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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도 캠핑 여행 - 순탄치만은 않았던 대마도(쓰시마) 캠핑.- 길을 걷다, 세계여행/세계일주, 나의 발자취 2015. 8. 18. 10:30반응형
여행, 예측 불가능한 상황들이 만들어낸 결과물.
우리는 여행을 떠나기 전, '여행지에서의 활동 계획'을 세우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좀 더 즐겁고 편한, 그리고 효율적인 여행을 하기 위한 '여행 계획'은 '계획을 짜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만족감과 즐거움을 준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우리는 '여행 계획'을 잘 짜놓고도 여행이 계획대로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말해왔듯이 "계획은 계획일 뿐", 언제나 계획은 바뀔 수도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여행에서는 계획과는 다른 상황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만약, 여행지에서 모든 것이 계획대로 딱딱 드러맞는다면, 모든 일들이 생각했던 대로 진행된다면 오히려 여행의 묘미는 줄어들 지도 모른다. 예측하지 못했던 상황에 맞닥뜨리면서 당황해하고, 고생했던 경험은 사진보다 더 강력한 인상을 남기며 우리의 기억 속에 또렷이 남게 된다. 물론,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항상 좋은 것은 아니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 최악의 상황으로 꼬리를 물고 이어지게 된다면, 그것은 '여행 길'이 아니라 '고생 길'로 불릴 수도 있다. 어쩌면, 내가 '캠핑 여행'을 위해 대마도에 들렀던 날들이 '여행 길'과 '고생 길' 사이였다고 할 수 있다.
△ 대마도(쓰시마 섬)는 남북(정확히는 동북-서남, 남북 길이 약 82km, 동서 길이 약 18km)으로 길게 뻗은 섬이다.
섬의 대부분이 산지(약 95%)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그 길이는 제주도와 비슷하지만 환경은 완전히 다르다.
대마도에는 쓰시마시(市)에서 운영하는 5군데의 주요 캠핑장이 있다.
오랫동안 일본의 지배하에 있었기 때문에 '일본'의 문화가 깊이 스며있지만, 한국과 가까운 만큼 '한국'과 관련된 볼거리들이 많이 있다.
대마도에서 가장 큰 시가지(동洞)는 남쪽의 '이즈하라'이며, 이즈하라와 북쪽의 '히타카츠'의 항구에서 부산으로 오가는 배를 탈 수 있다.
- 대마도 북쪽, '미우다 캠프장'에서 시작한 캠핑.
△ 대마도 북쪽에 위치한 '미우다 해변'
'일본의 아름다운 해변, 100선'에 선정된 적이 있는 만큼 빼어난 경치를 자랑한다.
'에메랄드 그린'의 바다색이 매혹적으로 다가오는 해변이다. 이곳에 '미우다 캠핑장'이 위치하고 있다.
부산국제여객터미널에서 배를 타고 2시간. 대마도 4박 5일 캠핑 여행을 위해 도착한 곳은 '이즈하라'였다. 뜨거운 태양, 후덥지근한 날씨. 9시에 출항하는 배를 타기 위해 새벽 기차를 타고 부산역으로 향했던 터라, 이즈하라에 도착했을 때는 쉬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지만, 첫 번째 캠핑 장소인 '미우다 해변'까지 가기 위해서는 대마도 북쪽 끝으로 이동해야 했다. 미우다 캠핑장을 시작으로 대마도를 한바퀴 돌면서 이즈하라까지 내려올 계획이었다.
너무 대책 없이 대마도로 건너왔던 것일까. 렌터카를 빌려 대마도를 한 바퀴 돌 계획이었지만 그럴 수 없게 되었다. 예약을 하지 않은 탓에 일정에 맞춰 이즈하라의 렌터카를 빌릴 수 없었고, 그나마도 딱 하루 빌리는 것이 가능했다. 둘째날 저녁에 렌터카를 반납해야 했기에, 여행 계획을 수정할 수 밖에 없었지만, 마땅한 대안은 떠오르지 않았다. 내일의 일은 내일 생각하자. 급한 대로 빌린 렌터카를 타고 미우다 해변으로 향했다. 캠핑장 체크인 마감 시간을 맞추기 위해서는 5시 전에 미우다 캠핑장에 도착해야 했다. 약 80 km. 대마도 대부분이 산지로 이루어진 탓에 천천히 차를 몰 수 밖에 없었고 '히타카츠'에 위치한 미우다 해변까지 가는 데 3시간이 넘게 걸렸다.
△ 미우다 캠핑장의 '개인 텐트'를 치는 구역. 나무로 둘러싸인 널찍한 잔디밭에 텐트를 칠 수 있다.
△ 해질녘의 미우다 캠핑장 입구.
왼편에 샤워 시설과 화장실, 중간의 쉼터 그리고 그 뒤쪽으로 주차장이 있다. 주차장 오른편에는 관리소가 있다.
△ 이른 아침, 해가 뜨는 것을 보기 위해 해변으로 나갔다.
구름이 많이 끼어 해가 떠오르는 모습은 볼 수 없었지만, 분명 구름이 없었다면 멋진 풍경을 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미우다 캠핑장을 찾은 이유는 단순 했다. '일본의 해변, 100선'에 선정된 적이 있다는 '미우다 해변'. "고운 입자의 천연 모래 해변, 에메랄드 그린의 얕은 바다는 남국의 정취를 느끼게 한다."라는 미우다 해변에 대한 설명. 한껏 부푼 기대감을 안고 찾은 미우다 해변의 경치는 가히 (비록 그 규모가 크지는 않았지만)'아름다운 해변'에 꼽힐 만 했다. 유명세를 타고 사람들이 많이 찾은 탓일까, '에메랄드 그린'의 바닷물이 조금 탁하긴 했지만, 얕은 바다 위에 떠 있는 작은 섬은 이국적인 바다의 느낌을 물씬 풍기게 했다.
캠핑장 체크인은 오후 5시까지. 샤워장 이용도 오후 5시까지. 나무로 둘러싸인 언덕 위에(텐트를 설치하도록 허용된 장소) 텐트를 치고 바닷가 벤치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았다. 해질녘, 사람들은 하나 둘 차를 타고 어디론가 사라졌고 해변에는 금새 적막감이 잦아들었다. 잔잔한 파도가 해변의 모래를 수줍게 적실 뿐, 바람조차 불지 않는 조용한 해변이었다. 이른 아침, 해가 막 떠올랐을 때 바닷속에 몸을 담궜다. 대마도 동편에 위치한 미우다 해변의 멋진 일출을 상상했지만 구름이 잔뜩 낀 하늘에서 태양을 볼 수는 없었다.
- '신화의 마을 자연공원 캠프장'으로 가는 길에 만난 풍경 : 한국전망대와 니이(仁位) 마을의 와타즈미신사(神社).
△ 한국 전망대.
대마도에는 한국인 관광객들을 위한 여러가지 볼 거리들이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한국(부산)'이 보인다는 '한국 전망대'이다. 한국 전망대에서 부산까지 거리는 49.5km.
맑은 날이면 충분히 부산이 보일 만 하다. 물론, 맑은 날은 거제도나 부산 해운대에서도 대마도가 보인다.
미우다 해변에서 북쪽으로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다보면 한국전망대가 나온다. 한국 전망대 곁에는 '조선국역관사순난비(朝鮮國譯官使殉難碑)'가 있다. 날씨가 좋은 날이면 부산이 훤히 보인다는 '한국 전망대'는 한국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라고 할 만큼 사람들으리 발길이 잦았다.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듯한 흐린 날씨. 해무(바다 안개)탓에 부산은 보이지 않지만 안개 바로 너머에 부산이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한국전망대에서 부산을 바라보는 것 보다 관심이 갔던 것은 '조선국역사관순난비'이다. 대리석에 새겨진 배 한 척. 1703년 음력 2월. 부산을 출발한 108명의 역관사(통역관)이 대마도 앞바다에서 좌초되었고, 한 사람도 바다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고 한다. 그 넋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비석과 추모탑. 임진왜란 이후, 조선은 사절단을 주기적으로 파견했고 '대마도'는 그 중간 기착지였다. 부산에서 49.5km, 대마도에서 후쿠오카까지는 145km. 부산에서 매우 가깝다고 할 수 있는 거리, 좁은 대한해협이지만 그곳의 물쌀은 건너기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비가오고 바람이 불 때면 금방이라도 배를 집어삼킬 듯이 파도가 쳤다. 내가 그곳에 있는 동안에도 몇 번씩 날씨는 오락가락했다.
△ 전망대에는 망원경이 설치되어 있다.
전망대에서 바라보이는 바다 오른편에 '해상 자위대' 주둔 시설이 있다.
△ 조선국역관사순난비.
한국전망대 앞바다에서 300여년 전, 108명의 조선 역관사들이 바다에 빠져 사망/실종되었다.
차를 달려 니이 마을에 위치한 와타즈미신사로 향했다. 원래 계획은 와타즈미신사 근처에 위치한 '신화의 마을 자연공원 캠프장'에서 캠핑을 하는 것이었지만 계획은 계획일 뿐, 저녁때 렌트카를 반납하기 위해 '이즈하라'로 가야했다. 그리고 캠핑은 이즈하라 남쪽의 '오우라 해변'에 있는 '아오시오노사토 캠프장'에서 할 생각이었다.
우연찮게 '니이'의 길가에 위치한 유명한 '가스마키(대마도의 유명 특산물로서 얇은 카스테라풍의 빵 속에 팥소를 넣어 말아 만든 전통 과/빵)' 가게를 만날 수 있었다. 조그마한 가게였지만, 주인 아저씨는 끊임 없이 걸려오는 전화 주문을 받느라 분주하게 움직였고, 우체국 직원은 택배로 보낼 물건의 갯수를 세고 있었다. 가게 한켠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 '가스마키'를 먹었다. 유명한 전통 과자치고는 저렴한 가격.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만난 행운이었다.
대마도의 유명 신사 중 하나인 '와타즈미신사'의 본채 건물은 상당히 아담한 편이다. 이곳은 바다의 신(海神)을 모시면서 해궁(海宮)의 역할을 하는 곳이기 때문에, 신사 정면의 다섯 개의 도리이(鳥居, 일본 신사의 입구에 있는 문) 중 두 개가 바닷속에 잠겨 있다. 바닷속에 잠긴 두 개의 도리이는 바닷물이 드나듦에 따라 그 모양이 바뀌는데, 해질녘 그 모습이 일품이라 한다.
△ '니이'에 위치한 대마도의 유명 '가스마키' 판매점.
가스마키만 전문으로 판매하는 곳이다.
△ 가게의 안은 매우 협소했다. 판매를 하는 공간과 안쪽에서 '가스마키'를 만들고 있었다.
주인 아저씨는 전화 주문을 받고, 포장을 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매대 오른쪽 편에 잡지와 신문에 소개된 '주인 아저씨'의 모습이 있었다.
△ 바다의 신(해신)을 모시는 신사인 '와타즈미 신사'
△ 신사 앞에서 바다로 향하는 길에 '다섯 개'의 도리이가 서 있다. 그 중 두개는 바다에 잠겨 있다.
△ 바다에 잠겨 있는 2개의 '도리이'와 바다와 육지를 연결하는 세 번째 도리이.
- 몽돌 해수욕장, 오우라 해변. 그리고 비 내리는 '이즈하라'.
△ 대마도의 '몽돌 해수욕장'으로 유명한 '오우라 해수욕장'
파도가 강한 편이라서 방파제를 두르고 있는 '오우라 해수욕장'의 중앙에는 '제단'이 있다.
이즈하라 남쪽에 위치한 (이즈하라에서 가장 가까운 캠프장인)'아오시오노사토 캠프장'에 자리를 잡았다. 더 이상 렌트카를 타고 다닐 수 없었기 때문에, 이즈하라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캠프장에서 머물 생각이었다. 캠프장 이용을 위해 예약을 한 날짜보다 일찍 도착했기에 사용 허가가 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역시나 그것은 기우였다. 친절해 보이는 캠프장 관리인은 흔쾌히 캠프장 사용을 허락해 주었고, 오히려 캠프장에 사람이 많아 불편할 지도 모른다는 걱정까지 해 주었다. 그리고 밤에는 비가 온다고 했다.
캠핑장 앞에 위치한 '오우라 몽돌 해수욕장'의 물은 깨끗했다. 해수욕장 앞의 제단 근처에서 놀던 사람들은 사라졌고, 방파제 넘어 바다에는 오징어 잡이 배들이 하나 둘 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늦은 밤, 몽돌 해수욕장에서 즐기는 해수욕은 대마도의 끈적함과 무더위를 없애기에 충분했다. 기분 좋게 잠들 수 있을 것 같은 밤이었다.
△ '오우라 해수욕장'에 위치한 아오시오노사토 캠핑장의 벤치.
이곳에 놀러온 사람들이 숯불을 피워 바바큐를 준비하는 모습이 보인다.
△ 해질녘의 '오우라 해변'
둥글둥글한 몽돌을 밟으며 해수욕을 즐기는 묘미가 매력적인 곳이다.
△ 밤이되자 오우라 해변 앞으로 오징어잡이 배들이 출어한 모습이 모였다.
환한 불을 밝힌 오징어잡이 배들이 어두운 바다를 밝혔다.
잠자리에 든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빗방울이 텐트를 때리기 시작했다. 이정도 쯤이면 괜찮겠지라는 생각으로 애써 잠을 청했다.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주위 텐트에서는 누군가를 다급해 부르는 소리가 났다. 우리 텐트도 예외는 아니었다. 빗물이 바닥에 고였고, 빗방울이 바람을 타고 텐트 안으로 들이치기도 했다. 지퍼로 입구를 채우자니 갑갑하면서도 더웠고, 열고 있자니 빗물이 들이쳤다. 혹시나 거세게 내리치는 비 때문에 큰 화를 입지나 않을까 걱정하며 밤새 자다깨다를 반복했다. 비는 내리고 그치기를 반복했고, 바람은 좀처럼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대마도 캠핑 여행은 위기를 넘어 마무리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 비바람이 몰아치기 시작한 캠핑장.
강한 비바람 때문에 캠핑 여행은 위기에 직면하게 되었다.
△ 비가 내리는 '이즈하라' 시가지.
△ 이즈하라 항구 근처. 조선 통신사와의 수교를 기념하는 벽화.
비바람이 몰아치는 대마도. 이즈하라 시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거센 파도 때문에 부산에서 이즈하라항으로 들어오기로 한 배는 입항 취소가 되었다. 파도가 거칠었기 때문에, 도저히 배가 들어올 수 없다는 것이었다. 비바람 몰아치는 대마도. 그렇게 대마도 캠핑 여행은 막을 내려야 했다.
▷ 대마도 여행 관련 정보
- 대마도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쓰시마 부산 사무소' 홈페이지(http://tsushima-busan.or.kr)를 적극 활용 하자. 여행 정보를 비롯한 여러가지 정보들이 잘 정리되어 있다.
- 렌트카를 이용하지 않는다면, 1일 버스 패스를 잘 활용하도록 하자. 대마도의 버스 차비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비싸다. 1000엔 짜리 버스 패스는 매우 유용하게 쓰을 것이다. 일례로, 필자가 갔던 '오우라 해수욕장'으로 가는 시내 버스는 불과 '8km'정도 떨어져 있지만 무려 버스비는 '470엔'이나 한다.
▷ 다른 여행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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