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9월의 마지막 주,
사실상 호주 농장에서의 마지막 일이 끝났다. 도넬리리버 와인팜.
농장에서 같이 일하던 사람들과 추석때 부침개도 해먹고 추석분위기를 내자고 이야기하던 때가 있었지만,
그 이야기는 없었던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우리들은 해고를 당했으니까..
어느덧,
10월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호주 농장에서의 약 7주간의 노동.
나에게는 더 이상의 선택은 없었다. 무조건 호주에서 일을 해야 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어느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돈이 있든 없든 여행을 떠나야 한다고. 떠나야만 한다고.
나에게 더 이상 시간이 많지 않았다.
소식.
10월이 되면 슬슬 퍼스 주변의 공장들이 고용을 늘리고 크리스마스 준비에 들어간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리고, 퍼스에서 만난 형이 나에게 말해주었다.
"10월부터 공장에서 사람 많이 뽑아보니까, 어떻게든 들어가봐."
그래서 생각한 방법.
어떻게든 인사담당관을 만나야 했다. 그래서 일 좀 시켜달라고 무작정 들이댈 생각이었다.
농장에 일을 하러 가기전 여러 공장을 돌면서 어플리케이션(Application)을 써 놓은 공장들이 퍼스와 프리맨들에 몇 군데 있었다.
난 그 중에서 가능성이 있는 몇 개의 공장을 다시 찾아가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공장의 리셉션(Reception)에 찾아가서 이렇게 말했다.
"오늘 X시에 인터뷰를 보러 오라고 해서 찾아왔다."
그러면 리셉션에서 일하는 여자는 인사담당자에게 호출을 해서 그 날 인터뷰일정이 잡혀 있는지 물어보았다.
하지만, 그 방법이 생각만큼 쉬운것은 아니었다.
인사담당관이 약속이 없다고 말하면, 만나지도 못 하는 경우도 있었고,
어떤 날은 그 날이 인사담당관이 쉬는날이기도 했다.
어쩌다가 운 좋게 인사담당자를 만나면 나는 기회다 싶어 거짓말을 해 댓다.
"며칠 전에 전화가 왔는데 오늘 이시간에 인터뷰하러 오라고 했다고...다른 일도 그만두고 왔다고."
하지만 모두가 헛수고였다. 그들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그렇게 수없이 인사담당자을 만나서 이야기를 했지만, 그들은 한결같이 냉정했다.
수 백명의 사람들이 일을 하고 있는데, 나 한명 일 할 자리가 없는것에 대해 한탄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10월이 시작되려하는 그 주에 마지막으로 어플리케이션을 썻다.
그리고,
10월이 시작되어도 공장에서는 소식이 없었다.
그래서, 퍼스를 떠났다.
그런데! 퍼스를 떠나고 바로 다음날 전화가 왔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전화.
프리맨틀 소재의 소세지 공장 돌소냐(DORSOGNA).
일을 하러 오라고 전화가 온 것이었다.
- D'ORSOGNA, 로고.
나에게 참 고마운 회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