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을 걷다, 세계여행/여행, 그리고 에피소드 · 2013. 9. 17. 11:21
1.우리가 생각하는 것들_장소에 관하여.
우리가 장소를 기억한다는 것은, 그 장소에 어떤 의미를 부여한다는 것이다. 어떤 특정한 장소를 접하는 사람들은 각자 그 장소를 다르게 인식한다. 어떤 장소는 누군가에게는 좋은 추억을 떠오르게 하는 특별한 장소가 될 수도 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그 장소가 불쾌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곳 일 수도 있다. 그리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아무런 감흥
장소와 방향(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도, 의미도 없는 기억에 조차 남지 않는 '장소'가 될 수도 있다.
이처럼 '장소'는 가변적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장소에 대해 서로 다른 의미를 부여하게 되고, 장소는 사람들에게 상이한 의미를 전달하게 되는 것이다. 그 '장소'는 그 자체의 하나로 존재하지만, 우리는 그 장소와 함께 다른 수많은 '이미지'들을 결합시켜 다양한 '장소'로 만들어 우리들 각자의 머릿속에 넣어둔다[그것이 의식적 행동이 될 수 도 있고, 무의식적인 행동이 될 수도 있다].
우리는 기억을 하거나 어떤 추억을 만드는 데 있어서 많은 이미지들을 활용한다[기억을 하는 데 있어서 이미지를 활용하는 것은 상당히 유용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어떤 장소는 어떤 특정한 이미지와 연결되어 우리의 머릿속에 남게 된다. 예컨데 우리가 일상을 보내며 과거의 특정한 경험과 연관되는 어떤 특정한 이미지[사물, 사진, 영상 등의 모든 형태]를 접하게 될 때 우리는 그 이미지와 관련된 어떤 기억을 떠올릴 수 있고, 잊고 있던 옛 추억이 떠오름으로 인해서 즐거운 감상에 젖을 수도 있다.
또한, 우리는 어떤 장소를 생각하거나 떠올리려 할 때, 그 장소에서 보았던 이미지들을 회상할 수도 있고, [아직 그 장소에 대한 직접적인 경험이 없다면]책이나 인터넷에서 보았던 어떤 것을 떠올릴 수도 있다. 우리가 떠올린 이런 이미지들은 어떤 '상징'이 되어 우리의 머릿속에 남아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상징'은 우리가 여행을 할 때, 어떤 지향점 혹은 목표가 되어 우리를 움직이게 한다. 우리는 여행을 하면서 그런 '상징'을 좇고, 그 '상징'을 통해서 머릿속에서 또 다른 이미지들을 만든다.
2.우리가 보고싶어 하는 것들_상징
우리는 '상징'을 찾아 다니며, 그것들을 보고싶어 한다.
많은 사람들이 '뉴욕'하면 자유의 여신상을 떠올린다. 많은 사람들이 '파리'하면 에펠탑을 떠올리고, '런던'하면 빅밴을 떠올린다. 그리고, 그 나라 그 도시를 여행하며 우리는 그런 상징물을 찾아 사진을
찍고, 우리 각자의 추억을 만들어 간다. 비단 이런 '상징 좇기'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도시가 아닌, 한
뉴욕, 자유의 여신상
나라[국가]의 상징과도 관련이 된다. 이집트의 피라미드, 중국의 만리장성, 브라질의 쌈바, 몽골의 게르 등 우리는 이들 나라를 방문할 때면 그런 상징을 찾아 헤멘다.
현대 사회의 여행은 어쩌면 이런 '상징 좇기'를 하는 일종의 형식 유희라고 볼 수도 있으며, 여행사들은 그런 '상징 좇기'를 부추기며 그 나라를 방문했을 때, '상징물' 앞에서 사진을 찍는 행위가 여행의 모든 것이며, 여행의 종착지인 것처럼 말하기도 한다.[이러한 '상징 좇기'가 잘못된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상징'은 여행의 목적지가 될 수도 있고, 여행의 목표가 될 수도 있다. 어느날 내가 책을 읽다가[그 책의 제목은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였다] 문득 그 책의 배경이 되는 도시에 가고 싶어졌고, 그 도시의 '상징'을 그 책에 나오는'도시의 광장'이라고 생각하고 무작정 그 도시의 광장으로 향했던 것 처럼, '상징 좇기'는 여행의 원동력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러한 도시의 '상징', 여행의 '상징 좇기'를 통해 우리는 그 도시를 기억하고, 여행을 통해 자신이 만든 새로운 경험을 바탕으로 그 도시를 이미지화 한다. 그리고 나 자신과 그 장소, 도시 사이에 새로운 의미관계를 만들어 그 장소를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여 그곳을 자신만의 특별한 공간으로 만들어 간다.
3.인도의 상징을 찾아서_
인도의 '상징'. '인도'하면 떠오르는 것,
많은 것들이 떠오를 수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떠올리는 것 중 하나가 '타지마할(Taj Mahal)'이다.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곳'의 상위권에 랭크되어 있는 타지마할. '인도의 대표적인 건축물', '인류가 보편적으로 감탄할 수 있는 걸작'이라는 수식어들. 이런 수식어들은 우리들에게 '타지마할'이 인도
타지마할(Taj Mahal), 인도 아그라
의 상징이 될 수 있게 해 준다. 우리는 많은 책들을 통해서, 그리고 많은 광고를 통해서 타지마할의 모습을 보아 왔다.
델리(Delhi)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아그라(Agra). 많은 사람들이 아그라를 찾는 목적은 인도의 '상징'을 눈으로 직접 보는 것이다. 아그라 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 인류가 남긴 걸작 '타지마할'을 만날 수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타지마할은 아그라에서 요염한 자태를 뽐내며 관광객들을 맞아들이고 있다. 파란 하늘, 길게 늘어진 회랑, 그리고 그 끝에 위치한 새햐안 색의 거대한 건물. 곡선이 아름다운 건물, 그 주위에 네 개의 기둥이 서 있다. 우리가 많이 보아왔던 '타지마할'의 모습이 있다.
하지만, 그곳에 가보면 우리가 상상하던 '타지마할'이 아닌 또 '다른 타지마할'이 있음을 알게 된다.
인도의 상징인 '타지마할'을 본다는 생각으로, 길을 떠났다면 우리는 그 목적을 생각하며 그것에 충실하면 된다. 하지만, 여행은 그 하나의 목적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여행은 그 목적을 향해 가는 과정에서 겪는 수 많은 사건들[일상의 소소한 일들을 포함한 모든 일들이라는 의미]의 집합체이다. '타지마할'을 향해 가는 과정에서 만나는 수 많은 사람들, 무더위, 그리고 놀랄만큼 비싼 타지마할의 입장료. 많은 요소들이 우리들을 불쾌하게 만들 수 있다. 이러한 불쾌함을 만드는 소소한 요소들이 우리가 인도의 상징을 바라보며, 감탄하고 싶다는 순수한 목적을 훼손시킬 수도 있다. 심지어는 '타지마할'이라는 건물이 가진 본질적 가치, 여행의 순수했던 목적마저 훼손된 채, 우리는 타지마할에 관한 안좋은 기억만을 가진 채 아그라를 떠날 수도 있다.
4.'타지마할'에 관한 짧은 대화_
우연히 어떤 여행자들을 만났다. 그들은 타지마할에 다녀온 뒤였고, 아직 타지마할에 가 보지 않은[곧 타지마할을 방문할 예정인] 여행자들에게 타지마할에 대해서 말하고 있었다[물론 나도 그 이야기를 듣고 있는 사람 중에 하나였다]. 그들 무리 중 한 남자가 타지마할에 대해 열심히 이야기를 해 주고 있었고, 모두의 귀와 눈은 그의 입과 몸짓에 집중되어 있었다. 그는 타지마할에 가는 방법, 타지마할의 입장료 등 자신이 경험한 타지마할에 대해 열심히 말했다. 그러면서 마지막에 그는 덧붙였다.
"타지마할이 꼭 가봐야 하는 곳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냥 큰 건물 하나 있는데, 입장료 얼마나 비싼지, 완전 바가지에요.그 입장료[타지마할의 입장료는 외국인과 내국인이 다른데, 외국인이 내국인에 비해서 30배 이상 비싸다. 내국인은 20루피, 외국인은 750루피]에 비하면, 정말 형편없어요."
그러고 나서 심지어 이런 말을 했다.
"돈아깝고 시간아깝고, 가지마세요"
나는 그의 말에 반박하고 싶었지만, 아직 그곳에 가보지 않은 나로서는 별로 할 말이 없었기에, 그 말을 듣고도 잠자코 있었다. 옆에서 나와 함께 이야기를 듣고 있던 다른 여행자가 말했다.
"가지 말까... 시간도 별로 없는데."
그러면서 그녀는 아그라에서 멀지 않은 다른 도시에 대해 묻기 시작했다. 그렇게 여러가지 여행 정보를 주고 받으며 한참을 이야기 한 뒤, 나는 나와 함께 타지마할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있던, 고민하던 그녀에게 말했다.
"타지마할에 가보세요. 왜 저 사람 말만 듣고 가보지도 않은 곳에 대해서 편견을 가지고 있죠?" 그녀는 다시 심각한 표정이 되었다. 그리고 나는 덧붙였다.
"후회하더라도 가보고 후회해야지, 가보지도 않고 후회도 못해보는 건 너무 억울하지 않나요?"
5.우리는 왜 그곳에 머무르지 않는가_Taj Mahal.
아침 일찍, 아그라의 타지마할로 향했다. 아침 일찍 타지마할에 가서, 그곳에서 시간을 보낸 뒤 델리로 돌아올 예정이었다. 아그라 역의 혼잡한 인파를 헤치고 나와 릭샤꾼들을 무시한 채, 타지마할을 향
저 너머, 타지마할.
해 걸었다. 타지마할로 향하는 길에, 아그라 성을 비롯한 여러가지 볼거리들이 있었지만 그런 것들은 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나는 오직 세기의 명작, 인도의 '상징' 타지마할을 봐야 한다는 생각과 타지마할에 기대감이 있었기에 한시라도 빨리 타지마할을 보러 가고 싶었다. 아그라의 오래된 다른 건축물들을 뒤에 흘려보내고, 타지마할 입장권을 구입했다. 듣던대로 비싼 가격이었다. 정말, 터무니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수 많은 나라들을 여행하면서, 외국인 가격과 내국인 가격이 따로 책정되어 있는 곳을 수 없이 봐왔지만 이렇게 차이가 많은 폭리를 취하는 곳은 처음이었다.
보안검사를 한 뒤, 넓은 광장 같은 곳을 지나 타지마할이 있다는 곳을 향해 갔다. 큰 관문 같은 것이 있었고, 그 아래 수 많은 인파가 뒤엉켜 있었고, 그 뒤로 타지마할의 모습이 어렴풋이 보였다. 관문의 어두운 통로, 그 뒤로 파란 하늘. 그 아래, 새하얀 타지마할이 있었다. 듣던대로 웅장했고, 듣던대로 라인이 살아 있었다. 책에서 보던, 딱 그 모습이었다. 한가지 다른 점, 새롭게 발견한 것이 있다면, 내 주변, 타지마할의 주변에만 수 백명의 사람들이 뒤엉켜서 타지마할의 사진을 찍고 있는 것이었다.
나는 혼자, 타지마할을 향해 걸어갔고, 사진을 찍기 위해 뷰 포인트(View Point)에서 다른 사람들
이 사진을 다 찍을 때까지 기다리기도 했다. 다른 사람들에게 내 사진을 찍어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
사진찍는 사람들
고, 나는 벤치에 앉아 타지마할이 뿜어내고 있는 아우라를 느껴보기도 했다. 새하얀 타지마할의 대리석 바닥. 바닥 조차 돌이 아닌 부드러운 지우개로 만들어진 것 같은 느낌이었다. 돌이 아닌, 하얀 진흙으로 빗은 건물 같았다. 부드러움이 묻어나는 건물이었다. 주변을 둘러싼 회랑 사이사이를 드나들며, 회랑의 출입구 사이로 언뜻 보이는 타지마할의 모습을 구경했다. 사라졌다, 나타났다를 반복하는 타지마할. 내가 타지마할의 주위를 거닐며 보는 타지마할은 시시각각 모습을 바꾼채 나에게 다가왔다. 타지마할 앞으로 펼쳐져 있는 정원, 나무 그늘 벤치에 앉아 타지마할을, 타지마할 주위를 거니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햇살을 받아 은은하게 빛나는 듯한 느낌을 주는 그런 타지마할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 와서 사진을 찍고 타지마할 주위를 한바퀴 돌고, 다시 들어왔던 관문을 통과해서 빠져나갔다. 나는 타지마할이 잘 보이는 한켠에 앉아 그 사람들을, 그리고 타지마할을 유심히 살폈다.
Taj Mahal, 사진찍는 소년
'이게 바로, 세기의 걸작이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동안 나는 여행을 하면서 유럽의 수많은 건축물들을 보아왔고, 숨막히는 절경도 보아왔지만, 이곳 타지마할의 앞에서 또 다른 감동을 받고 있었다. 선과 색과 하늘의 조화. 그 옛날, 무굴제국의 황제 '샤 자한'이 타지마할을 만든 기술자들의 팔을 잘랐다는 이야기가 생각났고, 충분히 그럴 법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토록 아름다운, 감동을 줄 수 있는, 죽기전에 꼭 봐야 하는 건물, 그것이 왜 타지마할인지, 그 정답은 여기에 있었다.
이곳에 오기 전, 누군가의 말을 듣고 이곳에 오지 않았다면 그것은 정말 '일생일대의 후회될 일' 이라고 생각했다. '입장료'가 아깝지 않았다. 혹자들이 말하는 터무니없이 비싼 입장료,라 할지라도 타지마할은 그 입장료를 내고라도 볼만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돌바닥에 앉아 타지마할을 보며, 감동을 하며, 감격에 차 올라 있을 때, 한 여행객이 내 눈에 밟혔다. 그녀도 나를 보았고, 자연스럽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정말 멋지지 않아요?' 내가 말했고, 그녀는 '정말 그렇네요'라고 말한뒤, '식사하셨어요?'라고 덧붙였다.
시간이 많이 흘러 있었다. 나는 그녀의 제안에 따라, 식당으로 향했고, 식사를 하고, 근처 카페테리아에 앉아 음료를 마신 후, 조금이나마 무더위가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잠시 후, 그녀가 말했다.
'가이드 북에 보니까, 아그라에 볼거리가 꽤 있더라고요. 그래서 이제 아그라 성에 가볼까 해요. 거긴 타지마할보다 볼 게 많을 것 같아요. 같이 갈래요?'
그녀는 총총걸음으로 아그라 성을 향해 걸었다. 나는 아그라 성에 들어가지 않았다. 나무 그늘에 앉아, 아그라의 풍경을 바라보았을 뿐이다.
얼마 뒤, 그녀는 아그라 성의 입구를 빠져나와 나무 그늘에 앉아 있던 나에게 다가와서 말했다. "여기가 타지마할보다 볼건 더 많은데요? 미소"
6.우리는 무엇을 볼 것인가_
타지마할, 새하얀 건물이 파란 하늘아래. 은은한 빛을 내뿜으며 서 있다. 단지, 그것이 전부다. 타지마할이 왜,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것일까. 스쳐지나가듯 보면서, 사진만을 찍는다면, 타지마할이 주는 감동을 느끼지 못한 채 지나칠 지도 모른다. 타지마할을 그윽히 바라보며, 타지마할이 내뿜은 아우라를 느낀다면, 우리는 그 건물이 가지는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우리는 타지마할에서 뿐만 아니라, 많은 곳에서 세기의 걸작들을 만난다. 로마에서, 파리에서, 안데스 산 속의 마추픽추에서. 그들은 단지, 사진을 찍기 위한 배경이 아니다. 사진을 찍기 위한 피사체가 아니다. 그들은 그 자체로 가치가 있지만, 우리가 그들의 가치를 한순간에 발견해 내기는 쉬운일이 아니다.
우리는 그들 곁에 머물면서, 그윽히 그들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한다면, 감동이 밀려올 것이고, 새로운 의미를, 새로운 느낌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고 나서 우리는 사진을 뛰어 넘는 그 장소의 진정한 이미지를 머릿속에 새겨넣을 수 있다.
구경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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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지마할, 그 감동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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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지마할에서 바라본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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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지마할,
타지마할, 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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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다른 볼거리를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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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강연(講演)
우리는 주변에서 저명한 사람들이 초청되어 어떤 주제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강연회가 열리는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그리고 누구나 한 번쯤 강연회에 참석하여[강연을 하는 사람이 자신이 평소에 알던 사람일 경우, 강연회에 참석하여 강연을 듣는 경우가 많다] 강연을 듣기도 한다. 특히, 당신이 만약 지금 대학생이라면, 강연을 들을 수 있는 기회는 더 많다. 각 대학에서는 해외 유수 대학의 석학이나 사회 저명인사를 초청하여 강연을 하는 경우가 많고, 총학생회에서도 학생들의 삶의 질 향상과 교양을 위해서 사회 여러 분야의 사람들을 초청하여 강연을 하고, 학생들은 그 강연을 듣는다. 또한, 시간이 허락한다면 초청 연사와 질의 응답을 하는 시간을 가지고, 함께 대화를 하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우리는 사회 생활[학교 생활, 취미활동, 직장 생활 등의 모든 활동을 포괄하는 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눈다. 그러면서, 자신보다 좀 더 많은 경험을 한 사람[더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 자신 스스로가 판단 했을 때, 본받을 점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말과 행동을 통해 무언가를 배우게 된다[자신이 판단 했을 때 자신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서도 배울 것은 있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자].
흔히, 이런 사람을 일컬어 롤 모델[Role model]이라고 한다.
이처럼 우리는 삶을 살아가면서, 대화를 통해서, 혹은 그 어떤 사람의 행동, 행적을 보면서 자기 나름대로의 생각을 가지게 되고, 스스로를 변화시켜 나간다. 다시 말해, 우리 스스로 지금 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자신을 발전시켜 나간다고 할 수 있다.
2. 이집트에서 만난 사람.
이집트 여행이 거의 막바지에 이르렀다. 나는 며칠 시간이 남았기에 이집트 바하리야 사막에 갔다 와야겠다고 생각했다.[카이로에서 바하리야로 가는 버스를 타고 그 곳에 도착하면, 그 곳에서 사막 투어를 주선하는 사람과 협상을 해서 1박 2일 짜리 사막투어를 갈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다음 날. 아침, 버스를 타고 바하리야로 떠난다. 이번 여정이 이집트에서의 마지막 여정이 될 것이다[이집트를 떠나는 비행기를 타기 전까지 4일이 남은 시점이었다]. 버스는 사막을 가로지르는 검은 실선 위를 달린다. 앞뒤좌우, 사방이 모두 모래 뿐이다. 뿌연 먼지 위로 태양이 홀로 불타고 있다.
휴게소에 들러 허기를 채우고, 더위를 피하기 위해 주위를 어슬렁 거리며 방황하고 있었다. 저 쪽에 같은 버스에서 내린 일본인 여자 여행객 두 명이 보인다. 나는 그들에게 다가가 바하리야에 가서 사막 투어를 할 것이냐고 물었다. 그녀들은 그럴 것이라고 대답한다. 오늘은 도착하면 호텔에서 쉬고, 내일 투어에 참여할 예정이라고 덧붙인다. 그들은 이미 호텔을 정해놓은 상태다. 나는 생각해본다. 바하리야에 도착해서 협상에 실패한다면, 어쩔 수 없이 호텔에 묵고 다음날 투어를 떠나야 한다. 모든 것은 불확실하다.
버스는 지평선 저 끝에 있을지도 모르는 낭떠러지를 향해 계속 달린다.
△ 흑사막으로 가는 길.
끝없이 이어져 있는 도로, 그 위에 아무도 없다.
3. 흑사막과 백사막(Black desert and white desert) - 바하리야
버스는 바하리야 거리에 승객과 짐들을 토해 냈다. 버스 주변에는 지프 몇 대와 택시들이 서 있다. 누군가 그를 향해 외쳤다. 미스터 스즈키?. 아니라고 대답한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본다. 그에게 스즈키냐고 물었던 한 남자는 계속해서 스즈키를 찾고 있었다.
그는 이대로 호텔을 잡고, 여행사에 가서 사막 투어 문의를 해야 하나.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어디로 가야 할까?. 그가 걸어야 할 방향을 정하고 막 발걸음을 떼려 할 때, 지프의 묵직한 경적이 그의 뒤통수를 때린다. 일 년 넘게 양치질 하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 드는 하얀색 도요타 지프 한 대가 그의 곁으로 다가와 섰다.
안에서 누군가 말을 걸었다.
사막 투어 갈꺼야? 갈꺼면 지금 같이 가자. 얼만데?. 150파운드. 음, 비싼데?. 그럼 140에 해줄게. 그래도 너무 비싸, 100파운드 해줘. 그건 안되고 그럼 120파운드 어때?. 그는 잠시 고민을 하더니, 오케이를 외쳤다. 보조석에 앉아 있던 한 일본인 남자가 같이 가자고 소리치며, 얼른 차에 오르라고 부추기고 있었다. 그 남자가, 스즈키였다.
그는 차에 오르며 생각 했다. 일단 지금 120에 합의를 봤지만, 나중에 더 깍아서 100까지 해야겠다. 그는 이미 시와 사막(Siwa desert)에서 1박 2일 사막 투어를 80파운드에 갔다 온 적이 있기 때문에 120파운드는 비싸다고 생각했다.
지프는 사막으로 떠나기 전 미리 주문해 놓은 듯한 먹거리를 차에 실었고, 작은 상점에 들러 먹을 것을 추가로 좀 더 샀다. 그러고 나서 사막의 입구에 있는 찻집에서 차를 마시며 약간의 시간을 흘려 보냈다. 그런 뒤, 투어를 떠나는 두 남자[그와 스즈키]는 지프 뒤에 나란히 올랐고, 바퀴는 사막을 향해 굴렀다.
△ 검은 현무암으로 덮여 있는 흑사막(왼쪽)과 석회암이 있는 백사막(오른쪽)
4. 사막(desert) 속으로,
나는 협상을 하면서 물었었다. 오프로드(Off road) 주행과 음식, 그 밖에 어떤 옵션이 포함되어 있냐고. [사실, 시와 사막(Siwa desert)에서의 투어가 나에게 있어 굉장히 만족스러웠던 상황이었기에 나는 바하리야 사막 투어에 더 많은 기대를 걸고 있었다. 가격도 더 비싼데 당연히 더 재미있겠지?라고 생각하며.]
흑사막을 지나 백사막으로 가서, 그 곳[백사막]에서 캠핑을 하는 일정이다 사막의 입구, 카페에서 마신 민트차의 여운을 뒤로 한 채, 우리들은 사막을 헤집고 다녔다. 지프는 사막을 신나게 달린다. 스즈키는 마냥 즐거운 표정으로 이것 저것을 구경하며, 사진을 마구 찍어대고 있다. 흑사막. 독특한 사막이다. 표면이 시커먼 돌들로 덮여 있다. 하지만, 시와 사막[모래 사막]의 강렬한 이미지가 뇌리에 새겨져 있던 나로서는 만족할 수 없다[사실 좀 실망스러웠다]. 즐거움이나 만족감을[혹은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 더구나, 이곳의 사막 투어가 시와 사막보다 더 비싼 금액이라는 것이 나의 기분을 더 나쁘게 할 뿐이다.
검은색 화석으로 덮여 있는 흑사막. 그리고 하얀색 버섯 바위와 석회암으로 덮여 있는 백사막. 흔히 볼 수 없는 그런 사막이지만, 나의 마음은 즐겁지 않다. 마음 한켠엔 찝찝함이 남아 있다.
△ 물을 마시러 온 '사막여우'.
우리가 캠핑하는 곳에서 귀를 쫑긋 세운 채 물을 마시고 있다.
5. 사막 속에서,
그들은 백사막 모래 위에 담요를 깔고, 지프를 바람막이 삼아 캠핑할 준비를 했다. 주변에는 하얀색 버섯 바위가 그들을 둘러 싸고 있다. 그와 스즈키는 여러 사진을 찍었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그는 스즈키가 사막 투어를 위해서 엄청난 준비를 해 왔다는 것에 감탄을 했다. 스즈키는 이 사막 투어를 위해, 자신이 일본에서 준비해 온 CD[사막에서 듣기 좋은 음악 셀렉션]를 보여주었다. 수 십장의 CD가 케이스 속에 담겨져 있었다. 그들은 저녁 식사가 준비 되는 동안 그 음악을 들으며, 사막의 건조하면서 감미로운 공기를 허파 속으로 들여 보냈다.
저녁 식사 준비가 다 되었다.고 운전 기사가 말했다. 치킨 바베큐가 숯불 위에서 노릇노릇하게 익어가고 있었고, 사막의 베두인들이 먹는다는 전통 음식이 차려져 있었다. 전통 음식을 먹었다. 그러고 나서 황톳빛으로 변한 치킨 바베큐를 먹고, 맥주와 음료수를 마셨다. 운전 기사는 자신이 이집트의 한 고등학교 국사 교사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렇게 주말에는 사막 투어 가이드를 하고 있다면서, 여러가지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러면서 물 한 컵을 떠서 앞에 놓아 두었는데, 그렇게 하면 사막 여우가 찾아와 물을 마신다는 말을 덧붙였다.
해가 사막 저편으로 모습을 감추었을 때, 그들을 비추는 건 모닥불에서 흘러나오는 붉고 건조한 빛이 전부였다. 그들은 모닥불을 앞에 두고, 시간을 보냈다. 허리가 안좋다는 알리[운전기사 겸 가이드]에게 침을 맞으면 허리가 한결 좋아진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기 위해 그는 사막의 모래 위에, 포만감이 지배하고 있는 배를 대고 엎드려 허리에 스즈키가 놓아주는 침을 맞기도 했다[스즈키는 일본에서 한의사였기에, 항상 가방에 침을 가지고 다녔다].
그렇게, 달 빛 없이 별 빛 만으로 가득하던 밤이 지나고, 사막에는 지평선 너머로 아침 태양이 스믈스믈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 아침햇살.
백사막에서 맞이한 아침.
6. 돌아오는 길.
나는 생각한다. 시와 사막(Siwa Desert)과는 다른 매력이 있지만, 그래도 시와 사막 때 만큼 재미있었던 것 같지 않다. 아직 돈을 지불하지 않았으니, 이따가 돈을 줄 때 다시 한 번 더 협상을 해서 내가 원하는 금액인 100파운드만 줘야 겠어.
어느덧, 지프는 바하리야 시내로 진입하고 있다. 알리는 한 시간쯤 뒤에 카이로로 가는 버스가 올 것이이니 저쪽 벤치에 앉아 기다리면 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나에게 투어 비용을 지불하라는 메시지가 담긴 눈빛을 보낸다. 나는 이제 말을 해야 할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저런 이야기로 말을 시작했다.
나는 몇 마디를 덧붙여 나의 입장을 밝힌다. 하지만, 알리는 완고하다. 나도 더 이상 내 주장만을 말하면서 내 뜻을 고집할 순 없다. 120파운드를 알리에게 건네주고 지프에서 내린다.
나와 스즈키는 지프에서 내려 간단하게 끼니를 때웠다. 버스 정류장 옆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서 버스를 기다린다. 메마른 태양이 흙먼가 피어오르는 거리를 광통하고 있다. 먼지들이 다시 그 태양빛을 관통한다. 나는 몽상에 잠겨 있다.
그 몽상을 깨뜨리며, 스즈키가 나에게 말을 걸어 왔다.
당신은 지금 막 다녀온 사막 투어가 마음에 들지 않았나요? 나는 그의 질문에 답한다. 며칠 전에 시와에서 사막 투어에 다녀왔는데, 그곳은 이곳보다 가격도 저렴하고 더 재미있었어요. 그래서 사실, 나로서는 이번에 간 사막에 좀 실망했고, 재미도 별로 없었어요.
스즈키는 말한다. 나는 이 투어를 가려고 카이로에서 예약하고 왔는데, 얼마를 냈는지 아세요? 나는 스즈키가 얼마를 냈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 없었다. 처음에 운전기사가 나에게 제시한 150파운드 정도 일거라고 생각을 하고, 150파운드 정도 아니냐고 말했다. 하지만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전 500파운드를 내고 왔어요. 카이로에서 말이죠.라고 스즈키가 말한다. 그리고 덧붙인다. 내가 돈을 낼 때 제시된 옵션에는 치킨 바베큐 한 마리, 맥주, 과일 등 다 포함된 것이었어요. 당신은 120파운드를 냈죠? 그리고 나와 똑같은 옵션을 제공받았어요. 사실, 그 옵션은 나를 위한 것이었는데, 당신이 참가했기 때문에 모든 것이 반으로 나뉜거죠. 그렇지만, 전 마음 상하거나, 기분나쁘지 않아요. 당신을 원망하지도 않고요. 왜냐하면 저는 이번 사막 투어에서 500파운드 이상의 즐거움을 찾았고, 그 이상으로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하거든요.
나는 생각한다. 치킨, 맥주, 과일 등 모든 것이 스즈키의 몫이 었다. 중간에 내가 끼어들게 됨으로써 모든 것이 반으로 나뉘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나는 스즈키보다 380 파운드나 적은 돈을 지불했다. 모든 조건을 공유 하면서도.
그렇지만, 스즈키는 이번 사막 투어에 대해서 만족을 했고, 즐거웠고, 자신의 인생에서 다시 없을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 백사막의 풍경.
7. 머릿속을 맴도는 그 말.
버스가 흙먼지를 날리며 굴러와 그들 앞에 멈춰 섰다. 그들은 버스에 올랐다. 둘은 함께 좌석의 한쪽을 차지했지만, 시선은 서로 다른 곳을 향하고 있었다. 각자 사막 건너의 서로 다른 지평선 너머의 절벽을 바라보며, 다른 생각하고 있다. 그는 스스로가 부끄럽다고 느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스즈키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사실, 그는 바하리야 사막 투어를 하는 동안, 머릿속 한쪽에 생겨난 어떤 생각때문에 즐거움을 느끼지 못했다. 시와 사막 투어와 비교 때문에 제대로 된 즐거움을 찾지 못했던 것이다. 그의 마음 한편에 자리잡은 불만이 바하리야 사막 투어의 재미를 갉아 먹은 것이었다. 그 당시에는 알지 못했다. 시와 사막은 시와 사막 나름대로의 매력과 재미가 있는 것이고, 바하리야 사막은 바하리야 사막 나름대로의 재미가 있다는 것을. 그는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집트 여행의 마지막 여정. 바하리야 사막 투어의 끝자락. 그는 [인생의 대선배]스즈키에게서 [단순하지만 망각하기 쉬운]즐겁게, 행복하게 살아가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것이었다. 그는 지평선 너머로 사라지는 모래들을 바라보며, 계속 무언가를 되뇌이고 있었다.
당신은 지금, 여기에서 최고의 만족, 최고의 즐거움, 최대한의 행복을 이끌어 내려고 하지 않았어요. 당신이 100파운드, 500파운드, 1000파운드, 얼마의 돈을 내던 그건 상관 없는 거라고 생각해요. 오직, 당신과 나에게 중요했던 건 이번 여행[바하리야 사막 투어]에서 최고의 만족, 최고의 즐거움, 최대한의 행복을 누리는 거였어요. 저는 제 목표를 이루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제가 얼마를 냈던, 당신이 얼마를 냈던, 제가 낸 돈이 아깝지 않아요. 돈을 얼마 내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상황에서 최대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행복을 찾고, 가치를 뽑아내면 되는 거잖아요. 지불한 돈 이상의 가치를 찾아서 즐기면 되는 거에요. 우리가 함께 보냈던 그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잖아요. 그러니, 우리는 최대한 행복하게, 즐겁게 즐기는 수 밖에 없죠.
그 순간에도, 버스는 지평선 너머를 바라보며 사막 위를 굴러가고 있었다.
2. 일기장(Diary)
요즘은, '일기장(日記帳)'이라는 말을 쓰기보다는, '다이어리'라고 부르는게 더 친숙하게 느껴지는 그런 것들을 누구나 하나씩은 들고 다닌다. 흔히, "다이어리를 쓴다"고 말하고, 그때그때 떠오르는 것을 적거나, 어떤 날의 생각을 네모로 생긴 수첩에 적어 둔다. 이런 용도 말고도,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들은 여러가지 용도로 다이어리를 쓴다.
집안의 짐을 정리 해야할 일이 생겼다. 나는 이사를 가야 했다.
이사를 가기위해 짐을 정리하는 행위에는 단순히 짐을 포장하는 행위 말고도 다른 행동들을 수반하게 된다. 그 동안 찾아볼 수 없었고, 이미 머릿속 기억에서 지워져 인지하지 못하고 있던 여러가지 물건들이 책상 서랍의 구석에서 나오기도 하고, 책더미 사이에서 추억의 편지나 엽서 같은 것이 흘러 나오기도 한다. 그렇게 오랫동안 잊고 지내던 어떤 사람의 흔적이 불쑥 나타나는가 하면, 오랫동안 머릿속에서 지워져 있던 순수하던, 풋풋했던 옛날의 기록들이 고개를 슬며시 내밀기도 한다['추억'과 함께 말이다].
짐을 정리하면서 나오는 몇 권의 작은 노트[또는 수첩]. 머릿속 저편 망각의 그물 속에서 어떤 기억을 슬며시 꺼낸 뒤, 그 작은 노트를 조심스럽게 펼칠 때. 그럴때면 항상, 왠지 모를 가슴 벅찬 설렘이 몰려 온다. 어느새 손끝에는 옛날 나는 무슨 생각을 했었더라?.하는 호기심이 맺혀있다. 한 장. 한 장. 조심스럽게 과거의 시간을 넘겨 가며, 옛날 썼던 글들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순수하던, 힘들었던, 고민이 많았던, 그런 시절들이 페이지 저 너머에 펼쳐 져 있다.
서랍의 한 귀퉁이의 어둠 속에서 잠을 자고 있던 일기장이, 내 손끝에 닿았다. 일기장? 초록과 하얀색이 부드럽게 뒤섞여 파스텔톤으로 은은하게 빛나고 있는 딱딱한 표지. 길쭉한 모양의 노트였다. 고등학교 2학년때 부터 대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 어떤 일이 있을 때마다, 생각 날 때마다 간간히, 글자들을 묻어 놓았던 일기장이다. 무슨 내용이 들어있을까? 그 시절, 나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을까?.라는 호기심이 나를 둘러사고 있었다. 어느새 내 손은 일기장을 펼쳤고, 그 곳에는 지금의 내가 전혀 생각하지 못한 이야기와 생각들이 흐르고 있었다. 내가, 이.랬.었.구.나..
나는 [적어도 일기장을 넘기던 그 순간까지]고등학교 시절 3년을 되돌아 봤을 때, 내 자신 스스로가 힘들거나 괴롭다고 느꼈던 적이 거의- 없었다고 믿고 있었다. 하지만, 일기장은 그제서야 나에게 말해주고 있었다[비록, 그 날이 심하게 괴로웠던 날이었을지도 모르지만]. 그 시절 나는 힘들어 하고 있었다. 힘들고 고독한 싸움을 계속 이어가고 있었다.고. 성적은 원하는 만큼 올라주지 않았고, 일기장 속에는 힘들어 하는 내가 있었다. 어느덧, 고3 후기. 나는, 그 시절을 나름대로 즐겼다고 믿고 있었지만, 그것은[그렇게 믿은 이유는] 단지 즐거웠던 기억의 파편만이 머릿속에 남아버린 탓이었다. 그 시절에 내가 끄적였던 일기장에는 그 당시의 [어쩌면 진실된]내가 남아 있었다. 그 시절을 즐기지 못하고 있던 내가.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말이 유행하던 시절, 나는 피할 수 없었지만, 즐기지도 못했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웅크리고 있던, 과거의 시간. 일기장이 너는 그랬어.라고 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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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을 걷다, 세계여행/여행, 그리고 에피소드 · 2011. 7. 16. 16:48
second edit(1st 10.30.10)
1. 대중교통, 현대인의 쉼터.
대중교통[지하철, 버스, 기차 등]을 이용하다보면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 있다. 가끔은 자기 자신이 그 장면의 주인공이 되기도 하지만, 그러한 모습 때문에 자기 자신이 불편을 겪고 얼굴을 찌푸린 일이 있을 것이다. 지하철이 출발하고, 도착 할 때 옆 사람의 머리가 나의 어깨를 슬며시 누를 때가 있다.
아침 출근길의 지하철이나 오후 나른한 시간의 버스. 많은 사람들이 대중교통이라고 일컫는 탈것 안에서 잠을 청하고 있다. 자신의 의지에 의한 잠이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찾아온 잠이든, 대중교통은 우리에게 너무나도 친숙하게 다가와 있기에 많은 사람들은 그 속에서 잠을 청하고 있는 것이다.
대중교통과 그 안에서의 졸음. 어떻게 본다면, 대중교통은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 생활에 지친 사람들에게 잠깐이나마 휴식의 시간을 제공한다. 현대인의 쉼터가 되고 있다.
2. 집에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탔다가 깜빡 졸았던 적이 있다.
너무 졸려서 잠깐 눈을 감았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집까지 여섯 정거장 정도 남아 있었다. 아니 눈이 감기기 전에도 여섯 정거장 정도 남았었는데 어떻게 된 거지? 라는 생각에 시계를 보니 두시간이 지나 있었다. 지하철 2호선...한바퀴를 돈 것이었다.
도시가 어둠에 휩쌓여 있을 때 부터 술을 마시다가, 태양이 도시를 깨울 때 쯤 집에가던 시절이 있었다. 대학 새내기 시절, 상쾌한 아침 공기와 태양의 따스함을 느낄 무렵 집에 가던 때였다. 신입생 시절은 그렇게 지하철 2호선을 타고 한두바퀴 도는건 기본이었다.
친구의 이야기, 밤 늦도록 술을 마시다가, 막차를 타고 집에 간다는 친구가 있었다. 친구는 집에 가기 위해, 당고개행 열차를 타고 당당히 집을 향해 갔다. 친구는 정신을 잃었고, 나중에 정신을 차려보니, 열차 차량기지에서 잠을 자고 있더랬다. 그리고 그의 한쪽 신발은 어디론가 사라졌고, 그는 자신이 간디가 되지 못한 사실에 대해 안타까워 하고 있었다. 그리고 신발이 벗겨진 그 한쪽 발은, 진흙 범벅이 되어 있었다고 했다. 무슨일이 일어났던 걸까? 술과 잠이 문제다.
우리나라 기차는 참 관대하다. 기차를 타고 고향 집에 내려가다 보면 가끔 잠이 들 때가 있다. 그러다가 내가 내려야 할 기차역을 지나친 경우가 있다. 그렇게 되면, 그 다음 역에 내려서 역무원에게 말을 하면, 다시 반대편으로 가는 열차를 타고 돌아갈 수 있게 해 준다. 내 친구 중 한명은 너무나도 깊이 잠이 든 나머지, 대구에서 내려야 하는데, 부산까지 갔다 온 적이 있다고도 했다. 그렇게 역을 지나쳐도, 추가요금을 내지 않고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게 얼마나 다행인가?
3.
사실, 그리스에 갈 마음은 별로 없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산토리니(Santorini)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계획에도 없던 산토리니에 가기로 했다.
그리스 아테네에 도착한 첫 날, 아침. - 야간 열차를 타고 그리스 북부의 테살로니키에서 왔는데, 같은 칸에 탄 사람이 밤새도록 떠들어대서 너무나 피곤했다 - 너무나 피곤한 나머지 역 안의 대합실 의자에서 한 시간만 졸다가 일어나야 겠다고 생각을 했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 졸고나니, 내 눈앞이 뭔가 허전했다.
왜일까? 라는 생각을 잠시 한 후에,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내 눈앞에 놓아 두었던 배낭이 없어진 것이었다. 내 배낭. 좀 더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배낭을 도둑 맞은 것이었다!!!
헐.... 좌절에 좌절에 절망에.....다행히 카메라, 노트북, 여권은 작은 가방에 넣어두고 의자 바로 밑에 넣어두어서 괜찮았지만, 큰 배낭이 없어졌다는 사실에 정말 어이가 없었다.
일단, 경찰에 신고를 했지만 찾을 도리는 없었다. 잃어 버린건 잃어버린 거고, 좌절모드였지만, 그래도 산토리니에 가려고 왔으니 산토리니에는 가봐야 겠다 싶어서 배를 타러 갔다. 온종일 아무것도 못 먹고, 배낭을 찾아보겠다가 역 주변 반경 1km(?)내에 있는 휴지통을 다 뒤지고 하느라고 정말 피곤한 하루였다.
산토리니로 가는 배표를 끊고, 겨우겨우 배에 올랐다. 정말 내 꼴은 거지꼴이었다. 땀 냄새가 내 몸에서 진동을 하고 있었다. 배 안에 있는 화장실에서 샤워를 하고 나니, 정말 개운했다. 살 것 같은 기분에 도취될 무렵, 졸음이 슬슬 몰려 왔다.
승무원에게 몇 시 쯤에 산토리니에 도착하냐고 물어보니, 새벽에 도착한댄다. 아니 새벽 몇시에 도착하냐고!? 몇 번이나 물었지만 그냥 새벽이랜다. 새벽이면,,,다섯시? 뭐 그쯤? 그러니까 뭐 그럴지도 모르겠단다. 아니, 뭔 한두번 가는 것도 아니면서 도착 예정 시간을 몰라? 일단 피곤한 마음에 나는 그냥 구석에 가서 잠을 청하기로 했다. 어차피, 산토리니에 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니까, 그때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 나가면 깰 수 있겠지라는 생각에...
4.
그는 뭔가 이상하 느낌에 눈을 떴다. 눈을 뜨니, 주변에 사람이 아무도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그리고 엔진소리가 우렁차게 났다. 설마.... 그는 승무원에게 가서, 산토리니, 산토리니를 외쳤다. 그러자, 그 승무원은 창밖을 가리키면서 산토리니라는 것이었다. 산토리는 점점 그에게서 멀어지고 있었다. 배는 산토리니 항구를 떠나 다른 섬을 향하고 있었다. 그는 정말 뛰어 내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승무원에게 산토리니 가야된다고 내 표를 보여주면서 내려야 된다고 하니, 그 때 승무원이 그에게 한 말이 더 가관이었다. 너는 지금 코스(Kos)섬으로 가는 배를 타고 있으니, 돈을 더 내야해. 20유로를 더 내. 뭐라고? 미쳤냐? 돈없어. 산토리니 못내린 것도 억울한데 돈을 더 내라고? 미쳤냐? 그는 배째라는 식으로 나갔다. 하지만 그런 수작이 먹힐리가 없었다. 돈을 내지 않으면 경찰을 부르겠다면서 그들은 오히려 더 난리를 피웠다. 어이없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었다.
그는 결국 20유로를 더 뜯겼다. 그리고 그 다음 정박지인 코스섬에 내렸다. 어차피 그 배는 산토리니로 돌아가니까, 그 배에 계속 타고 있다가 산토리니에 내리겠다고 했더니, 그 배는 더 멀리(로도스)섬 까지 갔다가 돌오니까 그러면 60유로를 내야한다는 것이었다. 에이 미친것들. 그는 20유로만 낸 채 침을 뱉으면서, 코스섬에 내렸다.
5.
코스섬에는 가족단위 휴양객들이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돈도 없는 본인. 배낭 도둑맞고, 자다가 산토리니에 내리지도 못하고 돈만 더 뜯기고, 돈도 없고, 옷도 없고, 씻지도 못하고 정말 거지가 따로 없었다. 다시 배가 오기를 기다리는 수 밖에 없었다. 날씨는 덥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정말 비참했다.
6.
오후 6시 무렵, 선착장에 산토리니로 가는 배가 왔다. 산토리니를 거쳐서 아테네로 가는, 그가 타고 왔던 그 배였다. 그는 정말, 그냥 그 배를 타고 아테네로 가고 싶었다. 그냥 산토리니고 뭐고 다 때려 치고 싶다는 생각이 굴뚝같았지만 차마 그럴 순 없었다. 그렇게 되면 그가 그렇게 고생을 한 이유가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산토리니로 가서 침을 뱉겠다고 다짐했다. 그런 마음을 가지고 산토리니로 갔다.
코스에서 산토리니로 가는 동안 그는, 홍콩계 미국인인 애와 이런저런 대화를 했다. 그녀는 그에게 말을 주면서 즐겁게 해 주려고 했지만, 그의 마음은 이미 산토리니에 대한 증오로 넘쳐나고 있었기에, 대화가 깊이있게 진행될 수 없었다. 그리고 마음 한켠엔 썩어빠진 그리스 놈들에 대한 증오도 일어나고 있었다.
산토리니, 좋았긴 했지만, 정말 그리스는 나랑 안맞는 나라다.
- 아테네 항구
- 코스 섬, 해안 도로
- 코스섬에 정박중인 요트들
- 산토리니로 가는 배, 사람이 정말 몇 없었다
- 바이바이, 코스섬
- 산토리니..............폭파시켜버리고싶었다
- 산토리니의 밤, 아름다웠다.
| Ep]인도, 스리나가르 - 이런게 바로 Culture Shock! 최고급 투어. 갔더니 유배(流配)?! <1> (India, Srinagar) (2) | 2011.11.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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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을 걷다, 세계여행/여행, 그리고 에피소드 · 2011. 6. 19. 23:30
-숙소 옆의 그래피티
-광장으로 가는 길.
-소설속에서 분수의 모티브가 되었을거라고 생각되는 동상
- 광장으로 이어지는 번화가
-도시를 관통하던 하천
- 아담한 도시 중앙 광장
-광장 건너편의 시장
-
-
- 류블라냐 성에서 바라본 류블랴나
-노천카페에서 커피 한 잔
-카페에서 일하던 사람
-미니어처
-류블랴나 역의 매점
-아담한 류블랴나 역
-독특했던 류블랴나 역의 과일 자판기
-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역 앞.
-자그레브 과일 시장
- 공사중이던 건물
-전망대에서 바라본 자그레브 시내
-아침의 스플리트 역
-스플리트 올드 시티
| Ep]그리스, 아테네 - 아무도 길가의 악사에게 동전을 던지지 않는다.(Athens, Greece) (6) | 2011.07.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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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p] 뉴욕(NewYork, NY) - 폭설과 비행 취소. 비행기 비지니스석을 타라고?! (NYC, USA) (4) | 2011.07.15 |
| EP] 자메이카, 킹스톤- 자메이카에 다시 오지 말라고?! - Jamaica, Kingston (15) | 2011.05.10 |
| Ep] 쿠바, 하바나 - 스타벅스 커피보다 비싼 쿠바의 밀크티.(La Habana) (8) | 2011.04.21 |
- 길을 걷다, 세계여행/세계일주, 나의 발자취 · 2011. 3. 27. 20:11
Cuba, Habana - Cayman Island - Jamaica, Kingston - New York, NYC.
1. 전설, Legend.
전설. 사람들이 여행을 할 때 좇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전설이다. 드라큘라 전설. 로빈후드 전설. 여러가지 전설이 있다. 어느 지방의 전설이 유명해지면 사람들이 그 전설을 좇아 그 곳을 찾아온다. 전설이 매력있는 이유 중 하나는 그 전설에 관련된 구체적인 증거물이 존재한다는 것이다.[중고등학교때 국어 공부를 꽤나 열심히 했던 사람이라면 전설, 신화, 민담(설화)를 기억해 보라. 전설의 특징은 구체적인 장소와 증거물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꽤나 많은 전설이 존재한다. 어떻게 보면 춘향이와 이몽룡의 사랑이야기는 남원 지방의 전설이고, 그들이 놀았다는 구체적인 사물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축제가 열리고 사람들은 그 곳을 찾는다. 그 옛날 춘향이와 이몽룡이 놀았다는 그 곳에서 그들 기억속에 존재하는 춘향이와 이몽룡의 모습을 생각하게 된다.
인도의 타지마할에도 전설은 존재한다. 타지마할을 짓고 나서, 왕은 타지마할과 같은 건축물을 더 이상 만들지 못하게 하기 위해 타지마할을 만드는데 참여했던 사람들의 손을 잘라버렸다는 그런 이야기와 함께 전하는 타지마할. 그래서 사람들은 세계에서 아름답다고 소문난, 세계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건축물을 보기위해 인도의 건조한 도시, 아그라(Agra)로 발걸음을 옮긴다.
전설은 어느 장소와 관련되거나 특정한 건축물에 관련된 것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마이클 잭슨을 전설이라고 부른다. 누군가는 스티브 잡스를 전설이라고 부르기도 한다[그는 아직 살아 있지만, 살아 있어도 전설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자메이카에 가면 또 하나의 전설을 만날 수 있다. 레게 음악의 전설, 밥 말리.
2. 밥말리(Bob Marley)라고 쓰고, 전설(Legend)라고 읽는다.
나는 전설을 좇아 다녔다. 어린 시절 영화로 접한 드라큘라의 이야기. 그 전설을 좇아 루마니아로 떠나기도 해봤고,[남들이 다 하는 것 처럼], 전설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흔적을 찾아 그의 집을 방문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 중 하나가 밥 말리. 레게 음악의 전설. 언제 부턴가 레게 음악의 리듬이 좋아졌고, 레게 음악에 대해서 알아 보았다. 힙합과는 다른, 재즈와도 다른, 독특한 매력의 레게. 남미의 레게 아티스트들의 음악을 접하면서 자메이카 태생의 세계적인 레게 뮤지션이었던 밥 말리가 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의 집에서 본 그가 받은 수 많은 음악상. 그리고 그가 입었던 옷. 그리고 생전의 사진. 항상 마리화나를 입에 물고 작업을 했다는, 밥 말리.
자메이카에선 "레전드"라고 쓰고 "밥 말리"라고 읽고, "밥 말리"라고 쓰면 "레전드"라고 읽었다.
3. 자메이카에서 맞이한 새로운 이야기.
비행기는 쿠바 하바나공항을 떠났다. 나와 장난을 치던 꼬마(http://dwis.tistory.com/530 참고하시길!)도 나와 같은 비행기를 타고 케이만제도(Cayman Island)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1시간 반 뒤, 카리브 해의 작은 섬에 비행기가 착륙했다. 공항은 동네 기차역 보다 작았다. 2층의 아담한 건물. 그 곳에서 꼬마와 나는 헤어졌다. 그랜드 케이만(Grand Cayman)의 조지타운. 영국령 카리브해 자치 섬인 케이만 제도의 수도였다. 해가 스믈스믈 바다 저편으로 넘어갔고, 비행기는 2시간 딜레이 되었다. 그 덕에 나는 해가 떠 있을 때 자메이카에 도착 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버릴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한편으론 걱정되었다. 치안이 극도로 좋지 않다는 자메이카. 그리고 그 수도 킹스톤(Kingston). 밤 9시를 넘긴 시각, 그 날의 마지막 비행기가 사람들을 빨아들이고 있었다. 사람들은 꾸역꾸역 비행기 몸체속으로 들어갔다. 습기를 많이 머금은 따뜻한 바람이 내 살갛을 스쳐 지나갔다. 카리브 해의 냄새가 내 콧가에 머물렀다.
자메이카의 킹스톤 국제공항. 공항을 빠져 나오니 밤 11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나는 인터넷에서 주워들은 정보들을 이리 저리 조합을 했다. 그리고 택시 기사들과 쇼부를 쳤으나 그들은 가격을 내리려 하지 않았다. 한 남자가 나에게 접근 해 왔고, 나는 그와 쇼부를 쳤다. 20달러에 내 목적지 까지. 그리고 그가 주차장으러 차를 가지러 갔고, 나는 주차장 게이트에서 그가 차를 몰고 나오기를 기다렸다.
그 때, 고급 벤츠가 내 앞에 멈추어 서더니 창문이 열렸다. 그리고 나에게 외쳤다. "헤이, 너 왜 거기 서있는거야? 어디로가?"
4. 자메이카에 다시는 오지 마세요.
나? 택시 기다리고 있어. 왜 거기서 택시를 기다려? 어디까지가? 예약한 호텔로 가야지.[사실 그 때 예약한 호텔따윈 없었다] 그러면서 일단 나에게 타라고 했다. 자기가 태워 주겠다면서.[아주 좋은 차로 보였고, 뒷자석에 탄 사람은 정말 신사처럼 보였기에 나를 어떻게 해칠 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살짝 고민을 하다가, 그의 차에 올라탔다.
그 때, 나와 쇼부를 쳤던 무허가 택시 기사가 뒤에서 소리쳤다. 그리고 내가 탄 차의 운전기사와 무슨 말을 나누었다. 그리고 나에게 물었다. 저 사람 알아?
알긴 아는데, 저 사람 차를 타고 호텔로 가기로 했어. 그리고 신사가 바로 말을 이었다. 내가 호텔로 데려다 주겠어. 여긴 위험해. 저런 사람 차 타지 않는게 좋아.
나는 고민을 했다.[고민이라고 할 것 까진 없었다. 지금 이 차를 타고가면 택시비 20달러 굳는다는 생각과 함께 원래 내가 타기로 한 택시 기사가 나중에 밤에 나를 총으로 쏴 죽이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잠시 했을 뿐이다] 그리고, 그냥 지금 이 차를 타고 호텔로 가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운전기사와 택시기사는 실랑이를 벌였고, 밖에서는 욕설이 마구 들렸지만, 창문이 닫혔고 차는 출발했다. 나는 불안한 마음에 뒤를 돌아보았으나 다행히, 그 택시기사는 따라오지 않는 것 같았다.
내 옆에 탔던 신사가 말했다. 너 한국 사람이지? 나는 대답했다. 응 한국사람이야. 그러자 그 신사가 덧붙였다. 난 워싱턴에서 온 비지니스맨인데, 내 부인이 한국사람이야. 그래서 니가 한국사람이라는 걸 알아봤지. 잘됐어. 이름은 뭐야? 내 이름은 진. 여행중이야. 자메이카는 처음이지? 처음처럼 보이는데. 응 처음이야.
그러자 미국인 사업가는 덧붙였다. 자메이카에 다음 부터 절대로 오지말라고. 이곳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위험한 곳이라고. 그리고 또 하나 덧붙였다. 자기 아들의 이름이 "진"이라고. 나와 이름이 같았다. 나는 그들이 묵는 호텔로 갔고, 그 곳에서 콜택시를 불러서 내 숙소로 이동을 했다.
그리고 그 사업가는 나에게 명함을 하나 주면서 혹시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을 하라고 했다.[그 후로 연락 할 일은 없었다] 그리고 또 한가지를 더 받았다. 자메이카는 생각보다 위험한 곳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말이다.
조금은 불안했지만, 나쁘지 않은 출발이었다.
5. 거리엔 음악이 흐르고.
숙소에 짐을 풀고, 잠을 잤다. 방은 더블 룸 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날이 밝자 슈퍼마켓에서 먹을 음식과 생수 한 통을 사서 음식을 만들어 먹었다. 후덥지근한 날씨였다. 마당의 해먹에는 몇 몇 애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스라엘에서 온 애들이었다. 그들은 내일 자메이카 북부 도시로 떠난 다고 했다. 그곳에는 레게 음악파티가 열린다고 했다.
몇 몇 일본인 들은 방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았다. 그들은 밤에만 움직이는 듯 했다. 밤에는 클럽에서 음악이 울려퍼졌기에. 그들은 낮에 잠을 자고, 밤에는 클럽에서 놀았다. 낮에는 거리에서 음악이 울려 퍼졌고, 밤에는 클럽에서 음악이 울려 퍼졌다. 나는 밤 낮 가리지 않고 음악을 들었다.
2월 초 였지만, 북반구 였지만, 자메이카는 더웠다. 거리를 걸어 번화가로 향했다. 생각보다 먼 거리였다. 거리를 혼자 걸으면서도 생각했다. 누군가가 나에게 총이나 칼을 들이대는 건 아닐까?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에 다가가자, 길거리에서 음악 CD를 파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다양한 음악들. 흘러나오는 음악은 주로 레게였다.[힘합 리믹스 음악이 나오는 곳도 있었다]
시내의 중심가인 넬슨만델라 공원의 곁을 지나갔다. 인터넷을 하다가 얼핏 본 기억이 났다. 넬슨만델라 공원에 절대 들어가지 말라고 그는 말하고 있었다. 나는 그래서 그 공원이 아주 큰 규모인 줄 알았는데, 정말 작은 규모였다. 공원의 바깥에서 안에 누가 있는지 다 보일 정도의 작은 크기의 공원. 그 공원에서 낯익은 냄새가 내 코를 자극했다. 그리고 하얀 연기들이 피어 올랐다. 담배보다는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부드러운 냄새. 담배보다 몸에 해롭지는 않지만, 조금은 더 강력한 것.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입에 물고 연기를 뿜어 댓다.
6. 밥 말리.
밥 말리 뮤지엄에서 밥 말리를 보았다. 레게의 전설. 자메이카의 전설이었다. 밥 말리. 그의 음악, 그의 영향을 받은 많은 아티스트. 대한민국의 레게 뮤지션들이 자메이카에서 레게 음악을 배우고, 앨범 작업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었다. 레게의 본고장에서 레게를 듣고 있다고 생각하니 왠지 기분이 묘했다.
7. 클럽. 나이트.
숙소에 머무는 외국애들과 밤에 클럽을 갔다. 자메이카에서 밤에 외출을 할 때는 반드시, 숙소 문 앞까지 택시를 불러서 택시를 타고 목적지 까지 간 다음, 그 곳에서 돌아 올 때도 그 앞에서 택시를 타고 숙소 앞에 내려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봉변을 당할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자메이카에선 어떤 사람이 밤에 사람을 죽이고도, 그것을 본 사람이 아무도 없다면, 사람을 죽인 사람은 그것을 범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무서운 세상이구나 라고 생각을 했다.
클럽 앞에서 돈을 지불하고, 클럽으로 들어섰다. 육중한 철문을 밀고 들어선 그 곳에는 음악이 흘러 나왔고, 많은 사람들이 춤을 추고 있었다. 자메이카의 젊은이들이 다 모여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곳에서 느낀건, 아, 여기도 라틴인가?
8. 음악이 시간을 채워주는 도시.
자메이카와 쿠바는 멀리 떨어지지 않았는데, 느낌이 달랐다. 기후도 달랐다. 자메이카에선 힘이 빠졌다. 쿠바보다 습한 날씨와 약간은 더 높은 기온. 낮에는 그냥 숙소 침대에서 뒹굴었다. 나가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 거리엔 태양이 내리쬐고 있었고, 사람들은 잘 보이지 않았다. 나는 해가 지길 기다려, 저녁을 지어 먹고. 밤이 깊어지면 숙소의 다른 외국애들과 음악을 즐기러 갔다. 그렇게 자메이카에서의 하루하루는 음악과 함께 하는 시간들로 채워졌다.
- 무료하게 거리를 걸으며
-
- 밥말리 뮤지엄 외벽
- 내가 자메이카에서 한거라곤 고작 밥말리 뮤지엄을 간 것 뿐.
- 밥 말리
- 시계탑. 시내 중심가. 옆에 넬슨만델라 공원이 있다.
- 시외버스 터미널
- 나에게 야유를 보내던 여고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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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nezuela, Caracas(베네수엘라 카라카스) - Cuba, La Habana(쿠바 하바나) - Jamaica, Kingston(자메이카 킹스톤)
1. 비자(Visa), 특정한 국가를 여행 할 때 허가증을 따로 받아야 한다는 것.
전자 여권 제도가 시행되기 전 광화문 미국 대사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던 광경이 있었다. 미국 대사관 입구에서부터 대사관 주변으로 길게 뻗은 줄. 미국 비자를 받기위해 사람들은 그렇게 줄을 서야 했다.[전자 여권 제도가 시행된 후, 그 모습은 사라졌다] 2004년 필자가 일본을 여행 할 때만 해도, 일본 대사관에서 비자를 따로 발급 받아야 했다.[그것은 적잖히 번거로운 일이었다] 하지만 일본과의 무비자 협정 체결 이후, 일본은 손쉽게 갈 수 있는 나라가 되었다.[빨리 중국과도 무비자 협정이 체결되기를 바란다]
어느 특정 국가를 여행할 때, 그 나라에 대해서 확인 해야 할 것 중 하나가 바로 비자의 필요 유무(有無)이다. 전 세계적인 추세가 특별히 대사관에서 비자를 따로 발급 받지 않고도 자기의 나라를 여행할 수 있게 하는 무사증(무비자)를 허용하고 있지만, 아직도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사람이라면 비자가 필요한 국가가 많다.[유럽의 경우는 러시아, 벨라루스를 제외하고 모든 나라가 무사증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 필자가 2005년 마케도니아와 슬로바키아를 가고자 했을 때는 비자가 필요했지만 2007년 이후로 무비자로 바뀌어 동유럽 여행이 한결 쉬워졌다]
비자를 발급 받을 때 유의할 점은, 반드시 본국[대한민국 사람이라면 한국내에서]발급 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고, 우리나라에 대사관이 없어서 외국에 있는 대사관에서 발급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국경에서 비자 발급 비용을 지불하면[흔히 비자피(Vasa fee)라고 한다] 비자를 발급해 주는 곳도 있다는 것.[대표적으로 캄보디아, 네팔을 들 수 있고, 시리아의 경우는 우리나라와 수교를 하고 있지않기 때문에 국경에서 비자를 발급해 준다. 시리아 입국시 일본인의 경우는 일본 현지의 시리아 대사관에서 비자를 발급받아야 한다고 들었다]
비자 문제는 유럽 여행을 할 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장기간 여러나라를 여행하는 장기여행자들의 경우는 특히 신경써야 할 부분이다.[국경에서 비자 문제로 입국이 거부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러시아, 몽골, 중국, 시리아, 볼리비아등 많은 나라들이 아직도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비자를 요구하고 있고, 비자에 관한 문제는 수시로 정책이 바뀌기 때문에 꼭 챙겨두어야 할 사항이다.
2. 쿠바에 다녀온 흔적을 남길 수 없다.
이스라엘은 중동의 미운오리 새끼다. 하지만, 기독교인들에게 있어서 이스라엘은 꼭 가봐야 할 곳중 한 군데이기도 하지만, 많은 여행자들이 이스라엘의 독특한 위치와, 역사적 상황, 그리고 이스라엘의 모습을 보기 위해 이스라엘을 가고자 한다. 하지만, 이스라엘을 갈 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바로 입/출국 스탬프를 여권에 찍어서는 안 된다는 것. 이스라엘을 입/출국 할 때는 별지에 스탬프를 찍는다고 한다. 왜냐하면, 이스라엘 출/입국 스탬프가 찍혀 있으면 주변 나라에서 입국을 시켜주지 않는 다는 것이다. 미운오리 새끼, 이스라엘.
쿠바에 가기 위해서는 비자가 필요하다. 쿠바는 국제사회의 왕따이다. 국제사회의 큰형 미국이 쿠바를 왕따시키고 있기에, 쿠바는 늘 찬밥 신세다. 하지만, 역사적으로든 문화적으로든 쿠바는 엄청난 매력을 가진 곳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쿠바를 찾는다.[많은 수의 미국인들도 쿠바를 찾는다. 미국의 대문호였던 헤밍웨이는 쿠바 하바나에 살면서 "바다와 노인"이라는 소설을 썻다] 하지만, 쿠바도 이스라엘과 마찬가지로 여권에 스탬프를 찍을 수 없다. 별도의 비자 용지를 구입해서 그 곳에 스탬프를 찍고 출국 할 때 반납해야 한다.
보통, 쿠바의 비자는 항공사 사무실에 비자를 판매하는 코너에 있다. 쿠바에 입국하기 위해서는 비자가 필요하고, 그 곳에서 비자를 구입해야 한다. 그리고 그 종이에 입국 스탬프를 찍고, 쿠바 출국 심사를 할 때 반납한다. 쿠바의 흔적은 여권에 남길 수 없다.[쿠바 스탬프가 있으면 미국을 갈 수 없다는 이야기도 있다]
3. 비행기는 카리브해(Caribbean sea) 위를 날고 있었다.
하우스파티 다음 날 아침, 나는 숙소로 가서 짐을 챙겼다. 내가 루이지의 집을 떠날 때 그는 나에게 물었었다. 어디서 공항가는 버스를 탈 거냐고. 나는 지도를 보여주고 11시 쯤 지도에 표시된 곳에서 버스를 탈 것이라고 말하고 떠났지만, 그 곳에서 버스를 타지 않았다.
공항에서의 까다로운 배낭 패킹을 마치고, 출국세를 지불하고, 베네수엘라의 인기있는 가수라는 녀석의 CD를 한장 구입하고, 쿠바로 가는 비행기를 기다렸다. 또 다시 방문하게 되는 사회주의 국가였다.[이번 여행에서 시리아, 중국, 쿠바 세 군데의 사회주의 국가를 방문했는데, 각각의 나라 분위기가 너무나도 달랐다] 체 게바라의 이미지가 강렬하게 남아있는 쿠바. 피델 카스트로, 체 게바라. 혁명. 그리고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의 재즈. 그리고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에 묘사되는 하바나의 성난 바다. 여러가지 이미지들이 내 머리속에 겹쳐졌다.
베네수엘라의 수도 카라카스에 좀 더 머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 다음 행선지인 쿠바와 자메이카의 매력이 나에게는 너무나도 크게 다가왔기에, 카라카스에서 좀 서둘러 떠나는 감이 있어 좀 아쉬웠지만, 내가 그토록 가고싶어 하던 곳에 더 오래 머물고 싶다는 욕망을 이길 수는 없었다.
Cubana air의 낡은 기체는 한적한 공항 위를 이륙해서 반원을 그린다음, 파랗게 펼쳐져 있는 카리브해(Caribbean sea)위에 자리를 잡았다. 창밖 아래로는 카리브해의 작은 섬들이 드문드문 보였다. 세계적인 휴양지로 손꼽히는 섬들이겠지.
4. 하바나 국제 공항.
크지 않은 공항은 좀 혼잡해 보였다. 공항은 여러 무리의 관광객들을 토해냈고, 쿠바에 살고 있는 것 같은 여러 중국인들을 토해냈다. 나는 공항의 환전소에서 환전을 했다. 충격이었다. 이미 쿠바에 오기전에 들은 바는 있었지만, 정말 이렇게 심할 줄은 몰랐다. 캐나다 달러가 쿠바에서 가장 환율이 좋다는 이야길 듣고 캐나다 달러를 사고자 했지만, 캐나다 달러를 살 곳이 없었던 내가 가진 것은 미국 US달러였다.
우리나라 환율로 따지면, US달러가 훨씬 높았지만 쿠바에서는 US달러의 가치는 형편없었다. 울며 겨자먹기로 외국인용 화폐로 쓰인다는 CUC(쿡 이라고 불린다)을 바꾸고 공항 앞에서 택시를 잡았다. 택시에 몸을 싣고, 시내 중심가격은 까삐똘리오로 가자고 했다. 그 근처에 까사[현지인이 운영하는 민박과 같은 숙소]가 많다는 정보를 들은 바 있어서 그 곳에서 숙소를 잡기 위함이었다.
5. 혁명의 흔적과 함께 시간이 멈춰 버린 듯한 도시.
한적한 공항 주변의 도로를 달려, 하바나 시내로 접어들고 있음이 느껴졌다. 사람들은 버스 정류장 근처에 몰려서 버스를 타려 하고 있었고, 버스는 사람들을 가득 태우고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거리엔 우리나라에서는 찾아 볼 수 없고, 다른 나라에서도 흔히 볼 수 없는 클래식 자동차(Classic car)들로 넘쳐났다. 그리고 론니플래닛에 적혀있던 한 구절이 생각났다. "쿠바의 볼거리 중 하나인 클래식 카(Car)"
낡은 자동차들이 검은 매연을 토하면서 거리를 누비고 다녔다. 페인트가 벗겨진 클래식 카도 있었고, 삐까번쩍한 클래식 카들도 있었다. 도요타의 자동차도 거리를 누비고 있었고, 간혼 현대차도 보였다. 그래도 거리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클래식 카였다.
어쩌면 혁명 이후 시간이 멈춰 버린 걸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미국의 경제 봉쇄 정책으로 인해서 시간이 멈춰버린 것일 지도]
6. 불법 까사. 그 곳이 나의 숙소.
까사를 찾기위해 까삐똘리오[예전에는 국회의사당으로 사용되던 건물. 중앙에 큰 돔이 있는데 세계에서 손에 꼽힌다. 쿠바 하바나의 메인 건물 중 하나로서 역사도 오래되었고 규모면에서도 세계적인 건축물이다] 주변을 배회하다 보니, 한 명이 나에게 접근하더니 물었다. 까사?까사?
씨씨, 라고 대답하딘 10cuc에 해 준다고 했다. 엄청 싸다는 생각에, 한번 집부터 보자고 했다. 그러더니 따라오라면서, 나와는 2미터 정도의 간격을 두고 걸었다. 그리고 말을 할 때도, 나를 바라보고 하는 것이 아니라, 시선을 다른 곳으로 향했다.[ 쿠바는 미국의 경제봉쇄적책으로 인해 외화를 벌어들이는 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외국인 관광객에 의한 외화벌이이다. 따라서 쿠바는 정책적으로 외국인 관광객을 많이 보호하고 관광을 장려하고 있다. 외국인 보호와 관광객 유치라는 정부 정책에 의해 정부에서 제공되는 서비스의 가격에는 외국인 가격(foreign price)가 형성되어 있음은 물론이지만, 외국인 관광객에 대한 보호도 강력하게 추진되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현지인이 외국인 관광객과 직접 대화를 하거나 접근하여 신체 접촉을 하는 모습을 경찰이 보면 그 자리에서 쿠바 현지인은 체포되어 감옥으로 간다고 한다.]
까삐똘리오에서 걸어 일반 사람들이 사는 아파트 같은 건물에 들어섰다. 출입문을 열쇠로 열고, 좁은 계단을 따라 올라갔다. 각종 전선들이 거미줄처럼 계단 위쪽에 얽혀 있었다.[불이라도 날 것 같았고, 불이 난다면 다 죽을 것 같았다] 4층에 다다르자 또 하나의 문이 나왔고, 그 곳에는 복도를 따라 몇 개의 문이 있었다. 그 중 하나로 나를 안내했다.
여기가 현지인들이 살고 있는 곳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사람이 겨우 설 수 있는 주방. 거실에는 네 개의 세포와 작은 TV와 오디오가 있었다. 화장실은 거실 한쪽 벽문에 있었는데, 환풍기가 없었고, 샤워기는 없이 수도꼭지만이 있었다. 주방 바로 뒤에 좁은 계단을 타고 올라가니 다락방이 나왔다. 다락방은 두개의 칸으로 나뉘어 있었고, 계단과 연결되는 곳에 하나의 침대가 있었고, 문 너머에 또 다른 하나의 침대가 있었다.
이런 곳에서 한 가족이 살고 있다니. 정말 빈민촌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 곳이 일반 사람들이 사는 곳이었다. 이것이 쿠바의 현실인가? 아-주 저렴한 가격의 숙소. 뭐, 난 이제까지 여행하면서 이보다 더 심하고 시설이 좋지 않은 곳에서도 살아 봤으니라고 생각했고, 그 날 몹시 피곤했기에 다른 숙소로 옮길 생각도 없었다. 일단 여기서 이틀 정도 지내보고 숙소를 옮길지 말지 결정하기로 했다.
그렇게,
불법 싸구려 까사(casa)에서 나의 쿠바에서의 여정은 시작되었다.
- 공항을 빠져나오며
- 까삐똘리오
-
- 숙소 근처의 차이나 타운 입구
- 어디에나 걸려 있는 체 게바라
- CIUDAD DE LA HABANA
- 관광객 기다리는 쌔끈한 클래식카
-
- 혁명의 흔적
- 주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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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무언가를 배운다는 것.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가기 전 걱정 하는 것 중 하나가 의사소통에 관련된 것이다. "나 영어 못하는데 어떡하지?" 혹은 "남미는 영어도 안통하고 스페인어만 써야 한다며? 스페인어 공부해야해?" 혹은 "중동에서는 아랍어만 써야되는 거야?"라는 생각을 하고, 혹자에게 그런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그리고 실제로 여행을 떠나기 전 그 나라의 언어를 공부하는 사람들을 만나 볼 수도 있다[일주일간의 일본 여행을 위해서 일본어 책을 두권, 세권씩 가지고 일본어 공부를 한 달 하고 떠나는 사람을 본 적 있다]. 여행을 떠나기 전이나 떠난 후에 우리가 배우는 것은 언어 뿐만이 아니다.
누군가는 여행을 하며 악기를 들고 다니기 위해 간단한 악기를 배우기도 한다. 누군가는 여행에서 좀 더 즐거운 파티를 즐기기 위해 춤을 배우기도 한다. 누군가는 여행에서 좀 더 즐거운 여행을 위해서 그 나라의 문화에 대해서 배우기도 하고, 음식에 대해서 배우기도 한다. 여행이 우리에게 즐거움을 주는 이유중 하나가 바로 여행 중에 무언가를 배울 수 있다는 것이 아닐까?
특히, 그 배우게 되는 것이 자신이 상상하지도 못하던 것이었다면, 여행은 한층 더 즐거운 것이 될 수 있다.
2. 즐겁게 배우고자 하는 마음.
학교를 다니면서 조금의 용돈 벌이를 위해, 혹은 여행 경비 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학원에서 강의를 하거나 개인 과외를 하는 것이었다. 초등학교 6학년 부터 고등학교 2학년 까지 다양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느낀 것. 학생들이 배우려는 마음이 없으면 내가 아무리 가르쳐 줘 봐야 소용이 없다는 것.
나의 학창시절을 생각해 본다. 초등 학교 시절 친구들과 우르르 몰려 학원을 다닌 적 있으나, 그 마저도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학원은 다니지 않고 놀러 다니기 바빳다[그 시절은 PC방이 없던 시절이라 친구들과 놀이터에서 총싸움을 하거나 미니카를 가지고 놀기도 했다] 물론, 공부를 하고 싶다는 마음은 눈꼽만큼도 없엇다. 중학교 때도 물론, 중3이 되기 전 까지 공부란 걸 몰랐고, 중3이 되어서야 내 스스로 공부를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때부터 공부를 했다. 그렇게 뭔가를 배우고자 하는 마음이 있을 때 뭔가를 해야만 난 그 무언가를 재미있게 배울 수 있었다.
유럽 배낭여행을 위해서 유럽의 역사에 대해서 공부 할 때도, 내가 재미있을 것 같아서 세계사를 공부할 때도, 그리고 여행에서 만나는 많은 일본인들과의 답답함을 조금이라도 해소하기 위해 일본어를 공부할 때도, 인도에서 잠베(djambe)를 배울 때도, 중동 여행을 위해 아랍어를 공부할 때도, 남미에서 생존하기 위해 스페인어를 공부할 때도, 모두가 내가 하고 싶어서 했고, 그 모든것은 고통이 아니라 나에게 있어서 즐거움이었다.
3. 포르투갈어 선생님 - 마르코(Marco)
아마존 선착장에서의 4일. 그리고 아마존 강 위를 떠 가는 배 위에서의 4일. 선착장에서 만난 한 커플[파울리나(Paulina, 여, 칠레 출신)와 마르코(Marco, 남, 아르헨티나 출신)]. 배가 출항하기 전 나는 주로 그들과 함께 다녔다. 그 선착장에서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은 그들 밖에 없었고, 영어가 잘 안 될때는 나의 짧은 스페인어로 대화를 할 수 있었고, 그들은 나의 말을 포르투갈어로 번역을 해 주었다. 물론, 브라질 사람들이 하는 말을 영어 또는 스페인어로 번역을 해주기도 했고[마르코는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영어를 할 줄 알았다].
사실, 나도 가이드북 뒤에 붙어 있는 포르투갈어를 가지고 공부를 했지만 역부족이었고, 스페인어와 헷갈리기만 했다.[어차피 브라질을 빠져나가면 또 베네수엘라와 쿠바로 갈 건데 그 때도 스페인어만 쓸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마르코와 파울리나 그리고 나는 선착장 앞에 있는 한 식당에서 점심을 먹으러 갔는데 마르코가 말했다. Hey Jin, 너 포르투갈어 배워볼 생각 없어? 음, 혼자 공부중이긴 한데 어렵네. 여행하려면 배우는게 좋지. 그럼 내가 가르쳐 줄까? 응? 너가 그르쳐 준다고? 그럼 지금부터 나랑 파울리나가 스페인어랑 영어를 가지고 포르투갈어 가르쳐 줄게. 어때? 나야 좋지.
가르쳐 준다는 말에, 배워 보겠다는 말은 그렇게 쉽게 나왔다.[의욕이 너무 앞선 탓]
4.
포르투베유(Porto Velho) 여객선 선착장 근처의 한 식당에 세 명의 외국인이 있었다. 그들은 외국어를 사용하고 있었다. 주로 영어와 스페인어. 그리고 한국어와 일본어[파울리나는 대학에서 일본문학도 배운다고 하면서 약간의 일본어도 했다] 그리고 동양인 남자는 그들에게서 포르투갈어를 배우는 듯한 모양새였으나, 표정을 봐서는 그리 탐탁치 않은 듯 보였다.
기본적인 단어에서부터,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하는 것 까지. 그에게 있어 포르투갈어는 쉽지 않은 듯 보였다. 그의 표정에는 오히려 혼란한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마르코는 그에게 틈틈히 포르투갈어를 가르쳐 주려고 하였으나, 그는 어느덧 한계를 느끼고 있었다. 스페인어도 잘 모르는 상황에서 포르투갈어를 배우려 하니 머릿속이 너무 복잡해 진 것이었다. 그는 처음에 열심히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지만 이제는 포르투갈어에서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마르코에게 말했다. 포르투갈어는 포기해야 겠어.
그에게 있어 포르투갈어는 오히려 더 부담이 되었는 지도 모른다. 그는 그냥 론니플래닛 스페니쉬 프라세북(Lonely planet Spanish prase book)만을 틈틈히 들여다 보며, 스페인어에 집중하기로 했다.
5. 배는 아마존의 물살을 갈랐고, 음악은 물살을 타고 강 양쪽에 끝없이 펼쳐진 숲으로 스며 들었다.
배 위에서는 매일 밤마다 파티가 이어졌다. 다양한 음악이 울려퍼지는 가운데, 라틴의 경쾌한 음악도 한 몫차지하고 있었다. 나는 술을 마시며 그들과 떠들고 놀았지만, 춤을 추지는 않았다.[라틴 댄스를 출 줄 몰랐으니까]
마르코와 파울리나는 리듬에 맞추어 서로 파트너가 되어 라틴 댄스를 추었다. 그러던 차에 파울리나와 마르코가 나에게 다가와서 말했다. 진, 춤 춰보지 않을래? 아, 난 라틴댄스를 출 줄 몰라. 그냥 구경만 할 게. 내가 가르쳐 줄 게. 같이 추자. 그렇게, 파울리나의 손을 잡고 무대로 나갔다.
리듬에 맞춰, 오른 발을 앞으로 또 앞으로. 그리고 또 뒤로 또 뒤로. 내 발은 자꾸 꼬이기만 했고, 스텝을 맞추기가 어려웠다.[이래뵈도 리듬은 잘 타는 몸인데도 말이다] 그렇게 스텝이 꼬였다가 풀렸다가, 파울리나의 리드로 어느 정도 리듬을 타고, 음악에 몸을 맡겨 스텝을 밟을 정도가 되었다.
주변에 춤을 추던 사람들도 내 주위에서 조언을 해 주었다. 자세를 교정 해 주고, 스템에 대해서 설명해 주고,[친절한 사람들] 그렇게 파울리나의 리드로 배 위에서 울려퍼지는 음악에 맞추어 라틴 댄스를 출 수 있게 되었다.
6.
그는 춤추고 술마시고 노는걸 좋아하지만, 여기서는 왠지 좀 소되되는 것 같은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한국의 클럽이나 콜롬비아의 클럽에서 흘러나오는 그런 음악과 다른, 그리고 그런 곳에서 추는 춤과는 좀 다른. 배 위에서는 라틴 음악의 리듬에 맞춰 라틴 댄스를 추고 있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파울리나의 도움으로 배 위에서 즐기는 파티에서 소외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는 어설프기는 했지만, 라틴 댄스를 췄다. 파트너도 파울리나에서 다른 여인으로 바꾸어 가며, 음악에 몸을 맡기며, 라틴 스텝을 따라가려 했다. 그는 배 위에서, 라틴 댄스를 배웠다.
그리고, 나중에 베네수엘라의 하우스 파티에 라틴댄스를 조금은 더 능숙하게 출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7, 배 위의 사람들.
많은 브라질 사람들과 다양한 나라에서 온 여행자들은 다양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프랑스에서 와서 남미를 여행하고 있는 커플은 신기한 악기를 가지고 다녔다.[탬버린 비슷한 것과 캐스터네츠 그리고 활 처럼 생겨서 하나의 현이 달린 악기를 가지고 있었다] 우리는 둘러 앉아 나의 잠베도 쳐 보고, 그 악기들을 간단하게 연주해 보았다. 모두들 그렇게 악기와 음악 그리고 술을 통해서 하나가 되고 있었다.
밤은 깊어 갔고, 우리의 목적지도 다가오고 있었다.
- 파울리나와 마르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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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아하는 사진. 중 하나.
- 댄스 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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