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여행, '명소'에 대하여.


 우리가 어떤 장소에 여행을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결정적인 요소는 '매체'라고 할 수 있다. TV나 잡지, 영화를 보거나 인터넷을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발견한 한 장의 사진. 그 장면에 매료되어 우리는 그곳으로의 여행을 결심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정말 가보고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매력적인 장소'는 흔히 '명소'라고 일컬어지는 곳이다. 페루의 '마추픽추'라든가, 파리의 '에펠탑', 인도의 '타지마할'과 같은 장소가 그런 장소에 분류될 것이다.


 

△ 수상시장(Floting Market)은 동남아 지역의 일상적인 모습이다.

- image : www.nationalgeographic.com(왼쪽)

- image : www.banyaminlakitan.com(오른쪽)


 태국 여행, 특히 방콕 여행을 하는 사람들 중 많은 사람들이 방콕 시내를 벗어난 '근교'여행지로 선택하는 곳 중,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 바로 '담넌 사두악 수상시장(Damneon Saduak Floting martket)'이다.

 많은 여행 안내서를 비롯하여 '담넌 사두악 수상 시장'에 대한 글을 실어놓은 여행 잡지들은 '담넌 사두악'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방콕을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 가볼 것. 가장 태국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장소."


 담넌 사두악을 '명소'라고 해도 될까?



  2. 투어(Tour)에 대하여.

 여행을 가면 '투어'라는 말을 많이 듣게 된다. 

 여행을 떠나는 것 부터 3박 5일 투어, 5박 6일 투어 등 '투어'를 통해 떠나는 경우가 많다. 해외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여행도 많이 '편해'졌다. 전화 한 통, 클릭 한 번만 하면 여행 계획을 하지 않고도, 여행지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상태로도 떠날 수 있으니 말이다. 비행기표를 어떻게 구입하는지 몰라도 해외여행을 갈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투어'이다.


 이제는 '투어(Tour)'라는 말의 사전적 의미가 바뀔 때도 된 것 같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무리에 속하여 해외/국내 풍경을 볼 수 있도록 해 주는 것." 

 

 태국, '방콕'의 관광 명소로 이름난 '담넌 사두억 수상 시장'역시 '투어 프로그램'이 있었다. 가격도 아주 싸다. 우리나라 돈으로 만 원이 채 되지 않는 가격으로 그곳에 다녀올 수 있었다. 이른 아침, 정해진 시각. 호텔 앞에 나가기만 하면 '담넌 사두악'에 데려다준다.


△ '담넌사두억 수상시장'의 아침.

필자는 아침 일찍 '수상시장'에 가보고자 했으나, 그러지 못했다.

이른 아침의 수상시장의 모습을 보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아 있다.

image. www.bangkok.com




  3. '담넌 사두억'에 대한 나의 이야기.

 아무런 계획이 없이 방콕에 도착했던 나는 '수상 시장'의 풍경이 생각났다. 

 어스름이 깔린 새벽 시장, 배를 타고 과일을 비롯한 먹거리를 팔고 있는 아낙들. 그리고 조각배를 타고 물 위를 유유히 흐르는 관광객들. 

 '그곳'에 가봐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곳은 '방콕'에 있는 곳이 아니었고 '근교'라고 불리는 '랏차부리주' '담넌 사두억(Damneon Saduak/담넌 사두악)'에 있는 '수상 시장'이었다.


 

△ 필자가 '수상시장'으로 찾아가기 위해 길을 나설 때,

믿을 것이라곤 '남부 터미널'로 향한다는 시내버스 번호가 적힌 종이와 구글맵(Google Maps) 밖에 없었다.


 생각보다 꽤 먼 거리였다. 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가도, 2시간 가량 걸린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방콕에서 출발하는 '투어'가 있었다. 반일 투어와 일일 투어 두 종류가 있는데 가격도 싸다. 250바트짜리 반일 투어와 750바트짜리 일일 투어가 있다. 반일 투어가 우리나라 돈으로 만 원도 하지 않으니 얼마나 착한 가격인가[반일 투어라고 해 봐야, 수상시장에 실어주고 데려오는 것 뿐이다. 수상시장에서의 쓰는 돈은 별도].


 왜 그랬을까? 

 '투어'를 통해 그곳 가고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아침 7시 출발, 점심 먹고 1~2시 경에 방콕으로 돌아오는 일정[반일 투어]. 시간에 얽매인다는 생각 때문이었을까. 그곳이 아무리 좋아도, '돌아와야 할 시간이 정해져 있다는 사실'이 싫었던 것 같다.


 

 

△ 관광객들이 몰리는 곳.

나는 몇 번의 '협상'끝에 저렴한 가격에 '배 한 대'를 대여하여 혼자 타고 다니며 가고 싶은 곳으로 갔다. 

'배'는 한 사람의 가격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암묵적으로 '배 한 대의 값'이 정해져 있다. 

따라서 많은 사람이 가면 좀 더 저렴한 가격에 배를 탈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러나 그것도 '협상'하기 나름이고 가격이 비싸다 싶으면 안 타면 된다. 

수상시장에는 수 백대의 배들이 관광객을 태우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나는 '혼자서' 담넌 사두악 수상시장을 찾아가기로 했다.

 방콕의 '남부 버스 터미널(Southern Bus Terminal)'에서 '담넌 사두억'으로 가는 미니버스를 탔다. 아침일찍 숙소에서 나왔지만, 버스 중앙차로가 없는 방콕의 출근길 도로 위에서 '시내버스'는 좀체 움직이지 않았기에 생각보다 늦게 '목적지'에 도착했다.

 관광객을 유혹해서 한 몫 챙기려는 '사기꾼'들의 제안을 거절하고, 한국인 특유의 '협상 정신'을 발휘해서 나름 만족할 만한 가격에 배 한 대를 빌려타고 수상시장을 돌아다녔다. 생각보다 많이 늦어서 그런지 단체 관광객들은 대부분 빠져나간 상태였고, 빈 배들도 눈에 많이 띄었다.

 할 일 없이 동네를 배회하는 한량 마냥, 수상시장 주변을 배회했다. 시장의 상인들이 많이 사라졌을 즈음 그곳을 떠났다. 


  

△ 수상시장의 묘미는 배를 타고 다니며, 배 위에서 파는 과일들을 맛보는 것 아닐까?

물론, 배 위에는 다양한 먹을 거리를 팔고 있고, 원한다면 우리는 얼마든지 그것을 맛볼 수 있다.




  4. '혼자'다니는 여행은 비싸다.

 많은 시간을 혼자 여행을 하면서 흘려 보냈다. 그러다가 가끔씩, 일행을 만나 함께 하게 될 때는 '함께'한다는 즐거움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돈'이 절약되는 것이 좋았다. 여러가지 음식을 맛있게 먹고도, 혼자 한 두 가지 메뉴를 먹을 때 보다 돈이 더 적게 든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느끼는 포만감 속에서의 만족감.

 이제는 '관광 명소'에 혼자 힘으로 찾아가는 것보다 '투어'를 통해서 가는 것 보다 더 싸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는 곳은 한 두 곳이 아니다. 점점 더 많은 곳에서 '혼자'는 더 많은 돈이 들 것이다. 


 


△ 배에서 내려 쉬고 있는 다른 관광객들(왼쪽).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삼삼오오 모여 배를 탔다.

혼자 배를 타고 수상시장을 돌아다니는 배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담넌 사두억'으로 가는 반나절 투어의 가격. 앞서 말했듯이 '너무나도 싼 가격'이다. 혼자 버스를 타고 방콕에서 '담넌 사두억'까지 가는 데 드는 편도 버스비가 약 100바트 정도, 가는 과정에서 수반되는 기회비용까지 더한다면 '더 비싼 가격'이 될 지도 모른다. 물론, 투어에게 싸다는 것 말고는 다른 매력은 없다.


  내가 처음부터, '비용'에 대해서 몰랐던 것은 아니다. 그리고, 혼자 가면 고생을 할 것도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나는 '혼자'가는 것을 선택했다. 무엇을 위해서 였을까?  


 

△ '담넌 사두억 수상시장'의 입구(왼쪽)과 '웨딩촬영'을 하고 있는 중국인 커플(오른쪽)




  5. 여행에 대하여, 자유여행이란 뭘까?

  중국의 소설가이자 철학자였던 '린위탕'은 '여행의 즐거움'이라는 수필을 썼다. 필자는 린위탕의 수필에 많은 공감을 하기에 수필의 일부를 소개하고자 한다.

  잘못된 여행의 두 번째는 나중 이야깃거리를 만들기 위한 여행이다. 차로 유명한 지방에서 찻잔에 입을 대고 사진기로 자신을 찍는 사람을 본 적이 있다. 물론 그 사진이 친구들에게 자랑이 되기는 할 것이다. 하지만 사진에 정신이 팔려 진짜 차 맛을 음미나 했을까? (중략) 보다 많은 곳을 구경하면 많은 화제가 생길 터이니 이들은 여행 계획표를 짜서 하루에 한 곳이라도 더 보려고 연필로 본 곳을 지워가면서 계속 강행군을 한다. 가능 능률적인 관람 운운하는데, 여행에서 능률을 따지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이다. 이렇게 바보같은 여행을 하다보면 필연적으로 세 번째 잘못을 저지르게 된다. 즉, '어디에는 몇 시 도착, 몇 시 출발, 체재 중에는 어디 어디를 구경하고, 호텔은 어디 몇 시에'등의 완벽한 점검으로 일정의 노예가 되고 마는 것이다. 집에 있을 때도 시계의 노예, 달력의 노예가 되어 고생하더니 여행을 가서도 여전히 시계에 사로잡힌다면 우습지 않을까? … (중략) 여행의 참맛은 방랑의 기쁨, 유혹, 모험을 즐기는 데 있다. 사실 여행이랑 방랑이다. 여행의 본령은 책임도 의무도 없이, 정해 놓은 시간도 없이, 오라는 데는 없어도 갈 곳 많은 데에 있다.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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