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nd edit(1st.11.05.02)

1. 착각 또는 편견.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착각들을 하게 된다. 그러한 착각(혹은 편견)은 자신의 경험의 일부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고, 단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간접경험] 생겨난 것일 수 있다. 다시 말해, 그 사물[또는 사람], 현상을 직접 경험하기 전에 생겨난 것일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편견에 사로잡히기 쉽다[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특히, 사람에 대한 편견[또는 착각]은 주로 첫인상[주로 외모, 옷차림 등과 관련해서 발생되는 이미지]에서 비롯되는 편견일 때가 많다. 또한 우리는 어떤 장소에 직접 가 보지 않고, 그 장소에 대한 이야기 혹은 사진만을 통해서 그 장소에 대해 미리 판단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이런 경우 일반적으로 좋은 이야기만을 접하거나, 잘 찍힌 멋진 사진들을 보기 때문에 그 곳에 대한 좋은 이미지가 형성된다]. 또 경우에 따라서는 특정 음식을 직접 맛 보지 않고, 그 음식의 모양새나 음식의 향(香)을 가지고 그 음식의 맛이 어떨 것이라는 판단을 하게 된다. 이러한 것들은 모두 자신[또는 주변 사람들]의 경험의 결과에 빗대어 판단을 내리고, 그 결과에 따라 착각 또는 편견을 가지게 되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어떤 사람을 여러번 만나고, 그 사람에 대해서 점점 더 알아가면서 자신이 처음에 가졌던 편견 또는 착각이 진실과는 달랐다는 것을 깨달을 때가 많고, 어떤 특정한 장소에 대해서도 직접 경험해 보기 전에 생각하던 것과 실제로 경험을 하면서 느끼거나 생각하게 되는 것들이 많이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될 때가 많다. 음식의 경우에도 눈에 보이는 모습과는 다르게 맛이 날 때가 많다[맛있거나 혹은 맛없거나].

  특정한 시각에 의한 착각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과 사물, 음식 등에 대한 착각 말고, 거의 모든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착각하거나 편견을 가지는 것이 있다. 그 대상은 바로 '밤(Night, 夜)'에 관한 것이다. 특히, 여행자들 사이에서 치안이 그리 좋지 않다고 이야기 되는 라틴아메리카의 '밤'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그 곳에 대해서 당신은 어떤 생각을 하게 되는가?



2. 착각, 편견. 그리고 진실을 알아가는 과정.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여행 자금을 마련하는 것이다. 나는 여행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같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동료 혹은 손님(고객)들]. 처음 사람들을 만나면 첫인상으로 그 사람이 어떠할 것이라는 혼자만의 생각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일을 하면서, 어떤 사람은 처음에 봤던 이미지[주로 나쁜]와는 전혀 다른 인간적인 면모가 많은 사람임이 드러나게 되는 경우가 있고, 어떤 사람은 처음의 이미지와는 다르게 이기적이거나 인간적이기 못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점점 거리가 멀어지게 되는 경우가 있었다.

  처음 그 대상의 본질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자기만의 생각을 하며 착각속에 빠져 있을 때는 서로가 불행한 단계이다. 하지만, 그 대상의 본질에 다가가서 진실을 알게 될 때, 그 순간이 바로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서로가 행복해지는 단계가 될 수 있다.
  비단, 사람 사이의 관계 뿐만 아니라 특정 장소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강화도 마니산에 갔을 때, 나는 강화도에는 고인돌만 있는 줄 알았다. 강화도에 대한 나의 생각은 고인돌에만 집중되어 있어, 엄청난 크기의 고인돌의 장엄한 모습을 생각했으나, 고인돌은 나에게 큰 감동을 주지 못했다. 나의 환상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아쉬운 마음을 가슴 한켠에 남겨둔 채, 해질 녘, 마니산에 올랐다. 등산을 좋아하지 않지만, 서해로 지는 태양을 바라보기 위해서였다. 다른 곳에서 바라보는 석양과 별반 다를 것이 없겠지라는 생각으로 오른 산행이었지만, 그 곳에서 나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석양을 보았다.[지극히 내 개인적인 생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석양이었다]

  이렇듯, 우리는 살아가면서 자신의 착각 또는 편견이 실제로 맞닥뜨렸을 때와는 정말 달랐다는 것을 느낄 때가 많다.




3. '밤(夜)'이 무서운 이유?

  라틴아메리카, 더 엄밀히 말하면, 남아메리카는 치안이 안좋기로 소문이 자자하다. 내가 들고 다니는 가이드북의 하나인 '외로운 행성(Lonely Planet)'에도 '밤'에는 항상 조심해야한다고 언급하고 있었다. 세계적으로 범죄율이 높기로 유명한 콜로비아의 밤거리를 기욤[콜롬비아의 수도 보고타의 호스텔에서 만난 프랑스인 여행자]과 함께 걸어가면서, 누군가가 어디선가 갑자기 나타나 우리를 흉기로 위협하며 돈을 빼았아 가려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성대를 통해서 끊임없이 공기중으로 내뿜었다. 그 순간, 불확실성이라는 공포가 항상 우리 주위를 둘러싸고 있었기에, 우리는 겉으로는 태연한 척 하면서도, 사실 속으로는 누군가 위협하면 돈으 내던지고 달아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렇다. '밤'이 무섭게 느껴진 이유는, 불확실성 때문이었다. 어두워서 보이지 않는 골목 저편에서 누군가가 칼을 들고 튀어나오거나, 총부리를 겨눈다면 우리는 꼼짝없이 당하거나 오줌을 지릴게 분명했다.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호기심을 만들기 보다는 어둠 속에서 누군가가 튀어나와 우리를[상대방은 우리를 관광객이라고 보기 때문에 돈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다] 위협하는 누군가가 있을 가능성이 더 클지도 모른다는 불안을 만들어 냈다.


  쿠바의 밤거리도 그러했다[엄밀히 말하자면 하바나의 밤거리]. 

  나는 싸구려 까사에서 좀 쉬다가, 밤이 점점 다가와 어둠이 도시를 삼켰을 무렵 거리로 나섰다. 쿠바의 극장, 공연장, 재즈클럽, 댄스클럽 등은 밤이 깊어질 무렵 문을 열었기에, 나는 공연을 보러 가고 싶은 마음에 거리로 나섰다. 차들이 많이 다니는 시내 중심가[까삐똘리오 근처]를 지나 인적이 드문 골목으로 접어 들었다. 공연장으로 가기 위해서 지나야 하는 관문이었다. 낡은 건물들이 줄지어 서 있는 하바나의 골목을 고요가 감싸고 있었다. 정적이 감돌았다. 사람들이 사는 주택 지역. 거리엔 휴지 조각만이 돌아다닐 뿐, 사람은 다니지 않았다. 나를 반기는건, 지팡이 짚은 노인의 걸음 걸이 만큼 힘 없어 보이는 주황색 빛을 내뿜고 있는 가로등이었다. 그것마저도 드문드문 자리를 지키고 있어서, 거리는 온통 어둠에 휩쌓여 있는 듯 했다. 주황색 빛은 폭풍우 치는 망망대해(大海) 속에서 저 멀리 빛나고 있는 희미한 등대의 불빛처럼 보였다.[그만큼 나는 심리적으로 많이 위축되어 있는 상황이었다]



4. 싸구려 까사에 몸을 눕히고.

  어둠 저편에서 누군가 소리를 질렀다. 그는 그것이 분명 자기 자신을 향해 누군가가 소리치고 있는 것이라고 확신했다. 어둠에 깔린 거리, 저 멀리서 안간힘을 다해 거리를 비추고 있는 주황색의 가로등 그리고 그 빛에 의해 희미하게 드러나는 건물의 낡은 벽만이 그의 시선에 들어왔다. 건장한 남자의 목소리 였다.
   "치노, 치노![Chino, 스페인어로 중국인을 뜻한다]" 혹은 "하포네스, 하포네스![Japones, 스페인어로 일본인을 뜻한다]
  거리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그 목소리는 밤길을 걸어가는 그를 보고 소리치는 것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그는 주위에서 아무도 보지 못했다. 그는 생각했다. 그 목소리는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걸까, 순간 두려움이 그의 몸을 엄습해 왔다.

  그는 멈칫했다. 그리고 고민을 했다. 이 거리를 통과해서 극장까지 가야하나, 아니면 이곳에서 다시 발길을 돌려 숙소로 돌아가야 하나. 그렇다고 굳이 택시를 타고 극장까지 가고 싶지도 않았다. 이런 밤에 아무 택시나 잡아 탔다가는 납치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사이클 릭샤[인력거와 똑같은 구조로 되어 있지만, 사람대신 자전거가 끌고간다] 호객꾼이 큰 도로변 옆에 있었던 것을 보았던 그는 그것을 타고라도 공연장으로 가볼까, 하는 생각을 잠시 했지만, 어느새 그것을 타고 공연장으로 가야겠다는 마음조차 길바닥에 내팽개 쳐져 있었고, 이미 그의 발걸음은 싸구려 까사가 있는 큰 길가로 향하고 있었다.

  그가 싸구려 까사로 돌아 왔을 때, 집의 거실에서는 주인 아줌마가 음악 공연DVD를 보고 있었다. 쿠바의 음악이 온 거실을 울리고 있었다. 그녀와 그는 간단한 대화를 나누었다. 그는 좁은 계단을 지나 1.5층에 위치한 그의 침대에 몸을 뉘였다. 쿠바의 밤이 점점 깊어져 가는 가운데, 그는 뭔가 아쉬움을 느끼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는 피곤한 몸을 좀 쉬게 해 주는것도 나쁜건 아니라고 스스로 위안 하면서 눈을 감았다. 

 

5. 쿠바의 밤이 무서우세요?

  나는 쿠바의 신시가지를 걸었다. 큰 길을 따라 혁명 광장으로 가서 휘날리는 쿠바의 국기를 보고, 큰 건물의 한 쪽 벽면에 새겨져 있는 체게바라의 모습을 보았다. 길 건너편에서는 [어디 소속인지는 모를]야구 팀이 훈련을 하고 있었다. 드넓은 혁명 광장에서 시간을 오래 보낼 순 없었다. 태양이 내 머리 위를 향해 자리를 옮기고 있었다.  그 곳엔 떨어지는 태양을 막아줄 무언가가 없었다. 그랬기에, 나의 발걸음은 신시가 위에 있었던 것이다.

  쿠바의 신시가는 구시가와 많이 달랐다. 2층 집들이 나란히 줄지어 있었고, 집 앞에는 가로수들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구시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매연 뿜는 자동차와 쓰레기는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 수많은 클래식카와 버스들의 소음도 신시가에는 들리지 않았다.
  조용했다. 한눈에 봐도, '부자 동네'라는 느낌이 들었다.


  큰 길가로 들어서기 전, 사거리에서 교통사고를 목격했고, 조금 더 가서 길거리에서 음악CD를 파는 노점상에서 음악을 듣다가 CD를 몇 장 샀다.[1장에 1CUC도 하지 않는 불법 복제 CD였다] 다양한 쿠바 아티스트들의 음악을 추천 받아서 CD를 샀다. 조금 더 가다보니, 정품 음악 CD를 판매하는 샵이 있길래 그 곳에 들러 음악을 들으며 CD를 구경했다[주로 외국인이 많이 들르는 곳인 듯 했다. 가격은 길거리에서 파는 음악CD의 7~8배 정도로 싼것은 5CUC, 비싼것은 15CUC까지 다양했다].

  그 음반 가게를 빠져나오며, 신호등 앞에 서 있는 두 사람을 보았다. 딱, 봐도 한국인. 그 쪽으로 다가가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잠시 놀라는듯한 눈치였으나 서로 반갑게 인사 했다. 그렇게 어쩌다 보니 점심 식사를 함께 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물었다. 밤에는 뭘  하세요? 밤에 공연 같은거 보러 가고 싶은데, 무서워서 못나가고 있어요. 그러자 다른 사람이 대답했다. 밤이 무서워요? 왜요? 쿠바가 라틴에서 치안이 제일 좋은 나라에요. 아, 그제서야 알았다. 그리고, 굳이 설명을 듣지 않았지만 왜 가장 치안이 좋은지 이해가 되었다. 그리고, 내가 머무는 불법 까사의 아들이 나에게 했던 말이 다시금 나의 뇌리를 스치면서 이해가 되었다.



6. 쿠바의 밤은 즐거워.

  그들은 식사를 마쳤고, 잠시 이곳 저곳을 함께 둘러 보았다. 그리고, 저녁에 만나 음악 클럽에 가서 쇼도 구경하고, 재즈 카페에 가서 저녁을 먹으며 재즈 공연을 보기도 했다. 그는 그 이후, 쿠바의 밤이 너무나도 친근하게 다가왔다.

  그는 생각을 했다. 왜 쿠바의 치안이 가장 좋을까, 언젠가 싸구려 까사 주인 아줌마의 아들이 그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나와 길거리에서 만나서 이야기를 할 때는 나를 쳐다보지마. 그리고 우리는 1~2m정도 떨어져서 길을 걸어야해. 내가 너와 이야기 하는 걸 경찰이 보면 나는 감옥에 가. 그리고 손을 잡거나 함께 걸어가도 나는 경찰에 잡혀가.
  
  쿠바는 외화 수입의 상당량을 관광객에게 의존하고 있었기에, 관광객의 보호에 상당한 관심을 쏟고 있었다. 그리고 관광객들에게 상당한 편의를 제공하고자 하는 노력들이 보이기도 했다.[그에 대한 대가로 관광객에게 상당히 높은 외국인 가격(Foreign Price)을 요구했지만 말이다.] 그리고 또 한가지, 사회주의 국가는 국가가 많은 것을 강력히 통제하기 때문에, 국가의 외국인 보호 정책에 따른 국가의  통제가 강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 날 이후, 그는 쿠바의 밤에 대한 착각, 오해를 풀 수 있었고 쿠바의 밤은 그에게 새로운 의미로 다가왔다. 그리고 쿠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밤을 즐기듯, 그도 쿠바의 밤을 즐겼고, 새로운 모습의 쿠바를 볼 수 있게 되었다.
  
  낮의 쿠바와 밤의 쿠바. 그것은 서로 다른 두개의 사회가 존재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 밤이 찾아오는 하바나



- 어둠이 스미는 까삐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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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시가의 광장, 밤엔 노천 카페가 드러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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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걸어서, 혁명광장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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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혁명 광장



- 광장


- 광장



- 말 그대로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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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시가 집들, 교통사고



- 신시가 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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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파트 위에서 본 구시가









- 재즈카페









- 카사블랑카를 바라보며



- 밤의 구시가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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