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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자이살메르 - 사막에서 만난 풍경. 사람들.- 길을 걷다, 세계여행/세계일주, 나의 발자취 2015. 5. 6. 12:42반응형
1. 사람을 만난 장소. 사막.
어느 소설가는 목동(양치기)이 주인공인 소설을 썼다. 양들을 데리고 이곳 저곳 떠돌던 양치기. 나는 사막의 경계에서, 그 소설 속 주인공을 생각했다. 1 나는 그의 소설을 읽고 또 읽었지만, '지금도 양치기가 있을까'라는 의구심을 품고 있었다. 사막 여행, 사막의 오아시스에서 어린 양치기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어린 양치기들은 흙먼지를 뒤집어 쓴 채 막대를 들고 있었고, 그것을 그들의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듯 했다. 소설 속의 양치기와는 달랐다.
내가 속한 일행이 오아시스를 떠날 때, 양치기 소년 몇몇이 나에게 다가와 무언가를 부탁했지만 나는 그 부탁을 들어줄 수 없었다. 부탁을 들어주는 것이 옳은지, 들어주지 않는 것이 옳은지 알 수 없었다. 우리는 어린 목동들을 뒤로한 채 오아시스를 떠났다.
△ 소년은 포즈를 취했고, 나는 소년의 사진을 찍었다.
작은 화면 속에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본 목동은 즐거워 했다.
우리가 오아시스를 떠날 때, 목동 소년들은 우리가 지나가는 길을 바라 보고 있었다.
2. 인도 서부, 타르 사막(Thar Desert) 2. 그곳에서 사는 사람들.
△ 사막에도 마을이 있었고, 학교도 있었다.
학교에서 수업을 마친 아이들이 이방인들을 둘러싸고, 환호성을 질렀다.
그 아이들 뒤로 마을의 여인들이 머리에 물동이를 인 채, 마을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사막이 처음부터 사막이었던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사막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태어났을 때는 이미 사막이었을 것이다. 그들은 사막에서 자신들의 삶을 꾸려나가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척박한 땅에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지만 불행해 보이지는 않았다. 그들 각자 만족할 만한 삶을 살면서, 때때로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나와 같은 관광객)들을 만나면 환호하며, 신기해할 뿐이다. 이방인을 호기심 많은 눈빛으로 바라보며, 환호성을 지른다.
인도 서부의 타르 사막. 짧은 시간동안의 사막 여행이었지만 몇 개의 오아시스를 거쳤고, 사람들을 만났다. 어른과 아이들. 남자와 여자. 남자 아이와 여자 아이. 사막 안에 위치한 한 마을에는 학교가 있었고, 학생들이 학교에서 쏟아져 나왔다. 남자 아이들은 책가방을 메고 내 주위에서 손을 흔들며 환호성을 질렀다. 아이들은 서로 자신의 사진을 찍어달라고 졸라댔다. 학교에 여자 아이는 없었다. 저 멀리서 물동이를 머리에 얹은 여자 아이 하나가 내게 걸어왔고, 수줍게 나를 불렀다. 그녀는 자기 사진을 찍어 달라고 했다. 환호성을 지르는 아이들 뒤, 저 멀리에는 물동이를 머리에 인 채무리지어 걸어가는 여인들이 있었다.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어딘가에서 물을 길어 마을로 돌아가는 여인들.
△ 사막의 마을이 가까워 졌으 무렵, 낙타에서 내렸다.
△ 수줍게 사진을 찍어 달라던 소녀(왼쪽)와 마을로 걸어가고 있는 여인들(오른쪽).
△ 학교 안팎 할 것 없이, 학생들은 자신들의 사진을 찍어 달라고 졸라댔다.
△ 마을의 남자 아이들.
△ 양떼들이 메말라 보이는 마을 앞을 지나고 있다.
오아시스 주변에는 나무 그늘이 있었고, 그곳으로 양떼와 소떼가 그리고 목동들이 모여 들었다. 어린 목동들이 그곳에 있었다. 혼자 양떼를 모는 소년, 아빠나 삼촌처럼 보이는 어른을 따라다니는 아이들도 있었다. 목동 아이들을 돕는 개도 몇 마리 있었다. 목동 아이들은 자신들이 양치기라는 사실을 자랑스러워 하는 듯 했다. 양치기 소년들이 나중엔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 오아시스로 향하는 소 떼들. 저 멀리 소떼를 이끄는 목동이 앞서고 있다.
△ 오아시스에서 만난 어린 목동들.
막대를 하나씩 든 채,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다.
△ 풀을 뜯는 앙들. 오른쪽 끝에 서 있는 양치기.
3. 사막에서 만난 풍경.
인도 서부 타르 사막에 접해 있는 도시는 여러곳이 있었지만, 나는 사막으로 들어가기 위한 도시로 '자이살메르(Jaisalmer, 제설메르)'를 택했다. '자이살메르'의 북쪽에 위치한 '비카네르(Bikaner)'에 머물면서 사막 여행을 할 수도 있었지만, 일반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사막으로 들어가는 곳인 '자이살메르'를 출발점으로 잡았다.
타르 사막 여행의 시작은 자이살메르에서 '지프(jeep car)'를 타고 도시를 떠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지금은 폐허가 되어버린, 옛 왕궁터를 지났다. 사막 위, 풍력 발전을 위한 바람개비를 지나, 사막 깊숙한 곳으로 차를 몰자 어느덧 아스팔트 도로는 사라졌다. 비포장 길, 흙먼지를 내면서 달리는 지프. 비포장 길이 끊어진 곳에서 낙타의 등에 올랐다. 눈앞에 펼쳐진 황량한 모래밭. 무겁게 내려 앉고 있는 태양 빛. 낙타는 우리를 싣고 천천히 움직였다.
△ 아침 식사를 마친 뒤, 지프를 타고 사막으로 향했다.
사막으로 향하는 길에 만난 옛 궁전터. 지금은 메마른 땅이 되어 아무도 살지 않는다.
△ 사막으로 향하는 길에 풍력 발전을 위한 바람개비를 볼 수 있었다.
태양열 발전이 아닌 풍력 발전이라는 것이 신기했다.
△ 사막 저 끝, 지평선 끝까지 뻗어있는 도로.
사막을 향하는 도로는 언제나 사막 속에서 소멸되었다.
△ 비포장길을 한참 달렸고 지프에서 내렸다.
지프를 뒤로 한 채, 낙타를 타고 사막을 걷기 시작했다.
△ 사막의 하늘.
태양의 열기로 가득찬 하늘을 독수리 몇 마리가 날고 있었다.
한 낮. 태양이 머리 위를 지날 때 즈음. 사막은 후끈 달아올라 있었다. 우리는 더 이상 사막을 걸을 수 없었고, 나무 그늘에서 휴식을 취했다. 햇살의 무게가 가벼워질 때까지 우리는 아무 그늘에서 책도 보고, 음악도 듣고, 음식을 먹었다. 어두워 지기 전에 목적지까지 가야했기에, 배를 든든히 채워야 했다.
아직, 사막은 뜨거웠지만 우리는 모래 언덕을 지났다. 태양이 사막 저편으로 사라질 무렵 목적지에 도착했고, 잠자리를 정했다. 불과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한껏 달궈져있던 공기는 어느새 상쾌함이 느껴질 정도로 식어 있었다. 태양이 사막 저편으로 사라졌을 때, 사막위로 잠시 달이 떠 올랐다. 그러나 달마저도 사막 저편으로 사라졌다. 어둠은 사막을 감쌌다. 빛이라곤 별 빛 밖에 없었고, 그것은 내 눈앞의 무언가를 구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빛이었다. 그저, 별 빛만을 바라볼 수 밖에 없는 그런 밤이었다.
△ 정오를 지나자 사막은 숨이 막힐 정도로 뜨거워졌다.
우리는 나무 밑에서 휴식을 취했다.
△ 오랜 시간을 나무 밑에서 보낼 수는 없었다.
휴식을 취한 뒤, 우리는 다시 사막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하룻밤을 묵을 장소. 모래 언덕 위.
그랬다. 사막의 낮은 무거운 햇살 때문에 조용했고, 사막의 밤은 어둠 짙게 내려앉아 있었기에 고요했다. 타르 사막엔 그 흔하다는 들개, 사막여우도 없었다. 우리는 담요 위에 누워, 별 사이사이로 짧은 궤적을 그리며 떨어지는 별똥별을 보기 위해 애썼다. 혹시라도, 눈을 깜빡이는 순간 별똥별이 떨어질까봐 두 눈을 부릅뜬 채, 별똥별이 떨어지는 찰나에 소원을 말하기 위해 하늘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저쪽(there)"이라고 누군가 소리쳐서 그쪽을 바라보면, 이미 별똥별은 사라지고 없었고, 아쉬운 탄식만이 그자리에 남았다.
다시 없을 밤. 다시 못 볼 사람들과 풍경. 내가 타르 사막을 다시 찾는다 해도 모든 풍경들은 사라졌을 것이고, 목동 아이들은 어느새 자라 새로운 세상을 탐험하고 있을 것이다. 사막 여행은 항상 '다른 세상'을 다녀온 느낌을 전해준다. 사막 여행의 끝, 도시로 돌아와 바라보는 하늘 저편에서 여행의 흔적을 보았다.
△ 태양이 사라지고 난 뒤 떠오른 달. 하지만 달도 곧 사라져버렸다(왼쪽).
사막의 아침, 모래언덕 위에 발자국을 남겼다(오른쪽)
△ 길을 걷던 낙타가, 배가 고팠던 모양이다.
풀을 뜯고 있는 낙타.
△ 더위에 지쳐 쉬고 있는 낙타. 그리고 더위에 지친 개.
△ 해질녘, 루프탑(roof top) 레스토랑에서 바라본 자이살메르의 하늘.
우리 일행은 이곳에서 자이살메르에 스며드는 어둠을 바라보며 여행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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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 타르 사막(Thar Desert, India)/ 자이살메르-조드푸르(라지스탄 정보)
- 인도를 여행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여행 코스 중 하나가 '타르 사막 투어'이다. 타르 사막은 인도 서부의 '라자스탄(Rajastan)'주에 있으며, 주로 '자이살메르(Jaisalmer)'를 통해 사막 투어를 하게되지만, 자이살메르의 북쪽에 위치한 '비카네르(Bikaner)'에서도 투어에 참여할 수 있다. 주변의 유명 도시로는 블루 씨티(Blue city)로 잘 알려진 '조드푸르(Jodhpur)'가 있다.
- 자이살메르(제설메르)는 '델리'에서 기차로 1박 2일(약 22~24시간) 정도 걸리며, 조드푸르 에서는 버스로 약 8~10시간 정도(야간 버스)가 걸린다.
- '델리'에서 '자이살메르'를 거쳐 '뭄바이(Mumbai)'로 가는 경우가 많은데, 뭄바이로 가는 데 기차로 2박 3일 정도 걸리며, 좌석을 구하기가 힘든편이기도 하다.
- '자이살메르' - '조드푸르' - '바라나시'로 갈 경우, '자이살메르 - 조드푸르'는 '1박/야간(버스)'이 소요되며, '조드푸르 - 바라나시'의 경우 기차로 3박 4일이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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