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을 걷다, 세계여행/여행, 그리고 에피소드 · 2011. 5. 10. 23:35
1. 치안(治安)에 관한 생각.
여행을 하고자 하는 사람이 자신의 목적지[여행할 장소]에 관해서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 중 하나가 그 장소의 안전에 관한 문제이다[그것은 다시 말해 '치안'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어떠한 정보[여행 장소에 관한 정보]를 수집 할 때 좋은 정보 보다는 안좋은 정보를 더 많이 접하게 된다[일상 생활에서도 흔히 그러한 것을 경험 할 수 있다. 뉴스에서 흘러나오는 정보의 대다수는 범죄 사건, 사고에 관한 소식이라는 점에서 볼 때 우리는 안좋은 소식을 훨씬 많이 접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예전에 이란 여행을 하고자 했던 사람이 정보를 수집했다면, 이란 국민들의 시위에 관한 소식과 시위 하던 사람들 중에서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정보를 접하게 될 것이고, 여행을 가고자 했던 사람은 여행을 망설이게 될 것이다. 얼마전 태국에서 일어났던 시위, 그리고 최근 일어나고 있는 중동의 민주화 물결, 이런 정치적인 문제들은 그 나라의 치안 상태가 극도로 불안정 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고, 여행자들은 그 곳의 여행을 꺼리게 된다.
그런 곳에 사는 사람은 어떨까? 대한민국은 과연 안전한 나라인가? 대한민국은 결과적으로 보자면, 아직도 전쟁중인 국가이다. 엄연히 국제법상으로 휴전(休戰)중인 국가이지 절대 종전(終戰)을 한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도 언제 전쟁이 일어날 지 모르는 곳이고, 설령 당신이 이 글을 읽고 있는 지금 이 순간 전쟁이 일어난다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한국인이 그 상황을 바라보는 눈과 제3자인 외국인이 대한민국의 상황을 바라보는 관점은 다르고, 따라서 판단의 결과도 달라진다.[물론 대한민국의 상황이 그렇게 극단적이지는 않다]
사업가의 경우는 어떨까? 해외로 출장을 다니며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자신과 거래를 하는 국가의 치안에 관해 상당한 관심을 기울일 것이 틀림없다[치안 유지가 잘 되어 정치, 사회적으로 안정적이라면 사업을 하는데 있어서 큰 리스크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치안이 안정적이고 그렇지 않고의 여부는 그 나라에 얼마나 많이 투자를 할 것인가 말것인가와 연관이되고, 사회적으로 범죄율이 낮다면, 그 나라의 사람들을 고용해서 사업을 크게 확장 할 수도 있을 것이며, 물류 창고와 같은 시설을 확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치안은 여행을 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사업을 하는 사람들에게도 큰 관심거리이다[중요한 사안이다].
하지만, 한 가지 알아두어야 할 중요한 것은 그 현장에 살고있는 현지인들은 여행자나 사업가들에 비해서 민감하지 않다는 것이다[물론 그것은 자기의 상황과 주변의 상황을 잘 알고 있고, 자신의 삶의 터전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현지인들은 여행자나 사업가들이 많은 오해를 하고 있다고 생각 할 지도 모른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럴지도 모른다.
2.
2005년 이집트 여행을 갔을 때는 바야흐로 이집트 대통령 선거가 얼마남지 않은 시점이었다. 내가 이집트를 가기 전, 이집트 국민들은 데모를 하기도 했고, 과격파에서는 테러를 감행하기도 했다.[신문과 뉴스를 통해서 그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러한 정보를 터키에서 접하고 있었다] 내가 접한 이집트의 상황은 그리 나빠보이지 않았다. 나는 평소와 다름 없는 사람들의 생활 모습을 보았고, 그 곳은 사람이 사는 곳이었을 뿐이었다. 내가 이집트에 머무는 한 달간 딱 한번의 테러가 있었긴 했지만,[그 테러로 인해 관광객 7명이 목숨을 잃었다. 관광지 관광객을 노린 테러였다] 사람들은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내가 머물던 바로 옆 도시에서 테러가 났기에 나는 잔뜩 긴장했지만 결과적으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네팔에 갔을 때, 누군가 암살당했다는 소식이 들렸고, 버스의 파업이 있었고, 훌리건들이 내가 탄 버스를 공격하기도 했다. 하지막 막상, 수도 카트만두에 도착했을 때는 너무나도 평화로웠다. 그 곳 역시 그냥 사람 사는 곳이었다.
4. Welcome to Jamaica.
비행기는 사람들을 토해냈다. 확실히 쿠바보다 큰 공항, 많은 사람들이 게이트를 빠져나와 입국장에 줄을 섰다. 국제 공항의 느낌이 조금 묻어났다. 외국인은 몇 없었다. 그는 자메이카의 스탬프가 왠지 마음에 들었다. 아래쪽에 자메이카, 섬 나라의 모양이 찍히는 스탬프. 그는 관광객으로 분류 되었다. 가방을 주워들고[레인커버가 떨어져 나가 있었다. 없어진 것이다!] 공항을 빠져나왔다. 밤 10시가 넘은, 11시가 가까워진 시간이었다.
그는 말을 걸어오는 택시 기사들을 무시하고 공항 주위를 배회해 보았다[혹시나 버스가 있으면 그것을 타고 가려고]. 하지만 아무 것도 없었다. 공항의 한쪽은 공사중이었고, 보통 택시를 타고 숙소까지 이동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왔기에, 택시 기사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갔다. 그리고 가격을 물어 보았다. 40달러. 그는 손사래를 치며 다른 택시기사의 무리로 이동하려 했다. 그 때였다.
한 남자가 말을 걸어왔다. 어디까지가? 그는 종이에 적힌 주소를 보여줬다. 30달러를 불렀고, 그는 그 남자를 외면했다. 25달러를 불렀다. 그는 말했다. 투엔티! 오케이, 라고 말하며, 그는 자기 차를 가지고 온다고 했다. 그리고는 공항 주차장 입구에서 기다리라고 했다. 그는 그 곳에서 공항 주차장을 빠져나가는 차량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때 였다. 고급 메르세데스 벤츠 한대가 그의 앞에 멈추어 섰다. 그리고 운전석이 열리고, 그 안에서 누군가가 그에게 소리쳤다. 그는 생각했다. 그 택시기사인가? 그러기엔 차가 너무 좋은데?
그리고 뒷 좌석의 창문이 열렸고, 누군가 그에게 말을 걸었다. 헤이, 여기서 뭐해?, 나? 택시 기사기다리고 있어. 아니 여기서 뭘 기다린다고? 어디까지가? 태워 줄게. 순간, 그는 판단이 잘 서지 않았다.
이런 고급 승용차를 탄 사람이 자기 자신을 납치할 리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자신의 목적지까지 데려다 준다고 하고 있었기에, 그는 그 차를 타고 싶었지만, 그 택시기사가 왠지 마음에 걸렸다. 에라 모르겠다.
그는 고급 메르세데스에 올라탔다.
5.
차가 출발하려는 순간, 어떤 사람이 차 앞을 가로막고 섰다. 아뿔사, 그 택시 기사였다. 그리고는 운전석쪽으로 다가왔다. 그리고는 자메이카 억양으로 영어를 하기 시작했다. 언성이 높았다. 나는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리고 나에게 운전석에서 물어왔다. 아는 사람이야?
안다고 했다. 내가 저 사람 차를 타고 호텔까지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사람은 정식 택시 운전기사가 아니었다. 사복에, 차량도 일반 승용차였다. 내 옆에 있던 사업가는 나에게 물었다. 내릴거야? 아니면 같이 타고 갈래?
판단이 서지 않았다. 저 택시 기사는 내가 어느 게스트하우스에 머무는지 알고 있었기에, 밤에 와서 나를 칼로 찌르거나 총으로 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내 옆에 있던 미국인 사업가는 빨리 결정하라고 했다. 운전기사와 택시기사는 계속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초조했다. 그리고 결정했다.
난 택시를 타지 않겠어. 이 차를 타고 갈게. 일단 택시비 20달러를 굳힐 수 있다는 생각을 했기에 그런 판단을 했다. 될대로 돼라.
내가 탄 메르세데스 뒤로 그 택시기사가 따라왔다. 불안했다.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했다. 그리고 옆에 있던 사업가가 말을 걸어왔다. 너 한국사람이지? 어 맞아, 한국사람이야. 지금은 여행중. 어쩐지, 그렇게 보였어. 내 부인이 한국사람이거든. 오 정말? 어디 사는데? 워싱턴 살아. 너가 한국 사람 같아서 너를 태워준거야. 이름이 뭐야? 내 이름은 Jin. 오 정말? 내 아들 이름도 Jin 인데. 아들이 3명 있어. 자메이카는 처음이야? 처음 같이 보이는데. 응 처음이야, 쿠바에서 오늘 자메이카로 넘어오는 길이야. 자메이카가 얼마나 위험한 곳인줄 모르지?
다음부터, 자메이카엔 오지마. 위험한 곳이야. 여긴 여행 할 만한 곳이 아니야. .... 알았어. 참고할 게. 고마워.
운전기사는 내가 머물 게스트하우스의 위치를 잘 알지 못했기에, 사업가가 머무는 호텔로 가게 되었다. 프론트에서 음료수 서비스를 받고, 그 미국인 사업가는 나에게 명함을 하나 주며 덧붙였다. 혹시 도움이 필요하면 전화해. 그렇게 말하며, 콜택시를 불렀고, 콜택시가 왔을 때, 나를 배웅해주었다.
6.
그는 콜택시 기사에게 주소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택시는 출발했다. 택시 기사가 자기의 휴대폰을 어딘가에 떨어뜨렸다면서, 휴대폰을 좀 찾아달라고 했다. 좌석 밑 어딘가를 뒤져 봐 달라고 했기에, 그는 이곳 저곳을 뒤졌다. 그 순간 그는 간담이 서늘해짐을 느꼈다. 좌석 밑에서, 대도(길이가 팔뚝만한 칼)을 보았던 것이다. 그는 생각했다. 뭐지, 이 사람 나를 어딘가로 데려가서 칼로 위협하고 돈을 뺏으려는 건가? 그는 휴대폰을 기사에게 건내고, 자리를 좀 멀리 옮겼다[봉고차 였기에, 공간은 많았다]
기사가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자메이카식 영어로 대화를 했다. 그는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들이 무슨 대화를 하는지. 인적이 없는 곳, 길 중간에 차가 갑자기 멈추었다. 그는 긴장하고 있었다. 무슨일이지?
전화 통화를 하더니, 다시 출발했다. 길을 이리저리 왔다갔다 했다. 그는 불안했다.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았다. 그는 꿈자리를 생각해 봤으나, 꿈자리가 나빳던 것 은 아니었다. 그러다가, 어느 골목으로 들어갔고, 차는 멈추었다. 그리고 기사가 말했다. 다왔어.
주소를 확인했다. 내가 가려던 곳이 맞았다. 벨을 눌렀고, 문이 열렸다. 내 짐을 집 안으로 옮겼고, 주인이 나왔다. 방을 안내해 주었고, 택시비를 지불했다. 그는 그렇게 자메이카의 숙소에 도착했다. 시간은 밤 12시에 가까워져 있었다. 그 곳에 있던 일본애에게 물으니, 몇 명은 그날 밤 클럽에 놀러갔다고 했다. 다음에 너도 같이 가라고 했다.
7.
자메이카의 밤은 어둡고, 적막했다. 왠지 위험하고 불길한 기운이 감돌았다. 밤에, 음악 클럽에 다니면서 놀았는데, 그 때는 항상 집앞까지 택시를 불러 택시를 타고 다녔다. 그리고 집에 돌아올 때도 택시를 잡아타고 왔고, 야식이 먹고 싶을 때도, 야식을 파는[훈제 닭고기를 파는 포장마차 같은 곳]곳까지 택시를 타고 갔다가 돌아오곤 했다.
누군가 이런말을 했다. 자메이카의 밤 거리에서, 누군가가 총을 쏘아 사람을 죽여도 그것은 범죄가 아닐 수도 있다. 만약 그 장면을 본 사람이 아무도 없다면, 범죄가 아니고, 누군가가 봤을 때만 범죄가 되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해 보았다.
자메이카 사람들이 달리기를 잘하는 건, 밤에 누군가와 골목에서 맞닥뜨렸을 때, 총알보다 빨리 달려서 살아야 하니까, 총알보다 빨리 달려야 해서인가? 그래서 우사인 볼트가, 총알탄 사나이 인가...
-공항에서 같이 장난치던 꼬마
-쿠바의 남쪽 바다
-자메이카 입국 스탬프
- 거리, 낮은 별 감흥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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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을 걷다, 세계여행/여행, 그리고 에피소드 · 2011. 4. 21. 21:34
1. 아는 것이 힘이다. 아는 것이 돈이다!
우리는 "아는 것이 힘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 등의 "아는 것"과 관련된 다양한 구호들을 쉽게 접한다. 그리고 실제로 아는 것이 많을 수록 살아가면서 좀 더 많은 혜택을 누리기도하고[물론 너무 많이 알아서 피곤한 경우도 가끔 있다], 부당한 대우에 대해서 자신의 권리를 주장 할 수 있다. 그 만큼 아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여행의 경우에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어느 유적지를 갔을 때 혹은 특정한 장소에 갔을 때 그 곳에 대해서 뭔가 색다른 사실을 알고 있다면 좀 더 풍부한 여행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행 외에도 우리는 생활을 하면서 우리가 앎으로써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모르면 혜택을 전혀 못받고 지나가거나, 더 심한 경우에는 금전적인 피해를 입기도 한다.[물론 모르는 상태에서 금전적으로 지출이 있었다면 그 지출조차 불필요한 지출이었다고 생각 할 수 없지만] 대표적으로, 공공 건물이나 OO타워 등의 대형 건물, 대형 쇼핑몰, 학교나 학원 등의 장소에서 상해를 입었을 경우 그에 따른 치료비를 다 지급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사소하지만 모르기 때문에 금전적인 손해를 보는 경우가 더러 있다. 한 개인의 입장에서 본다면 이런 경우는 두 가지 손해를 입는 것이다.[신체적 그리고 금전적 손해]
특히, 여행의 경우 "아는 것이 돈이다"라는 말이 제대로 먹히는 경우가 많다. 인터넷을 통해서 수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철저하게 준비해 가는 사람은 여행의 가장 큰 고민거리 중 하나인 금전적인 부분에 있어서 상당한 절약 효과를 이끌어 낼 수 있다. 어느 도시의 어느 호텔[혹은 호스텔, 민박]이 가격 대비 시설이 좋은가부터 시작해서 교통비를 절약 하는 방법, 그리고 저렴하면서 질 좋은 식사는 어디서 할 수 있을지 등의 정보를 찾을 수 있다.
2. 모르면 손해다.
관광지를 가면 우리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가 많다. 별 것 아닌 문제로 기분을 상하게 되는 때도 많다. 휴가철이나 연휴가 끼어있는 주말 등의 어디론가 짧은 여행을 떠나기 좋을 때 우리는 연인, 친구 혹은 가족끼리 짧은 여행을 떠나게 될 경우가 많다. 그 여행지의 장사꾼들은 다른 지방에서 들뜬 마음으로 찾아온 사람들에게 '바가지' 요금을 부과하기 일쑤다.[희소성과 관광지라는 특수성을 강조하면서 부당한 요금을 부과하는 장사꾼들은 어디에나 존재하기 마련이다]
분명 내가 사는 동네에는 천원 하던 물건이 관광지에서는 2천원, 3천원으로 그 가치가 올라가 있는 경우를 자주 발견 할 수 있다. 우리는 눈살을 찌푸리며 어쩔 수 없이 돈을 지불하는 경우도 많다.
한 외국인을 보았다. 다른 나라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특히 유럽이나, 아메리카 대륙] 포장마차에서 어묵 꼬치를 먹고 있었다. 한국 사람들은 하나에 5백원에 먹고 돈을 지불했는데, 그들은 하나에 천원을 지불하고 있었다. 근본적인 잘못은 그 장사꾼에게 있지만, 만약 그 외국인들이 다른 관광객이나 인터넷 정보를 통해서 가격 정보를 알았다거나, 차림표[혹은 가격표]를 읽을 줄 알았다거나, 누군가가 진짜 가격을 말해 줬다면 그들은 부당한 가격을 지불하지 않았을 것이다.
모르는게 병이 되어 부당한 대우를 당할 때가 많다.
3. 1CUC = 1Peso?
베네수엘라를 떠난 비행기가 하바나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카라카스 쿠바나에어 사무실에서 구입한 쿠바 비자종이에 스탬프를 찍고 기대에 부푼 마음으로 공항 로비로 빠져나왔다. 내가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환전소였다. 예상대로 형편없는 환율이었다.[쿠바는 US$에 대한 환율이 상당히 나쁘다. 반면 CA$의 환율은 상당히 좋은 편이었다] 울며 겨자먹기로 US$를 환전했다. 약 1.3달러 : 1CUC 였다. 나에게는 1CUC가 한국돈으로 1500원 가량 되는 셈이었다.[나중에 알게 된 한국 사람들은 캐나다 달러를 가져왔는데 1CUC에 천원정도의 환전비율이라고 했다.]
쿠바에 오기 전, 호주에 머물 때 쿠바를 여행 갔다온 사람이 나에게 해준 말이 있었다. 쿠바는 여행자가 사용하는 화폐와 현지인이 사용하는 화폐가 다르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여행자들이 환전을 하게 되면 여행자 전용 화폐인 1CUC(쿡)을 받아서 사용하게 된다고 했다. 나는 대략 쿠바에서 쓸 금액을 계산해서 조금 여유 있게 환전을 하고, 택시를 잡아타고 쿠바 시내로 향했다. 물론 택시비도 CUC으로 지불을 했고, 가자마자 잡은 숙소에서도 CUC로 방값을 지불하기로 했다.
하루에 10CUC에 묵기로 한 불법 까사에 내 짐을 놓아두고, 나는 하바나의 중심가로 향했다. 해가 스멀스멀 멕시코만 저편으로 넘어가고 있었고, 어둠이 하바나를 잠식해갈 즈음이었다. 나는 배가 물가가 싸다고 들은 쿠바, 하바나의 식당에서 배를 채워볼 요량으로 식당가를 두리번 거리고 있었다.
그렇지만,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식당의 메뉴판, 그것도 모자라 길거리에 파는 핫도그나 샌드위치 조차도 내가 생각 할 때 터무니 없이 비싸보였다. 핫도그가 10peso 에서 15peso. 작은 아이스크림 콘이 5peso 였다. 식당의 메뉴는 25peso 부터 30peso 정도의 가격이 책정되어 있었다. 나는 혼란 스러웠다. '쿠바 사람들은 모두 엄청난 부자인가?'라는 의문과 함께 내 머리는 공황속으로 빠져들었고, 배가 고팠지만 나는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한 채 까사의 삐걱거리는 침대위에서 내 지친몸을 달래야 했다.
분명히 공항에서 환전한 CUC이라 불리는 돈에도 화폐 단위는 Peso라고 적혀 있었다. 1CUC이라 불렸지만 지폐에 적혀 있는 것은 1peso, 5CUC 은 5peso라고 적혀 있었다. 그렇게 치면, 길거리에 파는, 고깃집[갈비집 같은 곳]에서 무료로 디저트로 퍼 먹는 아이스 크림 하나가 5peso니까 5peso = 5CUC. 1CUC = 약 1500원. 아이스크림 하나가 7천원이 넘는 셈이었다.
살인적인 물가에 나는 굶어 죽을 수 밖에 없을 거라는 생각이 내 머릿속을 가득 메우고 있었고, 나는 세상이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아픈 머리를 베게속에 파묻었다.
4. 갑부들의 나라 쿠바?
그가 눈을 떳을 때 싸구려 까사엔 아무도 없었다. 유리 없는 창문 밖은 그늘져 있었고, 그늘의 안쪽에서 새 소리만이 창틀을 넘어 그의 귓가를 스쳐 지나갔다. 그는 아직도 어제 엄청난 음식가격의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상태였다. 그 엄청난 가격들은 그를 공황 상태로 몰아넣기에 충분했다. 다음 비행까지는 5일이 남아 있었는데, 그 기간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을 수는 없었다.
그는 론니플래닛 캐리비안 아일랜드(Lonely Planet Caribbean islands)의 Cuba 부분을 펼쳤다. 일단 먹는 건 둘째치고, 하바나에 왔으니 길을 걸으며 하바나의 공기라도 마셔볼 심산이었다. 쿠바의 일반 사람들이 사는 아파트 건물. 복도 계단엔 전선들이 거미줄 처럼 얽혀 있었다. 옆 집의 TV소리, 아이 우는 소리, 그리고 새가 밥을 달라고 소리지르는 것 까지 바로 옆 에서 말하는 것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방음따위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집을 얼른 빠져 나왔다.
그의 걸음엔 힘이 없었다. 먹은 것도 없었다. 까삐똘리오로 향했다. 숙소에서 비교적 가깝고, 많은 단체 관광객들이 버스를 타고 우르르 몰려와 사진을 찍고, 우르르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는 까삐똘리오 계단에 앉아 책을 읽으며 그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까삐똘리오 길 건너편을 거닐고 있는 수 많은 쿠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수 많은 작은 가게들을 바라보았다. 수 많은 사람들이 가게에서 뭔가를 사먹고, 길을 떠나고 있었고, 거기에 발맞춰 많은 음식들을 또 다시 만들어 내고 있었다.
그는 또 한번 생각 했다. 외국인과 내국인의 차별이 어느 정도 존재한다더니, 정말 여기는 외국인을 전부 초갑부로 알고 있는 건가? 길 건너편 핫도그를 파는 가게에서 소시지에 야채가 곁들여진 핫도그를 먹고 싶었지만, 가격은 12peso 였다. 핫도그 하나에 1만 8000원을 주고 사먹을 순 없는 노릇이었다.
5. 스타벅스 커피보다 비싼 구멍가게 밀크티 한 잔.
까삐똘리오의 계단에 앉아 계속 궁상만 떨고 있을 순 없었다. 까삐똘리오 앞에서 사진만 찍고 사라지는 단체 관광객들을 구경하는 것도 신물이 났다. 어느 정도 배고픔이 사그라 든 것 같아 나는 발걸음을 구 시가지[쿠바의 낡은 건물들이 모여 있는 곳]로 옮겼다. 그리고 골목 골목을 거닐면서 쿠바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아무리 봐도 이 사람들은 내가 생각하는 만큼의 돈을 지불하면서 살아가는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내가 가진 지식으로 그들의 물가를 이해하기에는 뭔가 역부족이었다.
거리를 걷다가 어느 작은 식당 같은 곳 앞에서 사람들 몇 몇이 모여서 밀크티를 마시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을 보자 인도의 짜이가 미치도록 그리워 졌고, 나는 밀크티의 가격을 확인해 보았다. 3peso. 옆에 있던 상자엔 주먹만한 빵이 쌓여 있었는데, 밀크티와 빵 하나를 먹으면 금상첨화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밀크티 한 잔을 달라고 했다. 그리고 짧은 스페인어로 말했다. 이 빵 하나만 먹어도 되죠? 그리고 바로 빵을 하나 집어 들어서 밀크티와 함께 마셨다.
계산을 해 봤다.3peso. 1500x3 = 4500원. 나는 지금 4500원 짜리 밀크티를 마시고 있다. 나는 지금 4500원 짜리 밀크티를 마시고 있다. 나는 지금 4500원 짜리 밀크티를 마시고 있다. 라고 누군가 내 머릿속에서 자꾸 소리치고 있었다. 그랬다. 인도의 달콤한 짜이는 1잔에 100원도 안했는데, 쿠바의 밀크티는 적어도 나한테는 한 잔에 4500원 이었다. 스타벅스 커피보다 비싸다. 라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나는 내 나이보다 조금 더 있어보이는 주인에게 5peso라고 적힌 5CUC짜리 지폐를 내밀었다. 그러자 그는 지금 잔돈이 없으니 잠시만 기다리라고 하면서 어디론가 사라졌다가 잠시 뒤 나타나서 2peso를 거슬러 주었다. 1peso 라고 적힌 지폐 두 장. 2CUC이었다.
나는 생각했다.아까전에도 사람들이 많이 와서 사 먹던데, 왜 2peso를 바꾸기 위해 다른 가게 까지 갔다온걸까? 나는 그런 의문만을 남긴 채 그 곳에 모여있던 사람들의 시선을 등 뒤로 받으며 다시 까삐똘리오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까삐똘리오로 오니 또 다시 배가 고팠다. 점심때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런데, 까삐똘리오 앞에 못 보던 장사꾼이 둘 생겼다. 빵 사이에 그냥 소시지만 꽂아서 파는 핫도그를 파는 사람이었다. 나는 그들 주위를 스쳐 지나가는 관광객인척 하면서 가격을 보았다. 내 눈이 휘동그래졌다. 핫도그 하나에 0.5CUC. 나에겐 혁명이었다. 어쩜 이럴수가 있지?
나는 그 날 그 곳에서 식사를 다 해결했고, 마운틴 듀까지 1CUC를 지불하고 사 먹었다. 태양이 스믈스믈 낡은 건물들 아래로 모습을 감출 때 즈음 나는 나의 보금자리 불법 까사로 발걸음을 옮겼다.
6. 불법 까사 주인에게 들은 이야기.
그가 까사로 돌아오니, 이미 주인 아줌마가 먼저와서 작은 흑백 TV로 공연 DVD를 보고 있었다. 그에게 친한척을 하면서 옆에 앉으라면서 같이 보자고 했다. 그도 음악을 좋아하는 편이라 흥미있게 보고 있었는데, 그녀가 말했다. 니가 하루에 10CUC을 더 내면 아침과 저녁을 내가 해 주겠다. 그는 생각 해 보았다. 사실 좀 구미가 당기는 제안이었다. 하지만, 10CUC이라는 돈이 좀 부담이 되었다. 그래서 그는 싫다고 했더니 5CUC으로 가격을 내려서 같은 제안을 했다. 사실 숙소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것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던 터라 제안을 거절했는데, 여러가지 옵션을 더 제시하자 그의 마음이 조금 동요 되었다. 그리고 그는 쿠바의 살인적인 물가에 충격을 받고 있던 터라, 알았다고 했다. 그러자 그녀는 너무 기뻐하며, 자기가 잘하는 요리로 해서 대접하겠다며 이틀치 돈을 미리 달라고 했다. 그는 뭔가 찝찝했지만, 사기칠 사람같아 보이지는 않았서 그렇게 했다.
그리고 스페인어 사전을 찾아가며 대화한 끝에 그는 엄청난 사실을 알게 되었다.
환전소에 가면 1CUC을 24peso로 바꿔 준다는 말이었다. 그는 그건 쿠바나(쿠바사람)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냐? 라고 되물었으나, 아무나 CUC을 가져가면 Peso로 바꿔준다는 거였다. 1CUC에 24Peso. 그러면서 필요하면 자기가 지금 가서 환전해 줄 수 있다고 했다. 아는 사람이 환전소에서 일한다면서 엄청난 호의를 베풀기 시작했다.
그는 생각 해 보았다. 그랬다. 3peso 짜리 밀크티는 3CUC이 아닌 진짜 쿠바돈 3peso 였다. 그는 3peso만 지불하면 될 밀크티 가격에 72peso[3x24peso]를 지불 했던 것이다. 그는 또 한번 충격에 휩싸였다. 낮에 든건 없었지만 배가 고팠기에 맛있게 먹었던 핫도그도 알고보니 12peso짜리 핫도그 였던 것이다. 12peso짜리 핫도그는 길 건너에서는 야채까지 곁들여져 있었다. 식당 메뉴의 24peso도 실상은 1CUC이면 되는 것이었다.
그 때부터 그는 쿠바의 진실을 알게 되었다. 그랬다. 까사의 하루 방값이 10CUC인데, 핫도그 하나가 12peso일리 없었다. 그는 그녀에게 20CUC를 주며, peso로 바꿔 달라고 했다. 그리고 잠시 뒤 그녀는 480peso를 그에게 가져다 주었다.
7. 여행에선 돈을 쓸 수록 배움이 크다?
나는 그제서야 알게 되었다. 쿠바가 정말 좋다. 물가가 싸다라고 다른 이에게 들었는데, 사실 나는 그 말을 이해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날 밤, 불법 싸구려 까사의 아줌마는 나에게 진실을 알게 해 주었다. 하지만, 내가 낮에 그런 일을 겪었다고는 말하지 못했다. 그건 지금 하나의 사건으로 남아 있다.
밀크티 한 잔이 스타벅스 커피 보다 비쌌던 쿠바에서의 이야기.
- 노을의 까삐똘리오
-까삐똘리오 앞 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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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까삐똘리오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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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 운동장
- 0.5페소 짜리 버스. 정말 좋다. 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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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 하바나 시티.
- 골목을 거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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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저씨
- 콘 아이스크림이 맛있던 가게의 형제
- 부에나 비스타 소셜클럽 풍의 음악이 울려퍼지던 재즈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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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쪽 돈이 CUC 아래 쪽 돈이 쿠바나 peso
CUC의 가치가 24배가 높다....돈도 더 이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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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하철을 타고 가는데 열차가 멈췄을 때? 폭우로 기차가 지연될 때?
천재지변으로 인한 교통의 두절[혹은 마비]. 라는 말을 한번 쯤 들어봤을 것이다. 흔히들 티비에서 그런 말을 많이 들어 봤을 것이다. 태풍이 휘몰아 치던 어느 날일 수도 있고,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장마철의 어느 날일 수도 있다. 아니면, 엄청난 폭설로 인한 것일 수도 있다.
요즘은, 엘리뇨, 라니냐라고 해서 기상이변이 속출한다고 이곳 저곳에서 말들이 많다. 그런 기상이변으로 인한 피해는 우리들이 얼마든지 겪을 수가 있다. 피해를 겪는다. 하지만, 우리가 정당하게 돈을 지불하고 이용하는 교통수단이, 제 시간에 좀더 빠르고, 편하게 가르고 가격을 지불했는데, 천재지변으로 발길이 묶일 때?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우리는 그냥 당하고만 있어야 하는가?
각종 운송 수단을 운영하는 회사들은 그들의 운영 규정에 대부분 이런 조항이 있다. "천재지변으로 인한 지연[또는 취소]발생 시 보상을 해 줄 수 없다.[대표적으로 기차]" 비행기의 경우 폭우로 몇 시간 지연되면 항공사 측에서 쿠폰 같은 것을 제공해 주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승객들은 꼼짝없이 당할 수 밖에 없다.[이미 회사들은 돈을 지불 받은 상태니까 큰 손해가 없겠지]
2.
지난 추석, 서울지역에 폭우가 내렸다. 그 날 저녁 때 기차를 타고 고향에 갈 생각이었다. 학교에서 바라본 하늘의 모습은 정말 누가 양동이로 물을 퍼붓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렇게 몇 시간을 비가 내리더니 이내 멈추었고, 나는 지하철을 타기위해 길을 나섰다.[지하철 4호선 충무로역]
시간은 7시를 지나고 있었고, 서울역에서 떠나는 열차를 타려고 가는 길이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지하철이 갑자기 멈춰버렸다. 폭우로 인해서 운행이 중단 된 것. 지하철에 갇혀서 하염없이 시계만 바라보았다.[겨우 3정거장 밖에 안되는데?] 그렇게 시간은 흘렀고, 열차는 떠났다.
뉴욕에 있을 때, 사상 유례없는 폭설이 들이닥쳐, 내 비행기가 캔슬되었고, 나는 다음 비행기를 타려면 5일을 기다려야 했다. 그 날 밤에 출발하기로 되어있는 비행기는 캔슬되지 않았는데, 그 비행기로 바꾸어 타려면 차지300달러를 추가로 내야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추가로 300달러를 더 내고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에 올랐다. 천재지변으로 인한 손해는 승객이 다 물어야 하나?
어느 땐가, 경부선 철도 김천 부근에서 철로가 유실되는 사태가 밣생했다. 그 일로, 경부선철도를 자주 이용하던 내 친구는 나에게 말했다. 정말 기차는 사람이 탈 것이 못된다고[절대 감정적으로 이 글을 쓰는 게 아님].
천재지변 정말 무섭다. 하지만, 잦아지는 천재지변의 피해속에, 속수무책 당하기만 하는 고객들에 대한 보상도 마련되었으면 좋겠다. 적어도 우리나라는 그게 너무 안되어 있다. 고객은 왕이라면서, 돈 이미 받았다고 그걸로 끝인가? 꼬우면 이용하지 말라고?
3, 그리스에서의 굴욕을 뒤로한 채 드디어 터키로 가는 열차에 몸을 실었다.
그리스, 정말 생각만해도 치가 떨리는 곳이었다[경기장 기계실에 갇힌 사건과 구걸사건으로 너무 피곤한 그리스였다]. 다시는 오지 않겠다고 다짐을 하며 잠을 청했다.[하지만 나는 다시 그리스를 찾았고, 다시 찾은 때 결국 배낭을 도둑맞는 사태가 발생했다]
열차는 어둠을 뚫고 달리고 있었다. 빗방울들이 창문으로 달려와 부딫혀 사라졌고, 또 다른 물방울들이 창문을 뚫을 기세로 달려들었다. 기차에 몸을 싣기 전 기상정보가 생각났다.[그리스 북부지역에 폭우가 내리고 있다는 말]
내 앞에 앉은 그리스 애들이 나를 깨웠다. 창밖은 어둠이 살짝 깔려 있었다. 열차는 아주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고, 철로 옆의 강은 금방이라도 넘쳐 철로를 품에 안을 듯 했다.
대학생 정도로 보이는 그리스 애들이 나에게 뭔가를 말하려는 것 같았다.[영어를 거의 하지 못했다. 바디 랭귀지로] 왜? 무슨일이야? 라고 속으로 생각하며,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한 명이 창밖을 가리키면서 뭔가를 설명했다. 기차에서도 방송이 나오고 있었다.[그리스어로] 사람들은 수근대기 시작했다. 그리스애의 짧은 영어와 그의 바디랭귀지와 창 밖의 상황, 그리고 사람들의 행동을 볼 때 이건 좋지 않은 징조였다. 불안했다. 이윽고 기차는 멈췄고, 사람들은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뭐지 이건? 혹시, 나....오늘 이스탄불 못가는거야?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비행기는 내가 타지 않아도 날아 갈 텐데.
4.
그는 어리둥절해서 그냥 사람들을 지켜 보고 있었다. 그의 앞에서 말을 걸던 그리스 애들이 짐을 챙겨서 나가라는 말을 그에게 했고 그는 짐을 챙겨서 사람들을 뒤따랐다.
사람들을 따라 그는 나갔다. 빗속 저 멀리 버스 네 대가 서 있었다. 사람들은 버스를 향해 걸었다. 비는 계속 내리고 있었다. 그는 사람들을 따라 버스에 올랐다. 그리고 옆사람에게 물었다. 무슨일이죠?
그의 옆에 앉은 사람은 대답했다.
비가 많이 내려서 철길이 물에 잠겨서 기차가 더 이상 갈수가 없어. 그래서 우리는 버스를 타고 비가 내리지 않는 곳으로 가서 그 곳에서 다시 기차를 타고 출발 할 거야.
그는 불안했던 마음이 사라졌다. 폭우 때문에 이스탄불로 가지 못할 것 같다는 좌절감에 휩쌓여있었는데, 버스로 이동하다니! 정말 다행이라고 말했다.
버스는 빗속을 달렸다. 그는 감았던 눈을 떳다. 햇살이 비치고 있었고, 사람들은 내렸다. 그가 도착한 곳엔 상쾌한 바람이 불고 있었다.
알렉산드리아 역. 조그마한 역이었다. 그 곳에서 기차를 타면 된다고 누군가가 그에게 일러 주었고, 그는 플랫폼에 앉아 기차를 기다렸다.
5.
알렉산드리아 역에 들어오는 기차를 나는 기쁜 마음으로 맞았다. 오, 정말. 그리스는 나에게 시련을 주었지만, 드디어 그리스를 빠져나가는 구나. 바이바이 그리스. 다신 오지 않을 테다.
기차는 다시 이스탄불로 향해서 출발했고, 더 이상의 괴롭힘은 없었다. 그리스 출국 스탬프를 찍고, 터키로 들어 갔을 때 그는 새로운 세상에 온 기분이었다. 그리고 또 한편으로, 고마웠다. 그리스의 투철한 고객정신. 폭우로 인해 기차 운행이 어렵게 되자, 버스로 승객을 태워주다니! 그것 하나만은 내가 칭찬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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