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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페루에도 비는 내린다. - 페루, 쿠스코/마추픽추- 길을 걷다, 세계여행/여행, 그리고 에피소드 2011. 1. 17. 19:18반응형
second edit.
1.비. Rain.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비가 내 몸을 적셨다.
이 정도의 촉감, 이 정도의 기분
낯설지 않다.
내 주위에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늦은 밤,
날 바라보는 건 저기 남산 위에 솟아 있는 타워의 불 빛 밖에 없다.2. 페루, 마추픽추(Peru, Machu Picchu)
12월의 마지막 날이 얼마 안남은 시점에 내가있었다.
아침일찍 마추픽추에 올라갔지만 옅은 구름들이 신비의 장소를 휘감고 있었다.
빗방울이 구름들 사이헤집고 나와 땅 위에 떨어지기 시작했고, 마추픽추는 폐쇄되었다. 사람들은 우왕좌왕 갈피를 못 잡고 있었고, 수백 미터 협곡 아래로 가는 셔틀 버스를 타려는 사람들 때문에 마추픽추의 입구는 더욱 더 혼란스러워 보였다.
나는 걸었다.
약간의 비가 내 몸을 적시고 있었지만, 그 빗방울들을 몸에 품고 깍아지를듯한 절벽들 사이에 숨어있는 계단을 하나씩 밟으며 지상으로 내려갔다.
비에 젖은 내 몸. 약간은 차갑게 느껴지는 산 속의 공기.
우울한 기분이 나를 감쌌고, 따뜻한 물에 샤워를 한 뒤, 짬뽕 한 그릇이 먹고 잠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내가 머물고 있는 싸구려 호텔은 따뜻한 물이 나오지 않을 것이고, 페루에 위치한 산 속 작은 관광 마을엔 얼큰하고 따뜻한 짬뽕이 있을리 없다는 생각에 외로움과 우울함이 엄습해왔다.△ 비가 내리기 전의 '마추픽추'
3. 그, 그들.
그는 조금씩 조금씩 지상과 가까워 졌다.
마추픽추를 머리 위에 남겨둔 채, 마추픽추라고 불리는 공중 도시는 점점 더 멀어져 갔다.
그 때, 홀로 걸어가고 있는 그에게 누군가가 인사를 했다.
그들은 간단한 인사를 주고 받았고, 한국에 대해서, 여행에 대해서, 일본에 대해서 이야기 했다.
그에게 말을 건 두 남자는 일본에서 영어 교사를 한 적이 있었기에, 세 사람에게 있어서 일본에 관한 이야기는 적당한 이야깃거리였다.
그는 마음 한켠에 자리잡고 있던 우울함은 조금씩 누그러 들었다.
짬뽕 국물에 대한 그리움도, 따뜻한 물에 샤워를 하고 싶다는 욕망도, 어느새 조금씩 사라져 갔다.
항상 그와 함께 하던 외로움[오랜 시간을 혼자 여행을 하면서 생겨난 외로움]도 어느 정도, 사그라 들고 있다는 것을 그는 느낄 수 있었다.
지난 학기, 그가 수강했던 교양 영어 교수의 이름이 Greg 였다는 것과, 뉴욕 출신이라고 밝힌 한 남자의 이름이 Greg라는 사실.
그가 가끔씩 찾던 식당의 이름이 쟈콥Jacob이라는 사실과, 뉴욕 출신의 또 다른 한 남자의 이름이 Jacob 이라는 사실은
단지 우연이었겠지만, 그들에게는 굉장히 흥미로운 사실이 되었다. 그것은 세 사람이 서로에 대한 경계심을 누그러 뜨릴 수 있는 소소한 이야기 거리였다.
그리고, 이런저런 이야기들. 예컨대, 세계일주, 한글, 알파벳(훈민정음), 영어교육, 군대, 북한에 관한 이야기를 서로 나누다보니, 그들은 어느새 지상에 내려와 있었다.
그리고, 세 사람은
비 내리는 마추픽추를 저 하늘 위에 남겨 둔 채, 맥주를 마시며 식사를 하기로 했다.
△ 뉴욕출신의 두 남자. 자콥과 그레그.
우연히 카메라에 담겼다.
△ 마추픽추 역.
에스타씨온, 마추픽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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