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하철을 타고 가는데 열차가 멈췄을 때? 폭우로 기차가 지연될 때?
천재지변으로 인한 교통의 두절[혹은 마비]. 라는 말을 한번 쯤 들어봤을 것이다. 흔히들 티비에서 그런 말을 많이 들어 봤을 것이다. 태풍이 휘몰아 치던 어느 날일 수도 있고,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장마철의 어느 날일 수도 있다. 아니면, 엄청난 폭설로 인한 것일 수도 있다.
요즘은, 엘리뇨, 라니냐라고 해서 기상이변이 속출한다고 이곳 저곳에서 말들이 많다. 그런 기상이변으로 인한 피해는 우리들이 얼마든지 겪을 수가 있다. 피해를 겪는다. 하지만, 우리가 정당하게 돈을 지불하고 이용하는 교통수단이, 제 시간에 좀더 빠르고, 편하게 가르고 가격을 지불했는데, 천재지변으로 발길이 묶일 때?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우리는 그냥 당하고만 있어야 하는가?
각종 운송 수단을 운영하는 회사들은 그들의 운영 규정에 대부분 이런 조항이 있다. "천재지변으로 인한 지연[또는 취소]발생 시 보상을 해 줄 수 없다.[대표적으로 기차]" 비행기의 경우 폭우로 몇 시간 지연되면 항공사 측에서 쿠폰 같은 것을 제공해 주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승객들은 꼼짝없이 당할 수 밖에 없다.[이미 회사들은 돈을 지불 받은 상태니까 큰 손해가 없겠지]
2.
지난 추석, 서울지역에 폭우가 내렸다. 그 날 저녁 때 기차를 타고 고향에 갈 생각이었다. 학교에서 바라본 하늘의 모습은 정말 누가 양동이로 물을 퍼붓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렇게 몇 시간을 비가 내리더니 이내 멈추었고, 나는 지하철을 타기위해 길을 나섰다.[지하철 4호선 충무로역]
시간은 7시를 지나고 있었고, 서울역에서 떠나는 열차를 타려고 가는 길이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지하철이 갑자기 멈춰버렸다. 폭우로 인해서 운행이 중단 된 것. 지하철에 갇혀서 하염없이 시계만 바라보았다.[겨우 3정거장 밖에 안되는데?] 그렇게 시간은 흘렀고, 열차는 떠났다.
뉴욕에 있을 때, 사상 유례없는 폭설이 들이닥쳐, 내 비행기가 캔슬되었고, 나는 다음 비행기를 타려면 5일을 기다려야 했다. 그 날 밤에 출발하기로 되어있는 비행기는 캔슬되지 않았는데, 그 비행기로 바꾸어 타려면 차지300달러를 추가로 내야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추가로 300달러를 더 내고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에 올랐다. 천재지변으로 인한 손해는 승객이 다 물어야 하나?
어느 땐가, 경부선 철도 김천 부근에서 철로가 유실되는 사태가 밣생했다. 그 일로, 경부선철도를 자주 이용하던 내 친구는 나에게 말했다. 정말 기차는 사람이 탈 것이 못된다고[절대 감정적으로 이 글을 쓰는 게 아님].
천재지변 정말 무섭다. 하지만, 잦아지는 천재지변의 피해속에, 속수무책 당하기만 하는 고객들에 대한 보상도 마련되었으면 좋겠다. 적어도 우리나라는 그게 너무 안되어 있다. 고객은 왕이라면서, 돈 이미 받았다고 그걸로 끝인가? 꼬우면 이용하지 말라고?
3, 그리스에서의 굴욕을 뒤로한 채 드디어 터키로 가는 열차에 몸을 실었다.
그리스, 정말 생각만해도 치가 떨리는 곳이었다[경기장 기계실에 갇힌 사건과 구걸사건으로 너무 피곤한 그리스였다]. 다시는 오지 않겠다고 다짐을 하며 잠을 청했다.[하지만 나는 다시 그리스를 찾았고, 다시 찾은 때 결국 배낭을 도둑맞는 사태가 발생했다]
열차는 어둠을 뚫고 달리고 있었다. 빗방울들이 창문으로 달려와 부딫혀 사라졌고, 또 다른 물방울들이 창문을 뚫을 기세로 달려들었다. 기차에 몸을 싣기 전 기상정보가 생각났다.[그리스 북부지역에 폭우가 내리고 있다는 말]
내 앞에 앉은 그리스 애들이 나를 깨웠다. 창밖은 어둠이 살짝 깔려 있었다. 열차는 아주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고, 철로 옆의 강은 금방이라도 넘쳐 철로를 품에 안을 듯 했다.
대학생 정도로 보이는 그리스 애들이 나에게 뭔가를 말하려는 것 같았다.[영어를 거의 하지 못했다. 바디 랭귀지로] 왜? 무슨일이야? 라고 속으로 생각하며,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한 명이 창밖을 가리키면서 뭔가를 설명했다. 기차에서도 방송이 나오고 있었다.[그리스어로] 사람들은 수근대기 시작했다. 그리스애의 짧은 영어와 그의 바디랭귀지와 창 밖의 상황, 그리고 사람들의 행동을 볼 때 이건 좋지 않은 징조였다. 불안했다. 이윽고 기차는 멈췄고, 사람들은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뭐지 이건? 혹시, 나....오늘 이스탄불 못가는거야?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비행기는 내가 타지 않아도 날아 갈 텐데.
4.
그는 어리둥절해서 그냥 사람들을 지켜 보고 있었다. 그의 앞에서 말을 걸던 그리스 애들이 짐을 챙겨서 나가라는 말을 그에게 했고 그는 짐을 챙겨서 사람들을 뒤따랐다.
사람들을 따라 그는 나갔다. 빗속 저 멀리 버스 네 대가 서 있었다. 사람들은 버스를 향해 걸었다. 비는 계속 내리고 있었다. 그는 사람들을 따라 버스에 올랐다. 그리고 옆사람에게 물었다. 무슨일이죠?
그의 옆에 앉은 사람은 대답했다.
비가 많이 내려서 철길이 물에 잠겨서 기차가 더 이상 갈수가 없어. 그래서 우리는 버스를 타고 비가 내리지 않는 곳으로 가서 그 곳에서 다시 기차를 타고 출발 할 거야.
그는 불안했던 마음이 사라졌다. 폭우 때문에 이스탄불로 가지 못할 것 같다는 좌절감에 휩쌓여있었는데, 버스로 이동하다니! 정말 다행이라고 말했다.
버스는 빗속을 달렸다. 그는 감았던 눈을 떳다. 햇살이 비치고 있었고, 사람들은 내렸다. 그가 도착한 곳엔 상쾌한 바람이 불고 있었다.
알렉산드리아 역. 조그마한 역이었다. 그 곳에서 기차를 타면 된다고 누군가가 그에게 일러 주었고, 그는 플랫폼에 앉아 기차를 기다렸다.
5.
알렉산드리아 역에 들어오는 기차를 나는 기쁜 마음으로 맞았다. 오, 정말. 그리스는 나에게 시련을 주었지만, 드디어 그리스를 빠져나가는 구나. 바이바이 그리스. 다신 오지 않을 테다.
기차는 다시 이스탄불로 향해서 출발했고, 더 이상의 괴롭힘은 없었다. 그리스 출국 스탬프를 찍고, 터키로 들어 갔을 때 그는 새로운 세상에 온 기분이었다. 그리고 또 한편으로, 고마웠다. 그리스의 투철한 고객정신. 폭우로 인해 기차 운행이 어렵게 되자, 버스로 승객을 태워주다니! 그것 하나만은 내가 칭찬하마.
- 사진을 다 날려 먹어서;; 이스탄불을 떠날 때 비행기 ㅋㅋ
- 테살로니키에서 IKEA 놀러갔을 때
- 서비스 사진, 산토리니 , 사진이 너무 어둡게 나왔다;
- 산토리니 교회
- 웨딩촬영중
- 석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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