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뉴욕(NewYork) - 나는 할렘가(125th st)에 머물고 있어요.

- 길을 걷다, 세계여행/여행, 그리고 에피소드 · 2014. 4. 26.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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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유목 사회에서 농경 사회로.
  사람들은 큰 강 유역에 모여 살면서 문명 사회를 이루었다. 그 이전의 시대의 사람들도 모여 살긴 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모이지도 않았고 때로는 이동을 하는 수렵, 채집 중심의 사회였다. 생존에 유리한 환경 속에서 사람들이 모여 살다보니, '문명사회'라고 불리는 것이 만들어 졌다.

  산업 혁명 이후, 사람들은 도시로 몰려들었다. 대도시는 점점 더 거대도시가 되어갔고 대도시 주변에는 신도시라는 이름의 작은 도시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산업 혁명은 영국에서 시작하여 전 세계로 퍼져나갔고, 경제를 발전시키려는 나라들의 도시들은 비슷한 모습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도시에는 노동자들이 사는 곳과 부자들이 사는 곳의 구분이 생겼고, 부자들은 엄청난 돈을 들여가며 자신들만의 쉼터를 만들며, 삶을 윤택하게 가꾸어 나갔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힘든 삶을 살아야 했다.

△ '뉴욕(New York)' 롱아일랜드에서 바라본 뉴욕의 중심 맨해튼.



    2. 어디 사세요?

  누군가를 만났을 때, 가장 흔히 하는 질문은 어디에 사느냐고 묻는 것이다. 한국에서, 특히 서울에서. '사는 곳'은 자신의 경제력, 경제적 지위가 대략 어느정도 된다는 것을 '상징'하는 것이 되었다. 예컨대, 자신이 처음 만난 두 사람에게 "어디에 사느냐"고 물었을 때 어떤 사람 A는 '강남구 XX동 타X팰X스'산다고 말했고, B는 '노원구 상X동'에 산다고 했다면[노원은 필자가 사는 곳으로서, 극단적 비유를 위해 예로 든 곳이다],  A와 B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우리 사회는 이미 어떤 사람이 어떤 동네, 어느 아파트에 사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그 사람의 사회적, 경제적 지위가 어떻다는 것을 판단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 어느 누구도 처음부터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동네 이름'만 가지고 그 동네 사람들이 어떻다고 생각한다. 비단 이런 현상이 한국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전 세계 어디를 가도 비슷한 현상은 목격 할 수 있다.


   3. 125번가 역으로 가려면 어떻게 가죠?
  맨해튼에 있는 가장 저렴한 게스트하우스의 도미토리를 예약했다. 125번가에 위치한 호스텔이었다. 나는 맨해튼에 생각보다 저렴한 숙소가 있다는 사실에 약간 놀라면서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여행 경비중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숙박비'이기 때문에 나는 두 말 할 것도 없이 저렴한 숙소를 선택한 것이다..

 

△ 125번가 역(왼쪽), 125번가에 내리는 눈(오른쪽)

  JFK공항에서 입국 수속을 마친 후, 전철에 몸을 실었다. JFK공항철도에서 내려, 전철로 옮겨 탔다. 전철은 125번가를 향해 달려갔다. 전철이 목적지인 125번가에 가까워질수록 열차 안의 사람 수는 줄어들었지만, 흑인의 비율은 높아졌다. 전철은 차가운 공기를 가득 싣고 계속해서 북쪽으로 달렸고, 125번가 역에 도착했다. 

  전철역을 빠져나와 바라본 풍경은 내가 늘상 외국에서 보던 풍경과 비슷했다. 여느 도시와 비슷하다는 생각. 뉴욕, 주변에 흑인들이 좀 많다는 것을 제외하곤 별다른 특별함이 없었다. 나는 게스트하우스의 주소를 확인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길은 어두웠고, 길 양쪽으로 눈이 쌓여 있었다. 

 '아, 1년 만에 겨울로 돌아왔구나. 뉴욕, I LOVE YOU'


   4. 할렘가(Harlem District)
  게스트하우스에서 체크인을 하고, 도미토리에 들어간 나는 도미토리에 있던 다른 사람들에게 인사를 건냈다. 그러나 다른 여행지와는 좀 다른 분위기의 숙소라고 생각했다. 남미나 중동 같은 곳에서 느낄 수 없었던 서먹함이 나의 피부를 파고 들었다. 대도시를 여행할 때 느낄 수 있는 서먹함. 그런 느낌이라고 생각했다. 어색했다. 오랜만에 이런 느낌을 받는 다는 것이. 그렇지만, 나는 늘 하던 습관대로 눈앞에 보이는 이들에게 가볍게 인사를 했다. 이렇게 하는 것이 여행 하는 사람들의 예의인 양.

  론니플래닛(Lonely planet)을 펼쳐 들었을 때, 125번가에 대한 내용이 나왔다. 125번가, 숙소가 있는 곳이라는 생각에 찬찬히 읽어 보았다. 할렘가(Halem District)의 중심인 125th st. 내가 위치한 곳이 할렘가의 중심이었다. 그제서야 나는 내가 전철을 타고 오면서 보았던 풍경들이 좀 더 명확히 이해되었다. 지하철이 맨해튼 남쪽에서 북쪽으로 오면서, 흑인들만 열차에 올랐던 이유를. 지하철 역 주변에 있는 사람들도 대다수가 흑인들이었다는 사실이 다시금 생각났다. 그리고 지금 머물고 있는 숙소가 저렴한 이유도 어느정도 이해되었다.


  이곳이 할렘이라고 불리는 곳이었지만, 그 동안 영화나 드라마로 보던 할렘의 이미지, 말로 듣던 할렘의 이미지와는 다르다고 생각했다. 그저, 그냥 사람사는 동네였다.


   5. 저지 시티(Jersey city)에서 들은 이야기.
  하루는 미국에 유학 온 대학 동기를 만나기 위해 허드슨 강 건너편의  맨해튼 서쪽의 저지 시티로 갔다. 저지시티에서 식사를 하고 쇼핑몰을 구경하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친구는 나에게 숙소가 어디냐고 물었다. 나는 대답했다. "125번가에 숙소가 있어" 친구는 놀라며 되물었다. "거기 할렘이잖아? 안 위험해?"

 "몰라, 위험한 건 전혀 모르겠는데? 그냥 똑같아."라고 대답했다.

 나는 생각했다. 할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할렘의 공포를 만든다.

 "할렘에서는, 저녁 때 운전자도 없는 자동차들이 도로를 돌아다닌다"는 말도 이런 맥락에서 생긴 오해가 아닐까.


   6. JFK공항에서,

  예상치 못한 폭설이 내렸고, 비행 일정이 취소 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유나이티드 에어라인(United Airline)데스크에서 다음 비행기를 알아보았지만, 항공사에서 제공해 줄 수 있는 비행편은 '5일 뒤'에 있는 비행기 뿐이었다. LA에 가서 내가 타고 가기로 되어있던 LA발 대한항공 비행기는 정상 운행이었지만, 뉴욕에서 LA로 갈 방도가 없었다.

 

△ 전철을 타고 공항으로 가는 길에 바라본 눈내리는 마을(왼쪽), 모든 비행편 결항으로 인해 혼란스러운 공항(오른쪽)


  나는 유나이티드에어라인 직원과 영어로 계속 대화를 하다보니 답답함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LA의 대한항공 직원과 전화 통화를 해 보았지만, 마땅한 해결책은 나오지 않았다. 그러면서 데스크에서 계속 직원과 대화를 하고 있을 때, 동양인 직원 한 명이 나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한국 분이시죠?" 

 나는 그 직원의 도움으로 비행 스케줄을 새로 잡을 수 있었지만, 당장 비행기를 탈 수 있는 방도는 없었다. 숙소로 돌아가서 며칠을 보내야 할 것 같았기에, 직원은 나에게 숙소가 어디냐고 물었고, 나는 대답했다.

 "125번가에 있던 숙소였어요. 지금 돌아가도 방이 있을 지 모르겠네요"

  그러자 그 직원은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할렘, 위험하지 않아요? 왠만하면 그곳으로 돌아가지 말고 다른 숙소로 알아보세요"

 "퀸즈에 친구가 살고 있어요. 그곳으로 가보죠."라고 내가 말하자 직원은 휴대폰을 빌려주며 그 친구에게 전화하고, 그리로 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나에게 당부했다. "125번가는 위험하니까, 조심하세요."

  나는 새로 발급받은 보팅패스를 들고 데스크를 빠져나왔다. JFK공항 통유리 너머로 매서운 눈보라가 몰아치고 있었다. 뉴욕은 나를 그런식으로 붙잡고 있었다.

△ 브로드웨어 42번가의 화려함. 이곳의 화려함은 '125번가 할렘'과 너무나도 대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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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몽골, 루마니아 외 - 슬픈 눈빛, 때묻은 손을 나에게

- 길을 걷다, 세계여행/여행, 그리고 에피소드 · 2014. 1. 27. 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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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구걸, 구걸하는 사람들.

  길을 걷다보면 마주치게 되는 사람들이 있다.[지하철을 타도 자주 마주칠 수 있다] 여행을 하다보면, 더 자주 마주치게 되는 사람이 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은 당신에게 다가와 손을 내민다. 그리고, 애절한 눈빛을 함께 당신의 시선 속에 던진다. 그리고 간혹 이런말을 함께 당신의 주변에 맴돌게 하기도 한다. One Dollar.

  그 사람들이, 그 아이들이. 구걸을 하는 것이 잘못된 것일까? 아니면 그가 그렇게 구걸을 하게 만든[특히, 외국인을 상대로 구걸을 하는] 사회 제도, 구조가 잘못된 것일까? 결론을 쉽게 내릴 수 없을 것 같다[아마도 이 문제는 생각하는 사람에 따라서 다른 결론에 도달할 것이다].

  여행을 하는 사람들 중 많은 사람들이, 그들[구걸을 하는 아이들, 사람들]에게 돈을 쥐어준다. 그들이 외치는 원 달러. 원 달러를 외치는 이들에게 있어서 원 달러의 가치는 비교적 크다. 하지만 그에 반해, 원 달러를 건내주는 사람에게 있어서 원 달러의 가치는 너무나도 작은 것이 일반적이다[자기 나라(본국)의 화폐 가치에 비교 했을 때]. 그러기에, 그들은 쉽게 원 달러를, 원 달러를 외치는 이들이게 건네준다.

  혹자는 '그들'의 행동이 잘못되었고, 그런 행동을 되풀이 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혹자는 '그들'의 행동은 사회적 약자의 행복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에 그들에게 손을 내미는 사람들을 조금이나마 도와 줄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여기서 누구의 말이 옳고, 그르다고 말할수는 없다. 그것은 각자가 가진 가치관의 문제이다. 그리고 그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선의 문제이고, 그 동안 그들 자신이 쌓아온 경험의 문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그들에게 손을 내미는 '그들'은 최소한 사회적 강자는 아니라는 것이다.



2. 작은 바구니를 품에 품고,

  지하철 차량을 연결하는 통로의 문이 열리고, 잡음섞인 음악 소리가 작은 기계를 통해서 열차 안에 울려퍼진다. 누군가는 얼굴을 찌푸리고, 누군가는 귀에 이어폰을 꽂은 채로 그 사람이 지나가는 것을 바라보고 있다. 지하철 차량 속의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 손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거나, 그 사람이 지나가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그러다가 간혹, 어떤 사람들은 그들의 한 손에 들려있는 바구니에 지폐 한장 혹은 동전 몇 개를 집어 넣는다. 그렇게 음악을 짊어진 사람은 유유히 다른 열차칸으로 사라져간다. 잡은 섞인 음악의 파편만을 열차칸에 남겨 놓은채.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뉴스에서는 장마라고 떠들어대고, 비 피해를 조심해야 한다고 했지만 많은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우슨을 펼쳐들고 거리를 돌아다녔고, 그들이 지하보도로 들어섰을 때 하늘로 향하던 우산을 땅을 향했고, 하늘에서 우산위로 떨어지던 물방울은 우산에서 땅으로 떨어졌다. 물방울은 바닥을 적셨고, 이내 작은 바구니를 앞에 두고, 바구니를 향해 엎드려 있던 사람의 무릎을 적시는 듯 했다.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역사를 빠져나오는 길의 풍경은 이랬다. 바삐 걸어가는 사람들의 시선은 그들의 뒷통수만 살짝 스쳐 지나갈 뿐, 그들의 바구니를 무겁게 채워주지는 못했다.



3. 기차는 국경을 넘어, 

  테살로니키를 오후에 떠난 기차는 북쪽을 향해 가고 있었다. 그리스 북부지방을 지나, 마케도니아 국경을 지나려 하고 있었다. 국경을 지나기 위해 정차한 기차에는 국경 기차역의 고요함이 스며들고 있었다[기차를 타고 국경을 지나본 사람이라면 알 법한 느낌]. 새 소리가 울려퍼지던 그 때, 내가 타고 있던 칸의 문이 열렸다. 그리고, 꾀죄죄한 얼굴의 한 여자가[30대 중반정도의 얼굴]가 나를 슬픈 눈빛으로 바라보더니 알아 들을 수 없는 말로 나에게 말을 걸어 왔다. 나에게 조금 다가오면, 손을 내 밀었다. 그녀의 뒤에는 작은 꼬마가 그녀의 옷깃을 잡고 있었고, 나의 시선은 꼬마에게 잠시 머물렀다가 그녀의 손을 향했다. 그녀의 손에는 유로화 동전이 수북히 쌓여 있었다.
 
  그녀가 했던 말을 생각 해 보았다. 나에게 동전을 달란 말이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케도니아를 지나 세르비아의 베오그라드로 가는 기차에서 유로화 동전은 쓸모 없는 것이었다. 마케도니아에서도 세르비아에서도 유로화는 사용될 수 없는 돈. 골동품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그녀의 손에 쌓인 동전을 보며, 나는 나보다 돈이 더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을 잠시 했을 뿐, 그녀를 향해 고개를 저을 수 밖에 없었다.  



4. 집시, 집시 아이들.

  시비우(Sibiu)를 지나 머무르던 작은 마을 시기쇼아라(Sighisoara). 그는 기차역에서 그가 타고 갈 기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역 앞의 작은 상점에서 아이스크림을 사서 역 쪽으로 다가가자 주변에 있던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 들었다. 그는 어제, 그 동네의 빌라옆 쓰레기통을 뒤지던 한 무리의 아이들이 생각났다. 그리고 아이들은 말을 걸어 왔다. 그러면서 그의 한 손에 들고 있던 아이스크림을 가리켰다. 이미 그가 반 이상을 먹은 소프트 콘이었다. 그의 침과 아이스크림의 녹은 부분이 범벅이 되어 있었지만, 아이들은 아랑곳 하지 않고 아이스크림을 받아 먹었다.
  그는 가방에서 자일리톨을 꺼내 아이들에게 하나씩 나눠 주었다. 아이들은 기뻐하며 껌을 받아갔다. 이윽고, 멀리서 기차 소리가 나더니, 서서히 멈춰섰다.

  기차 안은 한산했다. 시골 작은 도시를 출발한 기차는 비교적 큰 도시이자, 많은 기차들이 지나는 브라쇼브(Brasov)로 향했다. 그는 음악을 듣고 있었고, 그의 옆 건너편 칸엔 루마니아 전통의상을 입은 것 같은 여인과 아들, 그리고 남편처럼 보이는 남자가 타고 있었다. 그 여인이 갑자기 그에게 말을 걸어 왔다. 그는 알아 들을 수 없었지만, 그 여인이 사진 찍히기를 원한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그는 그들의 사진을 찍어 주었다. 그러자 그 여인이 그에게 뭐라고 말했다. 그는 정확히 그 뜻을 알 수 없었지만, 그녀의 행동으로 보아 돈을 달라고 하는 것 같았다. 그는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지만, 사진에 대한 답례로, 유로화 지폐를 한 장 건네 주었다.



5. 몽골, 초원에는 웃음이 울려 퍼지지만,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 백화점 앞에는 관광객들이 여러가지 물건을 사기위해서 몰려든다. 그리고, 그들에게 다가가는 다른 이들이 있었다. 너덜너덜한 옷가지를 입고, 얼굴엔 콧물 흐른 자국이 있는 아이들. 그 아이들은 나에게, 나와 같이 있던 일행에게, 손을 내밀었다. 나는 그 아이들의 모습이 불쌍했지만, 그렇게 관광객들에게 구걸을 하는 아이들이 밉기도 했다. 나와 함께 있던 일행 중 한 명이 그 아이들에게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내주려 하고 있었다. 나는 그의 행동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사탕'이었다. 그는 아이들에게 사탕을 나누어 주고 있었다.

  인도에서, 내 또래의 일본인과 잠시 동행을 한 적이 있었다. 그는 나와 함께 버스를 타고, 조드푸르로 향하는 길이었다. 조드푸르에 도착했을 때, 숙소로 올라가는 길, 언덕 중턱에서 놀고 있던 아이들 한 무리를 만났다. 그 아이들은 우리 둘을 쳐다보았고, 우리도 그 아이들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갑자기, 그 일본인은 보조가방을 주섬주섬 열기 시작하더니, 그 안에서 사탕을 꺼내서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나는 항상 사탕을 준비해서 다녀요. 이렇게 아이들을 만날 때 마다 사탕을 나눠주면 굉장히 좋아하더라고요."라고 덧붙이며 그는 웃어보였다.

  왜 그 때가 생각난걸까? 몇 달도 더 전에 여행했던, 인도였다. 인도부터 유럽까지. 그리고 또 다시 유럽에서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몽골까지 온 나였다. 여기에서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하고 있었다.

  구걸하는 아이들과 그 아이들에게 사탕을 나눠주는 모습. 인도에서 그냥 뛰어놀던 동네 아이들에게 사탕을 나눠주던 모습과는 조금은 다른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어쨌거나, 구걸해서 돈을 얻어가는 아이들이 못마땅했다. 그들은, 충분히 다른 일을 배울 수 있었음에도, 구걸을 배웠을 것이라고 생각을 했기 때문에..



6. 어느 식당, 셋 만의 이야기.

  몽골의 한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세 명의 한국인은 해가 대륙 저편으로 넘어가고, 어둠이 몽골을 덥쳤을 때 저녁을 먹기위해 시내 레스토랑으로 갔다. 광장을 지나서, 조금 더 떨어진 곳. 거리는 어두웠다. 식당안은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지만, 밖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칠흑같은 어둠만이 그 식당을 감싸고 있었다. 그는 창밖을 바라보면서 이 세상에는 그 식당과 그 안에 있는 사람만이 존재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중이었다.

  낮에 있었던, 구걸하는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가 화제거리로 떠올랐다. 구걸하는 아이들에게 돈을 주지 말아야 한다는 사람과 그들을 도와 주어야 한다는 또 한 사람. 왜 구걸을 하는 것일까? 라는 질문과 함께 서로의 견해가 테이블 위에 쏟아졌다. 
  
  그 아이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더이상 없기에, 구걸이라는 수단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는 말을 하던 한 사람. 사회가 그들을 그렇게 만들어 버린 거라는 그녀의 말. 그리고 여러가지 이유를 설명하는 그녀의 말은 어느정도 일리가 있었다. 하지만 그것과는 다른 견해를 피력하던 그는, 그것은 자신의 의지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 아이들, 그리고 아니가 조금 더 있는 아이들. 그들이 과연 구걸밖에 할 수 없었을까? 그 아이들이 다른 것을 하고자 했다면, 그의 부모나 다른 나이많은 형제가 다른 일을 할 수 있도록 뭔가를 해 주었다면 그들은 구걸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다른 일을 힘들게 배우고, 하는 것 보다 구걸을 하는게 더 쉽고 편하게 돈을 구할 수 있는 일이라는걸 알기 때문에 그들은 구걸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덧붙였다. "내가 예전에, 돈이 없어서 그리스에서 구걸을 한 적이 있었는데, 구걸을 하다보면 욕심이 생기고, 구걸이라는 것이 돈을 정말 쉽게 모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는 걸 알게돼."(http://dwis.tistory.com/563 참조)



7. 단상(短想)

  지하철에서 장님인 척, 구걸을 하는 사람이 지하철을 내리고 역사를 빠져나가면, 고급 승용차를 타고 유유히 사라진다는 말[풍문인지 진실인지는 알 도리가 없지만]을 들은 적이 있다. 구걸로 상당한 수입을 올린다는 말이다. 지하철역이나 길거리에 하루종일 업드려 있는 사람들의 바구니에 얼마 만큼의 돈이 들어가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난 항상 이런 생각을 해본다. 저들은 정말 무언가 다른 일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일까?

  물론, 구걸도 구걸을 하는 사람의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특히, 경제적으로 발전이 덜되어 사회 전체가 풍족하지 못한 곳에서 태어나고 자라는 아이들 중, 극빈층에 속하게 되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구걸밖에 없을 수도 있는 것이고, 구걸이 편하고 좋아하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구걸에 대해서, 누가 옳고, 누가 그릇됐다고 가타부타 할 수 없는 것 같다.는 생각.




-해가 저무는 시기쇼아라



- 시기쇼아라 역의 아이들,




- 시기쇼아라의 아이들


-기차 안,



- 불가리아, 집시 가족



- 울란바토르 메인광장






-사원 주변 풍경



- 전통과 현대의 공존



- 어둠이 스미는 광장



-울란바토르 역




- 테를지 국립공원. 이곳엔 아직도 노마드가 있다. 아무 걱정 없이 사는 것 같아 보이던, 말을 타고 달리던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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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몬테네그로, 부드바 - Save me! 당신은 내 생명의 은인(恩人) (Montenegro, Budva)

- 길을 걷다, 세계여행/여행, 그리고 에피소드 · 2011. 12. 15.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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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여름(夏, Summer)
  
  여름.이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생각이 가장 먼저 떠오를까. 찌는듯한 무더위, 이글거리는 태양과 아스팔트 위에서 춤추는 아지랑이, 불면증, 방학, 휴가, 시원하게 보이는 바다와 백사장이 있는 해수욕장? 

  '여름'이라는 말을 가지고 생각해 낼 수 있는 것은 많지만, 그 중에서도 여름을 가장 상징적으로 나타낼 수 있는 것은 파란 바다와 백사장이 어우러진 '해수욕장'과 '피서객'이다. 많은 사람들이, 휴가철 해수욕장을 찾는다[중고등학생, 대학생이라면 누구라도 친구들과 함께 해수욕장에 갈 계획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고, 직장인들도 여름 휴가에는 해수욕장에서 해수욕을 좀 즐기고 와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해수욕장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다양한 즐거움을 제공해 준다. 해수욕장은 자연이 우리에게 준 하나의 혜택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해수욕장은 해수욕'만' 하라고 있는게 아니기에, 사람들은 해수욕장을 많이 찾게 되고, 여름을 상징하는 중요한 하나의 장소가 된다.

  바다로 가는 기차 안은 즐겁다. 들뜬 마음으로 기차에 오른 사람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하다. 가벼운 옷차림을 하고, 작은 가방을 들고 바다로 간다. 해수욕장엔 수 많은 인파가 들이닥치지만, 그것 때문에 불쾌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화가나지도, 짜증나지도 않는다. 모두들 즐겁게 놀러 온 것이기 때문에 많은 인파들조차 반갑다. 하지만, 너무 들뜬 나머지 몇몇 사람들은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을 한가지 잊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해수욕장에는 지켜야할 규칙이 있고, 항상 '안전'을 위해서, '사고 예방'을 위해서 뒤에서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더 재미있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는 지켜야할 규칙이 있는 것이다.

  해수욕장에는 피서객, 동네 주민, 안전요원(Life guard), 경찰, 소방관, 상인 등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그런 사람들이 서로 상호작용을 하며 질서를 만들어 간다. 모두가 즐겁게 피서를 즐기기 위해서는 질서가 지켜져야 하고, 피서객들은 안전 수칙을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해수욕장에서 즐거운 기억을 가지고 일상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일부 사람들은 불쾌하거나, 안좋은 기억을 가지고 돌아가기도 한다. 


  당신이 언젠가, 여름에 관한 기억을 더듬을 때. 해수욕장에서의 어떤 일에 대한 기억은 당신에게 조금은 특별하면서, 강렬한 이미지로 다가올 수 있다.



2. 동해(東海). East sea[Sea of between Korea and japan. not sea of japan] 

  학창 시절, 매년 여름이면 바다로 향했다. 보충 수업이 시작되기 전, 친구들과 기차를 타고 바다로 갔다. 동해 바다, 남해 바다, 해수욕장에서 여름을 만끽하기 위해 떠났다. 
  
  그 해 여름. 어김없이 친구들과 함께 바다로 향했다. 고등학교 1학년. 7월 중순을 막 지난 정동진 바다는 아직, 한적했다. 태양이 백사장을 향해 떨어졌고,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거센 파도를 싣고 왔다. 어릴 때 부터, 바다에서 자주 놀았던 나는, 물개처럼 바다를 휘젖고 다녔다. 파도에 몸을 싣고, 파도를 타기도 했다.

  문득, 호기심이 생겼다. 친구들과 함께 내기를 했다. 저기, 저 뒤에 보이는 안전선까지 제일 늦게 갖다오는 사람이 통닭 쏘기. 친구들과 나는 미친듯이 팔과 다리를 바다 속에서 휘저었다. 파도가 내 면상에 부딪치며 깨졌지만, 나는 굴하지 않았다. 꼴찌만 안하면 되는거야. 무사히 안전선을 터치 햇고, 이제 다시 돌아가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나는 파도에 몸을 실었다. 파도가 햐얀 물거품으로 변해 모래 속으로 스며드는 곳까지만 가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안심했던 탓일까? 나는 지쳐있었고, 갑자기 몸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이쯤 왔으면 내 발이 바닥에 닿을 거야.라는 생각을 했고, 나는 수면 아래 보이지 않는 바닥을 짚기 위해 발 끝을 아래쪽으로 내려 꽂았다. 그 순간, 내 몸은 걷잡을 수 없이 바다 속으로 가라앉았다. 당황스러웠다.

  호흡 조절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바다 속으로 가라앉고 있는 내가 있었다. 눈앞이 캄캄했다. 파도는 거칠게 몰아치고 있었다. 당황한 내 몸은 순간적으로 허우적 댓다. 바닷물이 내 입과 코를 통해서 마구 쏟아져 들어왔다. 긴장을 해서인지 설상가상으로 다리가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통증이 찾아왔지만, 그 통증에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주변에 사람은 눈에 띄지 않았다. 나는 소리치려 했지만, 입을 벌리는 순간마다 바닷물이 내 입속으로 파고 들어, 내 목소리를 집어 삼켰다. 필사적으로 팔을 저었다. 다리는 움직이지 않았다. 아니, 움직일 수 없었다. 움직일 수 없는, 통증만이 느껴지는 다리가 내 몸뚱어리에 달려 있었고, 그 순간 나를 살릴 유일한 도구는 양쪽 팔밖에 없었다.

  그렇게 허우적대기를 몇 십 번. 어느새, 내 몸은 파도가 부서져 하얀 거품으로 변하는 지점에 도착해 있었다. 파도의 조각이 내 몸을 어루만졌다. 파란 배경에 노랗게 물들었던 조각 구름들이 서서히 하얗게 변하는 모습이 보였다. 어휴, 죽다 살아났네.
 
  그 사건이 있고 난 후, 발이 닿지 않는 곳, 바다가 두려워 졌다.
   


3. 바다로 가는 시기.

  태양(日)은 7월을 지나 8월의 문턱에 다다랐다. 더위는 절정으로 치솟고 있다. 나는 아드리안해[adrian sea, 이탈리아와 발칸반도 사이에 있는 바다]로 잠기는 태양을 뒤로 한 채, 사라예보[Sarajebo,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의 수도] 시외버스터미널에 있었다.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 오늘 밤, 보스니아와 세르비아의 국경 도시 바르디스테[Vardiste]로 향하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그 버스를 타고, 국경으로 간 다음, 기차를 타고 몬테네그로[Montenegro]의 해안 도시 바르[BAR]로 향할 예정이다.

  어둠이 깔리자, 버스는 출발한다. 어둠에 휩쌓인 사라예보에는 불빛들이 반짝인다. 아름다워 보인다. 나는,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를 '밤에 피는 국가'라고 생각한다. 밤에 피는 국가.

  모스타르[Mostar,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남부에 위치한 도시]의 거리에 내가 서 있었다. 거리에는 사람을 거의 볼 수 없었다. 오직 내가 만날 수 있었던 건, 내전(內戰)의 흔적들 뿐이었다. 텅빈, 건물들. 폐허가 된 건물들이 도시 곳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빈 건물들의 벽에는 총탄 자국이 선명했다. 건물의 2층에 위치한, 예전에는 창문이 달려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그 곳의 주위에는, 수 많은 총탄의 흔적이 있었다. 전봇대에도, 강위를 가로지르는 다리의 기둥에도. 온통 총탄의 흔적이었다. 관광객들이 찾아가는 상점가 주변을 제외하고는 사람들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이글거리는 태양이 모습을 감추고, 도시에 어둠이 깔리기 시작했다. 가로등에서는 희미한 빛이 새어 나와 힙겹게 거리를 비추고 있었다. 길가, 작은 공원에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고 있었다. 저녁이 되자, 사람들이 어딘가에서 모여 들었고 몇몇 무리의 사람들은 테이블에 앉아 음료를 마시기도 했다. 아이들은 공원 주위를 뛰어다녔다. 낮에는, 뜨거운 태양빛이 채우고 있던 자리에, 어둠이 미처 자리잡기 전에 사람들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밤에 피는 도시'

  차장이 나를 깨운다. 나에게 뭐라고 말을 하고 있다. 아마도, 내가 내려야 할 곳이라고 말하는 거겠지. 나는 내 짐들을 주섬주섬 챙겨들고 버스에서 내린다. 새벽이다. 피부에 닿는 공기는 약간 차갑다는 느낌이 들게 한다. 산-속 작은 도시의 밤 공기는 차다.

  낡고 허름한 기차역 안으로 들어간다. 매표소에 위에 불안하게 매달린 시간표를 확인하니, 내가 알던 그대로다. 조금 후면, 기차가 도착할 것이다. 나를 아드리안해의 휴양 도시로 실어다 줄 기차. 간혹, 열차들이 지나가는 소리가 들린다. 화물 열차들이다. 그 열차들을 몇 차례 보내고 난 뒤, 기차에 몸을 실을 수 있었다. 기차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4. BAR[바르]

  날이 밝았다. 기차는 종착역에 멈춰섰고, 많은 사람들이 기차에서 내렸다. 그도, 왁자지껄 떠들며 역사를 떠나는 무리에 휩쓸려 역사를 빠져나왔다. 간단하게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빵을 사 들고, 주변을 둘러 보았다. 그는 부드바[Budva]로 갈 생각이었다. 바르[BAR]에서, 부드바로 가는 미니버스(봉고차)가 역 앞에 서 있다. 그는 운전사에게 부드바로 가는 것이 확실하냐고 다시 한 번 물었다. 운전사는 간다면서 그의 가방을 차에 실었다. 뒷 좌석에 그의 가방을 싣고, 그 옆에 앉으라고 권했다. 몇 사람이 더 차에 올랐다. 자동차는 부드바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미니버스는 해안도로를 신나게 달렸다. 해안 절벽 아래에는 아름다운 섬들이 있었다. 와- 그는 속으로 감탄을 하며, 언젠가는 저런 곳에서 시간을 보내보고 싶다고 생각을 한다. 봉고차 바퀴 아래로 많은 해수욕장들이 지나가고, 아름다운 해안선이 지나간다. 그는 바깥 경치를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다. 그러는 사이, 자동차는 산을 한바퀴 돌아 목적지까지 도착했다. 부드바.

  그는 번화한 거리에 내동댕이 쳐졌다. 자동차와 사람들과 상인들이 뒤엉켜 있었다. 여기도 지금은 휴가철이라서 그럴거야.라는 생각을 해 본다. 리조트 건물 안에 보니, 물품 보관소가 있다. 그는 그 곳에 일단 큰 배낭을 맡겨 두기로 했다. 작은 크로스백 하나, 비치타올, MP3플레이어와 돈을 챙겨서 리조트 물품 보관소를 빠져나왔다. 오늘은 어디서 잠을 잘까.라고 그는 잠시 고민을 해 보지만, 마땅히 답은 나오지 않는다. 일단, 바다로 가서 놀아야 겠다는 생각이 먼저다.

  해변으로 가는 길, 많은 사람들이 있다. 많은 상점들이 있다. 노점상들도 많다. 여느-바다와 비슷한 풍경이다. 음악CD를 싸게 팔고 있는 노점상을 발견하고 음악을 들어보기도 한다. 길거리에서 파는, 구운 옥수수를 사먹기도 하고, 노점상에서 연인들이 하는 게임을 구경하기도 한다. 그는 책[론니플래닛]을 펼쳤다. 아, 이곳으로 가 봐야 겠군.



5. Old catsle, Mogren beach.

  아드리안해의 해안 도시들은 성(城)을 가지고 있다[성(城)을 가졌다고 하기 보다는, 오래된 성벽을 가지고 있고, 그 성벽 안쪽에 사람들이 살고 있다고 보는 편이 더 맞을지도 모른다]. 해안선을 따라서, 성벽이 세워져 있고, 그 안쪽으로 건물들이 들어서 있다. 고풍스러운 느낌이 든다. 옛날, 대항해시대의 흔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무역, 상업을 통해 부를 축적한 사람들이, 성을 짓고, 그 안쪽에 살면서 해적들에 대항하는 그런 것을 상상했다. 지금은, 이 성벽이 바다와 조화를 이루어 멋진 풍경을 이루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지금 이 성벽의 의미는, 바다와의 조화를 통한 아름다움이다.
 
  스플리트[Split, 크로아티아의 남부 해안도시. 미항(美港)이라고 불릴만큼 아름다운 곳이다]에서 그랬듯이, 나는 성안 이곳저곳을 누빈다. 골목과 골목을 휘젓고 다니면서 옛 정취를 느껴본다. 성벽 위를 걸으면서, 바다를 바라보기도 한다. 내가 하고 있는게, '성벽 걷기'일거야. 라고 생각한다. 성벽 안쪽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집들이 있고, 바깥쪽은 에메랄드빛 바다가 펼쳐져 있다. 바다가 태양빛을 반사시킨다. 눈이 부시다. 눈이 부시게 아름답다.라고 표현해도 될 것 같다.


  아침은 빵으로 간단하게 때웠다. 부드바에 도착해서, 너무 돌아다닌 탓인지 배가 고팠다. 성벽 안쪽에는 많은 식당들이 있었다. 관광지 느낌이 물씬-풍기는 그런 곳이기에 관광객들을 상대로하는 식당과 카페테리아가 많이 있었다. 이런곳에서 바가지 쓰기 쉽상인데.라는 생각이 들지만 나에게 선택의 여지는 없다. 나는, 몇 군데 식당을 돌아다니다가, 현지인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앉아 있는 식당으로 들어가, 간단하게 식사를 해결한다. 비싸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관광지 식당이라는 것을 고려 할 때]. 맛도 나쁘지 않았다. 

  이제 해변으로 가볼까. 모그렌비치[Mogren beach] 가 봐야 겠군. 책에 많은 해수욕장들이 소개되고 있었지만, 나는 모그렌비치로 가기로 했다. 모그렌비치를 설명하는 많은 문장들 중에, 나의 호기심과 기대감을 자극하면서 나를 그곳으로 향하게금 만든 문구가 있었다. 

  "부드바에 있는 해수욕장들 중에서 멋진 경치를 가진 곳 중 하나이다. 또한 이곳은 많은 글래머들이 찾는 곳이다."



6. 해수욕.

  그는 모그렌비치(Mogren beach)를 찾아갔다. 태양이 머리위를 지나간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해수욕을 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날이었다. 모그렌비치로 가는 입구는 절벽 아래의 작은 공간을 지나가야 했다. 그가 절벽의 모퉁이를 돌자, 해수욕장 입장료를 내는 곳이 나타났다. 모그렌비치는 입장료를 내야했다. 그는, 입장료 2Euro를 지불하고 해수욕장의 모래위에 발을 디뎠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 보았다. 설마 내가 낚인 건가. 라는 말을 입속에 머금었다.

  그는, 주위를 둘러 보면서 깨달았다. 아, 실수 했구나.라고 생각을 했다. 해수욕장엔, 얼핏보기에도 여자보다 남자가 더 많은 것 같았다. 모든, 남자들이 그의 생각과 비슷한 생각을 하고 해수욕장을 찾은게 틀림 없었다. 돈을 내고, 입장한 해수욕장이니 그는 해수욕이나 즐겨야 겠다고 생각하고, 절벽아래 그늘진 공간에 비치 타월을 깔고 누웠다. 물 위를 둥둥 떠다니는 사람들이 보였다. 신기했다. 어떻게 저렇게 자연스럽게 물 위에 사람들이 떠 다닐수가 있지?

  바다 위로 사람들이 떠다녔다. 그들은 움직이지 않고도, 유유히 흘러 다녔다. 그는 신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도 바다속에 들어가면 저렇게 뜰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는, 아직 바다에 대한 공포증을 떨쳐내지 못한 상태였다. 그는 물 속으로 들어갔다. 물은 너무나도 깨끗했다. 경치도 좋은 편이었다. 그는 가까운 곳에서 몸을 풀면서 헤엄을 치기 시작했다. 조금씩 조금씩, 발이 닿는 곳에서 헤엄을 치면서 자신감을 키워나갔다.

  안전선이  설치되어 있었지만, 안전선 바깥에도 사람들이 둥둥 떠다녔다. 저렇게 멀리까지 나가도 되는걸까.라는 의문을 가지기도 했지만, 그건 그와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여유롭게 물 위에 떠 있는 사람들을 보니 그도, 안전선까지라도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위험한 발상이었지만, 그는 어느정도 자신감을 얻은 상태였기에 충분히 저 멀리까지 헤엄쳐서 갔다올 수 있을 것 같았다. 갈까 말까, 고민을 했다. 비치 타월에 앉아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저- 사람들 처럼. 

  물 속으로 뛰어 들었다. 바다라고 하기엔 물이 너무 맑았다. 생각보다 깊기도 했다[너무 맑아서, 상대적으로 얕아 보였다]. 그는 헤엄을 쳐서 안전선까지 왔다. 꽤 먼거리를 헤엄쳐서 왔다. 뒤를 보니, 백사장까지 거리가 꽤 되어보였다. 그는, 막막했다. 일단 안전선까진 왔지만, 다시 돌아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태였다. 그는 그가 온 만큼 다시 되돌아 가야했다. 덜컥- 겁이 조금 나기도 했다.

  크게 숨을 몰아쉬고- 다시 헤엄을 쳤다. 어느 정도 왔을까, 정신없이 헤엄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는 너무나도 더디게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생각보다 더디게, 더디게 앞으로 나아갔다. 힘이 부쳐왔다. 하아, 하아, 하아, 하아, 헉,헉,헉,헉-  그 순간이었다. 그는 왼쪽 다리에 큰 통증을 느꼈다. 다리가 움직이지 않았다. 다리 근육에 문제가 생긴 것이었다. 그가 큰일 났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는 물 속으로 가라앉았다. 물을 먹었다. 필사적으로 물 위로 다시 솟아올라서 허우적 댔다. 소리쳐야 했다. Help me! help me! 라고 머릿속에서 소리치라고 명령어를 입력하고 있었지만, 입은 말을 듣지 않았다. help me 라는 말은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해변에 있던 사람 몇 명이 그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그가 왜 그렇게 허우적 대는지는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는 외치기 시작했다. '헬프미'가 아닌 '살려줘!'라는 소리가 그의 입 밖으로 새어나왔다.

  물을 몇 모금이나 마셨을까. 그가 '살려줘'라고 몇 번 외쳤을 때, 해변에 있던 누군가가 물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는 그의 목을 껴안고, 뒤로 헤엄을 치기 시작했다. 그는, 나무토막처럼 둥둥 떠 있었다. 최대한 몸에서 힘을 뺐다. 그들은 곧 해변으로 올라왔다. 왓해픈? 이라고 그를 구해준 남자가 물었다. 그는, 숨을 고르며 대답했다. 다리 근육이 마비가 됐어. 그러자, 그를 구해준 남자는 그의 다리를 부여잡고, 마사지를 해 주기 시작했다. 그의 입에서 작은 소리가 굴러 나왔다. 죽다 살아났네.


 
7. 라쇼[Raso]

  나를 구해준 그 남자의 이름은 '라쇼'라고 한다. 브라질 출신이인데, 일 때문에 몬테네그로에 머물고 있다고 했다. 나는 고맙다고 말한다. 리고 한국에서 온 여행객이라고 소개했다. 해수욕을 즐기러 왔다가 물에 빠진 것이라고 덧붙인다. 나는 가방을 뒤지기 시작한다. 그리고는 하회탈 열쇠고리를 꺼낸다. 그에게, 전해준다. Korean tradtional mask. it's for you. thank you.

  라쇼와 나는 이야기를 좀 나누다가, 헤어진다. 나는 비치타올을 접어 가방에 넣고, 모그렌비치를 떠난다. 힘든 하루다.





 

- 출항을 기다리는 배들, 스플리트 항구



- 모스타르, 풍경들.


- 모스타르


- 모스타르, 세계문화유산



- BAR 역



- 골목과 골목 사이


- 바다와 부드바 성



- 성벽과 바다



- 부드바


- 모그렌비치(Mogren beach)



- 부드바(Bud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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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불가리아, 소피아 - 고개를 끄덕끄덕, '아니'라는 의미 였다고?! (Bulgaria, Sofia)

- 길을 걷다, 세계여행/여행, 그리고 에피소드 · 2011. 12. 3.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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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언어(言語, Language) - 몸짓 언어(Body language, 바디랭귀지)
 
   너, 나랑 말이 좀 통하는데. 통하는게 있네.라는 말을 할 때가 있다. 누군가와 대화를 하다보면, 느낄 때가 있다. 말[言]이 통한다는 것은, 너와 내가가[우리가] 친해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내포하고 있다. 
  '말'이 통할 수 있는 이유는 뭘까. 아마도, 말이 통할 수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같은 언어를 사용하기 때문일 것이다. 같은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은 언어와 관련된 다양한 문화를 공유할 수 있다는 것, 서로를 잘 이해할 수 있다는 것, 같은 관습 속에서 서로 친밀해 질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조건을 갖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같은 언어를 공유한다는 것은, 서로 원활한 의사소통(Comunifcation)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우리가 여행을 하면서, [가장]낯설다.이국적이다.라고 느낄 때가 언제일까. 생각 해 본다면,  
 비행기에서 내려, 게이트를 막 빠져나왔을 때, 당신이 가야 할 곳을 알려주는 안내 표지판을 봤을 때.일 것이다[혹은, 출입국 관리사무소에서의 팻말을 보았을 때. 육로로 국경을 지난다면]. 내가 쓰는 언어와 다른 언어를 쓰는 국가에 갔을 때, 나에게 다가오는 문자(文字)들. 그것의 진정한 의미가 설령 출구를 뜻하거나, 내국인, 외국인을 뜻하는 것일지라도 그 문자들은 또 다른 의미를 함의하고 있다. 그들은 당신에게, 여기는 다른 나라. 당신은 이방인. 당신은 우리와 구별된다.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세계지적재산기구(WIPO)에서는 국제 공개어 10개를 선정하고 있다[영어, 프랑스어, 러시아어, 스페인어, 중국어, 아랍어, 일본어, 독일어, 한국어, 포르투갈어 10가지]. 이들 언어는 국제 사회에 무언가를 알릴 때 사용하는 언어들이다[무언가를 알릴 때 이들 10가지 언어로 번역을 하여 알려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들 10가지 언어를 알고 있으면, 전 세계의 거의 모든 사람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 따라서, 10가지 언어를 모두 알면 가장 좋지만, 10가지 언어를 모두 습득하고 올바로 이해하는 것이 결코 쉬운일은 아니다. 따라서, 여행을 할 때 우리는 기본적인 의사소통에 관련된 언어를 몸에 익히고 떠나지만, 현실에 부닥치게 되면 또 다른 무언가가 필요하다. 바로 그 상황에 필요한 것, 필요한 언어가 바로, 몸짓 언어[Body language]다.

  몸짓 언어[바디랭귀지, Body language]는 의소사통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사람의 행동과 관련해서 심리학에서 아주 중요하게 다루어지는게 '몸짓 언어'이다. 본고에서는 무의식적인 몸짓 언어와 암묵적 의사 표현에 관련된 이야기 보다는 의식적, 의도적 몸짓 언어에 대해서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여행 중에 당신이 바디랭귀지를 필요로 하여 사용하게 되거나, 바디랭귀지의 의미를 파악해야 할 일이 생긴다면 그것은 단지 그 상황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일 것이다. 이 순간, 바디랭귀지를 이해하기 위해 먼저 알아 두어야 할 것은 그 나라의 문화와 관습이다. 특히, 바디랭귀지와 관련된 특이한 문화와 관습을 알아 두지 않으면 오해가 생기거나,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언어에 관해이야기 할 때 이런 말들을 많이 한다. 언어는 문화의 산물이다[혹은 불가분의 관계이다]. 일제 강점기 시절, 민족의 선각자들이 우리말과 글을 지키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한 이유도 언어에 우리 문화와 민족의 혼이 담겨있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언어와 문화.는 불가분의 관계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더하자면, 문화는 그 나라의 역사와 관련이 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언어, 그 중에서도 '몸짓 언어[바디랭귀지]'에 관해 이야기 할 때, 우리가 그 나라의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한 상황이라면 오해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 



2. 바디랭귀지는 많은 정보를 주지만, 오해도 준다.

  친구와 대화를 할 때, 가끔. 대화에 집중을 하지 못하고 다른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대화의 주제와는 관련성이 떨어지는]다른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게 된다. 왜 일까? 그런 생각이 대화 도중에 끼어 드는 이유가 뭘까.[이런 현상을 '잔류 사고 여유(leftover thinking space)'라고 한다. 이는 상대방의 말하는 속도 보다 빠르게 진행되는 자신(청자)의 사고 속도 때문에 중간에 다른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대화를 함에 있어서 집중력을 잃게 하고, 심지어 무의식적으로 다른 행동 하게 되기도 한다.] 
   문제는 이 순간 발생했다.

  친구와 대화. 둘이 함께 수행해야 할 과제에 관한 이야기 였다. 친구는 나에게 열심히 그 과제에 대해서 설명을 해 주고 있었다. 내가 어떤 일을 해야 할지. 그리고 친구는 자신은 어떤 일을 할 지 [아주 열심히]설명을 하고 있던 중이었다. 왜 일까? 불현듯, 그날 저녁에 약속되어 있던, 영화에 관한 일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게 몇 시 였더라. 7시 30분.이라는 시간이 머릿속에 떠오르고, 지금이 몇 시지.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감과 동시에 무의식적으로 왼쪽 손목으로 시선이 움직였다.
  친구는, 더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그 자리엔 오해가 머물러 있었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시계를 쳐다봤을 뿐인데. 친구는 나의 행동에서, 다른 메시지를 읽었다. 나는 전혀 의도하지 않았지만. 그가 기분나빠 할 그런 메시지를 읽었다. 그건 오해였다.

  어린 시절, 독고병[숨바꼭질과 유사한 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내던 때가 있었다[그 시절은 PC게임 보다는 놀이터에서 뛰어노는게 일상화 되어 있었기에 가능했다]. 나는 건물 뒤에서, 건너편 건물 뒤에서 나를 향해 손짓하는 친구를 보았다. 분명, 그는 나에게 오라는 손짓을 하고 있었다[내가 생각 했을 때]. 나는 그 친구를 향해 달렸다. 그러나 곧 발걸음을 멈추어야 했다. 술래에게 발각되어 내가 술래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손짓을 한 그 친구에게 말했다. 너때문에 죽었자나. 그는 말했다. 내가 언제 오라고 했어, 가라고 했지. 난 분명히 가라는 손짓을 했다고. 내가 볼 땐 오라는 손짓이었는데. 손바닥이 아래로 향하면서 손목을 까딱까딱. 오라는 거 아니었나..?



3. 기차는 해바라기 평원을 지나고,

  보스프러스해협을 바라보던 기차가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이스탄불의 밤. 거대한 모스크들을 뒤로 한 채, 기차는 발칸반도의 중앙으로 향한다. 내일 아침이면 불가리아에 도착하겠지.라고 생각한다. 이집트에서 비행기를 타고 지중해를 건넜다. 더 이상의 불안한 여행은 싫다. 이제-편히.

  태양의 열기가 무겁게 내려 않아있던, 7월 중순의 이집트 카이로. 사막이 시작되는 곳에 위치한 공항. 공항 주변의 모래는 서로 경쟁 하듯 열기를 내뿜고 있었다. 떨어지는 태양빛을 이겨보겠다는 듯이. 
  비행기 내부로 몸을 옮길 때, 느껴지던 더위. 더위는 곧 사라졌고 비행기는 활주로를 달리기 시작한다. 얼마나 달렸을까. 이제, 하늘을 향해 땅을 박차고 올라가겠지.라고 생각했을 때. 비행기는 더 이상 위로 오르지 않았다. 활주로 위에 그대로 멈춰썼다. 뭐지? 곧 아랍어로 된 기내 방송이 나온다. 나는 알아들을 수 없는 말- 이국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언어[아랍어]-. 이국적인 날씨. 그렇게 3시간을 활주로 위에서, 에어컨조차 나오지 않는 오븐 처럼 열기로 가득찬 비행기 몸뚱어리 안에서 보내야 했다. 창 밖에는, 엔지니어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엔진 고장.

  기차의.창 밖에는 옅은 안개가 끼어 있고, 그 사이로 햇살이 파고 든다. 상쾌한.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산 속의 아침이다. 기차는 멈추어 있다. 가끔, 새 소리가 안개사이를 가른다. 고요하다. 어디지? 불가리아 국경 사무소. 아-
  한참 후,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이 나를 찾아 왔고, 그 자리엔 입국 스탬프의 흔적이 남았다. 도장. 입국 허가를 받았다는 증거. 햇살이 스믈스믈 기어 들어 안개를 완전하게 밀어 냈을 때 쯤, 기차는 움직인다. 불가리아의 해바라기 평원을 지난다. 창 밖에는 해바라기, 해바라기들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노란-해바라기들.

  언제부턴가, 해바라기.라고 불리는 꽃을 좋아하고 있었다. 아마도, 이 때부터 였을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이런 말을 해 준 적 있다. 해바라기는, 보면 볼수록 점점 더 예뻐 보이는 꽃이야. 질리지 않아. 질리지 않는 다는 건, 좋아. 너도- 해바라기 같아.


  기차는 해바라기 사이를 달린다. 파-란하늘. 노-란 해바라기. 함형수 시인의 '해바라기의 비명(碑銘)'이 생각난다. 함형수 시인,도 알았을까? 끝없이 펼쳐진 해바라기들이, 지금. 여기에 존재하다는 것을.
  
  시계는 12시를 넘어 간다. 배가 고파온다. 열차 시간표의 도착 예정 시간은 오전 10시 였지만, 그 시간을 훌쩍 넘기고 있다. 뭐, 그렇다고 내가 걱정할 건 없다. 나는, 창문 밖으로 머리를 내밀고- 나를 스쳐지나가는 바람을 만끽한다. 그저- 좋다.는 말 밖에.




4. Sofia, 소피아[불가리아의 수도].

  이스탄불에서 어둠을 넘어온 열차는 소피아에 도착했다. 소피아 중앙역. 그는 낯선 글자들을 봤다. 키릴 문자[키릴 문자는 동유럽(러시아, 우크라이나, 벨라루스와 몰도바, 세르비아, 몬테네그로,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일부지역, 크로아티아 일부지역, 루미나이 일부지역, 불가리아, 마케도니아 공화국)과 중앙아시아, 북아시아와 아제르바이잔, 그루지야 일부지역, 몽골에서 쓰이는 문자이다]였다. 키릴- 영어는 없었다. 역의 대합실, 중앙에 거대한 무언가가 새겨져 있다. 이국적인 모습들. 키릴 문자와 거대한 상징물. 맑은 하늘, 처음 듣는 언어. 그가 알아 들을 수 없다는 것은, 이방인이라는 증거였다.

  기차는 곧, 세르비아의 수도 베오그라드로 떠날 것이었다. 그가 남긴, 차가운 흔적을 싣고. 그는 소피아에 남았다. 지도를 펼쳐 들고, 거리를 나섰다. 배낭을 메고, 거리를 걸었다. 거리는 여느- 유럽 도시와 비슷했다. 트램이 다니고 있었다. 그는 트램을 타는 대신 걸음을 택했다. 그는 걷는 것을 좋아했다. 숙소를 찾았고, 체크인을 했다. 샤워를 하고, 숙소 같은 방에 머물고 있던 독일인 형제에게 인사를 했다. 그들은 내일 소피아를 떠난다고 했다. 그 전에, 릴라 수도원[10세기에 세워진 수도원으로 불가리아의 가장 유명한 관광지 중 한 곳]에 들렀다가 마케도니아로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거리를 걷다가 지쳐 돌아왔다. 밤의 소피아, 오늘은 쉬고 싶다.고 생각을 했다. 

 그는 대사관에 가야 했다. 마케도니아 대사관에 들러야 했고, 주 불가리아 한국 대사관에 들러야 했다. 지도에, 대사관의 위치는 나오지 않았다. 그는 사람들에게 길을 물을 수 밖에 없었다.  Embassy라는 말을 사람들이 알아 들을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묻기 시작했다. where is embassy of Macedonia?. where can i find macedonia ebmassy? 사람들은 알아듣지도, 어떤 식으로도 대답을 할 줄 몰랐다. 아니, 아이돈노우.라는 말을 할 줄 아는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할 수 없었다. 마케도니아 대사관을 찾아가야 했고, 한국 대사관을 찾아가야 했다. 어쩌지?



5. 고개를 끄덕끄덕.

  7월 말, 소피아의 하늘에서 떨어지는 햇살은 뜨겁다[햇살은 뜨거웠지만 습도가 낮아 그리 덥다고 느끼진 않았다]. 나는 떨어지는 햇살을 피부에 흡수시키며 거리를 걷는다. 누구에게 물어야 할까? 길 모퉁이에 경찰들이 보인다. 그들에게 다가서서 말했다. Macedonia Embassy.라고. 몇 번을 반복해서 말한다.

  대답이 돌아온다. 아. 엠바씨. 경찰들은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한 후, 나에게 말을 해 준다. 나는 말을 못알아 들었기에, 손짓과 고갯짓 등 온갖 의사소통 수단을 동원해서 의사소통을 시도한다.

  아, 그러니까 저쪽으로 가라고? 한 경찰관이 고개를 끄덕인다. 알았어, 저쪽으로 가란 말이지.라고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손짓을 했다.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자 옆에 있던 경찰관이 내 손끝을 옆 골목 쪽으로 옮긴다. 저쪽 이라고?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어 댄다. 아니, 저쪽이 아니라면서 왜 저쪽을 가리켜? 그럼 아까 그 쪽? 이라고 하며, 다시 옆 골목을 가리키니까, 고개를 끄덕인다. 힘들다. 일단 가고 보자. 나는 그들이 고개를 끄덕인 쪽으로 향할 채비를 하고, 땡큐를 외친다. 그리고 그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순간, 그들이 나를 부른다.
  그리고, 뭐라고 말을 하면서 내가 가는 방향이 아닌 다른 쪽을 가리키는 것이 아닌가? 나는 반문하며, 저 쪽으로 가라고? 라고 말하며, 손짓을 한다. 그러자 그들은, 고개를 다시 도리도리 흔든다. 뭐 어쩌란 말이야? 나는 그들이 고개를 끄덕였던 쪽으로 간다.

  아무리 가도, 뭔가 나올 생각이 없는 듯 하다. 여긴 어디지? 나는 길가에서 체스를 하고 있던 사람들에게 묻는다.Macedonia embassy. 엠바씨? 엠바써더? 누군가 아는 척을 한다. 그리고는, 내가 가야할 뱡향을 손짓으로 알려 준다. 나는 인사를 하고 길을 떠난다. 하지만, 아무리 그 쪽으로 가도 대사관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또 다시 물었다. 엠바씨, 마케도니아 엠바씨. 나에게 알려준다. 아, 저쪽으로 가라고? 내가 지나온 곳이다. 다시 저쪽으로 가야한다고?라며 내가 반문 한다. 그는 고개를 도리도리 흔든다. 아니, 저 쪽으로 가라고 손짓을 해준 이유는 뭐야? 왜 고개를 도리도리 흔드는 거지?



6. 맞다면, 고개를 도리도리.

  그는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던 말던, 그런 것 따위는 무시하고 손짓을 해 준 방향으로 간다. 이미- 그가 지나온 곳이다. 왜, 이쪽을 가리켰을까? 그는 생각했다. 주변을 잘 살펴 보았다. 마케도니아의 국기는 보이지 않았다. 왜 이쪽으로 손짓을 했을까? 그는 주변을 유심히 살펴 보았다. 아차-!

  엠베서더 호텔이 있었다. 엠바씨. 엠베서더. 그럴 만 했다. 사람들은 나에게, 엠바씨가 아닌 호텔의 위치를 알려 주었다. 엠베서더 호텔. 훗-
  그는, 길을 잃은 상태였다. 힘들다. 돌아 가자. 그는 일단 소피아 중앙역을 찾아가서 그 곳 부터 천천히 거리를 걸을 생각을 한다. 걷다가, 길을 물었다. 역이 어디죠? 아리따운 여성이었다. 앞으로 쭉- 가면 된다면서 손짓을 했다. 저쪽으로 쭉? 그러면 나와? 라고 하면서 되물었다. 그러자, 고개를 도리도리 흔든다. 그는, 멈칫했다. 저쪽이라면서 또 왜?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지.라고 생각하며.

  숙소로 돌아왔다. 그는 책을 펼쳤다. 그가 어렵게 구해 온, 론니플래닛 동유럽[Lonely planet East Europe]. 불가리아를 색인에서 찾아서, 문화에 대해서 읽었다. Culture and history of Bugaria.
  그리고, 왜 사람들이 그에게, 고개를 끄덕였는지, 왜 고개를 도리도리 내저었는지 이해 할 수 있었다. 역사와 문화의 산물이었다. 발칸반도의 중앙에 위치하여 오랜 세월동안 외세의 침입을 받으며 살아온 민족이었다. 그들은 외세의 침입 속에서도, 독립을 원했다. 그 과정중에 생기게 된 하나의 약속. 고개를 끄덕이면 No. 고개를 도리도리 내저으면 Yes.를 뜻하게 되는 바디랭귀지. 그는 그것을 이제서야 할게 된 것이다. 아- 역시, 문화와 역사란, 이래서 알 필요가 있는 것이다. 라는 생각을 했다.

  그는, 발칸 반도의 여러 나라의 역사에 대해서 공부했지만, 그것은 19, 20세기 격변의 시기에 대한 것이었을 뿐이었다. 그렇게, 한 나라의 역사, 문화와 관련된 바디랭귀지의 변화까지는 알지 못했다. 그 덕에, 그는 실컷 고생을 했던 것이다.



- 이집트 카이로, 땅 위를 구르는 뜨거움 


- 시와 사막


- 이스탄불에서 베오그라드까지 가는 열차


- 해바라기


- 해바라기


- 어딜가나 해바라기


- 소피아 중앙역


- 소피아, 시내의 성당

-릴라 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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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콜롬비아, 보고타 - 친절한 그녀. 소매치기일리가..(Colombia, Bogota)

- 길을 걷다, 세계여행/여행, 그리고 에피소드 · 2011. 11. 17.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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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호의[친절한 마음]

  길을 가고 있는 상황에서[혹은 어딘가 낯선 장소에 있을 때], 갑자기 누군가가 당신에게 호의를 베푸는 행동을 한다면 당신은 상대방에 대해서 어떤 생각이 드는가? 아마도, 당신은 '경계'하게 될 것이다. 상대방을[그 강도가 어느 정도냐에 따라서 그 기준이 애매할 수도 있지만]. 우리는 현대 사회를 살아가면서[더 정확히는 현대의 도시(都市)에 살아가면서] 다른 [낯선]사람들을 경계하게 된다. 처음 보는 사람이나, 평소에 얼굴만 조금 알던 사람[혹은 한 두번 밖에 못 본 사람]이 갑자기 친근한 태도를 보이거나 호의를 베푼다면 대부분은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저 사람이 왜이러지. 나한테 부탁할 것 있나. 무슨 의도야.

  우리는 안면이 있는 사람들[안면은 있지만 친근함의 정도가 0에 가까운 사람]에게서 받는 호의조차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처음 보는 사람이 당신에게 호의를 베풀기 위해 접근을 한다면 당신은 어떤 생각이 들까? 현재 당신이 위치한 곳이 낯선 장소라면 주변 사람들을 경계하는 것은 당연한 태도라고 할 수 있다. 

  요즘은 다른 사람[모르는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도움을 받는 것[좀 힘들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판단되는 선까지]을 꺼리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이는 스스로, 혼자만 잘 하고 잘 살면 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진 데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또, 이런 부류의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 있어서 인지도 모르겠다.

  저기요, 제가 관상을 좀 볼 줄아는데요. 도를 아십니까. 교회 다니시나요.를 부르짖고 다니는 여러 부류의 사람들.



2. 지하철을 반대 방향으로 타면 어쩌지?

  지하철 5호선.군자역[정확히 말하면 5.7호선 환승역이다]. 한 여자가 스크린도어 앞에서 서성이고 있다. 그 곳이 초행길인 것 처럼 보인다. 밤 늦은 시각. 열차운행은 서서히 뜸해지고 있었다.
  
  방화 방향 열차가[5호선은 방화 방향과 상일동, 마천 방향 두 코스로 나누어지고, 상일동, 마천 방향은 상일동행과 마천행으로 나뉜다]가 플랫폼으로 들어온다. 스크린도어가 열리고, 열차는 한 무리의 사람들을 토해낸다. 7호선 플랫폼으로 가려는 사람들은 발바닥을 땅에 바쁘게 부딪었다. 그 여자는, 스크린도어 앞에서 머뭇거리고 있다. 지금 막 도착한 열차에 올라야 할 지, 오르지 말아야 할 지 확신이 서지 않는 모양이다. 그녀는 사람들에게, 묻기 시작한다. 저기요, 이거 마천가는 건가요?

  나는, 피곤한 몸을 열차에 실었다. 올림픽공원을 지나는 주말의 열차는 사람으로 가득 차 있다. 올림픽공원에서부터 나를 따라온 피로가 함께 열차에 올랐다. 열차는 다양한 표정을 싣고 달린다. 강동, 천호역을 지나 군자역에 가까워 지고 있었다. 나는 7호선 군자에서부터는 앉아서 갈 수 있기를 바란다. 너무 많은 발걸음을 한 탓에, 오늘 하루 종일 너무 오래 서 있었던 탓에 앉아서 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나의 발바닥은 나에게 투덜대고 있다. 오늘은 할 만큼 했다고. 

  This station is Gunja. 기계의 울림이 열차 안에 울려 퍼진 후, 열차는 군자역에 멈춰선다. 열차의 출입문 앞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 들었다. 그들의 표정은 다양하다. 100m 출발선에서 출발 신호를 기다리는 듯. 문이 열리기를 기다린다. 문이 열리고, 한 무리의 사람들이 쏟아져 나갔고, 나도 그들과 함께 열차로 들어오려는 사람들의 시선을 스쳐 지나간다. 나의 시선은 재빠르게 무언가를 찾고 있다. ←7호선 갈아타는 방향.

  한 여자가 나에게 말을 건다. 저기요. 내 시선은 본능적으로 그 여자를 향한다. 그 여자는 말을 이었다. 마천 가려면 이쪽[내가 열차를 타고 온 쪽]에서 타면 되나요? 아, 아니요. 반대 쪽에서 타세요[바로 뒤쪽].라고 말하면서 뒤쪽을 가리켰다. 아 네, 고맙습니다.라고 조용히 덧붙였다. 아, 잠시만요. 네? [나는 상황 스크린을 확인 해 보고 말했다] 다음 열차 타면 되네요. 이쪽은 상일동행이랑 마천행이랑 열차가 다르거든요.라고 덧붙였다.

  나는 가볍게 목례를 하고, 7호선 플랫폼을 향해 발바닥을 부딪었다. 초행길, 친구집을 찾아가나? 왜 내 앞의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도움을 무시한 채 그냥 스쳐 지나갔을까?를 생각하며, 그녀의 시선에서 빠져나갔다.


3. Grasias?[스페인어, 감사합니다.]


  호주를 떠난 비행기는 L.A공항에 도착했다. 따뜻했던[더웠다고 하는 편이 맞다. 호주는 여름이었으니까] 공기는 불과 11시간만에 차가움으로 바뀌어 내 피부에 닿았다. 강철빛 하늘은 이 곳은 겨울.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역시 겨울은 저런 하늘이 어울려.라고 생각해봤다. L.A공항의 몽환적 분위기는 그 곳에 오래 머물고 싶지 않게 만들었다[나는 곧 다른 비행기를 타고 멕시코시티(Mexico City)로 향해야 했기에 오래 머물 수도 없었다]. 멕시코행 비행기가 보딩(Boarding)을 시작했다는 메시지가 전광판에 나타났다. 나는 기계적으로 내 몸을 움직였다[파블로프(Pavlov)의 실험에서 개가 종소리를 듣고 침을 흘리던 것 처럼] 비행기에 내 몸을 싣기위해 이동했다.

  피곤했다. 제대로 잠을 잘 수 없는 비행이었다[언젠가부터 비행기에서 잠을 잘 수 없었다]. 창 밖에는 바다와 구름이 펼쳐져 있었다. 언제 도착할까. 생각을 해 보았다. 기내 방송이 흘러 나왔다. 나는 뭔가 다르다는 것을 느꼇다. 뭐지?. 생각을 해 보았다. 기내 방송의 언어. 어느새 내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바뀌어있었다. 귀에 거슬렸다. 그래서 내 귀에 더 각인되었다. 마지막 한 마디밖에 듣지 못했다. Grasias(그라시아스).

  멕시코시티 공항에 도착했다. 혼란스러웠다. 내가 알던 표지판의 언어가 아니었다. 특이했다. 내 눈은 가장 먼저 낯섦을 인식했다. 내 몸도 이 곳이 낯선 곳이라는 것에 동의했다. 낯.설.다. 라는 것[어떻게 보면 이 낯섦이 여행에서 느끼는 묘미중 하나이다]

  영어가 없었다[전 세계의 어느 공항을 가도 볼 수 있었던 것이 영어였기에, 당황했다]. 오직, 스페인어였다[멕시코는 스페인어를 쓰는 국가였다]. 나는 어디로 가야하지? 그 낯섦은 나에게 말해주고 있었다. 여기 부터. 라틴 아메리카(Latin America). 스페인어를 공부해야 살아 남을 수 있음. 이라고.

  나의 유일한 생존 수단은, 비행기 티켓. 다른 건, 쓸모 없었다. 내가 가진 언어는 모조리 쓸모 없는 것이었다. 내가 가진 언어로 대화할 수 있는 대상은 없었다. 나는, 여권과 비행기 티켓을 손에 쥐고 물었다[물었다기 보다는 보여주었다], 사람들에게. 사람들은 손짓을 해 주었다. 손짓은 만국 공통 언어였다.


4. 버스에 올랐다.

  멕시코시티의 하늘로 치솟은 비행기는 콜롬비아의 수도 보고타로 떨어졌다. 하늘에서 본 카리브해는 아름다웠다. 그는 콜롬비아에 대해 생각했다.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세계 1위의 범죄율을 자랑하는 곳. 보고타.라는 것이었다. 그는 론니 플래닛 남아메리카(Lonely planet South America)의 콜롬비아 부분을 읽는다. 어떻게 숙소가 있는 지역까지 가야하지?를 생각하며.

  공항 앞에서 버스에 올라탔다. 소형 버스였다. 콜롬비아에서 가장 저렴한 교통 수단이었다[공항에서 시내까지 가는 가장 저렴한 교통 수단이기도 했다]. 그는 어떤 버스를 타야할 지 몰랐지만, 그냥 무턱대고 버스에 오른 것이다. Centro 라고 유리창 앞에 적힌 버스는 그를 싣고 달렸다. 그 버스를 타면, 시내로 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그는 버스에 올랐던 것이다.

  그가 가진 지도에는 그가 내려야 할 곳의 위치는 나와 있었지만, 버스의 노선도 따위는 나와있지 않았다. 그가 첫 발을 내딛은 공항의 위치도 표시되어 있지 않았다. 그는, 물을 사람이 없었다. 그의 말을 알아듣는 사람도 없었다. 그와 함께 하는 건 오직 '느낌'뿐이었다. 버스는 신나게 달렸다. 새로지은 빌딩들이 즐비한 곳을 지나쳤다. 그는 불안했다. 저 곳이 시내 중심가인가? [완전한 시내 중심가 처럼 보이지 않았기에]그는 긴가민가했다. 불안했다.

  저 멀리, 높은 빌딩들이 또 보였다. 깔끔한[새로 지은듯한] 느낌이 나는 빌딩들이 모여있던 지역은 서서히 버스의 매연 속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그는 점점 불안해졌다. 창 밖엔 낮은 집들만이 보였다. 시장과 상점들이 모여있는 곳을 지나고, 거리는 어지러웠다[공사를 하고 있었다]. 이제, 주변에 보이는 모든 건물들이 1층 또는 2층이었다. 불안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혹시, 내가 시내를 한참 지나친 것은 아닐까? 그는 생각했다. 그리고, 버스의 하차 벨을 누른 다음, 가방을 주섬주섬 챙겨서 버스에서 뛰어 내렸다.

  버스는 시커먼 매연을 내뿜으며, 저 멀리 사라졌다.


5. 목적지가 어디에요?

  나는 지도를 펼쳐 들었다[지도를 펼쳐 든다고 해서 별다른 좋은 수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물었다[묻는다기 보다는 외마디 절규였다]. 센트로, 센트로(Centro, Centro). 내가 가려고 한 숙소[나는 숙소를 미리 예약하고 여행을 다니지 않기 때문에]의 위치는 센트로에 가까운 것 같았기에, 일단 시내로 가야할 것 같았다. 사람들은 손으로 가리켰다. 버스가 사라져간 방향.

  나는 버스가 지나간 흔적을 따라 걸었다. 30kg에 가까운 배낭을 메고, 한 손에는 론니플래닛을 들고, 한쪽 어깨에는 잠베(djambe, 아프리카 악기)를 들고 걸었다. 너무 섣불리 버스에서 내린 것을 후회했다. 한참을 걸었다. 땀이 났다. 잿빛 하늘 사이로 햇살이 떨어지고 있었다. 남미의 12월이었지만 생각보다 무더운 날씨는 아니었다[해발고도 3000m에 가까웠기에].

  걷다보니, 높은 빌딩들이 눈 앞에 보였다. 큰 길이 보였다. 많은 차량들이 움직이는 모습이 저 멀리 보였다. 아, 저기가 센트로인가? 걸었다. 또 걷고 또 걸었다. 저 앞의 큰 길과 고가 도로를 향해서 걸었다. 저 곳에 가면 뭐라도 있겠지. 라고 생각하면서 걸었다. 눈 앞에, 큰 빌딩이 나타났고, 그 빌딩과 나는 큰 도로 하나만을 사이에 두고 있었다. 신호를 기다리며 책을 들여다 보고 있었다. 어디로 가야 할까?


6. 그녀는 그와 헤어졌다.

  한 여자가 그에게 다가왔다. 스페인어로 무언가를 말하면서. 웃음을 머금고, 그에게 바짝 다가왔다. 그는 그 순간 보고타(Bogota)에 소매치기가 많다는 생각이 먼저 떠올랐다. 하지만 그녀를 범죄자라고 보기에는 너무나도 예쁜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물론 이쁘다고 범죄자가 아니란 법은 없지만]. 그는 그녀가 뭐라고 하는지 몰랐지만, 본능적으로 그녀에게 지도를 보여주며 지도 위에 표시된 한 지점위로 손가락을 가져갔다. 그녀는 뭔가 말했지만, 그는 알아들을 수 없었다. 당황스러움이 그의 얼굴에 가득 담겼다. 그러자, 그녀는 그의 팔을 감쌌다. 그리고, 뭐라고 말하면서 길을 건너기 시작했다.

   그는 더욱 당황했다. 어, 왜 팔짱을 끼는거지? 그의 몸은 순간적으로 긴장했다. 온 몸의 신경이, 그녀가 팔짱을 낀 쪽으로 쏠렸다. 소매치기인가? 소매치기는 아니겠지. 아무리 여기가 범죄로 악명 높은 도시라고는 하지만.

  그녀는 지도를 보며, 그를 안내했다. 길을 몇 개 건너고,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큰 길가였다. 상당히 높은 빌딩이 눈앞에 위치하고 있었다. 어느 순간, 그녀는 멈춰섰고. 그녀는 그에게 뭐라고 말했다. 빌딩과 가로수로 가려져 있는 길 저편을 가리키면서.
  그녀는 웃었다. 그는 아직까지 상황판단이 덜 된 상태였다. 몇 초 뒤. 그는 그 상황이 완전히 이해가 되었다. 그녀는 미소를 띠며 그의 귓가에 가벼운 숨결을 머물게 했다. 그리고, 알지 못할 스페인어도 몇 마디 남겼다. 그런, 그녀의 흔적을 그곳에 남긴채 저 쪽으로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다.

  그는 생각했다. 왜 그랬을까? 나는 왜 좀 더 친절하게 해주지 못했을까?. 그녀가 소매치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왜 하게 되었을까?


7. 걸었다. 그녀가 가리킨 방향으로.

   나는 걸었다. 그녀가 가리킨 방향을 향해서. 그러자, 지도에 표시된 건물들이 내 눈앞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아!. 탄식이 저절로 새어나왔다. 잿빛 구름들 사이로 간간히 보이던 햇살은 어느 새 자취를 감추고, 스산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빗방울이 하나 둘 떨어지기 시작했다. 나는 큰 건물의 로비로 뛰어 들어갔다.

  많은 사람들이 로비로 몰렸다. 어떤 남자가 말을 걸어왔다. 영어로 말을 걸어왔다. 반가웠다. 영어로 몇 마디 대화를 했다. 소나기라고 생각 했지만, 생각보다 길어지고 있었다. 나와 영어로 대화를 주고 받던 사람과 그의 친구들이 내 주변에 서 있었다. 내 가방 뒤에서, 뭔가 움직이는 불길한 느낌이 들었지만- 설마. 라는 생각을 했다. 설마 내 뒤에는 지금, 나와 좀전에 이야기 하던 남자가 있을 텐데, 그의 여자친구와 함께 있을 텐데. 설마.

  비가 그친 뒤, 사람들이 사라졌다. 누군가가 나의 어깨를 쳤다. 그의 손은 나의 가방을 가리키고 있었다. 나는 가방을 어깨에서 내려 그가 가리킨 곳을 바라 보았다. 가방이 열려 있었다.



-LAX


 - MEXICANA air

- 보고타 공항


- 보고타 거리


- 저렴한 버스. 어디를 가든 가격 동일

- 센트로 거리

-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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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인도, 스리나가르 - 이런게 바로 Culture Shock! 최고급 투어. 갔더니 유배(流配)?! <1> (India, Srinagar)

- 길을 걷다, 세계여행/여행, 그리고 에피소드 · 2011. 11. 11.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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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모든 결정이 항상 최선의 선택은 아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선택을 하고 결정을 내린다[일반적으로 그 결정을 할 때는 최선의 결정을 하기 위해 여러가지를 고려하게 된다]. 우리는 어떤 결정을 내릴 때, 그 상황과 관계되는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된다[나 자신의 이익과 향후의 경과를 예상하면서]. 결정을 할 당시에 우리는 그 결정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그러한 결정이 항상 최선의 결과를 불러오지 않는다. 가끔씩 우리는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두 가지 선택권이 주어졌을 때 한 가지를 선택한 후, 과연 내가 이 결정을 내리지 않고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이럴 경우 선택하지 않은 다른 경우는 당신의 상상속에서 지금보다 내가 선택하고 나온 결과보다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 내고 있을 것이다]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과 관련되어서 많이 언급되는 용어가 하나 있다. "기회비용"[機會費用, 하나의 재화를 선택했을 때, 그로 인해 포기한 다른 재화의 가치]. 우리의 선택에는 항상 기회비용이 수반된다. 그리고 어떤 판단을 내릴 때 기회비용을 최소화 하기 위한 판단을 하게 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다. 하지만, 항상 그런 것만은 아니다.

  가령, 당신이 지금까지 해 온 판단, 선택의 결과물들을 쭉 돌이켜 본다면 항상 최선의 가치를 위한 선택을 해온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 우리는 어떤 판단을 할 때, 자신의 최선의 이익을 위해서 항상 이성적으로 판단하게 된다는 것이 아니다. 선택이라는 것은 그 순간의 결정이다. 따라서, 결정을 하는 그 순간의 컨디션,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서로간의 이해관계, 선택에 참여하는 개인과 결과적으로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주변 사람의 영향 등 다양한 요소가 개입된다. 그리고 그 결과는 항상 만족할 수도 없고, 만족하지 못한 선택을 했다는 깨달음을 나중에 알게 되거나, 결정을 한 직후에 '아차!'하는 깨달음으로 우리의 뒷통수를 때릴 때가 있다.[그리고 그 후회스러운 판단에 친한 친구의 영향이 개입되었다면 그 친구를 원망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처럼, 우리는 많은 선택을 하지만, 항상 그 선택의 결과가 만족스러울 수는 없다. 심지어, 내가 왜 그런 선택을 했지? 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자기 자신을 이해할 수 없는 경우도 만날 수 있다.


2. 신발을 샀다. 동해 바다에 놀러가지 않았다.

  친구와 함께 신발을 사기위해 돌아다닌 적이 있다[보통 옷이나 신발을 살 때 친구와 함께 가는 경우가 많다]. 수 많은 매장을 돌아다니면서[20군데 이상은 들어가 본 것 같다] 여러 신발을 눈여겨 보았다. 여러 매장을 돌아다니며 신발을 보면서도 마음에 드는 것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정리가 되었고, 그 손에 꼽히는 종류의 신발은 나의 친구가 봐도 꽤나 괜찮은 신발이라고 했다. 그리고 결국,  두 종류의 신발을 가지고 고민을 하게 되었다. 두 종류의 신발의 차이는 색상의 차이. 그리고 하나는 리미티드(Limited)제품이었다. 우연히 발견하게 들어간 로드샵. 그리고 그 곳의 진열대에 위치한 신발은 정말 마음에 드는 것이었다[그 매장은 리미티드 제품만 판매하고 있었다]. 신발 두 켤레를 살 수 없는 노릇이었다[비록 색상이 달랐지만, 가격이 만만찮았다]. 마지막엔 마지막으로 발견한 그 신발이 마음에 들긴 했지만, 친구의 권유[어쩌면 압박이었는지도 모른다. 이미 우리는 다른 매장에 있었고, 리미티드 제품을 사기 위해서는 다시 그 매장까지 되돌아가야 했기에]에 따라, 나는 고민하던 두 제품 중, 첫 번째로 마음에 들어하던 신발을 샀다. 물론 그 신발이 마음에 들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다만 아쉬울 뿐이었다. 나는 이것 저것 비교해 보았지만, 왠지 모를 아쉬움이 남았다[가격은 내가 산 것이 더 비쌌다]. 그 다음 날, 나는 그 신발을 사지 못한 것을 못내 아쉬워 했다. 지금도.

  어떤 여름.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아르바이트라고 해서, 절대 일을 빼먹으면 안되는 그런 일은 아니었다. [왠만하면 일을 하도록 권유 받았지만]내가 일을 하고 싶으면 하고, 하기 싫으면 안하는 그런 일이었다. 무더위가 한창 땅 위를 굴러더니던 그 여름. 어느 날 연락이 왔다. 8월 xx일에 동해 xx로 엠티 가는데 갈거지?. 나는 나중에 다시 연락을 주던가, 그 엠티 장소로 바로 가겠다는 말을 남겼다. 그리고, 그 날이 다가오고 있었다. 땅위에는 그 전보다 더 많은 더위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나는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핑계로[사실 그것은 핑계거리 조차 되지 않았다], 동해까지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는 핑계로[서울에 있는 친구들은 학교에서 제공하는 무료 셔틀버스를 타고 동해 xx해수욕장으로 갔지만, 나는 대구에서 혼자 가야 했다], 동해 바다에 가지 않고, 땅 위를 굴러다니는 더위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훗날, 이 때의 일을 생각하며. 많은 후회를 했다. 그 당시에는 그게 나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괜찮은 판단일 것이라고 스스로 자위했지만, 그 일은 내 평생의 손에 꼽히는 후회 중 하나가 되었다.



3. 잠이 필요했다.

  인도(India)에 도착하기 전, 이틀간 밤새도록 친구들과 술을 마시며 놀았다. 나는 인도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잠을 자면 된다는 생각에[약 8시간 동안의 비행이었기에] 잠 자는 시간을 아까워 하며, 그렇게 음주가무를 즐겼다. 비행기를 타는 날 아침, 강철빛 하늘은 시퍼렇게 나를 질리게 했다. 공항 내부의 안락한 분위기의 조명과 창 밖을 통해 내 눈으로 들어온 약간은 파랗게 변질된 강철빛 하늘은 어울리지 않는 풍경이었다. 그 곳에서 나는 정신을 잃어버린 채, 좀비처럼 걷고 있었다. 내 머릿속은 .잠을 자야 한다.라는 말로 가득 차 있었다.

  비행기가 뉴델리(New Delhi)로 가기 위해 땅위를 박차고 올랐을 때, 나는 이제 잠을 자야겠다고 마음 먹었지만, 비행기는 나에게 잠을 허락하지 않았다. 에어인디아(Air india)의 기내는 너무나도 좁았다[더 정확히 말하자만 이코노미 좌석과 좌석 사이의 간격]. 나는 다리를 오므렸지만, 나에게 느껴지는 불편함은 나에게 다가오던 잠을 가로막았다. 좌석 조차도 뒤로 눕혀지지 않았다. 나는 최악.그 이하를 생각할 수 없었다. 그렇게, 8시간을 잠이라는 녀석 대신, 불편함이라는 녀석과 함께 했다. 

  나는 극도로 예민해졌고, 만사가 귀찮았다. 나는 그저, '잠'만 잘 수 있다면, 뭐든지 하겠다고 생각했다.



4. 어둠은 그를 무기력 속으로 밀어 넣었다.

  입국 수속을 마치고, 택시를 타기 위해 택시 승강장으로 갔다. 그의 정신은 어디갔는지 그 때까지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정신을 찾느라고 두리번 거리고 있었다. 그 순간, 그의 DSLR카메라가 땅을 향해 돌진했다. 철퍽. 소리를 내며, 카메라는 자신의 주둥이를 뉴델리 공항 택시 승강장 바닥에 들이 밀었다.

  그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입국 수속을 마치고, 환전소에서 만나 동행하기로 한 일본인 히로키도 놀란 표정이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카메라를 들어, 렌즈 앞을 보았다. 앞의 유리가 세조각으로 갈라져있었다. 그는 혼란스러웠다. 이건 뭐지? 이게 바로 인도에서의 첫 출발인가?

  히로키는 인도에 대해서 꽤나 준비를 많이 해온 편이었다. 그는 히로키의 안내에 따라 프리패이드택시를 타고, 파하르간지(Paharganj)를 향해 갔다. 히로키는 호텔을 예약 해 두었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그와 동행하기로 한 것이다. 그들을 실은 택시는 밤의 델리를 신나게 달렸다. 거리는 어두웠다. 그는 인도의 공기를 폐 속으로 밀어 넣었다. 약간은 습한[한국의 날씨에 비유 하자면, 약간은 덥게 느껴지는 초여름 밤에 느낄 수 있는 느낌] 느낌이었다. 그렇게 즐거운 기분은 아니었지만, 나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는 곧 갈라진 카메라 렌즈의 앞 주둥이를 생각해냈다. 씁쓸함이 몰려왔다. 인도.라는 두 글자가 그의 입술 사이로 새어 나왔다.

  거리의 일부를 밝히고 있는 주황색 가로등은 너무 초라해 보였다. 어둠이 가로등을 감싸고 있었다. 가로등은 델리를 둘러싸고 있는 어둠에게 결코 이길 수 없는 것 처럼 보였다. 어둠은 너무나도 짙게 도시를 누르고 있었다. 택시 기사는 그들에게 내리라고 했다. 그 곳은 조그마한 여행사 앞이었다. 그는 왜 그가 거기에 내려야 하는지 몰랐다. 히로키도 몰랐다. 히로키는 호텔로 데려다 달라고 요구했지만, 택시기사는 지금 통행 금지 기간이라서 그 곳엔 갈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덧붙였다. 지금은 홀리(Holi) 축제기간이라서 그 곳에 들어갈 수 없어!

  그는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일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 그의 정신은 아직도 어딘가를 여행하고 있었다. 그는 그저, 어서 빨리 가서 잠을 자고 싶다.는 생각만을 했다. 뭐가 어찌 됐든, 그저 잠을 자고 싶었다.



5. 여행사로 들어갔다.

  나는 택시기사의 안내에 따라 히로키와 함께 여행사로 들어갔다. 그 곳에 말했다. 숙소를 구하고 있다고. 히로키가 예약한 숙소는 전화를 받지 않았고, 주소도 없었다. 우리는 일단 하룻밤을 어딘가에서 묵어야 했다. 나는 사실, 노숙도 괜찮다고 생각했지만[사실은 나중에 생각했을 때 그 때 노숙을 해도 괜찮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아직 인도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었기에, 한편으로는 두렵기도 했다.

  여행사의 직원은 지금은 홀리 축제기간이라서 델리 시내에 방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 그리고 그 곳의 전화를 이용해 인도 시내의 호텔에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하지만, 우리는 거의 모든 호텔의 리셉션에서, 노 룸(No room)이라는 말 밖에 들을 수 없었다. 정말인가? 정말 방이 없을 걸까? 하룻밤에 100달러 짜리 방도 찾을 수 없었다. 여행사의 직원이 말한 것이 현실이 되고 있는 순간이었다.

  어떻게 해야하지? 혼란스러웠다. 히로키는 오늘 밤만 지나고 자신이 예약한 호텔로 가면 되긴 했지만, 내가 문제였다. 오늘 밤 야간 열차를 타고 다른 도시로 떠나야겠다는 생각에, 열차와 버스편을 알아봤다. 모두 다 매진이었다. 뭐지? 도대체 인도라는 나라는. 뭘 어떻게 해야하는거야? 혼란스러웠다. 

 그 때, 여행사 직원이 말했다. 일주일 짜리 패키지 여행이 있는데, 일주일동안 숙식 제공도 받고, 경치 좋은데서 쉬다오는게 어때? 패키지여행? 나는 그 동안, 패키지 여행을 거의 가 본적이 없었기에, 의심부터 했다. 일단 이 녀석이 나한테 사기를 치려는 것은 아닐까?라는 의심부터 하며, 싫다고 했다. 그러자 그는, 그 동안 그 패키지 여행을 갔던 외국인 명단을 보여주었다. 나를 안심시키기 위한 수작이었다. 그 때 나는 이미, 제대로된 판단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수면 부족과 인도의 습한 날씨, 그리고 델리 시내에서는 방을 구할 수 없다는 상황 때문에 점점 더 패닉이 되어가고 있었다.



6. 이런게 바로 Culture Shock.

  그는 여행사 직원의 말에 혹-했다. 여행사 직원은 그에게 말했다. 만약 이 투어에 참여하게 된다면, 오늘 밤은 홈스테이를 하고 내일 오후에 스리나가르[Srinagar, 인도 북부 카시미르주 히말라야 산자락의 도시]로 가는 비행기를 타고 가서, 그 곳 하우스 보트(House boat)[스리나가르에는 Dal Lake(달 호수)가 있는데, 그 호수 위의 보트에 사람들이 살고 있다. 그 보트들을 가리켜 '하우스 보트'라고 한다]에서 일주일을 보내다가 오면 되는 거야!

  잠, 잠을 잘 수 있어? 일주일 동안 푹 쉴수 있고? 라고 반문하며, 그는 얼마냐고 물었다. 550달러.라는 직원의 대답. 너무 비싼거 아니야? 아니야, 일주일 동안 숙식 제공에 휴양지에서 쉬다오는 건데 이정돈 해야지! 그는 계산을 해 보았다. 환율 감안할 때 하루에 거의 10만원 돈이었다. 인도에서 이 정도면 초호화 여행인데? 라는 생각을 했지만, 옆에서 직원이 잠을 잘 수 있고, 푹 쉬다 올 수 있다는 말을 강조하자, 바로 오케이를 외쳤다. 그리고 곧, 신속하게 비행기 티켓예약이 들어갔고, 결제도 끝났다.

  결제가 이루어 지는 것을 보는 순간, 그는 아차! 싶었다. 이건 아니다. 내 인도 여행 두달 예산을 일주일짜리 투어에 퍼부을순 없어.라고 그는 생각을 하고, 캔슬을 하겠다고 했지만, 직원은 더 이상 그럴 수 없다며 엄포를 놓았다. 그 때부터 실랑이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그는 곧 지쳤다. 싸우는 것 조차도 할 힘이 남아있지 않았다. 그는, 결국 오케이, 아일고.(Ok, I'll go)라고 말하고, 빨리 홈스테이로 보내달라고 했다. 곧, 여행사 사무실 앞에 홈스테이로 가기 위한 승용차 한대가 왔고, 그는 그 차에 몸을 실었다. 히로키는, 호텔 싱글룸이 예약되어, 그 곳으로 가기로 했다. 그렇게 그 둘은 헤어졌고, 둘은 서로 다른 여행길에 올랐다.

  그가 몸을 실은 승용차는, 어둠속을 달렸다. 어둠이 그의 곁을 스치고 지나갔다. 인도의 묵직한 어둠과 피로감이 그를 짓눌렀다. 홈스테이의 집 주인인 것 같은 인도인이 담배를 권했지만, 그마저도 싫었다. 인도인은 무언가 즐거운 듯이 흥얼 거렸지만, 그는 모든 것이 짜증났다.

  자동차는 주택가로 접어 들었다. 고요했다. 어둠은 여전히 도시를 감싸고 있었다. 3층짜리 빌라 였다. 건물 외벽에 붙어있는 철로된 계단을 따라 올라갔다. 그 곳에는 몇 명이 잠들어 있었다. 이곳이 인도의 일반 가정집인가? 라고 그는 중얼거렸다. 남자가 방을 안내했다. 그 곳은 방이라기보다는 그냥 거실에 가까웠다. 출입구와 바로 연결된 방 한칸. 그 곳엔 TV가 놓여 있었다. 그리고 바로 커튼 같은 가리개를 열어 젖히고 들어간 두번 째 방[삼(三)자 구조의 주택 중간이었다]. 그 곳엔 장롱이 하나 있었고, 그 뒤는 주방과 화장실이 있었다. 코고는 소리가 온 건물을 떨림속으로 밀어넣는 듯 했다. 하지만 그런 것 쯤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일단, 가방을 내려놓고, 침낭을 길게 깔아 잠자리를 마련했다. 그의 몸은 땀에 절어 있었다. 그는 치약과 칫솔을 손에 들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화장실엔, 누군가가 있었다. 그는 스산함을 느꼈다. 뭐지 이 느낌은. 화장실 불을 켜기 위해 그는 벽을 더듬었다.[화장실 스위치가 안쪽에 있었다] 주변에 무언가가 움직이는 느낌이 들었다. 어두웠지만, 그는 느낄 수 있었다. 무언가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무언가들은 그를 쳐다보고 있다는 것도.

  불이 켜지는 순간. 그는, 소리는 지르지 않았다. 아무런 미동이 없었고, 단지, 바깥에서 간간히 들리는 개가 짖는  소리만이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 알려 주었다. 바퀴벌레 수-백 마리가. 벽에 붙어 있었다. 세면대와 세면대 거울을 제외한 모든 곳을 둘러싸고 있었다. 꼭, 검은 점박이 벽지를 붙여 놓은 것 같이.

  수-백 마리의 바퀴벌레들은 미동이 없었다. 그를 공격할 것 같지도 않았다. 그도 그 바퀴들을 공격할 마음이 없었다. 단지, 양치질을 하고 세수를 하고 잠을 자기를 원했다. 그렇게- 서로가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은 채, 조용히 일이 끝났다.
  그는 충격적인 화장실의 잔상을 뒤에 둔 채, 잠을 자기 위해 방으로 돌아왔다. 그, 화장실에서의 잔상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여기가 인도인가. 라고 그는 생각했다. 무언가가, 그의 팔을 더듬었다. 간지러웠다. 그는 뭐지, 벌레인가?라고 생각했지만 무시했다. 그렇지만, 그는, 그 무언가를 무시하기엔 뭔가 찝찝했다.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고, 가방에서 손전등을 찾았다.

  손전등으로 바닥을 비출까, 말까. 그는 잠시 고민했다. 그래도 찝찝함의 원인을 알아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손전등의 버튼을 두-번 눌렀다. 손전등의 주둥이에서 빛을 토해냈다. 바닥에는 바퀴벌레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오우-지쟈스. 그는 생각했다. 제발, 우리가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평화롭게 지낼 수 있도록 해 주세요. 나는 그저 잠이 자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는 잠이 들었다. 물론, 깊이 잠들 수 없었다. 그는 왠지 모를 불안감에 떨며, 피곤한 몸과 마음을 조금이나마 달래주고 있었다.



-하우스보트

- 하우스 보트의 아침


- 한적한 오후




- 해지는 호수

- 저 멀리 만년설


- 햇살이 스며드는 달(Dal) 호수의 고요한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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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그리스, 아테네 - 여행중에, 뭔가를 잃는 다는 것[혹은 도난]

- 길을 걷다, 세계여행/여행, 그리고 에피소드 · 2011. 11. 5.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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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잃는다, 상실한다"는 것은 큰 아픔을 수반한다.

  우리는 삶을 살아가면서 많은 것을 얻고, 또 많은 것을 잃어버린다[그것이 자의든 타의든 간에 잃는 것이 생긴다]. 혹자는 말했다. 얻는 다는 것은 다른 것을 잃음이라고. 또 혹자는 말했다. 특정한 사람들이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해, 다른 사람들을 착취하게 된다고. 그래서 특정한 사람보다 더 많은 수의 사람들이 고통받게 된다고. 이렇듯, 얻고 잃음은 한 사람 개인의 일이 아닌 여러 사람이 개입된 사회적인 행동의 결과물이다.
  얻는다는 것에 대한 현상을 부정적으로 바라본다는 것은 아니다. 얻는다는 행위는 상호작용의 결과물이라는 것이 중요하다. 자, 한 번 생각해 보자. 당신이 선물가게에서 어떤 물건을 고를 때, 무엇을 고려하는가?[선물이라는 특정한 상황이 제시되어서 다른 사람을 생각한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혹은, 당신이 책을 한 권 사더라도[당신의 지적 성장을 위해] 그 책과 관련되는 사람들에게는 미미하게나마 영향을 미치게 된다. 특히, 여행을 하기위해 얻게 되는 물건들, 혹은 여행중에 얻게 되는 물건들은 그 물건을 사용하는 주체가 당신이든 아니든간에 상호작용을 하게 된다.[배낭을 고를 때는 도둑맞지 않을 정도의 보안을 고려하게 된다. 도둑맞는 다는 것은 다른 사람을 한번 더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여행지에서 어떤 물건을 구경하거나 고르면서도 당신은 그 물건을 선물해줄 누군가를 한번 쯤 생각하게 된다.]

  그렇게, 당신이 무언가를 선택했을 때, 그 선택은 순전히 당신을 위한, 당신의 것만이 아닌, 다른 누군가를 위한[혹은 다른 누군가를 의식한] 배려가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그렇게 때문에, 당신이 선택한 무언가를 잃는다는 것은, 당신이 애당초에 생각했던 것 보다 더 큰 상실감을 가져오게 된다.



2. 버스에서 내린 후, 몇 시간이 지났다.

  버스 정류장에 가자마자 내가타야할 버스가 다가왔다. 나는. 럭키. 라고 외치며 버스에 올랐다. 버스는 신나게 달렸고 몇 분 후, 내가 내려야 할 정류장에 나를 남겨두고 떠났다. 왠지 모를 허전함이 내 손에 잡히기에 나는 그 허전함을 움켜쥐어 주머니에 쑤셔넣고 집을 향해 걸었다. 무언가 허전하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지만, 그 허전함이 무엇때문에 찾아온 것인지는 알지 못했다. 그저, 집에 일찍 올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는 생각이 앞섰기에 허전함은 그 뒤를 따라오는 그림자에 불과했다.

  주위를 둘러 보았다. 매일, 그 녀석이 있어야 할 곳에 아무것도 없었다. 그 곳에는 나를 따라오던 허전함이 자리하고 있었다. 뭐지? 이 허전함은?
  곰곰이 생각을 해 보았다. 뭘까. 저 녀석은. 그리고, 전화기를 찾아 보았다. 전화기는 없었다. 전화를 해 보았다. 평소엔 그렇게 듣기 싫던 기계의 울림이 집안 아무곳에서도 느껴지지 않았다. 한 번, 두 번, 세 번을 시도해보아도. 작은 기계의 울림은 아무곳에서도 느껴지지 않았다.
  생각을 해 보았다. 그래. 이 허전함. 휴대폰이 없어졌기 때문에 찾아온 녀석이었다. 어디서일까? 생각나는 건, 버스였다. 가방 속으로 지갑을 집어 넣을 때, 휴대폰은 집어 넣지 않았다. 내 손에는 엠피쓰리만이 들려 있었다. 휴대폰은, 버스를 타고 종점을 향해 달려갔던 것이다.

  상실감. 휴대폰. 그 기계를 잃어버렸다는 데서 찾아오는 상실감보다 더 큰 상실감이 있었다. 휴대폰 속에 담겨있는 수 많은 전화번호들[그것은 내 인생 10년간의 인맥이었다]. 그리고 사진들. 그리고 당장 내일 어딘가로 연락을 해야 했고, 어딘가에서 연락이 오기로 되어 있다는 생각들.
  단순히 기계를 하나 잃어버린 다면, 그 모든 것들은 생각하지 않아도 될 것들이었다. 기계는 그냥 돈을 지불하고 하나 더 마련하면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기계가 가지고 있는 기계 이외의 것들은, 또 다시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었다. 그 동안 내 삶의 흔적들이었다.

  그 기계와 함께 했던, 나의 시간들. 그리고 그 시간 속에서 나와 상호작용했던 모든 흔적들이 사라져 버린다고 생각하니, 그 충격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였다. 그것이 내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었고, 나를 더욱더 혼란스럽게 했다.



3, 기차역에서 눈을 떴다.
 
  오전 다섯시 아테네 중앙역. 나는 밀려오는 졸음을 막을 수 없었다. 
 
  주위가 어둠과 고요에 잠겨있는 깊은 밤. 그 속의 열차. 열차는 테살로니키[그리스의 북부 도시]에서 아테네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야간 열차에 몸을 실은 나와 같은 칸에 탑승하게 된 다섯 명의 남자들. 그리고 밤 새도록 무언가에 대해서 열변을 토하던 두 남자[느낌상 정치적인 이야기인 것 같았다]. 그리고 그 두 남자의 소음[그리스어로 말하고 있었기에 나에게는 소음이었다]으로 인해 나는 잠을 잘 수 없었다. 그렇게, 내 귓가를 울리던 소음은 기차가 아테네 역에 도착할 때 까지 멈추지 않았고, 아침 해가 떠오르는 아테네 역에서 그 남자들과 함께 사라졌다.

  태양이 아테네 시내를 비추기 시작할 무렵, 나는 생각했다. 여기서 조만만 졸다가, 산토리니로 가는 배를 타러 가야겠군.



4. 눈을 떳을 땐, 허전함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는 아테네역 안의 대합실에 자리를 잡았다. 이른 아침이었기에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시간은 오전 6시를 향해가고 있었다.  그는 큰 배낭은 벽 기둥에 세워 놓고, 작은 가방은 의자 밑에 놓아두고, 잠베(Djambe)를 품에 안아 베게 삼고, 잠을 청했다. 그는 밤 새 한숨도 못잤기에 바로 잠속으로 빠져들었다. 그리고 갑자기 이상한 느낌이 들어 눈을 떴다. 그는 왠지 모를 허전함을 느꼈지만, 너무 피곤했던 나머지 다시 눈을 감았다. 눈을 감으면서도 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뭐지. 이 허전함은. 뭔가 느낌이 이상해. 왜일까. 그는 다시 눈을 떴다. 피곤함이 눈커플을 지그시 눌렀지만 그는 정신을 가다듬지 않을 수 없었다. 어라?!

  그의 앞에 놓여있던 큰 배낭이 보이지 않았다. 왠지 모를 허전함. 그것은 60리터 짜리 배낭의 흔적이었다. 그리고 발 밑의 작은 가방을 확인해 보니, 작은 가방은 있었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함과 동시에 그 배낭이 어디로 갔지? 큰일났다. 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그는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8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 역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그렇지만, 한 동양인 여행자에게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없었다. 그는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가방의 흔적을 찾아보려 했지만, 찾을 수 없었다. 그는 절규했다. 

  배낭이 사라졌다는 것은 그 배낭에 들어있는 모든 물건들이 사라졌다는 것을 의미했다. 아직 여행 계획의 '반'이라는 지점에도 도달하지 못한 시점에서, 배낭이 사라졌다는 것은 큰 충격이 아닐 수 없었기 때문이다.



5. 아테네 거리를 헤메다.

  나는 역장실을 찾아가서 가방의 행방에 대해 물었지만, 대답은 알 수 없다. 였다. 주변의 모든 사람에게 가방의 행방을 물어보았지만 모르겠다는 대답만이 나에게 돌아왔을 뿐이었다.
  역 주변을 샅샅히 뒤졌지만 가방의 행방을 찾을 수 없었다. 거리로 나갔다. 역 주변의 주택가의 골목골목을. 그리고 쓰레기를 버리는 곳의 주변을 뒤져보았지만 가방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30kg에 가까운 배낭을 들고 그리 멀리 갔을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기에, 그 주변 지역을 뒤지면 찾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기에, 그 주변을 뒤졌지만 헛수고였다.

  시간은 흘러, 오후의 강렬한 태양이 아테네 거리에 떨어지고 있었다. 나는 지쳤다. 가방을 찾을 가능성은 제로라는 생각이 들었다. 경찰서로 발길을 돌렸고, 그 곳에서 분실물 접수를 했다. 경찰서에는 소매치기를 당했다는 외국인 관광객도 있었다.[그녀는 그날 오후 출국을 할 예정이었는데, 여권과 비행기표가 든 백을 소매치기 당했다고 했다] 순서를 기다려 도난 사항을 접수하고 경찰서를 떠났다. 암울한 하루가 이어지고 있었다.



6. 생각을 했다.

  여행을 계속 해야할까. 여기서 그만두고 한국으로 돌아가야 할까. 그는 생각을 했다. 다행스럽게도, 큰 가방에는 중요한 물건이 많이 들어있지 않았다. 도난당하지 않은 작은 가방에, 노트북과 카메라와 여권과 대부분의 여행경비가 들어있었다. 항상 큰 가방에 카메라를 넣고 다니던 그는, 다행히 그날은 작은 가방에 카메라를 넣어두고 있었기에 카메라를 잃어버리지 않았다.

  그는 생각을 했다. 큰 가방속에 들어있었기에, 잃어버릴 수밖에 없었던 물건들을.
여러 권의 책들이 들어있었다. 그가 여행을 하며 읽을 것들, 그가 항상 시간이 날 때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주던 책들. 그리고 그의 여행을 안내할 책들.
선물들을 생각을 했다. 그는 그리스까지 가기전에 들렀던 나라들에서 산 선물들을 생각했다. 그 선물 하나하나에 그는 그 선물을 줄 누군가를 생각하며, 선물을 골랐다. 그의 정성이 그 선물 속에는 담겨 있었지만, 아마도 그 가방을 가져간 사람에게는 그 선물들이 아무 의미가 없을 것이 분명했다.[인도 보드가야의 부처가 수양을 했다는 보리수나무의 잎을 주워서 책 속에다 꽂고 다녔었다. 그 나뭇잎 몇 장을 비구니인 그의 고모에게 줄 생각이었다]
또 다른 선물들을 생각했다. 여행을 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에게 그는 선물을 받았다. 그 선물들은 그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들이었다. 한편으로는 추억의 흔적들이라고 할 수 있을 터였다.
  그리고, 없어져버린 작은 노트 한 권을 생각했다. 그 노트에는 그의 삶의 흔적들이 기록되어 있었다. 여러가지 생각들. 그리고 그 끄적임. 여행지에 대한 감상을 비롯한 하루하루의 삶에 대한 이야기들. 그와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관한 이야기. 그것들은 모두 한글로 기록이 되어있는데, 그 도둑[그리스인임이 틀림없다고 본다]에게는 그냥 낙서가 되어있는 종이조각일 뿐이었다.

  그는, 쓰레기통을 뒤졌다. 혹시라도, 그가 가지고 다니던 물건들이 쓰레기통에라도 있지는 않을까하고 말이다. 돈은 필요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러가지 물건들은 절대로 잃고 싶지 않았다. 그것들은 돈으로 살 수 없는 무언가가 담겨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7. Just keep going.
 
  나는 전자상가에 가서, 카메라 충전기를 새로 샀다. XX전자 서비스센터에가서 노트북 어탭터를 새로 주문했다. 그리고, 산토리니에서 만난 한 외국인 여행자에게서 내가 앞으로 여행하게 될 곳에 관한 여행 가이드북의 일부를 얻었다. 그리고, 여러 사람들의 응원을 받았다. 그러고 나니, 아직 세상은 살만한 곳이라고 생각했다. 

  여행을 멋지게 마무리 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테네 시내


-아테네


- 아테네 시네, 거리의 악사


- 산토리니


- 산토리니


 - 밤의 산토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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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그리스, 산토리니 - 냉정한 그리스, 안그래도 억울한데 돈까지 더내라고?!(Santorni, Greece)

- 길을 걷다, 세계여행/여행, 그리고 에피소드 · 2011. 7. 16.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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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cond edit(1st 10.30.10)

1. 대중교통, 현대인의 쉼터.

  대중교통[지하철, 버스, 기차 등]을 이용하다보면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 있다. 가끔은 자기 자신이 그 장면의 주인공이 되기도 하지만, 그러한 모습 때문에 자기 자신이 불편을 겪고 얼굴을 찌푸린 일이 있을 것이다. 지하철이 출발하고, 도착 할 때 옆 사람의 머리가 나의 어깨를 슬며시 누를 때가 있다.

  아침 출근길의 지하철이나 오후 나른한 시간의 버스. 많은 사람들이 대중교통이라고 일컫는 탈것 안에서 잠을 청하고 있다. 자신의 의지에 의한 잠이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찾아온 잠이든, 대중교통은 우리에게 너무나도 친숙하게 다가와 있기에 많은 사람들은 그 속에서 잠을 청하고 있는 것이다.

  대중교통과 그 안에서의 졸음. 어떻게 본다면, 대중교통은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 생활에 지친 사람들에게 잠깐이나마 휴식의 시간을 제공한다. 현대인의 쉼터가 되고 있다.


2. 집에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탔다가 깜빡 졸았던 적이 있다. 

  너무 졸려서 잠깐 눈을 감았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집까지 여섯 정거장 정도 남아 있었다. 아니 눈이 감기기 전에도 여섯 정거장 정도 남았었는데 어떻게 된 거지? 라는 생각에 시계를 보니 두시간이 지나 있었다. 지하철 2호선...한바퀴를 돈 것이었다.

  도시가 어둠에 휩쌓여 있을 때 부터 술을 마시다가, 태양이 도시를 깨울 때 쯤 집에가던 시절이 있었다. 대학 새내기 시절, 상쾌한 아침 공기와 태양의 따스함을 느낄 무렵 집에 가던 때였다.  신입생 시절은 그렇게 지하철 2호선을 타고 한두바퀴 도는건 기본이었다.

 친구의 이야기, 밤 늦도록 술을 마시다가, 막차를 타고 집에 간다는 친구가 있었다. 친구는 집에 가기 위해, 당고개행 열차를 타고 당당히 집을 향해 갔다. 친구는 정신을 잃었고, 나중에 정신을 차려보니, 열차 차량기지에서 잠을 자고 있더랬다. 그리고 그의 한쪽 신발은 어디론가 사라졌고, 그는 자신이 간디가 되지 못한 사실에 대해 안타까워 하고 있었다. 그리고 신발이 벗겨진 그 한쪽 발은, 진흙 범벅이 되어 있었다고 했다. 무슨일이 일어났던 걸까? 술과 잠이 문제다.

  우리나라 기차는 참 관대하다.  기차를 타고 고향 집에 내려가다 보면 가끔 잠이 들 때가 있다. 그러다가 내가 내려야 할 기차역을 지나친 경우가 있다. 그렇게 되면, 그 다음 역에 내려서 역무원에게 말을 하면, 다시 반대편으로 가는 열차를 타고 돌아갈 수 있게 해 준다. 내 친구 중 한명은 너무나도 깊이 잠이 든 나머지, 대구에서 내려야 하는데, 부산까지 갔다 온 적이 있다고도 했다. 그렇게 역을 지나쳐도, 추가요금을 내지 않고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게 얼마나 다행인가?


3. 
  사실, 그리스에 갈 마음은 별로 없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산토리니(Santorini)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계획에도 없던 산토리니에 가기로 했다. 

  그리스 아테네에 도착한 첫 날, 아침. - 야간 열차를 타고 그리스 북부의 테살로니키에서 왔는데, 같은 칸에 탄 사람이 밤새도록 떠들어대서 너무나 피곤했다 -  너무나 피곤한 나머지 역 안의 대합실 의자에서 한 시간만 졸다가 일어나야 겠다고 생각을 했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 졸고나니, 내 눈앞이 뭔가 허전했다.
  왜일까? 라는 생각을 잠시 한 후에,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내 눈앞에 놓아 두었던 배낭이 없어진 것이었다. 내 배낭. 좀 더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배낭을 도둑 맞은 것이었다!!!  

 
헐.... 좌절에 좌절에 절망에.....다행히 카메라, 노트북, 여권은 작은 가방에 넣어두고 의자 바로 밑에 넣어두어서 괜찮았지만, 큰 배낭이 없어졌다는 사실에 정말 어이가 없었다.
  일단, 경찰에 신고를 했지만 찾을 도리는 없었다. 잃어 버린건 잃어버린 거고, 좌절모드였지만, 그래도 산토리니에 가려고 왔으니 산토리니에는 가봐야 겠다 싶어서 배를 타러 갔다. 온종일 아무것도 못 먹고, 배낭을 찾아보겠다가 역 주변 반경 1km(?)내에 있는 휴지통을 다 뒤지고 하느라고 정말 피곤한 하루였다.

  산토리니로 가는 배표를 끊고, 겨우겨우 배에 올랐다. 정말 내 꼴은 거지꼴이었다. 땀 냄새가 내 몸에서 진동을 하고 있었다. 배 안에 있는 화장실에서 샤워를 하고 나니, 정말 개운했다. 살 것 같은 기분에 도취될 무렵, 졸음이 슬슬 몰려 왔다.

  승무원에게 몇 시 쯤에 산토리니에 도착하냐고 물어보니, 새벽에 도착한댄다. 아니 새벽 몇시에 도착하냐고!? 몇 번이나 물었지만 그냥 새벽이랜다. 새벽이면,,,다섯시? 뭐 그쯤? 그러니까 뭐 그럴지도 모르겠단다. 아니, 뭔 한두번 가는 것도 아니면서 도착 예정 시간을 몰라? 일단 피곤한 마음에 나는 그냥 구석에 가서 잠을 청하기로 했다. 어차피, 산토리니에 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니까, 그때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 나가면 깰 수 있겠지라는 생각에...


4. 
  그는 뭔가 이상하 느낌에 눈을 떴다. 눈을 뜨니, 주변에 사람이 아무도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그리고 엔진소리가 우렁차게 났다. 설마.... 그는 승무원에게 가서, 산토리니, 산토리니를 외쳤다. 그러자, 그 승무원은 창밖을 가리키면서 산토리니라는 것이었다. 산토리는 점점 그에게서 멀어지고 있었다. 배는 산토리니 항구를 떠나 다른  섬을 향하고 있었다. 그는 정말 뛰어 내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승무원에게 산토리니 가야된다고 내 표를 보여주면서 내려야 된다고 하니, 그 때 승무원이 그에게 한 말이 더 가관이었다. 너는 지금 코스(Kos)섬으로 가는 배를 타고 있으니, 돈을 더 내야해. 20유로를 더 내. 뭐라고? 미쳤냐? 돈없어. 산토리니 못내린 것도 억울한데 돈을 더 내라고? 미쳤냐? 그는 배째라는 식으로 나갔다. 하지만 그런 수작이 먹힐리가 없었다. 돈을 내지 않으면 경찰을 부르겠다면서 그들은 오히려 더 난리를 피웠다. 어이없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었다.
 
  그는 결국 20유로를 더 뜯겼다. 그리고 그 다음 정박지인 코스섬에 내렸다. 어차피 그 배는 산토리니로 돌아가니까, 그 배에 계속 타고 있다가 산토리니에 내리겠다고 했더니, 그 배는 더 멀리(로도스)섬 까지 갔다가 돌오니까 그러면 60유로를 내야한다는 것이었다. 에이 미친것들. 그는 20유로만 낸 채 침을 뱉으면서, 코스섬에 내렸다.



5.  
  코스섬에는 가족단위 휴양객들이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돈도 없는 본인. 배낭 도둑맞고, 자다가 산토리니에 내리지도 못하고 돈만 더 뜯기고, 돈도 없고, 옷도 없고, 씻지도 못하고 정말 거지가 따로 없었다. 다시 배가 오기를 기다리는 수 밖에 없었다. 날씨는 덥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정말 비참했다.


6. 
  오후 6시 무렵, 선착장에 산토리니로 가는 배가 왔다. 산토리니를 거쳐서 아테네로 가는, 그가 타고 왔던 그 배였다. 그는 정말, 그냥 그 배를 타고 아테네로 가고 싶었다. 그냥 산토리니고 뭐고 다 때려 치고 싶다는 생각이 굴뚝같았지만 차마 그럴 순 없었다. 그렇게 되면 그가 그렇게 고생을 한 이유가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산토리니로 가서 침을 뱉겠다고 다짐했다. 그런 마음을 가지고 산토리니로 갔다.
  코스에서 산토리니로 가는 동안 그는, 홍콩계 미국인인 애와 이런저런 대화를 했다. 그녀는 그에게 말을 주면서 즐겁게 해 주려고 했지만, 그의 마음은 이미 산토리니에 대한 증오로 넘쳐나고 있었기에, 대화가 깊이있게 진행될 수 없었다. 그리고 마음 한켠엔 썩어빠진 그리스 놈들에 대한 증오도 일어나고 있었다. 

  산토리니, 좋았긴 했지만, 정말 그리스는 나랑 안맞는 나라다.


- 아테네 항구

- 코스 섬, 해안 도로


- 코스섬에 정박중인 요트들


- 산토리니로 가는 배, 사람이 정말 몇 없었다


- 바이바이, 코스섬


- 산토리니..............폭파시켜버리고싶었다


- 산토리니의 밤,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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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슬로베니아, 류블랴나 - 베로니카를 만나러, 류블랴나, 류블랴나(Slovenia, Ljubljana)

- 길을 걷다, 세계여행/여행, 그리고 에피소드 · 2011. 6. 19.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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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책 또는 영화 속 주인공을 찾아서.

  영화나 드라마, 책을 보다 보면, 간혹 그 배경이 되는 장소에 가고 싶다는 충동을 느낄 때가 있다[실제로 테마 여행이라고 해서 영화의 배경이 되는 곳들을 찾아다니는, 소위 말해, 영화 여행을 하는 사람을 본 적도 있다]. 영화나 드라마의 경우, 그 배경을 실제 화면을 통해 볼 수 있기 때문에 그 장소가 아름답다거나 멋있다는 것을 보는 순간 알 수 있다. 또한 영상을 바라보면서 그 곳에 가고 한 번쯤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 장소에 대해 명확한 판단을 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책을 통해 어떤 특정한 장소를 접했을 때는 그렇지가 못하다[이게 책의 매력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책을 읽으면, 생각을 하게 된다[책의 내용을 머릿속으로 상상하면서 읽기 때문에]. 어떤 인물이 나온다면 그 인물에 대해서 상상하게 된다. 아름답게[혹은 멋있게] 묘사된 주인공에 대해서. 그리고 그 주인공과 더불어 평화롭거나 아름답게 묘사되고 있는 배경에 대해서. 책에서는 배경이 아름답게 묘사되지 않고 있더라도[언급조차 하지 않을 수 있다], 주인공이 사건을 전개해 나가는 그 배경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어, 이미 당신의 머릿속에는 배경의 이미지가 형성되어져 있을지도 모른다.그 묘사되고 있는 배경에 대한 궁금증은 증폭되어, 이미 머릿속에서 [자신의 경험에 기초하여]그 모습이 그려지고 있을 수가 있다.  

  파울로 코엘류의 소설
[그의 소설들은 그의 다양한 여행 경험을 담고 있다]. 그의 소설들 속에는 다양한 주인공들이 있고, 다양한 배경이 있다. <연금술사>의 양치기와 그의 여정. <프로토벨로의 마녀>의 마녀와 그 배경이 되는 영국과 루마니아 시비우(Sibiu). <순례자>의 주인공과 스페인 산티아고길에 대한 흥미와 다양한 묘사들. 여행을 다닐 때[여행을 다니기 전에도 마찬가지였지만] 가장 흥미롭게 읽을 수 있고, 여행을 하는데 도움이 될 만한 소설을 뽑으라면, 파울로 코엘류의 소설들을 뽑을 수 있다[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다]. 그의 소설들은 그 여행지에 대한 새로운 인상을 심어준다. 그리고 알랭 드 보통(Alain de botton)의 책들도, 생각하는 여행을 할 수 있게 해 준다. 
  
  이 두 사람[파울로 코엘류와 알랭 드 보통]이 함께한다면, 상상력을 통해 재구성된 생각하는 여행을 할 수 있다.


2. 작가의 흔적을 찾아서.
 
   김유정 문학관. 이효석 문학관. 구상 문학관. 정지용 문학관. 서정주 문학관. 그리고 각 작가의 생가(生家)들. 지방자치단체들은 많은 돈을 들여서 그 지방 출신의 작가들이 남겨놓은 흔적을 손질하고 다듬어 놓았다[이미 사라져 버린 것은 재현시켜 놓기도 했다]. 

  정지용의 생가를 찾아가서, 그 주변을 둘러 보고, 안내 책자를 읽거나 설명을 듣는다. 이효석의 흔적을 좇기 위해,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무렵>의 달빛이 흐드러지게 비치는 메밀밭 길을 걷기 위해 사람들은 그 곳으로 찾아간다. 그리고 그 곳은 언제나 사람들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다. 그 곳은 관광지가 되었기 때문에, 많은 돈을 들였기 때문에, 언제나 그 곳은 사람들을 맛이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이다.

  사람들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는 곳엔, 한가지가 부족하다. 진실성. 정지용의 <고향>이라는 시에 나오는 그런 분위기는 더 이상 없다. 배경은 같다고 하지만, 그 속에서 묻어나오는 진실성은 사라지고 없는 것이다. 이효석의 소설에서 묻어나오는 그런 느낌도, 서정주의 <질마재 신화>에서 묻어나오는 그런 느낌도, 채만식의 <탁류>에서 우러나오는 그런 그 시대의 진실된 느낌이 사라지고 없다. 그 빈자리엔 새로운 것들이, 인위적인 것이 들어서 있다.

  그런 것들을 바라 보는 마음 한켠엔 언제나 부족한 무언가가 있다. 그리고, 그런 부족함은 항상 손가락 끝에서 울리는 짤막한 소리 하나로 대체 되곤 했다. "찰칵"



3. 베로니카는 그 곳에 앉아 있을까?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라는 책을 읽은 적 있다. 베로니카는 수도원 창가에서 조그마한 광장의 분수대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름조차 낯선 도시에서. 그 도시의 이름은 '류블랴나(Ljubljana)'. 슬로베니아의 수도였다. 베로니카가 항상 창가에서 바라보던 그 분수대가 있는 조그마한 광장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일까? 그곳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곳이 어떻게 생겼는지, 그곳이 딱히 좋다고 말 해준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책에서 조차 그런 말은 나오지 않았다. 나는 그냥, 그 곳의 분위기가 어떤지 느껴보고 싶었다. 그리고 그 곳에 가면, 진짜 분수대가 있을지, 확인해 보고 싶었고, 베로니카가 세상을 내다보던 창문이 진짜 있을지 궁금했다. 확인해 보고 싶었다. 있으면 있는대로, 없으면 없는대로. 그리고 광장의 노천 카페에 앉아, 커피 한잔을 마시며, 여유를 즐겨보고 싶었다.

  왠지 그곳은 여유가 가득할 것 같았다. 그리고, 커피만 한잔 마시고 그 곳을 미련없이 떠나야지.라는 생각을 했다.

  어느덧, 기차는 류블랴나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국경에서 따로 여권을 검사하지는 않았다[유럽연합 국가들은 여권 검사를 하지 않는다]


4. 세르비아, 크로아티아, 세르비아,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류블랴나.

  그를 실은 기차는 자그레브[Zagreb, 크로아티아의 수도]역을 떠난다. 하늘은 잿빛이었고, 간혹 빗방울이 창문에 할퀴고 지나갔다. 얼핏, 창 밖을 바라보니 자그레브 역 앞의 동상이 보이는 듯 하다.

  언젠가, 자그레브에 머문 적이 있었다. 그 때도, 베로니카를 만나고 싶었다. 그녀의 시선을 좇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했지만, 그는 자그레브역 플렛폼에서 기차를 떠나보냈다. 그리고, 류블랴나엔 다음에 꼭 가리라고 생각하면서 크로아티아의 남쪽 해안도시 스플리트[Split, 아드리안해의 미항(美港)]로 향하는 기차에 몸을 실었다. 그때는 발길 닿는대로 자그레브의 거리를  거닐었고, 성당을 드나들었으며, 시장을 거닐며 잘 익은 과일들을 탐했고, 노천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셨다. 세련되어 보이는 크로아티아 국기 무늬를 한 지붕을 구경했고, 한창 축구를 잘하던 동유럽의 축구 강호 크로아티아의 분위기를 느꼈다.

  그리고, 그는 또 다시 자그레브역의 모습을 보았다. 이번에는 그 역을 곁에 두고 슬로베니아로 향하고 있었다. 자그레브에서 3시간. 3시간이면 슬로베니아 류블랴나였다. 겨우 3시간이면 크로아티아의 수도에서 슬로베니아의 수도로 갈 수 있다.

  그는, 잿빛 하늘을 바라보며,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류블랴나. 얼마나 가 보고 싶던 곳이었던가. 론니 플래닛의 류블랴나 페이지를 펼쳐서 그가 찾아가야 할 곳을 체크해 두었다. 류블랴나에서 갈 만한 곳도 체크해 두었다. 그리고 그가 가장 가고 싶어하던 그곳[도시의 중앙 광장]에도 체크를 해 두었다. 그가 머무려고 하는 숙소에서 광장까지 어떻게 가면 될 지도 체크해 두었다.


5. 안녕 베로니카.

  기차는 류블랴나역에 멈추었다. 기차는 슬로베니아를 거쳐 오스트리아로 간다고 한다. 나는 기차에서 내려, 건물로 향했다. 작은 규모의 역. 크로아티아의 수도 자그레브 역과 비슷한 크기다. 작고 아담하고. 역 안에는 매점이 하나 있고, 맥도날드가 있다. 자판기 몇 개가 있고, 관광 안내소가 있다. 2층에는 매표 창구가 있다. 관광 안내소에서 지도를 몇 개 주섬주섬 챙겨서, 숙소를 찾아간다.

  숙소로 가는 길, 잿빛 하늘에서 간혹 물방울이 떨어지지만, 큰 비가 될 것 같진 않다. 작은 배낭 하나를 매고 다니는 여행객. 배낭을 잃어버리고 난 뒤라서 내 몰골은 형편없어 보일 것임이 틀림 없다. 동유럽 특유의 분위기가 느껴졌다. 거리 곳곳의 그래피티는 내 눈길을 사로 잡을 만큼 높은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그래피티 사이에 위치한 숙소에 체크인을 했다. 샤워를 하고 베로니카를 찾아 나선다.

  베로니카를 만나러 가는 길, 아담하다. 높은 건물들을 찾을 수 없는 벽돌로된 골목길. 유럽 특유의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동유럽과 서유럽의 경계. 서유럽과 동유럽의 분위기가 동시에 묻어났다. 지도에 표시된 대로라면, 이 길을 지나면 광장이 나올 터였다. 약간의 시간이 흐른 뒤, 광장은 나왔고, 나는 베로니카를 만날 수 있었다. 광장 한켠에 있는 베로니카.


6. 죽기로 결심한 베로니카는, 살아 있었다.

  그가 그 조그마한 광장에 들어섰을 때, 베로니카는 살아있었다. 그러나 베로니카가 세상을 바라보던 통로로 이용하던 창(窓)은 없었다. 그리고 분수대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아마도]분수대의 모티브가 되었을 법한, 동상이 그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베로니카는 어디선가에서 그 동상을 바라보았을 것이고, 그 곁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바라보았을 것이었다. 그도 그 분수대를 바라 보았다. 베로니카가 그랬던 것 처럼.

  그는 광장을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그는 묘한 기분을 느꼈다. 그곳은 아주 자연스러웠다. 세계적인 작가 파울로코엘류의 소설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의 배경이 되는 곳이었지만, 그곳에는 그런 것을 알리는 표지가 전혀 없었다. 그곳은 그저, 사람들이 지나다니는[그 소설을 모르는 사람들이나 소설의 배경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듯 한] 하나의 광장, 수 많은 길 중의 하나였을 뿐이었다. 광장 주변의 노천 카페들도, 소설과는 전혀 무관하다는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는, 광장 변두리에 위치한 한 카페에 앉았다. 종업원이 메뉴판을 갖다 주었고, 커피를 한잔 주문했다. 그리고 잠시 베로니카에 대해 생각하는 사이, 커피 향이 그의 코 주위를 감쌌다.

  그는 단지, 그 곳에서 베로니카의 모습을 보고 싶었다. 그 모습은 실재한 모습이 아닌 그의 상상속에 존재하던 모습이었다. 그리고 베로니카가 소설 속에서 숨쉬던 공기를 마셔보고 싶었고, 그 곳에서 여유를 느껴보고 싶었다. 그래서 그는 슬로베니아 '류블랴나'까지 와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생각했다. 소설의 배경이라는 것. 정말 별 것 없구나. 배경은 말 그대로 배경이었다. 사람들이 일상을 살아가는 곳. 그곳은 전혀 꾸며지지 않았다. 베로니카의 모습, 그것은 그의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것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스쳐지나가는 그곳이었지만, 그 수 많은 사람들에겐 그냥 스쳐지나가는 하나의 광장, 하나의 공간에 불과했다. 
  그런 장소 였기에, 그는 그 장소에서 특별한 무언가를 느꼈다. 어느새 특별한 장소가 되어 있었다. 그곳에는 자연스러움이 묻어났다. 한국에서 찾아다녔던 소설이나 시(詩)의 배경이 되는 곳에서는 찾을 수 없던 것이 배어 있었다. 진실성.



  그는, 단지 베로니카의 흔적을 보고 싶었다. 자신이 생각하던 작은 광장의 모습이 어떤지 보고 싶었다. 그곳의 여유로움은 어떤 것일까를 생각하며, 류블랴나에 갔다. 그리스 아테네에서 마케도니아를 거쳐, 세르비아 베오그라드 까지. 그리고 베오그라드에서 크로아티아를 거쳐 슬로베니아 류블랴나까지. 그리고 결국, 그곳에서, 베로니카를 보았다.

 단지, 베로니카가 보고 싶어서 슬로베니아 류블랴나까지 찾아간 그의 이야기.


-숙소 옆의 그래피티


-광장으로 가는 길.




-소설속에서 분수의 모티브가 되었을거라고 생각되는 동상



- 광장으로 이어지는 번화가



 -도시를 관통하던 하천







- 아담한 도시 중앙 광장



-광장 건너편의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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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블라냐 성에서 바라본 류블랴나






 

 





-노천카페에서 커피 한 잔




-카페에서 일하던 사람



-미니어처



-류블랴나 역의 매점



-아담한 류블랴나 역



-독특했던 류블랴나 역의 과일 자판기



-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역 앞.




-자그레브 과일 시장



- 공사중이던 건물


-전망대에서 바라본 자그레브 시내


-아침의 스플리트 역


-스플리트 올드 시티



-밤의 스플리트 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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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주] 쿠바, 하바나 - 기대 그 이상의 가치. - 쿠바, 하바나<1>

- 길을 걷다, 세계여행/세계일주, 나의 발자취 · 2011. 2. 27.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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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nezuela, Caracas(베네수엘라 카라카스) - Cuba, La Habana(쿠바 하바나) - Jamaica, Kingston(자메이카 킹스톤)


1. 비자(Visa), 특정한 국가를 여행 할 때 허가증을 따로 받아야 한다는 것.

    전자 여권 제도가 시행되기 전 광화문 미국 대사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던 광경이 있었다. 미국 대사관 입구에서부터 대사관 주변으로 길게 뻗은 줄. 미국 비자를 받기위해 사람들은 그렇게 줄을 서야 했다.[전자 여권 제도가 시행된 후, 그 모습은 사라졌다] 2004년 필자가 일본을 여행 할 때만 해도, 일본 대사관에서 비자를 따로 발급 받아야 했다.[그것은 적잖히 번거로운 일이었다] 하지만 일본과의 무비자 협정 체결 이후, 일본은 손쉽게 갈 수 있는 나라가 되었다.[빨리 중국과도 무비자 협정이 체결되기를 바란다]

  어느 특정 국가를 여행할 때, 그 나라에 대해서 확인 해야 할 것 중 하나가 바로 비자의 필요 유무(有無)이다. 전 세계적인 추세가 특별히 대사관에서 비자를 따로 발급 받지 않고도 자기의 나라를 여행할 수 있게 하는 무사증(무비자)를 허용하고 있지만, 아직도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사람이라면 비자가 필요한 국가가 많다.[유럽의 경우는 러시아, 벨라루스를 제외하고 모든 나라가 무사증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 필자가 2005년 마케도니아와 슬로바키아를 가고자 했을 때는 비자가 필요했지만 2007년 이후로 무비자로 바뀌어 동유럽 여행이 한결 쉬워졌다]
  비자를 발급 받을 때 유의할 점은, 반드시 본국[대한민국 사람이라면 한국내에서]발급 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고, 우리나라에 대사관이 없어서 외국에 있는 대사관에서 발급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국경에서 비자 발급 비용을 지불하면[흔히 비자피(Vasa fee)라고 한다] 비자를 발급해 주는 곳도 있다는 것.[대표적으로 캄보디아, 네팔을 들 수 있고, 시리아의 경우는 우리나라와 수교를 하고 있지않기 때문에 국경에서 비자를 발급해 준다. 시리아 입국시 일본인의 경우는 일본 현지의 시리아 대사관에서 비자를 발급받아야 한다고 들었다]

  비자 문제는 유럽 여행을 할 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장기간 여러나라를 여행하는 장기여행자들의 경우는 특히 신경써야 할 부분이다.[국경에서 비자 문제로 입국이 거부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러시아, 몽골, 중국, 시리아, 볼리비아등 많은 나라들이 아직도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비자를 요구하고 있고, 비자에 관한 문제는 수시로 정책이 바뀌기 때문에 꼭 챙겨두어야 할 사항이다.


2. 쿠바에 다녀온 흔적을 남길 수 없다.

  이스라엘은 중동의 미운오리 새끼다. 하지만, 기독교인들에게 있어서 이스라엘은 꼭 가봐야 할 곳중 한 군데이기도 하지만, 많은 여행자들이 이스라엘의 독특한 위치와, 역사적 상황, 그리고 이스라엘의 모습을 보기 위해 이스라엘을 가고자 한다. 하지만, 이스라엘을 갈 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바로 입/출국 스탬프를 여권에 찍어서는 안 된다는 것. 이스라엘을 입/출국 할 때는 별지에 스탬프를 찍는다고 한다. 왜냐하면, 이스라엘 출/입국 스탬프가 찍혀 있으면 주변 나라에서 입국을 시켜주지 않는 다는 것이다. 미운오리 새끼, 이스라엘.

  쿠바에 가기 위해서는 비자가 필요하다. 쿠바는 국제사회의 왕따이다. 국제사회의 큰형 미국이 쿠바를 왕따시키고 있기에, 쿠바는 늘 찬밥 신세다. 하지만, 역사적으로든 문화적으로든 쿠바는 엄청난 매력을 가진 곳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쿠바를 찾는다.[많은 수의 미국인들도 쿠바를 찾는다. 미국의 대문호였던 헤밍웨이는 쿠바 하바나에 살면서 "바다와 노인"이라는 소설을 썻다] 하지만, 쿠바도 이스라엘과 마찬가지로 여권에 스탬프를 찍을 수 없다. 별도의 비자 용지를 구입해서 그 곳에 스탬프를 찍고 출국 할 때 반납해야 한다.

  보통, 쿠바의 비자는 항공사 사무실에 비자를 판매하는 코너에 있다. 쿠바에 입국하기 위해서는 비자가 필요하고, 그 곳에서 비자를 구입해야 한다. 그리고 그 종이에 입국 스탬프를 찍고, 쿠바 출국 심사를 할 때 반납한다. 쿠바의 흔적은 여권에 남길 수 없다.[쿠바 스탬프가 있으면 미국을 갈 수 없다는 이야기도 있다]



3. 비행기는 카리브해(Caribbean sea) 위를 날고 있었다.

  하우스파티 다음 날 아침, 나는 숙소로 가서 짐을 챙겼다. 내가 루이지의 집을 떠날 때 그는 나에게 물었었다. 어디서 공항가는 버스를 탈 거냐고. 나는 지도를 보여주고 11시 쯤 지도에 표시된 곳에서 버스를 탈 것이라고 말하고 떠났지만, 그 곳에서 버스를 타지 않았다.
  
  공항에서의 까다로운 배낭 패킹을 마치고, 출국세를 지불하고, 베네수엘라의 인기있는 가수라는 녀석의 CD를 한장 구입하고, 쿠바로 가는 비행기를 기다렸다. 또 다시 방문하게 되는 사회주의 국가였다.[이번 여행에서 시리아, 중국, 쿠바 세 군데의 사회주의 국가를 방문했는데, 각각의 나라 분위기가 너무나도 달랐다] 체 게바라의 이미지가 강렬하게 남아있는 쿠바. 피델 카스트로, 체 게바라. 혁명. 그리고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의 재즈. 그리고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에 묘사되는 하바나의 성난 바다. 여러가지 이미지들이 내 머리속에 겹쳐졌다.

  베네수엘라의 수도 카라카스에 좀 더 머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 다음 행선지인 쿠바와 자메이카의 매력이 나에게는 너무나도 크게 다가왔기에, 카라카스에서 좀 서둘러 떠나는 감이 있어 좀 아쉬웠지만, 내가 그토록 가고싶어 하던 곳에 더 오래 머물고 싶다는 욕망을 이길 수는 없었다.

  Cubana air의 낡은 기체는 한적한 공항 위를 이륙해서 반원을 그린다음, 파랗게 펼쳐져 있는 카리브해(Caribbean sea)위에 자리를 잡았다. 창밖 아래로는 카리브해의 작은 섬들이 드문드문 보였다. 세계적인 휴양지로 손꼽히는 섬들이겠지.



4. 하바나 국제 공항.

  크지 않은 공항은 좀 혼잡해 보였다. 공항은 여러 무리의 관광객들을 토해냈고, 쿠바에 살고 있는 것 같은 여러 중국인들을 토해냈다. 나는 공항의 환전소에서 환전을 했다. 충격이었다. 이미 쿠바에 오기전에 들은 바는 있었지만, 정말 이렇게 심할 줄은 몰랐다. 캐나다 달러가 쿠바에서 가장 환율이 좋다는 이야길 듣고 캐나다 달러를 사고자 했지만, 캐나다 달러를 살 곳이 없었던 내가 가진 것은 미국 US달러였다.
  우리나라 환율로 따지면, US달러가 훨씬 높았지만 쿠바에서는 US달러의 가치는 형편없었다. 울며 겨자먹기로 외국인용 화폐로 쓰인다는 CUC(쿡 이라고 불린다)을 바꾸고 공항 앞에서 택시를 잡았다. 택시에 몸을 싣고, 시내 중심가격은 까삐똘리오로 가자고 했다. 그 근처에 까사[현지인이 운영하는 민박과 같은 숙소]가 많다는 정보를 들은 바 있어서 그 곳에서 숙소를 잡기 위함이었다.


5. 혁명의 흔적과 함께 시간이 멈춰 버린 듯한 도시.

  한적한 공항 주변의 도로를 달려, 하바나 시내로 접어들고 있음이 느껴졌다. 사람들은 버스 정류장 근처에 몰려서 버스를 타려 하고 있었고, 버스는 사람들을 가득 태우고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거리엔 우리나라에서는 찾아 볼 수 없고, 다른 나라에서도 흔히 볼 수 없는 클래식 자동차(Classic car)들로 넘쳐났다. 그리고 론니플래닛에 적혀있던 한 구절이 생각났다. "쿠바의 볼거리 중 하나인 클래식 카(Car)"

  낡은 자동차들이 검은 매연을 토하면서 거리를 누비고 다녔다. 페인트가 벗겨진 클래식 카도 있었고, 삐까번쩍한 클래식 카들도 있었다. 도요타의 자동차도 거리를 누비고 있었고, 간혼 현대차도 보였다. 그래도 거리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클래식 카였다.

  어쩌면 혁명 이후 시간이 멈춰 버린 걸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미국의 경제 봉쇄 정책으로 인해서 시간이 멈춰버린 것일 지도]



6. 불법 까사. 그 곳이 나의 숙소.

  까사를 찾기위해 까삐똘리오[예전에는 국회의사당으로 사용되던 건물. 중앙에 큰 돔이 있는데 세계에서 손에 꼽힌다.  쿠바 하바나의 메인 건물 중 하나로서 역사도 오래되었고 규모면에서도 세계적인 건축물이다] 주변을 배회하다 보니, 한 명이 나에게 접근하더니 물었다. 까사?까사?
  씨씨, 라고 대답하딘 10cuc에 해 준다고 했다. 엄청 싸다는 생각에, 한번 집부터 보자고 했다. 그러더니 따라오라면서, 나와는 2미터 정도의 간격을 두고 걸었다. 그리고 말을 할 때도, 나를 바라보고 하는 것이 아니라, 시선을 다른 곳으로 향했다.[ 쿠바는 미국의 경제봉쇄적책으로 인해 외화를 벌어들이는 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외국인 관광객에 의한 외화벌이이다. 따라서 쿠바는 정책적으로 외국인 관광객을 많이 보호하고 관광을 장려하고 있다. 외국인 보호와 관광객 유치라는 정부 정책에 의해 정부에서 제공되는 서비스의 가격에는 외국인 가격(foreign price)가 형성되어 있음은 물론이지만, 외국인 관광객에 대한 보호도 강력하게 추진되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현지인이 외국인 관광객과 직접 대화를 하거나 접근하여 신체 접촉을 하는 모습을 경찰이 보면 그 자리에서 쿠바 현지인은 체포되어 감옥으로 간다고 한다.] 
  까삐똘리오에서 걸어 일반 사람들이 사는 아파트 같은 건물에 들어섰다. 출입문을 열쇠로 열고, 좁은 계단을 따라 올라갔다. 각종 전선들이 거미줄처럼 계단 위쪽에 얽혀 있었다.[불이라도 날 것 같았고, 불이 난다면 다 죽을 것 같았다] 4층에 다다르자 또 하나의 문이 나왔고, 그 곳에는 복도를 따라 몇 개의 문이 있었다. 그 중 하나로 나를 안내했다.

  여기가 현지인들이 살고 있는 곳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사람이 겨우 설 수 있는 주방. 거실에는 네 개의 세포와 작은 TV와 오디오가 있었다. 화장실은 거실 한쪽 벽문에 있었는데, 환풍기가 없었고, 샤워기는 없이 수도꼭지만이 있었다. 주방 바로 뒤에 좁은 계단을 타고 올라가니 다락방이 나왔다. 다락방은 두개의 칸으로 나뉘어 있었고, 계단과 연결되는 곳에 하나의 침대가 있었고, 문 너머에 또 다른 하나의 침대가 있었다. 

  이런 곳에서 한 가족이 살고 있다니. 정말 빈민촌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 곳이 일반 사람들이 사는 곳이었다. 이것이 쿠바의 현실인가? 아-주 저렴한 가격의 숙소. 뭐, 난 이제까지 여행하면서 이보다 더 심하고 시설이 좋지 않은 곳에서도 살아 봤으니라고 생각했고, 그 날 몹시 피곤했기에 다른 숙소로 옮길 생각도 없었다. 일단 여기서 이틀 정도 지내보고 숙소를 옮길지 말지 결정하기로 했다.

그렇게,
불법 싸구려 까사(casa)에서 나의 쿠바에서의 여정은 시작되었다.



- 공항을 빠져나오며


- 까삐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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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숙소 근처의 차이나 타운 입구


- 어디에나 걸려 있는 체 게바라


- CIUDAD DE LA HABANA


- 관광객 기다리는 쌔끈한 클래식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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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혁명의 흔적


- 주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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