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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몽골, 루마니아 외 - 슬픈 눈빛, 때묻은 손을 나에게- 길을 걷다, 세계여행/여행, 그리고 에피소드 2014. 1. 27. 02:06반응형
1. 구걸, 구걸하는 사람들.
길을 걷다보면 마주치게 되는 사람들이 있다.[지하철을 타도 자주 마주칠 수 있다] 여행을 하다보면, 더 자주 마주치게 되는 사람이 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은 당신에게 다가와 손을 내민다. 그리고, 애절한 눈빛을 함께 당신의 시선 속에 던진다. 그리고 간혹 이런말을 함께 당신의 주변에 맴돌게 하기도 한다. One Dollar.
그 사람들이, 그 아이들이. 구걸을 하는 것이 잘못된 것일까? 아니면 그가 그렇게 구걸을 하게 만든[특히, 외국인을 상대로 구걸을 하는] 사회 제도, 구조가 잘못된 것일까? 결론을 쉽게 내릴 수 없을 것 같다[아마도 이 문제는 생각하는 사람에 따라서 다른 결론에 도달할 것이다].
여행을 하는 사람들 중 많은 사람들이, 그들[구걸을 하는 아이들, 사람들]에게 돈을 쥐어준다. 그들이 외치는 원 달러. 원 달러를 외치는 이들에게 있어서 원 달러의 가치는 비교적 크다. 하지만 그에 반해, 원 달러를 건내주는 사람에게 있어서 원 달러의 가치는 너무나도 작은 것이 일반적이다[자기 나라(본국)의 화폐 가치에 비교 했을 때]. 그러기에, 그들은 쉽게 원 달러를, 원 달러를 외치는 이들이게 건네준다.
혹자는 '그들'의 행동이 잘못되었고, 그런 행동을 되풀이 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혹자는 '그들'의 행동은 사회적 약자의 행복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에 그들에게 손을 내미는 사람들을 조금이나마 도와 줄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여기서 누구의 말이 옳고, 그르다고 말할수는 없다. 그것은 각자가 가진 가치관의 문제이다. 그리고 그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선의 문제이고, 그 동안 그들 자신이 쌓아온 경험의 문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그들에게 손을 내미는 '그들'은 최소한 사회적 강자는 아니라는 것이다.
2. 작은 바구니를 품에 품고,
지하철 차량을 연결하는 통로의 문이 열리고, 잡음섞인 음악 소리가 작은 기계를 통해서 열차 안에 울려퍼진다. 누군가는 얼굴을 찌푸리고, 누군가는 귀에 이어폰을 꽂은 채로 그 사람이 지나가는 것을 바라보고 있다. 지하철 차량 속의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 손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거나, 그 사람이 지나가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그러다가 간혹, 어떤 사람들은 그들의 한 손에 들려있는 바구니에 지폐 한장 혹은 동전 몇 개를 집어 넣는다. 그렇게 음악을 짊어진 사람은 유유히 다른 열차칸으로 사라져간다. 잡은 섞인 음악의 파편만을 열차칸에 남겨 놓은채.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뉴스에서는 장마라고 떠들어대고, 비 피해를 조심해야 한다고 했지만 많은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우슨을 펼쳐들고 거리를 돌아다녔고, 그들이 지하보도로 들어섰을 때 하늘로 향하던 우산을 땅을 향했고, 하늘에서 우산위로 떨어지던 물방울은 우산에서 땅으로 떨어졌다. 물방울은 바닥을 적셨고, 이내 작은 바구니를 앞에 두고, 바구니를 향해 엎드려 있던 사람의 무릎을 적시는 듯 했다.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역사를 빠져나오는 길의 풍경은 이랬다. 바삐 걸어가는 사람들의 시선은 그들의 뒷통수만 살짝 스쳐 지나갈 뿐, 그들의 바구니를 무겁게 채워주지는 못했다.
3. 기차는 국경을 넘어,
테살로니키를 오후에 떠난 기차는 북쪽을 향해 가고 있었다. 그리스 북부지방을 지나, 마케도니아 국경을 지나려 하고 있었다. 국경을 지나기 위해 정차한 기차에는 국경 기차역의 고요함이 스며들고 있었다[기차를 타고 국경을 지나본 사람이라면 알 법한 느낌]. 새 소리가 울려퍼지던 그 때, 내가 타고 있던 칸의 문이 열렸다. 그리고, 꾀죄죄한 얼굴의 한 여자가[30대 중반정도의 얼굴]가 나를 슬픈 눈빛으로 바라보더니 알아 들을 수 없는 말로 나에게 말을 걸어 왔다. 나에게 조금 다가오면, 손을 내 밀었다. 그녀의 뒤에는 작은 꼬마가 그녀의 옷깃을 잡고 있었고, 나의 시선은 꼬마에게 잠시 머물렀다가 그녀의 손을 향했다. 그녀의 손에는 유로화 동전이 수북히 쌓여 있었다.
그녀가 했던 말을 생각 해 보았다. 나에게 동전을 달란 말이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케도니아를 지나 세르비아의 베오그라드로 가는 기차에서 유로화 동전은 쓸모 없는 것이었다. 마케도니아에서도 세르비아에서도 유로화는 사용될 수 없는 돈. 골동품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그녀의 손에 쌓인 동전을 보며, 나는 나보다 돈이 더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을 잠시 했을 뿐, 그녀를 향해 고개를 저을 수 밖에 없었다.
4. 집시, 집시 아이들.
시비우(Sibiu)를 지나 머무르던 작은 마을 시기쇼아라(Sighisoara). 그는 기차역에서 그가 타고 갈 기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역 앞의 작은 상점에서 아이스크림을 사서 역 쪽으로 다가가자 주변에 있던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 들었다. 그는 어제, 그 동네의 빌라옆 쓰레기통을 뒤지던 한 무리의 아이들이 생각났다. 그리고 아이들은 말을 걸어 왔다. 그러면서 그의 한 손에 들고 있던 아이스크림을 가리켰다. 이미 그가 반 이상을 먹은 소프트 콘이었다. 그의 침과 아이스크림의 녹은 부분이 범벅이 되어 있었지만, 아이들은 아랑곳 하지 않고 아이스크림을 받아 먹었다.
그는 가방에서 자일리톨을 꺼내 아이들에게 하나씩 나눠 주었다. 아이들은 기뻐하며 껌을 받아갔다. 이윽고, 멀리서 기차 소리가 나더니, 서서히 멈춰섰다.
기차 안은 한산했다. 시골 작은 도시를 출발한 기차는 비교적 큰 도시이자, 많은 기차들이 지나는 브라쇼브(Brasov)로 향했다. 그는 음악을 듣고 있었고, 그의 옆 건너편 칸엔 루마니아 전통의상을 입은 것 같은 여인과 아들, 그리고 남편처럼 보이는 남자가 타고 있었다. 그 여인이 갑자기 그에게 말을 걸어 왔다. 그는 알아 들을 수 없었지만, 그 여인이 사진 찍히기를 원한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그는 그들의 사진을 찍어 주었다. 그러자 그 여인이 그에게 뭐라고 말했다. 그는 정확히 그 뜻을 알 수 없었지만, 그녀의 행동으로 보아 돈을 달라고 하는 것 같았다. 그는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지만, 사진에 대한 답례로, 유로화 지폐를 한 장 건네 주었다.
5. 몽골, 초원에는 웃음이 울려 퍼지지만,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 백화점 앞에는 관광객들이 여러가지 물건을 사기위해서 몰려든다. 그리고, 그들에게 다가가는 다른 이들이 있었다. 너덜너덜한 옷가지를 입고, 얼굴엔 콧물 흐른 자국이 있는 아이들. 그 아이들은 나에게, 나와 같이 있던 일행에게, 손을 내밀었다. 나는 그 아이들의 모습이 불쌍했지만, 그렇게 관광객들에게 구걸을 하는 아이들이 밉기도 했다. 나와 함께 있던 일행 중 한 명이 그 아이들에게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내주려 하고 있었다. 나는 그의 행동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사탕'이었다. 그는 아이들에게 사탕을 나누어 주고 있었다.
인도에서, 내 또래의 일본인과 잠시 동행을 한 적이 있었다. 그는 나와 함께 버스를 타고, 조드푸르로 향하는 길이었다. 조드푸르에 도착했을 때, 숙소로 올라가는 길, 언덕 중턱에서 놀고 있던 아이들 한 무리를 만났다. 그 아이들은 우리 둘을 쳐다보았고, 우리도 그 아이들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갑자기, 그 일본인은 보조가방을 주섬주섬 열기 시작하더니, 그 안에서 사탕을 꺼내서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나는 항상 사탕을 준비해서 다녀요. 이렇게 아이들을 만날 때 마다 사탕을 나눠주면 굉장히 좋아하더라고요."라고 덧붙이며 그는 웃어보였다.
왜 그 때가 생각난걸까? 몇 달도 더 전에 여행했던, 인도였다. 인도부터 유럽까지. 그리고 또 다시 유럽에서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몽골까지 온 나였다. 여기에서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하고 있었다.
구걸하는 아이들과 그 아이들에게 사탕을 나눠주는 모습. 인도에서 그냥 뛰어놀던 동네 아이들에게 사탕을 나눠주던 모습과는 조금은 다른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어쨌거나, 구걸해서 돈을 얻어가는 아이들이 못마땅했다. 그들은, 충분히 다른 일을 배울 수 있었음에도, 구걸을 배웠을 것이라고 생각을 했기 때문에..
6. 어느 식당, 셋 만의 이야기.
몽골의 한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세 명의 한국인은 해가 대륙 저편으로 넘어가고, 어둠이 몽골을 덥쳤을 때 저녁을 먹기위해 시내 레스토랑으로 갔다. 광장을 지나서, 조금 더 떨어진 곳. 거리는 어두웠다. 식당안은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지만, 밖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칠흑같은 어둠만이 그 식당을 감싸고 있었다. 그는 창밖을 바라보면서 이 세상에는 그 식당과 그 안에 있는 사람만이 존재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중이었다.
낮에 있었던, 구걸하는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가 화제거리로 떠올랐다. 구걸하는 아이들에게 돈을 주지 말아야 한다는 사람과 그들을 도와 주어야 한다는 또 한 사람. 왜 구걸을 하는 것일까? 라는 질문과 함께 서로의 견해가 테이블 위에 쏟아졌다.
그 아이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더이상 없기에, 구걸이라는 수단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는 말을 하던 한 사람. 사회가 그들을 그렇게 만들어 버린 거라는 그녀의 말. 그리고 여러가지 이유를 설명하는 그녀의 말은 어느정도 일리가 있었다. 하지만 그것과는 다른 견해를 피력하던 그는, 그것은 자신의 의지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 아이들, 그리고 아니가 조금 더 있는 아이들. 그들이 과연 구걸밖에 할 수 없었을까? 그 아이들이 다른 것을 하고자 했다면, 그의 부모나 다른 나이많은 형제가 다른 일을 할 수 있도록 뭔가를 해 주었다면 그들은 구걸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다른 일을 힘들게 배우고, 하는 것 보다 구걸을 하는게 더 쉽고 편하게 돈을 구할 수 있는 일이라는걸 알기 때문에 그들은 구걸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덧붙였다. "내가 예전에, 돈이 없어서 그리스에서 구걸을 한 적이 있었는데, 구걸을 하다보면 욕심이 생기고, 구걸이라는 것이 돈을 정말 쉽게 모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는 걸 알게돼."(http://dwis.tistory.com/563 참조)
7. 단상(短想)
지하철에서 장님인 척, 구걸을 하는 사람이 지하철을 내리고 역사를 빠져나가면, 고급 승용차를 타고 유유히 사라진다는 말[풍문인지 진실인지는 알 도리가 없지만]을 들은 적이 있다. 구걸로 상당한 수입을 올린다는 말이다. 지하철역이나 길거리에 하루종일 업드려 있는 사람들의 바구니에 얼마 만큼의 돈이 들어가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난 항상 이런 생각을 해본다. 저들은 정말 무언가 다른 일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일까?
물론, 구걸도 구걸을 하는 사람의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특히, 경제적으로 발전이 덜되어 사회 전체가 풍족하지 못한 곳에서 태어나고 자라는 아이들 중, 극빈층에 속하게 되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구걸밖에 없을 수도 있는 것이고, 구걸이 편하고 좋아하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구걸에 대해서, 누가 옳고, 누가 그릇됐다고 가타부타 할 수 없는 것 같다.는 생각.
-해가 저무는 시기쇼아라
- 시기쇼아라 역의 아이들,
- 시기쇼아라의 아이들
-기차 안,
- 불가리아, 집시 가족
- 울란바토르 메인광장
-사원 주변 풍경
- 전통과 현대의 공존
- 어둠이 스미는 광장
-울란바토르 역
- 테를지 국립공원. 이곳엔 아직도 노마드가 있다. 아무 걱정 없이 사는 것 같아 보이던, 말을 타고 달리던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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