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린 어느날, '무안'을 찾다.

  무안(務安). 어쩌면 다른 지방 사람들에게는 생소하게 들릴지도 모르는 이름이다. 내도 이번 겨울 이전에 그곳에 가 본 적이 없었고, 딱히 그곳에 대해 들어본 적도 없었다. 고창의 선운산. 광주광역시, 목포와 나주. 그리고 해남, 강진, 보성, 장흥, 담양, 순천, 여수, 영암 등 전라 남도 왠만한 곳은 한 번 씩 들른 적이 었었고, 다른 지역들은 한 번 씩 이름을 들어봤을 법한 곳이지만 '무안'은 그렇지 않았다. 어느날, 스쳐지나가듯 어디선가 연꽃이 펼쳐져 있는 연못(연지蓮池) 사진을 한 장 보았고, 그곳이 '무안'이라는 것을 알았다. 연꽃은 여름에 피어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무안의 '그 연꽃밭'을 보러 가고 싶었다. 겨울의 연꽃밭은 어떤 풍경일까. 

  운이 좋았던 걸까 아니면 그 반대였을까. 눈이 펑펑 쏟아진 다음날, 무안으로 떠났다.


△ '무안'을 향해 떠났다. 첫 번째 목적지는 연꽃밭인 '회산백련지' 였다.

서울에서 무안. 결코 짧았다고는 할 수 없는 여정이었다.


   무안의 회산백련지(回山白蓮池). 눈 덮인 연못, 잔뜩 웅크린 연꽃 줄기. 

'회산백련지', 본격적인 산책로의 초입.


   나뭇가지 위에 쌓인 눈 때문에 나무들이 힘겨워 보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많은 양의 눈이 쌓여 있었다. 연꽃 사진에서 보았던 그곳, '회산백련지'로 향하는 길. 평일 낮, 눈이 잔뜩쌓인 도로 위를 오가는 차들은 거의 없었지만 도로는 제설 작업이 되어 있지 않아 미끄러웠다. 백련지가 가까워질 수록, 주변 풍경은 단조로워졌고, 주변은 온통 하얀색 뿐이었다. 그리고, 그 하얀 풍경은 백련지까지 쭉 이어져 있었다.

  

  회산백련지는 눈 속에 파뭍혀 있었다. 30cm는 족히 쌓여 있을 법 한, 종아리까지 푹푹 빠지는 눈 속에 잠긴 백련지는 고요했다. 간혹, 새들의 울음 소리만 들릴 뿐 그마저도 사라지고나면 고요한 적막이 백련지를 감쌌다. 

   와-아, 넓다. 절로 탄성이 나왔다.


△ 겨울, 연꽃 줄기들이 가득하다.

누군가 눈 덮인 산책로를 걸었던 흔적이 있다(왼쪽). 나는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택했다.

(※ 사진을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테마별로 다양한 연꽃들을 심어 놓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하는 팻발과 징검다리.

연못 전경.

( 사진을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눈이 많이 쌓여있어 데크 한쪽에 길을 내어가며 이동했다.

최종 목적지였던 중앙 전망대.

어마어마한 크기의 '연지'가 한 눈에 들어온다. 감탄이 절로 나오는 풍경이다.

여름에 연꽃이 피었을 때, 이곳 풍경이 어떨지 감히 상상할 수가 없다.

( 사진을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동양 최대 연꽃 군락지'라는 말이 어울릴법한 크기였다. 연꽃 한 송이 피어있지 않은, 한 겨울의 연못이었지지만 눈만 아니었다면 한 바퀴 쭉 돌아보면서 감탄했을 법한 그런 넓이와 풍경이었다. 여름에 한창 꽃을 피웠을 연꽃의 줄기들이 빼곡히 들어찬 연못 자리에는 연꽃 줄기들이 눈 위로 머리를 내밀고 있었다. 조금씩 조금씩 눈을 치워가며 도착한 중앙 전망대에 올랐을 때, '여름에 다시 오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이렇게 멋진데, 연꽃이 피어오른 여름에는 얼마나 멋질까. 감탄할 수 밖에 없는 그런 곳이다.


눈을 뒤집어 쓴 장승. 눈 쌓인 모양이 글자 같기도 하다.

회산백련지 주변 마을의 버스 정류장. 

이게 무슨 모양일까 생각하며 유심히 보았다. '연꽃 모양'의 버스 정류장이다.


   무안의 낙지. 탕탕이와 호롱구이, 그리고 연포탕.

 


  해가 서쪽으로 스믈스믈 넘어가려 하고 있을 때, 서쪽 바닷가로 발길을 옮겼다. 무안의 갯벌. 무안의 서쪽에 위치한 '신안'과 남쪽의 '목포' 그리고 '무안'은 '낙지', 그 중에서도 세발낙지로 유명한 곳이다. 무안/신안/목포의 갯벌과 낙지를 결코 놓칠 수 없었기에 태양이 서쪽바다 너머로 사라지기 전, 갯벌 쪽으로 향했다. 눈덮인 도로에서는 속도를 낼 수 없었기에 갯벌이 보이는 바닷가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태양이 바닷속에 잠긴 뒤였다. 서해에서  제대로 된 낙조(落照)를 보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무안 낙지 골목'으로 향했다.


낙지 탕탕이(왼쪽)과 호롱구이(오른쪽)

 낙지 탕탕이 영상(꾸물꾸물대는 낙지 조각)



  무안의 낙지. 탕탕이와 호롱구이. 그리고 연포탕. 주방에서 '탕탕탕탕' 도마를 두드리는 소리가 난 뒤, '낙지탕탕이'가 테이블위에 놓여졌다. 조각난 다리와 몸통은 여전히 꿈틀대고 있엇고, 접시를 꽉 붙들고 있던 빨판은 입 안에서 혀와 입천장에 꽉 달라 붙었다. 나무젖가락에 꽂혀서 먹음직스러운 구이가 되어 나온 '호롱구이'. 그리고 부글부글 끓는 탕 속으로 들어가는 낙지, '연포탕'.


  그렇게 하루가 지나갔다. 서울에서 무안. 결코 짧은 거리가 아니다. 반나절 생활권이라지만, 아직은 낯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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