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도, Map.
 
  역사 교과서나 위인 전기를 통해서, 혹은 다른 여러가지 매체를 통해서 한 번 쯤 들어 봤을 법한 이름이 있다. '김정호'. 조선시대에 '대동여지도'를 만들었다는 사람. 물론, 그 전에도 지도를 그렸던 사람은 많지만, 그의 이름이 아직까지 불려지는 이유는 아주 '정확하게'지도를 그렸기 때문이리라.

  여행을 가거나 어딘가를 찾아갈 때, 지도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여행을 하는데 있어서 지도는 아주 중요하다. 지도 없이 어딘가를 찾아 가겠다고 길을 나선다면 하루종일 길을 헤매면서 하루를 다 허비할 지도 모른다. 지도가 있어도 지도를 잘 볼 줄 모른다면 길을 헤멜 지도 모르지만, 지도가 있으면 현지인들에게 길을 물을 수가 있다. 요즘은 스마트폰의 지도 서비스가 아주 좋기 때문에 이제는 '디지털 지도'를 사용하여 쉽게 길을 찾기도 한다.

  지도를 보며 골목길을 누비다가 목적지에 도달 했을 때의 기쁨. 그 순간에는 택시를 타고 목적지에 도착 했을 때는 느낄 수 없는 성취감이 있다. 가끔은 함께 여행하는 사람들끼리 이쪽이니 저쪽이니 티격태격 하다가도, 서로 의견을 잘 교환하여 목적지에 제대로 도착했을 때는 서로간에 돈독한 신뢰를 쌓을 수도 있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존재한다는 사실[지도를 잘못 보고 이상한 곳을 헤메다가 결국 싸움에 이르게 되는 될 수도 있으니 조심하자].

  우리는 여행을 다니든, 일상 생활을 하든 '지도(Map)'라는 이름이 붙은 다양한 것들을 접한다. 지도는 알게 모르게 우리의 생활속에 스며들어 있다.


2.서울의 지도, 서울의 길.


   전 세계의 여느 대도시가 그렇듯이 서울에는 무수한 지하철 노선이 얽히고설켜 있다. 지방 작은 도시에 사는 사람이 서울에 올라와서 지하철 노선도를 처음 보게되면 눈이 휘동그래 진다. 지하철 노선도는 내가 어디에서 어디로 가야할 지 골똘히 생각하게 만든다. 

  함께 자취를 하던 친구와 주말마다 오토바이를 타고 서울 관광 안내 책자에 나오는 서울의 관광 명소를 돌아다니던 때가 있었다. 큰 도로를 벗어나 작은 골목길이나 좁은 도로를 지날 때, 어디로 가야할 지 몰라서 헤매던 기억이 있다. 구불구불 꼬여있는 서울의 골목길은 저 길이 이 길 같고, 이 길이 저길 같은 느낌이 들었다. 지도가 있었지만, 길을 찾기란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우리가 찾던 목적지가 나오기도 했다.


3. 뉴욕 지하철 노선도(New York Metro Map)

  JFK공항(John F.Kennedy International Airport)에서 맨해튼의 125th Street까지 지하철을 타고 이동 했다. 125번가는 할렘의 중심가였다. 그 곳에 위치한 숙소가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가장 저렴한 숙소 중 하나였기에 나는 서슴없이 그곳으로 이동했다. JFK 공항에서 출발하여 두 번 지하철을 갈아타고나서 125번가 역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러고 나서 게스트하우스에 비치된 뉴욕 관광 안내 지도를 집어 들었다. 그 지도의 한쪽 면에은 큼직하게 뉴욕 메트로 맵이 뉴욕의 지도와 겹쳐져서 그려져 있었다. 아주 간략하고 보기 좋게.


  나는 뉴욕 지하철 지도의 역 이름을 살펴 보던 중 한 가지 특징을 발견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지하철역 이름과는 좀 다른 역 이름들. 우리나라의 지하철역이름은 그 동네의 지명이나 큰 건물의 이름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았다.[예를 들면 3호선의 대화, 구파발, 불광, 홍제, 옥수, 약수, 압구정 등] 그렇지만 뉴욕 지하철의 역들은 대부분 그 거리의 이름을 지하철 역이름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특히, 맨해튼의 경우 그 특징이 두드러 졌다.



△ 뉴욕 지하철 노선도(New York Metro Map)


 맨해튼은 가장 아래 쪽, 남쪽의 1st street부터 북쪽으로 가면서 동서로 가르지르는 길에 번호를 부여해서 길 이름을 구성하고 있엇다. 1st, 2nd, 3rd, 4th, 5th .... 10th, 100th, 125th street...이런 식으로 동서를 가르지르는 도로에는 스트릿(street)이라는 이름이 붙었고, 남북을 가로지르는 길에는 way라는 이름을 붙이고 있었다. 그래서 맨해튼을 남북을 가로지르는 대표적인 길이 바로 '브로드웨이(broad Way)'이다.  지하철 역들은 주로 street 넘버를 지하철 역 이름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같은 스트릿(Street)의 동쪽과 서쪽에 서로 다른 지하철 노선이 지나가는 경우에는 동일한 지하철 역 이름을 가지고 있었기에 나는 종종 실수로 다른 역에서 내리곤 했다.

  내가 가장 눈여겨 본 지하철 역은 나의 숙소가 위치하고 있던 125th Street와 42nd Street의 타임스퀘어 역이었다. 그 외에도 20번가, 7번가 등 많은 역들이 거리 이름으로 되어 있어서 그곳을 지도에서 그곳을 찾아 이동하기가 아주 쉬웠다.


4. SOHO부터 Wall Street까지.
 

   소호(SOHO)에 가 보고 싶었다. 예전에는 화랑이 즐비해 있었다지만 높아진 임대료로 인해 화랑들은 이제 주로 첼시 쪽으로 이동하거나 더 먼 곳으로 서서히 이동하고 있다고 했지만 '화랑'의 흔적을 찾고 싶었다. 소호는 패션의 거리가 되어 가고 있다고 들었다. 론니플래닛 뉴욕 시티(Lonely planet, New York City)에 나온 안내에 따라 지하철 역에서 내렸지만, 그곳이 소호인지 아닌지 알 수 없었다.

 그곳이 소호라고 해서 '여기가 소호 입니다'라는 안내판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소호역'이라는 말도 없었으니 나는 그저 사람들을 따라서 걸을 수 밖에 없었다. 왠지 내가 가는 곳이 '소호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무작정 사람들이 많이 가는, 젊은 사람들의 발걸음을 뒤쫓았다.


    

△ 리틀 이탈리아와 차이나타운은 붙어 있다.


  길을 걸으며 거리 곳곳에 파편처럼 흩어져 있는 예술의 흔적과, 건물들의 모습에 취해 셔터를 누르다 보니 어느새 내가 와 있는 곳은 '리틀 이탈리아(Little Italy)였다. 언젠가 '리틀 이탈리아'에 대해 읽은 기억이 났다. 차이나타운 근처에 위치한 '이탈리아 타운'. 조금 더 걸으니 '차이나타운(China town)'이 나왔다. 그러면서, '차이나 타운의 지하로 잘못 들어가면 영영 빠져나올 수 없다'라는 말이 생각났다. 차이나타운의 지하는 미로처럼 얽혀 있어서 뉴욕 경찰들도 그곳으로 들어가는 것을 꺼려한다는 이야기.

  차이나타운의 한 테이크아웃 음식점에서 사람들이 음식을 사 가는 모습을 보니 배가 고파왔다. 메뉴를 고른 만큰 돈을 지불하는 방식이었는데, 가격은 저렴했다. 음식을 사 들고, 근처에 있는 공원에 앉아 배를 채운 다음 다시 발걸음을 남쪽으로 옮겼다. 점점 더 소호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좀 더 남쪽으로 내려가자 NYPD(뉴욕 경찰서)건물이 나왔고, 경찰의 제지를 받았다. 더 이상 이쪽으로 오지말라고 소리쳤다. 나는 방향을 서쪽으로 돌려 계속 걸었다. 법원 같은 건물이 나왔고, 나는 다시 지하철 역으로 들어갔다. 42번가로 돌아가려 했으나, 나는 지하철을 잘못 타버렸고 브루클린 브리지(Brooklyn Bridge)를 건넜다. 맨해튼을 떠나 브루클린으로 가고 있었다. 맨해튼의 야경이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5. SOHO에서 타임스퀘어까지.

  나는 다음날 또 다시 소호를 찾았다. 이번에는 다른 지하철 역에서 내렸다. 왠지 그곳이 소호의 중심일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지하철을 빠져나오니 많은 사람들이 거리를 활보하고 있었다. 그리고 많은 유명 브랜드의 매장이 깃발을 펄럭이며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제대로 찾아온 것 같았다. 아메리칸어페럴, 유니클로, 바나나리퍼블릭, 게스, 디씨슈즈 등의 많은 해외 유명 의류 브랜드들이 내 눈에 띄었다. 호주에서 자메이카까지 6개월 이상을 보내면서 나는 여름 옷만을 가지고 있었고, 뉴욕의 추위를 견디기 힘들었다. 소호의 여러 의류 매장들을 돌아다니며 옷을 구입했다. 통장 잔고는 조금씩 줄어들었지만, 추위를 막을 수 있다면 통장의 잔고가 줄어드는 것은 따위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 소호 거리에 있는 게스(guess)매장과 젊은 이들.

  
   소호의 거리들을 돌아다니며 쇼핑을 하고, 사진을 찍고, 거리의 분위기를 관찰했다. 거리의 분위기를 밝고 활기가 넘쳤으며, 다양한 먹거리들이 즐비하고 있었다. 북쪽으로 발걸음을 옮겨 뉴욕대(NYU)를 지나 42번가 까지 갔다. 42번가는 타임스퀘어 근처에 위치한 곳이라서 그런지 많은 사람들이 붐볐다. 해가 저물고, 현란한 불빛이 하나둘 거리를 메우기 시작했다. 기온은 조금씩 더 떨어지고 있었다.

 

△ 뉴욕대(NYU)지하철 역(왼쪽)과 뉴욕대 근처 공원의 개선문(오른쪽)

 

  숙소 근처에 위치한 유명한 재즈 카페에서 재즈 공연을 볼 생각을 한 나는, 간단히 식사를 하고 재즈 카페를 찾았다. 재즈 공연을 보기 위한 사람들로 카페는 붐비고 있었다.



6. 길 찾기가 쉬운 맨해튼.

  전형적인 바둑판식 도로가 깔려 있는 맨해튼. 맨해튼의 중심에는 센트럴파크(Central Park)가 있고, 그 오른쪽을 이스트사이드(East Side), 왼쪽을 웨스트사이드(West Side)라 부르고 있는 곳. 1번가(1st street)부터 약 130번가까지 차례로 하나씩 숫자를 붙여 나가며 동서를 가로지르는 길이 있는 곳. 남쪽을 향해 계속 길을 걷다 보면 1번가와 2번가가 나왔고, 배터리 파크에 서서 강 저 멀리를 바라보면 자유의 여신상이 서 있었다.


 

△ 42번가 역 안(왼쪽)과 42번가 역을 나왔을 때 만날 수 있는 풍경.



  나는 20번가와 42번가 사이를 수 없이 왔다갔다 했고, 그렇게 다니다 보니 어느새 맨해튼은 지도 없이도 다닐만 한 곳이 되어 있었다. 나는 맨해튼 말고 주변 지역(롱아일랜드, 브루클린, 퀸즈)도 돌아다녀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미국에 유학와 있는 친구를 만나러 뉴저지에도 가 보고, 롱아일랜드, 퀸즈, 브루클린의 여러 패션 아이템 샵에도 들러 좋은 패션 아이템을 찾아보거나, 거리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야 겠다고 생각했다. 

  뉴욕은 아무리 보고 또 보아도, 새로운 매력으로 다가오는 그런 곳이었다.




 

△ 42번가를 향해 가는 길(왼쪽)과 42번가 주변(오른쪽)


△ 차이나타운 관광 안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