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paz(라파즈) - Guayaramerin(구아야라메린/ 볼리비아 국경도시) - Guayaramerin(브라질 국경도시) - Porto Velho(포르트베유)
1. 은근과 끈기.
흔히들 문학 작품을 읽거나, 문학사에 대해서 배울 때 듣게 되는 말이 있다. 한국인의 전통적인 정서는 한(恨)과 더불어 은근과 끈기의 정신이 있다고들 말이다. 실제로 은근과 끈기가 잘 드러나는 작품은 현재 중.고등학교에서 필수 작품으로 다루어져 배우고 있을 정도니 말이다.
생각해 보면, 요즘 시대는 너무나도 빠르게 흘러가고 있고, 빠르게 바뀌고 있다. 그런 사회 속에 살아가는 한국 사람들은 항상 무언가를 빨리 해야 할 것만 같고, 기차든 버스든 빨리 가길 원하고, 제 시간에 맞추어 다니길 바라고 산다. 혹시, 그것이 지켜지지 않거나 늦추어 지면 큰 일이라도 나듯이 말이다.
은근과 끈기와 조금은 다른 맥락일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은근-히 무언가를 끈기 있게 하는, 그런 모습을 주변에서 많이 찾아보기 힘든 것 같다고 느껴진다. 그와 더불어, 여유를 가지고, 무언가를 하는 모습은 더더욱 찾아보기 힘든 것 같다.
2. 그 곳 까지 가는데 몇시간이 걸릴까? - 36시간에서 72시간 정도. 때에 따라서 다름!
뭐 그런게 어딧어? 여기에 있습니다.
론니플래닛 South America, Bolivia, Lapaz. 라파즈에서 구아야라메린까지 버스로 갈 경우 걸리는 시간. 아마존 습지대를 지나기 때문에 건기에는 땅이 말라 비교적 빨리 가지만, 우기에는 도로 사정상 72시간 이상 걸릴 수도 있다. 4일 정도는 예상하라!
3.
나는 우유니 사막을 가기 전, 비행기를 타고 Guayaramerin까지 가려고 했다. 비행기를 알아보니, 우리 나라 돈으로 약 12만원. 1시간 반. 일주일에 두편. 예매를 할까 하다가, 혹시 변수가 생길지도 모르니, 우유니에 갔다와서 구매를 해야 겠다고 생각하고 우유니에 다녀왔다. 그리고, 항공사 사무실에 들렀다.
¿Tiene Boleto de Guayaramerin? (띠에네 볼레토 데 구아야라메린?) 그러자 그녀는 나에게 모니터를 보여주었다. 노씻. 다음주에나 좌석이 있다는 것이었다. 이럴 수가. 나는 어쩔 수 없이 버스터미널로 가서 Guayaramerin으로 간다고 하니, 버스 표를 살 수 있는 곳을 가르쳐 주었다. 거기까지 콜렉티보를 타고 가니, 그 곳은 코로이코를 포함해 북쪽 아마존 지대로 가는 버스들이 출발하는 곳이었다.[데스로드를 또 다시 지나게 되다니!]
내일 12시, 출발하는 버스가 있었다. 얼마나 걸리죠? 3-4일 이면 도착할꺼야. 3일이면 3일이고 4일이면 4일이지, 3,4일은 뭐니.. 그래 지금은 우기니까. 더 빨리 도착할 거라고 믿자.
4. 버스는 만원이었다.
버스 출발시간이 되었지만 버스는 출발 할 생각을 안했다. 버스 위에 짐을 가득 싣고 있었다. 버스가 쓰러질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했고, 나는 그저 비가 그치기를 바랄 뿐이었다. 버스 위에 쓰러질 것만 같은 많은 짐을 싣고, 버스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버스 가격은 250 볼리비아노. 비행기에 비하면 4배 이상 싼 가격이었다. 그렇지만 시간은 50배나 많이 걸릴 것 같았다. 비행기는 1시간 반이면 가는데...
코로이코로 가는 도로를 따라 달리던 버스가 갑자기 멈추었다. 뭐지? 버스 기사가 버스를 한 쪽에 세우고, 바퀴 근처에서 연장을 들고 돌아다닌다. 아, 이래서 언제 가겠나? 한시간 쯤 뒤, 버스는 다시 출발했다. 낯익은 도로였다. 낯익은 풍경이었다. 낯익은 불안함 이었다. 데스로드. 그렇다, 버스는 데스로드 코스를 따라 가고 있었다. 물론, 새 도로가 생겨서 비포장 좁은 산길로 들어서지는 않았지만, 내 자리에서 바라본 창 밖은 절벽이었다.
어느새, 코로이코를 지났고, 날은 어두워 졌다. 버스는 비포장 산길로 접어 들었고, 풀벌레 소리가 주위를 가득 메웠다. 가끔씩 반대편에서 트럭이나 버스가 오면, 후진을 해서 길을 비켜주기도 했고, 그 때마다 난 절벽 아래로 떨어질 것만 같은 버스의 위치 때문에 가슴이 조마조마 했다. 그렇게 버스는 산길을 마구 달려갔다.
5. 비내리는 아마존.
밤 12시경 한 번의 검문검색을 끝낸 뒤, 나는 잠이 들었다. 주위는 고요했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버스의 엔진 소리만이 숲 속에 퍼지는 것 같았다. 눈을 감았다 떳다를 반복하다보니 서서히 어둠이 걷히고 있었다. 새벽 4시 반 쯤, 나는 창 밖을 보았다. 빗줄기가 사방을 뒤덮고 있었다. 어느새 산길을 빠져 나왔고, 아마존 평원지대에 접어 들어있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아마존. 가끔씩 저 멀리 보이는 강줄기, 그 외엔 숲들. 그리고 시뻘겋게 뻗은 황톳빛 비포장 도로. 그것만이 내 눈에 들어왔다.
갑자기,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버스는 멈추었다. 뭐지? 나는 놀란 눈으로 주위의 반응을 살폈다. 버스의 헛바퀴 도는 소리와 함께 진동이 내 좌석 밑으로 느껴졌다. 설마 바퀴가 빠진거냐?
비가 많이 내려서, 비포장 도로 곳곳이 웅덩이가 되어있었고, 진흙 범벅이었는데, 버스 바퀴가 빠져버린 것이었다. 버스 기사와 보조 기사. 그리고 몇 몇 사람들이 주위에서 바퀴를 빼내 보려고 안간힘을 썻지만 버스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길 몇 시간. 난 그냥 그러려니 했다. 제발, 4일 안에만 도착하자...36시간은 바라지도 않아. 72시간 안에만 도착하길 바랄 뿐이었다.
몇 시간 뒤, 뒤에서 트럭이 한대 왔다. 우리의 구세주. 트럭이 뒤에서 버스를 밀었다. 그 덕분에 버스의 바퀴는 웅덩이어에서 빠져 나왔고, 다시 버스는 그 다음 목적지인 Rurrnabaque(루렌나바께)를 향해 갔다.[그 곳은 라파즈에서 비교적 가까운 아마존 지대로, 아마존 투어프로그램을 비롯해서 다양한 투어 프로그램이 있는 관광도시이다. 그래서 몇 몇 외국인 여행자들은 그 곳에서 내렸다]
6.
Rurrnabaque 에서 많은 승객들이 내렸다. 대부분의 외국인 여행자들이 내렸다.[나를 제외하고 모두 내렸다]. 그 곳에서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다시 버스에 올랐다. 현지인 몇 명이 다시 버스에 탔고, 버스는 다시 아마존의 붉은 흙길 위를 달렸다. 여전히 아마존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 눈물은 더 굵어 졌고, 비 포장 도로는 물에 잠겨 있었다.
- 버스 위에 짐 싣는 중. 정말 별에 별 것 다 실었다
- 비내기리 시작한, 라 파즈
- 데스로드투어 할 때 봤던 노점상들. 다시 보니 반가웠다.
- 데스로드를 지나서, 저녁 먹을 마을에 도착!
- 빠져버린 바퀴
- 루렌나바께
- 비오는 루렌나바께 거리
- 비내리는 아마존
- 버스가 지나친 어느 작은 마을. 돼지들이 마을 곳곳에 돌아다니는 모습이 많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