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비포선라이즈(Before sun rise)라는 영화가 있다. 혹시, 당신이 20대 중반을 좀 넘긴 나이라면 한 번 봤을 법한 그런 영화. 여행을 하면서 우연히 만난 두 사람이 사랑을 나누게 되는 그런 영화. [내가 고등학교 때 그 영화를 처음 봤고, 대학교 때 비포선셋(Before sun set)이라는 영화와 함께 한번 더 봤으며, 몇 해 전 모 여자고교에서 영어 멘토링 수업을 할 때 봤던 영화로써 총 3번이나 본 영화이다.]여행에 대한 로망이 스며들어 있는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혹시, 당신은 비행기를 타는 순간 또는 기차를 타고 어디론가 떠나는 순간. 그 공간에서 같은 공기를 마시는 사람중에 당신의 연인이 될 지도 모르는 그런 사람을 만나기를 기대하는가?



2. "나는 왜 너를 사랑하는가?"
  알랭드 보통의 책, <나는 왜 너를 사랑하는가?(한국어판)>의 처음 장면은 두 남녀의 "만남"이다. 그들은 우연히, 파리에서 런던으로 가는 비행기에서 만나게 된다. 두 남녀는 우연히 옆자리에 앉게 되고, 그들은 이야기를 하게 되고, 그들은 약속을 잡고, 그들은 사랑하게 된다. 이것 또한 짧은 여행에서 만들어진 사랑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3.                          
  에스토니아를 떠나는 날, 하늘은 파랳다.[비오는 발틱 거리의 종지부를 찍는 날이었다] 역시, 여행의 필수 요소중 하나는 파란 하늘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발트해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상쾌 했다. 숙소 뒤 편에 있는 언덕위에 있는 성벽엔 많은 사람들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었고, 나도 그들 사이를 서성였다.
 
  어느 관광객이 나에게 사진을 찍어 달라면서 카메라를 건네자[사진기를 들고 반대편으로 달려가면 흥미 진진할 것 같다는 생각을 1초 정도 해 봤다] 나는 구도를 잡고 셔터를 눌렀다. 그들은 고맙다며, 나에대한 관심을 나타냈다. 어디서왔어? 한국에서. 북쪽? 아니 남쪽에서 왔어. 나는 북쪽을 싫어해. 나도 북한이 무서워. 같은 짧은 대화가 오갔다.



6. 백야.                        
  6월 중순의 북유럽은 백야현상이 나타난다. 백야행(白夜行)이라는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글귀가 그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처음 에스토니아에 도착했을 때 그는 당황했었다. 아직도 환한 대낮같은 시간에 술취한 사람들이 거리를 활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길을 잘 못찾아서 헤메고 있었는데, 취객이 그를 도와주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시계를 보니 이미  오후9시가 가까운 시간이었고, 오후 11시가 되어도 밖은 여전히 환했다. 
  술을 마시다가 12시가 가까운 시간이 되어 자려고 했던 그도 창 밖을 보고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자정이 가까운 시간이지만, 밖은 아직 밝다.  이것이 바로 "백야 현상"

  그가 탈린[에스토니아의 수도]을 떠나,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떠날 시간이 가까워 져도 하늘의 태양은 사라질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거리는 여전히 밝았고, 차들과 사람들은 여전히 거리를 활보 했다. 술에 취한 사람들도 가끔 그의 눈에 비췄다. 그는 호스텔에서 저녁을 지어먹고, 남은 에스토니아 돈으로 마트에가서 최대한 금액에 맞춰서 과일을 몇 개 샀다. 버스 시간이 2시간 가량 남았지만 버스정류장을 향해 출발했다.



7.                             
  버스 정류장은 작은 규모였지만 시설이 나쁜편은 아니었다. 유리로 된 창문 넘어로는 버스 플랫폼과 들어오고 나가는 버스가 보였다. 대합실 안에는 버스를 기다리는 승객들 몇몇이 보였고, 사람들은 사라졌다가, 다시 생겨났다가를 반복하고 있었다. 나는 컴퓨터로 영화를 보고 있었다.

  어느 순간, 내가 고개를 들자, 내 눈앞에 백팩을 맨 여자의 뒷모습이 보였다. 검은색 생머리에 적당한 체구, 그리고 몸집에 비해 좀 커보이는 배낭. 어느새 내 마음속에는 영화에 욕망은 사라지고, 그 여자에 대한 관심이 싹텄다. 그리고 유리 너머로 그 여자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를 자세히 보지 못했지만[내 시력이 나빠서 10m 이상 떨어져 있는 사람은 구별을 못한다] 체구와 피부색과, 머리색깔과, 배낭등등을 종합해 볼 때, 한국 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 그리고 얼핏 피부색을 보니 완전 서양인도 아닌 것 처럼 보였다. 얼핏 봤을 때는 일본인 또는 히스패닉계의 여행자로 보였다. 

  언제부턴가 나는, 저런 여자들한테 매력을 느끼고 있었다[가장 중요한 것은 그런 여자들이 나에게 매력을 느끼느냐 겠지만 말이다. 어쨋든 이건 순전히 내 입장이다]. 여행을 하다보니 그런 것일 수도 있고, 자기 몸집보다 큰 백팩을 메고, 강인하게(?) 여행을 하는 모습. 그리고, 순수 백인보다는 히스패닉계열의 피부를 가진 여자.



8.                              
  그녀는 버스정류장 플랫폼과 대합실을 왔다갔다 하면서 분주하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는 버스 시간이 얼마나 남았나를 확인했다. 그리고 잠시 후 그가 타야할 버스가 도착했고, 그는 짐을 챙겨서 플랫폼으로 걸어 나갔다. 그 여자가 자신이 타야 할 버스의 차장과 이야기를 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그는 다가갔다. 그리고, 이야기가 끝날 때 까지 그녀와 차장에게서 약간의 거리를 두고 지켜보고 있었다. 하지만, 차장의 표정은 완고했고, 그녀는 뭔가를 부탁하는 듯했지만, 실패한 것 같았다. 
 
  차장이 그의 표를 보여달라고 했다. 그러저 그의 배낭을 버스 짐칸에 번호표를 붙여서 넣어 주었다. 그리고는 내 표를 가지고 그녀에게 보여주면서 말했다. 지금 곧 출발하는 버스는 이 티켓이 필요하고, 니 티켓은 다음 버스를 타야해 라고 말했다. 그러자 그녀는 돈을 더 지불할테니 태워달라고 말했다. 그러자 차장은 창구에가서 티켓을 끊어 오라고 했지만, 국제선 버스티켓은 버스회사사무실에서 파는데, 이미 사무실은 닫혀있었다. 그는 차장이 깐깐하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버스에 자리도 많이 남으면서 태워주면 안되나하고 생각했다.

  그와 그녀는 서로를 쳐다볼 뿐 이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는 지금 이 버스를 타야하고, 그녀는 30분 뒤에 출발하는 다음 버스를 타야했다. 차장은 버스가 이제 곧 출발할 테니 버스에 오라라고 손짓했다. 그녀는 한 번 더 차장에게 태워달라고 했지만 차장은 완고했다. 그는 그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9.                           
  나는 참 아쉽다는 생각을 했다. 왠지 당돌해보이는 그녀와 대화를 해 보고 싶었지만, 나에게 주어진시간은 없었다. 나는 버스에 올랐고, 유리창 뒤편 플랫폼에 있는 벤치에 앉아있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도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갑자기 그녀는 종이에 뭔가를 적었다. 그리고 버스에 올랐다. 차장이 내리라고 말했고, 버스에는 이미 시동이 걸려있었다.
 
  나는 뭐지?라고 생각했다. 그러자 그녀는 나에게 종이쪽지 하나를 건네 주었다. 종이에는 페이스북 아이디가 적혀있었다. 나는 그 쪽지를 지갑 한 귀퉁이에 꽂아 놓았다. 그리고 미소를 보냈다. 씨유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외치면서.



10.                         
   버스는 아침 6시에 목적지 도착 예정이었다. 밤 11시 20분 탈린 출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시간으로 오전7시 도착 예정 이었다. 가는 길 내내 해가지지 않았다. 백야속을 헤치고 버스는, 러시아와 에스토니아의 국경을 넘었다. 러시아 국경을 넘을 때, 저 멀리 강인지 바다인지 모를곳에 태양이 빛나고 있었다.[새벽 2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는데 말이다] 러시아 국경을 넘어 상트 페테르부르크로 향하는데 추위가 엄습해왔다. 러시아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역시 얼음과 추위의 땅 러시아인가?라고 그는 생각했다. 추위가 그의 몸을 엄습해왔다. 그는 추위에 몸을 떨면서 탈린에서 출발했을 그녀의 버스를 생각했다. 탈린에서 출발하는 다음버스와 시차가 30분이니까 30분뒤에 그녀가 탄 버스가 도착 할 테니 도착하면 정류장에서 기다려야 겠다고 생각했다.



11. 버스가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도착했다.
  버스기사가 나를 깨웠다. 도착했으니 내리라고 했다. 여기가 어디지? 나는 버스기사가 내리라는 대로 내렸더니 도로 한 복판이었다. 비는 내리고 있었고, 추웠다. 잠도 오고, 배도 고팠다. 러시아는 왜이렇게 추운거냐라고 생각하면서 러시아를 원망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예정시간보다 2시간이나 일찍 도착했다!![7시 도착예정이었는데 5시에 도착한 것이었다. 버스기시사가 미친듯이 밟았나보다] 
  나는 도저히 추위를 견딜 수 없어서 지하철역 건물안으로 들어갔다. 그 안에도 바람이 몰아쳐 들어왔다. 다음 버스가 도착하려면 적어도 2시간을 기다려야했다. 나는 생각했다. 추위에 떨면서 두시간을 기다려야 할까? 아니면, 호스텔을 잡고, 페이스북으로 연락해서 만날까? 고민했다. 그러다가 내린 결론은, 일단 추우니까 호스텔에서 인터넷으로 연락을 하자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예약한 호스텔을 향해서 지하철을 타고 떠났다.



12.  나중에 알게 된 사실.              
  나는 버스 정류장에서 그녀를 처음 봤지만, 그녀는 나를 낮에 시내를 돌아다닐 때부터 봤다고 이야기해 주었다.[내가 낮에 어떤 관광객 커플의 사진을 찍어 줄 때 자신도 거기에 있었다고 나에게 말해 주었다.] 그리고, 자신은 오스트리아에 살고 있다고 말해 주었다.






- 내가 머물렀던 호스텔의 주인. 나에게 커피 한잔을 권했다.





- 비개인 탈린의 하늘. 저 멀리 발트해가 보인다. 여기서 사진을 찍어 주었다.




- 버스정류장. 밤 11시가 넘어서자 조금씩 어둠이 찾아왔다. 저기 플랫폼 중간에 서있는 그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