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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그리스, 테살로니키 - 난 거지가 아니에요. 여행자라구요!- 길을 걷다, 세계여행/여행, 그리고 에피소드 2010. 12. 4. 20:06반응형
1. 가끔은 이런 경험을 해 봤을 수도 있다. - 내가 분명히 지갑을 챙긴 것 같은데? 돈이 왜 없지? 라고 생각하게 되는 상황.
어딘가에 가려고 생각하고고 차표를 사야 할 때, 돈이 모자랄 경우. 가깝게는 지하철을 타려고 하는데, 교통카드 충전을 안해서 돈이 모자라고, 현금을 가진게 없어서 주머니를 뒤져보니 돈이 모자랄 때.[내 친구가 실제로 경험한 일이다. 1회용은 1500원 인데, 천원밖에 없어서 지하철을 타지 못했다고 한다]
가끔씩 기차역에서 기차표를 끊기 위해 줄을 서 있다보면, 차비가 없다면서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들을 종종 만난다. 예전에 한 번은 그런 말을 하는 사람에게 소액의 돈을 준 적이 있다.[그런데 그 사람의 손안에 수 많은 동전과 지폐가 있는 것을 보고,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그리고 가끔은 술 냄새를 풍기면서 차비가 없다고 돈을 달라는 사람들도 있는데 과연 그 사람들이 돈을 받아서 차비로 쓸지로 의문이 생기기도 한다]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지갑을 잃어 버려서[혹은 집에 깜빡하고 놔두고 와서] 차비를 구입하지 못 할 경우. 그럴 경우 우리는 두 가지 선택을 해야한다.[다양한 경우가 있을 수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주위의 사람들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차비를 마련하거나 그렇지 않거나.
2. 그리스는 나랑 안맞아 - 나에게 많은 시련을 남겨준 그리스.
지난번 이런 제목의 포스팅을 한 기억이 난다. "아무도 길가의 악사에게 동전을 던지지 않는다". 그 때, 아테네에 아침 일찍 도착한 나는 배낭을 도둑 맞았고, 약간의 돈과, 컴퓨터 어댑터와, 각종 책들과 옷들 그리고 그 외의 많은 것들을 잃어 버렸었다. 그 때 잃어버린 물건들을 다시 구입하느라 많은 돈을 소비했고, 잃어버린 약간의 현금도 아까웠다. 그 때 나는 들고 다니던 악기를 들고 그리스의 길거리에서 연주를 해서 돈을 벌었다. 명분은 - 여행하는 거리의 악사.
하지만, 테살로니키에서의 나는 상황이 달랐다.[시간적으로는 테살로니키가 먼저 일어난 사건이다]. 아테네 경기장에서의 왠지모를 승리감에 도취해서[샤워를 하고 난 뒤라서 기분이 정말 상쾌했다] 경기장을 빠져나와 전철을 타고 아테네 올림픽 주경기장을 구경하고 아테네 역으로 갔다. 그리고 테살로니키로 향하는 야간열차에 몸을 실었고, 다음날 테살로니키에 도착했다. 그 다음날은 이스탄불로 가면 될 터였고, 이스탄불 공항에서 하루를 보내고 이집트로 가는일만 남아 있었다.
3. 테살로니키의 오후.
테살로니키 바닷가의 한 공원에서 한적하게 책을 읽고 있다가, 저녁 무렵 간단하게 끼니를 때우고[이 때 마지막 남아있던 유로를 다 소비했다] 역으로 향했다. 그리고 기차역 예매창구로 가서 나의 기차표(발칸 플렉시패스)를 보이며 좌석을 배정받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자 창구에서는 나에게 청전벽력같은 소식을 전해 주었다.
니가 타려는 기차는 국제 열차이고, 등급이 높은 기차라서 니가 가진 패스로 기차를 타려면 돈을 더 지불해야 한다. 얼마를 더 내야하나? 15유로를 더 지불해라. 알았다. 잠시 후 다시 오겠다. 절망적이었다. 앞길이 막막했다.
무료로 기차를 타고 가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무료 기차는 그 날 밤 불가리아의 수도 소피아로 가는 기차가 있었다. 소피아에서 이스탄불로 가는 기차는 무료 열차였다.[내가 이스탄불에서 소피아로 갈 때 무료였기 때문에. 두 도시를 왕복하는 기차는 차종이 같았다] 그렇게 가면 이스탄불로 가는데 최소 이틀은 걸릴 터였는데, 비행시간을 못마출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돈을 마련해야 겠구나. 내 수중에는 50달러 짜리 지폐가 있었다. 하지만 역 안의 환전소는 이미 문을 닫았고, 거리로 나가보았지만 거리의 환전소도 이미 문을 닫은 시간이었다. 오후 7시가 넘었으니 그럴법했다. 막막했다.
4. 그는 다시 역으로 돌아왔다.
망설였다. 그는 한가지를 결심했다. 오늘 밤에 기차를 타고 이스탄불로 떠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한 가지 방법이 있었다. "구걸"을 하는 것.
그의 모습은 뭐 구걸을 하기에 손색이 없을 정도 였다. 삼선 슬리퍼에, 약간의 땀을 흘린 모습, 정돈되지 않은 머리, 큰 배낭. 그는 테살로니키 역을 드나드는 백패커들에게 말을 걸었다. 같은 여행자니까 어쩌면 도움을 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지나가는 여행자들을 붙잡고 말을 걸기도 하고, 역안에서 쉬고있는 여행자들에게도 자신의 사정을 설명했다.
하지만, 다른 여행자들의 반응은 냉랭했다. 그는 서러운 기분을 느꼈다. 막막했다. 열차가 출발하는 시간은 다가오고 있었다. 그는 생각을 했다. 내가 과연 다른 여행자 입장이라면 손쉽게 도와 줄 것인가? 정답은 노 였다. 백패커들 대부분이 빠듯한 예산으로 한푼 두푼 아껴가면서 여행을 하는데, 쌩판 처음보는 녀석이 갑자기 와서 돈을 달라고 하면 백이면 백 줄 리가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다른 방법을 써야 했다.
5. 현지인 커플을 공략하자.
나는 생각했다. 일단 현지인들을 공략해야 한다[그들은 적어도 금전적 여유가 있을 테니까]. 그리고 지폐 말고 동전을 달라고 하자.[동전은 왠지 크게 느껴지지 않는 것이므로, 거기다가 유로는 2유로 짜리 동전도 있었기에 예상보다 수입이 좋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그리고 현지인 중에서도 남자와 여자가 같이 있는 사람을 공략하자. 그리고 웬만하면 젊은 사람을 공략하자.
그리고 나는 바로 작전에 돌입했다. 역 안팎을 배회하며 목표물을 찾아다녔다. 그리고 보니, 목표물이 꽤 있었다. 나는 목표물에 접근했다.
익스큐즈미-[여자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무조건 남자에게 말했다]. 나는 한국출신의 여행객인데, 오늘 낮에 지갑을 도난당해서 모든 돈을 다 잃어 버렸다.[동정심 유발을 위한 멘트가 필요했다] 오늘 밤에 이스탄불로 가는 기차표를 사야하는데 돈이 없어서 못사고 있다. 혹시 주머니에 동전이 있으면 동전을 나에게 주면 고맙겠다. 지폐는 주지 않아도 된다. 라는 멘트를 날렸다.
결과는? - 대성공이었다.
모든 커플들이 나에게 돈을 준 것은 아니지만, 일단 거의 대다수의 남자들이 옆의 여자를 한 번 보고, 나를 한 번 훑어 보고, 나에게 돈을 주었다.[심지어 나에게 5유로 짜리 지폐를 주는 사람도 있었지만, 나는 나름대로 매너(?), 양심(?)을 지키기 위해 지폐를 정중하게 사양하고 동전만을 받았다]
그렇게 몇 번 하고나니, 내 수중에 꽤 많은 돈들이 들어왔다.[기차표를 사고, 샌드위치 하나를 사 먹고, 그러고도 5유로가 남아서 이스탄불에서도 밥을 한끼 사 먹을 정도였다. 샌드위치를 사먹으면서 나에게 돈을 준 사람들에게 좀 미안하기도 했다. 차비를 위해서 돈을 주었는데 내 배를 채우고 있으니 말이다] 몇 번만 더 하면 돈을 쉽게 더 벌 수 있고, 좀 더 좋은 음식을 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나는 생각했다.
"나는 거지가 아니라, 여행객이잖아."
6. 그는 기차에 올랐다.
이스탄불을 향해 가는 기차가 플랫폼에 들어왔고, 얼마 후 기차는 출발했다. 하지만, 그리스는 끝까지 그를 괴롭혔다. 악랄한 그리스. 그리스 북부지방에 전례없는 폭우가 내리고 있다는 소식을 그는 접했다.[여기도 우리나라 에서는 경험할 수 없었던 독특한 경험을 하게 된다. 다음 포스팅에!]
7. 덧.
몽골에 있을 때, 구걸하는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세 명이서 저녁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했는데, 세 명 모두가 의견이 달랐다. 구걸을 해 본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구걸을 하는 사람에게는 절대 돈을 주면 안된다는 입장이었다. 물론, 모든 구걸하는 사람들이 내가 생각하는 이유로 구걸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여기에 관해서는 다음에 포스팅을 해 봐야겠다]
-변함없는 소박한 아테네 역/
- 테살로니키 요새. 화이트타원가? 아무튼 뭐 그렇다
- 바닷가 공원. 여기에 마약하는 놈들이 득실댓는데, 낮잠자고 있으니까 경찰이 와서 여권검사도 했다.
- 방황하다가 찾아간 테살로니키 대학
- 테살로니키 근교의 작은 시골마을에 다녀오기도 했다
- 그리스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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