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 해남, 낯설지 않은 지명이지만 선뜻 감이 잡히지 않는다. 땅끝 마을. 서울에서 어느 정도 떨어진 곳인지, 얼마 정도 가야 한반도 최남단이라고 일컬어지는 해남의 '땅끝'에 닿을 수 있는지 잘 와닿지 않는 곳. 

  고등학생이나 대학생 시절, 여러 단체/학교 주관의 국토 대장정 프로그램에 참여 해 봤거나 혼자 혹은 친구와 함께 전국일주를 하게 된다면 흔히 들르게 되는 곳이 땅끝 마을이지만, 그렇지 않고서 해남의 '땅끝 마을'을 찾아가기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서울에서 차를 타고 쉬지 않고 달려도 5시간(평일 기준). 반나절을 꼬박 차에서 보내야지만 닿을 수 있는 곳이기에, 하루 정도의 여유를 두고(1박 2일) 찾지 않는다면 땅끝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을 때 일어나는 마음속 묘한 감정을 제대로 경험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땅끝'이라는 강렬한 이미지 때문에 잘 몰랐던 걸까. 해남은 의외로 볼 거리가 많은 곳이었다. 두 번째 해남 방문이었는데도 불구하고 귀가(歸家)에 대한 부담 때문에 해남을 제대로 둘러 보지도, 먹거리를 모두 먹어보지 못했다. 그렇지만 단언컨대, 다른 전라남도 지방에 결코 뒤쳐지지 않는 볼거리와 먹거리를 갖춘 곳이라 할 만 하다. 해남의 명소 '땅끝'. 그리고 떠오르는 명소 '울돌목(명량 해협/영화 '명량'의 배경이자 임진왜란 당시 '명량해전'이 있었던 곳)'이 있고, 두륜산의 산세와 풍경은 해남이 자랑하는 곳이다.


△ 서울에서 해남. 부산보다 더 멀다.

대중 교통을 타고 해남을 찾기란 더욱 힘들겠지만, 자동차를 타고 간다면 '가볼 만 하다'.

지도. 다음지도


- 해남의 바다. 거칠고 둔탁하지만 매력적인 그곳.

△ 땅끝 마을로 들어서는 길목에 위치한 구조물.

배낭을 맨 사람 모양의 구조물이다. 국토 순례자들을 연상케 한다.

처음 땅끝 마을을 찾았을 때 보다 잘 정돈되어 있었다. 2008년에는 그저 잡초만 무성한 장소였는데 말이다.


  겨울 바다. 겨울 바다에는 고요함과 차가움이 공존한다. 나는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탁 트인 해수욕장의 바다가 아닌 둔탁한 색상의 거친 겨울 바다가 보고 싶었고 그래서 선택한 곳이 해남 땅끝 마을의 '땅끝 앞 바다' 였다.

  서울을 빠져나가려는 차들로 뒤엉킨 고속도로 나들목의 혼잡함을 지나 남쪽으로 내달렸고 하루가 지나서야 해남 땅끝 마을에 닿을 수 있었다. 두 번째로 찾은 땅끝 마을이었다. 깔끔하게 정돈된 땅끝 마을은 성숙된 느낌이었다. 마을 입구, 큰 돌덩에이 새겨진 문구 "희망의 땅끝"은 여전히 웅장했다. 끝은 희망이 될 수 있다는 어느 시인의 이야기, "위태로움 속에 아름다움이 스며 있다"던 나희덕 시인의 '땅끝'이라는 시가 머릿속을 맴돌았다. 끝은 거꾸로 보면 시작이 될 수 있을 터였다. 땅끝 탑 앞의 작은 조각은 '땅끝'이 아니라 '한반도의 시작점'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 희망의 땅끝.

끝은 곧 시작이 될 수 있다. 절망은 곧, 희망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땅끝 마을에 온 사람들은 대부분 '땅끝 전망대'로 향한다. 나 역시도 땅끝 전망대로 향했다. 모노레일을 타고 전망대를 향해 오르면서 바라보는 마을은 점점 작아진다. 선착장에서 자동차를 실은 커다란 배가 보길도를 향해 떠나고 있다. 모노레일 편도. 전망대를 둘러보고 난 뒤, 전망대 뒤 쪽 계산을 타고 내려와 '땅끝 탑'을 향해 간다. 진정한 '땅끝'을 만나러 가는 길이다. 

  땅끝 탑으로 향하는 길에 관광객은 아무도 없다. 계단에 쌓인 눈을 치우는 사람을 한 번 만났을 뿐, 모노레일을 타고 전망대에 올랐던 다른 관광객들은 다시 모노레일을 타고 마을로 내려갔다(왕복 표값이 편도보다 싸기 때문에 보통 왕복을 많이 끊는 듯 하다). 땅끝 탑을 마주하고 바다를 바라보았을 때, 하늘이 열렸다. 거친 파도 소리와 둔탁한 바다색. 파도는 땅끝 바위에 부딫혀 부서졌다. 대학생 시절, 처음 땅끝 마을에 왔을 때와 달라진 건 없었다. 여전히, 그대로 이 자리에 서 있었다.  


△ 모노레일을 타고 땅끝 전망대에 올랐다.

모노레일은 왕복으로 끊으면 더 저렴하게 느껴질 지도 모르지만, '편도'로 구매하는 것을 권한다.

'편도' 티켓을 이용해서 전망대에 오른 뒤, 뒤쪽 계단을 이용해서 내려오면서 '땅끝탑'을 둘러 보고 다시 매표소 쪽으로 걸어 나오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코스다.

△ 전망대에서 바라본 땅끝 마을과 땅끝 앞바다.

△ 전망대에서 내려와 산책로를 따라가다보면, '땅끝탑'이 나온다.

이곳이 진정한 땅끝 이다.

△ 삼각뿔 모양의 땅끝탑. 그 앞쪽은 뱃머리처럼 바다를 향해 솟아 있어 바다를 바라볼 수 있도록 되어 있다.

△ 땅끝의 바다.

둔탁한 바다. 거친 바다. 파도가 세차게 밀려와 바위에 부딪혀 깨진다.

매끄럽고 드넓은 해수욕장에서 바라보는 바다와는 다른 느낌의 바다이다.

※ 사진을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해남에는 '땅끝 바다' 말고도 유명해진 장소가 하나 더 있다. 한 때 큰 화제를 낳았던 영화 '명량'의 배경이자,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이 13척의 배를 가지고 왜 수군(일본 수군)의 배 130여 척을 격파했던 장소인 '울돌목(명량 해협)'이 있다. 

  해남의 서쪽, 진도와 해남 사이에 위치한 '울돌목'에는 '우수영 국민관광지'라는 이름으로 잘 구며져 있다. 울돌목에 도착했을 때, 태양은 서쪽 바다 저 편으로 넘어가려 하고 있었다. 해질녘, 바닷가에 살며시 스며든 붉은 빛과 진도대교의 조화. 그리고 울돌목의 소용돌이 치는 물살을 바라보는 이순신 장군의 동상.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의 고뇌. 김훈의 소설 '칼의 노래'를 읽은 사람이라면, 울돌목과 이순신 장군의 동상이 새롭게 보일지도 모른다. 


△ 해남에 위치한 우수영국민관광지에서 바라본 진도대교와 울돌목.

건너편 진도에서도 관광지를 잘 꾸며 놓았다.

다리 아래쪽에 물거품이 일어나고 있는 곳이 소용돌이 치는 바다 '울돌목'이다.

△ 진도대교와 그 아래 울돌목, 그리고 고뇌하는 이순신상.

이순신상 뒤편에 파란색 부분에는 김훈의 소설 '칼의 노래'의 한 구절이 씌여 있다.

"사랑이여 아득한 적이여 네 모든 생명의 함대는 바람 불고 물결 높은 날 내 가난한 바다 명량으로 오라. 오라, 내 여기서 한 줄기 일자진으로 너를 맞으리"

진도 쪽에 세워진 이순신 동상은 웅장하고 그 위용이 대단히 높은 모습인 데 반해, 해남의 동상은 '고뇌'의 느낌이 묻어난다.

이는, 이순신의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시키기 위함이라고 한다.(관련 글)

△ 진도대교 아래, 울돌목의 굽이치는 물살


- 해남의 명산 '두륜산'과 먹거리. 


  두륜산은 해남의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어 해남 여행을 위해 오가면서 들르기 좋은 곳이다. 케이블카를 타고 산 정상으로 향할 수도 있지만, 내가 선택한 코스는 두륜산에 위치한 '대흥사'로 향하는 길을 걷는 것이었다. 그곳으로 이끈 것은 '눈내린 산길'이 매력적일 것 같았기 때문이다. 대흥사는 두륜산 자락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었기에, 차를 타고 주차장까지 간 뒤 그곳에서부터 걸어서 사찰을 향해 올라갔다. 높지 않은 산길, 완만한 산책로를 따라 가면서 만난 눈덮인 풍경은 매력적이었다. 대흥사가 특별히 큰 사찰이라거나 합천의 해인사와 같이 중요 문화재가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사찰 주변을 찬찬히 걸으며 곳곳에서 금색판 위에 새겨진 '글귀'들을 여럿 볼 수 있었다.


△ 두륜산 대흥사로 향하는 길.

눈덮인 산길을 걷는 일은 꽤나 기분 좋은 일이었다.

나뭇가지 위에 쌓인 새햐안 눈. 계곡 바위 위에 둥글둥글 쌓은 눈은 마음을 포근하게 만들었다.

△  대흥사 일주문과 그 앞에 위치한 장승.

△  대흥사 곳곳에는 금색판 위에 좋은 글귀들이 새겨져 있었다.

'그릇이 크고 중심 잡힌 사람은 남들의 말에 현혹되지 않는다. 자기가 살아가는 곳에서 주인이 되며 그가 사는 곳이 항상 참됨이니 남들에게 휘둘리지 말라. -임제록'

 

  전라도를 찾으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은 경치 뿐만이 아니라 '먹거리' 또한 놓칠 수 없다. 하지만 한편으로 '해남'에서 무얼 먹어야 잘 먹었다고 생각이 들까라는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해남의 명물 '팥칼국수'와 '고구마'가 유명한 해남의 허니버터고구마칩. 그리고 여러가지 닭요리(닭 코스 요리)가 으뜸이라는 해남. 해남에 들른다면 여러가지 요리들과 간식거리를 맛볼 수도 있다.


△ 단촐해 보이지만 담백한 해남의 팥칼국수.

△ 고구마가 유명한 해남의 '허니버터 고구마칩'

△ 바다 보러 온 여행 답게,

양념게장과 갈치조림을 메인 메뉴로 한 저녁 식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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