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1학년 때,
전학을 갔다.
내가 이사를 간 곳은 미군부대근처에 있는 아파트였다.
내가 전학을 제일 처음 사귄친구는 머리카락이 금색과 갈색이 섞인 애였고, 아빠가 미군 장교인 혼혈아였다.
미군부대 근처에있는 동네라서 그런지 혼혈아들이 꽤 있었다.
그 이후에 친구를 여럿 사귀었지만, 전학을 가서 처음사귄 친구와 자연스럽게 친하게 지냈다. 집도 같은 방향이었고 가까웠기에 더욱 친했다.
초등학교 내내 그 친구집에 자주 놀러갔었다.
가끔씩 그 친구집에 놀러 갈 때면 친구의 아빠가 퇴근을 하고 집에 있었던 적이 많다. 친구의 아빠의 이름은 '캔(can?)' 이었다.
친구의 아빠를 만나는 건 괜찮았다. 그리고 나에게 영어로 뭐라고 많은 말을 해 주었지만 난 알아들을 수 없었고, 내 친구가 해석도 해주고 말도 해주었다.
어린 나에게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인사를 어떻게 해야하나' 그것이 나의 고민이었다.
한국적인 가정에서 한국적인 예절을 배운 나는 참 애매했다.
내 친구는 아빠와 인사를 할 때 손을 흔드는 것 같았다.
나는 차마 친구의 아빠에게 손을 흔들면서 헬로우라고 말할 수 없었다.(어린 마음에)
길을 가다가도 가끔씩 마주쳤는데, 입에서는 헬로우라는 말이 나오면서 자연스럽게 허리가 숙여졌다.
뭔가 어색했다.
Hello? + 허리숙여 인사하기 - 뭔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난 그렇게 계속 한 걸로 기억한다.(나중엔 손을 흔들었나??)
아무튼,
헬로우라고 말하면서 허리숙여 인사하고, how are you? 를 말하던 본인의 모습이 떠오른다.
내가 학교를 다니던 시절엔 초등학교에서 영어를 배우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자연스럽게 그 친구집을 드나들면서 영어를 배우게 되었다.(엄마가 그 친구의 집에 자주 놀러가라고 부추기기도 했기에, 자주 놀러갔고, 자주 그런식의 어색한 인사를 했다.)
중학교도 그 친구와 함께 다녔지만, 중학교 이후로는 잘 어울리지 못했다. 둘 사이에 여러가지 에피소드가 있긴 하지만, 아무튼 그랬다.
여행을 다니며,
많은 외국인들을 만났다. 나보다 나이거 적은 사람, 많은 사람, 할아버지에서 어린 꼬마애까지.
이제는 자연스럽게, 헬로우, 하이를 외치면서 손을 한들고 미소를 지어준다.
그리고 그냥 간단하게 고개를 끄덕이기도 한다.
호주의 공장에서,
슈퍼바이저를 비롯한 나의 상급자들에게 하이라고 말하면서 손을 흔든다. 나의 삼촌뻘(이제는 나도 나이를 먹었기에 아빠뻘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나이가 진짜 많은 몇몇 아빠뻘 되는 사람들에게 하이, 하와이유를 말하며 손을 흔들고 미소를 짓는다.
그냥,
지금 생각해보면 어린 시절, 그 시절의 나를
'캔'은 어떻게 생각했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