여름.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아르바이트라고 해서, 절대 일을 빼먹으면 안되는 그런 일은 아니었다. [왠만하면 일을 하도록 권유 받았지만]내가 일을 하고 싶으면 하고, 하기 싫으면 안하는 그런 일이었다. 무더위가 한창 땅 위를 굴러더니던 그 여름. 어느 날 연락이 왔다. 8월 xx일에 동해 xx로 엠티 가는데 갈거지?. 나는 나중에 다시 연락을 주던가, 그 엠티 장소로 바로 가겠다는 말을 남겼다. 그리고, 그 날이 다가오고 있었다. 땅위에는 그 전보다 더 많은 더위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나는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핑계로[사실 그것은 핑계거리 조차 되지 않았다], 동해까지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는 핑계로[서울에 있는 친구들은 학교에서 제공하는 무료 셔틀버스를 타고 동해 xx해수욕장으로 갔지만, 나는 대구에서 혼자 가야 했다], 동해 바다에 가지 않고, 땅 위를 굴러다니는 더위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훗날, 이 때의 일을 생각하며. 많은 후회를 했다. 그 당시에는 그게 나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괜찮은 판단일 것이라고 스스로 자위했지만, 그 일은 내 평생의 손에 꼽히는 후회 중 하나가 되었다.



3. 잠이 필요했다.

  인도(India)에 도착하기 전, 이틀간 밤새도록 친구들과 술을 마시며 놀았다. 나는 인도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잠을 자면 된다는 생각에[약 8시간 동안의 비행이었기에] 잠 자는 시간을 아까워 하며, 그렇게 음주가무를 즐겼다. 비행기를 타는 날 아침, 강철빛 하늘은 시퍼렇게 나를 질리게 했다. 공항 내부의 안락한 분위기의 조명과 창 밖을 통해 내 눈으로 들어온 약간은 파랗게 변질된 강철빛 하늘은 어울리지 않는 풍경이었다. 그 곳에서 나는 정신을 잃어버린 채, 좀비처럼 걷고 있었다. 내 머릿속은 .잠을 자야 한다.라는 말로 가득 차 있었다.

  비행기가 뉴델리(New Delhi)로 가기 위해 땅위를 박차고 올랐을 때, 나는 이제 잠을 자야겠다고 마음 먹었지만, 비행기는 나에게 잠을 허락하지 않았다. 에어인디아(Air india)의 기내는 너무나도 좁았다[더 정확히 말하자만 이코노미 좌석과 좌석 사이의 간격]. 나는 다리를 오므렸지만, 나에게 느껴지는 불편함은 나에게 다가오던 잠을 가로막았다. 좌석 조차도 뒤로 눕혀지지 않았다. 나는 최악.그 이하를 생각할 수 없었다. 그렇게, 8시간을 잠이라는 녀석 대신, 불편함이라는 녀석과 함께 했다. 

  나는 극도로 예민해졌고, 만사가 귀찮았다. 나는 그저, '잠'만 잘 수 있다면, 뭐든지 하겠다고 생각했다.



4. 어둠은 그를 무기력 속으로 밀어 넣었다.

  입국 수속을 마치고, 택시를 타기 위해 택시 승강장으로 갔다. 그의 정신은 어디갔는지 그 때까지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정신을 찾느라고 두리번 거리고 있었다. 그 순간, 그의 DSLR카메라가 땅을 향해 돌진했다. 철퍽. 소리를 내며, 카메라는 자신의 주둥이를 뉴델리 공항 택시 승강장 바닥에 들이 밀었다.

  그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입국 수속을 마치고, 환전소에서 만나 동행하기로 한 일본인 히로키도 놀란 표정이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카메라를 들어, 렌즈 앞을 보았다. 앞의 유리가 세조각으로 갈라져있었다. 그는 혼란스러웠다. 이건 뭐지? 이게 바로 인도에서의 첫 출발인가?

  히로키는 인도에 대해서 꽤나 준비를 많이 해온 편이었다. 그는 히로키의 안내에 따라 프리패이드택시를 타고, 파하르간지(Paharganj)를 향해 갔다. 히로키는 호텔을 예약 해 두었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그와 동행하기로 한 것이다. 그들을 실은 택시는 밤의 델리를 신나게 달렸다. 거리는 어두웠다. 그는 인도의 공기를 폐 속으로 밀어 넣었다. 약간은 습한[한국의 날씨에 비유 하자면, 약간은 덥게 느껴지는 초여름 밤에 느낄 수 있는 느낌] 느낌이었다. 그렇게 즐거운 기분은 아니었지만, 나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는 곧 갈라진 카메라 렌즈의 앞 주둥이를 생각해냈다. 씁쓸함이 몰려왔다. 인도.라는 두 글자가 그의 입술 사이로 새어 나왔다.

  거리의 일부를 밝히고 있는 주황색 가로등은 너무 초라해 보였다. 어둠이 가로등을 감싸고 있었다. 가로등은 델리를 둘러싸고 있는 어둠에게 결코 이길 수 없는 것 처럼 보였다. 어둠은 너무나도 짙게 도시를 누르고 있었다. 택시 기사는 그들에게 내리라고 했다. 그 곳은 조그마한 여행사 앞이었다. 그는 왜 그가 거기에 내려야 하는지 몰랐다. 히로키도 몰랐다. 히로키는 호텔로 데려다 달라고 요구했지만, 택시기사는 지금 통행 금지 기간이라서 그 곳엔 갈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덧붙였다. 지금은 홀리(Holi) 축제기간이라서 그 곳에 들어갈 수 없어!

  그는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일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 그의 정신은 아직도 어딘가를 여행하고 있었다. 그는 그저, 어서 빨리 가서 잠을 자고 싶다.는 생각만을 했다. 뭐가 어찌 됐든, 그저 잠을 자고 싶었다.



5. 여행사로 들어갔다.

  나는 택시기사의 안내에 따라 히로키와 함께 여행사로 들어갔다. 그 곳에 말했다. 숙소를 구하고 있다고. 히로키가 예약한 숙소는 전화를 받지 않았고, 주소도 없었다. 우리는 일단 하룻밤을 어딘가에서 묵어야 했다. 나는 사실, 노숙도 괜찮다고 생각했지만[사실은 나중에 생각했을 때 그 때 노숙을 해도 괜찮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아직 인도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었기에, 한편으로는 두렵기도 했다.

  여행사의 직원은 지금은 홀리 축제기간이라서 델리 시내에 방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 그리고 그 곳의 전화를 이용해 인도 시내의 호텔에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하지만, 우리는 거의 모든 호텔의 리셉션에서, 노 룸(No room)이라는 말 밖에 들을 수 없었다. 정말인가? 정말 방이 없을 걸까? 하룻밤에 100달러 짜리 방도 찾을 수 없었다. 여행사의 직원이 말한 것이 현실이 되고 있는 순간이었다.

  어떻게 해야하지? 혼란스러웠다. 히로키는 오늘 밤만 지나고 자신이 예약한 호텔로 가면 되긴 했지만, 내가 문제였다. 오늘 밤 야간 열차를 타고 다른 도시로 떠나야겠다는 생각에, 열차와 버스편을 알아봤다. 모두 다 매진이었다. 뭐지? 도대체 인도라는 나라는. 뭘 어떻게 해야하는거야? 혼란스러웠다. 

 그 때, 여행사 직원이 말했다. 일주일 짜리 패키지 여행이 있는데, 일주일동안 숙식 제공도 받고, 경치 좋은데서 쉬다오는게 어때? 패키지여행? 나는 그 동안, 패키지 여행을 거의 가 본적이 없었기에, 의심부터 했다. 일단 이 녀석이 나한테 사기를 치려는 것은 아닐까?라는 의심부터 하며, 싫다고 했다. 그러자 그는, 그 동안 그 패키지 여행을 갔던 외국인 명단을 보여주었다. 나를 안심시키기 위한 수작이었다. 그 때 나는 이미, 제대로된 판단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수면 부족과 인도의 습한 날씨, 그리고 델리 시내에서는 방을 구할 수 없다는 상황 때문에 점점 더 패닉이 되어가고 있었다.



6. 이런게 바로 Culture Shock.

  그는 여행사 직원의 말에 혹-했다. 여행사 직원은 그에게 말했다. 만약 이 투어에 참여하게 된다면, 오늘 밤은 홈스테이를 하고 내일 오후에 스리나가르[Srinagar, 인도 북부 카시미르주 히말라야 산자락의 도시]로 가는 비행기를 타고 가서, 그 곳 하우스 보트(House boat)[스리나가르에는 Dal Lake(달 호수)가 있는데, 그 호수 위의 보트에 사람들이 살고 있다. 그 보트들을 가리켜 '하우스 보트'라고 한다]에서 일주일을 보내다가 오면 되는 거야!

  잠, 잠을 잘 수 있어? 일주일 동안 푹 쉴수 있고? 라고 반문하며, 그는 얼마냐고 물었다. 550달러.라는 직원의 대답. 너무 비싼거 아니야? 아니야, 일주일 동안 숙식 제공에 휴양지에서 쉬다오는 건데 이정돈 해야지! 그는 계산을 해 보았다. 환율 감안할 때 하루에 거의 10만원 돈이었다. 인도에서 이 정도면 초호화 여행인데? 라는 생각을 했지만, 옆에서 직원이 잠을 잘 수 있고, 푹 쉬다 올 수 있다는 말을 강조하자, 바로 오케이를 외쳤다. 그리고 곧, 신속하게 비행기 티켓예약이 들어갔고, 결제도 끝났다.

  결제가 이루어 지는 것을 보는 순간, 그는 아차! 싶었다. 이건 아니다. 내 인도 여행 두달 예산을 일주일짜리 투어에 퍼부을순 없어.라고 그는 생각을 하고, 캔슬을 하겠다고 했지만, 직원은 더 이상 그럴 수 없다며 엄포를 놓았다. 그 때부터 실랑이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그는 곧 지쳤다. 싸우는 것 조차도 할 힘이 남아있지 않았다. 그는, 결국 오케이, 아일고.(Ok, I'll go)라고 말하고, 빨리 홈스테이로 보내달라고 했다. 곧, 여행사 사무실 앞에 홈스테이로 가기 위한 승용차 한대가 왔고, 그는 그 차에 몸을 실었다. 히로키는, 호텔 싱글룸이 예약되어, 그 곳으로 가기로 했다. 그렇게 그 둘은 헤어졌고, 둘은 서로 다른 여행길에 올랐다.

  그가 몸을 실은 승용차는, 어둠속을 달렸다. 어둠이 그의 곁을 스치고 지나갔다. 인도의 묵직한 어둠과 피로감이 그를 짓눌렀다. 홈스테이의 집 주인인 것 같은 인도인이 담배를 권했지만, 그마저도 싫었다. 인도인은 무언가 즐거운 듯이 흥얼 거렸지만, 그는 모든 것이 짜증났다.

  자동차는 주택가로 접어 들었다. 고요했다. 어둠은 여전히 도시를 감싸고 있었다. 3층짜리 빌라 였다. 건물 외벽에 붙어있는 철로된 계단을 따라 올라갔다. 그 곳에는 몇 명이 잠들어 있었다. 이곳이 인도의 일반 가정집인가? 라고 그는 중얼거렸다. 남자가 방을 안내했다. 그 곳은 방이라기보다는 그냥 거실에 가까웠다. 출입구와 바로 연결된 방 한칸. 그 곳엔 TV가 놓여 있었다. 그리고 바로 커튼 같은 가리개를 열어 젖히고 들어간 두번 째 방[삼(三)자 구조의 주택 중간이었다]. 그 곳엔 장롱이 하나 있었고, 그 뒤는 주방과 화장실이 있었다. 코고는 소리가 온 건물을 떨림속으로 밀어넣는 듯 했다. 하지만 그런 것 쯤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일단, 가방을 내려놓고, 침낭을 길게 깔아 잠자리를 마련했다. 그의 몸은 땀에 절어 있었다. 그는 치약과 칫솔을 손에 들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화장실엔, 누군가가 있었다. 그는 스산함을 느꼈다. 뭐지 이 느낌은. 화장실 불을 켜기 위해 그는 벽을 더듬었다.[화장실 스위치가 안쪽에 있었다] 주변에 무언가가 움직이는 느낌이 들었다. 어두웠지만, 그는 느낄 수 있었다. 무언가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무언가들은 그를 쳐다보고 있다는 것도.

  불이 켜지는 순간. 그는, 소리는 지르지 않았다. 아무런 미동이 없었고, 단지, 바깥에서 간간히 들리는 개가 짖는  소리만이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 알려 주었다. 바퀴벌레 수-백 마리가. 벽에 붙어 있었다. 세면대와 세면대 거울을 제외한 모든 곳을 둘러싸고 있었다. 꼭, 검은 점박이 벽지를 붙여 놓은 것 같이.

  수-백 마리의 바퀴벌레들은 미동이 없었다. 그를 공격할 것 같지도 않았다. 그도 그 바퀴들을 공격할 마음이 없었다. 단지, 양치질을 하고 세수를 하고 잠을 자기를 원했다. 그렇게- 서로가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은 채, 조용히 일이 끝났다.
  그는 충격적인 화장실의 잔상을 뒤에 둔 채, 잠을 자기 위해 방으로 돌아왔다. 그, 화장실에서의 잔상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여기가 인도인가. 라고 그는 생각했다. 무언가가, 그의 팔을 더듬었다. 간지러웠다. 그는 뭐지, 벌레인가?라고 생각했지만 무시했다. 그렇지만, 그는, 그 무언가를 무시하기엔 뭔가 찝찝했다.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고, 가방에서 손전등을 찾았다.

  손전등으로 바닥을 비출까, 말까. 그는 잠시 고민했다. 그래도 찝찝함의 원인을 알아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손전등의 버튼을 두-번 눌렀다. 손전등의 주둥이에서 빛을 토해냈다. 바닥에는 바퀴벌레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오우-지쟈스. 그는 생각했다. 제발, 우리가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평화롭게 지낼 수 있도록 해 주세요. 나는 그저 잠이 자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는 잠이 들었다. 물론, 깊이 잠들 수 없었다. 그는 왠지 모를 불안감에 떨며, 피곤한 몸과 마음을 조금이나마 달래주고 있었다.



-하우스보트

- 하우스 보트의 아침


- 한적한 오후




- 해지는 호수

- 저 멀리 만년설


- 햇살이 스며드는 달(Dal) 호수의 고요한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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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그리스, 아테네 - 여행중에, 뭔가를 잃는 다는 것[혹은 도난]

- 길을 걷다, 세계여행/여행, 그리고 에피소드 · 2011. 11. 5.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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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잃는다, 상실한다"는 것은 큰 아픔을 수반한다.

  우리는 삶을 살아가면서 많은 것을 얻고, 또 많은 것을 잃어버린다[그것이 자의든 타의든 간에 잃는 것이 생긴다]. 혹자는 말했다. 얻는 다는 것은 다른 것을 잃음이라고. 또 혹자는 말했다. 특정한 사람들이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해, 다른 사람들을 착취하게 된다고. 그래서 특정한 사람보다 더 많은 수의 사람들이 고통받게 된다고. 이렇듯, 얻고 잃음은 한 사람 개인의 일이 아닌 여러 사람이 개입된 사회적인 행동의 결과물이다.
  얻는다는 것에 대한 현상을 부정적으로 바라본다는 것은 아니다. 얻는다는 행위는 상호작용의 결과물이라는 것이 중요하다. 자, 한 번 생각해 보자. 당신이 선물가게에서 어떤 물건을 고를 때, 무엇을 고려하는가?[선물이라는 특정한 상황이 제시되어서 다른 사람을 생각한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혹은, 당신이 책을 한 권 사더라도[당신의 지적 성장을 위해] 그 책과 관련되는 사람들에게는 미미하게나마 영향을 미치게 된다. 특히, 여행을 하기위해 얻게 되는 물건들, 혹은 여행중에 얻게 되는 물건들은 그 물건을 사용하는 주체가 당신이든 아니든간에 상호작용을 하게 된다.[배낭을 고를 때는 도둑맞지 않을 정도의 보안을 고려하게 된다. 도둑맞는 다는 것은 다른 사람을 한번 더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여행지에서 어떤 물건을 구경하거나 고르면서도 당신은 그 물건을 선물해줄 누군가를 한번 쯤 생각하게 된다.]

  그렇게, 당신이 무언가를 선택했을 때, 그 선택은 순전히 당신을 위한, 당신의 것만이 아닌, 다른 누군가를 위한[혹은 다른 누군가를 의식한] 배려가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그렇게 때문에, 당신이 선택한 무언가를 잃는다는 것은, 당신이 애당초에 생각했던 것 보다 더 큰 상실감을 가져오게 된다.



2. 버스에서 내린 후, 몇 시간이 지났다.

  버스 정류장에 가자마자 내가타야할 버스가 다가왔다. 나는. 럭키. 라고 외치며 버스에 올랐다. 버스는 신나게 달렸고 몇 분 후, 내가 내려야 할 정류장에 나를 남겨두고 떠났다. 왠지 모를 허전함이 내 손에 잡히기에 나는 그 허전함을 움켜쥐어 주머니에 쑤셔넣고 집을 향해 걸었다. 무언가 허전하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지만, 그 허전함이 무엇때문에 찾아온 것인지는 알지 못했다. 그저, 집에 일찍 올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는 생각이 앞섰기에 허전함은 그 뒤를 따라오는 그림자에 불과했다.

  주위를 둘러 보았다. 매일, 그 녀석이 있어야 할 곳에 아무것도 없었다. 그 곳에는 나를 따라오던 허전함이 자리하고 있었다. 뭐지? 이 허전함은?
  곰곰이 생각을 해 보았다. 뭘까. 저 녀석은. 그리고, 전화기를 찾아 보았다. 전화기는 없었다. 전화를 해 보았다. 평소엔 그렇게 듣기 싫던 기계의 울림이 집안 아무곳에서도 느껴지지 않았다. 한 번, 두 번, 세 번을 시도해보아도. 작은 기계의 울림은 아무곳에서도 느껴지지 않았다.
  생각을 해 보았다. 그래. 이 허전함. 휴대폰이 없어졌기 때문에 찾아온 녀석이었다. 어디서일까? 생각나는 건, 버스였다. 가방 속으로 지갑을 집어 넣을 때, 휴대폰은 집어 넣지 않았다. 내 손에는 엠피쓰리만이 들려 있었다. 휴대폰은, 버스를 타고 종점을 향해 달려갔던 것이다.

  상실감. 휴대폰. 그 기계를 잃어버렸다는 데서 찾아오는 상실감보다 더 큰 상실감이 있었다. 휴대폰 속에 담겨있는 수 많은 전화번호들[그것은 내 인생 10년간의 인맥이었다]. 그리고 사진들. 그리고 당장 내일 어딘가로 연락을 해야 했고, 어딘가에서 연락이 오기로 되어 있다는 생각들.
  단순히 기계를 하나 잃어버린 다면, 그 모든 것들은 생각하지 않아도 될 것들이었다. 기계는 그냥 돈을 지불하고 하나 더 마련하면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기계가 가지고 있는 기계 이외의 것들은, 또 다시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었다. 그 동안 내 삶의 흔적들이었다.

  그 기계와 함께 했던, 나의 시간들. 그리고 그 시간 속에서 나와 상호작용했던 모든 흔적들이 사라져 버린다고 생각하니, 그 충격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였다. 그것이 내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었고, 나를 더욱더 혼란스럽게 했다.



3, 기차역에서 눈을 떴다.
 
  오전 다섯시 아테네 중앙역. 나는 밀려오는 졸음을 막을 수 없었다. 
 
  주위가 어둠과 고요에 잠겨있는 깊은 밤. 그 속의 열차. 열차는 테살로니키[그리스의 북부 도시]에서 아테네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야간 열차에 몸을 실은 나와 같은 칸에 탑승하게 된 다섯 명의 남자들. 그리고 밤 새도록 무언가에 대해서 열변을 토하던 두 남자[느낌상 정치적인 이야기인 것 같았다]. 그리고 그 두 남자의 소음[그리스어로 말하고 있었기에 나에게는 소음이었다]으로 인해 나는 잠을 잘 수 없었다. 그렇게, 내 귓가를 울리던 소음은 기차가 아테네 역에 도착할 때 까지 멈추지 않았고, 아침 해가 떠오르는 아테네 역에서 그 남자들과 함께 사라졌다.

  태양이 아테네 시내를 비추기 시작할 무렵, 나는 생각했다. 여기서 조만만 졸다가, 산토리니로 가는 배를 타러 가야겠군.



4. 눈을 떳을 땐, 허전함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는 아테네역 안의 대합실에 자리를 잡았다. 이른 아침이었기에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시간은 오전 6시를 향해가고 있었다.  그는 큰 배낭은 벽 기둥에 세워 놓고, 작은 가방은 의자 밑에 놓아두고, 잠베(Djambe)를 품에 안아 베게 삼고, 잠을 청했다. 그는 밤 새 한숨도 못잤기에 바로 잠속으로 빠져들었다. 그리고 갑자기 이상한 느낌이 들어 눈을 떴다. 그는 왠지 모를 허전함을 느꼈지만, 너무 피곤했던 나머지 다시 눈을 감았다. 눈을 감으면서도 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뭐지. 이 허전함은. 뭔가 느낌이 이상해. 왜일까. 그는 다시 눈을 떴다. 피곤함이 눈커플을 지그시 눌렀지만 그는 정신을 가다듬지 않을 수 없었다. 어라?!

  그의 앞에 놓여있던 큰 배낭이 보이지 않았다. 왠지 모를 허전함. 그것은 60리터 짜리 배낭의 흔적이었다. 그리고 발 밑의 작은 가방을 확인해 보니, 작은 가방은 있었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함과 동시에 그 배낭이 어디로 갔지? 큰일났다. 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그는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8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 역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그렇지만, 한 동양인 여행자에게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없었다. 그는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가방의 흔적을 찾아보려 했지만, 찾을 수 없었다. 그는 절규했다. 

  배낭이 사라졌다는 것은 그 배낭에 들어있는 모든 물건들이 사라졌다는 것을 의미했다. 아직 여행 계획의 '반'이라는 지점에도 도달하지 못한 시점에서, 배낭이 사라졌다는 것은 큰 충격이 아닐 수 없었기 때문이다.



5. 아테네 거리를 헤메다.

  나는 역장실을 찾아가서 가방의 행방에 대해 물었지만, 대답은 알 수 없다. 였다. 주변의 모든 사람에게 가방의 행방을 물어보았지만 모르겠다는 대답만이 나에게 돌아왔을 뿐이었다.
  역 주변을 샅샅히 뒤졌지만 가방의 행방을 찾을 수 없었다. 거리로 나갔다. 역 주변의 주택가의 골목골목을. 그리고 쓰레기를 버리는 곳의 주변을 뒤져보았지만 가방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30kg에 가까운 배낭을 들고 그리 멀리 갔을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기에, 그 주변 지역을 뒤지면 찾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기에, 그 주변을 뒤졌지만 헛수고였다.

  시간은 흘러, 오후의 강렬한 태양이 아테네 거리에 떨어지고 있었다. 나는 지쳤다. 가방을 찾을 가능성은 제로라는 생각이 들었다. 경찰서로 발길을 돌렸고, 그 곳에서 분실물 접수를 했다. 경찰서에는 소매치기를 당했다는 외국인 관광객도 있었다.[그녀는 그날 오후 출국을 할 예정이었는데, 여권과 비행기표가 든 백을 소매치기 당했다고 했다] 순서를 기다려 도난 사항을 접수하고 경찰서를 떠났다. 암울한 하루가 이어지고 있었다.



6. 생각을 했다.

  여행을 계속 해야할까. 여기서 그만두고 한국으로 돌아가야 할까. 그는 생각을 했다. 다행스럽게도, 큰 가방에는 중요한 물건이 많이 들어있지 않았다. 도난당하지 않은 작은 가방에, 노트북과 카메라와 여권과 대부분의 여행경비가 들어있었다. 항상 큰 가방에 카메라를 넣고 다니던 그는, 다행히 그날은 작은 가방에 카메라를 넣어두고 있었기에 카메라를 잃어버리지 않았다.

  그는 생각을 했다. 큰 가방속에 들어있었기에, 잃어버릴 수밖에 없었던 물건들을.
여러 권의 책들이 들어있었다. 그가 여행을 하며 읽을 것들, 그가 항상 시간이 날 때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주던 책들. 그리고 그의 여행을 안내할 책들.
선물들을 생각을 했다. 그는 그리스까지 가기전에 들렀던 나라들에서 산 선물들을 생각했다. 그 선물 하나하나에 그는 그 선물을 줄 누군가를 생각하며, 선물을 골랐다. 그의 정성이 그 선물 속에는 담겨 있었지만, 아마도 그 가방을 가져간 사람에게는 그 선물들이 아무 의미가 없을 것이 분명했다.[인도 보드가야의 부처가 수양을 했다는 보리수나무의 잎을 주워서 책 속에다 꽂고 다녔었다. 그 나뭇잎 몇 장을 비구니인 그의 고모에게 줄 생각이었다]
또 다른 선물들을 생각했다. 여행을 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에게 그는 선물을 받았다. 그 선물들은 그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들이었다. 한편으로는 추억의 흔적들이라고 할 수 있을 터였다.
  그리고, 없어져버린 작은 노트 한 권을 생각했다. 그 노트에는 그의 삶의 흔적들이 기록되어 있었다. 여러가지 생각들. 그리고 그 끄적임. 여행지에 대한 감상을 비롯한 하루하루의 삶에 대한 이야기들. 그와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관한 이야기. 그것들은 모두 한글로 기록이 되어있는데, 그 도둑[그리스인임이 틀림없다고 본다]에게는 그냥 낙서가 되어있는 종이조각일 뿐이었다.

  그는, 쓰레기통을 뒤졌다. 혹시라도, 그가 가지고 다니던 물건들이 쓰레기통에라도 있지는 않을까하고 말이다. 돈은 필요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러가지 물건들은 절대로 잃고 싶지 않았다. 그것들은 돈으로 살 수 없는 무언가가 담겨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7. Just keep going.
 
  나는 전자상가에 가서, 카메라 충전기를 새로 샀다. XX전자 서비스센터에가서 노트북 어탭터를 새로 주문했다. 그리고, 산토리니에서 만난 한 외국인 여행자에게서 내가 앞으로 여행하게 될 곳에 관한 여행 가이드북의 일부를 얻었다. 그리고, 여러 사람들의 응원을 받았다. 그러고 나니, 아직 세상은 살만한 곳이라고 생각했다. 

  여행을 멋지게 마무리 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테네 시내


-아테네


- 아테네 시네, 거리의 악사


- 산토리니


- 산토리니


 - 밤의 산토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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