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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볼리비아, 나를 죽일셈이냐?(3) - 조마조마 버스타고 아마존- 길을 걷다, 세계여행/여행, 그리고 에피소드 2011. 1. 9. 00:19반응형second edit.
1. TV에서 아마존에 관한 프로그램이 방영되었다.
지구의 허파인 아마존의 밀림이 줄어들고 있다는 내용. 그리고 [한없이 인상적으로 보였던]초록색 밖에 보이지 않는 아마존의 밀림지대. 그리고, 그 중앙을 가로지르는 황토색의 비포장 도로.
그것은 아마존 지대를 항공 촬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었다. 아마존. 아마존은 초록색이다. 그리고 나무들이 그 초록색을 가득 메우고 있어야 한다.
2. TV에서 아마존에 관한 프로그램을 보았다.
TV 화면은 초록색으로 가득차 있었고, 그 가운데, 황토색 기둥이 솟아 있었다. 아마존 밀림지대를 관통하는 황토색 비포장 도로. 우리나라에서는 존재 할 수 없을 듯한 저런 길.
나는 잠깐동안 생각했다. 아마존 밀림을 가르는 저 비포장 도로를 달리는 건 분명 기분이 좋을 거야. 라고.
3. 불현듯, 아마존에 가고 싶었다.
그래서 내가 생각한 루트!
볼리비아 라파즈에서, 국내선 비행기를 타고 북쪽 아마존에 위치한 도시로 간 다음, 배를 타고 브라질로 넘어가서 아마존 지대를 종단 하는 것!
저명한 여행안내서 '외로운 행성[론니플래닛]'에 의하면, 라파즈에서 버스를 타고 그 곳을 갈 경우에는 우기에는 40시간에서 3-4일 정도는 걸린다고 나와 있었다. 나의 목적지인 볼리비아의 국경도시인 '구아야라메린(Guayaramerin)'까지 말이다.
그래서 생각한 방법. 우유니(Uyuni)를 다녀와서 비행기를 타고 국경(Guayaramerin)까지 간 다음 브라질로 배(작은 보트)를 타고 넘어가서, 배(여객선)를 타고 아마존의 중심 도시 할 수 있는 브라질의 마나우스(Manaus)까지 가야 겠다고 생각했다.
4. 우유니를 다녀와서. 다시 라파즈.
그는 우유니로 떠나기 전 라파즈 시내에 위치한 항공사에 들러 구아야라메린으로 가는 비행기 시간표를 확인 한 상태였다. 당연히 비행기표가 있을 줄 알고, 여행사에 비행기표를 사러 갔으나 뜻 밖의 사태에 직면하게 되었다.
좌석이 전부 매진이었고, 비행기를 타고 가려면 최소 1주일은 기다려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다른 대안이 없었다. 라파즈에서 아니 볼리비아에서 더 이상 오래 머물 수 없었다. 두근두근 아마존이 그를 기다리고 있기에, 그는 버스라는 수단을 택해야 했다.
그는 어쩔수 없이 버스를 타고 가기로 했다. 우기에 아마존으로 버스를 타고 가는건, 당연히 오래 걸리고, 힘들거라고 생각했다.
5. 구아야라메린을 향해 출발,
처음 출발부터 불안했다. 출발 하는 날 부터 라파즈의 하늘에서 물방울이 떨어졌다.
내가 여객선을 타려는 브라질의 Porto Velho 에서 Manaus 까지 아마존 강을 따라 왕복 운항하는 배가 일주일에 두대가 있는데, 그 날짜에 맞추어 브라질에 도착 하려면 최대한 빨리 가야했다. 시간이 촉박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버스가 최대한 빨리 가 줬으면 하고 바라는 것이었고, 제발 아마존 밀림지대에 비가 내리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출발하는 날부터 하늘은 우울했고,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버스가 출발하고 한 시간만에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고 기분좋게 가려 하는데, 기름이 줄줄 새는 것이었다. 어쩔 수 없이 도로 한쪽에 버스를 세워 놓고, 버스 기사는 버스 정비를 하기 시작했다. 시간 맞춰서 가긴 글렀구나라고 생각했고, 그냥 그러려니 했다.
6. 또 다시 데스로드(Death road, the world's most dangerous road)를 지나다.
그의 좌석은 버스의 제일 뒷 자리였다. 가장 뒤 왼쪽 창가 자리. 그는 창가 자리를 좋아했다.[창문을 마음대로 열었다 닫았다 할 수 있는 권한이 창가에 앉은 사람에게 있었기 때문]
아마존은 데스로드로 연결 되는 코로이코[Coroico, 산악지대의 마지막 지점]를 지나 산을 넘어가면 아마존 지대(Amazon basin)로 연결되어 갈 수 있게 되어 있었다.
해가 스믈스믈 넘어갈 무렵, 버스는 자동차 한대가 겨우 지날 정도의 길을 거침없이 달렸다. 그의 자리에서 머리를 내밀어 창밖을 바라보면 내 눈 아래는 절벽이었다. 가끔씩 반대편에서 다른 차[트럭 혹은 버스]가 오면 버스는 뒤로 후진을 해서 공간을 확보했는데, 그는 그럴 때마다 절벽 위 공중에 붕- 떠 있었다. 조금만 뒤로 더 가면 절벽 아래로 떨어질 것 같은 느낌을 받지 않을 수 없는 그런 자리에 그는 위치하고 있었다.
버스이 뒷 바퀴의 끝이 살짝 절벽 위에 걸려있는 정도일거라고 그는 생각했다. 곧, 밤이 찾아 왔고, 버스는 계속 산길을 달렸다. 잠이 잘 오지 않아 그는 생각했다. 제발, 내가 눈을 떳을 때는 이 산길을 벗어나 있기를.
7. 아마존 지대에 진입하다.
아침 5시경, 눈이 떠졌다. 버스의 엔진 소리와 자동차 바퀴 때문에 놀라서 '첨벙'하는 소리를 내며 사방으로 튀는 물소리만이 귓가에 들려왔다. 나는 밤 새 잠도 못잣다, 울퉁불퉁 산길을 새벽에 벗어나면 잠이 잘 올줄 알았는데, 산길을 벗어 나니 길이 울퉁불퉁해서 일분에 두세번씩 공중부양을 해야했다. 그래서 그는 비몽사몽 하고 있었다. 그래도, 산길을 벗어났다는 것에 대해서 위안을 삼았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버스는 휘청휘청 흔들리고 있었다. 비포장 진흙 길은 군데군데 패여 있었는데, 그런 길을 지나는 버스가 휘청휘청 옆으로 쓰러질 듯 했다. 나는 이러다가 버스가 옆으로 뒤집어 지는 건 아닐까 하고 정신을 바짝 차리고 옆에 달린 손잡이를 꽉 붙잡고 있었다.[군복무시절 바다에서 배를 탔던 나의 경험으로 볼 때, 풍랑주의보 떨어진 바다 위에 떠 있는 배 보다 더 많이 흔들리는 것 같았다]
갑자기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내가 앉은 자리쪽이 푹 꺼졌다. 올것이 왔구나. 왼쪽 뒷바퀴가 웅덩이에 빠져 버렸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바퀴 하나만 빠져서 말이다. 버스가 옆으로 쓰러지지 않은 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약 2시간 동안 버스 기사와 몇몇 사람들이 바퀴를 웅덩이에서 빼 보려 했지만 헛수고 였다. 그러던 찰나, 뒤에 오던 트럭의 도움으로 웅덩이를 빠져 나왔다. 그리고는 다시 버스는 휘청휘청 흔들리며 갈길을 갔다. 그러나 약간의 변화가 있었다. 한번 웅덩이에 빠지고 나서 버스 기사가 좀 쫄았는지 버스가 비교적 천천히 갔다.
8. 버스를 탄지 30시간 쯤 지난 후.
버스는 끝없이 펼쳐진 수풀 속을 달렸고, 보이는 건 풀과 나무, 그리고 가끔 소떼들. 앞으로 황토색 비포장 길, 그리고 그 위에 움푹 패인 구덩이 밖에 없었다. 그리고 옵션으로 휘청거리는 버스.
버스가 정말 쓰러질 정도로 기울고 있었고, 그는 혹시나 버스가 쓰러지지 않을까 계속 조마조마 해 했다. 과연 여기서 버스가 쓰러지면 난 어떻게 되는 걸까? 라는 생각을 하며, 일어나지도 않을, 일어나서는 안될 상상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버스가 쓰러지면 나는 라파즈로 가야하나? 아니면 어디 아마존 지대의 어느 도시로 가야하나? 라는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는 옆에 앉은 현지인에게 그가 가려는 목적지인 Guayaramerin 까지 가는데 몇 시간 정도 걸릴지 물어보았다. 40시간쯤 더 가면 될거야. 그는 생각했다. 그럼 버스에서 70시간??
바이킹보다 더 심하게 요동치는 버스 속에서 그는 아직 40시간을 더 버텨야 한다니 기가 찰 노릇이라고 생각했다. 놀이동산에서 놀이기구는 정말 잘 타는데, 흔들리는 버스는 무서웠다. 그 무서움이란, 버스가 전복될 것 같다는 생각에서 나오는 무서움이었다. 놀이동산에 있는 그 어떤 놀이기구보다 무서웠다. 옆에 앉은 볼리비아노는 뭐가 그렇게 재미있는지, 그를 보며 계속 킥킥댔다. 꼬마 아이들은 흔들리는 버스 속에서 뭐가 그렇게 재미있는지 창 밖으로 머리를 내밀고, 괴성을 질러댔다. [결국 그도 나중엔, 흔들리는 버스에 적응 되어, 버스가 흔들리는걸 즐기게 되었지만.]
9. 버스 앞바퀴가 펑크나다.
결국엔 또 올것이 왔다. 버스 타이어가 펑크 났다. 휘청거리던 버스는 한 순간에 멈춰섰다. 왼쪽 앞바퀴 하나가 터저버렸다. 버스 기사는 잠시 확인을 하더니, 그대로 버스를 출발 시켰다.[버스 앞바퀴는 두개가 연속으로 달려있는데, 그 중 뒤에것이 펑크 난 것이어서 달리는데 큰 지장은 없었다] 버스 바퀴가 6개라서 큰 문제가 없었고, 다음 마을에서 저녁 먹을 때, 버스 기사는 타이어를 교체했다.
10. 또 다시 밤,
밤 동안 버스는 휘청휘청, 사람들은 좌우로 흔들흔들, 좌석 위에 올려놓은 짐들은 통로로 마구 떨어지기 일수였다. 아 정말 버스가 쓰러질 것 같은 기분! 버스 타는데 이렇게 무서울 줄이야.라고 그는 생각했다. 그는 단지 빨리 목적지에 도착하길 바랐다.
또 다시 버스에서 맞이하는 아침이 왔다. 비는 그칠 줄 몰랐고 오히려 더 억수같이 쏟아졌다. 우기라더니 정말 너무할 정도로 비가 왔다. 그래도 좀 쉬엄쉬엄 와줘야지! 볼리비아의 북쪽은 아마존의 상류지점이고, 안데스 산맥이 바로 뒤에 있어서 그런지 구름들이 산에 걸려 종일 비만 내렸다.
버스가 지나던 어떤 마을은 마치 물 위에 떠 있는 것 같이 보였다.지독하게 내리는 비. 그는 제발 좀 그만 내리라고 하늘을 향해 외쳤다.
11. 오후,
약 50시간 만에 드디어 도착했다!! 나의 목적지. 현지인이 예상하던 시간보다 무려 20시간이나 단축된 시간이었다.
와우, 나는 살아남았다.
볼리비아의 아마존의 황량한 비포장길에서 버스가 전복되면 나는 어떻게 되는 걸까.라는 생각을 수도 없이 하며 버스 속에서 시간을 보냈는데, 내가 생각하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나는 볼리비아에서 죽지 않았다. 나는 여전히 살아있다.
- 버스 아래위로 짐으로 가득채운다...
- 빠져버린 뒷바퀴
- 아마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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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펑크난 바퀴
- 흔들흔들, 버스..배인지 버스인지
- 드디어 도착!!!반응형'- 길을 걷다, 세계여행 > 여행, 그리고 에피소드'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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