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하면서 계속 반복되는 일을 하다보면 많은 생각을 하게된다.
생각이라고 하기보단 잡생각이 끊임없이 머릿속을 지배하게 된다.
(군대를 다녀온 남자라면 이해할 듯 싶다. 무한히 반복되는 단순한 작업. 그것과 더불어 머릿속을 지배하는 잡념)
스타크래프트Star Craft라는 게임이 처음 나왔을 때, 내친구가 씨디를 샀고 나는 그 친구에게 씨디를 빌렸다. 여러명이 같이 게임을 할 수 있다는 말에 집에 놀러온 사촌형들과 게임을 하려고. 하지만, 그 멀티플레이가 내가 생각하는 플레이가 아니었다. 삼국지와 같은 턴제 방식이 아니라 여러명이 실시간으로 플레이하는 방식이었으니까. 나는 처음 그것을 이해 못했다.
그러다가, 얼마 후.
PC방이라는 우리 동네에 처음 생겼다. 당연히, 스타크래프트가 최고 인기였고 나 역시 매일 피시방을 드나들었다.
아마 중학교1학년 겨울방학때쯤이었던 것 같다. 내 기억으론. 그러니까 약 10년전,,,
그 때는 지금 피시방처럼 컴퓨터로 시간과 돈을 계산하는 방식이 아니었다.
주인 아저씨한테 한시간만 한다고 말해놓고, 종이에 시작시간과 종료시간을 적고 컴퓨터를 했다.
주인 아저씨에게 보너스시간을 좀 달라고 조르기도 했었고, 게임이 끝날때 다됐으니까 5분만 더 한다고 조르기도 했었다.
좀있으면 핵을 터트릴 수 있으니까 그것만 보고 끈다고도 했었고, 배틀크루저, 캐리어만 뽑고나서 끝낸다고도 했던 기억이 난다.
또, 내가 컴퓨터를 하려고 기다리면서도 내 시간이 다 되었지만, 앞 사람이 아직 게임을 하고 있으면 뒤에서서 구경을 하기도 했다.
컴퓨터로 시간을 계산해서 요금을 내는 방식이 아니라, 손으로 시간을 적고 요금을 계산하는 방식이었기에 그렇게 조르고 조르면, 게임을 더 할 수 있었다.
언제부턴가,
피시방에 시간을 계산하는 프로그램이 등장했고, 요금까지도 분(分,Minute)단위로계산하게 되었다.
선불로 게임을 하게되면, 시간이 지나버리면 컴퓨터는 자동적으로 꺼져버렸고, 나는 더이상 땡깡을 부리며 게임을 더 할 수 없었다.
그렇게 피시방은 단순히. 돈을내고 게임을하는 곳으로 바뀌어 버렸다. 그리고 내 머릿속에 남은 그 이후의 피시방에 대한 기억은 없다.
모든게, 기계적으로 바뀌어 버렸고, 모든게 차가워 졌다.
그렇게, 모든 것은 디지털, 전산화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아날로그가 가지고 있던 소통은 사라져 버렸다.
어린시절, 잊혀졌었던 피시방에서의 기억들이 갑자기 떠오른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