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아야라메린(Guayaramerin) - 포르투베유Porto Velho - 마나우스Manaus
1. 여행과 시간, 여유로움과 촉박함.
우리들을 일상을 살면서 휴가 때 어디론가 떠나겠다는 계획을 세우곤 한다. 우리나라의 수 많은 직장인들은 일년 동안 연차와 휴가를 모아서 해외로 떠날 계획을 세우기도 한다.[다른 나라의 보통 직장인들과 비교 할 때 얼마나 불행한 현실인가. 그들은 휴가가 한 달 내지는 두 달 인데] 짧은 휴가는 빡빡한 일정으로 가득차고, 보고 싶은 것은 수 없이 많지만 그 모든 것을 구경하고 여유를 즐기기에는 시간이 허락하지 않는다. 그래서 여행을 계획하는 많은 이들은 수 없이 고뇌에 빠지고, 어디를 가고 어디를 가지 말지를 결정하고 계획을 완성하게 된다. 하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여유로운 여행 계획[자기 자신이 생각 할 때는] 마저도 실제로는 너무나 빠듯한 일정으로 바뀐다.[여행에는 항상 변수라는 것이 있으므로] 그리고 자칫 잘못하면 그 여행이 망쳐질 수도 있다.
우리가 여행을 하는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그 중 하나가 여행을 하면서 느낄 수 있는 자유로움을 만끽 하는 것.[그런 자유로움은 여유에서 나온다.] 그리고 흔히들 말하는 다른 이유 하나. 일상 생활속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여행에서 느끼는 만족감으로 날려 버릴 수 있다는 것. 그리고 휴가 때 해외여행을 갈 것이라는 기대감은 일상 생활의 고통을 어느정도 감소 시켜 준다.
하지만, 너무나 빡빡한 일정대로 움직이는 여행은 여행을 제대로 마치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 그리고 여기서 좀 더 머물고 싶지만 다른 곳으로 가야 한다는 아쉬움, 그리고 너무나도 바쁘게 움직이다 보니 그런 상황 속에서 생기는 피곤함. 그런 것들은 여행을 망치는 주요 요인이 된다.[물론 자기 자신은 비싼 돈 들여 여행을 왔기에, 그런 것들은 다 감내 하면서도 재미있게 즐기고 있다고 믿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마지막에 남은 것은, 어느 특정 장소에 갔었다는 사진(혹은 단체사진, 개인사진)이다. [마지막에 남겨진 이 사진의 효과는 대단하다. 힘들고 지치고 기분 나빳던 여행일지라도 나중에 사진을 보면 여행의 즐거웠던 기억만이 되살아 난다. 그리고는 만족감에 빠진다]
여행에서 간과해야 하지 말아야 할 것은, 바로 여유로움을 잃지 않는 것이다.
2. 한국, 서울에서의 생활.
한국에서의 생활은 너무나도 빠르게 돌아간다. 정확히 시간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조금이라도 더 효율적으로 시간을 쓰려고 한다. 가끔씩 시간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을 때 깜짝 놀라기도 한다.
지하철을 갈아 탈 때, 가장 빠른 환승칸으로 지하철을 타고, 갈아타는 통로로 재빠르게 걸어가[빠른 걸음] 다른 노선 플랫폼에 들어섰을 때, 내가 타야하는 열차가 도착하고 스크린도어가 막 열릴 때 속으로 다행이다 라고 되뇌이게 된다. 물론, 빠른 걸음으로 걸어왔지만 스크린도어가 닫히고 열차가 이미 출발 하고 있다면, 속으로 탄성을 지르며 아쉬워 할 것이다. 그리고 시계를 확인하고, 다음 열차가 어디에 있는지, 천장에 달린 모니터를 향해 시선을 옮길 것이다.
버스를 타면, 좀 더 빨리 목적지에 도착하기를 바랄 것이고, 빨간 신호등이 저 앞에 있다면 내가 지나 갈 때는 파란색으로 바뀌기를 희망한다. 지하철을 타러 갔을 때, 바로 지하철이 와 주길 바라고, 횡단보도를 향해 걸어갈 때는 내가 도착하면 파란불로 바뀌기를 바란다. 무엇이 우리를(나를) 멈추어 잠시 주위를 둘러보고 생각할 여유를 두지 않고 끊임없이 흘러 가도록 하는 것일까?
3. 4박 5일, 선착장에서의 생활이 시작되었다.
내가 도착했을 때, 여객선은 아마존강 위의 암흑 속으로 사라졌고 나는 해먹위에서 그날 밤 잠이 들었다. 해먹에서의 첫 날 밤은 편안했다.[버스에서 3일을 보냈으니 꿀 맛 같은 잠을 잘 수 밖에]
잠에서 깨어난 다음 날 아침 돌고래를 보라는 말을 듣고, 선착장 바깥 쪽으로 시선을 옮겼지만 돌고래는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가 잠시 후 검은 돌고래 두어마리가 머리를 내밀었다. 와, 정말 아마존강에는 돌고래가 있구나! 옆에 있던 여자애는 자기는 핑크 돌고래를 봐서 기분이 좋다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 댓다. 영어로 대화를 할 수있다는 것이 이렇게 기쁠 줄이야.
커플이 있었다. 칠레 출신의 여자와 아르헨티나 출신의 남자. 둘 다 아르헨티나의 대학에 다닌다. 여자가 3살 연상. 그들은 영어를 꽤 잘했다. 여자는 학교를 다니며 번역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남자는 포르투갈어와 영어를 모두 다 할 줄 알았다. 그래서 그가 주로 나의 통역 역할을 했다. 포르투갈어를 영어로 통역해주는.
선착장의 내가 있던 쪽에 해먹을 치고 지내는 여섯 명의 사람 중 여행을 하기 위해 온 사람은 커플과 나 하나였고, 나머지 노인과 중년의 남자는 선착장에서 사는 것 같았다.[그냥 느낌이]
4. 시에스타.
선착장에 있던 사람들과 돈을 모아 마트에서 재료를 사서, 음식을 해 먹기도 했다.[물론 음식을 사고 만드는 건 거기에 머물고 있던 노인이 했다] 나는 돈을 내고 그냥 먹기만 했다. 그리고 해먹에 누워 책을 보기도 하고, 그냥 멍 하니 아마존을 바라보기도 했다. 소나기가 내리다가 해가 떴고, 또 소나기가 내리기도 했다. 그리고 난 뒤에 언제 그랬냐는 듯이 태양이 내리쬐었다.
점심을 먹고, 거리로 나섰을 때 많은 상점은 문이 닫혀 있었고, 거리는 이글거리는 태양의 흔적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시에스타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식당도, 상점도 모두 문이 닫혀 있었고,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 태양이 내리쬐는 황량한 거리를 혼자 돌아다니다가 나의 보금자리로 돌아와서 그냥 아마존강을 바라보았다.
시에스타의 아마존은 고요했다. 바다 같이 넓은 강[상류에 속하는 곳이었지만]은 조용히 흘러갔다. 소리 없이 흘러갔다.
5. 포르토베유(Porto Velho)
5일 간, 선착장에만 앉아 있을 수 없었다. 나는 도시 탐험을 생각하고, 시내 중심가로 발걸음을 옮겼다. 소나기가 내린 뒤의 거리는 조용했다. 어디선가 물에 젖은 풀 냄새가 났고, 흙 냄새가 물씬 풍겼다.[언제 부턴가 보슬비 내리는 날에 풍기는 흙 냄새가 좋았다] 사람들은 나를 처다보았다. 나도 그들을 처다보았다. 공원 같은 곳을 지나, 골목 골목을 돌아다녔다. 그저 별볼일 없는 도시였다. 이 도시를 누가 방문할까? 나같이 배를 타러 오는 사람이 아니면 아무도 오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거쳐 가는 도시, 그것 말고는 아무 것도 느낄 수 없었다.
어느 날 밤이 깊어 가던 때, 시내 쪽에서 총성이 울렸다. 그리고 한 가지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브라질에서 총기 사망으로 죽는 사람중에 절반 이상이 경찰이 촌 쏭에 맞아 죽는다고 어디선가 들었던 기억. 잠시 후, 경찰차 소리가 울리는가 싶더니, 어둠 저 편으로 사라졌다. 밤이 깊어 질 때는 선착장 밖으로 나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어느 날은 커플들이 나랑 시장에 가지 않겠냐는 제안을 했다. 시장? 좋지. 라며 나는 따라 나섰고, 그 곳에는 과일 시장이 열리려고 하고 있었다. 내일 열리는 시장을 위해 과일 장사꾼들은 미리 와서 준비를 하고 있었다. 호두같이 껍데기를 깨서 먹는 견과류를 한 봉지 사고, 바나나와 오렌지를 샀다. 오렌지 한 망에 30개 정도 들어있는데 10헤알도 하지 않았다. 와우, 나는 밥 대신 과일만 먹어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6. 진정한 휴가를 즐기고 있습니다.
아무 걱정이 없었다.[걱정을 해도 해결 될 일도 아니었다]. 포르투베유에 도착 하기 전 여객선 시간에 맞추기 위해 조마조마 하던 마음. 여객선을 놓치고 나서는 그냥 여기서 다음 배가 올 때 까지 기다리자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4박 5일 간. 선착장 해먹에서 즐기는 여유. 물론, 배를 타지 않고 그 다음 목적지인 마나우스(Manaus)로 가려면 버스를 타고 하루면 가지만, 나는 배를 타러 왔고, 배 위에서의 4박 5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아마존 강 위에서 보내는 4박5일! 그것을 위해서 나는 여유를 즐겼다.
그저, 해먹위에 누워서 흔들거리며 책을 읽고. 지루하면 아마존 강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기고. 비내리는 아마존을 보고, 태양이 내리쬐는 아마존을 보고, 노을지는 아마존을 보고, 거리로 나가서 빵이며, 콜라며, 맥주를 사 들고와서 해먹위에서 그것들을 먹으며 그냥 여유를 즐겼다.
과연 내가 한국에 돌아가면 이런 여유를 즐길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며, 그저 지금 내 앞에 놓인 여유를 즐겼다.
7. 4박 5일간의 포르트베유는 기억속으로.
3일을 지나 4일 째 되는 날, 마나우스에서 출발한 배가 선착장에 접안을 했다. 아, 내가 타고 갈 배가 저 배구나. 선착장에서 배 위로 모든 짐을 옮겼고, 배의 3층에 해먹을 쳤다. 그리고 아르헨티나에서 온 3명의 친구들이 합류했고, 프랑스에서 두명의 여행자, 그리고 포르투갈에서 온 여행자, 이탈리아에서 온 여행자, 콜롬비아에서 온 여행자가 3층 갑판에 자리를 잡았다.
포르투베유에서의 마지막 날 밤. 모두들 환호성을 질렀고, 음악은 배 위를 떠나 아마존강의 어둠속으로 스며들었다. 하늘에는 초승달이 떠 있었고, 우리는 노래를 불렀다.
우리는 아마존의 품 속으로 들어갔다.
- 출항 하기 전 날 해가 저물 무렵
- 출항 기념 샷
- 입항하는 배. 완전 구린 배로 보였지만 뭐..나름 괜찮았다.
- 폐쇄된 기차역
- 조용한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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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착장 주변의 거리
- 아마존의 노을
- 출발 전 도착한 애들
- 커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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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 매일 노을이 새롭다. 하루 하루가 다른 아마존.
- 라면 끓여 먹을 때 신라면 스프 넣어줬더니 너무 좋아한다.
- 쿵푸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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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항. 배웅나온 사람들
- 출항 할 때, 파티 분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