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양의 끝은 어디일까.

  휴가철, 많은 사람들이 '휴양지'를 찾아 배를 타고, 비행기를 타고 떠난다. 휴가철이 아니더라도, 우리들은 가끔씩 쉬기 위해 '휴양지'라 불리는 곳으로 떠난다. 가까운 곳으로 치자면 우리에게 익숙한 동남아의 많은 해변과 섬들. 그리고 좀 멀리는 하와이나 남태평양의 몇몇 섬들. 그리고 좀 더 멀리 간다면 서쪽으로는 지중해, 동쪽으로는 중미, 캐리비안 해(Caribbean Sea)의 '칸쿤'을 위시한 몇몇 명소들이 있다.

  눈부시게 빛나는 해변, 티없이 맑은 아쿠아블루 색상의 바다. 우리가 상상하는 '휴양지스러운' 해변은 세계 곳곳에 펼쳐져 있지만, 사람이 붐비지 않는 곳은 드물다. 물론, 사람들이 붐빔으로써 '휴양지'의 느낌이 물씬 풍길 수도 있지만, 조용히 '나'만의 혹은 '우리'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곳은 또 다른 매력이 있다. 

  몰디브(Maldives), 끝없이 맑고 끝없이 조용한 곳. 그곳에서는 내 주변의 모든 것이 투명하다. 투명함 속에서 들려 오는 것은 잔잔한 물결이 바람에 실려오는 소리 뿐이다.


△ 하얀 모래가 깔린 해변. 그 앞에 펼쳐진 아쿠아 블루 색상의 바다.

해변은 가벼운 바람이 불어 왔고, 파라솔은 비어있었다.

△ 지도에서 육지를 찾기 힘든 나라, '몰디브 공화국'.

수 천개의 섬들이 남북으로 길게 펼쳐져 있는 몰디브는 과거에도 지금도 여전히 '휴양지' 중의 '휴양지'로 손꼽히는 곳이다.

몰디브를 찾는 외국인들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말레 국제공항'에서 입국 수속을 마친 뒤,  

보트나 경비행기(수상비행기)를 타고 리조트나 호텔로 이동하게 된다.



- 처음 만난 몰디브의 풍경 : 섬, 그 이상 무엇이 더 필요할까.

△ 비행기에서 바라본 몰디브 바다.

섬 하나에 리조트/호텔이 하나다. 섬과 바다, 산호와 열대어들이 어우러져 있다.


  무한히 쉬고 싶었다. 시간이 지날 수록 여행지에서는 쉬어야 한다는 생각이 커져갔고, 이번엔 좀 더 간절했다. '몰디브', 그 어느 곳보다 '움직이지 않을 수 있는 곳'. '휴양을 위한 최고의 장소'라는 이야기를 익히 듣고 있었고, 주저없이 결정한 장소였다. 어딘가에 가고 싶어도 '못' 가는 그곳. 섬에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했지만, 부족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오히려, 너무 과하다 싶을 정도로 많은 것들이 있었고, 먹고 쉬는 것을 하는 데도 시간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입국 수속을 마친 뒤, 공항 입구에 마련된 리조트 부스를 찾아가서 예약 내역을 확인 한 뒤,  '경비행기 선착장'으로 이동했다. 습기를 가득 머금은 바닷바람. 불과 몇 시간 전에는 패딩을 입어야 했는데, 이곳에서는 옷을 홀라당 벗어 던져도 춥지 않다니. 이국적인 느낌이 충만해 지면서 기분이 좋아졌다. 경비행기 선착장은 각자의 섬으로 떠나기 위한 사람들로 붐볐다. 시차 적응에서 비롯된 약간의 피곤함이 몰려왔지만, 바다 건너 다른 섬으로 날아가면 모든 것은 잊혀질 것이었다.


△ 경비행기를 타고 섬으로 들어가야 했다.

몰디브 국제공항 제3터미널. 그곳엔 각자의 섬들로 가기 위해 비행기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 몰디브의 리조트 섬. 그리고 해변.

바다 위에 나무로 된 건물들이 솟아 있고, 그 위로 경비행기가 날아간다.


  사람을 가득 채운 15인승 경비행기는 물살을 가르며 날아올랐다. 작은 창 밖의 에메랄드빛 바다. 바다로 뛰어들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드는 그런 곳. 비행기는 30여분 뒤 바다 위에 내려 앉았다. 바지(뗏목)에 접안을 한 비행기에서 사람들이 내렸고, 사람들은 리조트에서 보내온 배에 올랐다. 배들은 각자의 섬을 향해 나아갔고, 저 멀리 내가 머물 섬이 보였다. 지상 낙원이라 불러도 될 만한 섬.


  섬은 조용했다. 리셉션에서 리조트에 대한 설명을 듣고, 각자 방으로 향했다. 눈부신 백사장. 파라솔이 백사장을 따라 늘어서 있었지만, 파라솔에 누워 쉬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간간히 스노클링을 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물 위를 가로지르는 데크 아래, 헤엄치고 있는 열대어. 그 사이로 베이비 샤크(상어)가 지나갔다. 내가 상상하던 그런 풍경이다.


△  데크는 바다를 가로질러 각자의 방으로 연결되어 있다.

워터빌라. 몰디브의 매력적인 숙소이다.

숙사에서 바로 바다로 뛰어들면, 열대어들을 만날 수 있는 곳. 몰디브의 가장 큰 매력이라 할 수 있다.

△  해변은 언제나 조용하다.

△ 섬을 한 바퀴 돌아보는 것.

어디에서나 멋진 풍경은 펼쳐져 있다.

△  야자수 나무아래 파라솔.

야자수 너머로 워터 빌라들이 바다 위에 솟아 있다.

△ 사람들이 섬으로 들어오고 있다.

선착장에 내린 사람들이 데크를 지나 리셉션으로 들어가는 모습.


  무언가가 더 필요하다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간혹 낚싯배를 타고 나가서 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나는 섬 안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에도 시간이 모자란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장소에서 시시각각 바뀌는 풍경을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입가에 미소가 스며들었다. 매일매일이 달랐다. 때로는 소나기가 내렸고, 때로는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서 뜨거운 태양이 이글거렸다. 구름 한 점 없는 한낮의 태양 아래에서는 물고기들 조차도 그늘 아래로 모여들었다. 

  누군가가 "몰디브에 갈 때는 컵라면을 들고 가야 한다"라고 말해주었고 그 말을 듣고 가방에 컵라면을 챙겨왔지만, 정작 컵라면을 먹을 일이 없었다고 하면 과장일까. 컵라면을 먹을 틈 조차 없이 풍족한 섬이었고, 여유로 가득차 있는 섬이었지만, 한편으로는 너무나도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 섬이었다. 


△  해질녘의 워터 빌라.

△  해변을 걷는 사람.

△  어둠이 깔리면, 섬은 불을 밝힌다.

△  빛나는 섬.

어둠이 깔리면 바다 위의 섬은 하나의 빛이 되고, 바(BAR)에서는 음악이 흘러 나온다.

희미한 물결 소리를 들으며, 모히또(Mojito) 한 잔 훌쩍.



- 바다, 그리고 바다 속 : 손에 잡힐 듯 한 경이로움.

△  몰디브의 가장 큰 매력은 '바다'라고 할 수 있다.

언제, 어디서든 '열대어'를 볼 수 있고, 경이로운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스노클링 중, 내 눈앞을 지나던 물고기떼.

물고기들이 마치, 다른 세상에서 이쪽으로 건너오는 듯한 느낌이 든다. 사실은 '그늘'에서 '햇살'이 비치는 곳으로 헤엄치는 중이다.


  바다를 낀 여느 휴양지가 그렇듯, 몰디브에서도 '스노클링'을 빼 놓을 수 없다. 낚시를 하거나, 먼 바다로 서핑을 하러 떠나지도 않는 사람들에게는 스노클링이 유일한 즐길거리라고 할 수 있기에, 절대 '스노클링'을 빼놓을 수 없는 것이다. 아쿠아블루 색상의 바다 위를 떠다니며, 눈 앞에서 헤엄치는 열대어들을 구경할 수 있는 기회를 접할 기회는 의외로 많지 않다.

  아침 식사와 점심 식사, 그리고 에프터눈 티 타임(afternoon tea time)과 저녁 식사 사이. 가만히 누워 바다를 바라보며 여유를 부릴 수도 있었지만, 나는 바닷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열대어들은 주로 '산호초'가 있는 곳에 모여 있거나 '워터빌라'를 받치고 있는 기둥 주변에서 무리를 이루어 헤엄치고 있었다.

  물고기들의 무리. 적게는 수 십에서 수 백, 수 천 마리의 물고기 떼가 눈 앞을 가로질러 갈 때의 풍경은 나를 바닷속 더 먼 곳으로 끌어들였다. 바닷속 풍경을 다루는 '다큐멘터리'에서나 볼 법한 풍경들이 눈 앞에 펼쳐지고 있었고, 가끔은 생전 처음 보는 물고기들이 눈 앞을 헤엄쳐 지나갔다. 물고기들은 손에 닿을 듯 말 듯 지나갔다. 눈 앞에 펼쳐지는 모습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지만, 그 순간은 금방 스쳐지나갈 뿐이었다. 물고기들이 만들어내는 멋진 풍경은 그 순간, 그 때 뿐이었다. 다시 그 장소를 찾았을 때는 물고기들은 이미 사라지고 난 뒤였다.


△  섬에서 할 수 있는 유일한 놀이는 스노클링이다.

'스노클링'만으로도 족하다.

△  산호마다 물고기 가족들이 살고 있는 듯 했다.

작은 가족부터 대가족까지. 다양한 물고기들이 살고 있었다.

△  숙소 뒤쪽의 바다에 뻗어 있는 산호초들.

산호초와 열대어들이 어우러져 있었다.

△  숙소 바로 아래에 있던 산호와 물고기 무리.

△  얕은 바다에 '상어'들이 유유히 헤엄치고 있었다.

'베이비 샤크'로 불리는 작은 상어들.

△  물고기 떼들은 나를 더 멀리까지 끌어들였다.

물고기떼에 이끌려 바닷속으로 점점 더 멀리 들어가던 나.


  해질녘, 리조트에서는 '선셋 크루즈(Sunset Cruise)'를 운영했다. 해가 질 무렵, 사람들을 실은 배는 섬 주변 몰디브 해역을 떠다녔다. 저 멀리 수평선 너머로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면서 만들어가는 풍경에 감탄하며, 바닷 바람을 맞았다. 그렇게, 또 하루는 마무리 되어갔다. 구름에 가려진 태양. 구름 사이로 새어나오는 빛. 바다 위에 어둠이 내려 앉자, 저 멀리 바다 중간중간에서 환한 불빛이 새어나왔다. 또 다른 낙원, 리조트 섬들은 불을 밝히며 밤을 맞이했다.

△  선셋크루즈. 배 위에서 맞이한 노을.

△ 태양은 바다 저편으로 내려 앉고, 서서히 어둠이 깔리기 시작했다.

△ 언제까지나 이곳에 머무를 순 없었다.

떠나야 할 시간이 다가왔다. 저 데크를 지나, 배를 타야 했다.

  

  몇 날 며칠, 무한히 오랫동안 머물고 싶지만 그럴 수는 없는 곳이다(돈 문제가 가장 크다). 어쩔 수 없이, 몰디브의 섬을 떠나야 할 시간은 다가왔다. 몰디브에서의 휴양을 끝내고, 배를 타기 위해 선착장으로 향하는 발걸음. 누구랄 것 없이, 선착장으로 향하는 데크 위를 걷는 사람들의 표정에는 아쉬움이 묻어 있었다. 처음 이곳에 도착했을 때의 기쁨과 설렘이 아닌, 아쉬움. 그리고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부담. 그리고, (언제가 될 지는 모르지만, 바다 속으로 가라앉기 전에는) 반드시 이곳에 다시 오리라는 다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배는 섬을 떠났고 경비행기는 파도를 박차고 날아 올랐다. 말레 국제공항은 우울해 보였다.


△  언제나, 여행의 끝은 묘한 감정에 사로잡히게 한다.

이렇게나 좋은 곳을 뒤로 한 채, 일상으로 돌아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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