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베네수엘라, 카라카스 - 하우스 파티, Shall we dance? (Venezuela, Caracas)

- 길을 걷다, 세계여행/여행, 그리고 에피소드 · 2011. 2. 23.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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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음주가무(飮酒歌舞)

   술이 있는 곳엔[엄밀히 따지자면 술을 마시는 곳] 음악이 있고, 음악과 술이 있는 곳에는 춤이 있다. 술과 음악과 춤이 함께 한 장소에서 조화를 이루는 것은 세계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보편적인 현상인 듯 하다. 대학생 시절을 되돌아 보며 하는 말 중에서도 신입생 혹은 학년이 낮을 때 쉴새 없이 음주가무를 즐겼지 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음주가무를 즐기던 민족이다. 라는 말을 많이 들어왔다. 실제로 고대 국가였던 고구려나 동예, 옥저 같은 나라에서는 추수를 끝낸 뒤 하늘에 감사하기 위해 제사를 지내고 몇 일 밤낮을 지새면서 음주가무를 즐겼다는 기록이 있기도 하다. 한반도에서는 그렇게 고대부터 음주가무를 즐기는 행사들이 있어왔다. 항상 좋은 일이 있으면 술과 노래와 춤이 함께 한 것이다.

  슬프니까 술 한잔. 그리고 슬픈 음악. 기쁘니까 술 한잔. 그러면서 즐거운 음악. 그냥 심심하니까 술 한잔. 그럴 땐 적당한 음악. 노래방에 가면, 노래가 흘러 나오고, 맥주가 들어오고, 앞으로 튀어나가 서로 마이크를 잡고 몸을 흔들어 대기도 한다. 

  대학의 단과대, 학과별 행사가 있을 경우에는 넓은 장소에서 음주가무가 벌어지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그런 공개된 장소에서 벌어지는 음주가무를 목격하고 참여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아주 특별한 행사가 아니고서는 혹은 그런 집단적인 행사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은 그런 공개적인 장소에서의 음주가무를 꺼린다. 어느새 세월은 흘렀고, 음주가무는 어둠과 함께 자리하고 있다. 좀 더 개방적인 장소라기 보다는 좀 더 폐쇄적이고 은밀한 장소에서 음주가무가 이루어 지고 있다. 그것은 시대의 변화에 따른 것이고, 공개적, 공동체적으로 무언가를 하기를 원하는 사람보다 개인적으로 조용히 살아가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아 지면서 생기는 현상이 아닐까 싶다.

  음주가무를 논하면서 왠지 씁쓸한 기분이 찾아든다.


2. 이제는 하나의 추억이 되어버린 음주가무(飮酒歌舞)를 즐기던 시절.

  대학시절 봄바람이 내 볼을 스치기 전부터, 야외에서 음주가무를 즐기던 때가 있었다. 아직은 밤이면 약간 찬 기운이 느껴지던 4월의 첫째주 금요일. 해오름제라는 이름으로 사물놀이패가 하늘을 울리고, 우리들은 광장에서 밤새 음주가무를 즐기던 때가 있었다.[물론 지금도 해오름제는 매년 열린다]

  내가 나이를 먹은 탓도 있겠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대학에 들어오는 후배들을 보니 옛날과는 많이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대학 이란 곳을 만으로 6년을 다니다 보니] 후배들은 점점 더 개인주의화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소수의 몇 몇 후배들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학생들은 선배란 자신들에게 존재하지 않는 것 처럼 보인다.[물론 나도 그들을 모른다] 그들을 탓 할 마음은 없다. 그들이 선배라는 사람에 대해서 관심이 있든 없든 그것은 그들의 자유이니까 말이다. 

  단지 안타까운 것은, 내가 대학생활을 하면서 정말 즐거웠던 일들이라고 생각하던 것들이 점점 사라져 가고 있다는 것이다.[학점, 취업이 뭔지. 그런 것들을 1학년 때 부터 고민하는 요즘 학생들을 보면 안타깝다. 하지만 그것이 현실이라는 점을 인정하지 않는 바는 아니다]



3. 여행, 그것은 불확실성만으로 이루어진 또 다른 세계.
  
  나는 카라카스의 지하철 역에서 열심히 지하철 노선도를 보고 있었다. 그 날 오후, 카라카스의 올드시티를 거닐어야 겠다는 생각에 올드시티에 위치한 지하철 역을 찾고 있는 중이었다. 비교적 단순한 지하철 노선도 였지만, 그 날 따라 노선도는 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가이드북의 노선도와 실제 노선도가 달랐기 때문에 혼란스러워 하고 있었다]

    열심히 지하철 노선도를 보고 있는데, 누군가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어디까지 가냐고. 

  목적지를 말하자, 나에게 말을 건 학생처럼 보이는 남자는 자기도 거기까지 간다며 같이 가자고 했다. 나는 지하철 표를 구입하고 그들과 함께 열차에 올랐다. 세 명의 남자와 세 명의 여자. 그들은 세 커플처럼 보였는데, 커플은 아니고 모두 친구였다. 아무 짧은 영어를 구사할 줄 아는 한 명의 여자, 그리고 짧은 영어를 하는 또 한명의 여자, 그리고 영어를 할 줄 모르는 한 명의 여자. 짧은 영어를 구사하는 여자가 나에게 많은 것을 물었다. 그리고 영어를 구사할 줄 아는 두 명의 남자와도 이것저것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짧은 스페인어를 사용하여 대화를 하기도 했다. 영어를 할 줄 모르는 여자는 스페인어로 나에게 무언가를 물어 왔기 때문에.


4. 

  한 명의 동양인 남자와 세 명의 백인 계열 느낌이 많이 나는 남자. 그리고 구릿빛 피부가 돋보이는 두 명의 여자, 이탈리아계의 백인 여자 한명. 그들은 광장의 동상 아래에 빙 둘러서서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여섯명의 베네수엘라 대학생들은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 같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진(Jin)이라고 불리던 한 동양인 남자는 그들의 말에 기계적으로 반응 하듯이 반박자 늦은 웃음을 보였다.
 
  담배가 다 타 들어가자 약간의 적막이 흘렀고, 그는 말했다. 너희들 술마시러 가냐? 그는 왠지 그런 분위기를 감지하고 있었기에 그렇게 물어본 것이었다.[사실 그도 술을 안 먹은지 꽤 되었기에 술 생각이 없는 건 아니었다] 여섯명의 대학생들은 그에게 말했다. 응, 그들은 루이지(Luigi)를 가리키며 그의 집에서 오늘 파티가 있다고 했다. 그리고 또 덧붙였다. 너도 갈래?

  그들 중 한 명은 다른 약속이 있다며, 먼저 집으로 돌아갔다. 그렇게, 베네수엘라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는 다섯명의 학생들과 그는 루이지의 아파트로 향했다.

  가는 길에 골동품 가게에 들러, 골동품 카메라를 구경하기도 하고, 마실 술을 좀 사가기도 했고, 빵 가게에 들러 바게트와 안에 넣어 먹을 햄과 치즈를  사기도 했으며, 음료수를 몇 개 사기도 했다. 술은 많이 사지 않았다. 루이지의 집에 와인이 많이 있어서 그걸 마실 것이라고 했기 때문에 그들은 약간의 간식거리를 사서 아파트로 향했다.



5. 
  
  나는 그들을 따라 아파트로 들어갔다. 전망이 꽤나 좋은 곳이었다. 시벨(Cibel)이 창 밖 너머 저 아래 위치한 저택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 곳이 대통령이 살고 있는 곳이야.

  익숙한 리듬의 음악이 거실에 울려 퍼졌다. 테이블 위에는 술이 있었고, 그들은 나에게 술을 권했다. 맛이 나쁘지 않은 와인이었다. 와인이라고 하기에는 좀 도수가 약한. 약간은 음료수에 가까운 와인이었다. 맥주보다 알콜 농도는 더 높았지만, 맥주만큼 취한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맥주는 취하는 것 보다 배가 쉽게 부르게되는 술이긴 하지만].

  베네수엘라의 유명한 가수의 음악이 흘러나왔다[그들이 유명한 가수라고 말해 주었기 때문에 알 수 있었다]. 음악은 신이 났고, 그들은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었다. 라틴 댄스.
  
  그들은 나를 일으켜 세웠고, 나에게도 라틴 댄스를 권했다. 나는 스텝을 밟았다. 아마존에서 배운 스텝이 유용하게 쓰였고, 나는 아마존에서 보다 더 춤을 즐길 수 있었다. 그들은 나에게 또 다른 스텝도 가르쳐 주었다.

  아드리아나가 살사춤을 추었다. 엄청난 흔들림이었다. 놀라울 정도 였다.[라틴의 여자들은 어릴 때 부터 엉덩이를 흔들며 살사를 추니 커 가면서 더 부드럽게 흔들 수 있는 것 같다. 쿠바에서 본 꼬마가 엉덩이를 흔들며 춤을 추는 것을 보고 놀랄 정도 였으니]
  나에게 살사를 권했지만, 난 도저히 그 속도의 반의 반도 못따라 갈 정도였다. 허리가 끊어 질 것 같았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가고 있었다. 대낮부터  시작된 술판은 흥을 더해갔고, 밖은 어느새 어둠이 찾아와 있었다.


6. 루나(Luna).

  점점 밤이 깊어가자, 음악은 좀 조용한 것으로 바뀌었다.[밤 늦은 시간에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춤을 추며 놀 수는 없었기 때문에] 그리고, 그들은 가끔 조용히 라틴 댄스를 추거나 술을 홀짝 거리고, 대화를 나누었다.
  
  루이지의 엄마와 누나가 밖에서 돌아왔지만, 파티는 계속 되었다.[루이지는 피부가 백인 같았는데, 누나와 엄마는 피부가 검은 빛에 가까웠다. 혼혈은 역시 랜덤이라는 생각] 그는 루이지의 엄마와 누나에게 인사를 하고 계속 술을 마셨다. 그날 따라 그는 좀처럼 취하지 않았다. 그는 너무 즐거웠기 때문일까? 그는 대학시절 정말 즐거운 술 자리에서 소주 대꼴 3병을 마신 적도 있다.[물론 세번 토했지만]

  밤은 깊어 갔다. 그리고 창 밖 저 높이에는 달이 떠 있었다. 더러는 방으로 들어가 야구를 보았고, 더러는 방으로 들어가 잠을 청했다. 그는 숙소로 돌아갈 수 없었다. 이미 전철은 끊겼을 테고, 루이지의 집에서 자고 가라고 그에게 말했다. 그는 아침 일찍, 숙소로 돌아가야 했다. 다음 날 점심 즈음, 쿠바로 가는 비행기를 타야했기 때문에.

  소파에 앉아, 저 높이 떠서 빛을 창 안으로 쏟아내고 있는 달을 보자 갑자기 그는 "루나"라는 말이 생각났다. 그리고 그는 입 밖으로 소리를 만들어 보았다.  Luna. 

  옆에 있던 시벨이 말했다. Si, SI, Luna. 그리고 별에 대해서 덧붙였지만, 그는 더 이상 기억하지 못했다.

그냥, 루나. 라는 말이 참 아름답게 느껴진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7. 
  그들은 거실에 나를 위해 간이 침대를 설치해 주었다. 그 위에서 나는 잠이 들었고, 6시 쯤 일어났다. 숙소까지 가는데 1시간. 샤워를 하고 짐을 챙기고 아침을 먹고 공항으로 가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모두들 잠이 든 시간이었다. 나는 간이 침대를 접고, 이불을 개어서 옆에 놓아 두었다. 그리고, 쪽지를 하나 써서 탁자위에 올려 놓았고, 조용히 루이지를 깨웠다[출입문은 안에서도 열쇠로 문을 열어야 하는 것이었기에] 카를로스와 루이지가 아파트 입구까지 배웅을 해 주었다. 그리고 그들과 헤어지고 지하철을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카라카스에서의 하우스 파티는 그렇게 끝났다.



- 카라카스 시내

- 파티 멤버 + 찍사 Cibel

- 울랄라


- 표정들

- 동상

- 구조가 좀 특이하던 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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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비아 팔에 그림 그려주는 카를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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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주] 아마존의 중심, 마나우스(Manaus).

- 길을 걷다, 세계여행/세계일주, 나의 발자취 · 2011. 1. 30.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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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Amazon) 강 여객선 - 마나우스(Manaus) - 보아비스타(Boa Vista)



1. 그 도시에 대해서 안다는 것 - 그 곳의 역사(歷史)를 안다는 것-

  어떤 도시를 여행하기 전, 많은 정보를 접하게 된다. 그 도시에서는 어디에 머무를까? 그 도시에서 유명한 건 뭘까? 그 도시에서 꼭 가봐야 할 곳은? 그 도시의 특산물은? 그 도시의 유명한 식당은? 등 여러가지 정보를 수집하고, 그 중에서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들을 모은다. 그리고, 또 한가지 중요한 것. 그 도시의 역사를 안다는 것.

  아는 만큼 보인다. 라는 말이 있다. 여행을 하다보면, 정말 아는 만큼 보인다. 어느 도시의 어떤 곳을 방문 했을 때, 아무것도 모르고 그 도시에 방문했다가는 정말 매력적일 수 있는 그 곳만의 매력을 놓쳐버리기 쉽다. 혹시, 우연히 만난 어떤 사람이 그 곳의 역사와 그 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매력을 말해 줄 때 우리는 그냥 스쳐지나갈 뻔한 그 곳의 매력을 느끼게 되고, 그 곳은 하나의 공간에서 하나의 장소로 바뀐다.

  여행을 하면서 반드시 알아야 할 것 중 하나는 바로 그 도시의(혹은 그 곳의) 역사(歷史)이다. 그 곳의 역사를 안다는 것은 그 곳의 공간으로서의 기능을 넘어서 그 장소에 대해서 안다는 것이다. 그리고, 어떤 장소를 방문 했을 때 그 곳에서 과거에 일어났던 사건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고, 그 곳은 새로운 느낌으로 나에게 다가온다.

  '역사'라고 해서 반드시 그리 진부한 것은 아니다. 그 곳에서 유명 연예인이 밥을 먹었던 것도 그 곳의 역사이고, 그 곳에서 영화 촬영을 했다는 것도 그 곳의 역사이다. 과거에 어떤 중요한 사건이 일어났던 것도 그 곳의 역사가 될 수 있고, 어떤 곳에 어떤 건물이 어떻게 세워졌고, 어떤 내력을 가졌는 가를 알아가는 것도 그 곳의 역사를 아는 것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역사는 지금 '내'가 바로 그 '공간'에서 그 곳을 바라보며 나에게 특별한 '장소'가 되도록 하는 것. 그것이 바로 가장 중요한 '역사'이다.



2.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의 실천.

  이집트를 여행하기 전, 이집트에 관한 책을 읽었다. 물론 그 전부터 이집트에 대해서 알고 있었지만 그 보다 더 자세한 역사적 사실에 대해서 알고 싶었다. 어떤 피라미드가 누구에 의해 세워졌고, 어떤 의미가 있으며, 왜 만들어 졌는지. 왜 이집트는 이슬람 종교이고, 이슬람이라는 종교는 도대체 어떤 정체성을 가지고 있고, 근원은 어디인지. 몇 권의 책을 통해서 역사에 대해서 알아갔다. 그리고 그 곳을 방문했을 때 그 곳은 나에게 새로운 역사가 되었다. 단지 머리속에 있던 공간이 나에게 의미있는 장소가 되었다.

  유유히 흐르는 강물을  따라 흐르는 여객선에 몸을 싣고, 몇 일 밤을 보낸 뒤, 마나우스(Manaus)에 도착했다. 아마존강 유역에 있는 도시 중 가장 큰 도시. 아마존의 중앙에 위치한 도시. 많은 배들이 여러 강줄기를 따라 그 곳에 도착했고, 또 출발했다. 그리고 그 도시는 MBC에서 방영한 다큐멘터리 '아마존의 눈물'을 촬영하기 위한 중심 도시가 되는 곳이기도 했다[물론 그 사실은 한참뒤에 알았지만]. 내가 아마존강의 습한 지역에 위치한 큰 도시에 도착했을 때는 아는 것이 없었고, 혼잡스럽기만 했다. 고요한 아마존강을 지나 도착한 문명의 세계. 그 곳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던 나에게 실천은 없었다.



3. 배는 선착장에 멈췄다.

  마나우스에는 장대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비 속을 뚫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수십척의 배들, 앞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쏟아지는 비. 그 빗줄기 사이로 보이는 아마존강은 마치 바다와 같았다. '강'이 아니라 '바다'. 수평선이 보일 정도의 큰 강. 강이 어떻게 이렇게 클 수가 있지? 역시 아마존이다.

  여객선 천장을 두드리던 굵은 빗줄기는 어느덧 얇아 졌고, 선착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배에 실려있던 짐들을 선착장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양파 수백 포대. 그리고 그 외의 각종 야채들. 아마존의 숲 속에서 재배된 다양한 채소들이 선착장으로 옮겨졌다. 나는 그것들이 다 사라질때 까지 해먹위에서 그저 일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비가 완전히 그치기를 바라고 있었다.



4. 비가 그치고 발걸음을 옮겼다.

  콜롬비아에서 온 친구와 나만이 배 위에 남았다. 그는 내일 다른 배를 타고 아마존강을 다시 거슬러 올라가서 콜롬비아 국경으로 갈 생각이라고 했다. 그리고 거기서 비행기를 타고 자신의 집이 있는 메데진(Medecin)으로 갈 거라고. 나는 그에게 내 짐을 좀 봐달라고 하고, 버스 정류장을 찾아 갔다. 시내 버스 정류장.

  버스 정류장 근처에 있는 경찰서에 물으니, 시외버스 터미널의 위치를 가르쳐 주었다. 택시를 타거나 버스를 타거나. 버스를 타고 시외버스 터미널로 향했다. 아직은 미숙한 포르투갈어를 더듬거리며, 여러 사람들에게 길을 물었다. 어디에서 내려야 하는지, 어디로 가면 시외버스 터미널이 있는지. 역시, 흔히 볼 수 없는 외국인에게 친절한 사람들. 하지만 경계는 금물.

  2014년 브라질 월드컵 경기장이 지어지고 있는 마나우스. 버스를 타고 가면서 월드컵 경기장 공사현장을 바라 보았다. 나에게 길을 가르쳐 주던 한 브라질 사람은 자랑스럽게 말했다. 월드컵 경기가 마나우스에서 열릴 거라고.



5. 도시를 배회하다.
  
  시외 버스 터미널에서 보아비스타(Boa Vista)로 가는 버스 시간을 알아보니 저녁 7시 야간 버스가 있다. 야간 버스로 약 12시간 거리. 가격은 150헤알. 역시 브라질은 한국과 물가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내버스 요금도 2헤알. 한국돈으로 약 1200원.

  다시 시내로 돌아와, 베네수엘라 영사관을 찾아 다녔다. 도시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니, 아마존의 중심 도시 답게, 시장은 사람들로 붐볐고, 많은 사람들로 거리는 혼잡했다. 대도시 답게 높은 건물들이 보였고, 그런 건물들 사이로 지은지 100년이 넘는다는 마나우스 오페라 하우스도 보였다[그게 오페라 하우스 인건, 한국에 돌아오고 나서 알았다. 아마존의 눈물을 통해서]

  추적추적 빗줄기가 다시 떨어지기 시작했지만, 나는 발걸음을 부지런히 움직였다. 베네수엘라 영사관에 들렀고, 관광안내소에도 들렀다. 친절했던 관광안내소의 직원. 친절히 나에게 이것 저것을 일러 주었지만, 나는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나는 오늘 밤 그 도시를 떠나야 했기에.

  그저 비오는 거리의 골목을 헤집고 다녔다. 뭔가, 새로운 느낌을 발견하기 위해 애쓰는 동물 처럼.



6. 나에게 있어 마나우스의 의미.

  마나우스는 하나의 공간에 지나지 않았다. 그저, 아마존의 여객선을 타고 종착지로 도착한 공간. 그리고 브라질과 베네수엘라의 국경으로 가기 위해 들리는 중간 기착지. 그리고, 아마존에서 가장 큰 대도시. 대도시에 큰 흥미는 없었다. 그리고 그 때 까지 알지 못했다. 그 도시가 아마존이 수난을 겪기 시작할 때부터 커온 도시라는 것을.



7. 새롭게 다가온 마나우스에 대한 나의 회상.

  마나우스의 거리를 그냥 걸었을 땐 많은 의미를 알지 못했다. 도시 곳곳에 거대한 건물들이 그저 신기했을 뿐이고, 꽤나 오래 됐을 법한 건물들 사이를 지나면서도, 그저 오래되었다는 느낌을 받을 뿐이었다.
 
  다큐멘터리 '아마존의 눈물'을 보면서 새롭게 의미가 다가왔다. 한 밤중 보트를 타고 아마존의 강을 가로지르다가 사고가 난 다큐멘터리 제작진. 그 곳은 내가 머물렀던 바다같던 마나우스의 선착장 주변이었다.  내가 신기하게 바라보며 사진을 찍었던 거대한 돔을 가진 건물. 그 곳은 유럽인들이 아마존을 파헤치기 위해 아마존으로 몰려 들고, 마나우스에 도시를 세우면서 만든 오페라 하우스였다. 아마존을 파헤치고 쌓은 부를 그 곳에서 과시했겠지.
  침략자 유럽인들에 의해 시작된 아마존의 파괴. 그리고 파괴와 함께 발전하게 된 마나우스. 그런 역사를 가진 도시. 그리고 그 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미래에도 그럴, 아마존에서 가장 큰 도시.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고, 많은 물건들이 몰려드는 마나우스.

  내가 그 곳에 머물 때는 하나의 '공간'이었지만, 지금 그 곳을 생각하면 그 곳은 나에게 하나의 '장소'가 되어있다.




- 마나우스 선착장. 비가 내리고 있지만 빗줄기는 사진 속에서 보이지 않는다.


- 비가 그친 후.


- 부두에서 나왔을 때 보이던 공원


- 오페라 하우스




- 많은 배들이 정박해 있던 선착장.




- 여객선 터미널 근처의 풍경.


- 버스를 나고 가다가 찍은, 월드컵 경기장 주변


- 시외버스 터미널


- 터미널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사람들


- 보아비스타로 가는 버스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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