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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그리스, 아테네 - 아무도 길가의 악사에게 동전을 던지지 않는다.(Athens, Greece)- 길을 걷다, 세계여행/여행, 그리고 에피소드 2011. 7. 16. 10:55반응형
second edit.(1st 8.28.10)
1. 길을 걷다 어디선가 음악이 들려오면,
길을 걷다 보면, 가끔 우리는 어디선가 들려오는 음악을 들을 수 있다[당신의 귀에 꽂혀 있는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아닌]. 그것이 스피커에서 흘러 나오는 음악이든, 아니면 누군가가 거리에서 자신의 몸으로 음악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든 우리는 그 공기의 울림 사이를 지나가게 된다. 때로는 유행가가 흐르고, 때로는 오래 되었지만 누구나 알 수 있는 유명한 곡[고전일 수도 있고, 한 시대를 풍미했던 유행가일 수도 있다]
음악이 울려퍼지는 그 곳으로 시선을 돌려보자[스피커에서 흘러 나오는 음악과 사람이 연주하는 음악은 듣기만 해도 구별 가능하므로], 그리고 그 곳에서 연주를 하고 있는 사람을 바라보자. 그는 자신의 느낌을 담아, 불특정 다수의 대중에게 자신의 느낌을 선율에 따라 전달하고 있을 것이다. 그것이 어떤 음악이든, 그 음악은 그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그리고 길거리에 울려퍼지는 음악에는, 그것을 연주하는 사람의 소울[Soul]이 담겨있다. 우리는 그것을 느끼고 공감하면 된다.
2. 거리의 악사.
" 띠리리링……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스크린 도어가 닫힘니다....."
오늘도 충무로역 계단을 따라 내려가 역 속으로 몸을 담갔다가, 다시 내 몸을 지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오후 6시.
충무로역사 안, 음악소리가 나에게 다가와 내 귓가 주위를 맴돈다.들려온다. 나의 발걸음은 기계적으로 출구를 향하고 있다.
한쪽 모퉁이에 위치한 악사에게서 흘러나오는 음악은 내 귓등을 때리지만, 그 울림은 점점 약해질 뿐이다.
1번 출구.
대한극장 출입구에서 흘러나오는 묘한 향기가 나를 상념속으로 밀어 넣는다. 지상으로 나를 밀어내주는 에스컬레이터에 몸을 싣자, 내 시선은 저 통로 끝자락에 머물고 있는 허공으로 향했고, 나는 거기에 없었다.
프랑스의 한 지하철 역사안, 거리의 예술가 한명이 바이올린을 켜고 있다. 바이올린의 울림이 지하철 안을 울리고 있다. 잠시 후, 내 몸을 싣고 어딘가로 사라져버릴 열차의 굉음이 지하철역 안에 울려퍼지기 시작했고, 그의 음악 소리는 점차 사그라 들었다.
뉴욕, 42번가 타임스퀘어 역사 안. 음악이 울려퍼진다.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 사이, 음악 소리가 그 사이를 채우고 있다. 나는 역 안에 채워진 음악소리를 내 귀속에 주워 담으며, 유유히 플랫폼으로 걸어갔다. 음악이 있던 자리는 열차 바퀴와 철로 사이에서 나는 굉음으로 채워 졌다.
네팔의 오래된 버스 안. 허름한 차림의 악사가 네팔 전통악기를 들고 버스에 올랐다. 그리고 나서 버스 안에 울려퍼지는 네팔의 전통 음악. 아름 다운 선율이 내 귓가를 자극한다. 마치 바이올린과 흡사한 소리지만, 바이올린은 아니다. 음악이 멈추자, 사람들은 그의 손에 동전을 쥐어 준다.
콜롬비아의 시내버스 안. 한 남자가 자신의 머리통보다 큰 라디오를 들고 버스로 올라탔다. 곧, 음악이 울려 퍼지고, 그는 그 음악에 맞추어 노래를 부른다. 콜롬비아의 음악일까? 처음 들어보는 노래지만, 그 노래가 그 음악이 마음에 든다. 좋다고 생각한다. 내 주머니를 뒤져, 그의 손에 동전을 쥐어주자 그의 표정이 환해진다. 나에게 미소를 지어 보인다.
그리스 아테네의 한 거리, 광장. 내가 있었다. 한 쪽 어깨에는 커다란 악기가 매달려 있다. 아프라칸 드럼 잠베[djambe].
나는, 내리쬐는 태양아래, 광장의 한쪽 모퉁에에 자리를 잡고 북을 두드렸다. 북의 울림이 광장 전체에 울려 퍼졌고, 사람들은 나를 바라보았다. 내 앞을 지나가며 가볍게 몸을 흔드는 이들도 있다. 나는 마음의 눈을 감고 내 몸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느낌을 손으로 전달했다. 손을 통해서, 소리가 만들어져 광장에 또 다시 울려 퍼졌다.
"길을 지나가는 숱한 행인중 누구도 저 악사에게 동전하나 던지지 않는 걸"
- The Quiett 의 "그 후 몇년 中"
3. 음악으로 소통하다
그리스는 나와 악연으로 맺어진 나라라고 생각했다. 2005년 그리스를 방문 했을 때도 힘든 시절이었다. 그리고 2009년 여름 또 다시 그리스를 방문 했을 때, 내게 너무나도 가혹한 시련을 주었다.
내가 가진건 작은 가방 하나와, 악기하나 뿐이었다. 돈도 없었다, 아는 사람도 없었다.
오늘 아침, 나는 배낭을 도둑 맞았고, 내가 가진건 작은 가방 하나와 악기 였다. 악기를 도둑맞지 않은게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음악은, 악기는 나를 편안하게 해 줬다. 나에게 괴로운 마음이 들 때, 내 마음을 음악에 쏟을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리고, 잠시나마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 주었고, 나를 행운, 행복 속으로 밀어넣어 주었다.
그리스의 번화가,
수많은 거리의 악사들이 있었다. 그들 틈에, 나는 자리를 잡고, 악기를 연주했다. 연주라고 하기보다는 그냥 두드림에 가까운 소리였다. 거리의 수 많은 악사들은 다양한 현악기들로 아름다운 선율을 만들어 냈지만, 다양한 기교를 부릴 수 없는 타악기의 한계랄까? 나는 두드림, 심장의 울림을 퍼뜨리고 있었다.
나는 리듬에 맞춰 두드렸고, 지나가는 행인들은 리듬을 탔다. 몸을 흔들었다. 리듬을 타는 행인들을 보며, 나는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
한 상점 주인은 시끄럽다며, 나를 멀리 쫒아내기도 했지만, 나는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겨 악기를 연주했다. 더러는, 내 사진을 찍었고, 비디오카메라를 들이댔다. 더러는, 나에게 동전을 던져 주었고, 더러는, 환호를 보내 주었다.
그 곳에서 노래는 부르는 다른 거리의 악사와 함께 협주를 하기도 했다. 비록 언어는 달랐고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하나 될 수 있었다. 바이올린을 켜는 꼬맹이들도 나와 함께 해 주었다. 잠깐이었지만, 꼬맹이들은 나의 음악을 들어주었고, 나와 함께 연주했다.
음악이란, 이래서 좋은 건가? - 세계 각지의 사람들과 하나로 소통할 수 있게 되었다.
길거리에서 손수레를 끌며 장사를 하는 그리스의 한 늙은 할머니가, 나에게 다가와 동전을 내 손에 쥐어주었다.
적어도 그 순간 만큼은 행복했다. - 돈 때문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감동을 주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4. 그리스에서의 마지막 밤.
허름한 차림의 한 남자가 거리를 배회하고 있다. 한 쪽 어깨에는 흔히 볼 수 없는 악기를 매고 있다. 그의 옷차림이 심상치 않다. 피부는 좀 까만편이다. 그는 그리스의 번화가의 한 상점 앞에 자리를 잡았고, 음악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아! 잠베(djambe). 아프리카 전통악기였다.
그리스 국가(國歌)에 리듬을 맞춰 북을 두드려 댓다. 빠른 리듬, 느린 리듬, 다양한 음악을 연주한다. 흥미롭다. 사람들은 그를 지나치며 그에게 관심을 보인다. 하지만, 거리에는 수 많은 악사들이 있다. 악사들이 많은 만큼 많은 종류의 악기들이 존재했다.
하지만, 이 동양인 사내는 좀 독특했다. 그의 북소리는 온 거리에 울려 퍼졌다. 분수대에 앉아서 연주를 하기도 했고, 광장을 울리기도 했다. 특이한 복장의 한 동양인 사내. 그는 사람들에게 흥미로운 볼거리를 제공했다. 그는 단지 좀 초짜처럼 보였지만, 그 날 그리스 번화가는 흥미로운 볼거리를 하나 더 가진 셈이었다.
한 시간이 좀 지났을까? 그는 북을 메고 자리를 뜬다. 그의 앞에는 동전 수십개가 쌓여 있었다. 그 동전을 챙겨들고, 한 식당으로 가서 음식을 주문한다. 배가 고팠나 보다. 그리고 음식을 먹고는 유유히 어디론가 사라진다. 행색을 봐서는 여행을 하는 사람이 분명했다. 그의 작은 가방에는 그리스의 국기도 붙어 있다. 저 악기와 저 작은 가방을 가지고 여행을 하고 있는 걸까? 그렇게 그는 사라졌다.
그 날 이후, 그리스의 거리에서 그를 다시 볼 수 없었다.
- 아테네의 거리, 이곳에서도 북을 쳤다
- 산토리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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