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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페루 푸노 to 볼리비아 라파스 : 가끔은 잠시 스쳐 지나갔던 풍경이 그립다.- 길을 걷다, 세계여행/세계일주, 나의 발자취 2015. 6. 30. 10:03반응형
1.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을 지나며.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이라는 수식어가 잘 어울리는 곳이 있다. 세계의 지붕이라고 불리는 '히말라야'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남미의 등뼈라고 불리는 '안데스 산맥'의 중앙을 관통하는 길에 위치한 두 도시, 페루 '푸노'와 볼리비아 '라파스'. 해발고도 약 3800m에 위치한 '푸노(Puno)'에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호수 '티티카카(Lake Titicaca)'가 있고, 티티카카 호수를 거쳐 안데스 산맥을 가로질러 가다보면 높이 약 3600-4100m에 걸쳐 형성된 대도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수도(Capital/행정 수도)'인 '라파스(La Paz, 라파즈)'를 만날 수 있다.
남미 최고의 볼 거리로 꼽히는 '마추픽추(Machu Pucchu)'와 '우유니 소금 사막(Salt flat)'을 잇는 코스의 중간에 위치한 두 도시. 남미를 여행하는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숙명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다'라는 타이틀을 가진 이 두 곳을 거쳐간다. 푸노와 라파스를 연결하는 길 위에서 만날 수 있었던 모습. 창 밖으로 스쳐 지나간 풍경들. 누군가에게는 일상이었을지도 모르지만, 나에게는 우연이라고도 할 수 있었기에, 그것들은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는 그리움으로 남아있다.
△ 내가 푸노를 찾은 것은 '티티카카 호수' 때문이었다.
볼리비아로 가기 위한 길목에 위치한 '티티카카 호수'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호수로 유명하다.
사진은 '타킬레 섬'에서 바라본 티티카카.
△ 페루 푸노(Puno)에서 볼리비아 라파스(La Paz)로 가는 길은 조금 고단하긴 해도 멋진 길이다.
남미를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피할 수 없는 이 길, 야간 버스를 타고 갈 수도 있지만 나는 '낮'에 이 길을 지났다.
2. 푸노에서 융구요(Puno to Yunguyo) - 페루의 국경을 넘다.
△ 숙소에서 가볍게 아침을 챙겨먹고, 버스 정류장으로 나왔다.
아침 9시, 융구요로 향하는 버스는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남미 여행을 하다보면 장거리 버스를 많이 타게 된다. 짧게는 6시간에서부터 보통 10시간. 길면 50시간 이상을 타고 갈 때도 있다. 효율적인 여행 일정과 숙박비를 아끼기위해 많은 여행자들은 '야간 버스'를 이용한다. 특히, 국경을 넘어가는 장거리 이동의 경우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야간 버스'를 이용하게 마련이다. 여행자들이 많이 이동하는 코스인 '푸노'에서 '라파스'로 가는 길에도 야간 버스가 있다. 여행사에 한 마디만 던지면 '야간 버스'를 타고 한 번에 푸노에서 라파스로 갈 수 있었지만, 나는 야간 버스를 타지 않았다. 로컬 버스를 여러번 갈아타면서 라파스로 향했다. 그게 가장 저렴한 방법이었다.
티티카카 호수를 끼고 있는, 작은 도시 푸노의 아침. 버스 터미널 주변은 어디론가 떠나려는 사람들과 떠나는 사람들을 위해 먹을 거리를 파는 사람들이 생기를 북돋우고 있었다. 나는 융구요로 향하는 중형 버스에 몸을 실었다. 푸노를 떠난 버스가 가다서다를 반복하며 융구요에 닿았을 때는 2시간 반 정도가 지나있었다. 융구요 중심가에 내린 나에게 말을 건넨 건 '오토릭샤' 운전 기사였다. 국경 출입국사무소까지는 2km 남짓. 국경을 통과할 때는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른다. 최대한 빨리 움직이는 것이 상책이라는 생각에 오토릭샤에 올랐다.
△ '카사니(Kasani)', 페루와 볼리비아의 접경 지역이다.
카사니 출입국관리사무소. 페루 사무소에서 출국 스탭프를 찍고, 언덕을 올라 볼리비아로 넘어갔다.
페루의 우기. 곧장이라도 비가 쏟아져 내릴 듯한 느낌의 우중충한 날씨였다.
△ 카사니, 볼리비아 출입국관리사무소.
3. 코파카바나에서 라파스(Copacabana to La Paz) - 티티카카를 건너고 안데스 만년설을 보았다.
카사니에 위치한 볼리비아 출입국사무소에서 입국 스탬프를 받았다. 볼리비아 비자 유효기간은 30일. 마추픽추에 오르기 전, 쿠스코(Cusco)에 있는 볼리비아 영사관에서 받은 것이었다. 볼리비아 비자를 받기 위해 에콰도르 키토의 국립병원에서 황열병(yellow fever) 주사를 맞았고, 쓰지 않을 비행기 티켓(제3국 행)을 가져가, 전전긍긍하며 영사와 인터뷰를 했던 것에 비해 너무나도 간단한 입국 심사였다.
입국 사무소를 나오니 '미니버스(봉고차)' 운전자가 나를 불렀다. '코파카바나'로 가는 미니버스 운전 기사다. 페루-볼리비아 국경에서 10km 정도 떨어진, '코파카바나'에서 '라파스'로 가는 버스를 타야한다. 하나 둘 씩, 미니 버스의 자리를 채워나갔고 더 이상 사람을 태울 수 없게되자 미니 버스는 출발했다. 코파카바나로 향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0여분. 간간히 '티티카카 호수'가 보였다. 페루 푸노와 마찬가지로 '코파카바나'도 '티티카카 호수' 때문에 유명한 곳이다. 페루에 '푸노'가 있다면, 볼리비아에는 '코파카바나'가 있는 것이다.
코파카바나는 푸노 보다 혼잡했다. 많은 여행자들이 보였고, 라파스를 비롯한 여러 도시로 출발하는 버스들이 많았다. 내가 코파카바나에 도착해서 '라파스 행' 버스를 찾았을 때, 버스는 이제 막 출발하려던 참이었다. 대형 버스들이 차례로 시가지를 빠져나가고, 내가 탄 중형 버스가 뒤따랐다. 그렇게, 30여분을 달린 버스가 갑자기 멈췄고 사람들이 내렸다. 나는 영문도 모른 채 그들을 뒤따랐다.
△ 버스는 섰고, 사람들은 모두 내렸다.
나는 영문도 모른 채 사람들을 따라갔다. 사람들은 티티카카 호수가 보이는 쪽으로 걸었다.
'티퀴나(Tiquina)'.
내가 도착한 곳은 '산 페드로 데 티퀴나(San Pedro de Tiquina)' 였고, 여기서 티티카카 호수를 건너 가야 했다.
건너편은 '에스트레초 데 티퀴나(Estrecho de Tiquina)'.
아직 티티카카호수가 끝난 것이 아니었다. 코파카바나를 출발한 버스는 '티퀴나'를 건너야 했다. '산 페드로 데 티퀴나'에서 '에스트레초 데 티퀴나'로 연결되는 이 길은 '푸노에서 라파스'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은 아니지만, 현지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길이었다(지도상 가장 빠른 길은 티티카카호수의 남쪽(동남 방향), 데사구아데로(Desaguadero)를 지나는 것이다). 티티카카호수의 티퀴나를 건너는 방법이 비록 느리긴 했지만 현지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길인 만큼, 나에게는 독특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기쁨을 주었다.
△ 아래쪽의 '산 페드로 데 티퀴나'에 내린 나는 티티카카 호수를 건너야 했다.
선착장에서 티켓을 끊고, 작은 보트(란차/Lancha)를 타고 티티카카 호수를 건넌다.
△ 란차(소형 보트)에 오르는 사람들.
사람들이 다 오르면, 작은 모터보트는 티티카카 호수 건너편을 향해 출발한다.
사람들이 먼저 호수를 건너는 것이다.
△ 사람들이 '보트'를 타고 호수를 건널 동안,
버스는 뗏목에 오른다.
길버스와 승용차를 실은 뗏목은 유유히 호수를 가로질러 반대편 선착장에 버스와 승용차를 내려놓는다.
△ '에스트레초 데 티퀴나'에 내렸다.
보트에서 내린 사람들은 광장으로 향해 잠시 휴식을 취하거나, 식사를 한다.
이곳에서 내가 타고 온 버스가 호수를 건너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 '에스트레초'에서 '산 페드로' 쪽으로 건너가는 사람들(왼쪽).
나는 '에스트레초'의 광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허기를 채웠다.
티티카카 호수에서 잡힌 '작은 물고기 튀김'과 '구운 감자' 세트를 사 먹었다.
물고기 튀김은 '빙어 튀김'을 먹을 때 느낄 수 있는 고소함이 있었다.
티퀴나를 떠난 버스는 '라파스'를 향해 달렸다. '티티카카 호수'의 모습은 조금씩 조금씩 뒤로 밀려났고, 안데스 산맥의 웅장함이 눈앞에 펼쳐졌다. 티티카카에서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의 모습들, 구름을 두르고 있는 호수를 이제 두 번 다시 볼 수 없을 터였다.
라파스로 향하는 3시간 남짓. 창밖에 펼쳐진 볼리비아의 풍경은 단조로웠지만 충분히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했다. 여느 농촌과 다름 없어 보이는 풍경들이 펼쳐졌지만, 저 멀리 보이는 안데스의 '만년설'. 가도가도 안데스의 만년설은 사라지지 않았다. 계절로 본다면 '한여름'에 해당하는 남미의 1월. 히말라야가 아닌 곳에서 '만년설'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 다소 낯설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그것이 볼리비아 여행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여 주었다.
△ 티티카카 호수가 저 멀리 사라졌을 때, 저 멀리 '안데스 산맥'의 만년설이 보였다.
넓게 펼쳐진 들판, 그리고 그 끝에 안데스 산자락 '만년설'이 있었다.
△ 저 멀리 만년설. 그리고 들판에 나와있는 사람들.
△ 작은 버스(미니 버스)의 풍경.
우리나라의 '마을 버스'와 비슷한 버스는 포장 도로와 비포장 도로를 달리며 심하게 흔들렸다.
라파스로 향하는 길에 버스는 사람들로 가득찼고, 공간이 되는 대로 자리를 잡았다.
이 모든 것이 일상인 사람들은 무표정한 얼굴을 한 채, 목적지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 버스에서 나와 함께 놀아준 꼬마.
남미의 꼬마들은 외국인 여행자에게 거부감을 가지지 않았다. 오히려 친근함을 가지고 다가왔다.
자신의 모습이 사진기에 담기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들. 사진을 찍어 주었다.
△ 푸노를 떠난 지 8시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수도 '라파스'에 도착했다.
라파스에 도착했을 때도, 저 멀리 안데스의 만년설을 볼 수 있었다.
푸노에서부터 약 8시간. 라파즈에 도착했다. 푸노에서 융구요. 융구요에서 코파카바나. 코파카바나에서 티퀴나를 거쳐 라파스까지. 야간 버스를 타면, 한 번에 금방 오는 길이었지만 나는 천천히 가는 방법을 택했다. 티티카카 호수를 건너는 독특한 방식을 보았고, 물고기 튀김을 맛 볼 수 있었고, 한없이 맑은 눈을 가진 볼리비아의 꼬마를 보았다. 그리고, 구름과 같은 높이에 있는 길을 달리며 안데스 산맥의 만년설에 감탄했다. 어쩌면 다시 보지 못 할 지도 모르는 풍경들을 지나서 도착한 '라파스'.
라파스에서 며칠간 머무르면서 보았던 그 어떤 풍경들보다, 푸노에서 라파스로 가는 길 위에서 보고 느꼈던 것들이 더 그립다.
△ 라파스에 도착한 날,
라파스에서도 고지대에 위치한 '게스트하우스'의 루프탑 레스토랑에서 시간을 보냈다.
어둠이 깔리는 라파스 시가지 뒤쪽으로 검은 구름이 산처럼 솟아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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