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미술, 미술관 그리고 예술.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은 다양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목적에 따라 여행 장소가 정해지기도 한다. 가령 히말라야의 안나푸르나 산자락을 트레킹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네팔의 포카라로 향할 것이고, 유럽 이곳 저곳을 누비며 중세 유럽의 흔적을 느끼고 싶은 사람이라면 유럽 배낭 여행을 떠날 것이다. 저렴한 여행 경비로 다양한 먹거리와 놀거리를 찾는 사람은 동남아로 떠날 것이고, 홍콩으로 떠나는 사람은 쇼핑을 할 생각에 가슴 부풀어 있을 것이다. 이처럼 여행의 목적지는 그 여행의 성격과 많은 연관성을 가지게 된다.


  일반적으로 유럽 여행을 하면서 가장 많이 가게 되는 곳 중 하나가 박물관 혹은 미술관이다. 특히, 유럽에 있는 유명 미술관의 경우는 항상 많은 사람들로 북적댄다. 중세시대 뿐만 아니라 근대의 유명한 화가의 생가를 비롯해서 다양한 장소가 미술관으로 꾸며져있고, 그런 미술관을 둘러보기 위해서 멀리서 비행기를 타고 오거나, 기차를 타는 것은 흔한 일이다. 영국의 내셔널 갤러리(National Gallery), 테이트모던(Tate Mordern), 프랑스의 오르세 미술관(Orsay Museum), 로댕 미술관, 피카소 미술관, 네덜란드의 반 고흐 미술관 등 유럽에 위치한 많은 유명 미술관들은 항상 많은 관광객들로 붐빈다. 중,고등학교 시절 교과서에서 보았던 그림들을 이들 미술관에서 확인할 수 있다는 사실은 유럽의 유명 미술관을 찾는 사람에게 두 배의 기쁨을 선사해 준다.

△ 뉴욕 현대 미술관(The Museum of Modern Art, MoMA)은 세계 3대 현대 미술관 중 하나이다.

  미술, 예술에 대한 여행자들의 갈망은 어디에서 부터 비롯된 것일까?[물론 모든 여행자가 미술관에 대한 갈망이 있다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외국의 유명 미술관에 있는 작품들을 자신의 나라(우리나라)에서 우연히 감상할 기회가 생겼을 때, 그것을 감상하기 위해서는 여행지에서 지불하는 대가의 몇 배를 치루어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갈망의 근원이라고 말하는 이가 있을 수도 있다. 또 다른 이유로는, 여행자들은 여행에서 여유를 만끽하기 위해 미술관에서 작품을 감상하기도 하고, 잘 정돈되고 쾌적한[미술관이나 박물관은 다른 장소들에 비해서 비교적 쾌적한 환경을 갖추고 있다] 환경 속에서 시간을 보내기를 원하기 때문에 미술관을 갈망하는 것일 수도 있다. 물론 미술이나 예술에 대한 갈망의 가장 근본적인 근원지는 여행자 개인이 가진 다양한 미술 작품에 대한 관심이 되겠지만, 여행자들이 들고 다니는 작은 책자들은 많은 지면을 할애해 가면서 여행자들에게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기 대문에, 여행자들은 그 정보들에 현혹되어 미술과 예술에 관한 갈망을 싹틔우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2. 예술과 공공질서의 파괴 사이.
  골목길을 걷다 보면 건물의 벽이나, 담장에 그려진 그림들을 볼 수 있다. 스프레이 락카로 그려진 그림들을 가리켜 누군가는 공공질서를 파괴하는 낙서라고 말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그런 것들도 예술의 하나라고 말하기도 한다. 낙서와 예술은 분명히 구분되어야 한다.

  예전에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샤갈전이 열렸을 때, 많은 사람들이 한국에 찾아온 샤갈의 그림들을 보기 위해 서울시립미술관을 찾았다. 샤갈의 그림들은 경매에서 고가에 거래되는 것은 물론이고, 수 많은 사람들이 많은 대가를 지불해 가면서 샤갈의 그림을 보기를 원한다. 샤갈의 그림을 가리켜 '예술 작품'이라고 말하는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거리의 담벼락에 그려진 '그래피티(Graffiti)를 보고 누군가는 예술이라고 하지만 누군가는 '낙서'라고 말한다. 예술의 관점에서 본다면 '담벼락에 그려진 그림'은 거리의 분위기를 조금 더 밝고, 아름답게 꾸며준다는 측면에서 '예술'이라고 일컬을 수 있다. 하지만 예술의 기준을 '미술관의 작품'으로 정의하는 사람의 관점에서는 거리에서 비바람을 맞으며 아무렇게나 그러져 있는 작품은 낙서인 것이다.


  공공질서를 파괴하는 낙서와 예술성 높은 미술 작품으로 평가되는 기준은 참으로 모호하다. 그 기준이 일관성 없는 편견의 산물일 뿐이라는 것은 이미 뱅크시(Banksy)라는 아티스트에 여러차례 풍자되기도 했다.

  

△ 예술일까? 공공질서의 파괴일까?


3. 세계의 수도, 뉴욕(New York City)
  뉴욕을 세계 경제, 문화의 수도라고 말한다. 그 중에서도 특히 맨해튼의 월스트리트(Wall Street)는 경제의 중심지로 불린다그리고 뉴욕은 '문화의 중심지'라고도 불린다. 특히 현대 미술과 관련하여 60년대, 70년대 자본주의와 미술. 그리고 팝 아트. 다양한 현대 미술과 모더니즘을 넘어선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에 뉴욕은 많은 아티스트들의 활동지였다. 
  
  나는 세계 3대 현대 미술관 중 하나로 불리는 모마(MoMA, Museum of Mordern Art)에 가 보고 싶었다.  유럽 배낭여행을 통해서 유럽에 있는 세계 3대 현대 미술관 중 두 곳인 영국 런던의 테이트모던(Tate Mordern), 프랑스 파리의 퐁피두센터(Centre Pompidou)센터를 둘러보았던 나로서는 세계 문화의 중심지 뉴욕의 모마(MoMA)를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또한, 맨해튼 근교(브루클린, 롱아일랜드)에서 그래피티, 재즈 카페에서 재즈(Jazz) 공연, 링컨 센터에서 열리는 공연, 브로드웨이의 뮤지컬 그 외의 다양한 뉴욕만의 특권을 즐겨야 겠다고 생각했다.

 

△ 링컨센터(왼쪽)과 자유의여신상 내부 전시관(오른쪽)


4. MoMA, 그리고 MoMA PS1

  우리는 편지를 쓴 뒤, 중간에 빠뜨린 부분이나 본문에 적지 않은 중요한 말은 편지의 끝에 P.S(추신 혹은 덧)라는 말과 함께 간단히 적으면서 편지를 마무리 할 때가 있다. 뉴욕 맨해튼에 있는 MoMA 본관과 롱아일랜드에 있는 MoMA PS1의 관계가 편지 본문과 추신(PS)의 관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맨해튼에 위치한 MoMA의 본관엔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깔끔한 내부와 그 안에 어울리는 작품들. 미술관을 탐험하며 돌아다니는 몇 시간 동안 나의 감정과 마음, 그리고 나의 기대를 충족시켜 주는 작품들. 오디오 가이드와 함께 하는 모마 여행은 나를 만족시키기에 충분했다. 모마는 다양한 섹션에서 예술의 다양성을 보여주었고, 많은 사람들의 휴식처이자, 눈을 즐겁게 해 주며, 감성을 키워주는 공간이었다.

△ 'MoMA'의 다양한 작품들.


   롱아일랜드에 있는 MoMA PS1의 입장료는 무료였다[MoMA의 입장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 한해서 무료입장]. 무료라고 하지 않아도, PS1은 MoMA보다 훨씬 작은 규모의 미술관이었기 때문에 입장료가 절반이 채 되지 않았다. PS1은 설치 미술을 위주로 꾸며진 공간이었다. 나는 팝 아트와 설치미술에 상당한 흥미가 있었기 때문에, 느낌은 달랐지만 모마에서 느꼈던 것 이상의 만족을 얻을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학교와 비슷한 같은 구조로 되어 있는 미술관은 외곽 지역에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PS1의 방문객은 나를 포함해서 다섯 명이었다. 그 곳에선 미술 강의도 이루어 지고 있었다[세미나 실에서 1:1 또는 2:1 강의를 하고 있었다]. 각 방마다 안내원을 겸한 감시자들이 나의 행동을 주시했다. 방문자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그들은 미술 작품을 감상하듯이 나의 행동 하나하나를 감상햇다.

△ 롱아일랜드에 있는, MoMA PS1


  미디어 아트의 영상을 보고, 영상이 말하고 있는 것을 생각했다. 독특한 아이디어로 설치된 작품들을 보면서 감탄하며, 다양한 각도에서 작품을 바라보면서 몸을 이용해서 다른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즐거웠다. 1층 복도에서는 카페테리아에서 흘러나온 여자들의 목소리로 가득찼다. 미술관에 근무하는 여직원들은 카페테리아에서 점심을 먹으며 수다를 떨었다. 나는 그녀들의 목소리를 미술관 바닥에 그대로 흘려 놓은 채 미술관을 빠져나왔다.

△ MoMA PS1의 작품


5. 그래피티.
  MoMA PS1을 빠져 나와, 근처 건물 벽을 가득 메우고 있던 그래피티를 구경했다. 그래피티 스쿨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빽빽하게 그려진 그래피티들. 보기 좋게 잘 꾸며진 건물이었다. 나는 세계 각국의 골목을 거닐면서 그래피티 사진을 많이 찍었던 나 였지만, 뉴욕의 그래피티들이 작품성이 가장 뛰어난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 그래피티


6. 구겐하임 미술관
  언젠가 책에서 본 적 있는 건물 모양이었다. 구겐하임 미술관은 독특한 건물 모양으로 유명한 미술관이었다. 구겐하임 미술관. 건물의 중간이 뻥 뚫려서 하늘에서 쏟아지는 햇빛이 건물 내부로 흘러 들어왔다. 채광이 잘 되었고 분위기는 독특했다. 중앙 홀에서 남녀 한 쌍이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엇다. 행위예술. 천천히, 천천히, 서로를 애무하며 키스를 하는 퍼포먼스였다. 아침 일찍 방문한 구겐하임 미술관엔 사람이 얼마 없었다. 그들은 천천히 움직이며 포퍼먼스를 계속 했다. 그리고 몇 시간 동안 작품을 감상하며 꽤 오랜 시간을 보낸 뒤, 아래쪽을 바라보았을 때도 퍼포먼스는 계속되고 있었다. 제법 많은 학생들이 미술관을 방문 중이었고, 퍼포먼스를 하는 주변에는 사람들이 앉아서 그들의 모습을 구경하고 있었다. 예술이란!

  유치원생, 초등학생처럼 보이는 학생들이 체험 학습을 하는 듯 했다. 미술관에 방문한 사람들을 상대로 여러가지 질문을 하고 퀴즈를 푸는 활동을 하는 듯 했다. 많은 학생들이 미술관을 방문한 다른 사람들에게 달려가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도움을 요청했다. 물론, 나도 예외일 수는 없었다.

  

△ 구겐하임 미술관 외관(왼쪽), 구겐하임 미술관 미술관의 퍼포먼스(오른쪽)


7. 거리 곳곳의 작품들.
  뉴욕 거리 곳곳에는 다양한 예술 작품들이 많이 있다. 우리나라에도 간혹 대기업의 건물 입구나 큰 건물의 입구에 설치 미술 작품들이 있는 것을 볼 수 있지만, 뉴욕의 거리에는 거리 곳곳에 많은 작품들이 산재해 있었다. 나는 9.11테러로 무너져 내린 세계 무역 센터 자리를 오가며 근처 벤치에 앉아 있는 동상을 보았고, 큐브를 보기도 했고, 그 외에 다양한 작품들을 거리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뉴욕은 도시 자체가 미술관이었다. 도시 곳곳에 현대 미술의 흔적이 보였다. 미술관이든 거리든 어디든지 예술이 있었다. 뉴욕은 그런 곳이었다.

  

△ 월드 트레이드 센터(WTC)와 거리 곳곳의 예술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