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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호주 남서부지역의 농장에서의 일거리는 대부분이 푸르닝(Pruning)이다.
특히, 마가렛리버(Magaret river)와 그 주변지역의 와인은 굉장히 유명하다. 퍼스 주변에도 많은 와인팜들이 있고, 나 또한 포도밭에서 겨울철 포도나무를 다음는일을 한 것이다.

나는 컨츄렉(Contract)이 아닌 아월리(Hourly)로 일했기 때문에, 푸쉬업(Push-up)을 많이 받았다. 그래서 일을 빨리빨리 해야했다. 컴츄렉이라면 내 능력이되는만큼 하고싶은 만큼 일을 하고 돈을 받으면 되지만, 아월리는 시간으로 수당을 계산하기에 푸쉬업을 받았다.


오랜만에 날씨가 좋은 날, 햇살조차도 따사로왔다.
그 날도 역시 나뭇가지자르는 기계로 열심히 가지를 자르고 있었는데, 잘린 나뭇가지가 갑자기 튀어올라 내 눈을 강타했다.

한순간이었다.
가끔, 잔가지들이 튀어서 얼굴 주변에 맞긴 했었지만 정확하게 눈을 강타해버린 것이었다. 눈을 뜰 수가 없었다. 눈물이 계속 흘러나왔다.

약 10분 후,
서서히 눈을 떳지만, 따갑고 사물이 흐릿하게 보였다. 안약을 넣어보기도 하고, 물로 씻어보기도하고, 그렇게 눈을 감고 30분 쯤 후에 좀 더 안정이 되었을 때 눈을 보니, 동공의 옆에 살짝 찢어진 것 같은 흔적이 보였다.

컨츄렉터에게 전화를 해서, 다쳐서 일을 할 수 없고, 병원을 가봐야겠다고 말했다. 컨츄렉터는 한두시간뒤에 온다고 했다.(우리 팀은 매일아침 우리가 농장으로 가서 우리끼리 일을 하고, 일이 끝나면 전화로 그 날 어느정도 일을 했는지 보고하는 식으로 일을 했기 때문에 눈치보지않고 마음편하게 일을 할 수 있었다)


컨츄렉터가 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많은 생각을 했다.
일을 시작한지 이제 이주 남짓. 내가 모은 돈은 한국가는 비행기표를 사고, 약간의 생활비 정도.
혹시나, 눈을 수술해야한다고 하면 일을 그만두고 한국으로 가야 하는 건아닐까?
만약 한국에 가면, 한국에서 수술을 하고, 한국에서 알바를 해서 그 돈으로 미국이라도 잠깐 갔다와야 겠다..는 생각.
나도 지금 일으 할 수 있는데, 눈이 좀 아픈것만 말고는 일을 할 수 있는데,,오늘 100달러 날렸다는 생각,,
호주 병원비도 비싼데, 호주에서 수술해야한다고 하면어쩌지? 라는 생각.
아무튼 별에 별 여러가지 생각을 했다.


점심을 먹고나서, 병원.
의사가 내 눈을 검사했다. (그래도 역시 비교적 잘 산다는 나라라서 그런지 시설은 인도에 병원갔을 때보다 좋은 것 같았다.)
눈에 뭔 용액을 붙고 닦아내고 이것저것 하고 거즈를 눈에 대었다. 그리고 나서 눈을 떠보니 한결 깔끔한 느낌이었다.
의사가 약국에가서 나보고 연고를 사오랜다... 애꾸눈으로 약국에가니 정신이 몽롱했다. 처방전에 적혀있는대로 약을 달라니까 약사가 뭐라뭐라고 웃으면서 농담같은걸 하는데 뭔말인지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다시 병원,
연고를 2시간마다 눈안에 바르랜다...연고를 눈에 바르라니? 안약을 넣는 것도 아니고.. 아무튼 그렇게 하라니까 했다.(연고를 바르고 눈을 깜빡이면 눈밖으로 다 삐져나왔다..그래도 그 연고가 3만원이나 하니 버릴 수도 없고 열심히 발랐다).
그리고, 3일뒤에 다시 병원에 오라고 했다..사실 다시 올까말까 고민했다. 그래도 다시 오기로 했다.
그렇게 병원 치료가 끝났다..

내심 마음속으로 병원비 걱정을 하고 있었다.
물론 여행자 보험을 들긴 했지만,,당장 가진돈이 얼마 없었기에,,메디케어(Medicare)혜택이 없는 나로서는 일반진료비가 100달러 였다.
결제하려고 카운터에 가니, 결제가 다되었다는 거였다.
'엥? 난 결제한적이 없는데??'

알고보니, 직장의료보험으로 처리된 것이었다. 근무중에 다친거니까 직장보험으로 처리되어 직장에서 치료비를 내준 것이었다. 다행이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그래, 난 합법적인 외국인 노동자니까."

그렇게 다시 농장으로 돌아와,
나무 그늘 밑에 누워서 낮잠도 잤다. 다른 사람들은 열심히 일을 하고 있었지만, 뭐 이렇게 된 것 오랜만에 휴식을 취했다. 오렌지도 따먹고, 야생 오리도 괴롭히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기뻣던 건,
내가 의사에게 내 눈의 상태가 어떻냐고 물었을 때,
의사가 No problem 이라고 말하면서 내일부터 일을 해도 상관없다고 말을 해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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