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cond Edit.


1. 여행자의 필수품(?) - 복대.
  많은 여행객들이 복대를 차고 다닌다. 그리고 여행사에서도 복대를 권한다. 요즘 복대는 예전처럼 몸 속 허리에차는 그런 것 말고도 다양한 제품이 나오는 것 같았다. 나는 첫 배낭여행지였던 유럽 배낭여행때 말고, 그 외의 여행에서 복대를 하고 다닌 적은 없다. 왠지 복대를 차면 불편하다고 느껴진 것이 가장 큰 이유이지만, 이제는 소매치기들이 모든 여행자들이 복대를 한다는 것을 알고 복대를 노린다는 말도 있었기 때문에 나는 복대를 신뢰하지 않았다.
 

2.                              
  나는 젊은 시절[지금도 젊지만, 더 젊었던 시절] 칠칠맞지 못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왠지 덤벙대고, 물건을 잘 잃어버리고, 놔두고 다니고. 아무튼 그런 일들이 많아서 많이 혼나기도 했고, 혼자 자책도 많이 했다.
  유럽 여행을 할 때는 기차가 주요 이동수단이 되는데, 기차를 타고 내릴 때 마다, 내 물건 하나씩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항상 나의 흔적들은 기차 좌석 한 켠에 남겨두었다.[지금은 매번 자리를 떠날 때 마다 내 자리를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
  그 외에도, 나는 시간에 쫒기거나, 무언가 급하게 하다가 내 물건들을 그 자리에 그대로 놔두고 떠나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리고 그 물건을 놔두고 왔다는 사실을 알아 차렸을 때는 이미 그 곳에 돌아기가기에 너무 늦어버린 시점이었다.

  발칸반도 여행, 크로아티아 스플리트(Split, 크로아티아의 미항美港)에서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흔히들 '보스니아'라고 한다]의 모스타르(Mostar)로 떠날 때의 일이다.
  곧 버스가 출발 한다는 사실을 알고, 현급 지급기에서 버스비 만큼의 돈을 인출한 다음 버스표를 사고 버스에 올랐다. 버스는 아드리안해의 해변 도로를 따라 달리다가, 산길로 접어 들었고, 곧이어 국경 검문소가 나왔다. 국경 검문소에서 나는 깨달았다. 내가 현금 지급기에 카드를 그대로 꽂아 둔 채 돈만 빼 들고 버스표를 사고, 버스에 올랐다는 사실을 말이다. 
  헐, 내 카드의 돈은?! - 아니나 다를 까, Mostar에 도착해서, 인터넷으로 내 계좌를 확인해보니 잔고는 세자리였다[몇 백원이었다]. 내 통장에 들어있던 여행 자금을 전부 다 도난당했던 거였다.[그 현금 지급기는 오픈형이라서 내 뒷사람이 내가 비밀번호 누르는 것을 본 것 같았다. 내 비밀번호는 지극히 단순했기 때문에.......]  그렇게 한 순간에 여행 자금을 도난당하고, 카드도 잃어 버리고, 그나마 하나 더 있던 카드 조차 칩이 고장나서 쓸 수 없는 상황이었다.

  아무튼, 나는 칠칠맞지않음으로 인해, 나는 그런 고생도 했다.


3.                      
  보스니아를 떠나, 세르비아로, 세르비아에서 죽을 뻔한 위기를 넘기고, 불가리아로, 그리고 다시 그리스로, 그리스에서 치욕적인 사건(?)을 당하고 다시 터키로. 그리고 다시 이집트로 비행기를 타고 왔다.[발칸 플렉시패스가 있어서 기차는 무료였기에, 기차에서 잠을 많이 잤다] 
  
  내 수중에 있던 현금은 거의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가지고 있던 유로는 이미 다 썻고, 약간의 US$가 남아 있을 뿐이었다. 뭐 그래도 갈 곳은 가고, 할 건 해야지!
  나는 이집트 시와 사막(Siwa desert, the great sand sea)으로 가기 위해 이집트 북부의 지중해 도시 알렉산드리아로 갔다.[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이 있는 그곳!] 역시 그 곳은 지중해 분위기가 좀 나기도 했다. 바닷가를 거닐며 조금은 낯선 풍경을 바라보았다. 차도르[아랍의 여인들이 일반적으로 하는 복장, 모든 몸을 가리고 눈만 내놓는 그런 복장]를 그대로 입은 채 바다에서 파도를 타며 즐겁게 노는 모습을.[웬지 좀 불편할 것 같다는생각을 했지만, 그들은 이미 적응되어 있으리라]
  
  버스터미널 매표 창구[여기서도 여성들에 대한 배려를 볼 수 있었다. 남자들의 줄이 엄청나게 길었지만, 여자가 오면 그들은 줄을 서지 않고 바로 창구 직원이 상대 해 주었다. 이것이 바로 문화차이?]로 가서, 시와(Siwa)로 가는 버스 티켓을 구입하고, 나는 다시 호스텔로 돌아오기 위해 트램을 탔다. 트램을 탔는데, 내가 탄 차량에 여자들만 타고 있는 것이었다. 남자들은 다 어디로갔지? 라고 생각했지만, 뭐 별로 신경쓰지 않고 나는 출입문 옆에 구석쪽에 자리를 잡고 서 있었다.[ 이집트는 지하철과 트램에 여성전용차량이 있어서, 한 칸은 여성들만 탑승하도록 되어있다. 나는 지하철에는 그런 것이 있는 걸 알았는데, 4개의 차량으로 구성된 트램에도 그런 것이 있을 줄 몰랐다]
  
  몇 정거장을 가자 사람들이 좀 많이 탔다. 그렇다고 해서 몸을 부대낄 정도로 사람이 복잡한 건 아니었는데, 희한하게 한 명의 뚱뚱한 여자와 한 명의 호리호리한 여자가 나에게 몸을 심하게 부대끼는 것이었다. 나는 구석에 몰려있는 상황이라서 어쩔 도리가 없었다. 속으론, 이것들이 미쳤나 왜이러지?라고 생각했지만. 그들이 소매치기 일거란 생각은 하지 못했다.

  생각해 보라. 차도르를 한 이슬람 여성이 소매치기였다니. 왠지 순종적이고, 착해 보이는 사람들이 말이다.[하지만 이집트는 예외다]


4.                       
  그에게 다가와 부대끼던 두 명의 여성은 얼마 후 내렸고, 그는 대여섯 정거장을 더 가서 내렸다. 그리고 호스텔로 가서 아까 계산하지 못한 방값을 계산하기 위해[담당자가 없어서, 큰 배낭만 맡겨 놓은 채 버스터미널에 다녀온 것이었다] 크로스백을 잡는 순간 그는 숨이 멎는 듯 했다.
  그의 크로스백이 열려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 붐비지 않던 트램에서 이상하게 그에게 달라붙어 몸을 흔들던 그 여자들이 생각났다. 설마.설마.설마. 그는 가장 먼저, 카메라를 찾아보았다.[여행이 어느 정도 지난 뒤에는 돈 보다 중요한 것은 카메라다. 그리고 카메라 본체보다 중요한 것은, 카메라 메모리 카드이다]
  
  휴 - 그는 안도의 숨을 내 쉬었다. 카메라는 무사히 있었다. 그러나 지갑은 보이지 않았다. 지갑 속에 있던 국제 학생증과, 국제 유스호스텔증, 그리고 그 외의 각종 카드들이 눈 앞을 스쳐 지나갔다. 돈은 어차피 3일 정도의 생활비만 가지고 다녔기에, 그리 큰 금액은 아니었지만, 카드가 문제였다. 그리고 선물받은 그의 지갑.


5.                     
  나는 호스텔에 돈을 지불하고, 경찰서로 달려갔다. 소매치기를 당했다고. 아, 이집트 경찰들 답답하기로 소문나 있는데, 역시 정말 답답했다. 이리 와라, 그리로 가니, 저리로 가 봐라, 저리로 가니, 또 다른 곳으로 가봐라. 소매치기 당했다고!! 뭔, 그냥 도난신고확인서 하나만 써 주면 되지 왜이리 쓸데없는 걸 물어보는지, 그리고 도움도 안되는 것들. 답답해서 그냥 소리만 고래고래 질러대다가 차라리 내가 지갑을 찾으러 가는 것이 낫겠다 싶어[카드라고 말하는 편이 낫겠다] 경찰서 문을 박차고 나왔다.

  그 여자들이 내렸던 것 같은 역 주변 골목을 배회했지만, 헛수고 였다. 허무했다. 아직, 이집트에서 할 것이 많은데 학생증은 필수였다. 카이로로 다시 돌아가서 만들어야 하다니. 정말 비효율적인 일이었다. 시간낭비 돈낭비.

  그렇게, 알렉산드리아의 거리를 헤메다가 숙소로 돌아와서 잠을 청했다. 그날 따라 호스텔에 단체로 묵고 있던 이집트인들의 떠드는 소리가 왜그리도 크게 들리던지. 괜히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 알렉산드리아 해변



-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의 벽면!




- 요새


- 시와사막, the great sand sea


- 지프 위에 매달린 애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