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rto Velho(포르토베유) - 아마존(Amazon) 여객선 - Manaus(마나우스)
1. 누군가와 쉽게 어울릴 수 있다는 것.
어딘가 낯선 곳에 혼자 가게 되면, 누구나 고독한 상태에 빠지게 된다.[그것이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그리고, 그 고독을 탈출하여 다른 사람과 어울리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 어떤 사람은 누군가와 쉽게 어울리기도 하지만, 누군가는 쉽게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 누군가(흔히 무리지어 있는 사람들)의 주위를 배회하게 된다. 흔히들 말할 때, 전자를 사교성이 좋은 사람이라고 말하며 후자를 사교성이 떨어진다고 말하기도 한다.
여행을 떠나기 전 망설이게 되는 이유 중 하나.
누구와 여행을 같이 가지? 나 혼자서는 절대 떠날 수 없어. 혹은 나 혼자서는 절대 잘 해낼 수 없을 거야. 나 혼자 여행을 간다면 정말 외롭고 재미없게 여행을 하다가 돌아 올거야. 라는 생각을 하는 것.
하지만 이와 반대로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여행은 혼자 가야지! 그래야 많은 친구들을 사귈 수 있으니까. 혼자 여행을 해야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여행이 더 풍족해 질 수 있으니까. 여행은 혼자 가야 제맛이야. 라고.
또 한가지 기억해야 할 것. 혼자 여행을 떠나게 되면, 아무리 자신이 사람들과 잘 못어울리고, 낯을 많이 가리던 사람이었다 할 지라도, 그 사람은 여행을 떠나게 되는 순간, 지극히 사교적인 사람이 되어 버린 다는 것. 그 말은, 그 사람은 평소에 느끼지 못했던 그런 즐거움을 맛볼 수 있고, 여행을 계기로 낯선 사람들과 쉽게 어울릴 수 있게 될 지도 모른다는 것.
2. 어디 사세요? 혹은, 어디까지 가세요?
모르는 사람과 대화를 하게 될 때 말을 거는 사람은 의도 하지 않았지만, 질문을 받은 사람은 자연스럽게 방어적 태도를 취하게 된다. 이 사람이 왜 나에게 말을 거는거지? 무슨 의도로? 이 인상이 험하게 생긴 남자가 말을 거는 의도가 뭐지? 라는 생각이 머리속을 스쳐 지나 갈 수 있다.
우연히 참석하게 된 모임. 불행히도 아는 사람이 없을 때, 혼자 외톨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 누군가가 말을 걸어온다. 안녕하세요. 참 어색하죠? 어디사세요? 그럴 때 당신의 반응은? 어떤 생각을 하게 되는가?
나는 기차를 타고 자주 다니는 편이다. 대구와 서울을 일주일에 한두번씩 왔다갔다 하다 보면, 내 옆자리에 다양한 사람들이 앉게 된다. 기차를 탈 때 주로 책을 보지만, 가끔씩 책이 머리에 안 들어오는 날도 있고, 눈이 아픈 날도 있다.[항상 책을 보는 건 너무 지루하니까] 그럴 때 가끔씩 옆에 앉은 사람에게 말을 건다. "어디까지 가세요?" "아, 네. 저도 거기 까지 가는데 혹은, 저는 XX까지 가는데"라고 대답한다.
그럴 때, 나타나는 반응 두 가지. 심하게 경계 혹은 조금만 경계.[결론은 항상 경계한다는 것이다] 물론 말을 걸 때 악의는 없다. 그냥 서로 같은 공간에서 몸을 서로 맡닿은 채 한두시간 이상을 가야하는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더 편안한 마음으로 이동했으면 하는 작은 바람에서 하는 말이다. 그렇지만, 상대방의 반응은 그리 탐탁치 않다.[대화가 조금 진행 되고 나면 상황은 달라지지만]
3. 여객선은 아마존의 어둠 속으로 스며들어갔다.
여객선의 3층, 외국인 여행객들과 약간의 브라질 사람들이 위치한 곳에서는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고, 모두들 환호성을 질렀다. 그곳의 분위기는 "파티"분위기 였다.
배가 출항하기 전, 수퍼마켓에서 사온 맥주를 마시며 모두들 춤을 추고, 노래를 불렀다. 남자들은 대부분 웃통을 벗고 있었고[브라질 사람들은 웃통을 벗고 다니는 걸 좋아했다] 나 또한 웃통을 벗고 맥주를 마셔댔다. 음악 소리는 아마존강에 살며시 스며들었다. 별 빛 아래 아마존 강에는 음악 소리와 여객선의 엔진 소리만이 들릴 뿐이었다.
강변의 불빛이 점점 작아졌고, 이윽고 완전히 사라졌을 때도, 누군가는 강바람을 쐬며 맥주를 마셨고, 누군가는 음악에 맞춰 춤을 쳤으며, 누군가는 해먹위에서 대화를 나누었다. 나는 첫날부터 너무 흥분한게 아닌가 싶었다. 첫째날이라서 모두들 흥분한건가?[하지만 배 위에서의 5일 내내 모두들 흥분의 도가니였다]
4. 변덕스러운 아마존의 날씨.
자정 즈음 음악 소리는 잦아들었고, 모두들 잠이 들었다. 배는 아마존의 물살에 몸을 맡겨 유유히 흘러갔고, 모든 것은 고요했다. 하지만 불청객도 있는 법. 가끔씩 바람이 휘몰아치고 엄청난 비가 쏟아졌다. 두세시간씩 몰아친 비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고요속으로 잦아 들었다.
하루에도 수 차례, 맑은 하늘에 갑자기 구름이 몰려 오더니, 소나기를 퍼붓다가 갑자기 또 맑아지는 하늘. 밤 이면 밤마다 아마존의 하늘은 빗물을 퍼부어 댔다. 심한 바람과 함께, 3층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날려 버릴 듯이 세찬 바람이 불어오기도 했고, 강한 빗줄기가 사람들이 해먹을 치고 누워 있는 곳 까지 들어오기도 했다.
몇 번 씩이나 새벽에 잠을 자다가, 세찬 바람에 놀라 잠을 깨기도 했다. 아마존의 밤은 때로는 무서울 지경이었다. 고요히 흐르는 아마존은 아무 말 없는 듯 했지만, 가끔씩 그 고요 속을 가로지르는 여객선을 향해 심술을 부리는 것 같기도 했다. 그렇지만 여객선은 꿋꿋이 어둠에 쌓인 아마존의 물살을 가로질렀다.
5. 파티파티파티. Everyday, everytime party!
저 멀리 아마존 강 너머로 해가 스믈스믈 넘어 갈 때면, 본격적인 파티가 시작된다. 배 위의 대형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라틴댄스를 추는 사람들. 그 음악에 맞춰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들.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드는 사람들. 술을 마시는 사람들. 사진을 찍는 사람들.
그렇게 밤 늦게 까지, 배 위의 매점이 문을 닫을 때 까지, 사람들은 몸을 흔들기도 하고, 사람들은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사람들은 게임을 하기도 한다.
잠시, 밤이 깊었을 때 멈추었던 파티는 해가 밝으면 또 다시 시작된다. 스피커에서는 항상 음악이 흘러 나온다. 그 음악 소리가 배 위에서 울려퍼지는 엔진소리 보다 듣기 좋다. 그리고 사람들은 난간에 허리를 기대고, 맥주를 손에 들고, 대화를 나눈다. 카드 게임을 하기도 하고. 해가 넘어 가기 전 까지는 그래도 좀 점잖게 파티를 즐긴다. 하지만, 모두가 잠드는 새벽 혹은 아마존강이 배를 향해 비를 뿌려댈 때를 제외하곤 배 위에는 항상 파티가 있다.
6. We are the One.
배 위에 있는 수 백명의 사람 중, 동양은은 나 혼자였다. 그래서 일까? 나는 브라질 꼬마들의 눈길을 자주 받았다. 물론 나 또한 여러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해서 자주 어울렸다[피곤할 때는 그냥 해먹에 몇 시간이고 누워 있기도 했지만]. 될 수 있는 한 이런 특별한 휴가를 만끽 하고 싶었다.
한국에서 온 사람, 콜롬비아에서 온 사람, 아르헨티나에서 온사람, 칠레에서 온사람, 브라질 사람, 포르투갈 사람, 스페인 사람, 프랑스 사람, 이탈리아 사람, 페루 사람 등. 우리는 뱅 둘러 않아 지금은 기억도 안나는 이야기를 나누며 웃어댓다. 누군가는 나에게 라틴댄스를 가르쳐 줬고, 나의 파트너가 되어 주었다.[스텝이 계속 꼬였지만 나를 잘 이끌어 주었다]
몇 몇 사람들은 내 해먹 주변에서 나의 노트북에서 재생되고 있는 영화를 보기도 했다.[미국 영화였는데 화면만 보는 것 같았다] 그렇게 우리는 마지막 날 밤을 배 위에서, 하나가 되어서 보냈다.
그 곳엔 인종도, 국가도, 언어도 장벽이 되지 않았다. 그저 우리가 그 배위에서 4일간을 있었고, 지금 이 순간 배위에 함께 있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그리고 모두가 즐겁게 그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것이 중요한 사실이었다. 그리고 또 한가지, 매점의 모든 술이 다 떨어질 때 까지 너나 할 것 없이 술을 사서 돌렸고, 그 술을 기분 좋을 만큼 마셨다.
그 곳엔 하나의 인종만이 존재 했다. 바로. 여.행.하.는.사람. Traveler. 라는 인종.
- 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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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변의 작은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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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가로운 오후
- 수염기른 스페인 아저시 ㅋㅋㅋ 터프하다
- 아마존 너머로 지는 태양
- 개인적으로 맘에 드는 사진 ㅋ 내얼굴이 안나와서 ㅋㅋ
- 색감이 너무나 마음에 드는 사진 ㅋ
- 담소
- 좋아하는 사진 ㅋ 각양각색의 표정들
- 댄스타임 라틴댄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