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을 걷다, 세계여행/여행, 그리고 에피소드 · 2014. 1. 27. 02:06
1. 구걸, 구걸하는 사람들.
길을 걷다보면 마주치게 되는 사람들이 있다.[지하철을 타도 자주 마주칠 수 있다] 여행을 하다보면, 더 자주 마주치게 되는 사람이 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은 당신에게 다가와 손을 내민다. 그리고, 애절한 눈빛을 함께 당신의 시선 속에 던진다. 그리고 간혹 이런말을 함께 당신의 주변에 맴돌게 하기도 한다. One Dollar.
그 사람들이, 그 아이들이. 구걸을 하는 것이 잘못된 것일까? 아니면 그가 그렇게 구걸을 하게 만든[특히, 외국인을 상대로 구걸을 하는] 사회 제도, 구조가 잘못된 것일까? 결론을 쉽게 내릴 수 없을 것 같다[아마도 이 문제는 생각하는 사람에 따라서 다른 결론에 도달할 것이다].
여행을 하는 사람들 중 많은 사람들이, 그들[구걸을 하는 아이들, 사람들]에게 돈을 쥐어준다. 그들이 외치는 원 달러. 원 달러를 외치는 이들에게 있어서 원 달러의 가치는 비교적 크다. 하지만 그에 반해, 원 달러를 건내주는 사람에게 있어서 원 달러의 가치는 너무나도 작은 것이 일반적이다[자기 나라(본국)의 화폐 가치에 비교 했을 때]. 그러기에, 그들은 쉽게 원 달러를, 원 달러를 외치는 이들이게 건네준다.
혹자는 '그들'의 행동이 잘못되었고, 그런 행동을 되풀이 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혹자는 '그들'의 행동은 사회적 약자의 행복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에 그들에게 손을 내미는 사람들을 조금이나마 도와 줄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여기서 누구의 말이 옳고, 그르다고 말할수는 없다. 그것은 각자가 가진 가치관의 문제이다. 그리고 그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선의 문제이고, 그 동안 그들 자신이 쌓아온 경험의 문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그들에게 손을 내미는 '그들'은 최소한 사회적 강자는 아니라는 것이다.
2. 작은 바구니를 품에 품고,
지하철 차량을 연결하는 통로의 문이 열리고, 잡음섞인 음악 소리가 작은 기계를 통해서 열차 안에 울려퍼진다. 누군가는 얼굴을 찌푸리고, 누군가는 귀에 이어폰을 꽂은 채로 그 사람이 지나가는 것을 바라보고 있다. 지하철 차량 속의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 손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거나, 그 사람이 지나가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그러다가 간혹, 어떤 사람들은 그들의 한 손에 들려있는 바구니에 지폐 한장 혹은 동전 몇 개를 집어 넣는다. 그렇게 음악을 짊어진 사람은 유유히 다른 열차칸으로 사라져간다. 잡은 섞인 음악의 파편만을 열차칸에 남겨 놓은채.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뉴스에서는 장마라고 떠들어대고, 비 피해를 조심해야 한다고 했지만 많은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우슨을 펼쳐들고 거리를 돌아다녔고, 그들이 지하보도로 들어섰을 때 하늘로 향하던 우산을 땅을 향했고, 하늘에서 우산위로 떨어지던 물방울은 우산에서 땅으로 떨어졌다. 물방울은 바닥을 적셨고, 이내 작은 바구니를 앞에 두고, 바구니를 향해 엎드려 있던 사람의 무릎을 적시는 듯 했다.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역사를 빠져나오는 길의 풍경은 이랬다. 바삐 걸어가는 사람들의 시선은 그들의 뒷통수만 살짝 스쳐 지나갈 뿐, 그들의 바구니를 무겁게 채워주지는 못했다.
3. 기차는 국경을 넘어,
테살로니키를 오후에 떠난 기차는 북쪽을 향해 가고 있었다. 그리스 북부지방을 지나, 마케도니아 국경을 지나려 하고 있었다. 국경을 지나기 위해 정차한 기차에는 국경 기차역의 고요함이 스며들고 있었다[기차를 타고 국경을 지나본 사람이라면 알 법한 느낌]. 새 소리가 울려퍼지던 그 때, 내가 타고 있던 칸의 문이 열렸다. 그리고, 꾀죄죄한 얼굴의 한 여자가[30대 중반정도의 얼굴]가 나를 슬픈 눈빛으로 바라보더니 알아 들을 수 없는 말로 나에게 말을 걸어 왔다. 나에게 조금 다가오면, 손을 내 밀었다. 그녀의 뒤에는 작은 꼬마가 그녀의 옷깃을 잡고 있었고, 나의 시선은 꼬마에게 잠시 머물렀다가 그녀의 손을 향했다. 그녀의 손에는 유로화 동전이 수북히 쌓여 있었다.
그녀가 했던 말을 생각 해 보았다. 나에게 동전을 달란 말이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케도니아를 지나 세르비아의 베오그라드로 가는 기차에서 유로화 동전은 쓸모 없는 것이었다. 마케도니아에서도 세르비아에서도 유로화는 사용될 수 없는 돈. 골동품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그녀의 손에 쌓인 동전을 보며, 나는 나보다 돈이 더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을 잠시 했을 뿐, 그녀를 향해 고개를 저을 수 밖에 없었다.
4. 집시, 집시 아이들.
시비우(Sibiu)를 지나 머무르던 작은 마을 시기쇼아라(Sighisoara). 그는 기차역에서 그가 타고 갈 기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역 앞의 작은 상점에서 아이스크림을 사서 역 쪽으로 다가가자 주변에 있던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 들었다. 그는 어제, 그 동네의 빌라옆 쓰레기통을 뒤지던 한 무리의 아이들이 생각났다. 그리고 아이들은 말을 걸어 왔다. 그러면서 그의 한 손에 들고 있던 아이스크림을 가리켰다. 이미 그가 반 이상을 먹은 소프트 콘이었다. 그의 침과 아이스크림의 녹은 부분이 범벅이 되어 있었지만, 아이들은 아랑곳 하지 않고 아이스크림을 받아 먹었다.
그는 가방에서 자일리톨을 꺼내 아이들에게 하나씩 나눠 주었다. 아이들은 기뻐하며 껌을 받아갔다. 이윽고, 멀리서 기차 소리가 나더니, 서서히 멈춰섰다.
기차 안은 한산했다. 시골 작은 도시를 출발한 기차는 비교적 큰 도시이자, 많은 기차들이 지나는 브라쇼브(Brasov)로 향했다. 그는 음악을 듣고 있었고, 그의 옆 건너편 칸엔 루마니아 전통의상을 입은 것 같은 여인과 아들, 그리고 남편처럼 보이는 남자가 타고 있었다. 그 여인이 갑자기 그에게 말을 걸어 왔다. 그는 알아 들을 수 없었지만, 그 여인이 사진 찍히기를 원한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그는 그들의 사진을 찍어 주었다. 그러자 그 여인이 그에게 뭐라고 말했다. 그는 정확히 그 뜻을 알 수 없었지만, 그녀의 행동으로 보아 돈을 달라고 하는 것 같았다. 그는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지만, 사진에 대한 답례로, 유로화 지폐를 한 장 건네 주었다.
5. 몽골, 초원에는 웃음이 울려 퍼지지만,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 백화점 앞에는 관광객들이 여러가지 물건을 사기위해서 몰려든다. 그리고, 그들에게 다가가는 다른 이들이 있었다. 너덜너덜한 옷가지를 입고, 얼굴엔 콧물 흐른 자국이 있는 아이들. 그 아이들은 나에게, 나와 같이 있던 일행에게, 손을 내밀었다. 나는 그 아이들의 모습이 불쌍했지만, 그렇게 관광객들에게 구걸을 하는 아이들이 밉기도 했다. 나와 함께 있던 일행 중 한 명이 그 아이들에게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내주려 하고 있었다. 나는 그의 행동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사탕'이었다. 그는 아이들에게 사탕을 나누어 주고 있었다.
인도에서, 내 또래의 일본인과 잠시 동행을 한 적이 있었다. 그는 나와 함께 버스를 타고, 조드푸르로 향하는 길이었다. 조드푸르에 도착했을 때, 숙소로 올라가는 길, 언덕 중턱에서 놀고 있던 아이들 한 무리를 만났다. 그 아이들은 우리 둘을 쳐다보았고, 우리도 그 아이들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갑자기, 그 일본인은 보조가방을 주섬주섬 열기 시작하더니, 그 안에서 사탕을 꺼내서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나는 항상 사탕을 준비해서 다녀요. 이렇게 아이들을 만날 때 마다 사탕을 나눠주면 굉장히 좋아하더라고요."라고 덧붙이며 그는 웃어보였다.
왜 그 때가 생각난걸까? 몇 달도 더 전에 여행했던, 인도였다. 인도부터 유럽까지. 그리고 또 다시 유럽에서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몽골까지 온 나였다. 여기에서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하고 있었다.
구걸하는 아이들과 그 아이들에게 사탕을 나눠주는 모습. 인도에서 그냥 뛰어놀던 동네 아이들에게 사탕을 나눠주던 모습과는 조금은 다른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어쨌거나, 구걸해서 돈을 얻어가는 아이들이 못마땅했다. 그들은, 충분히 다른 일을 배울 수 있었음에도, 구걸을 배웠을 것이라고 생각을 했기 때문에..
6. 어느 식당, 셋 만의 이야기.
몽골의 한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세 명의 한국인은 해가 대륙 저편으로 넘어가고, 어둠이 몽골을 덥쳤을 때 저녁을 먹기위해 시내 레스토랑으로 갔다. 광장을 지나서, 조금 더 떨어진 곳. 거리는 어두웠다. 식당안은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지만, 밖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칠흑같은 어둠만이 그 식당을 감싸고 있었다. 그는 창밖을 바라보면서 이 세상에는 그 식당과 그 안에 있는 사람만이 존재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중이었다.
낮에 있었던, 구걸하는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가 화제거리로 떠올랐다. 구걸하는 아이들에게 돈을 주지 말아야 한다는 사람과 그들을 도와 주어야 한다는 또 한 사람. 왜 구걸을 하는 것일까? 라는 질문과 함께 서로의 견해가 테이블 위에 쏟아졌다.
그 아이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더이상 없기에, 구걸이라는 수단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는 말을 하던 한 사람. 사회가 그들을 그렇게 만들어 버린 거라는 그녀의 말. 그리고 여러가지 이유를 설명하는 그녀의 말은 어느정도 일리가 있었다. 하지만 그것과는 다른 견해를 피력하던 그는, 그것은 자신의 의지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 아이들, 그리고 아니가 조금 더 있는 아이들. 그들이 과연 구걸밖에 할 수 없었을까? 그 아이들이 다른 것을 하고자 했다면, 그의 부모나 다른 나이많은 형제가 다른 일을 할 수 있도록 뭔가를 해 주었다면 그들은 구걸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다른 일을 힘들게 배우고, 하는 것 보다 구걸을 하는게 더 쉽고 편하게 돈을 구할 수 있는 일이라는걸 알기 때문에 그들은 구걸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덧붙였다. "내가 예전에, 돈이 없어서 그리스에서 구걸을 한 적이 있었는데, 구걸을 하다보면 욕심이 생기고, 구걸이라는 것이 돈을 정말 쉽게 모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는 걸 알게돼."(http://dwis.tistory.com/563 참조)
7. 단상(短想)
지하철에서 장님인 척, 구걸을 하는 사람이 지하철을 내리고 역사를 빠져나가면, 고급 승용차를 타고 유유히 사라진다는 말[풍문인지 진실인지는 알 도리가 없지만]을 들은 적이 있다. 구걸로 상당한 수입을 올린다는 말이다. 지하철역이나 길거리에 하루종일 업드려 있는 사람들의 바구니에 얼마 만큼의 돈이 들어가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난 항상 이런 생각을 해본다. 저들은 정말 무언가 다른 일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일까?
물론, 구걸도 구걸을 하는 사람의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특히, 경제적으로 발전이 덜되어 사회 전체가 풍족하지 못한 곳에서 태어나고 자라는 아이들 중, 극빈층에 속하게 되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구걸밖에 없을 수도 있는 것이고, 구걸이 편하고 좋아하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구걸에 대해서, 누가 옳고, 누가 그릇됐다고 가타부타 할 수 없는 것 같다.는 생각.
-해가 저무는 시기쇼아라
- 시기쇼아라 역의 아이들,
- 시기쇼아라의 아이들
-기차 안,
- 불가리아, 집시 가족
- 울란바토르 메인광장
-사원 주변 풍경
- 전통과 현대의 공존
- 어둠이 스미는 광장
-울란바토르 역
| Ep] 뉴욕(NewYork) - 나는 할렘가(125th st)에 머물고 있어요. (0) | 2014.04.26 |
|---|---|
| Ep] 쿠바, 하바나 공항 - 하바나 공항과 한 꼬마. (24) | 2014.01.27 |
| Ep] 인도, 암리차르 - 황금사원, 템플스테이 그리고 친구들(Amritsar, Golden Temple) (14) | 2013.10.09 |
| Ep] 인도, 아그라 - 타지마할, 우리는 왜 그곳에 머무르지 않는가?(India, Agra). (4) | 2013.09.17 |
- 길을 걷다, 세계여행/여행, 그리고 에피소드 · 2011. 11. 5. 12:10
1. "잃는다, 상실한다"는 것은 큰 아픔을 수반한다.
우리는 삶을 살아가면서 많은 것을 얻고, 또 많은 것을 잃어버린다[그것이 자의든 타의든 간에 잃는 것이 생긴다]. 혹자는 말했다. 얻는 다는 것은 다른 것을 잃음이라고. 또 혹자는 말했다. 특정한 사람들이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해, 다른 사람들을 착취하게 된다고. 그래서 특정한 사람보다 더 많은 수의 사람들이 고통받게 된다고. 이렇듯, 얻고 잃음은 한 사람 개인의 일이 아닌 여러 사람이 개입된 사회적인 행동의 결과물이다.
얻는다는 것에 대한 현상을 부정적으로 바라본다는 것은 아니다. 얻는다는 행위는 상호작용의 결과물이라는 것이 중요하다. 자, 한 번 생각해 보자. 당신이 선물가게에서 어떤 물건을 고를 때, 무엇을 고려하는가?[선물이라는 특정한 상황이 제시되어서 다른 사람을 생각한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혹은, 당신이 책을 한 권 사더라도[당신의 지적 성장을 위해] 그 책과 관련되는 사람들에게는 미미하게나마 영향을 미치게 된다. 특히, 여행을 하기위해 얻게 되는 물건들, 혹은 여행중에 얻게 되는 물건들은 그 물건을 사용하는 주체가 당신이든 아니든간에 상호작용을 하게 된다.[배낭을 고를 때는 도둑맞지 않을 정도의 보안을 고려하게 된다. 도둑맞는 다는 것은 다른 사람을 한번 더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여행지에서 어떤 물건을 구경하거나 고르면서도 당신은 그 물건을 선물해줄 누군가를 한번 쯤 생각하게 된다.]
그렇게, 당신이 무언가를 선택했을 때, 그 선택은 순전히 당신을 위한, 당신의 것만이 아닌, 다른 누군가를 위한[혹은 다른 누군가를 의식한] 배려가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그렇게 때문에, 당신이 선택한 무언가를 잃는다는 것은, 당신이 애당초에 생각했던 것 보다 더 큰 상실감을 가져오게 된다.
2. 버스에서 내린 후, 몇 시간이 지났다.
버스 정류장에 가자마자 내가타야할 버스가 다가왔다. 나는. 럭키. 라고 외치며 버스에 올랐다. 버스는 신나게 달렸고 몇 분 후, 내가 내려야 할 정류장에 나를 남겨두고 떠났다. 왠지 모를 허전함이 내 손에 잡히기에 나는 그 허전함을 움켜쥐어 주머니에 쑤셔넣고 집을 향해 걸었다. 무언가 허전하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지만, 그 허전함이 무엇때문에 찾아온 것인지는 알지 못했다. 그저, 집에 일찍 올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는 생각이 앞섰기에 허전함은 그 뒤를 따라오는 그림자에 불과했다.
주위를 둘러 보았다. 매일, 그 녀석이 있어야 할 곳에 아무것도 없었다. 그 곳에는 나를 따라오던 허전함이 자리하고 있었다. 뭐지? 이 허전함은?
곰곰이 생각을 해 보았다. 뭘까. 저 녀석은. 그리고, 전화기를 찾아 보았다. 전화기는 없었다. 전화를 해 보았다. 평소엔 그렇게 듣기 싫던 기계의 울림이 집안 아무곳에서도 느껴지지 않았다. 한 번, 두 번, 세 번을 시도해보아도. 작은 기계의 울림은 아무곳에서도 느껴지지 않았다.
생각을 해 보았다. 그래. 이 허전함. 휴대폰이 없어졌기 때문에 찾아온 녀석이었다. 어디서일까? 생각나는 건, 버스였다. 가방 속으로 지갑을 집어 넣을 때, 휴대폰은 집어 넣지 않았다. 내 손에는 엠피쓰리만이 들려 있었다. 휴대폰은, 버스를 타고 종점을 향해 달려갔던 것이다.
상실감. 휴대폰. 그 기계를 잃어버렸다는 데서 찾아오는 상실감보다 더 큰 상실감이 있었다. 휴대폰 속에 담겨있는 수 많은 전화번호들[그것은 내 인생 10년간의 인맥이었다]. 그리고 사진들. 그리고 당장 내일 어딘가로 연락을 해야 했고, 어딘가에서 연락이 오기로 되어 있다는 생각들.
단순히 기계를 하나 잃어버린 다면, 그 모든 것들은 생각하지 않아도 될 것들이었다. 기계는 그냥 돈을 지불하고 하나 더 마련하면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기계가 가지고 있는 기계 이외의 것들은, 또 다시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었다. 그 동안 내 삶의 흔적들이었다.
그 기계와 함께 했던, 나의 시간들. 그리고 그 시간 속에서 나와 상호작용했던 모든 흔적들이 사라져 버린다고 생각하니, 그 충격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였다. 그것이 내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었고, 나를 더욱더 혼란스럽게 했다.
3, 기차역에서 눈을 떴다.
오전 다섯시 아테네 중앙역. 나는 밀려오는 졸음을 막을 수 없었다.
주위가 어둠과 고요에 잠겨있는 깊은 밤. 그 속의 열차. 열차는 테살로니키[그리스의 북부 도시]에서 아테네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야간 열차에 몸을 실은 나와 같은 칸에 탑승하게 된 다섯 명의 남자들. 그리고 밤 새도록 무언가에 대해서 열변을 토하던 두 남자[느낌상 정치적인 이야기인 것 같았다]. 그리고 그 두 남자의 소음[그리스어로 말하고 있었기에 나에게는 소음이었다]으로 인해 나는 잠을 잘 수 없었다. 그렇게, 내 귓가를 울리던 소음은 기차가 아테네 역에 도착할 때 까지 멈추지 않았고, 아침 해가 떠오르는 아테네 역에서 그 남자들과 함께 사라졌다.
태양이 아테네 시내를 비추기 시작할 무렵, 나는 생각했다. 여기서 조만만 졸다가, 산토리니로 가는 배를 타러 가야겠군.
4. 눈을 떳을 땐, 허전함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는 아테네역 안의 대합실에 자리를 잡았다. 이른 아침이었기에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시간은 오전 6시를 향해가고 있었다. 그는 큰 배낭은 벽 기둥에 세워 놓고, 작은 가방은 의자 밑에 놓아두고, 잠베(Djambe)를 품에 안아 베게 삼고, 잠을 청했다. 그는 밤 새 한숨도 못잤기에 바로 잠속으로 빠져들었다. 그리고 갑자기 이상한 느낌이 들어 눈을 떴다. 그는 왠지 모를 허전함을 느꼈지만, 너무 피곤했던 나머지 다시 눈을 감았다. 눈을 감으면서도 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뭐지. 이 허전함은. 뭔가 느낌이 이상해. 왜일까. 그는 다시 눈을 떴다. 피곤함이 눈커플을 지그시 눌렀지만 그는 정신을 가다듬지 않을 수 없었다. 어라?!
그의 앞에 놓여있던 큰 배낭이 보이지 않았다. 왠지 모를 허전함. 그것은 60리터 짜리 배낭의 흔적이었다. 그리고 발 밑의 작은 가방을 확인해 보니, 작은 가방은 있었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함과 동시에 그 배낭이 어디로 갔지? 큰일났다. 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그는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8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 역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그렇지만, 한 동양인 여행자에게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없었다. 그는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가방의 흔적을 찾아보려 했지만, 찾을 수 없었다. 그는 절규했다.
배낭이 사라졌다는 것은 그 배낭에 들어있는 모든 물건들이 사라졌다는 것을 의미했다. 아직 여행 계획의 '반'이라는 지점에도 도달하지 못한 시점에서, 배낭이 사라졌다는 것은 큰 충격이 아닐 수 없었기 때문이다.
5. 아테네 거리를 헤메다.
나는 역장실을 찾아가서 가방의 행방에 대해 물었지만, 대답은 알 수 없다. 였다. 주변의 모든 사람에게 가방의 행방을 물어보았지만 모르겠다는 대답만이 나에게 돌아왔을 뿐이었다.
역 주변을 샅샅히 뒤졌지만 가방의 행방을 찾을 수 없었다. 거리로 나갔다. 역 주변의 주택가의 골목골목을. 그리고 쓰레기를 버리는 곳의 주변을 뒤져보았지만 가방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30kg에 가까운 배낭을 들고 그리 멀리 갔을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기에, 그 주변 지역을 뒤지면 찾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기에, 그 주변을 뒤졌지만 헛수고였다.
시간은 흘러, 오후의 강렬한 태양이 아테네 거리에 떨어지고 있었다. 나는 지쳤다. 가방을 찾을 가능성은 제로라는 생각이 들었다. 경찰서로 발길을 돌렸고, 그 곳에서 분실물 접수를 했다. 경찰서에는 소매치기를 당했다는 외국인 관광객도 있었다.[그녀는 그날 오후 출국을 할 예정이었는데, 여권과 비행기표가 든 백을 소매치기 당했다고 했다] 순서를 기다려 도난 사항을 접수하고 경찰서를 떠났다. 암울한 하루가 이어지고 있었다.
6. 생각을 했다.
여행을 계속 해야할까. 여기서 그만두고 한국으로 돌아가야 할까. 그는 생각을 했다. 다행스럽게도, 큰 가방에는 중요한 물건이 많이 들어있지 않았다. 도난당하지 않은 작은 가방에, 노트북과 카메라와 여권과 대부분의 여행경비가 들어있었다. 항상 큰 가방에 카메라를 넣고 다니던 그는, 다행히 그날은 작은 가방에 카메라를 넣어두고 있었기에 카메라를 잃어버리지 않았다.
그는 생각을 했다. 큰 가방속에 들어있었기에, 잃어버릴 수밖에 없었던 물건들을.
여러 권의 책들이 들어있었다. 그가 여행을 하며 읽을 것들, 그가 항상 시간이 날 때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주던 책들. 그리고 그의 여행을 안내할 책들.
선물들을 생각을 했다. 그는 그리스까지 가기전에 들렀던 나라들에서 산 선물들을 생각했다. 그 선물 하나하나에 그는 그 선물을 줄 누군가를 생각하며, 선물을 골랐다. 그의 정성이 그 선물 속에는 담겨 있었지만, 아마도 그 가방을 가져간 사람에게는 그 선물들이 아무 의미가 없을 것이 분명했다.[인도 보드가야의 부처가 수양을 했다는 보리수나무의 잎을 주워서 책 속에다 꽂고 다녔었다. 그 나뭇잎 몇 장을 비구니인 그의 고모에게 줄 생각이었다]
또 다른 선물들을 생각했다. 여행을 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에게 그는 선물을 받았다. 그 선물들은 그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들이었다. 한편으로는 추억의 흔적들이라고 할 수 있을 터였다.
그리고, 없어져버린 작은 노트 한 권을 생각했다. 그 노트에는 그의 삶의 흔적들이 기록되어 있었다. 여러가지 생각들. 그리고 그 끄적임. 여행지에 대한 감상을 비롯한 하루하루의 삶에 대한 이야기들. 그와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관한 이야기. 그것들은 모두 한글로 기록이 되어있는데, 그 도둑[그리스인임이 틀림없다고 본다]에게는 그냥 낙서가 되어있는 종이조각일 뿐이었다.
그는, 쓰레기통을 뒤졌다. 혹시라도, 그가 가지고 다니던 물건들이 쓰레기통에라도 있지는 않을까하고 말이다. 돈은 필요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러가지 물건들은 절대로 잃고 싶지 않았다. 그것들은 돈으로 살 수 없는 무언가가 담겨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7. Just keep going.
나는 전자상가에 가서, 카메라 충전기를 새로 샀다. XX전자 서비스센터에가서 노트북 어탭터를 새로 주문했다. 그리고, 산토리니에서 만난 한 외국인 여행자에게서 내가 앞으로 여행하게 될 곳에 관한 여행 가이드북의 일부를 얻었다. 그리고, 여러 사람들의 응원을 받았다. 그러고 나니, 아직 세상은 살만한 곳이라고 생각했다.
여행을 멋지게 마무리 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테네 시내
-아테네
- 아테네 시네, 거리의 악사
- 산토리니
- 산토리니
- 밤의 산토리니
- 길을 걷다, 세계여행/Feel-ing, 세계일주-ing, · 2011. 8. 29. 16:12
- Travel, Just keep going
아무리 힘들고, 지쳐도
이 모든 순간을 벗어나 편히 쉴 수 있는 곳으로,
돌아가고 싶어도.
주위에 많은 이들이 나를 응원해주고, 지켜보고 있기에,
나는 나의 길을 계속 걸어갈 수 있다.
그들이 원래 알고 있던 사람이든,
새로운 만남을 통해 처음으로 만난 사람이든,
한국인이든, 외국인이든, 그런건 상관없다.
그들은 한마음으로 나를 응원해 주고 있다는 사실.
그 사실 하나만으로 충분하다.
Just keep going.
- Santorini, Greece.
| Feeling_) 배낭에는 마음의 무게가 더해진다. (0) | 2011.08.29 |
|---|---|
| Feeling_) 배낭도난! (3) | 2011.08.29 |
| Feeling_) 테살로니키 역(驛) (23) | 2011.08.11 |
| Traveler, (0) | 2011.08.10 |
- 길을 걷다, 세계여행/Feel-ing, 세계일주-ing, · 2011. 8. 29. 09:50
(1st edit 090605. 2nd edit 110829)
- 배낭에는 마음의 무게가 더해진다.
우리가 길을 갈 때,
아름다운 경치의 길을 지나가거나,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길이라면
그 거리가 짧게 느껴진다.
즐겁고 가벼운 마음일 때 배낭을 메고 여행을 하면,
배낭은 가볍게 느껴진다.
비록, 무게가 같은 배낭일지라도
마음에 따라 느껴지는 무게가 다르다.
나의 짐은 그 전의 1/4에 불과하지만,
느껴지는 무게는 오히려 2배.
사라진,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시간과 그 추억에 대한 기록들의 빈자리.
그 상실감이 채우고 있는 무게 때문인 것 같다.
- Athina, Greece.
| Feeling_) Travel, Just keep going (6) | 2011.08.29 |
|---|---|
| Feeling_) 배낭도난! (3) | 2011.08.29 |
| Feeling_) 테살로니키 역(驛) (23) | 2011.08.11 |
| Traveler, (0) | 2011.08.10 |
- 길을 걷다, 세계여행/Feel-ing, 세계일주-ing, · 2011. 8. 29. 09:47
(1st edit 090605. 2nd edit,110829)
- 배낭 도난!
이른 아침, 아테네 역.
배낭을 도난 당하다.
역 주변을 샅샅이 뒤졌지만, 배낭은 보이지 않았다.
다 괜찮다.
무거웠던 배낭. 짐이 없어져 가벼워진 몸.
오히려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잃어버린 물건들도, 다시 사면 되니까.
하지만,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돈이 있어도, 이제는 다시 살 수 없을 것 같은 것들.
누군가를 위해,
특정 장소에서 특별히 마련한 물건들.
나를 위해, 나의 여행을 위해 특별히 마련해준 선물들.
그 모든 것들은,
배낭을 훔쳐간 이에게는 아무 의미가 없다.
오직, 나에게.
그리고 내가 특별한 의미를 담아 전해주려던 이에게만 의미가 있는 것들.
이제는 사라져버린,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시간에 대한 기록들. 흔적들. 추억들.
그런 것들을 잃은 데 대한 상실감.
- Athina, Greece.
| Feeling_) Travel, Just keep going (6) | 2011.08.29 |
|---|---|
| Feeling_) 배낭에는 마음의 무게가 더해진다. (0) | 2011.08.29 |
| Feeling_) 테살로니키 역(驛) (23) | 2011.08.11 |
| Traveler, (0) | 2011.08.10 |
- 길을 걷다, 세계여행/Feel-ing, 세계일주-ing, · 2011. 8. 11. 00:02
2nd edit.(1st 09.06.05)
- 테살로니키 역
4년 만에 다시 찾은 테살로니키 역.
많은 변화가 눈에 띈다.
그 변화된 모습 뒤로, 옛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역(驛)의 변화. 씁쓸함.
변화는 여행자들을 위한 변화가 아니었다.
자본가들을 위한 변화.
더 넓어진 내부 공간,
더 많아진 음식점과 카페테리아.
그러나,
여행자들이 함게 앉아 쉬던 벤치는 없어지고
4년 전, 여러명의 배낭여행자들이,
다음날 새벽 기차를 타기 위해 옹기종기 모여 잠들었던 장소는,
레스토랑이 되어 있었다..
변화, 그것은 좋지만,
그 내용과 의미가 누구에게 좋은 것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 Thessaloniki, Greece.
- 테살로니키 티켓오피스..세련되어졌다. 1번창구가 인터내셔날 티켓오피스
| Feeling_) 배낭에는 마음의 무게가 더해진다. (0) | 2011.08.29 |
|---|---|
| Feeling_) 배낭도난! (3) | 2011.08.29 |
| Traveler, (0) | 2011.08.10 |
| 여행-Feeling] 체 게바라. at the CUBA, (6) | 2011.03.20 |
- 길을 걷다, 세계여행/여행, 그리고 에피소드 · 2011. 7. 16. 16:48
second edit(1st 10.30.10)
1. 대중교통, 현대인의 쉼터.
대중교통[지하철, 버스, 기차 등]을 이용하다보면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 있다. 가끔은 자기 자신이 그 장면의 주인공이 되기도 하지만, 그러한 모습 때문에 자기 자신이 불편을 겪고 얼굴을 찌푸린 일이 있을 것이다. 지하철이 출발하고, 도착 할 때 옆 사람의 머리가 나의 어깨를 슬며시 누를 때가 있다.
아침 출근길의 지하철이나 오후 나른한 시간의 버스. 많은 사람들이 대중교통이라고 일컫는 탈것 안에서 잠을 청하고 있다. 자신의 의지에 의한 잠이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찾아온 잠이든, 대중교통은 우리에게 너무나도 친숙하게 다가와 있기에 많은 사람들은 그 속에서 잠을 청하고 있는 것이다.
대중교통과 그 안에서의 졸음. 어떻게 본다면, 대중교통은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 생활에 지친 사람들에게 잠깐이나마 휴식의 시간을 제공한다. 현대인의 쉼터가 되고 있다.
2. 집에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탔다가 깜빡 졸았던 적이 있다.
너무 졸려서 잠깐 눈을 감았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집까지 여섯 정거장 정도 남아 있었다. 아니 눈이 감기기 전에도 여섯 정거장 정도 남았었는데 어떻게 된 거지? 라는 생각에 시계를 보니 두시간이 지나 있었다. 지하철 2호선...한바퀴를 돈 것이었다.
도시가 어둠에 휩쌓여 있을 때 부터 술을 마시다가, 태양이 도시를 깨울 때 쯤 집에가던 시절이 있었다. 대학 새내기 시절, 상쾌한 아침 공기와 태양의 따스함을 느낄 무렵 집에 가던 때였다. 신입생 시절은 그렇게 지하철 2호선을 타고 한두바퀴 도는건 기본이었다.
친구의 이야기, 밤 늦도록 술을 마시다가, 막차를 타고 집에 간다는 친구가 있었다. 친구는 집에 가기 위해, 당고개행 열차를 타고 당당히 집을 향해 갔다. 친구는 정신을 잃었고, 나중에 정신을 차려보니, 열차 차량기지에서 잠을 자고 있더랬다. 그리고 그의 한쪽 신발은 어디론가 사라졌고, 그는 자신이 간디가 되지 못한 사실에 대해 안타까워 하고 있었다. 그리고 신발이 벗겨진 그 한쪽 발은, 진흙 범벅이 되어 있었다고 했다. 무슨일이 일어났던 걸까? 술과 잠이 문제다.
우리나라 기차는 참 관대하다. 기차를 타고 고향 집에 내려가다 보면 가끔 잠이 들 때가 있다. 그러다가 내가 내려야 할 기차역을 지나친 경우가 있다. 그렇게 되면, 그 다음 역에 내려서 역무원에게 말을 하면, 다시 반대편으로 가는 열차를 타고 돌아갈 수 있게 해 준다. 내 친구 중 한명은 너무나도 깊이 잠이 든 나머지, 대구에서 내려야 하는데, 부산까지 갔다 온 적이 있다고도 했다. 그렇게 역을 지나쳐도, 추가요금을 내지 않고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게 얼마나 다행인가?
3.
사실, 그리스에 갈 마음은 별로 없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산토리니(Santorini)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계획에도 없던 산토리니에 가기로 했다.
그리스 아테네에 도착한 첫 날, 아침. - 야간 열차를 타고 그리스 북부의 테살로니키에서 왔는데, 같은 칸에 탄 사람이 밤새도록 떠들어대서 너무나 피곤했다 - 너무나 피곤한 나머지 역 안의 대합실 의자에서 한 시간만 졸다가 일어나야 겠다고 생각을 했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 졸고나니, 내 눈앞이 뭔가 허전했다.
왜일까? 라는 생각을 잠시 한 후에,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내 눈앞에 놓아 두었던 배낭이 없어진 것이었다. 내 배낭. 좀 더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배낭을 도둑 맞은 것이었다!!!
헐.... 좌절에 좌절에 절망에.....다행히 카메라, 노트북, 여권은 작은 가방에 넣어두고 의자 바로 밑에 넣어두어서 괜찮았지만, 큰 배낭이 없어졌다는 사실에 정말 어이가 없었다.
일단, 경찰에 신고를 했지만 찾을 도리는 없었다. 잃어 버린건 잃어버린 거고, 좌절모드였지만, 그래도 산토리니에 가려고 왔으니 산토리니에는 가봐야 겠다 싶어서 배를 타러 갔다. 온종일 아무것도 못 먹고, 배낭을 찾아보겠다가 역 주변 반경 1km(?)내에 있는 휴지통을 다 뒤지고 하느라고 정말 피곤한 하루였다.
산토리니로 가는 배표를 끊고, 겨우겨우 배에 올랐다. 정말 내 꼴은 거지꼴이었다. 땀 냄새가 내 몸에서 진동을 하고 있었다. 배 안에 있는 화장실에서 샤워를 하고 나니, 정말 개운했다. 살 것 같은 기분에 도취될 무렵, 졸음이 슬슬 몰려 왔다.
승무원에게 몇 시 쯤에 산토리니에 도착하냐고 물어보니, 새벽에 도착한댄다. 아니 새벽 몇시에 도착하냐고!? 몇 번이나 물었지만 그냥 새벽이랜다. 새벽이면,,,다섯시? 뭐 그쯤? 그러니까 뭐 그럴지도 모르겠단다. 아니, 뭔 한두번 가는 것도 아니면서 도착 예정 시간을 몰라? 일단 피곤한 마음에 나는 그냥 구석에 가서 잠을 청하기로 했다. 어차피, 산토리니에 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니까, 그때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 나가면 깰 수 있겠지라는 생각에...
4.
그는 뭔가 이상하 느낌에 눈을 떴다. 눈을 뜨니, 주변에 사람이 아무도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그리고 엔진소리가 우렁차게 났다. 설마.... 그는 승무원에게 가서, 산토리니, 산토리니를 외쳤다. 그러자, 그 승무원은 창밖을 가리키면서 산토리니라는 것이었다. 산토리는 점점 그에게서 멀어지고 있었다. 배는 산토리니 항구를 떠나 다른 섬을 향하고 있었다. 그는 정말 뛰어 내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승무원에게 산토리니 가야된다고 내 표를 보여주면서 내려야 된다고 하니, 그 때 승무원이 그에게 한 말이 더 가관이었다. 너는 지금 코스(Kos)섬으로 가는 배를 타고 있으니, 돈을 더 내야해. 20유로를 더 내. 뭐라고? 미쳤냐? 돈없어. 산토리니 못내린 것도 억울한데 돈을 더 내라고? 미쳤냐? 그는 배째라는 식으로 나갔다. 하지만 그런 수작이 먹힐리가 없었다. 돈을 내지 않으면 경찰을 부르겠다면서 그들은 오히려 더 난리를 피웠다. 어이없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었다.
그는 결국 20유로를 더 뜯겼다. 그리고 그 다음 정박지인 코스섬에 내렸다. 어차피 그 배는 산토리니로 돌아가니까, 그 배에 계속 타고 있다가 산토리니에 내리겠다고 했더니, 그 배는 더 멀리(로도스)섬 까지 갔다가 돌오니까 그러면 60유로를 내야한다는 것이었다. 에이 미친것들. 그는 20유로만 낸 채 침을 뱉으면서, 코스섬에 내렸다.
5.
코스섬에는 가족단위 휴양객들이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돈도 없는 본인. 배낭 도둑맞고, 자다가 산토리니에 내리지도 못하고 돈만 더 뜯기고, 돈도 없고, 옷도 없고, 씻지도 못하고 정말 거지가 따로 없었다. 다시 배가 오기를 기다리는 수 밖에 없었다. 날씨는 덥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정말 비참했다.
6.
오후 6시 무렵, 선착장에 산토리니로 가는 배가 왔다. 산토리니를 거쳐서 아테네로 가는, 그가 타고 왔던 그 배였다. 그는 정말, 그냥 그 배를 타고 아테네로 가고 싶었다. 그냥 산토리니고 뭐고 다 때려 치고 싶다는 생각이 굴뚝같았지만 차마 그럴 순 없었다. 그렇게 되면 그가 그렇게 고생을 한 이유가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산토리니로 가서 침을 뱉겠다고 다짐했다. 그런 마음을 가지고 산토리니로 갔다.
코스에서 산토리니로 가는 동안 그는, 홍콩계 미국인인 애와 이런저런 대화를 했다. 그녀는 그에게 말을 주면서 즐겁게 해 주려고 했지만, 그의 마음은 이미 산토리니에 대한 증오로 넘쳐나고 있었기에, 대화가 깊이있게 진행될 수 없었다. 그리고 마음 한켠엔 썩어빠진 그리스 놈들에 대한 증오도 일어나고 있었다.
산토리니, 좋았긴 했지만, 정말 그리스는 나랑 안맞는 나라다.
- 아테네 항구
- 코스 섬, 해안 도로
- 코스섬에 정박중인 요트들
- 산토리니로 가는 배, 사람이 정말 몇 없었다
- 바이바이, 코스섬
- 산토리니..............폭파시켜버리고싶었다
- 산토리니의 밤, 아름다웠다.
| Ep]인도, 스리나가르 - 이런게 바로 Culture Shock! 최고급 투어. 갔더니 유배(流配)?! <1> (India, Srinagar) (2) | 2011.11.11 |
|---|---|
| Ep]그리스, 아테네 - 여행중에, 뭔가를 잃는 다는 것[혹은 도난] (2) | 2011.11.05 |
| Ep]그리스, 아테네 - 아무도 길가의 악사에게 동전을 던지지 않는다.(Athens, Greece) (6) | 2011.07.16 |
| Ep] 뉴욕(NewYork, NY) - 폭설과 비행 취소. 비행기 비지니스석을 타라고?! (NYC, USA) (4) | 2011.07.15 |
- 길을 걷다, 세계여행/여행, 그리고 에피소드 · 2011. 7. 16. 10:55
second edit.(1st 8.28.10)
1. 길을 걷다 어디선가 음악이 들려오면,
길을 걷다 보면, 가끔 우리는 어디선가 들려오는 음악을 들을 수 있다[당신의 귀에 꽂혀 있는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아닌]. 그것이 스피커에서 흘러 나오는 음악이든, 아니면 누군가가 거리에서 자신의 몸으로 음악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든 우리는 그 공기의 울림 사이를 지나가게 된다. 때로는 유행가가 흐르고, 때로는 오래 되었지만 누구나 알 수 있는 유명한 곡[고전일 수도 있고, 한 시대를 풍미했던 유행가일 수도 있다]
음악이 울려퍼지는 그 곳으로 시선을 돌려보자[스피커에서 흘러 나오는 음악과 사람이 연주하는 음악은 듣기만 해도 구별 가능하므로], 그리고 그 곳에서 연주를 하고 있는 사람을 바라보자. 그는 자신의 느낌을 담아, 불특정 다수의 대중에게 자신의 느낌을 선율에 따라 전달하고 있을 것이다. 그것이 어떤 음악이든, 그 음악은 그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그리고 길거리에 울려퍼지는 음악에는, 그것을 연주하는 사람의 소울[Soul]이 담겨있다. 우리는 그것을 느끼고 공감하면 된다.
2. 거리의 악사.
" 띠리리링……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스크린 도어가 닫힘니다....."
오늘도 충무로역 계단을 따라 내려가 역 속으로 몸을 담갔다가, 다시 내 몸을 지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오후 6시.
충무로역사 안, 음악소리가 나에게 다가와 내 귓가 주위를 맴돈다.들려온다. 나의 발걸음은 기계적으로 출구를 향하고 있다.
한쪽 모퉁이에 위치한 악사에게서 흘러나오는 음악은 내 귓등을 때리지만, 그 울림은 점점 약해질 뿐이다.
1번 출구.
대한극장 출입구에서 흘러나오는 묘한 향기가 나를 상념속으로 밀어 넣는다. 지상으로 나를 밀어내주는 에스컬레이터에 몸을 싣자, 내 시선은 저 통로 끝자락에 머물고 있는 허공으로 향했고, 나는 거기에 없었다.
프랑스의 한 지하철 역사안, 거리의 예술가 한명이 바이올린을 켜고 있다. 바이올린의 울림이 지하철 안을 울리고 있다. 잠시 후, 내 몸을 싣고 어딘가로 사라져버릴 열차의 굉음이 지하철역 안에 울려퍼지기 시작했고, 그의 음악 소리는 점차 사그라 들었다.
뉴욕, 42번가 타임스퀘어 역사 안. 음악이 울려퍼진다.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 사이, 음악 소리가 그 사이를 채우고 있다. 나는 역 안에 채워진 음악소리를 내 귀속에 주워 담으며, 유유히 플랫폼으로 걸어갔다. 음악이 있던 자리는 열차 바퀴와 철로 사이에서 나는 굉음으로 채워 졌다.
네팔의 오래된 버스 안. 허름한 차림의 악사가 네팔 전통악기를 들고 버스에 올랐다. 그리고 나서 버스 안에 울려퍼지는 네팔의 전통 음악. 아름 다운 선율이 내 귓가를 자극한다. 마치 바이올린과 흡사한 소리지만, 바이올린은 아니다. 음악이 멈추자, 사람들은 그의 손에 동전을 쥐어 준다.
콜롬비아의 시내버스 안. 한 남자가 자신의 머리통보다 큰 라디오를 들고 버스로 올라탔다. 곧, 음악이 울려 퍼지고, 그는 그 음악에 맞추어 노래를 부른다. 콜롬비아의 음악일까? 처음 들어보는 노래지만, 그 노래가 그 음악이 마음에 든다. 좋다고 생각한다. 내 주머니를 뒤져, 그의 손에 동전을 쥐어주자 그의 표정이 환해진다. 나에게 미소를 지어 보인다.
그리스 아테네의 한 거리, 광장. 내가 있었다. 한 쪽 어깨에는 커다란 악기가 매달려 있다. 아프라칸 드럼 잠베[djambe].
나는, 내리쬐는 태양아래, 광장의 한쪽 모퉁에에 자리를 잡고 북을 두드렸다. 북의 울림이 광장 전체에 울려 퍼졌고, 사람들은 나를 바라보았다. 내 앞을 지나가며 가볍게 몸을 흔드는 이들도 있다. 나는 마음의 눈을 감고 내 몸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느낌을 손으로 전달했다. 손을 통해서, 소리가 만들어져 광장에 또 다시 울려 퍼졌다.
"길을 지나가는 숱한 행인중 누구도 저 악사에게 동전하나 던지지 않는 걸"
- The Quiett 의 "그 후 몇년 中"
3. 음악으로 소통하다
그리스는 나와 악연으로 맺어진 나라라고 생각했다. 2005년 그리스를 방문 했을 때도 힘든 시절이었다. 그리고 2009년 여름 또 다시 그리스를 방문 했을 때, 내게 너무나도 가혹한 시련을 주었다.
내가 가진건 작은 가방 하나와, 악기하나 뿐이었다. 돈도 없었다, 아는 사람도 없었다.
오늘 아침, 나는 배낭을 도둑 맞았고, 내가 가진건 작은 가방 하나와 악기 였다. 악기를 도둑맞지 않은게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음악은, 악기는 나를 편안하게 해 줬다. 나에게 괴로운 마음이 들 때, 내 마음을 음악에 쏟을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리고, 잠시나마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 주었고, 나를 행운, 행복 속으로 밀어넣어 주었다.
그리스의 번화가,
수많은 거리의 악사들이 있었다. 그들 틈에, 나는 자리를 잡고, 악기를 연주했다. 연주라고 하기보다는 그냥 두드림에 가까운 소리였다. 거리의 수 많은 악사들은 다양한 현악기들로 아름다운 선율을 만들어 냈지만, 다양한 기교를 부릴 수 없는 타악기의 한계랄까? 나는 두드림, 심장의 울림을 퍼뜨리고 있었다.
나는 리듬에 맞춰 두드렸고, 지나가는 행인들은 리듬을 탔다. 몸을 흔들었다. 리듬을 타는 행인들을 보며, 나는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
한 상점 주인은 시끄럽다며, 나를 멀리 쫒아내기도 했지만, 나는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겨 악기를 연주했다. 더러는, 내 사진을 찍었고, 비디오카메라를 들이댔다. 더러는, 나에게 동전을 던져 주었고, 더러는, 환호를 보내 주었다.
그 곳에서 노래는 부르는 다른 거리의 악사와 함께 협주를 하기도 했다. 비록 언어는 달랐고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하나 될 수 있었다. 바이올린을 켜는 꼬맹이들도 나와 함께 해 주었다. 잠깐이었지만, 꼬맹이들은 나의 음악을 들어주었고, 나와 함께 연주했다.
음악이란, 이래서 좋은 건가? - 세계 각지의 사람들과 하나로 소통할 수 있게 되었다.
길거리에서 손수레를 끌며 장사를 하는 그리스의 한 늙은 할머니가, 나에게 다가와 동전을 내 손에 쥐어주었다.
적어도 그 순간 만큼은 행복했다. - 돈 때문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감동을 주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4. 그리스에서의 마지막 밤.
허름한 차림의 한 남자가 거리를 배회하고 있다. 한 쪽 어깨에는 흔히 볼 수 없는 악기를 매고 있다. 그의 옷차림이 심상치 않다. 피부는 좀 까만편이다. 그는 그리스의 번화가의 한 상점 앞에 자리를 잡았고, 음악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아! 잠베(djambe). 아프리카 전통악기였다.
그리스 국가(國歌)에 리듬을 맞춰 북을 두드려 댓다. 빠른 리듬, 느린 리듬, 다양한 음악을 연주한다. 흥미롭다. 사람들은 그를 지나치며 그에게 관심을 보인다. 하지만, 거리에는 수 많은 악사들이 있다. 악사들이 많은 만큼 많은 종류의 악기들이 존재했다.
하지만, 이 동양인 사내는 좀 독특했다. 그의 북소리는 온 거리에 울려 퍼졌다. 분수대에 앉아서 연주를 하기도 했고, 광장을 울리기도 했다. 특이한 복장의 한 동양인 사내. 그는 사람들에게 흥미로운 볼거리를 제공했다. 그는 단지 좀 초짜처럼 보였지만, 그 날 그리스 번화가는 흥미로운 볼거리를 하나 더 가진 셈이었다.
한 시간이 좀 지났을까? 그는 북을 메고 자리를 뜬다. 그의 앞에는 동전 수십개가 쌓여 있었다. 그 동전을 챙겨들고, 한 식당으로 가서 음식을 주문한다. 배가 고팠나 보다. 그리고 음식을 먹고는 유유히 어디론가 사라진다. 행색을 봐서는 여행을 하는 사람이 분명했다. 그의 작은 가방에는 그리스의 국기도 붙어 있다. 저 악기와 저 작은 가방을 가지고 여행을 하고 있는 걸까? 그렇게 그는 사라졌다.
그 날 이후, 그리스의 거리에서 그를 다시 볼 수 없었다.
- 아테네의 거리, 이곳에서도 북을 쳤다
| Ep]그리스, 아테네 - 여행중에, 뭔가를 잃는 다는 것[혹은 도난] (2) | 2011.11.05 |
|---|---|
| Ep] 그리스, 산토리니 - 냉정한 그리스, 안그래도 억울한데 돈까지 더내라고?!(Santorni, Greece) (14) | 2011.07.16 |
| Ep] 뉴욕(NewYork, NY) - 폭설과 비행 취소. 비행기 비지니스석을 타라고?! (NYC, USA) (4) | 2011.07.15 |
| Ep] 슬로베니아, 류블랴나 - 베로니카를 만나러, 류블랴나, 류블랴나(Slovenia, Ljubljana) (12) | 2011.06.19 |
- 길을 걷다, 세계여행/여행, 그리고 에피소드 · 2010. 12. 7. 21:39
1. 지하철을 타고 가는데 열차가 멈췄을 때? 폭우로 기차가 지연될 때?
천재지변으로 인한 교통의 두절[혹은 마비]. 라는 말을 한번 쯤 들어봤을 것이다. 흔히들 티비에서 그런 말을 많이 들어 봤을 것이다. 태풍이 휘몰아 치던 어느 날일 수도 있고,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장마철의 어느 날일 수도 있다. 아니면, 엄청난 폭설로 인한 것일 수도 있다.
요즘은, 엘리뇨, 라니냐라고 해서 기상이변이 속출한다고 이곳 저곳에서 말들이 많다. 그런 기상이변으로 인한 피해는 우리들이 얼마든지 겪을 수가 있다. 피해를 겪는다. 하지만, 우리가 정당하게 돈을 지불하고 이용하는 교통수단이, 제 시간에 좀더 빠르고, 편하게 가르고 가격을 지불했는데, 천재지변으로 발길이 묶일 때?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우리는 그냥 당하고만 있어야 하는가?
각종 운송 수단을 운영하는 회사들은 그들의 운영 규정에 대부분 이런 조항이 있다. "천재지변으로 인한 지연[또는 취소]발생 시 보상을 해 줄 수 없다.[대표적으로 기차]" 비행기의 경우 폭우로 몇 시간 지연되면 항공사 측에서 쿠폰 같은 것을 제공해 주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승객들은 꼼짝없이 당할 수 밖에 없다.[이미 회사들은 돈을 지불 받은 상태니까 큰 손해가 없겠지]
2.
지난 추석, 서울지역에 폭우가 내렸다. 그 날 저녁 때 기차를 타고 고향에 갈 생각이었다. 학교에서 바라본 하늘의 모습은 정말 누가 양동이로 물을 퍼붓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렇게 몇 시간을 비가 내리더니 이내 멈추었고, 나는 지하철을 타기위해 길을 나섰다.[지하철 4호선 충무로역]
시간은 7시를 지나고 있었고, 서울역에서 떠나는 열차를 타려고 가는 길이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지하철이 갑자기 멈춰버렸다. 폭우로 인해서 운행이 중단 된 것. 지하철에 갇혀서 하염없이 시계만 바라보았다.[겨우 3정거장 밖에 안되는데?] 그렇게 시간은 흘렀고, 열차는 떠났다.
뉴욕에 있을 때, 사상 유례없는 폭설이 들이닥쳐, 내 비행기가 캔슬되었고, 나는 다음 비행기를 타려면 5일을 기다려야 했다. 그 날 밤에 출발하기로 되어있는 비행기는 캔슬되지 않았는데, 그 비행기로 바꾸어 타려면 차지300달러를 추가로 내야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추가로 300달러를 더 내고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에 올랐다. 천재지변으로 인한 손해는 승객이 다 물어야 하나?
어느 땐가, 경부선 철도 김천 부근에서 철로가 유실되는 사태가 밣생했다. 그 일로, 경부선철도를 자주 이용하던 내 친구는 나에게 말했다. 정말 기차는 사람이 탈 것이 못된다고[절대 감정적으로 이 글을 쓰는 게 아님].
천재지변 정말 무섭다. 하지만, 잦아지는 천재지변의 피해속에, 속수무책 당하기만 하는 고객들에 대한 보상도 마련되었으면 좋겠다. 적어도 우리나라는 그게 너무 안되어 있다. 고객은 왕이라면서, 돈 이미 받았다고 그걸로 끝인가? 꼬우면 이용하지 말라고?
3, 그리스에서의 굴욕을 뒤로한 채 드디어 터키로 가는 열차에 몸을 실었다.
그리스, 정말 생각만해도 치가 떨리는 곳이었다[경기장 기계실에 갇힌 사건과 구걸사건으로 너무 피곤한 그리스였다]. 다시는 오지 않겠다고 다짐을 하며 잠을 청했다.[하지만 나는 다시 그리스를 찾았고, 다시 찾은 때 결국 배낭을 도둑맞는 사태가 발생했다]
열차는 어둠을 뚫고 달리고 있었다. 빗방울들이 창문으로 달려와 부딫혀 사라졌고, 또 다른 물방울들이 창문을 뚫을 기세로 달려들었다. 기차에 몸을 싣기 전 기상정보가 생각났다.[그리스 북부지역에 폭우가 내리고 있다는 말]
내 앞에 앉은 그리스 애들이 나를 깨웠다. 창밖은 어둠이 살짝 깔려 있었다. 열차는 아주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고, 철로 옆의 강은 금방이라도 넘쳐 철로를 품에 안을 듯 했다.
대학생 정도로 보이는 그리스 애들이 나에게 뭔가를 말하려는 것 같았다.[영어를 거의 하지 못했다. 바디 랭귀지로] 왜? 무슨일이야? 라고 속으로 생각하며,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한 명이 창밖을 가리키면서 뭔가를 설명했다. 기차에서도 방송이 나오고 있었다.[그리스어로] 사람들은 수근대기 시작했다. 그리스애의 짧은 영어와 그의 바디랭귀지와 창 밖의 상황, 그리고 사람들의 행동을 볼 때 이건 좋지 않은 징조였다. 불안했다. 이윽고 기차는 멈췄고, 사람들은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뭐지 이건? 혹시, 나....오늘 이스탄불 못가는거야?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비행기는 내가 타지 않아도 날아 갈 텐데.
4.
그는 어리둥절해서 그냥 사람들을 지켜 보고 있었다. 그의 앞에서 말을 걸던 그리스 애들이 짐을 챙겨서 나가라는 말을 그에게 했고 그는 짐을 챙겨서 사람들을 뒤따랐다.
사람들을 따라 그는 나갔다. 빗속 저 멀리 버스 네 대가 서 있었다. 사람들은 버스를 향해 걸었다. 비는 계속 내리고 있었다. 그는 사람들을 따라 버스에 올랐다. 그리고 옆사람에게 물었다. 무슨일이죠?
그의 옆에 앉은 사람은 대답했다.
비가 많이 내려서 철길이 물에 잠겨서 기차가 더 이상 갈수가 없어. 그래서 우리는 버스를 타고 비가 내리지 않는 곳으로 가서 그 곳에서 다시 기차를 타고 출발 할 거야.
그는 불안했던 마음이 사라졌다. 폭우 때문에 이스탄불로 가지 못할 것 같다는 좌절감에 휩쌓여있었는데, 버스로 이동하다니! 정말 다행이라고 말했다.
버스는 빗속을 달렸다. 그는 감았던 눈을 떳다. 햇살이 비치고 있었고, 사람들은 내렸다. 그가 도착한 곳엔 상쾌한 바람이 불고 있었다.
알렉산드리아 역. 조그마한 역이었다. 그 곳에서 기차를 타면 된다고 누군가가 그에게 일러 주었고, 그는 플랫폼에 앉아 기차를 기다렸다.
5.
알렉산드리아 역에 들어오는 기차를 나는 기쁜 마음으로 맞았다. 오, 정말. 그리스는 나에게 시련을 주었지만, 드디어 그리스를 빠져나가는 구나. 바이바이 그리스. 다신 오지 않을 테다.
기차는 다시 이스탄불로 향해서 출발했고, 더 이상의 괴롭힘은 없었다. 그리스 출국 스탬프를 찍고, 터키로 들어 갔을 때 그는 새로운 세상에 온 기분이었다. 그리고 또 한편으로, 고마웠다. 그리스의 투철한 고객정신. 폭우로 인해 기차 운행이 어렵게 되자, 버스로 승객을 태워주다니! 그것 하나만은 내가 칭찬하마.
| Ep] 볼리비아, 나를 죽일셈이냐?(3) - 조마조마 버스타고 아마존 (14) | 2011.01.09 |
|---|---|
| Ep] 볼리비아, 나를 죽일셈이냐? (2) - 우유니 가는 길 (12) | 2011.01.07 |
| Ep] 볼리비아, 라파즈 - 나를 죽일셈이냐? (1), 데스로드 자전거 투어 (8) | 2010.12.05 |
| Ep]그리스, 테살로니키 - 난 거지가 아니에요. 여행자라구요! (6) | 2010.12.04 |
- 길을 걷다, 세계여행/여행, 그리고 에피소드 · 2010. 12. 4. 20:06
1. 가끔은 이런 경험을 해 봤을 수도 있다. - 내가 분명히 지갑을 챙긴 것 같은데? 돈이 왜 없지? 라고 생각하게 되는 상황.
어딘가에 가려고 생각하고고 차표를 사야 할 때, 돈이 모자랄 경우. 가깝게는 지하철을 타려고 하는데, 교통카드 충전을 안해서 돈이 모자라고, 현금을 가진게 없어서 주머니를 뒤져보니 돈이 모자랄 때.[내 친구가 실제로 경험한 일이다. 1회용은 1500원 인데, 천원밖에 없어서 지하철을 타지 못했다고 한다]
가끔씩 기차역에서 기차표를 끊기 위해 줄을 서 있다보면, 차비가 없다면서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들을 종종 만난다. 예전에 한 번은 그런 말을 하는 사람에게 소액의 돈을 준 적이 있다.[그런데 그 사람의 손안에 수 많은 동전과 지폐가 있는 것을 보고,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그리고 가끔은 술 냄새를 풍기면서 차비가 없다고 돈을 달라는 사람들도 있는데 과연 그 사람들이 돈을 받아서 차비로 쓸지로 의문이 생기기도 한다]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지갑을 잃어 버려서[혹은 집에 깜빡하고 놔두고 와서] 차비를 구입하지 못 할 경우. 그럴 경우 우리는 두 가지 선택을 해야한다.[다양한 경우가 있을 수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주위의 사람들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차비를 마련하거나 그렇지 않거나.
2. 그리스는 나랑 안맞아 - 나에게 많은 시련을 남겨준 그리스.
지난번 이런 제목의 포스팅을 한 기억이 난다. "아무도 길가의 악사에게 동전을 던지지 않는다". 그 때, 아테네에 아침 일찍 도착한 나는 배낭을 도둑 맞았고, 약간의 돈과, 컴퓨터 어댑터와, 각종 책들과 옷들 그리고 그 외의 많은 것들을 잃어 버렸었다. 그 때 잃어버린 물건들을 다시 구입하느라 많은 돈을 소비했고, 잃어버린 약간의 현금도 아까웠다. 그 때 나는 들고 다니던 악기를 들고 그리스의 길거리에서 연주를 해서 돈을 벌었다. 명분은 - 여행하는 거리의 악사.
하지만, 테살로니키에서의 나는 상황이 달랐다.[시간적으로는 테살로니키가 먼저 일어난 사건이다]. 아테네 경기장에서의 왠지모를 승리감에 도취해서[샤워를 하고 난 뒤라서 기분이 정말 상쾌했다] 경기장을 빠져나와 전철을 타고 아테네 올림픽 주경기장을 구경하고 아테네 역으로 갔다. 그리고 테살로니키로 향하는 야간열차에 몸을 실었고, 다음날 테살로니키에 도착했다. 그 다음날은 이스탄불로 가면 될 터였고, 이스탄불 공항에서 하루를 보내고 이집트로 가는일만 남아 있었다.
3. 테살로니키의 오후.
테살로니키 바닷가의 한 공원에서 한적하게 책을 읽고 있다가, 저녁 무렵 간단하게 끼니를 때우고[이 때 마지막 남아있던 유로를 다 소비했다] 역으로 향했다. 그리고 기차역 예매창구로 가서 나의 기차표(발칸 플렉시패스)를 보이며 좌석을 배정받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자 창구에서는 나에게 청전벽력같은 소식을 전해 주었다.
니가 타려는 기차는 국제 열차이고, 등급이 높은 기차라서 니가 가진 패스로 기차를 타려면 돈을 더 지불해야 한다. 얼마를 더 내야하나? 15유로를 더 지불해라. 알았다. 잠시 후 다시 오겠다. 절망적이었다. 앞길이 막막했다.
무료로 기차를 타고 가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무료 기차는 그 날 밤 불가리아의 수도 소피아로 가는 기차가 있었다. 소피아에서 이스탄불로 가는 기차는 무료 열차였다.[내가 이스탄불에서 소피아로 갈 때 무료였기 때문에. 두 도시를 왕복하는 기차는 차종이 같았다] 그렇게 가면 이스탄불로 가는데 최소 이틀은 걸릴 터였는데, 비행시간을 못마출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돈을 마련해야 겠구나. 내 수중에는 50달러 짜리 지폐가 있었다. 하지만 역 안의 환전소는 이미 문을 닫았고, 거리로 나가보았지만 거리의 환전소도 이미 문을 닫은 시간이었다. 오후 7시가 넘었으니 그럴법했다. 막막했다.
4. 그는 다시 역으로 돌아왔다.
망설였다. 그는 한가지를 결심했다. 오늘 밤에 기차를 타고 이스탄불로 떠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한 가지 방법이 있었다. "구걸"을 하는 것.
그의 모습은 뭐 구걸을 하기에 손색이 없을 정도 였다. 삼선 슬리퍼에, 약간의 땀을 흘린 모습, 정돈되지 않은 머리, 큰 배낭. 그는 테살로니키 역을 드나드는 백패커들에게 말을 걸었다. 같은 여행자니까 어쩌면 도움을 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지나가는 여행자들을 붙잡고 말을 걸기도 하고, 역안에서 쉬고있는 여행자들에게도 자신의 사정을 설명했다.
하지만, 다른 여행자들의 반응은 냉랭했다. 그는 서러운 기분을 느꼈다. 막막했다. 열차가 출발하는 시간은 다가오고 있었다. 그는 생각을 했다. 내가 과연 다른 여행자 입장이라면 손쉽게 도와 줄 것인가? 정답은 노 였다. 백패커들 대부분이 빠듯한 예산으로 한푼 두푼 아껴가면서 여행을 하는데, 쌩판 처음보는 녀석이 갑자기 와서 돈을 달라고 하면 백이면 백 줄 리가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다른 방법을 써야 했다.
5. 현지인 커플을 공략하자.
나는 생각했다. 일단 현지인들을 공략해야 한다[그들은 적어도 금전적 여유가 있을 테니까]. 그리고 지폐 말고 동전을 달라고 하자.[동전은 왠지 크게 느껴지지 않는 것이므로, 거기다가 유로는 2유로 짜리 동전도 있었기에 예상보다 수입이 좋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그리고 현지인 중에서도 남자와 여자가 같이 있는 사람을 공략하자. 그리고 웬만하면 젊은 사람을 공략하자.
그리고 나는 바로 작전에 돌입했다. 역 안팎을 배회하며 목표물을 찾아다녔다. 그리고 보니, 목표물이 꽤 있었다. 나는 목표물에 접근했다.
익스큐즈미-[여자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무조건 남자에게 말했다]. 나는 한국출신의 여행객인데, 오늘 낮에 지갑을 도난당해서 모든 돈을 다 잃어 버렸다.[동정심 유발을 위한 멘트가 필요했다] 오늘 밤에 이스탄불로 가는 기차표를 사야하는데 돈이 없어서 못사고 있다. 혹시 주머니에 동전이 있으면 동전을 나에게 주면 고맙겠다. 지폐는 주지 않아도 된다. 라는 멘트를 날렸다.
결과는? - 대성공이었다.
모든 커플들이 나에게 돈을 준 것은 아니지만, 일단 거의 대다수의 남자들이 옆의 여자를 한 번 보고, 나를 한 번 훑어 보고, 나에게 돈을 주었다.[심지어 나에게 5유로 짜리 지폐를 주는 사람도 있었지만, 나는 나름대로 매너(?), 양심(?)을 지키기 위해 지폐를 정중하게 사양하고 동전만을 받았다]
그렇게 몇 번 하고나니, 내 수중에 꽤 많은 돈들이 들어왔다.[기차표를 사고, 샌드위치 하나를 사 먹고, 그러고도 5유로가 남아서 이스탄불에서도 밥을 한끼 사 먹을 정도였다. 샌드위치를 사먹으면서 나에게 돈을 준 사람들에게 좀 미안하기도 했다. 차비를 위해서 돈을 주었는데 내 배를 채우고 있으니 말이다] 몇 번만 더 하면 돈을 쉽게 더 벌 수 있고, 좀 더 좋은 음식을 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나는 생각했다.
"나는 거지가 아니라, 여행객이잖아."
6. 그는 기차에 올랐다.
이스탄불을 향해 가는 기차가 플랫폼에 들어왔고, 얼마 후 기차는 출발했다. 하지만, 그리스는 끝까지 그를 괴롭혔다. 악랄한 그리스. 그리스 북부지방에 전례없는 폭우가 내리고 있다는 소식을 그는 접했다.[여기도 우리나라 에서는 경험할 수 없었던 독특한 경험을 하게 된다. 다음 포스팅에!]
7. 덧.
몽골에 있을 때, 구걸하는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세 명이서 저녁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했는데, 세 명 모두가 의견이 달랐다. 구걸을 해 본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구걸을 하는 사람에게는 절대 돈을 주면 안된다는 입장이었다. 물론, 모든 구걸하는 사람들이 내가 생각하는 이유로 구걸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여기에 관해서는 다음에 포스팅을 해 봐야겠다]
- 그리스 느낌
| Ep]그리스, 테살로니키 폭우 때문에 기차가 멈췄는데 어떡하지? (2) | 2010.12.07 |
|---|---|
| Ep] 볼리비아, 라파즈 - 나를 죽일셈이냐? (1), 데스로드 자전거 투어 (8) | 2010.12.05 |
| Ep] 그리스, 아테네 - are you Japanese ? yes, Japanese ! (2) | 2010.12.04 |
| Ep]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 그 여자들이 소매치기 였다니! (10) | 2010.12.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