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에 도착하고나서 첫 번째 일요일 저녁,
내가 머물던 백팩커스(Coolibah lodge)의 스텝에게 퍼스에서 좀 유명한 에이전시 4군데의 위치를 들었다.
그래서 난 월요일 에이전시를 방문할 동선을 짜고 나름대로 계획을 세웠다.
일요일 오전,
퍼스에 와서 우연히 알게된 사람이 다닌다는 교회에 갔었다.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고, 점심을 먹고 여러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이야기를 했다.
무엇보다도,
나는 호주에 순수 워킹이나 공부를 위해서 온 사람이 아니라 여행 중에 호주에 잠시 들러서 돈을 벌고 그 돈으로 여행을 하려고 하고 있었기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 주었다.
내가 호주에 머물려고 생각하는 기간, 3개월에서 최대 4개월,, 앞으로 여행에 필요한 여행자금 7천-8천달러.
나에게는 돈이 필요했고, 따라서 나의 최대관심사는 일자리였다. 물론 교회에서 많은 한국사람들이 있었고 일자리를 구하러 다니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리고 요즘은, 겨울이고 호주경제도 많이 나빠지고, 워홀러들도 많아져서 일구하기가 어렵다고들 했다. 작년에는 그나마 쉬웠지만 올해의 호주 경제가 최악??
아무튼, 나는 호주에 오기 전,
퍼스근처에 공장들이 꽤 있어서 공장에 취직을 하기가 쉽고, 돈벌이도 좀 된다고 들어서 공장에서 일을 하고 싶었다. 무엇보다도 공장에서 단기간에 돈을 좀 많이 벌 수 있을것 같다는 생각에서였다.
월요일,
숙소를 나와서 열심히 걸었다. 첫 번째 에이전시로 갔는데 에이전시를 찾지 못했다..아직 퍼스지리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관계로 시간을 많이 낭비하고 있었다. 마음은 급했고, 다음 에이전시로 갔다.
오픈시간이 문 앞에 적혀 있었다. Mon 10:30 - 16:00, 현재 시간 09:30.
어쩔 수 없이 다른 에이전시에 갔다. 거기도 문은 닫혀 있었다. 오픈시간조차 적혀있지 않았다..
마지막 네번 째 에이전시에 갔다.
Hello,(중략), I'm lookoing for job.
where are u from?
South korea.
Cool, I have one farm job, Look,
그러면서 마침 10분전에 도착한 팩스같은걸 보여주었다.
캐시(cash)로 시간당 18달러,
- 호주에 온지 얼마 안되는 나로서는 캐시잡이 뭘 뜻하는지 몰랐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캐시로 일한다는 것은 세금을 떼지않고 바로 현금으로 내가 돈을 받는다는 뜻이었다. 따라서 나중에 텍시리턴을 신청할 필요도없고 신청해도 세금을 내지 않기 때문에 텍스를 받을 게 없다. -
퍼스에서 동쪽으로 200km 떨어져있고, 주 45-50시간, 3개월 이상 일 할 수 있는 조건. 계산해보면 주당 적어도 800달러 이상은 벌 수 있는 거였다.
하지만, 난 퍼스에서 공장에서 일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생각해보고 나중에 다시 온다고 했다. - 이건 정말 미친짓한거였다고 나중에 뼈저리게 후회했다. 일은 있을 때 무조건 바로 Ok 하고나서 나중에 할지 안할지 판단해야 한다.
그리고 다른 에이전시를 갔는데, 거기는 오피스잡만 있고, 주로 여자들이 비서를 구해준다고했다. 거기다가 이력서(레주메, Resume)가 필요한데, 난 이력서조차 없었다...도대체가 난 정말 무대포로 돌아다니고 있었다.
10시 30분, 마지막 네번째 에이전시에 갔다. 가서 내 신상정보와 아르바이트 경험등을 등록했다. 그리고 묻는 거였다.
"do you have a car?"
나는 차가 없었다. 그래서 말했다.
I dont have car. but my friend have a car.
그러자,
오후에 차있는 친구를 데리고 다시 오라고 했다. 난 알았다고 했다. 가고 안가고는 내가 판단할 문제니까.
월요일 오후,
밥을 먹고 있는데, 네번째 에이전시에서 전화가 왔다.
2시까지 올 수 있냐고, 차있는 친구와 함께. 마침 그 때 퍼스에서 만난 형님과 함께 있었는데, 그 형님도 일을 구하고 있다길래 같이 갔다.
잡 에이전시.
가니까 일이 있다고, 할 수 있냐고 하길래 조건을 들었다. 괜찮았다. 그렇게 오래 하는 일도 아니라서 난 잠깐 일하다가 다시 공장을 들어가야겠다고 생각했다. Ok 사인을 하고, 당장 가기로 했다.
그런데, 갑자기 농장주와 연락이 안되니까 내일 다시 이야기 하자고 했다.
난 숙소로 가서 짐을 다시 싸고 농장으로 갈 준비를 했다.
화요일 오후,
에이전시에 갔다. 사실 일이 잘 연결되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불안한 마음이 마음 한켠에 이미 생겨 있었다.
역시나, 꿈자리가 불안했는데 일이 잘 되지 않았다.
에이전시에서 쏘리라고하면서, 농장주가 이미 사람을 구했다는 거였다.
그 때, 느꼈다. 일자리는 있을 때 바로 잡아야 된다는 것을.
어제 갔던 다른 에이전시에 가서 어제 농장일을 가겠다고 했더니 그것도 이미 다른 사람이 갔다고 했다.
일자리,
기회가 있을 때 무조건 가야 한다. 생각할 여유를 가지면 안된다.
생각은 일단, 간다고 말하고 난 뒤에 하는 거다.
한다고 하고 나서 일을 하고 안하고는 나중에 판단하면 되는 문제인 것이었다.
그렇게, 두개의 일자리를 모두 날려버렸다.
그리고 그렇게 시간은 흘렀다.
그렇게 여행을 할 수 있는 나의 시간은 점점 더 줄어들었고 나의 통장 잔고도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