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 시베리아 횡단열차 : 여행자의 '로망', 어떨까?- 길을 걷다, 세계여행/세계일주, 나의 발자취 2014. 7. 3. 15:19반응형
1. 로망에 대하여.
우리는 로망, 낭만을 꿈꾼다. 즐거운 삶을 원하고, 자신이 바라는 바를 성취하기를 원한다. '자아실현'이라고나 할까? 유명한 심리학자인 매슬로우(Maslow)는 인간 욕구 5단계설을 통해서 가장 상위에 있는 욕구를 '자아실현'이라고 불렀다. 우리가 생각하는 '로망'은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고, 그것을 성취했을 때 느끼는 즐거움은 일상에서 얻는 기쁨을 초월한다. 그런 면에서 볼 때, '로망'은 '자아실현'과 통하는 것이 아닐까?
'시베리아 횡단열차'라는 말을 들으면, 괜히 마음이 설렌다. 많은 여행자들이 꿈꾸는 그것은 바로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유라시아 대륙을 가로지르는 것이다. 그러면서 중간에 잠깐 '바이칼 호수(Lake Bikal)'에 들르는 것.
시베리아 횡단열차는 여행자 뿐만이 아닌, 많은 사람들이 '선망'하는 것이다. 여행을 하는 데 있어 '기차 여행'만큼 낭만적인 것은 없다. 그 기차여행의 백미가 바로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여행을 하는 것 아닐까? 실상은 그리 좋을 게 없지만, 그래도 우리는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여행하는 것을 꿈꾼다.
2. 시베리아 횡단열차에 몸을 싣다.
- 시베리아 횡단열차가 출발하는 모스크바의 '야로슬라브 역'
모스크바 야로슬라브역(Yaroslavsky vokazl)에는 끝이 보이지 않는 열차가 서 있었다. 모스크바를 출발해서 극동이라고 불리는 블로디보스톡까지 가는 열차였다. 흔히 말하는 '시베리아 횡단열차(Trans SIberian)'이었다.
모스크바의 따사롭던 햇살은 잿빛 구름뒤에 가려지고,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열차에 오르려는 사람들과 검표원. 그리고 멀리 가족과 친구를 떠나보내는 사람들이 열차 플랫폼에 뒤엉켜 있었다.
- 기차에 오르기 위해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나는 열차에 올라, 기차가 출발하기를 기다렸다. 내가 그토록 원하던 것을 드디어 해냈다는 것이 실감나지 않았다.
여행을 좋아했던 나는, 어릴 때 부터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여행하는 것을 꿈꿨다. 우리나라가 분단이 되지 않았더라면, '서울에서부터 유럽까지 기차를 타고 갈 수 있었을 텐데'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기차여행은 느리지만 그만큼 매력이 있는 것이었기에, 나는 기차 타는 것을 좋아했고, 자연스럽게 나의 로망 중 하나가 바로 유라시아 대륙을 가로지르는 '트랜스 시베리안'을 타는 것이었다.
- 나는 16번 객차에 올랐다. 열차의 끝은 보이지 않는다.
3. 열차에서의 하루는 23시간.
기차는 동쪽으로 달렸다. 나는 이르쿠츠크에서 내려야 했다. 모스크바에서 이르쿠츠크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85시간, 4박 5일이었다.
모스크바와 이르쿠츠크는 5시간의 시차가 났다. 하룻밤 잠을 자고 나면 어느 새 한 시간이 줄어들어 있었다. 손목 시계의 시간을 한 시간씩 앞으로 당겨야 했다. 그랬다. 동쪽으로 가는 기차에서의 하루는 23시간이었다. 기차가 달리는 동안 시간의 경계선을 하나씩 하나씩 넘었던 것이었다.
4. 기차는 삶이다.
모스크바에서 이르쿠츠크까지 기차에서의 4박 5일. 블라디보스톡까지 갔다면 일주일이 넘는 시간을 열차에서 보냈을 것이다. 여행자들이 많이 탄다는 '쿠페(4인 1실)'가 아닌 러시아 현지인들이 많이 타는 6인 1실의 '플라츠카르타(쁠라쯔카르따)'를 탔다.
큰 역에 기차가 정차할 때면, 사람들은 기차 밖으로 나와 바람을 쐬고 먹을 것을 사곤 했다. 객실 테이블 위에는 항상 음식과 함께 술이 놓여 있었다.
- 기차가 오랫동안 정차하는 규모가 비교적 큰 역이 있다.
기차안에 있던 사람들이 몰려 나와 햇살을 즐기거나 먹을 것을 산다.
어젯밤 함께 술을 마시고, 이야기를 하던 같은 칸의 사람이 그 다음날 기차에서 내리면 또 다른 사람이 그 자리에 올라 함께하는 식이었다. 사람이 자주 바뀌는 침대가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침대도 있었다. 그 사람들은 며칠간 나와 함께 같은 객실에서 시베리아 평원을 바라보았다.
5. 차창 밖 풍경은 변화가 없었다.
기대를 한 것도, 기대를 하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달리면서 차창 밖으로 펼쳐져 있는 새하얀 대지를 바라보는 것을 꿈꿨지만, 나는 시베리아에 봄이 한창일 때 기차를 탔기 때문에 '녹색 평원'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 창 밖 풍경은 변함 없다.
모스크바를 떠난 뒤, 보았던 평원은 둘째 날에도 똑같이 펼쳐져 있었다. 여행의 피로 때문에 지쳐있던 나는 잠을 많이 잤다. 자다가 눈을 뜨고 창 밖을 바라보면 어제 봤던 평원이 펼쳐져 있었다. 또다시 눈을 감았다가 몇 시간 뒤 눈을 뜨면 아까전에 봤던 녹색 평원이 펼쳐져 있었다. 똑같은 풍경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그것이 유라시아 대륙, 시베리아 횡단열차가 달리는 곳의 풍경이었다.
6. 도착.
이르쿠츠크 역에 도착해서 기차에서 내렸을 때, 5일이 지나있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4박 5일 간, 기차에서 있었던일들이 꿈만 같았다. 또 다시 기차에 오르고 싶었다. 아쉬움이 감돌았다.
이로써, 나의 '시베리아 횡단열차(Trans Siberian/Siberia train)'에 대한 로망은 막을 내렸다.
바이칼 호수에 들렀다가, 트랜스 몽골리안(Trans Mongolian)열차를 타고 몽고로 갈 계획이었다.
이르쿠츠크는 완연한 봄이었다. '시베리아의 파리'라고 불리는 곳에는 봄이 먼저 와 있었다.
- 바이칼 호수가 있는 그곳! 이르쿠츠크 역에 내리다.
- 사람들이 기차역 플랫폼에 있는 노점에서 필요한 물건들을 사고 있다.
- 열차가 남동쪽으로 달리다 보니, 기온도 조금씩 올라갔다.
- 내가 탄 객실의 테이블. 먹을 것들이 펼쳐져 있다.
- 밤에 정차한, Novosibirsk 역
- 시베리아 횡단열차 티켓.
모스크바 - 이르쿠츠크
반응형'- 길을 걷다, 세계여행 > 세계일주, 나의 발자취'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태국, 방콕 : 내가 카오산으로 간 이유. (0) 2014.08.25 러시아, 이르쿠츠크와 바이칼 호수 : 아담함과 거대함 (2) 2014.07.05 러시아, 모스크바 : 모스크바의 오후. (8) 2014.07.01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 러시아의 처음 혹은 끝일 수도 있는 곳. (4) 2014.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