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고요한 아침, 낯선 풍경과 마주했을 때.

  낯선 풍경과 마주할 때가 있다. 고요한 아침. 해가 대지를 붉게 물들이고 난 직후, 원래의 빛깔을 뽐내기 시작했을 때의 풍경은 우리 마음을 왠지 모를 뿌듯함으로 가득차게 한다.


  아침 해가 뜰 때, 우리가 서 있는 대지의 색상은 수 십, 수 백 가지의 색깔을 띄며 시시각각 변한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드물다. 고요한 아침. 낯선 풍경과 마주하는 일은 비단 여행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집앞에서도 느낄 수 있다. 

 우리는 집 앞의 풍경을 너무나도 익숙하게 느끼기 때문에 오히려, 그것이 서서히 바뀌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어느 순간, 나무를 바라보면 나뭇잎이 떨어지고 있고. 어느 순간, 나무를 바라보면 새싹이 돋아나고 있는. 그런 단절된 풍경만을 보게 된다. 그것은 익숙함에서 비롯된 풍경이다.


 고요한 아침. 대지의 어둠이 서서히 걷힐 때 마주치는 낯선 풍경. 우리가 수 년간 살아온 장소에서의 변화에도 벅찬 감동을 느낄 수 있는데, 하물며 살면서 처음 가본 도시의 아침을 고요속에서 맞이한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2. 모스크바. 그리고 레닌그라드스키 역(Leningradsky station).


 새벽 5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모스크바역을 출발한 기차는 모스크바의 레닌그라드스키역에 멈춰섰다.

레닌그라드스키 역 앞. 05:00 AM레닌그라드스키 역 앞. 05:00 AM

께 열차에서 내린 사람들은 어디론가 뿔뿔히 흩어졌고, 나는 지하철 역을 찾아 거리로 나왔다. 

 러시아 역사 강의를 들으며, 봤던 것 같은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책에 있던 풍경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혹시, 내가 잘못 온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기차에서 많은 사람들이 내렸는데, 나와 같은 길을 걷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태양이 떠오르고, 햇살은 건물의 벽을 타고 스믈스믈 내려왔다. 스탈린시대의 흔적은 그렇게 햇살을 받고 있었다. 내가 처음 본, 모스크바의 풍경이었다.







3. 내가 생각하는, 우리가 생각하는 모스크바(Moscow).

  크레믈린(Kremlin), 붉은 광장(Red Square), 바실리 성당. 내 머릿속 러시아의 이미지는 이런 것들로 채워져 있었다. 그리고 한 가지를 더하자면, 시베리아 횡단열차(Trans Siberian).

 

 러시아의 역사를 모르더라도, 러시아 혁명과 공산주의는 모르는 사람이 없으리라. 러시아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땅덩어리를 차지하고 있는 나라이지만, 사실 우리는 러시아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대학에서 우연히, 고대부터 현대까지 아우르는 러시아사 수업을 듣지 않았더라면 나도 몰랐을 것이다. 아마도, 우리가 러시아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이유는 이념의 문제 때문이 아닐까. 


△ 붉은 광장의 모습.

사진 - http://enjoiyourlife.com ⓒ자유인-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 모스크바의 중심에는 역사의 흔적이 있었다. 그리고, 러시아의 활기찬 모습도 엿볼 수 있었다. 


 따스한 햇살이 내리쬐는 모스크바 시가지의 벤치에 앉아서 모스크바를 느꼈다. 모스크바의 공기에는 포근함이 묻어 있었다. 역동적이지는 않지만, 생기가 있는 포근함이었다. 벤치 주변으로 새들이 날아 들었다가 다시 저 멀리로 날아기곤 했다. 파란 하늘, 낮게 떠 있는 구름들.

 6월 중순의 모스크바에는 이제 막, 봄이 찾아온 것 같았다. 며칠 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느꼈던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초겨울의 흐느적한 차가움과는 다른, 생기있는 햇살이 전해주는 따스함이 내 피부에 와 닿았다.


△ 붉은 광장 가는 길, 벤치에 앉아.

사진 - http://enjoiyourlife.com ⓒ자유인-



4. 붉은 광장, 그리고….

 붉은 광장을 거닐었다. 드 넓은 광장을 이리저리 쏘다니는 사람들을 보았다. 내가 그곳에 서서 뭔가를 한 것은 아니지만 모스크바의 중심에 서 있다는 것 만으로도 즐거운 기분에 취해있었다.


△ 크레믈린(크렘린). 붉은광장에서..

사진 - http://enjoiyourlife.com ⓒ자유인-


 크레믈린. 옆을 지나 저 멀리 바실리 성당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많은 사람들이 바실리 성당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 바실리 성당은 우리에게 굉장히 낯익은 건물이다. 그리고, 독특하게 생긴 건물이다.

 모스크바의 중심인 붉은 광장 한켠에, 현대 러시아와는 어울리지 않는 듯 하면서도 광장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 성당이 있다는 것에 또 한 번 감탄하며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 붉은 광장 한켠의, '바실리 성당'

사진 - http://enjoiyourlife.com ⓒ자유인-


 사진을 몇 장이나 찍었을까. 구름이 수도 없이 지나갔고, 주위를 몇 바퀴씩 돌면서 사진을 찍었다. 그러나, 내가 나온 사진은 찍지 못했다.



5. 시베리아 횡단열차 티켓(Trans Siberian ticket).

 모스크바에서 시베리아 횡단열차 티켓을 구입했다. 시베리아 횡단열차 판매 사이트를 통해 예약을 했던 티켓을 받으러 갔다. 


△ 야로슬라브역 앞의 레닌 동상.

야로슬라브역에서 시베리아횡단열차가 출발한다.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발착역인 야로슬라브역(Yaroslavsky vokazl). 그 앞의 광장에 있는 '레닌'동상. 파란 하늘 아래 위엄있는 포즈로 서 있는 레닌 동상 아래에서 티켓을 받았다. 

 러시아에서 가장 해보고 싶었던 것, 시베리아횡단 열차를 타고 유라시아 대륙 저편으로 가는 것. 이제 며칠동안 시베리아 열차를 타고 대륙을 이동한 뒤, 바이칼 호수 닿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미소가 저절로 피어났다.


모스크바의 오후는 즐거웠다.





- 붉은 광장


 

△ 붉은 광장 들어가는 곳(왼쪽), 근처 노천 카페(오른쪽)


△ 아르바트 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