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응형
1.물[水, Water], 그것은 생명.
인간은 물이 없으면 살 수 없다. 이 사실은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우리는 항상 물을 갈망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지 못한다. 우리는 물과 떨어질 수 없기 때문에 항상 곁에 두고 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물을 갈망하고, 물을 통해 갈증을 해소하면서도 물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두지 않는다.
'관심'이란, 서울에 여행 온 프랑스 사람이 서울이라는 도시의 일부를 바라보며, 여러 사물들의 움직임과 위치가 나타내는 의미를 찾아내려고 노력하는데 필요한 '관심'같은 것을 말한다. 우리는 프랑스인과 달리, [서울에 사는 사람들을 예로 들자면]서울의 일상적인 풍경에 아무런 의미를 두지 않으며, 주변의 변화조차 잘 알아차리지 못하는 그런 상태에 머물고 있을 뿐이다.물에 대한 '관심'은 물이 가지는 의미, 존재의 가치에 대한 이야기이다.
화성 탐사선이 화성에서 물의 흔적에 대한 정보를 지구로 보내면, 그것을 받아본 지구인들은 흥분 상태로 돌입한다. 화성에 생명체가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기대감. 먼 미래에는 지구인이 화성에서도 살 수 있지않을까,라는 생각.
물은, 그 흔적 만으로도 생명이 될 수 있다.
메마른 땅에 빗방울이 스치고 지나가기만 해도, 초록색 풀들이 대지를 뒤덮는다. 메말랐던 땅이 생명의 땅으로 변모한다. 사막 한가운데 있는 물 웅덩이-오아시스- 주변은 생명의 요람이다. '물'은 생명이자 그것의 탄생이라고 할 수 있다.
2.물, 그것은 삶(Life).
어린 시절의 여름, 친구들과 함께 흐르는 물 속으로 송사리들이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개천에 자주 놀러가곤 했다. 개천에서 실컷 헤엄치고 물고기도 잡으며 한참을 놀다가, 물에 흠뻑 젖은 채로 집을 향해 걷는 것이 일상의 모습이었다. 지금은 TV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그런 광경들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여름이면, 개천으로 강으로 달려갔다.
지금도 여름이면, 사람들은 너도나도 물가로 달려간다. 드넓은 바다로, 산 속의 계곡으로, 강변의 수영장으로. 누군가는 물 속에서 살고싶다고도 말한다. 물은, 우리의 갈증을 해소시켜 준다. 더위에 지친, 우리의 몸이 느끼는 갈증을 해소시켜 주고, 우리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바다에서의 즐거움, 계곡에서의 즐거움, 강변 수영장에서의 즐거움. 우리는 물과 함께 하고 있기 때문에 오감(五感)이 즐겁다.
겨울, 눈이 내린다. 눈덮힌 자동차들, 눈 덮힌 집들. 집 앞, 온 동네, 온 도시, 온 세상이 눈에 덮힌다. 하루 아침에 온 세상의 풍경이 새하얗게 바뀐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우리는 눈덮힌 세상을 바라보며, 첫사랑을 생각할 수도 있고, 저 멀리 떨어져 있을 누군가를 생각할 수도 있다[누군가는 치워야할 쌓인 눈을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지금은 낭만을 즐기자]. 작은 물방울들이 응고된 결정체가 세상을을 바꿔 놓는다. 매서운 바람이, 잿빛 하늘아래 음울하던 풍경들은 어느새 사라지고, 새하얗게 바뀌어 있는 것이다.
눈[雪]은 물[水]이고, 물은 우리의 삶의 풍경을 바꿔놓는다.
3.갠지스(Ganges), 그곳으로 가는 이유,
유라시아 대륙의 지붕, 티베트 고원. 그곳에서 남쪽, 인도양을 향해 가다보면 거대한 국가, 인도(India)가 있다. '인도'라는 단어를 보았을 때,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인도'라는 거대한 나라
를 하나의 이미지 속에 구겨넣을 수는 없지만, 우리는 기억의 편의를 위해 '인도'라는 국가를 어떤 하나의 이미지로 만들어 머릿속에 넣어 둘 수 있다.
우리가 '인도'라는 말을 들었을 때 떠오르는 것,
누군가는 타지마할(Tajmahal)을 말할 수 있고, 누군가는 흙먼지 날리는 혼잡한 거리와 릭샤에 대해서 말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드넓은 갠지스 강에 몸을 담그는 사람들에 대해서 이야기 할 수도 있다. '인도'라는 나라를 이것들만으로 표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지만, 이것들은 모두 '인도의 이미지'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어야 할 사실이 하나 있다. 지금의 인도 거리가 흙먼지 날리는 혼잡한 풍경을 갖추기 이전에, 17세기 무굴 제국의 황제 샤 자한이 '타지마할'을 만들라고 명령하기 훨씬전에, 히말라야 산맥이 있었고, 히말라야 산맥의 빙하에서 물이 흘러 나왔고, 흘러나온 물은 큰 강을 이루었다. 그 강이 바로 '갠지스 강'이다. 인도의 이미지, 그 모든 것이 있기 이전부터 갠지스는 인도를 흘렀다.
인도에 여행을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장거리 열차를 타고 '바라나시[Varanasi, Banaras라고 표기하는 사람도 있다]'로 향한다. 보통, 이틀 이상씩 흙먼지를 만들며 달리는 열차에 몸을 싣고, 침대칸에서 누웠다 앉았다를 반복하며, 하염없이 창밖을 보다 말았다를 반복하면서 바라나시로 향한다.
바라나시의 혼잡한 거리.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가져간 책을 다 읽어도 기차는 여전히 달리고 있다. 같은 칸에 타고 있던 사람과 나눌 이야깃거리가 더 이상 없다고 느껴질 때 쯤이면, 바라나시 역에 도착한다. 바라나시 역 안팎에 머물고 있는 수 많은 인파들을 헤치고 나오면 우리는 그제서야 바라나시의 모습과 대면하게 된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바라나시'까지 가는 걸까, 왜 바라나시는 여행자들을 자신의 품 안으로 끌어들이는 걸까, 어떤 매력이 있기에 여행자들은 그곳으로 가는 걸까.
바라나시에는 강이 있다. '갠지스 강'이 있다. 물론, 그 강이 바라나시에만 흐르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바라나시'로 간다. 그곳에서 '갠지스 강'을 보기를 원한다. 그곳에 흐르는 강은 '그냥' 갠지스 강이 아니다. 신비의 강, 갠지스이다. 수 많은 가트(Ghat)들이 강변에 있고, 사람들은 그곳을 찾는다. 죽은 사람도 강을 찾고, 산 사람도 강을 찾는다. 여행객들도 강을 찾고, 현지인들도 강을 찾는다. 모든 일은 가트에서 일어나지만, 사람들은 '강'때문이라고 말한다.
4.과거의 죽음, 현재의 삶, 미래의 생명 - 갠지스 강의 모든 것
갠지스 강가를 거닐다 보면[엄밀히 말하면, 수 많은 가트들을 거닐다 보면], 우리는 그곳에서 많은 것을 목격할 수 있다. 어제를 살았지만 지금은 죽은 사람의 모습, 오늘을 살기위해 자신을 정화하는 사람
햇볕을 쬐고 있는 빨래들, 갠지스 강가.
들의 모습, 미래의 생명을 위한 의식을 행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이것은 '과거의 죽음, 현재의 삶, 미래의 생명'이라는 갠지즈 강이 담고 있는 모든 것이다.
물[水]은 생명을 의미할 수도 있지만, 소멸을 의미할 수도 있다. 그리고 맥락에 따라서는 대상에 대한 사랑의 방증이 될 수 있다.
바라나시의 사람들에게 있어서, 갠지스 강은 삶이다. 이른 아침,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해가 뜰 무렵, 갠지스 강가는 사람들로 붐빈다. 강물에 몸을 담그고 하루를 시작하려는 사람들로 북적댄다. 그들에게 강물은 하루를 건강하게 열 수 있게 하는 신성함이 깃든 물이다. 그 강물매우 더럽기 때문에 강물에 들어가는 것은 몸에 해로울 수 있다고 누군가가 말하더라도 그것은 그들에게 중요한 사실이 아니다.
그 강물에 몸을 담그며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에게는, 갠지스 강이 그들의 삶과 함께 하는 강이라는 사실이 중요한 것이다. 갠지스 강의 물은 신성함이 깃든 물이기 때문에 그곳에서 하루를 시작하는 것은 자신의 몸을 깨끗이 정화시키고 벅찬 하루를 시작할 수 있게 도와주는 신성한 물인 것이다. 그것이 그들에게는 중요한 것이다.
갠지스 강의 가트에 앉아 강물을 바라보다 보면, 주변의 화장장에서부터 떠내려가는 많은 부유물들이 눈에 보인다. 어제를 살았지만 오늘은 눈을 감고, 심장을 정지시키고 있는 수 많은 사람들이 강 옆에서 화장되고, 고요히 흐르는 강물에 실려간다.강물은 어제를 살던 사람의 흔적을 소멸시켜 준다.
갠지스 화장장.
갠지스 강에서 화장되어 강물에 휩쓸리는 것은 인생의 모든 것을 강물의 신성함에 맡기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곳에는 과거의 죽음이 있다.
어제를 살다간 사람들의 흔적이 강물에 있다.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강물에 담겨 있다. 그리고, 갠지스 강에는 어제를 살다간 사람들이 새로운 생명으로 탄생하길 원하는 소망이 담겨 있고,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제보다 더 벅찬 삶을 살 수 있기를 희망하는 희망찬 미래에 대한 기대가 있는 곳이다.
갠지스 강에, 이 모든 걸 느끼기 위해서 사람들은 강가로 모인다.
5.갠지스 강, 그것은 믿음의 차이.
나는, 바라나시에 도착하고나서부터 며칠 째 두통에 시달리고 있었다. 어느날 아침, 막 해가 뜨려는 순간 강물에 들어가서 수영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수건 한 장만을 챙겨들고 가트로 나갔다. 해가 뜨려는 순간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멱을 감고 있었고, 또 다른 많은 사람들[대부분은 관광객이었으리라]은 조각배를 타고 강 위를 유유히 떠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일부 사람들[그들도 역시 대부분 관광객이었다]은 아침 일찍부터 가트와 가트 사이를 돌아다니며 강가 산책을 하고 있었다.
갠지스 강에서 아침을.
두려움 반, 호기심 반이었다. 발을 물에 담그자 따뜻한 기운이 발 끝에서 부터 온 몸을 타고 올라왔다. 오른발, 왼발. 그리고 돌 계단을 한 계단, 두 계단 내려가자 내 몸이 서서히 강물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주변에는 많은 인도 사람들이 물장구를 치고 있었다. 나는 그들의 시선을 받으며 강물 속으로 서서히 들어갔다. 미끈한 점액 같은 것들이 발가락 사이로 파고 들었지만, 나는 멈추지 않았다. 미끈한 점액들이 내 발가락을 감쌌고, 엉덩이가 물에 잠겼고, 배꼽이 물에 잠겼고, 가슴이 물에 잠겼고, 목까지 물이 찾다. 나는 거기에서 멈춰서 주위를 둘러 보았다. 나와 함께 물 속에 있던 인도 사람들이 와,하고 웃어보였다. 나는 눈을 감고 물 속에 머리 끝까지 집어 넣었다. 물 흐르는 소리가 들렸다. 몇 초나 지났을까. 나는 다시 머리를 꺼내고, 푸하,하고 숨을 내 뱉았다. 상쾌했다. 가트 위에서 나를 구경하던 외국인들도 나를
갠지스 강물 안에서, 인도를 느끼다.
신기한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나와 함께 물 속에 있던 인도 사람들이 나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웠고, 나도 그들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지켜 세웠다. 기분이 좋았다. 정말, 신성한 물이기 때문일까? 해가 서서히 떠오르는 바라나시의 아침이었다. 갠지스 강 물속에서 맞이하는 바라나시의 아침은 상쾌했고, 기분 좋았다.
인도, 바라나시의 사람들이 매일 갠지스 강물에 몸을 담그며 하루를 시작하는 이유가, 강물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상쾌함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봤다.
태양은 서서히 강 위로 떠올라, 도시를 주황빛 색체를 조금씩 걷어내고 있었다. 거짓말같이 나의 두통은 완전히 사라졌다. 그리고 그날 이후로 두통은 나에게 찾아오지 않았고, 또렷한 정신만이 내 머릿속에 자리잡고 있었다.
훗날, 여행을 하며 만난 이에게 이날의 경험을 말하자,
"에이 설마, 그냥 기분탓이었겠지. 근데 몸에 두드러기 난 건 없어?" 라고 그녀가 말했다.
갠지스 강물의 대장균 수는 보통 강물보다 수 천, 수 백만 배 많다고 한다. 그리고 수 많은 책자에서, 그리고 몇몇 사람들은 '절대로' 강물에 들어가지 말라고 경고를 하고 있었다.
수 백, 수 천 명의 사람들이 물 속에 들어가서 수영을 하고, 몸을 씻는 갠지스 강. 누구는 신성한 물이라고 하고, 누군가는 더러운 물, 위험한 물이라고 하고 있었다. 저 뒤쪽에서는 시체가 떠내려가고, 소들이 수영을 하고, 이쪽에서는 사람들이 빨래를 하고, 몸을 씼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은, 물[水]에 대한 믿음의 차이.
바라나시 역, 신비함이 묻어난다.
-
멱을 감는 사람들, 바라나시.
-
조각배를 타고, 갠지스를 거닐다.
-
갠지스 강가.
-
GANGA, 갠지스 강은 '강가'라고도 불린다.
-
아침의 갠지스.
-
반응형'- 길을 걷다, 세계여행 > 여행, 그리고 에피소드' 카테고리의 다른 글
Ep] 인도, 암리차르 - 황금사원, 템플스테이 그리고 친구들(Amritsar, Golden Temple) (14) 2013.10.09 Ep] 인도, 아그라 - 타지마할, 우리는 왜 그곳에 머무르지 않는가?(India, Agra). (4) 2013.09.17 Ep] 발트3국(빌뉴스,리가,탈린) - 비와 낭만, 비오는 발틱(발트3국) 거리를 걷다 (8) 2013.09.01 Ep] 쿠바, 하바나 - 엽서, 상실된 엽서가 주는 의미(Havana, Cuba) (8) 2013.0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